어른의 중력 - 생의 1/4 승강장에 도착한 어린 어른을 위한 심리학
사티아 도일 바이오크 지음, 임슬애 옮김 / 윌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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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4분의 1 지점에 다다른 이들에게

보이지 않는 어른의 중력은 버겁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그 무거움을 하나씩 꺼내놓고 구체화할 때

앞으로 가는 발걸음이 점차 가벼워질 것이다.

이 책을 다 읽을 때쯤

그 중력과 친해지기를 바란다." [책 앞날개 중에서]



《어른의 중력》은 심리학자이자 상담가인 사티아 도일 바이오크의 책이에요.

저자는 융 심리학을 토대로 성년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20대 초중반을 대상으로 심리 연구와 치료를 전념해왔다고 해요.

청소년기 다음에 이어지는 20여 년의 기간을 "쿼터라이프 Quarterlife"라고 부르는데, 애비 윌너가 1997년에 처음 만들어낸 용어라고 하네요. 애비 윌너에 의하면 삶의 질과 방향성에 관해 극심한 불안을 느끼는 증상이 주로 20대 초반에서 30대 중반 사이에 나타난다고 해요. 저자는 윌너가 설정한 연령 범위를 열여섯 살에서 서른여섯 살로 확장해 '쿼터라이프'라고 명령하고, 이 시기를 지나는 사람을 '쿼터라이퍼 Quarterlifer'라고 부르고 있어요. 우리에겐 청년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쿼터라이프, 인생의 4분의 1지점이라는 표현은 삶의 끝을 모르는 우리 모두를 포함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십대 시절의 방황과 불안이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저절로 해결되는 건 아니니까요. 현재 많은 밀레니얼이 정확히 쿼터라이프 시기를 지나고 있고 나머지는 중년에 진입했으며, 매일 더 많은 Z세대가 쿼터라이프에 진입하고 있으나 대다수는 청소년기에 아동기에 머물러 있어요. 간단하게 말하면 쿼터라이프는 청소년과 중년 사이의 어른이며, 첫 번째 성인기라고 할 수 있어요.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쿼터라이프라는 시기의 발달 과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어요.

저자가 상담을 시작한 후로 같은 상황의 내담자들, 즉 쿼터라이퍼을 보면서 그들이 끝없이 도약하려 애쓰지만 발조차 떼지 못하는 상황에서 불안, 불만, 방황을 보았다고 하네요. 그래서 이 책에서는 네 명의 내담자와 진행한 심리 치료 사례를 통해 서로 다른 쿼터라이퍼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고유한 인생 여정을 개척하는 과정을 소개하고 있어요. 쿼터라이프 발달기의 궁극적인 목표는 온전한 자신을, 내면과 외면이 일치하는 삶을 경험하는 것이며, 성장의 네 기둥이라 정의하는 발달 작업을 인지하고 성취해내는 거예요. 성장의 네 기둥인 분리, 경청, 구축, 통합은 발달을 위한 이정표와 같아서 단계별로 완수해야 할 과제가 아니라 전방위적인 변화라고 볼 수 있어요. 쿼터라이프 발달에서 대학, 직업, 결혼, 자가, 양육, 경제력 같은 외적인 성취만을 강조하고 자기 자신을 찾는다는 근본적인 과정을 무시한다면 많은 것을 놓치게 돼요. 자기 자신을 탐색하는 여정은 복잡하고 특별해요. 책에서 소개한 유형들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온전한 자기 자신을 찾는 여정을 떠나야 해요. 끝없는 절망과 떨칠 수 없는 불안으로 길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이 책은 인생 지도이자 나침반이 될 것 같네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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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지도책 - 세계의 부와 권력을 재편하는 인공지능의 실체
케이트 크로퍼드 지음, 노승영 옮김 / 소소의책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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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지도책》 는 인공지능의 실체를 지도처럼 한눈에 들여다보는 책이에요.

