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이 선물이 될 때 푸른들녘 교육폴더 14
반은기 지음 / 푸른들녘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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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이 선물이 될 때》는 청소년과 부모를 위한 책이에요.

이 책에서는 청소년기에 일어나는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나갈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뭘까요. 여러 가지 답이 있겠지만 제 경우는 아이들의 사춘기였어요. 천사 같던 아이가 어느날 갑자기 웃음과 말이 사라지고, 짜증이 늘기 시작할 때는 속으로 '왔구나!' 하면서 마음준비를 했던 것 같아요. 처음엔 그냥 지나가겠지, 약간 방관하는 태도가 통할 때도 있지만 늘 똑같진 않더라고요. 이미 겪어본 사춘기라고 해도 너무 오래 전 일이다보니, 부모 입장에서 사춘기 십대 청소년의 마음을 헤아리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부모는 아이와 함께 성장한다고 하잖아요. 부모와 자녀 사이의 관계도 같이 배우고 노력해야 좋아질 수 있어요.

제목에서 '갈등'이 등장한 이유는 이 책의 저자인 반은기님이 스위스 바젤대학교에서 '평화와 갈등 전환학'을 전공한 평화교육전문가이자 대화디자이너이기 때문이에요. 청소년들이 직면하는 여러 문제들 속 갈등을 다양한 이야기로 풀어내면서 실질적인 조언을 해주고 있어요. 사실 이 조언은 부모들도 알아둬야 할 내용이에요. 사춘기의 변화를 자연스러운 성장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고, 부모로서 어떤 도움과 지지를 해줄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십대 아이들에겐 나를 이해하는 방법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는 법, 친구와의 안전거리 두기, 학교에서 겪는 달등을 다루는 방법, 슬기로운 연애 생활을 위한 조언, 스마트폰을 스마트하게 사용하는 법, 학업 스트레스를 잘 풀고, 나만의 진로 찾기까지 청소년기의 고민들과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법들을 알려주고 있어요. 중간에 [속닥속닥] 코너는 좀 더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주제의 질문과 답변이 나와 있어서 상담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는 느낌이 들어요.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진짜 고민했던 내용들을 공감하며 이야기해주는 방식이라서 좋은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갈등이 생길까봐 무작정 두려워하기보다 관계를 성장시키는 기회로 여길 수 있도록 자신의 마음을 돌보면서 객관적인 상황을 이해하고 해결하는 방식을 차근차근 배울 수 있어서 도움이 됐네요. 사람과의 관계에서 갈등은 생길 수밖에 없는데, 그 갈등을 피하지 않고 다가간다면 더 성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생의 선물이 될 수 있다는 거예요.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슬기롭게,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올바른 길라잡이를 만났네요.



