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리, 행복은 가까이 있어 둘리 에세이 (열림원)
아기공룡 둘리.김수정 원작, 김미조 엮음 / 열림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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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공룡 둘리가 벌써 마흔 살이 되었어요. 늘 '아기'라는 수식어가 익숙했는데 어느새 중년의 나이라는 게 믿기지 않지만 새삼 고맙네요. 오랜 세월을 함께 해온 친구 같은 존재니까요. 둘리 탄생 40주년을 기념하여 96년 상영됐던 애니메이션 <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모험 리마스터링>이 고화질 디지털로 복원돼 재개봉이 이뤄졌어요. 여기에 추가할 선물이 더 있어요. 아기공룡 둘리 탄생 40주년 기념 에디션 두 권의 책이 나왔거든요.

《둘리, 행복은 가까이 있어》는 아기공룡 둘리 원작을 바탕으로 새롭게 구성된 그림 에세이예요.

사랑스러운 둘리가 어떻게 우리 곁에 처음 오게 되었는지, 1983년 지구에서 만난 정겨운 친구들과 함께 어떠한 일상을 보냈는지, 따뜻한 이야기와 재미있는 만화로 만날 수 있어요. 둘리를 추억의 만화 주인공으로 기억하는 어른들뿐 아니라 오늘을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이야기라서 좋아요. 일억 년 전 우주의 어느 별에서 태어난 둘리는 우주의 신비한 초능력을 얻은 뒤 홀로 빙하 속에 갇혀 긴 시간 잠들어 있다가 깨어났어요. 그때 지구에서 만난 친구들이 고집불통 고길동 아저씨, 어른보다 더 똑똑한 아기 희동이, 백수이지만 꿈을 간직한 마이콜, 귀염둥이 또치, 우주의 비밀을 간직한 도우너예요. 혼자였던 둘리는 친구들 덕분에 매일 우당탕탕 정신없이 보내느라 외로움을 느낄 틈이 없어요. 티격태격 싸우고 엄청 힘들 때도 있지만 괜찮아요. 왜냐하면 둘리는 매일매일 즐거울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거든요. 그러니 우리도 자신이 뭘 해야 즐거운지 이것저것 해보면 어떨까요. 만화를 봐도 좋고, 신나게 자전거를 타도 되고, 맛있는 떡볶이를 먹어도 돼요. 소소한 취미생활을 통해 즐거움을 찾아보는 거예요. 이 책을 읽다보니 어릴 때 봤던 아기공룡 둘리가 꽤 괜찮은 어른으로 성장한 느낌이 들어요.


"일억 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어요. 

다만 세상이 달라졌고, 사람들이 낯설 뿐이에요.

다만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못했고, 나 자신조차 내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을 뿐이에요.

그럼에도 나는 이곳에서 살게 되었죠.

그리고 중요한 사실 하나를 알게 되었어요. 아주 귀중한 깨달음이었죠.

길동 아저씨와 영희, 철수, 그리고 희동이까지 모두들

사실은 이곳을 어려워하고 낯설어한다는 것을요. 

지구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 사람에게조차 세상은 쉽지 않아요.

... 이제 나는 일억 년 후의 이 지구로 온 이유를 알아요. 

쉽지 않은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우주를 만나기 위해서예요.

... 우리 모두 스스로 빛을 발할 수 있는 우주였어요. 

지금 나는 또 하나의 우주인 당신을 만나고 있어요." (7-8p)


완전 감동이죠? 둘리와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었어요. 머나먼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우리 곁으로 온 둘리는 삶이 버겁고 힘든 지구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있어요. 둘리에게 지구에서 보낸 40년은 빙하 속 일억 년에 비하면 눈깜박, 찰나의 순간일 거예요. 하지만 우리에겐 그 40년은 굉장히 소중한 시간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멋진 친구들과 함께라면 삶은 더욱 즐겁고 행복할 테니까요.


"지금, 행복을 찾고 있나요?

우리의 삶 곳곳에 행복이 있어요.

다만 우린 행복을 찾고서도 그것이 행복인지 모를 뿐이죠." (10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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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디프, 바이 더 시 - 조이스 캐럴 오츠의 4가지 고딕 서스펜스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이은선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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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디프, 바이 더 시》는 조이스 캐럴 오츠의 소설이에요.

처음엔 카디프가 주인공의 이름이고, 특별한 인생 이야기를 담은 장편소설이거니 추측했어요.

결론적으론 둘 다 틀렸어요. 이 책에는 조이스 캐럴 오츠의 중편소설 네 편이 실려 있어요. <카디프, 바이 더 시>, <먀오 다오>, <환영처럼 : 1972>, <살아남은 아이>, 각 작품에는 가장 안전해야 할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과거와 현재의 끔찍한 위협을 직면한 네 명의 여성들이 등장해요.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네 가지 형태의 가족 잔혹극이라고 볼 수 있어요. 저마다 사연은 다르지만 불행과 공포로 빚어진 이야기들이에요.

