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이은미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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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인생에서 딱 한 번, 꽤 오래 전에 좋아하는 작가님에게 편지를 쓴 적이 있어요.

그때는 이상하게도 혼자 고민하던 내용을 적어보냈네요. 나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고민 상담이라니, 왠지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을까라는 바람이 컸던 것 같아요. 원하는 답장을 받았을까요. 만약 그랬다면 책 한 권이 나왔을지도 모를 일이죠.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서간집이네요.

이 책은 시인을 꿈꾸던 사관생도 프란츠 카푸스라는 젊은이가 우연히 교정에서 시집을 읽는 교수님과 대화를 나누다가 그 시집의 저자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자신의 학교 선배임을 알고 편지를 보낸 덕분에 세상에 나오게 되었네요.

"그렇다면 그 르네 릴케라는 생도가 시인이 된 거로군. ··· 그렇게 해서 나는 야위고 창백한 얼굴을 가졌던 어느 한 소년에 관해 알게 됐다. ··· 어째서 내가 내 습작 시를 라이너 마리아 릴케에게 보내 그의 평을 들어 봐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는지 충분히 이해되지 않는가. 그 당시 스무 살도 채 안 됐고, 내 성향과는 전혀 딴판인 듯한 직업 세계에 이제 막 첫발을 내딛던 참이었다. 그런 나를 이해해 줄 사람이 있다면, 그건 『나의 축제를 위하여』를 쓴 시인이길 바랐다. 원래는 시만 몇 편 보내려고 했으나, 어쩌다 보니 내 솔직한 마음까지 거리낌 없이 다 털어놓은 편지도 함께 보내게 됐다. 여태껏 처음 있는 일이었고, 그 후로도 그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8p)

여기엔 릴케가 쓴 열 통의 편지들이 담겨 있어요. 놀라운 점은 릴케가 젊은이의 고민을 진심으로 들어주고 지헤로운 조언을 해줬다는 거예요. 시인의 입장에서는 답장을 굳이 보내지 않아도 되는 수많은 편지들 중 하나였을 거예요. 그런데도 의례적인 답장이 아니라 열 통의 편지로 한 권의 책이 될 정도로 분량으로 보나 내용면에서도 진심 가득한 글을 써주었네요. 다정하고도 사려 깊은 릴케의 태도가 느껴졌어요. 첫 번째 편지부터 열 번째 편지까지 릴케는 시인 지망생인 젊은이에게, '젊은 시인에게', '친애하는 젊은 시인이여'라며 '시인'이라는 호칭을 붙여주고 있어요.

"당신은 당신의 시가 훌륭한지를 묻습니다. 지금은 제게 묻고 있습니다. 그전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질문했겠지요. 당신은 여러 출판사에 당신의 시를 보내 봅니다. 당신의 시를 다른 시와 비교해 봅니다. 그리고 어떤 편집자가 당신의 작품을 거절하기라도 하면 당신은 불안해졌겠지요. 자, (제가 당신에게 조언해도 괜찮다고 하셨으니) 이 모든 행동을 그만두십시오. 바깥으로 눈을 돌리는 행동을 지금 당장 멈춰야 합니다. 그 누구도 당신에게 충고해 줄 수 없습니다. 그 누구도 당신을 도와줄 수 없습니다. 아무도 하지 못합니다. 방법은 단 하나뿐입니다. 당신의 내면을 들여다보십시오. 당신으로 하여금 글을 쓰게끔 하는 게 무엇인지를, 그 이유를 면밀하게 살펴보십시오. 이것이 당신 내면 가장 깊은 곳에 뿌리내려 있는지 확인해 보십시오. 글쓰기를 포기할 바엔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습니까. 스스로에게 솔직해져 보십시오." (15p)

굉장히 놀라운 통찰이네요. 비교하지 말 것, 남의 시선에 휘둘리지 말 것, 오로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볼 것.