"여러분, 도움이 필요할 때는 반드시 주변 사람들에게 요청하세요. 혼자 해결하려고 애쓰지 마세요. 지금 여러분이 겪고 있는 어려운 상황을 여러분 탓으로 몰고 가지 마세요. 내 마음이 힘들거나 슬픈 것은 내 잘못이 아니에요. 누군가에게 사과할 일도 아니지요. 이것만은 꼭 기억해주세요. 첫째, 나 자신을 이해해줘요. 내가 왜 이러는지 이해하고 나에게 공감하라는 뜻이지요. 청소년기는 뇌가 균형을 이루어가는 시기이므로 스트레스에 더 취약합니다.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니 나도 모르게 화를 낼 수 있는 거예요. 그러니 여러분은 이유 없이 짜증을 내고 반항하는 게 아니라 생존을 위해 화를 내고 있는 겁니다. 이 점을 꼭 기억하세요. 이렇게 자기 스스로에게 공감하는 연습을 하면 전두엽이 발달하게 되어, 뇌의 균형잡기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둘째, 어른들과 소통하기 어려워지면 흔히 생존의 방식을 택하게 되는데요. 이때 각자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1인칭 대화법을 시도해보세요. 서로의 말을 경청하게 되면 편도체가 편안해지면서 전두엽이 활성화됩니다. 마지막으로 도움이 필요할 때는 도움을 요청해요. 구체적으로 내가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표현하세요. 직접 도움을 요청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은 내게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모릅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발전할 가능성을 만들어가는 기회가 됩니다." (24-2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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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과학 공부 - 볼 것 많은 요즘 어른을 위해 핵심 요약한 과학 이야기
배대웅 지음 / 웨일북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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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과학이란 무엇일까요.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일상의 풍경 속에서 누구나 과학의 놀라운 발전을 실감하고 있지만 그 편리함을 누리는 것과 과학의 본질을 아는 것은 별개의 문제일 거예요. 많은 사람들이 과학은 복잡하고 어렵다고들 하는데 실제로 과거에 비해 과학이 더욱 전문화되고 고도화되면서 대중과 과학의 간극이 점점 벌어지고 있어요. 과학에 무관심한 과학 문맹이 늘어난다는 건 사이비과학과 괴담, 가짜뉴스, 음모론이 퍼지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요. 과학기술로 풍족한 삶을 누리고 있고, 과학기술시대를 살아가는 구성원으로서 우리는 과학을 공부해야만 해요. 과학 없이는 불가능한 사회에서 우리에게 과학 공부는 필수라는 거예요. 그렇다면 과학의 어떤 부분을, 어느 정도 공부해야 할까요. 바로 그 답을 알려주는 한 권의 책이 있네요.

《최소한의 과학 공부》는 기초과학연구원 IBS 에서 과학기술정책을 만들고 있는 배대웅님의 책이에요.  저자는 전형적인 문과생이지만 과학기술정책 업무를 해오면서 과학이 정책과 제도보다 교양과 문화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현대인의 필수교양지식으로서 과학을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어요. 처음엔 회사 업무로 시작한 과학 공부였는데 점차 과학이 정치, 경제, 철학, 문화와 상호작영하며 인류의 진보를 이끌었음을 알게 되었고, 왜 이제서야 이런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됐나 싶었대요. 과학을 싫어했던 저자가 과학의 본질을 이해하게 되면서 과학 공부의 유용함과 즐거움을 널리 알리고자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하네요.

이 책은 과학을 교양과 문화로서 즐길 수 있도록,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위해 최소한의 과학 상식만을 쏙쏙 뽑아낸 핵심 요약본이라고 할 수 있어요. 굳이 다른 교양 과학책과의 차별점을 이야기하자면, 과학을 대하는 태도였던 것 같아요. 무조건 쉽게만 접근하려는 태도는 과학의 진정한 의미를 왜곡할 우려가 있다는 거예요. 과학의 본질은 난해함이니, 그 과학의 난해함을 인정하는 것이 과학을 이해하는 첫걸음이라고 본 거예요. 어려운 과학을 어떻게 공부하면 좋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저자는 어른들을 위한 과학 공부의 방법으로 '관계'를 제안하고 있어요. 나의 삶과 과학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파악하고, 외부에서 관계를 통해 과학에 접근하기 위해 일종의 우회로인 네 가지 영역(의학, 정치, 경제, 철학)을 과학과 연관지어서 설명해주고 있어요. 의학 분야에서는 과학이 어떻게 인류의 무기가 되었는지, 해부학과 외고의사의 탄생, 마취제와 현대의학, X선과 영상의학, 페니실린과 제2차 세계대전, DNA와 유전 현상의 규명, 백신과 코로나19 극복을 다루고, 정치 분야에서는 권력과 상부상조하며 탄생한 과학 이야기를 들려주며, 경제 분야에서는 인류를 풍요롭게 만든 위대한 과학의 순간들을 요약하여 정리해주네요. 마지막으로 철학 분야에서는 과학적 사유의 시작과 끝이 무엇인지, 지동설과 세계관의 전환, 기계론과 인간 - 자연 관계의 변화, 뉴턴역학과 결정론의 확립, 계몽주의 뉴턴의 후예들, 진화론과 경계를 넘는 과학, 진보사관과 역사의 과학화, 상대성이론과 아인슈타인의 20세기, 양자역학과 미시세계의 탐구를 다루고 있어요. 쭉 과학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과학적 원리가 우리 일상과 사회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역사적으로 인류 발전에 기여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어요. 난해함이라는 과학의 본질을 언급했지만 어쩐지 문과생만의 느낌을 풍기는 과학책이라서 더 친근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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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에서는 호수가 자라고 시인수첩 시인선 80
이어진 지음 / 여우난골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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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에서는 호수가 자라고》는 이어진 시집이자 시인수첩 시인선 여든 번째 책이에요.