만남에 있어서 첫인상이 강렬한 느낌을 주듯, 첫 번째 소설의 주인공 클레어에게 가장 몰입했던 것 같아요. 그녀의 성격, 성향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장면을 보면서 달팽이를 떠올렸어요. 연약한 몸을 단단한 껍질 속에 숨기는 달팽이는 성장하면서 몸 크기에 맞춰 껍데기를 늘려간다고 해요. 정작 그녀는 자신을 거미줄 안에 걸린 고치로 여기고 있어요. 누구와도 비밀을 나누지 않는 고치.

폭우가 쏟아지는 4월의 어느 날 오전, 클레어는 뜻밖의 전화를 받게 돼요. 받을까 말까, 유선전화라서 망설이는 그녀의 모습에서 조심성이 느껴져요. 전화를 건 사람은 자신을 메인주 카디프에 있는 한 로펌 소속 변호사라고 소개하면서, 메인주 카디프에 사셨던 모드 도니걸이 그녀의 친할머니이며, 여든일곱을 일기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했어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사람의 유산을 상속받게 된 서른 살의 클레어, 얼핏 보면 행운 같지만 모든 건 드러나봐야 알 수 있는 법이죠.

그녀는 살면서 메인주 카디프라는 곳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없어요. 지도책에서 메인주 카디프를 찾아보니, 대서양 바로 옆에 위치해 있고 예전에 스코틀랜드에서 건너온 이주민들의 정착지였으며,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면 작은 도시 카디프가 있어요. 입양아였던 클레어는 입양한 집안의 할아버지, 할머니와는 교류가 없어서 친구들이 당연한 듯 부르는 할아버지, 할머니라는 호칭의 다정함을 이해할 수 없어요. 이미 세상을 떠난 친할머니의 존재를 알게 된 지금, 그동안 애써 덮어뒀던 친부모와 핏줄에 대한 궁금증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하는데... 알고 싶나요, 카디프의 비밀.

"카디프의 이름이 원래 카디프 바이 더 시였던 거 아세요?

하지만 이제는 아무도 그렇게 부르지 않고 대부분의 주민들은 그 이름을 잊어버렸죠." (88p)

조이스 캐럴 오츠의 작품은 처음인데, 굉장히 충격적이네요. 끔찍한 비극의 현장이 눈앞에 소환되어 완전히 얼어버렸네요. 당신에겐 두 가지 선택권이 있어요. 볼까, 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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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추월차선 - 수학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은 엄마들에게
김승태 지음 / 책이라는신화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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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은 엄마들에게, 라는 부제가 눈에 띄었어요.

스타 수학 강사로 알려진 저자는 수많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수학은 재능이 아닌 오로지 노력만으로 1등급을 얻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고, 자녀의 수학 공부로 고민하는 대한민국 학부모들을 위한 책을 쓰게 됐다고 해요. "어머님, 수학 그렇게 배우면 큰일 나요!" (20p)

《수학의 추월차선》은 수학 1등급 공부 비법을 담은 책이에요.

톡 까놓고 말해서,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어떻게 해야 우리 아이의 수학 성적이 오를 수 있는지를 알고 싶어 해요.

근데 저자가 만난 학부모들은 아이의 수준에 맞춰 이해할 때까지 설명해주길 부탁하더라는 거죠. 수학 성적을 올리는 것, 1등급이 목표라면 이에 맞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할 텐데 수학자의 시선에서 완벽하게 이해하길 원하고 있으니 뭔가 단단히 잘못됐다는 거예요. 수학이 정말 이해의 영역일까요. 저자는 아니라고 답하네요. 이해는 재능과 관련 있지만 규칙을 암기해 적용하는 건 노력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수학은 철저한 암기 과목이라고 강조하고 있어요. 학생들이 배우는 수학은 옛 수학자들이 만든 것을 그대로 답습하는 과정인데 이해하거나 창의적으로 접근하려는 잘못된 방법들이 아이들을 수포자의 길로 이끄는 거라고 진단하고 있어요. 전교 1등을 하는 학생에게 수학문제를 설명해보라고 했더니 그냥 외웠다고 대답하더래요. 단순한 지수법칙을 이해하려다가 실패한 아이는 수포자가 되지만 어려운 풀이과정을 달달 외운 아이는 1등급을 받는다는 거죠. 수학 잘하는 친구들은 수학에 투자하는 공부량이 아마 수포자들의 공부량에 비하면 100배 이상 될 거라고, 그만큼 노력의 양이 성적으로 드러나는 거예요. 수학 시험에서 쉬운 유형은 쉽게 접근하고 어려운 문제는 깊이 있게 접근하는 연습이 필요해요. 그래서 난이도별 문제 풀이 전략이 중요한 거예요.

