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똑같이 살 순 없잖아 - 그것대로 괜찮은 삶의 방식
김가지(김예지) 지음 / 다크호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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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기준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는 건 쉽지 않지만 꽤 멋진 일인 것 같아요

《저 청소일 하는데요?》의 저자 김예지님처럼 말이에요. 스물일곱 살에 처음 청소일을 시작하여 솔직하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준 저자에게 신선한 자극을 받았더랬죠. 무얼 하든지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않았던 나 자신이 떠올라서 슬그머니 부끄럽기도 했어요. 암튼 저자의 근황이 궁금했는데 이번에 나온 신작은 "엄마와 딸" 이야기라서 은근 감동을 주네요. '나의 이야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는 역시 '엄마'인 것 같아요.

《다 똑같이 살 순 없잖아》는 두 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에요.

저자 예지님은 "어떻게 '나 자신을 믿을 용기와 의지'를 가질 수 있었나요?" (4p)라는 질문에 "'사랑' 덕분이에요."라고 답해주네요.

뻔한 답변일 순 있지만 이 책을 읽고나면 똑같은 답변에 가슴이 뭉클할 거예요. 왜냐하면 그 사랑을 아낌없이 쏟아 준 '엄마'의 마음이 보일 테니까요. 스스로 철이 좀 들었나보다 느낀 순간이 있는데, 라디오 사연을 듣다가 '엄마'라는 단어에 어찌나 가슴이 찡하던지... 아마 그때부터 엄마와 통화를 하면 꼭 끊기 전에 사랑한다는 말을 했던 것 같아요. 처음엔 어색했는데 이제는 엄마도 "나두 사랑해~"라고 말해주는 사이가 됐어요.

이 책에는 두 여자의 이야기, 김예지님과 노승희님의 슬기로운 모녀 생활이 담겨 있어요.

세상에 모든 엄마와 딸 사이가 좋을까요. 노노노, 생각보다 사이가 나쁜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아요. 유독 모녀 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 관계에서 비롯된 고민들이 많은 걸 보면 아무리 혈연이라도 당연한 관계는 없는 것 같아요. 저자는 엄마의 사랑을 '무리하는 마음'이라고 표현했는데, 정말 적절한 표현이라 감탄했어요. "사랑하지 않으면 절대 그 누구도 무리하지 않는다는 걸 이제 알기에... 엄마에게는 늘 조금 무리하고 싶다." (49p)

수많은 불효자들이 생기는 이유는 부모의 사랑이 '무리하는 마음'이란 걸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걸 다 내어줘도 아까워하지 않는 그 마음이 사랑이라는 걸, 그래서 우리는 사랑하면 사람이 바뀌나봐요.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말이죠. 엄마와 딸, 노승희와 김예지라는 두 사람의 관계를 보면서 사랑이라는 따스한 감정뿐 아니라 관계를 풀어가는 현명한 지혜를 배웠네요. 둘 다, 무던히도 노력했구나, 좋은 관계란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노력의 결과물이라는 걸 알게 됐네요. 다 똑같이 살 필요는 없지만 슬기로운 모녀 생활의 팁은 꼭 배워야겠어요.



"친구가 그러는데 엄마가 많이 참아주고 있을 거래, 우리 관계를 위해서. 엄마 많이 참았어?"

엄마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그걸 말이라고 하니? 엄청 참았지!"

양심상 엄마도 조금은 참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엄청 참았구나. 당황스럽네.

"아, 나는 엄마가 성격이 그러니깐 그냥 넘기는 줄 알았는데, 참아줬던 거야?"

"그럼!"

"그러고 보니 엄마가 많이 참아주긴 했어. 내가 워낙 지랄했어야지."

그때 엄마가 다시 말을 이었다.

"아, 근데 생각해 보니까 참았다기보다는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거 같다.

엄마도 사람인데 어떻게 만날 참겠니. 참으면 화병 들고 속이 얼마나 곪는데.