이어진 시인은 1995년 등단 이후 8년 만에 첫 시집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를 출간했고, 연이어 두 번째 시집 《사과에서는 호수가 자라고》를 냈어요. 시를 쓰고 시집을 펴내면서 어떤 마음이었을지, 그 궁금증을 '시인의 말'로 들려주고 있어요.

"밤이 깊을 때까지 물속을 걸어다녔다 물이랑은 내 마음의 갈피를 어루만지며 차게 울었다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내 울음소리였다 나는 바닷물을 두 손으로 움켜잡았다 내 손가락이 물속에서 조금씩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5p)

어두컴컴한 바다를 걸어본 적이 있다면 파도치는 소리를 들어봤을 거예요. 슬프고 외로웠다면 그 소리가 울음소리처럼 들렸을 거예요. 내가 우는 것인지 파도가 치는 소리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그곳에서 바닷물을 두 손으로 움켜잡으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겠지요. 근데 시인은 손에서 바닷물이 사라진 게 아니라 내 손가락이 조금씩 사라진다고 표현했네요. 나 자신이 바다가 되어버리고 마는...

시를 읽다보면 아하, 이런 마음이구나 저절로 알게 될 때가 있어요. 맞는지 틀리는지 따질 필요없이 그냥 온전히 느낄 수 있어서 좋아요. 그래서 시는 마음을 키워주는 좋은 씨앗인 것 같아요. <내재율>이라는 시에서 "아름다운 문장을 보면 눈 안에 솜털이 돋아요 봄과 여름 사이의 흘러가는 시간 위에 앉은 그네에 대하여 꽃들은 씨앗을 터트리지만요 나는 한장의 꽃잎도 갖지 못한 얼굴이랍니다 가끔 흘러가는 구름의 손을 끌어와 이불로 덮고 잠이 들기도 해요 어쩔 땐 그 속에서 무당벌레로 태어나기도 하죠 (···) 구름의 날개를 바라보면 온몸에 깃털이 돋아요 진실한 마음으로 손을 건네면 그 마음이 느껴질까요 나에 관해 말하자면 두둥실 흘러가는 내재율이에요" (74-75p)라고 표현하고 있어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잠재적인 운율이 무엇인지 꽃과 구름, 무당벌레가 되어 기분 좋은 꿈처럼 마음으로 느낄 수 있어요. 요즘은 도통 좋은 꿈을 꾸지 못했는데, 시를 읽으면서 마음 한켠이 몽글몽글 간지러웠어요. 나른한 오후의 햇빛처럼 평온한 미소를 짓고 싶을 때, 이 시집을 읽으면 될 것 같아요. 물론 누군가에게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겠지만 제게는 《사과에서는 호수가 자라고》 라는 시집 속 시들이 분홍빛 마음으로 느껴졌어요. 시를 써본 적은 없지만 "시를 쓰는 날엔 슬프고 기쁜 여행 같은 느낌의 날씨들이 나무들처럼 서 있고 했습니다." (137p)라는 말하는 시인의 마음을 조금 알 것 같았어요. 삭막하고 팍팍한 세상을 버텨내려면 우리에겐 시가 필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나이들수록 시를 읽게 되는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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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 청색지시선 7
이어진 지음 / 청색종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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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는 이어진 시집이자 청색지시선 일곱 번째 책이라고 하네요.

