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혁명 1 - 일용할 양식
김탁환 지음 / 해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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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를 믿었던 조선 시대의 민중들, 깊은 감동을 주는 역작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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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혁명 1 - 일용할 양식
김탁환 지음 / 해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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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과 혁명이다.

흔한 사랑이 아니라 압도적인 사랑,

예측 가능한 혁명이 아니라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혁명." (6p)


《사랑과 혁명》은 김탁환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이 소설은 천주를 믿었던 조선 시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어떻게 이 땅에 살던 사람들은 천주를 믿고, 그 신앙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바쳤을까요, 도대체 그 믿음은 어디로부터 온 것일까요. 천주교인들의 이야기지만 결코 종교소설로만 볼 수 없고, 19세기 초 조선의 이야기지만 역사소설로만 규정할 수 없는 내용이에요. 봉건사회에 추악하고 이기적인 지배계층의 만행, 그들에게 짓밟히는 민중들의 비참한 상황들이 그저 옛날 이야기 같지 않아서 읽는 내내 마음 아프고 괴로웠어요.

1권에서는 장선마을의 들녘(이시돌)의 시선으로 소외되고 억압받는 민중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소작농 들녘은 열심히 농사를 지어도 박 진사에게 죄다 뺏기고, 억울하게 빚까지 진 데다가 어미와 함께 몰매를 맞게 돼요. 어쩔 수 없이 살기 위해 산으로 들어가 나무꾼이 되는데 공설이(아가다)를 연모하다가 옹기촌 덕실마을로 들어가게 돼요. 덕실마을 옹기꾼들이 천주교인이라는 사실을 들녘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던 거예요. 당고개 주막에서 기도문을 외우던 주모 이동례를 엿본 적이 있었고, 벽에 걸리 십자가를 보았으며, 아가다가 곡곰에게 나뭇값으로 들려준 이야기들을 통해 천주님의 말씀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터라 그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거죠. 정해박해가 일어나기 전 곡성 교우촌에 모인 사람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어요. 소설의 부제인 '일용할 양식'이라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됐어요. 천주를 믿는 이들에겐 치열한 생존과 간절한 믿음이 다르지 않았어요. 천주교에서는 세례명을 본명이라고 부르는데, 들녘은 물로 세례를 받는 영세식을 통해 이시돌이라는 새 이름을 받았어요. 엄혹한 세상이 아니었다면 들녘은 평범한 농사꾼의 삶을 살았을 거예요. 신앙은 들녘을 절망에서 구원했고, 더 나은 세상을 꿈꾸게 했어요. 중요한 건 천주를 믿는다는 종교적 관점이 아니라 약자였던 이들이 인간의 존엄을 깨닫고 지켜내고자 했던 혁명적 관점이에요. 이 땅에 살았던 천주교인들은 불의에 맞섰고, 미움과 증오를 폭력이 아닌 사랑으로 품었어요. 소설은 우리에게 역사가 한낱 지나간 과거가 아닌 현재 우리를 지탱하고 있는 뿌리였음을 보여주고 있어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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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클을 탄 소크라테스 - 최정상급 철학자들이 참가한 투르 드 프랑스
기욤 마르탱 지음, 류재화 옮김 / 나무옆의자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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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선수와 철학자 사이에는 굉장한 간극이 있다는 편견이 있어요.

어쩐지 철학자는 책상 앞에만 앉아 있을 것 같고, 스포츠 선수는 운동만 할 것 같다는 이미지에서 비롯된 허상인 거죠.

실제로 스포츠와 철학은 사람을 가리질 않는데, 오히려 인간 스스로 경계를 긋고 영역을 구분하여 편견을 생성하고 있어요.

《사이클을 탄 소크라테스》는 기욤 마르탱의 책이에요.

이 책은 저자의 경험에서 탄생한 작품으로 픽션과 에세이가 혼합되어 있어요. 기욤 마르탱은 학창 시절 학업과 사이클을 병행하다 낭테르 대학에서 철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이후 프로 선수로 활동하며 철학과 스포츠를 주제로 한 책 세 권을 썼다고 해요. 사이클 선수이자 철학자인 자신을 벨로조프라는 재미있는 신조어로 명명하며 철학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스포츠를, 스포츠 애호가들에게는 철학에 대해 말해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하네요. 그가 처음 출전한 2017년 투르 드 프랑스 때 언론에서 인텔리 사이클 선수의 스토리에 관심을 보였고, "마르탱, 핸들 잡은 니체"라는 기사 제목이 떴다고 해요. 이 작은 노이즈 마케팅으로 주목받으면서 본인의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는 있었지만 매번 인터뷰하는 기자들이 똑같은 질문을 하는 걸 보고 이상한 알고리즘을 발견했고 거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책을 쓰게 되었대요. 인터넷 기사의 64퍼센트가 이른바 복붙(복사 후 붙여넣기)이라는 연구 결과에 충격을 받은 저자는 일반화, 고정화, 상투화를 깨뜨리는 방법으로 책을 선택한 거죠.

