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인생
저우다신 지음, 홍민경 옮김 / 책과이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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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만큼이나 두려운 게 늙음일 수도 있겠구나...

사실 우리는 이 순간에도 늙어가는 중이지만 확실히 체감할 때까지는 인정하기 싫을 것 같아요. 겨우 호칭만 바뀌어도 충격을 받으니 말이죠. 언니, 오빠에서 아줌마, 아저씨로 호칭이 바뀔 때도 나름의 저항 혹은 거부감이 있지만 할머니, 할아버지로 불리는 순간은 그 타격감이 더 큰 것 같아요. 아무래도 주름진 얼굴, 노쇠해진 몸은 노인이라는 사실을 감출 수 없으니까요. 언제까지 살 것인가, 우리가 선택할 수 없는 문제라면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를 고민하고 준비할 수밖에 없어요. 늙은 나를 상상하기 어렵다면 이 소설이 많은 도움이 될 거예요.

《우아한 인생》 은 저우다신의 장편소설이에요.

저자는 한국어판 출간을 기념하여 직접 작품을 소개해주고 있어요.

"이 작품은 노년의 삶을 묘사하고 있다. 내가 이 작품을 쓰게 된 것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 자신이 시간이라는 적에게 쫓겨 어느덧 중년과 작별해야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 주위에는 이미 노년에 접어든 친구와 지인이 적지 않고, 또한 매일 그 수가 불어나고 있는 형편이다.

... 노년의 길은 어째서 이다지도 걷기 힘든 걸까?

'노인은 자신의 늙음에 대해 무지한 어린아이와 같다'고 한 밀란 쿤데라의 말이 떠오른다. 많은 이가 노년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단지 이전의 유년과 청년, 중년 시절과 비슷할 거라고 가볍게 짐작한다. 물론 늙음 또한 인새의 한 과정이지만, 노년은 이전에 걸어온 길과는 사뭇 다르다. 그래서 나는 이 인생 최후의 과정을 묘사하는 하는 작품을 썼다. ... 솔직히 말하면 나는 여전히 늙는 것이 두렵다.

... 노년은 모든 사람이 결코 피할 수 없는, 반드시 거쳐 가야 하는 길이다. 이 길에서 마주칠 풍경은 당신이 보고 싶지 않다고 해서 외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다만 이 작품이 곧 늙을, 지금 늙어가는, 이미 늙어버린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4-7p)

소설은 푸른샘 실버타운에서 진행하는 홍보 행사로 시작되고 있어요. 장소는 장수 공원, 주최측 진행자가 방문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매일 일주일간 실버타운의 최신 시설과 시스템, 간호 도우미 로봇 웨이웨이를 소개하고 있어요. 월요일 황혼 녘부터 일요일 황혼 녘까지, 독자들은 어르신의 입장이 되어 노인들을 위한 서비스를 체험해볼 수 있어요. 한가지 특이 사항은 금요일 황혼 녘 행사 내용이에요. 간호사 출신 직원인 중샤오양이 처음 노인 돌봄 서비스를 했던 경험담을 들려주고 있는데, 그녀가 돌본 어르신은 혈압, 혈당, 고지혈증 수치가 좀 높고, 치질 증세가 있는 것 말고는 큰 병 없이 비교적 건강한 73세의 샤오 할아버지(샤오청산)였어요. 결혼한 30대 중반의 딸 샤오신신이 함께 살고 있지만 딸과 사위가 모두 바빠 집을 비우는 일이 많아서 예방 차원으로 24시간 돌봄 도우미를 구한 거예요. 샤오 할아버지가 자신의 늙음을 거부하고 분노하다가 조금씩 받아들이고, 변화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두려움이 가시기는커녕 더 구체화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럼에도 한 가지는 배웠어요. 늙음에 관한 수업은 꼭 필요하다는 것, 마지막까지 인간답게 행복한 삶을 누리고 싶다면 피하지 말고 마주해야 한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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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와 장자에 기대어 - 최진석의 자전적 철학 이야기
최진석 지음 / 북루덴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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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와 장자에 기대어》 는 철학자 최진석의 자전적 철학 이야기예요.

