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스미스 - 경제학의 아버지, 신화가 된 사상가
니콜라스 필립슨 지음, 배지혜 옮김, 김광수 감수 / 한국경제신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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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스미스》는 애덤 스미스 탄생 300주년 기념 평전이라고 해요.

스미스의 전기는 어떻게 완성되었을까요. 전기 작가가 할 수 있는 일은 찾을 수 있는 자료를 모두 동원해 인물의 삶과 작품을 조명하여 믿을 만한 이야기를 구성하는 것이라고 해요. 니콜라스 필립슨은 에든버러대학교 역사학과 명예 연구원이자 전기 작가로서 굉장히 애를 먹었다고 해요. 왜냐하면 스미스는 자신에 대한 기록을 철저히 숨기려 했기 때문이에요. 철학 연구를 시작한 젊은 시절에 대해 알려진 바는 거의 없고, 글래스고대학교에서 철학 교수로 활동하던 시기와 관세위원으로 재임할 때의 기록은 적게나마 남아 있다고 해요. 그가 쓴 서신 193통과 받은 서신 129통만 남아 있는데 그나마도 반 이상은 <국부론> 출간 이후인 인생 후반기에 주고받을 것들이라고 해요. 이토록 기록이 적게 남은 건 사생활을 지키고자 자신의 강의 자료와 함께 서신들을 파기해버린 탓이에요. 저자는 그의 삶을 이해하려면 그가 사생활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며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이야기하네요. 커콜디와 글래스고에서 그가 유일하게 관심을 쏟았던 여성인 어머니와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으며, 에든버러로 이사한 후 애덤 스미스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당시 80대였던 어머니의 초상화를 의뢰하는 것이었대요. 애덤 스미스의 어머니 마거릿 스미스는 일생 동안 사교계에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을 가진 인물이었고, 한때 스미스의 제자들은 스미스의 눈에 드는 두 가지 방법으로 그의 철학과 어머니를 꼽기도 했대요. 애덤 스미스의 첫 번째 정식 전기인 듀걸드 스튜어트의 <법학 박사 애덤 스미스의 삶과 작품>은 에든버러 왕립학회를 위해 쓰여 1794년 출판됐고, 여전히 없어서는 안 될 출처로 남아 있다고 해요. 스튜어트는 노년 시절 스미스를 잘 알고 지냈기 때문에 그가 경험한 지적, 정치적 환경을 이해했고, 우리가 알고 있는 고전적인 애덤 스미스의 초상을 제시했어요. 책 표지를 장식한 애덤 스미스의 초상을 보니 영국 화폐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2007년 3월에 영국 20파운드권에 스미스의 옆 얼굴이 들어갔는데, 스코틀랜드 출신이 영국 화폐에 등장한 건 처음이래요. 정작 스콜틀랜드에선 왜 (50파운드인) 스코틀랜드보다 낮은 20파운드권인가라는 불만이 나왔대요. (과거 스코틀랜드의 50파운드짜리 지폐에 등장한 적이 있음) 스미스 탓에 지폐에서 빠지게 된 작곡가 에드워드 엘가의 팬들도 부적절하다며 항의했다네요. 암튼2009년 첨단기술을 접목한 신권을 발행하면서 스미스 자리는 여성 참정권 운동가 엘시 잉글리스로 바뀌었대요. 스코틀랜드 커콜디에서 태어나 고전 경제학의 창시자로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렸고, 1776년 출간한 국부론은 근대 경제학의 출발점이 됐는데,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영국 지폐 모델에서 사라지고 말았네요.

저자는 현존하는 스미스의 전기들과 주요 기록, 강의 노트들을 통해 스미스가 이뤄낸 지적 발전 과정을 조명하고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강인하고 야심찬 젊은 철학자에 관한 이야기이자 그가 자신을 형성한 지적 세계를 어떻게 만났는지에 관한 이야기라고 소개하네요. 이 책에서는 커콜디에서 보낸 어린 시절, 글래스고와 옥스퍼드에서의 학창 시절, 에든버러의 초기 계몽주의, 스미스의 에든버러 강의, 글래스고대학교의 도덕철학 교수 생활, 버클루 공작과 함께 한 유럽 여행, <도덕감정론> 및 문명화 과정의 본질, <국부론> 집필과 보이지 않는 손의 의미, 흄의 죽음, 에든버러에서 보낸 마지막 생애를 만날 수 있어요. 그의 삶과 철학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지속적인 특징은 겸손이며, 겸손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철학을 완성했다고 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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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물리학
블라트코 베드럴 지음, 조은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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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무엇이 보일까요.

