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의 몸 - 가장 인간적인 몸을 향한 놀라운 여정
김성규 지음 / 책이라는신화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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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love my body,

that's my body, I love my body ~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고 거울을 봐, 눈 한 번 비비고 자세히 좀 바라봐

생김새 하나하나 난 꽤나 괜찮아~~ ♬"

귀에 꽂히는 멜로디와 가사, 요즘 제가 즐겨 듣는 노래예요. 제 마음대로 이 책을 읽고나서 주제곡으로 정했네요.

《사피엔스의 몸》은 우리 몸에 관한 인문학적으로 탐구하는 책이에요.

저자는 우리에게 열세 가지 주제로 몸에 관한 질문을 던지고 있어요. 그동안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에만 열중했는데, 몸을 모르고선 마음을 이해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네요. 다양하고 흥미로운 인간의 몸에 관한 이야기가 열세 가지 주제로 나뉘어져 있고, 각 주제마다 '함께 나눌 이야기'로 질문들을 제시하고 있어서 유익한 것 같아요. 좋은 질문이 좋은 인생을 만든다고 하잖아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세상과 마주하는 방법과 태도를 만들어가는 거예요. 몸에 관한 탐구가 우리를 한층 더 성장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

이 책은 우리의 몸을 이해하고 알아가는 흥미로운 여정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인간적인 몸은 무엇이며, 인간적인 몸을 대하는 태도는 무엇일까요.

인간의 몸에서 얼굴만큼 확실히 정체성을 드러내는 기관은 없을 거예요. 우리 얼굴에서 눈 코 입은 다른 동물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고차원적인 기능을 하도록 엄청난 진화를 거듭한 결과물이라고 해요. 눈 코 입은 생존을 위한 역할뿐 아니라 예술을 감각하고 심미적인 표현을 다채롭게 하는 기능으로 발전했고, 아름다움을 추구하게 된 거예요. 몸을 치장하고 꾸미는 일이 사회적 자아를 완성하는 행위로 자리매김하면서 미적 기준이 생겼는데, 한편으론 외적인 요소가 계급과 차별의 기준이 되면서 끔찍한 비극이 벌어지기도 했어요. 인종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공존과 공생의 길로 나아갈 수 있어요.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분되는 특징은 자기 인식과 자신의 존재를 대상화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자신을 성찰하고 몸의 외부에서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라는 거죠. 그래서 자신의 존재를 경이롭게 생각하거나 좋아할 수도 싫어할 수도 있는 거예요. 우리가 사회적으로 긍정적 인정을 받을 수 있으려면 건강한 방식으로 몸을 분열시키고 스스로 평가하는 일이 중요해요. 저자는 우리가 사회적으로 이상적인 페르소나를 만들어 금기로 닫힌 몸과의 거리를 적절하게 유지할 수 있어야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자기혐오에 빠지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네요.

저자가 궁극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바는 '인간의 몸을 갖고 가장 인간답게 살아가는 방법은 다른 몸에 대한 선한 의지와 다른 몸 역시 자신의 몸만큼이나 삶의 의지를 갖고 있다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 (339p)이라고 하네요. 모든 생명체의 몸은 아름답고 소중하다는 것, 나와 너 우리는 같은 뿌리를 가진 몸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어요. 우리가 몸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자신과 타인의 몸에 친절할 것이고 진심으로 사랑하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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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본질 - 현대 과학이 외면한 인간 본성과 도덕의 기원
로저 스크루턴 지음, 노정태 옮김 / 21세기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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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어려운 주제, 그러나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인 것 같아요.

인간이라면 인간의 본성과 도덕이 무엇인지를 인지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현대 사회는 뭔가 어긋난 채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어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간을 제대로 이해하고, 우리의 도덕을 회복하는 것임을 로저 스크루턴은 이야기하고 있어요. 우리가 잠시 잊고 있던 진정한 인간의 본질인 인간성과 도덕성을 다시금 주목해야 할 시점이라는 점에서 대한민국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책인 것 같아요.