저자 케이트 크로퍼드는 인공지능의 사회적 의미를 연구하는 선도적인 학자로서 지난 20년간 역사, 정치, 노동, 환경 등 광범위한 맥락에서 대규모 데이터 시스템, 기계학습, 인공지능을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고 하네요. 우리가 알고 있는 인공지능은 빙산의 일각일 뿐, 그 실체를 모르고서 이 세계를 이해할 수는 없어요.

이 책에서는 AI가 '인공'적이지도 않고 '지능'도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어요. AI 시스템은 자율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으며 대규모 데이터 집합이나 기존의 규칙 및 보상을 동원한 방대하고 집약적인 훈련 없이는 아무것도 분간하지 못하며, 우리가 아는 형태의 인공지능은 훨씬 폭넓은 정치적, 사회적 구조에 전적으로 의존한다고 해요. AI 를 대규모로 구축할 자본과 AI 를 최적화할 방법이 필요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기득권에 유리한 형태로 설계된다는 거죠. AI 가 어떻게 해서 기본적으로 정치적인지 이해하려면 신경망과 통계적 패턴 인식을 뛰어넘어 누구를 위한 최적화인지 누구에게 결정권이 있는지를 물어야 해요. 그래야 우리는 그 선택들의 의미를 추적할 수 있어요.

저자는 왜 AI를 지도책으로 보아야 하는지부터 설명하고 있어요. 지도책은 축척, 위도, 경도 같은 과학적 기준을 준수하며, 별개의 조각들을 연결하여 세계를 다시 읽을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해요. 지도학적 접근의 유용성은 물리학자이자 기술 비평가 어설라 프랭클린의 말로 대신할 수 있어요.

"지도에는 목적이 있다. 그것은 여행자를 도와주고 알려진 것과 알려지지 않은 것의 간극을 메우는 데 유용해야만 한다. 지도는 집단적 지식과 통찰의 증거다." (20p) 저자가 지도책 비유를 든 이유는 인공지능 제국을 이해할 새로운 방법이 필요했기 때문이에요. 인공지능 내에서 이루어지는 권력의 지각변동을 설명하기 위해 지형학적 접근법을 제시한 거예요. 인공지능의 온전한 라이프 사이클과 이를 추동하는 권력의 역학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AI 의 지구적 하부 구조를 추출 산업의 관점에서 탐구했고, 그 결과 현재 모습의 AI 를 만드는 체계적 불평등을 관찰했어요. 핵심은 기술, 자본, 권력이 깊숙이 얽혀 있다는 거예요. AI 의 실상을 이해하려면 AI 를 활용하는 권력의 구조를 들여다보아야 해요. 인공지능이 지닌 추출의 정치적 성격을 가장 적나라하게 볼 수 있는 땅속, 희토류 광물, 물, 석탄, 석유 등 하부 구조 연료에서 출발했고, 노동은 또 다른 형태의 추출을 대표하고 있어요. 작업장 AI 이용은 고용주의 손에 더 많은 통제권을 부여함으로써 권력 균형을 왜곡하고, 노동자를 옭아매고 있어요. 이러한 권력의 불균형을 줄이기 위해 AI 를 민주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평화를 위해 무기 제조를 민주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비슷해요. 저항을 위해서는 AI 가 강화하고 있는 권력 구조에 도전하고 다른 사회의 토대를 쌓아야 해요. 저자는 가치 추출을 넘어선 지속 가능한 집단적 정치는 분명히 존재하므로 우리의 임무는 지도 위에 새로운 길을 그리는 거라고 이야기하네요. 결국 AI 시스템 이면에서 이 사회를 움직이는 건 부와 권력이며, 모든 건 정치의 문제였네요. 책임지지 않는 권력이야말로 가장 끔찍한 비극이라는 것을 결코 잊으면 안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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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의 외교 - 음식이 수놓은 세계사의 27가지 풍경
안문석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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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자리에 음식이 빠질 수는 없죠.