이 책에서는 잘못된 수학공부법을 바로잡고, 초등수학에서 꼭 알아야 할 사항들과 수학 1등급 비법 그리고 찐 수학 고수들의 공부법을 소개하고 있어요. 무엇보다도 수학 고득점을 위한 25계명에는 명확한 지침이 나와 있어요. 저자의 말처럼 수학은 학생들이 원하는 대학을 위한 하나의 도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모든 설명들을 바로 이해할 수 있어요. 수학자를 꿈꾸는 학생이라면 모를까, 수학 성적을 올리고 싶은 학생들에게 개념이해는 환상적인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거죠. 기초를 쌓는 방법으로 가장 확실하고 빠른 길은 통으로 암기하는 거예요. 주변에 수학 잘하는 친구들에게 어떤 문제 하나를 들이대보면 그 친구는 곧바로 무슨 문제집 어느 부분에 있다고 말할 정도로 중요한 문제는 다 암기하고 있거나 본 적 있다고 말할 거예요. 이해는 단발적 과정이라면 암기는 반복적 과정이며, 반복하려면 끈기가 필요해요. 수학을 잘하기 위해 필요한 건 천재성이 아니라 꾸준한 반복 학습이라는 노력인 거예요. 그렇다면 고등학교에서는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요. 간단해요. 하루도 쉬지 않고 공부하면 돼요. 고득점자들에게 물어보면 수학 공부를 위해 하루 3시간 이상을 할애했다고 해요. 노력한 만큼 정직한 결과로 보여주는 것이 수학이라면, 해볼 만 하지 않을까요. 이것이 수학의 추월차선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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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속의 용이 울 때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 2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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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속의 용이 울 때》 는 이어령 교수님의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 두 번째 책이에요.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로는 여섯 번째 책이자 유고 원고로 출간되었어요.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데, 이어령 교수님은 우리들에게 아직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를 남겨주셨네요. 꼬부랑 할머니의 꼬부랑 고개를 넘어가는 옛날 이야기마냥 한국인 이야기는 꼬부랑 열두 고개를 넘어가는 이야기예요. 이야기를 듣기 전 우리가 준비할 건 딱 하나예요. 기존의 지식을 깨끗이 지우고 새로운 눈으로 볼 것.

이번 책의 주인공은 땅속의 용이라 불리는 지렁이예요. 흙과 생명을 만들어내는 숨은 영웅, 땅속에 묻혀 있는 위대한 영웅 지렁이를 통해 인류 진화와 생명의 역사를 들려주고 있어요. 진화론의 찰스 다윈은 40년간 지렁이를 연구했고, 그 결과 <지렁이의 활동과 분변토의 형성>(1881)에서 지렁이가 땅속의 유기물을 분해하여 토양을 기름지게 해준다는 관찰 내용을 정리한 책을 냈어요. 다윈 서거 40주년 행사에서 사람들은 "나는 당신의 '바보 같은 실험'을 사랑합니다 ( I Love your Stupid Experiment)"라고 쓴 피켓을 들었다고 하네요. 우리 속담에도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라는 말이 있는데 왜 하필 지렁이였을까요. 지렁이를 가장 약한 존재로 여긴 거죠. 모든 동물의 밥, 낚시할 때의 미끼인 지렁이가 역설적으로는 생명력이 가장 센 생명체라고 하네요. 더군다나 지렁이가 없었다면 우리는 농사를 지을 수 없었을 거예요.

긴 이야기를 단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라고 해요.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쓴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영화로도 제작되었을 정도로 유명한데, 제목은 저자 헤밍웨이가 지은 게 아니라고 해요. 종의 의미는 조종(弔鐘 : 사망자가 생겼을 때 울리는 애도의 종)이며, 영국 성공회 사제이자 시인이었던 존 던(1572~1631) 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라는 시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언급하고 있어요. 저자는 우리들이 뭘 안다는 건 사실 아는 게 아니라 표면만 보고 스쳐지나간 거라고, 인생의 의미들은 저 깊은 땅속, 넓은 바닷속에 있다면서 존 던의 시를 소개하고 있어요. 다른 이의 죽음이 곧 내 일부의 죽음이라는 것, 우리는 대륙처럼 이어져 있다는 것.


누구든 그 자체로 온전한 섬은 아니다.

모든 인간은 대륙의 한 조각이며 대양의 일부다.

만일 흙덩이가 바닷물에 씻겨 가면 우리 땅은 그만큼 작아지며,

모래톱이 그리되어도 마찬가지다.

그대의 친구들이나 그대 자신의 영지(領地)가 그리되어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의 죽음도 나를 손상시킨다.