이 책은 2020년 2월 17일 저자의 회갑 날로 시작하여 저자가 태어난 장병도라는 섬으로 거슬러가고 있어요.

육십갑자 한 바퀴를 죽지 않고 돌았으니, 다음 한 바퀴를 어떻게 돌 것인가를 생각하다가 유치환 시인의 「생명의 서」 에서 '또다시 원시의 본연한 자태를 배우기 시작하라.' (6p)라는 답을 얻었다고 해요. '원시의 본연'을 찾는 여정으로 출생지인 장병도를 제자 김재익과 이민규와 함께 갔고, 그곳에서 아버지의 제자였던 할머니와 그의 아들을 운명적으로 만났으며, 아버지가 장병분교에 고이 묻어둔 태를 60년만에 찾아 깊은 절을 올렸다고 하네요. 철학이란 무엇인가, 저자는 멋드러진 설명 대신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통해 모든 걸 보여주고 있어요.

저자의 아버지는 하의초등학교 장병분교로 발령이 나자 어머니와 함께 섬 생활을 시작했고, 섬에 들어온 지 1년여 만에 학교 관사에서 아들을 낳았대요. 아들이 네 살 정도 되었을 때 내륙 함평으로 오게 되었고, 그 아들은 초등학교 5학년이 되자 "나는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은데, 촌에 있기 싫어요. 광주로 보내주세요." (19p)라고 말했대요.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광주로 전학을 보내주었대요. 나이들면서 점점 아버지는 현실적인 성공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셨고, 아들에게 고시를 보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지만 아들은 철학을 먼저 해야 고시를 잘 붙는다는 핑계를 댔어요. 아버지가 그토록 원했던 현실적인 성공이란 아들이 판검사가 되는 것인데 그 길로 가지 않았으니 아버지로서 서운하셨겠지만 아들 역시 아버지가 현실적인 성공 너머에 있는 의미가 가치를 살피지 않는 것이 아쉬웠다고... 평생 아버지와 어색했던 아들, 그 아들에게 아버지가 남기신 마지막 말씀은 "나 인자 그만 먹을란다" (53p)였다고 해요. 아버지는 아무도 없는 병실에서 혼자, 자신이 스스로 죽음을 결정하셨고, 아들에게 그 말을 남긴 후 8일간 아무것도 드시지 않고 떠나셨대요.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 정해진 강의를 하러 함평농협 장례식장을 나섰는데, 묵묵히 걷다가 불현듯 어디선가 아버지의 낮고 느린 말투가 들렸대요. 사실 이 부분을 읽다가 뭔가 번쩍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니 강의를 들어보고, 니 글을 읽어보먼, 가끔 죽음에 대해서 이리저리 말도 잘하드만. 나는 살기 바뻐서 죽음 같은 것은 생각도 못했다. 거그다가 철학이 뭔지도 모르니 죽음을 놓고는 한마디도 할 줄 모른다. 근디 말이다, 그래도 나는 이렇게 죽을 수 있다. 뭔지 몰라도 나는 이렇게 죽을 줄 안다."

한마디가 더 들렸다. "너는 어쩔래?" (56p)

나이들수록 장례식장에 갈 일이 많아지고, 죽음 앞에 예외란 없음을 깨닫게 되네요. 아직 살아갈 날들이 많다고 여겼던 건 어리석은 착각이었어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만 고민하다가 삶과 맞닿은 죽음을 느낄 때, 그 순간 가장 진지한 철학자가 되는 것 같아요. 삶과 죽음에 관한 질문들, 결국 우리 모두가 찾아야 할 답이겠지요. 노자와 장자에 기대어 지혜를 얻고 싶네요.



사람이 하늘과 땅 사이에서 한평생을 산다는 것은 책받침 두께 정도의 얇은 틈새를

천리마가 휙 지나는 것과 같다. 홀연할 따름이다.