《인간의 본질》은 로저 스크루턴의 책이에요.

이 책은 2013년 프린스턴대학교에서 진행했던 로저 스크루턴의 특별 강연을 담고 있어요. 저자는 영국을 대표하는 위대한 지성으로 평가받는 철학자로서 젊은 시절 68혁명을 목격한 이후 평생 반지성주의에 반대하여 꾸준한 연구와 강연, 사회 참여를 이어 나갔으며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 기사작위를 받았고, 2020년 타계했다고 하네요.

인공지능 시대에 과학이 곧 진리인 듯 착각하게 된 것은 그 과학이 우리를 주체가 아닌 객체로 보면서 인간의 느낌과 감정을 잘못된 방식으로 해석한 결과인 거예요. 과학적 이론으로는 우리가 속한 부류인 인간이라는 생물을 정의할 수 있지만 인간의 본질을 다뤘다고 볼 수 없어요. 저자는 인간을 온전히 생물학적인 용어로만 규정할 수 없고, 상호인격적 관계의 그물망을 반드시 언급해야 한다고 설명하네요. 그러한 관계가 우리를 서로 묶어주며 인격적 존재로 이끌어 준다는 거예요. 상호인격적 반응을 드러내기 위해, '나'를 중심에 둔 사고의 유희를 즐기기 위해, 변화사는 세계 속에서 서로 책임 있는 주체로서 확립하기 위해서는 대단히 높은 수준의 복잡성이 요구되는데, 그런 복잡성은 특정한 자연종인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에게서만 관찰된다는 거죠. 인간 관계의 기반은 '나'에 대한 자기 인식에서 출발하여 '나-너 관계'를 통해 정체성을 확립하고 도덕적 삶의 토대를 갖추게 되는 거예요. 우리의 행동과 감정이 자아의 중심에 머무를 수 있는 건 미덕을 통해서인데, 반면 악덕은 행위와 감정이 탈중심화되어 나와 나의 과업이 더는 나의 중심에 있지 않고 본인이 느끼고 행동하는 바를 결정하는 위치가 아니라는 걸 의미한다고 해요. 악덕은 문자 그대로 자기 통제의 상실이고, 악한 사람이란 의무와 헌신이라는 측면에서 우리가 기댈 수 없는 사람인 거예요. 악한 사람은 우리 인간 세계에 생겨난 균열, 즉 인간성을 부정하고 인격을 말살하는 존재라서 강력한 처벌과 대책이 필요해요. 우리가 공유하는 인간의 본성과 사회적 환경에서 필요한 건 미덕이에요. 미덕은 우리의 동기를 동물에서 인격적 중심으로 이전해주고, 우리의 정념에 책임을 지게 해주기 때문이에요. 저자는 인간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통해 미덕과 좋은 습관이 본래의 자리인 인격적 삶의 중심으로 되돌릴 수 있음을 강조하네요. 인격을 연마하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인간답게 살고자 한다면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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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단어들의 지도 - 꼬리에 꼬리를 무는 어원의 지적 여정
데버라 워런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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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가 생명체처럼 진화한다?

이론적으로 그럴 수 있겠지라고 짐작하는 것과 실제로 그 과정을 목격하는 건 하늘과 땅 만큼이나 차이가 나네요.