과학자들의 머릿속이 궁금하다면 그들의 책을 읽으면 돼요. 우리는 이해할 수 있는 만큼 알아가면 되는 거예요. 아무리 쉽게 썼다고 해도 독자 입장에서 늘 쉬운 건 아니지만 적어도 과학자와 일반인의 간극을 조금씩 줄여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거죠.

《고양이와 물리학》은 양자물리학자가 쓴 책이에요. 저자는 세르비아 태생의 물리학자로 현재 옥스퍼드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양자 얽힘과 양자 정보 이론의 전문가이며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에서 이학사 및 철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연구원 과정을 거쳐 리즈대학교에서 양자 정보 과학의 100주년 교수를 역임했다고 해요. 환원주의자로서 (환원주의란 쉽게 말해 큰 것을 작은 것으로 환원하여 연구하는 것으로 철학에서 복잡하고 높은 단계의 사상이나 개념을 하위 단계의 요소로 세분화하여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견해라고 함) 물리학부터 화학, 생물학, 사회학, 경제학까지 다양한 수준의 복잡계에서 나타나는 이질적인 현상들을 양자역학의 시선에서 분석해왔는데 그 결과물이 이 책이라고 하네요.

아주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처음 등장하는데, 이 책이 나올 수 있었던 결정적인 순간이라고 볼 수 있어요. 옥스퍼드의 하트퍼드 칼리지에서 열린 만찬에 재계 인사와 언론인, 자연과학자와 사회과학자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에서 총 스무 명이 참석했는데, 이들을 초대한 사람은 정치경제학자이자 TV쇼 사회자인 윌 허튼이었대요. 그 자리는 파괴적 기술을 주제로 토론하기 위한 것으로, 허튼이 사회자 역할을 했대요. 식량 부족에서 지구온난화 그리고 과학과 정치의 대중화에 이르는 거창하고 복잡한 주제들의 대화가 오고갈 때 양자물리학자인 저자는 묵묵부답, 할 말이 없었는데 갑자기 허튼이 "블라트코, 우리에게 다음으로 주어진 가장 큰 도전이 뭐라고 생각합니까?"라고 묻더래요. 당황했지만 순간적으로 "우리의 가장 큰 도전 과제는 마이크로와 매크로 사이의 간극에 다리를 놓는 것입니다." (14p)라고 답했고, 다들 수긍하는 분위기로 술렁거렸고 뒤이어 "여러분이 하는 과학 중에 우리 양자물리학처럼 미세한 세계를 다루는 것은 없습니다. 우리는 존재하는 가장 작은 규모를 연구하고 있죠. 감히 제안하는데, 우리 양자물리학자들이 마이크로와 매크로 사이에 다리를 놓을 수 있다면 여러분의 간극은 흔적조차 남지 않고 사라지게 될 겁니다!" (16p)라고 말했대요. 잠시 침묵이 흘렀고 이내 사방에서 웃음이 터지면서 "우리 모두의 문제를 해결해 주시오!" "양자역학이 우리를 구한다!"라고 외쳤대요.

