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한 은둔자
캐럴라인 냅 지음, 김명남 옮김 / 바다출판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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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으로도 끌렸어요.

왠지 닮은 뭔가를 발견했을 때의 기쁨처럼.

그러나 이 책이 작가의 생전 칼럼을 묶은 유고 에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잠시 울적했네요.

《명랑한 은둔자》 는 캐럴라인 냅의 책이에요.

이 책은 캐럴라인 냅이 혼자 살고 혼자 일하면서 가족과 친구, 개와 소중한 관계를 맺으며 자기 앞의 고독을 외면하지 않았던 삶의 기록이에요.

캐럴라인 냅은 정신분석가 아버지와 화가 어머니 사이에서 쌍둥이로 태어났고, 20년 가까이 저널리스트로 살았으며 2002년 마흔두 살이 나이로 사망한 미국 작가예요. 생전에 세 권의 책과 사후에 두 권의 책이 전부인데, 모든 글은 회고록의 성격을 띠는 에세이라고 하네요.

《드링킹, 그 치명적 유혹》은 알코올 중독의 삶을, 《욕구들》은 다이어트 강박증과 섭식장애에 대한 관한 기록이고, 《남자보다 개가 더 좋아》는 개를 향한 지나친 애착을 다룬 책이라고 하네요. 이토록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작가의 용기와 매력적인 필력에 감탄했네요. 늘 원했지만 아직 갖지 못한 그것, 아무래도 이 책이 오즈의 마법사 역할을 해준 것 같아요.

 

"그냥 보통의 삶

나는 보통 사람이 되는 수업을 듣고 싶다.

이런 나를 도와줄 사람이 있을까?

나는 평범한 노동자, 전형적인 미국 중산층 시민,

바글거리는 군중 속의 이름 없고 얼굴 없는 한 구성원이고 싶다.

당신은 이게 무슨 뜻인지 아는가? 당신도 혹시 그러고 싶은가?

만약 그렇다면, 당신은 이것이 얼마나 손에 넣기 어려운 목표인지 알 것이다.

이것이 언뜻 생각하기보다 더 어려운 목표라는 사실을.

이것은 밤에 잠 못 이룬 채 인생의 대부분의 순간에

당신의 손을 벗어나 있는 듯한 단순함을 열망하는 마음이다.

겸손한 영혼을 갈망하는 마음,

당신의 기대를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낮춰줄 현실적 세계관을 갈망하는 마음이다.

쉬고 싶은 마음,

당신이 아닌 존재가 되려고 발버둥치기를 그만두고 (이 대목에서 깊은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그냥 당신으로 존재하고 싶은 마음이다." (28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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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의 앵커브리핑 2 - 바람은 언제나 당신의 등 뒤에서 불고 손석희의 앵커브리핑 2
손석희.김현정 지음 / 역사비평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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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던 뉴스룸을 다시 기억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책이 나왔어요.  《손석희의 앵커브리핑》 은 모두 2권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2권에서는 2014년 12월 31일의 앵커브리핑을 읽으면서 울컥했네요.

"2014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얼굴은?"이라는 질문에 대해 SNS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나와 있는데, 2023년 이 부분을 읽으면서 지금 우리는 악몽을 꾸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 소름돋았어요.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과거의 비극 속으로, 그 장면이 반복 재생된 것 같아 가슴 턱 막혀 숨쉬기 힘들었어요. 우리는 10.29 참사 희생자 159명의 이름과 얼굴을 기억해야만 해요. 그들은 우리 이웃이자 사랑하는 가족이었으니까요. 근데 경찰은 10.29 참사 희생자 명단을 무단으로 공개한 혐의로 온라인 매체 '민들레'를 압수수색했어요. 공정과 상식을 강조하더니,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한 발언이 아니었나봐요. 선택적 정의, 권력의 입맛대로 움직이는 경찰과 검찰 앞에서 국민은 또다시 희생되고 있어요. 올바른 비판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언론, 너무나 목마르네요.