(人生天地之間 若白駒之過隙 忽然而己 , 『장자』 「지북유 (知北遊)」 ). (10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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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중독과 전쟁의 시대 - 20세기 제약 산업과 나치 독일의 은밀한 역사
노르만 올러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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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할 운명의 정치 체제는 본능적으로

몰락을 재촉하는 일을 많이 한다."

- 장폴 사르트르


독일은 일본과는 달리 제2차세계대전 당시 자신들의 전쟁 범죄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이웃 국가 및 피해자들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계속해왔어요.

독일의 역사 교과서에는 히틀러가 자신의 거짓 평화 약속을 깨뜨리고 이웃 국가를 침략했다고 서술하면서 제2차세계대전의 원인을 독일측의 잘못으로 기술하고 있어요. 독일의 수능시험 역사 과목에도 "나치 독일에서의 유태인"에 관한 문제가 출제되었고, 베를린 주 정부 교육부의 학교 역사교육 지침에는 나치 이데올로기의 기본 요소와 나치가 등장하게 된 원인과 그 영향, 그리고 인간을 경시하는 파괴적인 특징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이러한 나치의 세계관, 즉 비인간성과 반민주주의적 경향과 싸워야 하는 이유를 깨닫게 한다는 분명한 목표를 설정하고 있어요. 여기서 특기할 점은 나치즘의 책임을 당시 일부 권력층에만 돌리지 않고 일반 독일인들이 이를 돕고 함께 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이에 대해 반성하고 있는 점이라고 하네요.

《마약 중독과 전쟁의 시대》 는 20세기 제약 산업과 나치 독일의 은밀한 역사를 다룬 책이에요.

저자 노르만 올러는 독일 언론인이며, 지금껏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던 나치 정권의 숨겨진 마약 범죄를 세밀하게 낱낱히 밝혀내고 있어요. 그 시작은 친하게 지내던 DJ로부터 나치들이 약물에 절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흥미를 느꼈대요. 그 뒤 5년 동안 독일과 미국 기록물 보관소를 뒤졌고, 기존 연구에서 빠진 수많은 원본 자료를 찾아내 분석했고, 이를 바탕으로 2015년 《마약 중독과 전쟁의 시대》 를 썼다고 해요.

독일의 저명한 역사학자 한스 몸젠은 이 책이 역사의 전체 그림을 바꿔 주었다고 찬사를 보냈는데, 이 책 말미에 한스 몸젠의 후기가 나와 있어요.

"이 책의 가장 큰 공로는 히틀러와 주치의 모렐의 공생 관계에 대한 묘사다. 이것은 가히 혁명적이다. 노르만 올러는 총통 본부가 어떻게 점점 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는 상태로 변해가고, 히틀러가 어떻게 자멸의 길로 나아가는지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 히틀러가 개인적 능력을 상살해 가는 과정을 따라가는 것은 흥미진진하면서도 섬뜩하다. 군사적, 경제적 현실을 점점 더 외면한 수뇌부의 무능은 실로 놀랍다. 제2차 세계대전에 책임이 있는 독일 지도부의 속살을 이렇게 가차없이 폭로한 것은 노르만 올러의 업적이다. 이 책은 역사의 전체 그림을 바꾼다." (337-338p)

마약이 나치 체제의 사건들에 어떤 역사적 의미가 있는지 이해하려면 과거를 돌아볼 필요가 있어요. 그래서 이 책의 구성은 시기별로 나누어 마약 중독에 빠진 히틀러와 나치 독일의 추악한 민낯을 보여주고 있어요. 1933년부터 1945년까지의 독일 상황을, 노르만 올러는 '브레이킹 배드'라는 단어로 요약하고 있어요. 말 그대로 번역하면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뭔가 나쁜 짓을 한다', 미국 남부의 구어체로 '지옥을 일으키자' 혹은 '막가자'라는 뜻이래요. 미국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 Breaking Bad」 에서 허구의 마약 제조 기술자 월터 화이트가 제조하는 약이 메스암페타민인데, 1937년부터 1941년까지 베를린 요하니스탈의 템러 공장, 프리츠 하우실트 박사의 실험실에서 메스암페타민이 탄생했어요.