재미있는 건 진화 속 돌연변이에 초점을 뒀다는 거예요. 뜬금없이 이상하게 바뀌는 경우들은 다 돌연변이 때문이라는 거죠.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수상한 단어들의 지도> (Strange to Say)인 거예요. 신기하게도 이상하면 이상할수록 묘하게 더 끌리더라고요. 만약 영어의 어원을 공부해보자고 했다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을 텐데, 저자는 어원 이야기를 의도나 목적 없이, 앞 못 보는 아메바처럼 이리저리 되는 대로 나아가보자고 이야기하니 궁금할 수밖에요. 이 책은 발 없는 말을 따라 정처 없이 떠나는 여정이에요. 아참, travel 이 '이동, 여행'이라는 뜻을 갖게 된 건 14세기경으로, 원래는 프랑스어 travail (일, 고생)과 똑같은 뜻이었고, 그 어원인 라틴어 tripalium 은 말뚝 세 개로 만든 '고문 기구'였대요. palus 가 '말뚝'인데 영어 단어 palisade (말뚝 울타리)과 beyond the pale (도를 넘은)이라는 표현도 거기에서 유래했대요. 그러니 여행이 고문까지는 아니더라도 집 울타리를 넘어 바깥 세상으로 나아가는 탐험 내지 모험으로 보면 될 것 같아요. '여행'이라는 단어로 시작해서 어디로 가는지 따라가다 보면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와 헤르메스, 구약의 판관기에 야엘과 가나안 장수 시스라, 셰익스피어 비극의 맥베스 등등 여기저기 예기치 못한 인물들과 이야기에 빠져들고 마네요. 당당하게 옆길로 빠져도 되는 어원 이야기라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책을 읽는 방법도 처음부터 쭉 읽는 게 아니라 어디든지 마음대로 내키는대로 펼쳐보면 돼요. 단어들의 끝없는 여정을 우리는 잠깐 구경하는 거라고, 그러니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면 되는 거예요. 아일랜드에서 기원한 유랑 민족이 있는데, 영국과 아일랜드에서는 그냥 'Travellers (유랑인)'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대요. 이들은 대부분 영어를 쓰지만 아일랜드 유랑민 은어라고 하는 영어와 셸타어를 섞어 사용했대요. 여행자들은 냄비와 솥을 잘 고치고 다녀서 tinker (땜장이)라고도 불렀대요. Traveller 와 fellow-traveler 가 전혀 다르다는 걸 아시나요? fellow-traveler (동조자)는 공산당원은 아니지만 공산주의에 동조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래요. 유랑민과 프롤레타리아 계급 이야기는 mobile (쉽게 움직이는) 이야기로 넘어가는데, 휴대전화를 미국에선 cell 이라고 부르지만 영국에서는 mobile 이라고 부른대요. 참고로 미국 앨라배마주의 도시 모빌 Mobile 은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의 이름에서 따온 거래요. '아하, 이 단어에 이런 뜻이 있었구나!'라는 지적인 탐구뿐 아니라 '뭐지?'라는 생뚱맞은 발견이 주는 웃음이 있네요. 언어 덕후는 아니지만 이 책 덕분에 언어의 매력 속으로 한걸음 다가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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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견디는 힘, 루쉰 인문학 - 어둠과 절망을 이기는 희망의 인문학 강의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18
이욱연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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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란 원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지상의 길과 같다. 원래 지상에는 길이 없었다.

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길이 되는 것이다."

- 루쉰, 「고향」, 『외침』 (96p)


《시대를 견디는 힘, 루쉰 인문학》은 인생명강 시리즈 열여덟 번째 책이에요.

저자인 이욱연 교수는 중국문화 전문가로서 루쉰과 그의 작품 세계를 소개하고 있어요.

우선 루쉰은 누구일까요. 중국 근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인데 중국에서는 작가 외에도 사상가, 혁명가로도 불리고 있어요. 그만큼 사상적으로도 근대 중국이라는 시대 변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에요. 원래 루쉰은 일본에 유학하여 의사가 되고자 했으나 환등기 사건을 계기로 의학을 버리고 문학의 길을 걷게 돼요.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중국인의 병든 정신을 고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거예요. 여러 차례 정권이 바뀌고 정치 지도자가 바뀌어도 혼란이 거듭되는 이유는 사람들의 생각과 습관이 집단적으로 표현되는 문화가 바뀌지 않기 때문이니 문화와 사람의 변화가 진정한 개혁이라고 본 거예요. 루쉰은 작가이자 지식인으로서 다양한 글을 통해 중국의 현실을 비판하고 바꾸기 위한 노력을 했는데, 동시대에 우리나라도 일제강점기였기에 이육사나 김광균과 같은 지식인과 청년들이 루쉰의 글과 사상에 공감하며 영감과 힘을 얻었다고 해요. 해방 이후에도 독재로 이어진 어두운 시대여서 청년과 지식인은 루쉰의 글과 사상에서 어둠과 절망을 견디는 힘을 발견했으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거예요.