이어진 시인은 2015년 <시인동네>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고, 이 책은 8년 만에 나온 첫 시집이라고 해요.

어릴 때는 시집을 많이 읽지 않았는데 나이들수록 조금씩 시를 읽게 되더라고요. 경이롭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시인이 적어내려간 한 줄 한 줄을 정성껏 담아내려고 애쓰게 되네요. 단순히 어렵다거나 복잡해서가 아니라 시의 언어가 깊어서 그런 것 같아요. 당장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두고 가만히 지켜보면 더 많은 것을 보여주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똑같은 시를 읽어도 언제 어떤 상황에서 읽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감동을 주는 것 같아요. 뭔지 모르는 씨앗을 마음 밭에 뿌려두었다가 나중에 싹을 틔운 다음에야 "너였구나!"라고 발견할 때도 있어요.

<불행한 나라의 천사들>이라는 시는 "당신에게 아주 불행한 나라의 이야기를 듣는다" (145p) 라는 문장으로 시작하여 "시끄러워서 잠이 깰 뻔하다가 불행한 이야기를 들었지. 그림을 열고 들어가 아직 돌아오지 못한 소년이 꽃의 뒷모습이 되어 앉아 있는 이야기, 슬퍼서 다시 잠 속으로 발을 뻗으며 아주 깊은 잠 속으로 좀 더 조금 더, 태양이 방 안 구석구석 아픈 곳에 알알이, 그런 날에는 천사들이 창틀 위에 내려앉아서, 그림 속에 돌아앉은 소년의 등을 조용히 쓰다듬고 있었네" (146-147p) 로 끝맺고 있는데, 시는 끝났지만 어쩐지 네모난 그림에 갇힌 소년의 이야기는 이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돌아오지 못한 소년으로 인한 슬픔이 번지다가 태양이 방 안을 비추면서 천사들이 가만히 쓰다듬는 장면에서 위로가 됐어요. 불행한 나라의 이야기, 시인은 우리를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로 데려갔어요. 어떻게 돌아올까라는 걱정을 할 필요 없이 어느새 우리는 현실로 돌아와 있네요. <웃지 않는 나무들>이라는 시에서는 "꿈꾸지 않고 사랑하지 않는 시간이 올 것이다 누군가 우산을 들고 지나간다 너는 깊은 바다의 슬픔을 알지 못한다 단지 상상할 뿐 나무들의 바다는 미풍에 잠시 흔들릴 것이다" (30-31p) 라고 했는데 시인은 무심히 우리에게 위로를 건네고 있어요. 시의 세계가 보여주는 것이 원래 무엇이었는지 그건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읽었고, 보았고, 느꼈다면 그걸로 충분한 게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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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속의 여인 아르테 오리지널 28
로라 립먼 지음, 박유진 옮김, 안수정 북디자이너 / arte(아르테)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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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고작 1년 뒤에 당신이 그 사람을 떠났단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가 않아요. 그렇지만 죽음이란 게 원래 사람을 변하게 만들긴 하죠.

나도 죽어서 다른 사람이 되었는데 이 세상 누구도 이 사실을 알 턱이 없네요.

살아 있을 적에 나는 클레오 셔우드였어요. 죽어서는 호수 속의 여인, 추운 겨울 내내

분수대에 잠겨 있다가 변덕스럽고 종잡을 수 없는 계절인 봄에서 여름으로 접어들 무렵에

물에서 꺼내진 흉물이 되었죠. 살점이 대부분 사라져 얼굴에는 남아 있는 게 없었어요.