 

먼저 부산의 김선아 씨가 흑백사진 한 장을 올려주셨습니다.

"잠시 일을 그만두신 아버지와 함께 지냈습니다. 

아버지의 청춘 이야기와 생각을 들었습니다.

실직을오 인해 늘 움츠러진 어깨. 그

 어깨로 묵묵히 험한 세상 버텨오신 아버지입니다."

홍예원 씨 "쌍용차 공장 굴뚝에 올라간 노동자들. 

잊지 말아야 할 우리의 모습입니다"라고 해주셨고,

이석운 씨도 "이 글을 보는 당신도 노동자 아닐까요"하셨습니다.

장주성 씨 "윤 일병이 지금쯤이면 달았을 상병 계급장입니다."

이렇게 가슴 찡한 사진 올려주셨고,

"납세자입니다" 신용쾌 씨가 올려주신 사진은 담배입니다.

동작구 이성일 씨 "반복되는 갑의 횡포, 반복되는 사고와 무능한 뒤처리. 이 가운데 '장그래'가 힘과 위로를 준 한 해였습니다."

축하할 일도 있군요. "첫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아들이 자라고 또 살아갈 세상은 보다 맑고 건강한 세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남종수 씨의 귀한 첫아들입니다.

다양한 의견들이 있었지만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가장 많았던 의견은 역시 잃어버린 304명의 얼굴들이었습니다.

이광진 씨가 이렇게 말합니다.

"세월호 아이들의 얼굴, 우리가 잊지 않기로 약속했잖아요."

...

내년에도 역시 우리는 수많은 얼굴과 마주치게 될 겁니다. 모두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얼굴만은 아니겠지요.

어떻게든 피하고만 싶은 얼굴 또한 여전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서로 '얼굴' 맞대고 '함께' 살아가야 하는 것이 우리네 사는 세상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리고 행복한 일 불행한 일 모두 겪어내며 한 해를 무사히 버텨온 여러분에게 해새 덕담은 멀리 아일랜드의 격언으로 대신하겠습니다.

 

바람은 언제나 당신의 등 뒤에서 불고,

당신의 얼굴에는 항상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길... (389-39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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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의 앵커브리핑 1 - ‘L의 운동화’는 집으로 가는 중입니다 손석희의 앵커브리핑 1
손석희.김현정 지음 / 역사비평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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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의 앵커브리핑》 은 우리 시대를 통찰하는 책이에요.

2014년 9월 22일부터 2019년 12월31일까지 방송된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 총 950편 중에서 284편을 뽑아 1권에 140편, 2권에 144편으로 엮은 선집이라고 해요. 솔직히 그때의 앵커브리핑이 너무 그립네요. 다시 볼 수 없어서 아쉽고 허전하네요.

 

가슴 묵직해지는 이야기 <동백꽃 지다> - 2016. 04.04

... 지금으로부터 68년 전 1948년 봄, 제주인 전체의 10%가 희생된 4.3 사건이 있었습니다.

남한 단독선거와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한 도민들의 봉기. 육지에서 출동한 토벌대는 이른바 '빨갱이'를 색출하기 시작했습니다.

김철희, 박순이...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두 명이도, 셋이어도 구분 없이 처형되었던... 야만적 이념의 시대.

그 참담함을 몸으로 겪은 한 아버지는 결심했습니다. '내 아이의 이름은 절대 같은 이름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

아버지는 아들의 이름을 요나라 요堯 북돋을 배培, 강요배라 지었습니다.

가슴이 묵직해지는 이야기지요, 그 후로도 68년... 숨죽이며 살아남은 사람들은 흐드러진 유채꽃만 보아도,

텃밭에서 씨알 굵은 고구마가 나와도, 죽임을 당해 묻힌 그들 생각에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합니다.