이 책은 루쉰의 글과 그의 글이 담긴 사상에서 우리 사회의 모습과 마음을 들여다보며 어떻게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갈지 이야기하고 있어요. 사람을 바로 세우기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은 나다움을 찾는 것이며, 루쉰이 말하는 나다움의 조건은 나만의 생각이 중요하다고 했어요. 자신만의 생각이 있어야 주체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행동하며 그럴 때 나다움이 생긴다고는 거예요. 이는 생각과 행동을 할 때 다른 사람을 중심으로 두지 말고 자기 생각과 판단을 따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해요. 무리 속에 살아야 하는 인간이 가장 공포를 느낄 때는 집단에서 배척당하는 일인데 그 공포 때문에 다수에 맞춰 자신의 생각과 목소리를 잃어버린다면 자신을 포기하는 것이므로 비극이라는 거예요. 루쉰이 말하는 나다움을 찾는 과정은 대표작 중 하나인 「광인일기」 (1918)에서 잘 나타나는데, 주인공은 미친 사람이 아니라 동네 사람들에게 미친 사람 취급을 당하고 있어요. 주인공처럼 무엇이 옳은지를 깊이 고민하고 질문하는 사람이 많아질 때, 나다움을 찾는 사람이 많을 때 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한다고 루쉰은 말하네요. 「아Q정전」에 나오는 주인공 아Q는 권력을 힘이라고 생각하는 대표적인 인물인데, 루쉰은 중국인의 고질적인 사고방식을 비판하기 위해 아Q라는 인물을 창조했다고 해요. 어진 마음과 균형의 의미를 생각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휘두르는 권한으로만 권력을 이해하는 권력자는 아Q 같은 권력자이며 사회를 병들게 하는 주된 요인이라고 볼 수 있어요. 세상이 어둡고 병들었다면 루쉰이 강조했듯이 사람이 바뀌어야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어요. 저자가 왜 지금, 우리에게 루쉰을 이야기하느냐, 그건 책 속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어요.



루쉰은 1921년에 「아Q정전」을 신문에 연재합니다. 그때 신문에 연재되던 소설을 보고, 당시 중국인들이 이렇게 쑥덕거렸다고 합니다.

"그 소설 읽어봤어? 꼭 내 얘기 같아. 나를 잘 아는 사람이 내 얘기 쓴 거 같아." 중국 사람들이 서로 자기 이야기를 쓴 거 같다고 말할 정도로 아Q가 중국인을 닮았던 겁니다. 그러니까 아Q의 정신승리법은 중국인의 사고방식의 특징과 중국 민족성을 상징합니다. ... 루쉰은 중국이 변하기 위해서는 아Q와 같은 사고방식을 버려야 한다고 중국인을 비판하기 위해서 아Q라는 인물을 창조했습니다. ... 동네 사람들에게 맞고 놀림을 당하고 패배하지만, 정신에서는 자신이 패배하지 않았다고 여기면서, 갖가지 방법으로 합리화하는 중국인의 사고방식을 고쳐야 중국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 패배에서 배우지 않으면 패배는 반복되고, 결국 더 큰 패배로 비극적 종말을 맞을 수 있습니다. 정신승리법의 대가 아Q의 삶이 우리에게 주는 삶의 메시지입니다. 우리 사회에 정신승리라는 말이 유행하는 건, 우리 사회에 그만큼 힘들고, 실패하고, 아파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말합니다. 정신승리라는 말이 유행하는 사회는 병든 사회에 가깝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정신승리라는 말조차 더 이상 필요 없는 건강한 사회가 되길 희망합니다. (79-8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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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아팠다 - 위인들의 질환은 세계를 어떻게 바꾸었나
이찬휘.허두영.강지희 지음 / 들녘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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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로병사,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일이에요.

