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성취 고객센터
마론 지음 / 팩토리나인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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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의 요술램프,

누구나 한 번쯤 램프의 요정 지니가 나타나 소원을 들어주는 상상을 해봤을 거예요.

어떤 소원을 빌었나요, 아름다운 동화와는 거리가 먼 현실에서 각자의 진심을 들여다볼 수 있는 소설을 만났네요.

《소원성취 고객센터》는 마론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저자는 오랫동안 라디오 작가로 일하며 생방송에 쏟아지는 문자들을 볼 때마다 사람들은 자신의 얘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하구나, 짧은 문자에 담긴 찐득한 소망을 읽었다고 해요. 그때의 생각과 마음을 담아 따뜻하고 흥미로운 소설을 완성했네요.

주인공 소원이 만든 '소원성취'라는 무료앱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이 마음속에 품고 있던 소원을 풀어가는 이야기예요. 램프의 요정 지니 대신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앱의 형태로 소원을 이루어준다는 설정이 꽤 현실적인 것 같아요. 특히 소원이라는 인물은 촉촉히 내리는 봄비마냥 스며드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소원이 처음 개발한 '미래나'는 가입자의 모든 모바일 활동을 분석한 뒤 그 데이터에 기반해서 만들어낸 '미래의 나'가 '현재의 나'를 멘토링하는 서비스로, 기존 메타버스에서 '되고 싶은 나'이거나 '가상의 나'를 만들어냈다면, 미래나는 철저히 현실의 나를 미러링하는 방식인데, 본인 스스로 미래나를 유일한 의논 상대로 여기다 보니 엄마의 말을 떠올렸고 사람들이 바라는 바를 도와주는 소원성취 앱까지 만들게 된 거예요. 그 마음이 참으로 예쁘면서도 애잔하게 느껴지더라고요. "남에게 말하기 힘든 소망을 품은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싶었다. 작고 초라해서 남에게 얘기하기도 구차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애틋한 소망도 있는 법이다. 그런 얘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누군가와 친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15-16p)

소원성취 앱을 통해 소원과의 대면 상담을 하게된 고객들의 다양한 사연을 보면서 '나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나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조금씩 알아가는 시간이 된 것 같아요. 우물 안 개구리처럼 자기 안에 갇혀 있던 소원이 적극적으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면서 점차 달라지는 모습이 좋았어요.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고, 함께라야 더 행복하다는 걸 마음으로 느끼게 해주는 따스한 이야기였네요.


"소원이 이뤄지는 걸 도와드리겠습니다. 휴대폰을 주시겠어요?"

"제 휴대폰을요?"

"필요한 서비스가 들어간 앱을 만들어 드려야 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거든요. 나갔다 오셔도 되고 여기 계셔도 돼요."

"구동이 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거예요. 예상할 수 없는 시간에 예상할 수 없는 방법으로 서비스가 제공될 테니 놀라지 마세요.

마음을 열고 서비스를 잘 활용하시면 소원에 한 발 다가갈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건 기억해주세요. 소원성취 앱은 나침반 노릇을 해줄 뿐입니다. 내비게이션처럼 움직이진 않아요. 소망을 이루는 건 은지 씨 몫이고 앱은 도우미 역할만 할 거예요." (36-3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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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의 공포, 사라지는 한국 - 아이가 있는 미래는 무엇으로 가능한가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21
정재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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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등학교 1학년 입학생이 단 한 명도 없는 초등학교가 전국 157개교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하네요.

그동안 신입생이 없는 초등학교 수는 2021년 112곳에서 2022년 126곳을 거쳐 2023년 149곳으로 빠르게 증가해왔다는 뉴스를 보면서 대한민국의 저출산이 예상보다도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됐네요. 2023년 연간 출산율이 0.72명이었는데 올해는 0.6명대로 떨어질 것이 확실시되고 있어요. 인구 소멸이 가시화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분석한 책이 나왔어요.

《0.6의 공포, 사라지는 한국》은 인생명강 시리즈 스물한 번째 책이에요.

저자는 사회복지학과 교수이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자문위원단 위원,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위원회 기획전문위원, 법무부 양성평등위원회 위원, 교육부 정책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하네요. 저자는 합계출산율 0.6명대와 출생아 수 20만 명 이하인 상황을 '0.6의 공포'라고 표현할 정도로 심각한 위기임을 강조하면서, 그동안의 대응책은 퍼즐 조각 하나하나에 매달리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수많은 퍼즐 조각으로 큰 그림을 그릴 때라고 이야기하네요.