히틀러는 독일의 독재자, 전쟁범죄자, 그리고 마약중독자였어요. 다만 마약은 어두운 역사의 단면일 뿐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라는 것, 마약은 그저 내재된 악을 강화시켰을 뿐이라는 것. 독재 정권의 내부 붕괴는 이미 예측가능한 전개였음을 역사가 말해주고 있어요. 마약은 악의 뿌리에서 자라고 퍼져가며, 인간을 파멸에 이르게 만들죠. 그때나 지금이나 마약과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어요.

오늘의 뉴스, 충격적인 내용을 봤어요. 교육부가 지난해 12월 고시한 2022년 개정 교육과정 초·중·고 사회과목에서 '5·18 민주화 운동'이란 용어가 일제히 삭제됐다는 것. 개정된 일반사회 영역 설명에서 '우리나라에서 민주주의 이념과 원리를 실현하고자 한 사례로 '4·19 혁명'과 '6월 민주 항쟁'이 예시로 제시됐지만 '5·18 민주화 운동'은 언급되지 않았는데,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교육과정 대강화 방침의 결과라는 게 놀라워요. 박근혜 정부가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교과서 전환을 시도했다가 온 국민의 반대에 부딪혔고,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정 교과서 폐기가 결정됐어요. 근데 이번 정부는 도둑이 몰래 담을 넘듯이 교육부엔 국정교과서 인맥을 복귀시키고,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5·18 민주화 운동' 삭제했다는 사실이 발각된 거예요. 일본 외교부도 아닌 대한민국 외교부가 나서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에 대한 대한민국 인권상인 국민훈장 모란장 서훈을 보류했을 때부터 황당했는데, 역사 교과서까지 제멋대로 고쳐놓고는 의도적 삭제가 아니라니요. 작년 영국 총리의 불명예 퇴진에 대해 영국 언론은 거짓말 정치가 부메랑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라고 진단했어요. 습관적 거짓말은 몰락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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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달 별 사랑 고블 씬 북 시리즈
홍지운 지음 / 고블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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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에 간다면 딱 한 사람, 누구랑 갈래?

흔한 잡담이지만 아주 중요한 걸 묻는 질문이에요.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 누구냐는 거죠.

《우주 달 별 사랑》 은 홍지운 작가님의 SF소설이에요.

달의 바다를 지키는 등대지기 소년 핀과 실험실에 갇힌 채 자란 소녀 메아의 이야기예요.

두 아이의 만남은 우연일까요, 아니면 운명일까요.

메아와 할머니는 월인으로, 십 년 전에 성산중공에 납치되었고, 메이는 세 살부터 실험대에 올라야 했어요. 할머니는 메아에게 월인이 알아야 할 모든 지식을 가르쳐주었지만 정작 자신의 이름만은 알려주지 않았어요. 그래서 메아에게 할머니는 할머니였어요. 할머니는 메아에게 술래잡기를 하자면서 탈주 시도를 했고, 다섯 번이나 실패했는데 이번엔 달랐어요. 할머니는 월인만이 가진 특별한 그림자의 힘을 끌어모아 메아가 들어간 물탱크를 들어올렸고, 마침내 우주전함을 부수고 물탱크를 바깥으로 날려보냈어요. 할머니는 메아에게 미소와 함께 작별인사를 건넸어요.

"나가면 엄마를 찾아. 착한 사람이 도와줄 거야.

하지만 모르는 어른들이 가자는 대로 무턱대고 따라가면 안 된다. 조심해야 돼. 우리 메아, 알았지?

사랑한다. 메아야. 이것 하나만 약속해. 사랑해야해. 사랑하고 또 사랑해야 해." (13-14p)