정부는 지난 2003년 제주도민들에게 학살을 공식 사과했습니다. 4.3 위령제는 국가추념식으로 격상되었지요.

하지만 낡고 견고한 이념의 벽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어제 열린 국가추념식에는 선거를 목전에 둔 정치인들의 발길만 분주했을 뿐

그들의 떠들썩한 정치적 구호는 공허했습니다. 대통령은 10년째 자리를 비웠고 일부 단체들은 여전히 '희생자 재심사'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동백꽃 지다>의 작가 강요배의 형 이름은 강거배. 두 아들을 잃지 않겠다는 아버지의 몸부림... 그리고 뚝뚝 떨어지는 붉은 동백 사이로 그렇게

망각이라는 이름의 더께까 쌓여가는 찬란한 봄날... (15-16p)

 

2022년, 정권이 바뀌자 우리나라는 선진국에서 뒷걸음치고 있어요. 작년 12월, 진실화해위원회에 새로 김광동 위원장이 취임했어요.

그런데 제주 4.3 사건이나 5.18 민주화 운동 등에 관한 과거 발언과 글이 논란이 되고 있어요. 김 위원장은 4.3 사건과 5.18 민주화 운동을 공산주의 폭동이라고 규정했던 뉴라이트 계열 인사예요. 과연 그를 임명한 대통령의 뜻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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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불 선진국 - 연대와 공존, 사회권 선진국을 위한 제언
조국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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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불 선진국》은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성찰을 담은 책이에요.

저자는 법학자이자 연구자,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이자 문재인 정부 공직자로 활동해왔어요.

이 책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성과와 한계를 이야기하면서 한국이 단기적인 선진국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선진국에 들어설 수 있는 올바른 방향을 모색하고 있어요. 저자는 선직국이 되었다고 시쳇말로 "국뽕이 차오른다!"라고 기뻐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며, 불평등과 양극화라는 심각한 문제점을 그대로 두면 선진국 한국의 지속 가능성은 약해진다고 경고했어요.

 

"한국은 '자유권 선진국'이다. 

그러나 인권의 다른 축인 '사회권'은 그렇지 못하다.

나는 2017년 《사회권의 현황과 과제》라는 책에서, 

[사회권은 왜 필요한 것인가? 시민의 육아, 교육, 주택, 의료 등에서 기본적인 보장을 받지 못하면 그의 삶은 언제든지 불안하고 피폐해질 수 있다. 이러한 기본적 보장이 없으면 시민은 자신의 삶을 주도하기 어렵고 사회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정치, 경제, 사회적 문제에 적극적 참여하고 주체적 선택을 하기 힘들다. 불법하거나 부당한 국가권력의 행사 앞에서도 침묵하거나 굴종하기 쉽다... 이제 남은 과제는 사회적, 경제적 민주화다. 정치적 민주화의 요체가 자유권이라면 사회적, 경제적 민주화의 요체는 사회권이다. 이제 연대와 공존의 원리가 새로운 시대정신이 되었고, 그 법률적 표현이 사회권이다.]라고 썼다.

... 법철학자 존 롤스 John Rawls 의 표현을 빌리자면, 평등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새로운 '반성적 평형'을 이뤄내야 한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정의와 형평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성찰하면서 새로운 규칙과 제도를 만들어내야 한다." 

(216-217p)

 

2022년 3월 출간된 이 책의 본래 목적은 연대와 공존, 사회권 선진국을 위한 제언인데, 현재 우리의 모습은 우려했던 문제점만 더욱 심화되었고 작년 무역적자는 사상 최악을 기록했어요.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자마자 된서리를 맞고 있는데 현 정부는 모든 책임을 지난 정권에게 미루면서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고 있으니, 각자도생 고난의 행군이 시작됐네요. 책의 마지막 문장이 예리하게 훅 들어오네요. "칙칙하고 암울한 장면을 보고 견뎌야 하는 인내심이 필요한 시간이다." (22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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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 - 한국 사회는 이 비극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김승섭 지음 / 난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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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으면

꼭 용기를 내주세요." (7p)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는 김승섭 교수님의 책이에요.