그러거나 말거나 아무도 관심 없었는데 느닷없이 당신이 나타나 

나한테 그런 우스꽝스러운 별명을 붙여놓고,

가서는 안 될 곳을 찾아가 들쑤시며 사람들을 못살게 굴었어요. 

가족 말고는 신경 써서는 안 되는 일이었는데.

나는 악질인 남자와 데이트를 하러 나갔다가 두 번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게 된 

철없는 여자에 불과했어요.

그런데 내 이야기가 끝나갈 무렵에 별안간 당신이 나타나더니, 

어느새 자기 이야기로 만들기 시작했네요.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요, 매들린 슈워츠?

그냥 그 멋들어진 집에서 결혼 생활에 안주하며 

나를 분수대 밑바닥에 가만히 내버려둘 수는 없었나요?

난 그곳에 있어야 안전했단 말이에요.

내가 거기 있어야 모두 안전할 수 있었다고요." (15p)


소설 초반부를 읽다가 살짝 놀랐어요. 죽은 자는 말이 없는 법인데, "당신을 한 번 본 적이 있어요." (9p)라면서 시작되는 첫 문장의 주인공이 호수에서 발견된 시신일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거든요. 만약 매들린 슈워츠가 아니었다면 클레오는 영영 잊혀지고 말았을 거예요. 도대체 왜 클레오는 자신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냐고 말한 걸까요. 무엇으로부터 안전하기를 원했던 걸까요. 그 모든 해답은 매들린, 매디 슈워츠를 통해 찾아야 해요.

1960년대 미국 볼티모어를 배경으로 한 여성의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 그것이 바로 《호수 속의 여인》이에요.

저자 로리 립먼은 1997년 작가로 데뷔한 이래 앤서니상, 셰이머스상, 매커비티상, 베리상, 에드거상, 애거서상, 네로 울프상 등 세계 유수의 문학상을 석권했고, 오늘날 가장 재능있고 다재다능한 범죄 소설가 중 한 명으로 인정받고 있는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하네요. '볼티모어 선'의 기자였던 아버지와 도서관 사서였던 어머니를 둔 그녀는 대학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했고, 기자생활을 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고 해요. 볼티모어를 무대로 전직 기자 출신 테스 모리한이 아마추어 탐정으로 활약하는 <볼티모어 블루스>가 데뷔작이래요. 아무래도 볼티모어라는 지역적 배경과 기자라는 직업이 작가의 작품 세계에 주요한 키워드가 된 게 아닌가 싶네요. 《호수 속의 여인》은 작가의 유년 시절에 실재했던 미제 사건인 11세 아동 납치 살해 사건과 33세 여성 셜리 파커 사건에서 영감을 얻어 집필한 작품이래요. 이 소설에서도 주인공 매디 슈워츠는 기자예요. 우연히 볼티모어 경찰이 실종된 11살 소녀를 찾는 일을 돕다가 볼티모어 신문사 <더 스타>에 취직하게 되고, 호수에서 젊은 여성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기사를 쓰기 위해 취재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요. 앞서 언급했듯이 이 소설은 매디 슈워츠를 지켜보고 있는 클레오의 독백이 인상적인데, 점점 사건의 진실을 파고들수록 사건 그 자체보다 사건을 추적해가는 메디 슈워츠라는 인물을 주목하게 되네요. 평범한 주부로 살아가던 매디가 갑자기 20여년의 결혼 생활을 끝내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여성 기자로서 성공하기 위해 애쓰는 과정들이 당시의 시대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어요. 여자로 산다는 건 어떤 것인지, 시대는 바뀌었으나 여전히 변하지 않는 건 무엇인지, 많은 생각거리를 남겨주네요. "당신을 한 번 본 적이 있어요."라는 말을 다시금 곱씹게 되는 작품이에요. 아참, 나탈리 포트만 주연으로 애플 TV 오리지널 드라마로 제작될 예정이래요. 원작을 아는 만큼 무척 기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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