이 책은 한국의 저출생 및 저출산 현상을 일으키는 구조적 문제를 삶의 질 관점에서 살펴보고 있어요.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해온 저출산 대응 흐름을 보면 주로 결혼 지원과 임신, 출산, 돌봄에 따른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데 집중한 경향이 있는데, 아무리 비용 문제가 해결되어도 사람들은 아이 낳을 생각을 하지 않아요. 그 이유는 돈을 벌면 버는 대로, 아니면 못 버는 대로 내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이 낳을 생각을 하기가 어려운 거예요. 삶의 만족도가 낮으면 출산을 고려하기 어렵다는 의미인 거죠. 삶의 질을 구성하는 요소로서 경제적 생활수준의 향상은 저출산 현상의 반등을 가져오는 필요조건이에요. 여기에 더하여 주관적으로 내 삶에 만족하는 삶의 만족도는 충분조건이라고 볼 수 있어요. 따라서 왜 아이를 낳지 않느냐는 질문에 '비용 문제'라고 답한다면 필요조건에 맞춘 이야기가 되고, '성평등'이라고 답한다면 충분조건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가 되는 거예요. 비용 부담 해소를 먼저 해야 하느냐, 엄마의 독박 육아와 경력 단절을 먼저 없애야 하느냐, 어느 것 하나 포기하거나 뒤로 미룰 수 없어요. 필요조건으로서 비용 부담 해소, 충분조건으로서 성평등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거예요. 비용이라는 필요조건과 성평등이라는 충분조건을 단계적으로 충족시켰던 서유럽 복지국가와 달리 우리나라는 동시에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바쁜 상황인 거예요. 삶의 질로서 박탈의 상태를 없앨 수 있는 사회보장제도를 확대하면서 동시에 불일치 상태도 감소할 수 있는,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투 트랙 전략의 길을 가야한다는 점에서 저자는 대한민국 대개조 프로젝트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낮은 삶의 질을 개선하려면 피로사회, 불안사회, 차별사회, 박탈사회로부터의 변화가 필요하며, 구체적인 개선 방향은 사회보장 제도를 통한 복지국가 구축과 개인이 원하는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존중하는 다양한 사회와 공정사회로의 변화가 이루어져야 해요. 완전히 다른 기준으로 사람의 관점에서 마을을 만드는 노력을 각 지자체에서 시작하고, 이를 중앙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가능한 해법이에요. 근데 올해 보건복지 예산은 사실상 삭감에 가깝다고 하니 깜깜하네요. 각계 전문가들은 정책적 아이디어와 제안과 대안을 모아 변화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이야기하는데 정작 정부는 제자리걸음인 거죠. 한국 사회의 저출산 고령화에 대해서 독일 트리어대학교의 한스 브라운 교수는, "제도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그 결정을 믿고 따르도록 하는 정치적 과정이다. 과정이 합리적이고 일관성 있을 때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 공공선을 위해 일하는 좋은 정치인들을 많이 키워라. 갈등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235p)라고 답했다고 하는데, 저자 역시 좋은 우리가 좋은 정치인이 많이 나오는 한국 사회를 만들어서 공포를 희망으로 바꾸어보자고 이야기하네요. 결국 우리가 만들고, 우리가 바꿔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각성하게 만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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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몫의 밤 1
마리아나 엔리케스 지음, 김정아 옮김 / 오렌지디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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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몫의 밤》은 마리아나 엔리케스의 장편소설이에요.

이 작품은 2019년 출간 직후 스페인어권 최고의 문학상인 에랄데상을 수상했으며, 이듬해 스페인문학상 켈빈505상과 셀시우스상을 받았으며 2022년에는 프랑스와 스위스 문학상 최종 후부에 올라 세계 각국 문단의 극찬을 받았고, 애플TV 드라마화가 확정되었다고 해요. 사실 문학상 수상작을 선호하는 편은 아닌데 일단 읽으면서 심경의 변화가 생겼어요. 찬사를 받는 작품에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더라고요.

1권에서는 불안해보이는 아버지 후안과 여섯 살짜리 아들 가스파르의 모습으로 시작되네요. 도대체 두 사람에게는 어떤 사연이 숨겨져 있는 걸까요. 신전, 수호신, 주술 등 뭔가 심상치 않은 단어들이 등장하면서 후안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어요. 오컬트 장르라고 하면 미국 공포영화 몇 편이 떠오를 정도로 고정화된 이미지가 있는데, 마리아나 엔리케스는 라틴아메리카의 오컬트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네요.