이 책에서는 세월호 참사와 천안함 사건을 통해 한국 사회가 이 비극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어요.

사실 천안함 사건은 2010년 3월 26일 9시 22분 서해 바다에서 폭침으로 가라앉은 배와 순직한 46명의 군인이 있다는 언론기사 내용으로만 기억하고 있어요. 그 폭침에서 살아남은 생존장병들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어요. 저자가 천안함 생존장병 연구를 하게 된 계기는 세월호 참사였다고 해요. 2016년 4.16 세월호 참사 특조위에서 발주한 <단원고 학생 생존자 및 가족 대상 실태조사>를 진행하면서 6개월 동안 생존학생과 그 부모를 만나 그 목소리를 기록하고 정리했는데, 가장 어려웠던 점은 참사 생존자들이 가지고 있던 연구자들에 대한 불신이었다고 해요. 당시 박근혜 정부가 은폐하고 왜곡했던 걸 고려한다면 참사 피해자들의 적대감은 당연한 결과일 거예요. 그래서 저자는 연구를 끝낸 뒤,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과 함께했던 인터뷰 내용을 『한겨레 21』에 연재했다고 해요. 그때 연재 작업을 함께 하고 있던 정환봉 기자가 천안함 생존장병에 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연구를 맡아줄 수 있느냐는 제안을 했고, 천안함 생존장병 연구를 책으로 출간하게 된 거예요.

천안함 폭침 사건은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대답이 달라질 수 있어요. 군사적 충돌의 관점에서 보면 적과 어떻게 교전했고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는 중요한 안보 사건이 될 것이고, 침몰하는 배에서 동료를 잃고 살아남은 사람들에 주목한다면 세월호 참사와 같은 재난 생존자 사건이지만 이 두 가지 관점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천안함은 산업재해 사건이라는 것.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군인들이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다 목숨을 잃고 다친 일이므로 공무상 순직인데, 일하다 발생한 사건으로 노동자가 고통받게 되었다는 본질은 같기 때문에 산업재해 사건이라고 부르는 거예요. 여기서 충격적인 사실은, 천안함 생존장병은 국가유공자에 선정되지 않았을뿐 아니라 국가로부터 아무런 지원도 받지 않았다는 거예요. 2018년 당시까지 전역 이후 PTSD 치료비를 사비로 지불했다고 해요. 사망한 46명의 장병은 화랑무공훈장을 받으며 숭고한 희생을 한 존재가 되었지만, 살아남은 58명의 장병은 패잔병이라는 부당한 낙인과 싸워야 했고, 폭침 이후 얻은 PTSD로 병원 치료를 받으며 국가유공자가 되기 위한 힘겨운 싸움을 계속 했다는 거예요. 이런 상황 속에서 살아남은 스스로가 실망스럽다고 답한 생존장병이 45.9% (11명/ 24명)라는 결과가 씁쓸하네요.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 피해자 모욕을 합리화하는 진영 논리예요. 천안함 사건과 세월호 참사는 서해 바다에서 4년의 시차를 두고 생겨난 가슴 아픈 사건인데 이 두 사건을 조롱하는 사람들은 정치적 이슈로 몰고 가며 상처를 곪게 만들었어요. 세월호 피해자에게는 '빨갱이'나 '시체팔이'라는 욕이, 천안함 피해자에게는 '얼마 받았길래 이명박한테 그렇게 충성하냐?'라는 근거 없는 비난이 가해졌는데, 소름끼치게도 작년 10.29 참사 때 똑같은 조롱과 모욕이 반복되었어요. 한국 사회에서 피해자가 된다는 게 어떤 일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어요. 우리는 이 비극을 기억하며 인간으로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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