우선 책의 내용을 이해하려면 투르 드 프랑스가 뭔지를 알아야 해요. 투르 드 프랑스(Tour de France)는 1903년 창설되어 매년 7월 프랑스에서 개최되는 세계 최고 권위의 도로 일주 사이클 대회라고 해요. 프랑스 전역과 인접 국가를 3주 동안 일주하며, 대회 기간 및 경기 구간, 거리는 해마다 조금씩 다르며 대략 4,000킬로미터를 달린대요. 1개의 프롤로그 구간과 20~21개의 구간으로 이루어지고, 하루에 한 구간을 달리는데, 같은 그룹 선수들의 구간별 소요 시간은 모두 같은 기록으로 측정되며 구간별 측정 기록으로 선두와 득점 우승자를 가려 각 선수에게 색깔이 다른 경기복(프랑스어로는 '마이요', 영어로는'저지')을 수여한대요. 종합 선두는 옐로 저지(노란색 경기복), 득점 우승자는 그린 저지(녹색 경기복)을 입고 다음 구간을 달린대요. 평지, 중간 난이도, 고난이도 등 스테이지 (프랑스어로는 '에타프') 등급에 따라 선수에게 주어지는 점수도 달라진대요. 산악 구간 우승자에게는 별도로 폴카도트 저지(붉은색 점무늬 경기복)가 수여되며, 구간별 총합 기록 시간이 가장 짧은 선수가 최종 우승자가 된대요.

이야기의 시작은 투르 드 프랑스에 그리스 팀이 초청되었는데, 선수들이 사이클 선수인 동시에 철학자라는 거예요. 유명한 철학자들의 등장이 황당할 수도 있지만 사이클 일정을 따라가다 보면 신기하게 철학 이야기가 맞물려가네요.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소크라테스의 기자회견으로 출발해 사이클 경기를 위한 훈련 과정이 나오고, 한 달 간 경기를 치른 후 독일 팀으로 넘어가네요. 과연 최고의 팀은 어디가 될까요. 철학 역량을 가진 사이클 선수들의 이야기를 통해 스포츠와 철학을 함께 다룬다는 점에서 신선하고 독특했어요. 파스칼, 스피노자, 마르크스, 니체, 소크라테스, 플라톤, 프로이트 등등 철학자들이 땀을 흘리며 치열하게 투르 경기를 치르고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많은 편견들이 사라졌어요. 사이클 경기와 인생, 결국 본질은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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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도성으로 떠나는 힐링여행 - 제10회 브런치북 특별상 수상작 인문여행 시리즈 18
곽한솔 지음, 임진우 그림 / 인문산책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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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엄청 뜨고 있는 포토 스팟이 있어요. 바로 한양도성이에요.

한양도성 전 구간 중에서 가장 사진 찍기 좋은 곳은 낙산 구간 후반부에 위치한 흥인지문공원인데, 건너편의 흥인지문과 뒤편의 성벽이 바라보이는 전망 좋은 공간으로 꼽히고 있어요. 워낙 아름다운 풍경이라 온라인상에서도 사진을 쉽게 찾아볼 수 있어요. 언제든지 가볼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더니 계속 미루게 되더라고요. 근데 이 책을 읽고나니 오히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걸 깨닫게 되어서 좋았어요. 아무것도 모른 채 거닐어도 좋은 곳이지만 기왕이면 알고 걷는 것이 뜻깊은 순성길이 될 수 있으니까요.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 지금이 한양도성 탐방의 최적기인 것 같아요.

《한양도성으로 떠나는 힐링여행》은 서울 한양도성 이야기와 함께 순성길 코스의 모든 것을 담은 책이에요.

한양도성은 순성길을 따라 하루에 돌아볼 수 있지만, 여섯 코스로 나뉘어져 있으니 구간별로 잘 계획하여 둘러보는 것이 훨씬 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거예요. 이 책에는 한양도성에 관한 설명으로 시작해 순성길 구간을 각 코스별로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어요. 한양도성은 모두 여섯 개 구간인 백악 · 낙산 · 흥인지문 · 남산 · 숭례문 · 인왕산 구간으로 나뉘어 있어요. 아직 한번도 한양도성을 오른 적이 없다면 흥인지문공원에 위치하고 있는 한양도성박물관부터 찾아보면 좋을 것 같아요. 전시실에는 한양도성에 관한 영상 및 디지털 순성 체험이 가능하다고 하니 준비단계로 충분할 것 같아요. 한양도성 순성 전에 미리 스마트폰 구글 스토어에서 '한양도성 앱'을 설치하면 구간별 지도와 주요 지점에 대한 설명을 볼 수도 있고, 오디오 가이드 서비스로도 청취할 수 있다고 하네요. 그래도 역시 책이 가장 훌륭한 가이드북인 것 같아요.