"로사리오는 과라니족의 전통을 이야기해 주곤 했다. 그들은 죽은 자들을 진흙으로 빚은 솥에 넣어 집 안처럼 가까운 곳에 보관한다. 때가 되면 생명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시장이나 길가에서 팔곤 하는, 위험성이라곤 전혀 없어 보이는 갈대를 손으로 직접 엮어 만든 소쿠리에 담아 보관하기도 한다. 사체는 거기서 썩어 문드러질 때까지 있게 된다. 그 후 가족은 백골을 수습하여 씻은 뒤 나무 보관함 안에 담는다. 그 오래된 판잣집들에서는 악취가 진동하리라. 로사리오의 말에 따르면, 몇몇 복음 전파 사제들이 이 뼈 숭배 신당에 대해 이야기하는 기록을 남겼다고 했다. 두 개의 기둥 사이로 펼쳐진 그물 또는 해먹에 걸려 있는 해골. 냄새가 진하게 풍기는 그 신당들의 사제는 그 뼈가 악마의 뼈라고, 말을 걸어온다고 했다고 한다." (97p)

오랫동안 이어져온 전통은 그걸 믿는 사람들 안에서 강력한 힘을 지니는 것 같아요. 특정 지역이나 부족마다 독특한 세계관이 존재하고, 알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거죠. 어둠의 신을 숭배하는 기사단과 어둠의 신을 소환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영매라니, 뭔가 낯설고도 익숙한 이 느낌은 뭘까 싶었는데 요즘 미스터리 스릴러 공포호러 오컬트 장르의 작품들을 자주 접해서 그랬던 것 같아요.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닐 때, 눈 앞에 있는 사람이 진짜 그 사람이 맞는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 가장 공포스러운 것 같아요.

"누구예요, 아빠?"

아이는 침착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제 놀란 건 후안이었다.

가스파르는 악마를 보고 있었다.

... 후안은 가스파르의 얼굴을 자신의 가슴에 파묻었다.

더는 보지마, 아이에게 말했다. 날 끌어안아. (140p)

섬뜩한 장면이었어요. 아들이 악마를 보다니, 후안은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걸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지만 그럴수록 상황은 꼬여가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어요. 쫓고 쫓기는 긴장감과 형언할 수 없는 공포의 존재로 인해 심장이 쪼여드는 느낌이었어요. 과연 무사히 도망칠 수 있을까요. 중요한 건 그들로부터의 탈출이 전부가 아니라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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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날 위의 삶 - 뇌종양 전문 신경외과 의사가 수술실에서 마주한 죽음과 희망의 간극
라훌 잔디얼 지음, 정지호 옮김 / 심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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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환자의 뇌에 칼을 대는 의사다." (9p)

《칼날 위의 삶》은 뇌종양 전문 신경외과 의사이자 뇌과학자 라훌 잔디얼의 책이에요.

우리가 알고 있는 의사의 이미지는 대체로 냉정하고 무뚝뚝해서 쉽게 다가가기 어렵다는 거예요. 더군다나 외과의사는 수술을 받는 환자나 보호자가 되어 만나기 때문에 왠지 더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근데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적인 면모를 새롭게 마주할 수 있었네요.

저자는 사람의 몸에서 악성종양을 제거하는 외과의사로서 40대인 지금까지 1만 5천 명 이상의 환자를 만났고 4천 건 이상의 수술을 진행해왔다고 해요. 외과의사는 환자보다는 그 환자가 받을 수술에 더 관심이 많기로 유명하지만 저자는 한번도 그런 식으로 수술을 한 적이 없다고 이야기하네요. 저자에게 있어서 수술이란 인체 해부가 아니라 인간의 마음에 관한 탐구였다면서, 뇌 손상을 입은 환자를 치료하며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난해한 상황과 끔찍한 선택에 직면해야 했던 순간들, 그 고통과 갈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뇌종양 전문 신경외과 의사로서 할 일은 수술 이전에 환자에게 암 진단 결과를 알려줘야 하는데, 대부분의 환자들이 암 선고를 받는 자체가 트라우마가 된다고 해요. 병상에 있는 환자에게 검사 결과를 알려줄 때, 저자는 보통 침대 측명으로 가서 환자가 문 쪽을 보지 않고 자신을 바라보도록 한다고 해요. 그 이유는 문을 바라보는 건 방금 들은 내용을 회피하고자 하는 환자의 전형적인 발뺌 수법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환자에게 암 진단을 내릴 때는 자신이 말하는 내용이 진실이며 암이라는 얘기를 해야 해서 마음이 아프다는 뜻을 모두 전달하고 싶은 표정으로 소식을 전하는데, 대부분 침묵이 흐른다고 해요. 우리는 흔히 삶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는 경험이 생의 마지막 순간에 일어난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일어난다고 해요. 저자가 뇌종양이나 생명을 위협하는 다른 질병으로 인해 실존적 위협에 처한 환자들의 마음을 생각하고 도울 수 있었던 건 어린 시절에 겪었던 트라우마 때문이라고 해요. 살면서 트라우마 사건에 대처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트라우마가 오는 순간 즉각적으로 해야 할 조치는 생존인데 여기에 대해서는 준비된 각본이 아무것도 없어요. 다만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자기만의 시간대에서 과거에 경험한 트라우마를 반드시 마주해야만 에너지의 방향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거예요. 저자는 어린 시절에 트라우마를 경험해봤고, 몇십 년간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살피면서 내면이 단단해질 수 있었다고 이야기하네요. 트라우마, 몰입, 자아, 실패, 믿음, 위협, 중독, 가치, 상실 그리고 삶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인간의 나약함과 용기,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한 사람을 만날 수 있어요. 우리의 뇌는 매일 성장하며 새롭게 태어나고, 노력만 한다면 마음도 성장하며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고 해요. 내적인 삶의 진화는 일관되고 꾸준한 과정이 아니라 흔들리며 균형을 유지해가는 과정이라는 저자의 깨달음이 제겐 감동으로 전해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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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오후를 즐기는 최소한의 지혜 - 더 멋지고 현명한 인생 후반에 대하여
아서 C. 브룩스 지음, 강성실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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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가 되자 내 삶은 소유물과 성취, 관계, 견해, 책무로 꽉 채워져 있었다.