그러니까 이 책은 다양한 학문 분야에 존재하는 마이크로와 매크로 사이의 간극을 들여다보면서 이미 다리가 놓인 곳과 아직 간극이 남아 있는 곳을 찾아보는 여정이라고 볼 수 있어요. 물리학, 화학, 생물학, 자연과학, 경제학, 사회생물학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크게 둘로 나누고 있는 자연과학과 사회과학 사이에 다리를 놓는 작업을 보여주네요. 저자는 물리학은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지식 탐구 과정이며, 양자물리학은 프사이( Ψ , psi 파동함수)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밝히는 학문이고, 이 변화를 기술하는 법칙이 슈뢰딩거 방정식이라고 이야기하네요. 양자물리학에서는 계속해서 현실이 창조됐다가 파괴되므로 유물론가 설 자리를 잃게 만들지만 세상을 덜 실재하게 만들기 때문에 현실을 단순화하고 세계에 대한 이해를 크게 통합했다는 거죠. 양자물리학이 어디까지 설명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지만 꽤 많은 것을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간극을 좁히는 열쇠로 본 거예요. 인류를 진정으로 구원할 대통합을 방해하는 간극들을 찾아내고 채워가는 것이 과학의 일이니까요. 그러니 과학을 모르고서는 이 세상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결론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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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5분 잡학사전
니꼴라스.배지현 지음 / 이지스퍼블리싱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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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5분 잡학사전》은 학교에서 알려주지 않는 IT 지식을 다룬 책이에요.

디지털 시대에 IT 지식은 선택이 아닌 필수 교양지식이에요. 어떻게 익혀야 할지 고민이라면 이 책으로 시작할 수 있어요.

비전공자, 초보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IT 용어와 개념을 에피소드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어요. 깔끔한 구성과 귀여운 일러스트 덕분에 IT 용어, 새로운 개발 환경,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한 지식들을 친근하게 배울 수 있네요.

이 책은 노마드 코더 유튜브 채널에서 다룬 내용들을 그대로 엮지 않고 좀더 초보자 눈높이에 맞춰 보완하여 만들어졌다고 해요. 원래 유튜브 채널에서도 문과생과 60대 부모님도 볼 수 있는 쉬운 IT 영상을 목표로 만든 5분 시리즈가 큰 호응을 받았다고 해요. 그만큼 쉽게 알려주는 IT 수업에 목말라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증거일 거예요.노마드 코더를 설립한 천재 코더 니꼴라스와 노마드 코더의 유튜브 편집자이자 크리에이터인 배지현님이 IT 외계어를 5분 안에 싹 정리했어요. 책 제목은 잡학 사전이지만 확실한 IT 개념사전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목차 다음에 코딩& IT 기본 용어 81가지 목록과 관련 내용을 찾아볼 수 있는 쪽수가 표시되어 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책을 읽고 나서 IT 용어 목록을 확인하면 메타인지를 높이는 학습이 가능해요.

책의 구성은 크게 다섯 마당으로 코딩별 안내서 기초편, 웹 기술 편, 컴퓨터 공학 편 ①, 컴퓨터 공학 편 ②, 최신 기술 편으로 되어 있어요. 중간에 IT 쿠키 상식는 살짝 쉬어가면서 정보도 제공해주는 알찬 코너예요. 노마드 코더 니꼴라스는 어릴 때부터 혼자 프로그래밍을 독학했고, 굳이 프로그래밍을 배우기 위해 대학을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대요. 하지만 온라인 강의와 책 등으로 혼자 공부하느라 힘들었다면서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프로그래밍을 독학한 사람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와 이를 피하는 방법을 알려주네요. 첫 번째 실수는 공부만 하고 실제로 무언가 만들어 보지 않는 거예요. 프로그래밍을 공부한다면 나만의 코드로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거죠. 초보자는 본인 수준에 맞게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고 쉬운 것부터 시작하면 돼요. 뭔가를 만들고 창조해야 프로그래밍 실력이 늘어요. 두 번째 실수는 항상 프로그래밍을 할 준비를 더 해야 한다는 생각인데,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프로그래밍을 시도조차 않는 건 도움이 되지 않아요. 코딩 강의와 책만 볼 게 아니라 스스로 프로그래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자신의 성과를 측정하고 싶다면 뭐든지 일단 만들어볼 것. 그런 의미에서 주니어 개발자에겐 특히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초보자를 한 단계 끌어올려주는 컴공 사전인 것 같아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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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뼈, 드러난 뼈 - 뼈의 5억 년 역사에서 최첨단 뼈 수술까지 아름답고 효율적이며 무한한 뼈 이야기
로이 밀스 지음, 양병찬 옮김 / 해나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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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궁금해!

뼈에 관한 이야기라니, 일단 호기심을 자극했던 것 같아요. 익숙한 주제인데 정작 아는 건 별로 없더라고요.

