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동 하우스 - 있지만 없었던 오래된 동영상
김경래 지음 / 농담과진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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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다 강력한 소설이 왔어요.

《삼성동 하우스》 는 김경래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저자는 "이 소설은 당연히 소설이다. 20년 넘게 기사를 썼지만 이야기와 상상의 힘을 나는 믿는다." 라고 말하고 있어요.

22년 기자 생활을 2022년에 접고 소설가가 된 저자의 심정, 그 마음이 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이 소설을 읽고나니 이해가 됐어요.

정말 믿을 수 없는 대한민국의 현실, 그냥 소설이라면 좋겠어요. 두 눈으로 보고, 들리는 대로 들었는데도 다 가짜라고 우기고, 거짓말을 술 마시듯 술술 해내는 능력자 덕분에 대환장, 대혼란 상태가 되었네요. 벌거벗은 임금님과 이상한 나라에서 국민이란 오직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걸, 개 돼지 취급 당하는 나머지 국민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부제는 '있지만 없었던 오래된 동영상'이에요. 2013년 '이건희 동영상'은 이건희 삼성 회장이 수년에 걸쳐서 수차례 젊은 여성 여러 명을 자신의 자택, 안가 등으로 불러 돈을 주고 성매매 장면을 촬영한 것으로, 이 영상을 빌미로 여러 범죄자들이 수십억의 돈을 반복적으로 갈취했으나 삼성은 경찰에 알리지 않았어요. 동영상은 여러 경로로 퍼져 나갔고 언론사 세 곳에도 제보가 있었지만 그 어디도 취재하지 않았어요. 뉴스타파만 빼고.

동영상이 공개되고 커다란 파장을 불러왔으나 그때뿐, 시간이 흐를수록 관련 보도는 잦아들고 사회적 관심도 줄어들었어요. 그로부터 1년여 뒤 해당 사건과 관련한 판결이 나왔는데 문제의 동영상을 촬영하고 이를 가지고 협박한 일당만 실형을 받았어요. 여기서 핵심은 빠진 거죠. 회삿돈을 사용했다면 횡령에 해당되는데 슬그머니 덮어버렸어요. 죄는 졌지만 처벌받지 않는 특권을 누린 거죠. 그러나 아들 이재용은 감옥에 갔고, 조선일보는 이재용이 매일 웃통 벗고 구치소 운동장을 달렸다면서 '슬기로운 감방생활'을 자세히 전했어요. 나라를 위해 싸우다 투옥된 독립 투사도 아니고, 뇌물죄, 회계사기, 불법 승계, 병역 비리, 프로포폴 투약까지 저지른 죄인에게 이토록 애정어린 관심이라니 삼성의 힘이 대단한 거죠. 역시나 윤석열 정부는 작년 8·15 광복절을 맞아 첫 특별사면에 이재용을 포함시켜 복권해줬어요. 신년 특별사면은 이명박, 우병우, 원세훈, 김기춘, 조윤선, 최경환, 이재만 등, 검사 시절에 구속시킨 죄인들을 대통령이 되어 사면하다니 공정의 기준이 손바닥 뒤집듯이 쉽게 바뀌네요. 명백한 범죄를 저질러도 삼성 부회장님이라서 전직 대통령이라서 모든 죄를 사해주는 나라, 억울한 누명을 썼어도 미운 놈은 조작해서라도 잡아가두는 나라. 제멋대로 휘두르는 권력의 칼날, 지금 칼자루를 쥐고 있다고 자만한 걸까요. 권력에 취해 눈이 멀었다면 국민들이 그 눈을 뜨게 해줘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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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나 똑똑한 동물들 - 과학으로 들여다본 동물들의 인지 능력 탐 그래픽노블 4
세바스티앵 모로 지음, 권지현 옮김, 최종욱 감수 / 탐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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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의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그램을 보다가 동물행동에 관한 호기심 내지 궁금증이 커졌어요.  처음엔 개의 잘못된 행동이 문제인 줄 알았는데 원인은 사람에게 있더라고요. 동물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이 문제였어요.

동물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생각과 감정을 느끼며 소통할까요.

《이렇게나 똑똑한 동물들》 은 탐 그래픽노블 시리즈 네 번째 책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그래픽노블 장르를 통해 평소 궁금했던 분야를 알아갈 수 있어서 유익했어요.