왜냐하면 나는 인류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누구를 위하여 조종(弔鐘)이 울리는지 알려고 사람을 보내지 말라.

종은 그대를 위하여 울리는 것이다.

- 존 던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전문 ( 29p)


같은 맥락에서 저자는 윤동주의 <서시>에서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라고 말한 이유는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설명하고 있어요. 저는 하이데거가 아렌트에게 보낸 사랑의 편지에 적힌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인 "Amo : Volo ut sis. 아모르 볼로 우트 시스, 사랑합니다. 당신이 존재하기를 원합니다."가 땅속의 용이 우리에게 전하는 울림이라고 느꼈어요. "살려줘"라는 소리 없는 외침은 어쩌면 사랑에 대한 갈구가 아닐까요. 이세상이 고통이어도 함께 살아내자고, 서로를 살아가게 하는 것이 사랑의 유일한 가치라고, 저 땅 아래에서 간절하게 울려대는 흙의 소리라고 말이죠. 이어령 선생님은 첫 책 <흙 속의 저 바람 속에>에 대해 "거울 속의 자기 심장을 부리로 쪼는 그 앵무의 아픔, 외로움, 그리고 피투성이가 된 자기 분신의 모색과 닮은 데가 있다", "어둡고 살벌하고 답답하게 한국의 자화상을 그렸다" (61p)라고 고백한 적이 있대요. 또한 우리들의 성장은 밤 속에서, 그리고 폭풍 속에서, 역리의 거센 환경 속에서만 이루어진다고도 하셨대요. 세월이 흐른 뒤에 새롭게 한국인 이야기를 쓰고자 했고 생명이 다할 때까지 이 작업에 매달리셨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다시 쓴 흙과 바람의 이야기 속에서 찾을 수 있어요. 밟힌 지렁이, 밟힌 자들의 역사에서 우리는 지렁이의 울음을 들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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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고독에 초대합니다
정민선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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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릴 때 뭔가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는데 나중에서야 그에 알맞은 표현을 찾았어요.

군중 속의 고독, 이 말을 발견했을 때 비로소 외로움의 본질을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할 수 있었어요.

지금은 외로움의 형태가 달라진 것 같아요. 군중 속의 고독이 아니라 진짜 혼자 있어서 외롭고 힘들어 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니 말이죠. 1인 가정이 점점 늘고 있고, 혼자 밥 먹고, 혼자 술 먹고, 혼자 즐기는 일이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하나의 사회 현상이 된 것 같아요. 수많은 인간관계에서 부딪치며 살아가는 일이 스트레스인 건 맞지만 아예 군중에서 동떨어진 상황은 극도의 외로움을 초래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온라인 가상세계 속에서 관계맺기에 열중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서로 연결되기를 원하는 존재인 것 같아요. 내적인 고독은 어쩔 수 없는 마음의 일이지만 물리적 고독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번질 우려가 있으니 경계할 필요가 있어요. 바로 그 점을 주목한 소설이 나왔네요.

《제 고독에 초대합니다》는 정민선 작가님의 소설이에요.

저자는 방송국에서 10년 넘게 음악 프로그램 작가로 일했고, 늘 사람에 대해, 마음에 대해, 관계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었다고 이야기하네요.

이 소설은 매우 독특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마치 실제처럼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빌려 출연자 여섯 명이 어떻게 익명의 카톡방을 통해 소통하는지를 보여주고 있어요. 소설 속 다큐멘터리인데도 뭔가 실재하는 사람들처럼 느껴지네요. 먼저 다큐멘터리 [혼자이지만 외롭지는 않습니다] 기획자의 소개가 나오는데, 꽤 실감나는 설명이라 몰입이 되더라고요.

"소통의 부재. 네, 저는 고독의 근본 원인을 그것으로 전제하고 이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아마 우리는 과거보다 현재 그리고 미래에 더 혼자일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 각자가 느끼는 고독의 크기라든가 모습은 천차만별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양한 연령대의 다채로운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 나름의 고독에 대해 정의해보고 싶었고요. 각 출연자가 어떻게 혼자서 살아가고 있는지, 그들의 일상을 따라가 보면서 울고 웃게 되시길 바랍니다. ... 한정된 공간에서 낯선 타인을 맞닥뜨리게 되었을 때, '고독'이라는 단 하나의 키워드로 이들이 얼마나 가까워질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 아닌 실험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16-18p)

책으로 만나는 다큐멘터리, 어쩐지 라디오 프로그램의 시청자 사연을 듣는 것처럼 우리들의 이야기 같아서 공감할 수 있었네요. 문득 온라인 카페의 오프라인 모임을 갔던 경험이 생각나면서 고독과 외로움이라는 주제를 좀더 깊이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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