뭘까, 뭐길래 아름답고 효율적이며 무한한 뼈 이야기라고 표현했을까요. 뼈에 관한 책이니, 빼놓을 수 없는 질문이 있어요.

사람의 뼈는 모두 몇 개일까요.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주저없이 "206개요."라고 자신있게 외쳤을 거예요. 하지만 실제 정답은 복잡해요. 사람마다 안면 특징, 머리카락색, 키, 신발 사이즈가 다르듯이 피부 밑에도 그와 유사한 차이점이 존재하기 때문이에요. 신경, 힘줄, 동맥, 뼈 등등 어느 것 하나 독특하게 배열되지 않은 것이 없다고 해요. 내 몸속에 존재하는 그것들의 정확한 위치와 크기가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거죠. 세상에서 '나'란 존재가 유일하다는 건 과학적 근거를 둔 얘기였던 거죠. 그러니 사람의 뼈는 세는 사람이 누구냐, 무엇을 뼈에 포함시킬 것이냐, 언제 셀 것이냐, 어디를 참고할 것이냐에 따라 달라져요. 무엇보다도 왜 굳이 세려고 하는지 묻고 있어요. 여러 가지 이유로 의대생, 외과의사, 고생물학자에게 유의미한 뼈의 개수가 각각 다르고, 뼈의 정확한 개수를 밝히려면 충분한 방사선에 노출되어야 하는데,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알고 싶은 사람은 없을 거예요. 우리가 선호하는 206개의 뼈는 이름을 가지고 있어요. 서양 과학의 기본 언어는 라틴어라서 대부분의 뼈는 라틴어 이름을 갖고 있고, 일부는 그리스어로 만들졌어요. 얼핏 보면 대단한 이름 같은데 실제로는 뼈의 모양을 기술했을 뿐이에요. 포라멘 마그눔은 두개골의 밑바닥에 있는 지름 2.5센티미터의 구멍을 말하는데 여기서부터 척수가 시작돼요. 포라멘 마그눔이라고 하면 매우 중요한 단어일 것 같지만 일상어로 번역하면 '큰 구멍'이라는 것. 어려운 라틴어 때문에 속은 느낌이에요. 암튼 사람의 뼈에 관한 최선의 답은 아무도 정답을 모른다는 거예요.

뼈의 세계가 흥미로운 이유는 그 다채로움에 있어요. 어떤 동물들은 인간에게 없는 독특한 뼈를 가졌는데, 통상적인 인간의 벼 206개에 속하는 게 하나도 없어요. 또한 성장하는 뼈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은 그야말로 장관이라고 해요. 자라는 나뭇가지 끝부분에 조그만 정사각형 모양의 미끄러운 바나나껍질(자유로이 미끄러지는 연골을 연상하기 위한 비유) 하나를 씌운다고 생각하면 돼요. 나뭇가지가 길어지면 바나나껍질은 앞으로 밀려나가듯이, 자라는 뼈는 그 뒤를 채우면서 앞으로 밀려나는 거예요. 뼈의 말단에서 연골모 바로 아랫부분을 성장판이라고 부르는데 호르몬 자극을 받아 새로운 뼈세포를 신속히 만들어내며 연골모를 앞으로 밀고 나가는 거예요. 포유동물의 뼈는 특정한 크기까지 자란 후 멈추도록 유전적으로 프로그래밍되어 있어요. 그 통제 요인은 뇌하수체 전엽에서 분비되는 성장호르몬인데 너무 많이 분비되거나 반대로 적게 분비될 때 난쟁이증이나 거인증이 발생해요. 다양한 뼈 질환과 치료법, 뼈 수술의 역사, 몸속 뼈를 보는 법, 그리고 화석과정학자와 고생물학자들이 뼈 분석을 통해 역사를 재구성하는 과정은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이른바 드러난 뼈는 우리에게 엄청난 정보를 제공했고 앞으로 계속 될 거예요. 지구상에 살았던 동물들의 뼈 일부가 화석화되어 수백만 년 동안 붕괴하지 않고 견뎌낸 것도 놀랍지만 그 뼈의 정체가 드러나 지구의 역사를 밝히는 데 도움을 줬다는 점이 경이로워요. 살아 있는 생명체의 뼈는 숨겨진 상태를 유지하고, 죽은 후에는 드러난 뼈로 지구의 역사와 인류 활동에 이바지한다고 생각하니, 저자의 말처럼 뼈는 인류의 유산인 동시에 전설이며, 세계 최고의 건축자재라는 것이 가장 적절한 표현인 것 같아요. 현재 UCLA 정형외과 임상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 로이 밀스는 환자를 진료하거나 연구하지 않을 때는 가드닝, 자전거, 조깅을 하면서 자신의 뼈를 튼튼하게 만들고 있다네요. 이 책을 보고나니 나의 숨겨진 뼈를 새롭게 발견한 느낌이에요. 뼈에 관해 알고나니 온통 뼈만 보이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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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퉁이 집
이영희 지음 / 델피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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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런 약속의 전설이 있더란다.