책을 쓴 세바스티앵 모로는 과학 저술가이고, 그림을 그린 라일라 베나비드는 만화가라고 해요. 재미있는 건 두 사람이 책 속에 등장한다는 거예요.

신기하고 놀라운 동물들의 인지 능력에 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대부분 의식하지 않으면 인간 중심으로 생각할 때가 많아요. 동물들을 의인화 시키거나 인간의 방식으로 동물들을 대하는 것도 그 때문일 거예요. 멋대로 추측하고 판단할 게 아니라 과학적으로 풀어보면 어떨까요. 동물행동학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동물에게도 인지력과 감정이 있다고 하네요.

인간에게는 오감, 다섯 가지 감각이 있는데, 이것은 모든 과학자들이 합의한 개념이 아니래요. 다섯 가지 감각만 있다고 믿어왔던 거죠. 과학은 믿음이 아닌 증명이니까,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면 이전의 명제나 주장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어요. 인간에게는 일곱 가지 감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 시각, 균형 감각, 공간 감각이 있대요. 동물들도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있어요. 닭, 소, 돼지, 양, 염소는 인간과 비슷하게 촉감을 느끼고, 똑같이 고통을 느낀대요. 개체마다 좋아하는 맛은 다르지만 동물들도 인간처럼 맛을 느끼기 때문에 다양하게 먹는 걸 좋아한대요. 가장 오해받는 동물은 돼지가 아닐까 싶어요. 돼지는 먹는 걸 좋아하지만 아무거나 먹지는 않는다는 사실. 꽤나 똑똑한 미식가이자 깔끔쟁이라네요.

최근 응용동물행동학에서는 감정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동물들의 표정 변화와 소리를 분석하고 다양한 소통 시스템을 알아냈다는 것이 놀라워요. 동물들마다 차이가 있을 뿐이지 환경과 공동체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간다는 점은 똑같아요. 동물들의 세계를 알면 알수록 친밀감이 느껴져서 채식주의자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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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쓰다 - 도시여행자의 어반 스케치
한정선 지음 / 지식과감성#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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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쓰다》 는 도시여행자 한정선님의 어반 스케치를 담은 책이에요.

'세상은 넓고 그릴 것은 많았다.'라고 말하는 저자의 그림 여행기이자 그림 에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커다란 화구 가방 대신 작은 배낭을 메고 떠난 여행지는 한적한 남해 다랭이마을이었대요. 민박집 옥상, 넓은 평상에 그림도구를 펼치고 바다를 품은 마을과 풍경을 그렸고, 속초, 보령, 제주 등등 여행을 떠날 때마다 숙소 뷰 그리기를 빼놓지 않았대요. 사람마다 여행의 목적이 다르잖아요. 저자는 스케치 여행이 아니라 여행 스케치라면서, 새로운 풍경을 그리는 기회이자 여행의 기록으로 그림을 그린다고 하네요. 책 속에 여행 사진과 함께 그림이 나와 있는데, 수채화 특유의 맑고 상큼한 느낌이 전해지네요. 초록빛 잎사귀, 하늘하늘 꽃잎이 아름답네요.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이 바뀌는 풍경을 그림으로 그릴 수 있다는 건 꽤 멋진 일인 것 같아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일이 익숙할 거예요. 저 역시 일상에서 기억하고 싶은 것들을 사진으로 찍는 편이라 한참 지난 후에 사진을 통해 추억하는 일이 많아요. 마음 한 켠에는 늘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욕구는 있는데 선뜻 그리질 못했어요. 커다란 캔버스, 아직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하얀 캔버스를 바라보면서 마음으로만 그리고 있네요.