구간별 소개를 따라 가다보면 정말 가보고 싶은 마음이 커지네요. 옛날 과거 시험을 보는 신비들과 백성들은 한양도성길을 걸으며 소원을 빌었다고 하니 저 역시 그런 정성으로 순성을 시작해보고 싶네요. 무엇보다도 순성길 자체가 힐링 코스라서 멋진 시간이 될 것 같아요. 또한 순성길에서 얻는 소소한 즐거움인 스탬프 투어를 빼놓을 수 없네요. 스탬프를 찍는 곳은 모두 4개 지점으로 말바위 안내소, 흥인지문 관리소, 숭례문 초소 인근, 돈의문박물관마을인데 모두 찍으면 말바위 안내소에서 완주 기념 배지를 받을 수 있대요. 지정된 지점에서 직접 스탬프를 찍을 수도 있고 한양도성 앱을 통해 참여할 수도 있대요. 숙정문을 떠나기 전 한양도성 앱을 실행하면 스탬프 투어 화면에서 스탬프가 자동으로 적립된대요. 숙정문을 지나면 이내 나오는 말바위 안내소가 스탬프 투어 장소인데, 이곳은 창의문 안내소에서 받았던 표찰의 반납처, 반대로 와룡공원 방면에서 백악 구간 숙정문 쪽으로 출입하는 순성객들의 표찰 수령처였는데 현재는 청와대 개방 이후 표찰을 착용하지 않는대요.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힐링 시간을 갖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특히 순성이 처음이라면 저자가 강력 추천하는 첫 구간은 백악 구간이래요. 우리의 아름다운 한양도성으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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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섬에 꽃비 내리거든
김인중.원경 지음 / 파람북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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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란 어둠에서 벗어나 빛으로 향해가는 끊임없는 과정입니다.

... 빛을 향해 가슴을 연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뭔가를 베푸는 것처럼, 그 황홀함을 느낀느 것입니다." (26-29p)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은 모든 색을 더 선명하게 보여줄 뿐 특정 색을 가리거나 막는 일이 없어요.  꽃은 햇살을 머금어 더욱 빛날 뿐 다른 꽃들과 비교하거나 경쟁하지 않아요. 우리에게 자연은 예술이고, 예술은 그 자연 안에 담긴 특성을 드러내는 행위라는 점에서 경이로움을 느끼게 돼요. 사람들은 상처 입은 마음을 자연에서 치유하는 경우가 많아요. 요즘 안팎으로 어지럽고 혼란한 시기인지라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분열을 조장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놀랍게도 예술이 우리에게 희망을 전하고 있네요.

《빛섬에 꽃비 내리거든》은 김인중 신부님이 그리고 원경 스님이 쓴 책이에요.

이 책에는 김인중 신부님의 그림과 원경 스님의 시가 함께 어우러져 찬란한 아름다움을 담아내고 있어요.

그야말로 '아름다움' 하나에 다름을 초월하는 강력한 힘이 존재하는 것 같아요. 도스토옙스키는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제할 것이다" (10p)라고 말했는데, 원경 스님은 그 아름다움 안에는 인간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들 즉 사랑과 진리 그 자체가 들어있다고 표현했어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 아름다움인 것 같아요. 매일 더럽고 추악한 것들로 오염된 세상을 바라보는 일은 고역이에요. 깜깜한 어둠이 계속될 것만 같은 두려움에 떨고 있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그 어떤 것도 바꿀 수 없어요. 어둠 속에 갇힌 사람들에게 이 책은 영혼에 빛을 밝히며 희망의 향기를 전하고 있네요.

두 분은 빛섬아트갤러리에서 처음 만났는데 오래전부터 아는 사이처럼 편안했다고 해요. 원경 스님은 갤러리에 전시된 신부님의 그림을 보며 조지훈의 시 「승무」 의 시구인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속 거룩한 합장인 양' (16p) 마음을 어루만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하는데, 저 역시 강렬한 빛의 색채로부터 감동을 받았어요. 김인중 신부님은 자신의 작품을 하느님에게 바치는 온전한 봉헌으로 여기기에 작품에 제목을 달지 않는다고 하는데, 책 속의 작품 사진 옆에 원경 스님의 시를 읽으니 그 깊은 뜻을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네요. 원경 스님의 「한 울타리」라는 시에서 '눈 맑고 깊은 마음/ '우리'의 이름 되자 / '사랑'의 이름 되자' (135p) 라는 대목이 우리에게 '원융무애'의 뜻을 알려주네요. 막힘과 분별과 대립이 없으며 일체의 거리낌없이 두루 통하는 상태로 불교의 이상적 경지를 뜻하는 용어라고 하네요. 그것이 바로 예술의 힘이 아닐까 싶어요. 예술을 통해 드러나는 인간의 본질과 근원적 진리, 심오한 깨달음까지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느끼는 시간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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