그래서 이 책의 저자들은 이렇게 말하네요. 어디가 아픈지 알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고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아팠다》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들이 앓은 질환에 돋보기를 갖다 댄 책이에요.

책 표지에는 '위인들의 질환은 세계를 어떻게 바꾸었나'라고 적혀 있는데, 소개된 인물들을 보면 위인도 있지만 유명 연예인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요. 처음 등장하는 인물이 마이클 잭슨, 그 다음이 장국영이에요. 두 사람은 대중들에게 엄청난 사랑을 받았던 슈퍼스타라서 그들이 어떤 삶과 죽음을 맞이했는지는 익히 알려진 내용이지만 이 책에서는 그들이 앓은 질환과 고통의 시간에 초점을 두고 있어서 색다른 것 같아요. 만약 한 인물의 삶과 죽음을 다룬 내용이었다면 일반적인 위인전이 되었을 텐데, 이 책에서는 수많은 인물들의 다양한 질환과 삶 그리고 죽음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어서 신기하고 놀라운 세계토픽을 보는 느낌이에요. 요즘 유행하는,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잡학사전 같은 구성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아프냐, 나도 아프다."라는 드라마 명대사처럼 위인들이 어떤 질환으로 아팠고, 그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를 보면서 숙연해졌네요. 위대한 업적과 화려한 성공 뒤에는 남모를 고통과 어려움이 있었다는 사실, 새삼스럽지만 그 부분을 놓치고 있었던 거죠.

초인 사상의 창시자 프리드리히 니체가 말년에 정신착란을 보인 건 매독이 아니라 뇌종양 때문이라고 해요. 많은 니체 비평가들이 매독감염설을 주장한 배경에는 니체의 초인사상이 나치의 정신적 좌표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추정과 이를 폄하하려는 의도였다는 거예요. 니체를 돌보던 누이가 열렬한 히틀러 지지자였고, 오빠의 글을 짜깁기 해서 파시스트 입맛에 맞춰 책을 출간한 것이 대중들에겐 니체를 히틀러와 연결짓는 오해를 낳은 거래요. 어릴 때부터 지독한 근시였던 니체는 20대 후반에 읽기나 쓰기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하루 1시간일 정도로 시력이 나빠졌는데 오히려 눈병을 축복으로 여기며 철학적 사유를 발전시켰던 거죠. 흐릿한 눈으로 책을 읽고 쓰다보니 금세 머리가 어지럽고 아팠는데 그럴 때마다 산책하고 사유하여 위대한 철학을 완성한 거예요. 서구의 전통을 깨고 새로운 가치를 세웠기에 '망치를 든 철학자'라는 별명이 있는데, 실제로 극심한 어지럼증과 두통, 불면증이라는 '망치'에 맞서 싸웠다고 봐야겠네요. 전형적인 뇌종양의 증상에 시달려면서도 니체는 일찌감치 차라투스트라를 통해 이렇게 말했어요.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Whatever does not kill me makes me stronger.) (181p) 또한 니체가 제정신으로 본 마지막 날의 사건은 '토리노의 말'인데, 마부의 채찍질에도 꼼찍하지 않고 꿋꿋하게 우뚝 선 말을 보았고 나흘 동안 '디오니소스'나 '십자가에 못 박힌 자'라고 서명한 '망상의 편지'를 여기저기 보낸 뒤 정신병원에서 진행성 마비증으로 진단받았다고 하네요. 평생 육체적 고통을 겪었던 니체가 차라투스트라를 통해 "아모르 파티 (Amor Fati, 운명을 사랑하라.)"를 외쳤다는 것이 너무나도 강렬하게 와닿네요. 위대한 철학자는 고통과 불행에서 어떻게 해야 해방될 수 있는지,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어요. 니체는 "행복에 이르는 단 하나의 길이란 없다."라고 말했어요. 누구든지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방식을 내면에 지니고 있기 때문이에요. 아픔과 고통은 삶의 걸림돌이 아니라 삶을 제대로 인식하고, 더 나은 존재로 나아가게 만드는 것임을 배우는 시간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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