저자는 작은 스케치북에 여행지의 풍경뿐 아니라 지하철, 카페, 공원... 어디든지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그 중 사람들의 뒷모습이 인상적이에요. 낯선 누군가의 뒷모습에서 감출 수 없는 표정이 있다고 하네요. 그런 이유로 뒷모습만 그리는 화가가 있고, 뒷모습만 찍는 사진작가도 있대요. 가만히 뒷모습 그림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꾸며지지 않은 느낌이 주는 편안함이 있네요. 사실 제가 좋아하는 피사체는 꽃이에요. 신기하게도 나이들면 꽃이 좋아진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계절 따라 피고 지는 꽃, 그리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어딜 가나 꽃이 있는 곳에 시선이 머물더라고요. 저자가 그린 담벼락 꽃밭 그림이 참으로 정겹네요. 도시는 점점 좁은 골목과 담벼락이 사라지고 있어요. '햇살과 바람의 기울기에 시시각각 변하는 담벼락 화판은 누구의 손길도 필요 없이 그 자체가 자연의 갤러리' (219p)라는 표현이 못내 아쉬움으로 느껴져요. 비어있는 풍경, 그 여백의 소중함을 잊으면 안 되는데... 그림으로 쓰여진 책을 읽으면서 사람과 풍경, 평범한 나날들의 소중함을 배운 것 같아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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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층 소녀의 비밀 직업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스테이시 리 지음, 부희령 옮김 / 우리학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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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살 소녀 조에게 배웠어요. "가자!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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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층 소녀의 비밀 직업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스테이시 리 지음, 부희령 옮김 / 우리학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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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층 소녀의 비밀 직업》 는 1890년 미국 애틀랜타에 살고 있는 열일곱 살 소녀의 이야기예요.

가난한 중국인 소녀 조는 모자를 파는 상점에서 일하며 2년 내내 하루에 50센트,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으며 일했어요.

조는 올드 진과 함께 인쇄소 밑에 숨겨진 지하실에서 몰래 살고 있는데, 마부로 일하는 올드 진과 조의 월급을 합쳐도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어요. 거의 굶어죽기 직전의 상태로 하루하루 버티고 있어요. 그래서 잉글리시 부인에게 월급 인상 이야기를 꺼내려고 맘 먹었는데, 출근하자마자 해고를 당했어요. 그 이유는 조를 불편하게 여기는 숙녀분들 때문이라는 거예요. 최악은, 솜씨 좋은 조가 다른 모자 가게에서 일할 기회도 막아버렸다는 것.

"하지만 그것뿐만이 아니야. 너는 건방져. 너는 아무 때나 네 의견을 말하는 참견쟁이잖아.

어쨌든 요점만 말하자면, 너는 이 가게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거야. 오늘이 네가 마지막으로 일하는 날이다.

쓸데없이 일을 어렵게 만들지 마. 부인들 일을 거드는 하녀나 그 비슷한 일을 구하는 데는 아무 문제 없을 거야.

물론 모자 가게 수습생은 안 될 일이지. 이미 열여섯 명에게 이야기했고, 모두 너를 고용하지 않을 거라고 약속했어." (15-16p)

노동착취와 인종차별의 현장이 낯설지 않아서 더 씁쓸했어요.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이주노동자들도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고, 취업 석 달만에 해고된 사례도 있고, 난민, 결혼이주여성, 다문화가정 자녀 등 다양한 국적의 이주민들은 아직도 인종차별을 겪고 있다는 게 너무 화가 나네요. 도대체 왜들 이러는 걸까요. 피부색은 핑계일 뿐, 가난하고 힘 없는 약자를 향한 비열한 범죄예요.

소설의 배경이 된 19세기 중반, 미국에는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대거 유입되었고, 이들의 주류 사회 진입을 제한하기 위해 이민법을 마련하면서 아시아인을 미개하고 열등한 존재로 보는 부정적 편견이 강화되었다고 볼 수 있어요. 트럼프 정부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의 원인을 중국의 탓으로 돌리면서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와 부정적 편견이 더 악화되었고, 그 결과 미국 내 아시아인에 대한 증오범죄가 이전보다 확연히 증가했어요. 100여 년이 흘렀는데, 인종차별은 사라지지 않았다는 건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인종차별과 편견에 맞서 싸운 사람들의 존재를 잊어서는 안 될 것 같아요.

인쇄소 아래 비밀스러운 은신처 지하실에서 열일곱 살 소녀 조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현실의 장벽을 뛰어넘는 노력을 했어요.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했던가요. 작은 물방울도 계속 끊임없이 떨어지면 바위를 뚫어내듯이, 조는 해냈어요.



선명한 피가 주홍빛 바지를 적시고, 나는 진흙투성이가 되었다.

G로 시작하는 단어는 오직 하나만 말할 수 있다.

열세 살의 나를 떨게 했지만 이제 내 길을 가리키는 단어는 단 하나만 남았다.

가자 GO. (411p)


"한 걸음 내딛지 않으면 결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어." (423p)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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