나는 내 스스로에게 물었다.

"정말 행복한 삶을 위한 올바른 공식이

죽을 때까지 점점 더 많은 소유물로 삶을 채우는 것일까?"

분명 그에 대한 답은 '아니오'다." (113p)


《인생의 오후를 즐기는 최소한의 지혜》는 미국의 사회과학자 아서 부룩스의 책이에요.

이 책은 인생의 오후, 즉 중년에서 노년으로 넘어가는 이들을 위한 값진 조언들이 담겨 있어요.

우선 저자는 프렌치 호른 연주자였다가 사회과학자가 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열아홉 살에 대학을 그만두고 실내악 앙상블 전문 연주자로 연주 여행을 다닐 정도로 실력을 갖췄으나 20대 초반 느닷없이 연주 실력이 퇴보하기 시작했고 9년을 더 삐거덕거리며 그 길을 고집했으나 아무리 노력해도 연주 실력은 되살아나지 않았다고 해요. 다른 대비책을 마련하고자 아내 외에는 아무도 모르게 원격 수업으로 학사 과정을 공부해 서른 번째 생일즈음에 경제학 학사 학위를 받았고, 다시 비밀리에 공부를 계속해 1년후 경제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던 서른한 살에 마침내 음악가의 삶을 포기하고 박사 학위 과정을 밟아 사회과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대학교수가 되었대요. 현재 자신의 일을 즐기며 행복하다는 저자는 남들보다 빨리 쇠퇴기를 맞이한 것에 대해 운이 좋았다고 표현하네요. 덕분에 대안을 일찍 마련해 학업 쪽으로 방향을 바꿔 새로운 인생을 설계할 수 있었으니까요. 사람은 누구나 인생의 쇠퇴를 겪게 되는데 빠르면 30대, 늦으면 50대 초반으로 다음 선택지는 세 개뿐이에요. 첫 번째 길은 쇠퇴기를 부정하고 좌절과 실망을 안겨주는 쇠퇴에 분노하기, 두 번째 길은 쇠퇴를 수긍하고 받아들이며 피할 수 없는 비극으로서 나이듦을 경험하기, 세 번째 길은 쇠퇴를 인정하고 새로운 기술과 능력을 개발하며 나아가기. 이 책은 세 번째 길을 선택한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라고 할 수 있어요.

인생의 쇠퇴, 나이듦을 이해하려면 책에 나온 '유동성 지능과 결정성 지능 곡선'이라는 그래프를 보면 바로 알 수 있는데, 영국의 심리학자 레이먼드 카텔이 밝혀낸 내용이에요. 인간에게는 두 종류의 지능이 있는데, 하나는 타고난 지능에 해당하는 유동성 지능이고, 다른 하나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쌓아온 지식을 활용하는 결정성 지능이라고 해요. 나이들수록 유동성 지능은 떨어지기 때문에 쇠퇴기가 찾아오지만 결정성 지능을 잘 활용하면 두 번째 도약이 가능하다는 거예요. 따라서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핵심은 "당신을 위한 두 번째 곡선은 분명히 존재하며 당신은 얼마든지 그 곡선에 올라탈 수 있다. 그리고 당신은 그러한 변화에 커다란 즐거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74p)라는 거예요. 쇠퇴를 막아낼 방법은 없지만 그 쇠퇴를 사뿐히 도약의 발판으로 바꾸는 지혜로운 방법은 있어요. 인생에서 힘들고 고통스러운 전환기를 잘 버텨낸다면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어요.


"티베트 불교에는 '바르도'라는 개념이 있다.

바르도는 죽음과 환생 사이에 존재하는 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티베트 불교 지도자인 소걀 린포체는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티베트의 지혜>에서

바르도를 '벼랑 끝을 향해 한 발짝 걸음을 옮기는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당신은 자유로워지기 위해 뛰어내려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가 두렵다. 그러나 뛰어내리면 그 순간 전환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것으로 완전히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30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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