일상의 모임은 말할 것도 없고, 국제 관계에서도 음식을 활용한 음식 외교가 큰 역할을 해왔어요.

언론을 통해 전해진 음식 외교가 종종 이슈가 되어, 대중들에게 인기를 끄는 음식이 되기도 했었죠.

《식탁 위의 외교》 는 음식이 수놓은 세계사의 스물일곱 가지 풍경을 담은 책이에요.

저자는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국제 관계와 세계외교사 등을 강의하고 있으며, 활발한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하네요.

이 책에서는 어렵고 딱딱한 세계 외교와 현대 세계사를 음식이라는 소재로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어요. 역사적으로 외교 사절을 진수성찬으로 대접하는 관례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어서 실제 외교 현장에는 늘 음식 이야기가 따라다닌다고 해요. 과연 실제 외교 현장에서는 식탁을 어떻게 활용했고, 음식이 어떤 맥락에서 외교의 윤활유가 되었을까요. 바로 그 식탁 위 외교 이야기를 여섯 가지 파트로 나누어 들려주고 있어요.

달콤한 외교, 깊은 풍미의 외교, 스토리가 있는 음식 외교, 역발상 음식 외교, 씁쓸한 외교, 독한 맛 외교까지 세계 여러 나라의 정상과 관련된 일화들이 등장하네요. 크게 보면 음식 외교가 윤활유가 되었거나 정반대로 독이 된 경우라고 볼 수 있어요.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탈레랑의 음식 외교인데, 그는 빈 회의에 패전국 프랑스 외교관으로 참석했으나 최고의 요리사 카렘을 대동하여 달콤한 디저트 음식들로 각국 대표들을 매료시키는 전략을 썼어요. 탈레랑 자신이 대단한 미식가였기에 좋은 음식을 활용한 회담 전략을 세울 수 있었고, 그 덕분에 패전국 프랑스는 승전국 못지 않은 지위에 오를 수 있었다고 하네요. 실패 사례로는 미야자와 기이치 일본 총리가 주최하는 관저 만찬을 들 수 있어요. 이때 참석한 조지 H.W. 부시 대통령이 첫 번째로 나온 연어 회를 먹고 5분간 졸도하는 사건이 벌어졌는데, 다음 날 협상에서 일본은 불리한 조건에 합의할 수밖에 없었고, 미국 언론에서는 부시가 음식을 토하며 쓰러지는 장면이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재선 실패의 요인이 되었다고 하네요.

사실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은 옥류관 냉면이에요. 평양냉면이 남북 정상회담 만찬 메뉴가 된 이유는 김구 선생과 관련이 있어요. 황해도 해주 출신의 김구 선생님이 스물세 살에 평양에 가서 냉면을 맛본 적이 있는데, 49년 만에 통일 임시정부 논의를 위해 평양을 방문해 평양냉면을 먹은 일화를 문재인 대통령이 북측에 제안하면서 정상회담 식단의 주인공이 되었다고 해요.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만찬 행사 장면을 보면서 한반도의 평화가 머지 않았다는 기대를 했는데, 지금은 모든 게 꽁꽁 얼어붙었네요.

저자는 어떤 음식을 먹느냐와 함께 누구와 식사를 하느냐도 사람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지니므로, 어떤 음식을 누구와 함께 먹는다는 것은 단순한 취향을 넘어 정치적인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네요. 그러니 대통령의 관저 만찬은 개인적인 활동으로 볼 수 없는 이유인 거죠. 음식은 죄가 없지만 외교 현장과 정치 무대에서는 득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확실히 배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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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속에 숨은 사이코패스 - 정상의 가면을 쓴 그들의 이야기
이윤호 지음, 박진숙 그림 / 도도(도서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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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두려운 건 그 안에 무엇이 숨어 있을지 모르기 때문일 거예요.

사이코패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를 공포에 떨게 만드는 단어가 된 것 같아요.