그래서 무조건 참기보다는 '쟤가 왜 저럴까?' 하고 이해하려고 했던 것 같아.

'쟤도 저러고 싶어 그런 게 아닐 텐데, 어떤 마음으로 그러는 걸까?'라며 이해하려고 노력했지.

그러면 네 행동에 화가 덜 나더라고.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견딜 수 있더라고...

근데 가끔 너무 이해가 안 될 땐 나도 화를 내잖아."

"맞아! 엄마가 날 이해해주려고 많이 애쓰긴 했지. 그래서 엄마가 나한테 화낼 땐

'진짜 이유가 있는 거다'라고 생각했던 거 같아. 웬만해선 나한테 화를 안 내는 사람이니까.

엄마가 많이 노력해줬네."

"몰랐니?" (65-6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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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수생각 1
박광수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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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책이네요.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광수생각》 1권이에요.

"어느 날 아침, 전혀 새로운 것이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언제부터인가 뽀리는 우리의 마음을 들여다보기 시작했고,

우리는 그의 눈을 통해 세상을 느끼기 시작했다."

단순히 만화책으로 기억되는 게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특별한 이야기로 남아 있어요.

응답하라~ 1997년, 뽀리야!

이 책은 1997년 4월 4일부터 조선일보에 연재한 만화 <광수생각>을 묶어 펴낸 단행본 중 첫 번째 작품이에요. 당시 엄청난 이슈가 되면서 만화가 박광수라는 이름 앞에 '인기 작가'라는 수식어가 붙었더랬죠. 오랜만에 다시 보니 반가움과 동시에 덜컥했어요. 1997년 상반기는 웃을 수 있지만 하반기에는 국가부도위기 직전 IMF 구제금융 요청했던 시기라서 사회 전반이 뒤숭숭했더랬죠. 까맣게 잊고 있었어요. 마냥 즐거운 추억만 있었던 게 아닌데 말이죠. 서럽고 억울하고, 많이 아프고 괴로웠던 순간들... 솔직히 삭제하고 싶었고 애써 외면했던 것 같아요. 근데 공교롭게도 2023년 상황이 심상치가 않아서 자꾸 마음이 무거워져요. 이럴 때 뽀리는 어떻게 했더라... 뽀리는 성인군자도 아니고, 대단히 양심적인 사람도 아니지만 약간 허술하고 부족해서 더 친근했던 것 같아요. 일상에서 우리가 투덜대듯이, 이것저것 참 불만이 많은 뽀리를 보면서 슬그머니 반성을 하게 되네요. '나라고 뭐 다른가?'라는 생각에 부끄럽다가, '아니지, 그래도 정신을 차리고 노력해야지.'라며 주먹을 불끈 쥐게 되네요. 광수생각이 늘 옳다고 말할 순 없지만 가끔 마음을 울리는 그 순간 때문에 "좋았다!"라고 말할 수 있어요. 어설픈 위로나 희망 대신에 작은 공감을 주는 이야기, 그것만으로도 충분해요. 뽀리가 최선을 다해 오늘을 살아가듯이, 우리도 열심히 힘내서 살아가봐요. 뽀리와 함께, 적어도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큰 힘이 되기도 하니까요. 아듀, 1997... 과거 악몽에 떨지 말고 지금을 살아내야지, 우린 할 수 있다고요.



"제가 술을 안 마실 수 있겠습니까? 경제는 땅바닥을 설설기죠. 동료들은 매일 사직서를 쓰고...

강도, 강간, 살인 매일 무서운 일이 일어나죠. 과로에...

상사 눈치 보랴, 애들은 빽빽 울고, 차는 막히고, 그것뿐만이 아니죠.

청문회 한답시고, 지들끼리 욕하고 싸우고 다들 자신만 옳다고 하고...

진짜 양심없는 세상이라구요. 이 세상에 양심으로 사는 사람이 있습니까?