헛되이 죽지 않은 꽃혼을,

그 꽃혼을 기억하는 누군가가,

그 마음이 우정이든, 사랑이든, 무엇이든지 간에,

변치 않고 3년간을 찾아 준다면

다시 온전한 몸으로 부활할 수 있다는......

안개꽃의 꽃말은 <약속> (352p)


《그 모퉁이 집》은 이영희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아름답고 기묘한 모퉁이 집에는 놀라운 이야기가 감춰져 있어요. 아무나 볼 수 없고 아무나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꽃이 되듯, 꽃들이라고 해서 다 똑같은 꽃이 아니며 저마다의 사연과 꽃말을 품고 있어요. 굉장히 독특하게도 꽃을 소재로 한 판타지 세계를 보여주고 있어요. 바로 그 장소가 모퉁이 집이며, 일제 강점기의 마지막 해인 1945년 큰 화재로 타버린 채 방치되다가 최근 공사를 시작하더니 전체적으로 하얀 집이 완공되었어요. 집주인 '모도유'와 이웃집에 사는 '한마디'의 묘한 첫만남은 호기심을 자극하네요. 과연 그 집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걸까요.

일제강점기 시절과 현재를 오가는 이야기 속에 구슬프고 처연한 아쟁 연주와 창포꽃 향기에 빠져들게 되네요. 주인공 '한마디'가 도유와 같은 골목길 세 집 건너에 있는 박태기나무 집에 살고 있는 것과 국악원 아쟁 연주자라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닐 거예요. 서서히 향기가 퍼져나가듯 80여 년 전 그 사건 속으로 다가가고 있어요. 진실의 뚜껑이 열리고, 그 안을 들여다보는 건 오직 마디의 몫이에요.

소설을 읽고나서 윤심덕이 부르는 <사의 찬미>와 아쟁 연주를 들었어요. "광막한 광야에 달리는 인생아 / 너에 가는 곳 그 어데이냐 / 쓸쓸한 세상 험악한 고해에 / 너는 무엇을 찾으려 하느냐 / 눈물로 된 이 세상이 / 나 죽으면 고만 알까 / 행복 찾는 인생들아 / 너 찾는 것 허무 / 웃는 저 꽃과 우는 저 새들이 / 그 운명이 모두 다 같구나 / 삶에 열중한 가련한 인생아 / 너는 칼 우에 춤추는 자도다 / 허영에 빠져 날 뛰는 인생아 / 너 속였음을 네가 아느냐 / 세상에 것은 너의게 허무니 / 너 죽은 후는 모두 다 없도다." 슬프지만 찬란한 사랑이여, 인생이여... 아쟁은 국악기 중에서 유일한 저음 현악기라는데 바이올린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선율로 심장 깊숙히 파고드는 것만 같아요. 공교롭게도 2023년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그 모퉁이 집은 아쟁 선율과 함께 기억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소환하고 있네요. 일제강점기의 아픈 이야기는 그저 먼 과거의 일이 아니라는 것, 우리는 지금 너무도 중요한 변곡점에 서 있네요. 꽃혼들은 반드시 약속을 지킨다고 했던가요. 꽃들이 1년 내내 피어서 시들지 않는 땅, 거친 바다 소용돌이와 보라색 안개가 지키는 비밀의 땅은 꽃혼들의 고향이에요. 그 꽃혼을 기억하는 우리는, 구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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