중요한 건 우리가 사이코패스의 정체를 모른다는 사실이에요. 그들이 누구인지, 제대로 아는 것이 불필요한 공포를 없애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속에 숨은 사이코패스》 는 대한민국 1호 범죄학 박사 이윤호 교수님의 책이에요.

첫 장에 적혀 있는 문장이 인상적이에요. 대부분 사이코패스에 관한 오해와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모든 사이코패스가 범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모든 범죄자가 사이코패스도 아니다."

예전에 읽은 책에서도 살인마의 뇌를 연구하는 뇌과학자가 자신의 뇌 스캔 사진에서 사이코패스의 특징을 발견하면서, '사이코패스는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요. 여기에서 핵심은 사이코패스가 모두 범죄자가 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에요.

이 책에서는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어요. 정신의학이나 심리학에서는 '사이코패시'라고 이름 붙여진 진단은 없는데, 대중언론이나 소설 등에서 자주 사용하면서 익숙한 용어가 된 거예요. 대중적 언어가 된 사이코패스를 정의하자면 '비정상적, 폭력적 사회 행위를 가진 만성적 또는 고질적 정신장애로 고통을 받는 사람' (23p)이라고 할 수 있어요. '범죄적 반사회적인격장애'의 개념화는 사이코패스를 진단하는 임상적 개념으로 활용되고 있고, 이 도구로 측정해서 판명된 사이코패스(범죄적 반사회적인격장애자)는 범죄 행동에 대한 처벌이 약해지고, 대신 의학적 치료와 민사적 책임을 지게 된다고 하네요.

사실 이 책에서 가장 집중해서 읽은 부분은 어떻게 우리 주변 속에 숨은 사이코패스를 알아볼 수 있느냐에 관한 내용이었어요. 사이코패스의 기질을 열 가지로 정리한 것인데 알듯 모를 듯 애매한 특징이라서 이것만으로 판별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연구에 따르면 사이코패스는 공포스런 장면을 볼 때 동공이 확장되지 않는다고 해요. 사람은 불쾌하거나 위협이 될 만한 뭔가를 보면 도망가거나 꼼짝하지 않거나 싸우거나 하는 반응이 일어나면서 아드레날린이 급상승하기 때문에 동공이 확장되는데, 반사회적인격장애 범법자들에게서는 감소된다고 하네요. 동공의 변화를 알아차리는 건 굉장한 주의력이 필요하지만 책에 나온 여러가지 특징들을 읽다 보면 반사회적 성향이 무엇인지를 확인할 수 있어요. 성공한 사이코패스, 아마 사회 생활을 하다보면 만날 일이 생길 거예요. 상사가 사이코패스라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가 나와 있는데, 악질로부터 나를 지켜내는 방어법을 배울 수 있어요. 정말 어려운 건 소시오패스인 것 같아요. 지능지수가 높은 고기능 소시오패스는 보통 사람처럼 보이기 때문에 함부로 판단하기 어려워요. 그럼에도 우리는 소시오패스를 식별하는 능력을 길러야 해요. 그들은 어느 날 갑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나와 직접적인 접촉이 있는 사람이 나를 조종하고 통제한다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엄청난 손상과 피해를 입을 수 있으니까요. 소시오패스의 접촉은 개인과 사회 전체에 해악을 끼친다는 것. 따라서 이 책은 그들로부터 나와 우리 사회를 지키기 위한 지침서라고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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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재밌는 화학 이야기 - 불의 발견에서 플라스틱, 핵무기까지 화학이 만든 놀라운 세계사 이토록 재밌는 이야기
사마키 다케오 지음, 김현정 옮김 / 반니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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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물질로 이루어져 있어요.

화학이 놀라운 점은 그 물질의 성질과 구조를 알아냈다는 거예요. 화학은 물질을 대상으로 하는 자연과학의 한 분야이며, 물질은 화학물질이라고 해요. 화학은 특히 물질의 성질, 구조, 화학반응을 연구하는데, 이 세 가지가 화학의 핵심이며, 서로 긴밀하게 얽혀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우리에게 화학이 없었다면 물은 그냥 물이요, 돌은 그냥 돌이었을 거예요. 하지만 화학을 알면 원자가 보이고, 그 원자들이 결합하여 이루어진 세상이 보일 거예요.