양심 냉장고? 웃겨 정말.

나두 웬간하면 술 안마시는 사람인데,

세상이 날 술마시게 한다니까... 정말 여러분 양심껏 똑바로 삽시다! 양심!"

(음주운전 단속 중인 경찰관) "아 글쎄 부시고 이야기 하시라니까요."

- 남의 눈의 가시보다 자신의 눈의 기둥을 먼저 빼자. 광수생각.EиD. (27p)


"저는 권투선수입니다.

제 곁에는 언제나 저를 보살펴 주시는 관장님 트레이너님이 계십니다.

그리고 언제나 저의 승리를 기원해 주시는 두 분 부모님.

감사한 마음 늘 저와 함께 합니다. (우리애가 맞아요...)

그러나 인생이 그렇듯이 정작 링위에서는 혼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경기의 승패는 중요하지 않을지 모릅니다.

다만 제가 링 위에서 모든 힘을 쓰고 내려오기만을 기원할 뿐입니다. (아파...)"

-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광수생각. EиD. (13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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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수생각 1
박광수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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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7, 뽀리야! <광수생각> 첫 번째 책으로 추억 여행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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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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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풍경은 덜어내거나 보탤 것이 없어요. 그냥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 되니까요.

하지만 사람의 말은, 똑같은 단어를 썼다고 해서 동일한 뜻으로 전해지는 건 아니라서 종종 오해와 갈등이 생기는 것 같아요. 구구절절 주저리주저리 쏟아놓을수록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하고요. 때론 침묵이 가장 현명한 선택일 때가 있어요. 무엇을 말하느냐보다 언제 입을 다무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걸 안다면 말이죠. 무작정 말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말과 말 사이의 여백을 두는 거죠. 그래야 상대방이 생각할 틈이 있을 테니까요.

글은 어떨까요. 말과 다르게, 길면 길수록 더 많은 것들을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방대한 분량의 명작도 존재하지만 글자수는 형식일 뿐, 짧고도 강렬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 있어요. 바로 클레어 키건의 2009년 작품인 《맡겨진 소녀 foster》 가 그래요.

이 소설을 읽다가 "나는 망설임 없이 아저씨를 향해 계속 달려가고, 그 앞에 도착하자 대문이 활짝 열리고 아저씨의 품에 부딪친다. 아저씨가 팔로 나를 안아든다. 아저씨는 한참 동안 나를 꼭 끌어안는다." (97p)라는 대목에서 뭉클했어요. 왈칵 눈물이 났어요. 어린 소녀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야기, 줄거리는 간단하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들이 일렁일렁 밀려오는 순간이었어요. 다섯째를 임신한 엄마는 아빠와 상의 끝에 셋째 딸인 주인공 소녀를 친척집에 맡겼어요. 차를 타고 가는 과정이나 친척집에 도착해 대화를 나누는 아빠의 태도는 무심함 그 자체예요. 킨셀라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말이 많은 편은 아니고 무뚝뚝하지만 따뜻한 배려가 느껴져요. 소녀는 말 없이 그 분위기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고, 어떠한 설명 없이도 전부 이해가 되는 장면들이 펼쳐져요.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것, 그 심오한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도록 작가는 묵묵히 기다려준 거예요.

소설의 마지막 문장 역시 얇고도 예리하게 마음을 파고드네요.

"아빠." 내가 그에게 경고한다.

그를 부른다. "아빠." (98p)

클레이 키건은 24년간 활동하면서 단 4권의 책만 냈는데, 그 모든 작품들이 "긴 단편소설"이라는 것, <가디언>은 키건의 작품을 "탄광 속의 다이아몬드처럼 희귀하고 진귀하다"라고 평했다는 것. 이 책을 덮으면서 문득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이라고 알려진 헤밍웨이의 글이 떠올랐어요. 단 여섯 개의 단어로 이루어진 소설, "For sale : Baby shoes. Never worn. ( 팝니다 : 아기 신발. 단 한 번도 신지 않았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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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지 않다고 외치고 나서야 괜찮아지기 시작했다
정순임 지음 / 파람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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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지 않다고 외치고 나서야 괜찮아지기 시작했다》는 정순임 님의 인생 회고록이에요.