그 물탱크를 발견한 사람이 핀이었고, 메아의 부탁 대로 핀은 메아에 관한 일을 할아버지에게 비밀로 했어요. 메아는 신기하게도 처음 본 소년에게 모든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월인은 달의 고대 문명이 멸망할 때 살아남은 사람들의 후예라고, 달의 깊숙한 곳에는 호수가 있고 그곳에서 살았는데 물속에서도 숨 쉴 수 있고 그림자의 힘도 다룰 수 있다고 말이에요. 두 사람의 순수한 마음이 감동적으로 느껴지는 걸 보면 오랫동안 순수함을 잊고 있었나봐요. 머나먼 우주 미래 세계에도 그 순수함을 짓밟는 것들이 존재하다니, 가슴을 졸이며 지켜볼 수밖에 없었네요. 부디 두 아이가 지구의 바다에 갈 수 있기를... 달에서 태어난 소년과 달의 후예인 소녀, 둘의 만남은 서로 잃어버린 것을 떠올리게 해주었고, 그 감정은 그리움, 슬픔 그리고 사랑이었네요. 자신의 입으로 좋은 사람이라고 떠드는 위선자, 친절한 어른인 척 연기를 하는 요안과 같은 자들은 인간이 아닌 뒤틀린 괴물이에요. 괴물들은 오직 제 이득을 위해 무엇이든 파괴할 수 있어요. 살리는 대신 죽이고, 키우는 대신 짓밟아버려요. 심장을 빼앗을 순 있어도 그 마음까지 가질 순 없어요. 왜냐하면 괴물에겐 진짜 마음이 없으니까요. 반면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 멀리 떨어져도 늘 함께 할 수 있어요. 그 마음을 영원히 간직하고 있으니까요.


"언젠가 나랑 지구의 바다에 가자..." (7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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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인간혐오자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5
몰리에르 지음, 김혜영 옮김 / 미래와사람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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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혐오자 : 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은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다섯 번째 책이에요.

고전문학은 어렵다 혹은 지루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면 속는 셈 치고 한 번만 읽어보세요. 읽어봐야 고전문학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으니까요.

솔직히 십대 시절에 읽었던 고전은 줄거리만 겨우 기억할 뿐이지 대단한 감상이나 교훈을 주진 못했어요. 오히려 수많은 질문들이 생겼죠. 주인공은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서 그냥 빈 칸으로 남겨뒀어요. 근데 한참 뒤 다시 읽었을 때는 어렴풋하게나마 나만의 답을 채울 수 있었어요. 그러나 그것조차도 개인적인 경험이라서 누군가에게 억지로 읽으라고 강요할 생각은 없어요. 다만 연륜이 있는 어른들에겐 살짝 건네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막장드라마를 보는 시청자의 심정으로 몰리에르의 《인간 혐오자》를 읽었거든요.

이 책의 특징은 읽기 쉽게, 이해하기 수월하게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에요. 첫 장에 인물 관계도가 나와 있어요. 《인간 혐오자》 는 프랑스 고전 희곡이며, 1666년 초연되었다고 해요. 17세기 프랑스는 살롱을 중심으로 귀족들과 문인들이 교류하며 문학의 모습을 갖추었다는데, 이 작품에서도 등장인물들이 살롱으로 모여들어요. 어린 나이에 과부가 된 셀리멘이 살롱의 주인이며, 그녀를 둘러싼 남자들의 구애가 펼쳐져요. 주인공 알레스트도 셀레멘에게 푹 빠져 구애를 하지만 셀레멘은 누구에게도 확신을 주지 않아요. 알세스트는 주변인들을 너무 가식적이라고 여기며 혐오감을 드러내고 있어요. 비열한 아첨과 가식을 떨 바에는 신랄한 비판이 낫다고 여기는 알세스트는 그 뾰족한 성격 때문에 적을 만들게 되는데, 따지고 보면 알세스트가 가장 모순된 인간이에요. 요즘말로 하면 어장 관리를 하고 있는 셀리멘을 사랑하고 있으니까요. 과연 그 사랑은 진실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사랑 앞에서 치졸하게 변해버린 알레스트를 보면서 인간 본성은 세월이 무색하게도 변함이 없다는 걸 느끼게 하네요. 17세기 프랑스 막장 드라마가 무대 위에 올랐으니 얼마나 큰 호응을 얻었겠어요. 하지만 종교계의 반발로 공연 금지를 당했다고 하니, 도둑이 제 발 저린 꼴인 거죠.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는 편안하게 《인간 혐오자》를 즐기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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