이미 우리는 많은 원소들의 이름을 일상적으로 접하고 있어요. 음료수 병에 적힌 칼슘, 마그네슘, 나트륨 등 각종 미네랄과 카드뮴, 수은 등 중금속, 최근에는 방사선 오염물질로 알려진 세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원소들로 둘러 싸여 있으면서 이들의 정체는 잘 모르고 있었네요.

모든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고, 원자의 종류가 곧 원소라고 볼 수 있어요. 저명한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은 만약 모든 지식이 다 파괴될 상황에서 다음 세대에게 가장 많은 정보를 담은 짧은 문장 하나만을 남길 수 있다면 무엇을 말해줄 거냐는 질문에, "모든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 (14p)라고 답했대요. 화학은 그 원자를 설명해주는 학문이에요. 파인만 덕분에 화학의 매력이 급상승한 것 같아요.

《이토록 재밌는 화학 이야기》 는 화학이 만든 놀라운 세계사를 보여주는 책이에요.

인류 역사에서 불의 발견은 여러모로 엄청난 의미를 지니고 있어요. 화학의 관점에서 '불'은 인류가 최초로 발견한 화학 현상이에요. 고대 그리스 철학자 중에는 자연과 사회를 탐구하는 과학자들이 많았는데, 그들은 물질이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를 깊이 고찰했어요. 원자론을 처음 주장한 사람은 데모크리토스예요. 데모크리토스에서 시작된 고대 그리스의 원자론이 어떻게 자연과학과 화학으로 발전해왔는지, 화학의 역사를 살펴보는 재미가 있네요. 학교에서 화학을 배울 때는 원소의 주기율표를 달달 외우던 기억만 있었는데, 원소의 발견이라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읽다보니 원소를 분류하고 정리한 주기율표가 새롭게 보이네요. 우리가 화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는 좀더 똑똑하게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예요.

기가 막힌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하자면, 1997년 미국 아이다호주에 살던 중학생 소년 네이든이 지역 과학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는데, 네이든이 "디하이드로젠 모노옥사이드의 사용을 금지시켜라!" 하는 탄원서를 들고 거리에서 DHMO 의 위험성을 설명하며 서명을 받는 일이 있었대요. 네이든은 행인 50명 중 43명의 서명을 받았다고 해요. 과연 DHMO는 얼마나 위험한 화학물질인 걸까요. DHMO 의 정체는 바로 물(H₂O)이에요. 물 분자는 수소 원자 2개와 산소 원자 1개가 결합한 것이므로 디하이드로젠 모노옥사이드(일산화이수소)인 거예요. 네이든이 말하고 싶었던 건 "모든 계층을 대상으로 과학 교육을 좀더 철저히 해야 한다." (105p)는 거예요. 물이라고 하지 않고 화학물질인 디하이드로젠 모노옥사이드라고 말했을 때 그 많은 사람들이 속았다는 현실에 경종을 울린 거죠. 올해 6월, 낙동강 본류 상수원에서 독성 남조류가 뿜어내는 독성 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고, 오염된 물과의 직접적인 노출 외에도 공기 중으로 발암물질과 생식 독성 물질이 확산되는 것이 확인돼 우려된다는 기사를 봤어요. 4대강 사업 이후 상류 영주댐부터 하류 낙동강 하구까지 전체가 녹조로 뒤덮인 낙동강 때문에 환경단체와 관련 전문가들이 정부의 종합대책 마련을 강력히 주장했는데, 연말이 된 지금까지 별다른 대책이 발표되지 않고 있어요. 환경오염은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예요. 화학물질 자체가 무서운 게 아니라 무지와 무관심이 가장 무서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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