저자는 15대를 한 곳에 터 잡고 살아온 봉건시대 양반집 가문의 둘째이자 딸로 태어나 만만치 않은 삶을 살아왔다고 하네요.

태어나면서 세상을 다 가진 맏아들 다음에 둘째로 태어난 딸이라서 차별 속에서 자존심을 키워나갔다는데 그 성격 때문인지 사남매 중에서 유독 엄마에게 야단을 많이 맞았다고 해요. 어릴 때는 딸이라서 서러웠고, 커서는 여자라서 힘들었다는 저자의 이야기가 어쩐지 낯설지 않아요.

"괜찮다 괜찮다 하면 괜찮아질 줄 알았다.

그러려니 덮어두면 아무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죽는 날까지 살아질 줄 알았다.

50년이 넘는 시간을 아무것도 아니라고, 나만 그런 것도 아니라고, 그러니 별 거 아니라고,

그냥 잊어버리자고 입 앙다물고 두 손 볼끈 쥐고 걸어왔는데, 괜찮아지지 않았다." (5p)

마음의 상처가 아닌 척 덮는다고 사라질 리 있겠어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괜찮지 않았던 삶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어요.

책 표지와 본문 그림은 저자의 둘째 딸이 그렸다고 하네요. 둘째 딸인 엄마를 위해 둘째 딸이 그린 그림으로 완성된 한 권의 책이라니 멋진 것 같아요. 담담하게 살아온 이야기를 말하기까지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을까요.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두 딸들에게 숨기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었을까라는... 자녀 입장에서는 부모의 괜찮지 않은 모습을 보는 일이 괴로울 수도 있으니까요. 장성한 자녀일지라도 부모 앞에서는 한없이 어린애가 되니까요. 그럼에도 이야기했던 이유는 딸들이 살아갈 세상은 자신과 다르길 바라니까, 더 나아지길 원하기 때문이겠지요. 그것이 엄마의 마음인 것 같아요. 쉰을 넘긴 딸은 과거 속 엄마에게 느꼈던 서운함을 이제서야 말할 수 있었고, 드디어 어린 순임이의 마음을 다독여줄 수 있었네요.

"결혼이란 것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사는 일만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내가 사랑이라 믿었던 그것이 '여자이기 때문에 참아야 한다고...' 라는

노래의 다른 버전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그러고도 많은 시간을 버티고, 견디고, 무너지고 나서야

그곳에서 걸어 나올 수 있었다." (88p)

누구도 벼랑 끝을 알고 달려가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사랑과 결혼은 동의어가 아님을 뼈아픈 경험으로 알게 된다는 건 슬픈 일이에요. 원가족 때문에 상처받았다고 여겼는데 훗날 저자를 붙잡아 준 이들은 친정엄마와 친오빠, 남동생이었네요. 이것이 가족의 힘이겠지요. 힘들게 하는 것도 힘을 주는 것도 가족이라는 사실. 세상에 당연한 건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늘 고마운 마음으로 살아야 할 것 같아요. 때때로 아팠던 삶을 돌아보며 저자는 비로소 아름다운 삶의 꽃을 피웠네요. 존재하지 않았으면 하는 이야기라고 했지만 잘 버텨낸 저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네요. 산수헌에서 담그는 된장, 간장, 고추장처럼 오래 묵은 장맛 같은 인생 이야기였네요.

"슬픔이 말을 거는 날은 무엇보다 나를 설득할 수 있는 문장을 찾아내야 한다.

나를 설득할 수 있는 바람을 만나야 하고, 그런 하늘과 함께 바닷길을 걸어야 한다." (20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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