무엇보다도 글를 쓰는 이유에 대해 일말의 주저함 없이 '그래야만 한다'라는 마음이어야 한다고 강조한 부분이 인상적이네요. 인생의 선택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본인의 확신과 결단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되새기게 만드네요. 릴케의 말처럼 목숨을 걸 정도의 간절함이 있다면 누구의 충고 없이도 자신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거예요.

"친애하는 시인이여, 당신께 최대한 정중하게 부탁드립니다. 당신의 마음속 해결되지 않은 모든 것에 인내심을 가지십시오. 의문 역시 아주 낯선 언어로 쓰인 책들이나 굳게 닫힌 방처럼 사랑하십시오. 지금은 해답을 찾지 마십시오. 아직은 이들을 당신 삶 속에 녹여 낼 수 없기에 아마도 당신에게 주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중요한 건 모든 것을 살아내는 것입니다. 지금은 질문들을 당신 삶 속에 녹여 내십시오. 그러면 먼 훗날,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그 해답들 속으로 들어가 살게 될 것입니다. ··· 당신 내면으로 당신 자신을 끌고 나아가십시오." (42p)

릴케의 편지를 읽으면서 당연히 릴케의 나이가 카푸스보다 훨씬 많을 거라고 짐작했는데, 첫 편지가 오간 1902년 당시 카푸스는 열아홉 살이고, 릴케는 20대 후반이었다고 해서 무척 놀랐어요. 왜 그가 20세기 최고의 시인 중 한 명이자, 영혼의 시인으로 불리는지를 이해하게 되었네요. 특히 인간적인 따스한 면모를 발견하는 계기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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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바뀌는 고1의 시간 - 공부를 잘하고 싶으면 책부터 덮어라!
조형근 지음 / 가나북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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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면서 고등학교 내신과 수업 방식이 달라진다고 하네요.

올해 고등학교 1학년이 되는 학생들은 새로운 교육과정과 바뀐 통합형 수능을 치러야 한다는 거예요.

어떻게 고1을 보내야 할까,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이 책을 읽게 되었어요.

《인생이 바뀌는 고1의 시간》은 조형근 작가님의 책이에요.

저자는 열일곱 살에 게임에 몰두하며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었고, 열여덟 살에 프로게이머가 되었고, 열아홉 살에 전국 대회 예선에서 탈락하면서 부모님과의 약속대로 게임 대신 수능을 준비하게 되었대요. 이 책은 공부법보다 더 중요한 마음가짐과 행동에 대해 알려주고 있어요. 저자가 적용한 인생 공식은 "S=CaR", S는 success의 첫 글자로 성공, 성취, 성장 등 어제보다 나아진 나를 뜻하고, C는 challenge의 첫 글자로 도전, 열망, 의지 등 마음의 힘을 가리키며, a는 action의 첫 글자로 실천, 실행을 의미해요. R은 repetition의 첫 글자로 반복, 루틴, 습관처럼 반복해서 체화하는 것을 뜻해요. 이 공식으로 열여덟에 프로게이머가 되었고, 고3때는 기하급수적으로 성적을 올렸고, 대학생때는 기업의 장학생이 되었으며, 독학으로 일본어, 중국어 자격증을 취득하여 대기업에 입사했고, 책도 출판했다고 하네요.

공부를 잘하고 싶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 저자가 찾은 답은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찾고 자신을 납득시키는 것이라고 하네요. 하기 싫은 공부를 하게 만드는 힘은 본인에게 있네요. 아무리 옆에서 잔소리를 하고, 유명 강사의 학원을 다닌다고 바뀌지 않으니까요. 그러니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당장 실행하면 되는 거예요. 앞서 말한 인생 공식을 쉽게 풀면, 열망을 담아 실천하고 꾸준히 반복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거예요. 꾸준함은 성공을 좌우하는 핵심 키워드예요. 공부가 지겨운 건 원래도 하기 싫은데 계속 반복해야 하기 때문인데, 잘하기 위해서는 반복이 중요해요. 공부는 엉덩이로 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열심히, 꾸준히, 반복하는 힘,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교훈은 모든 면에서 통하는 것 같아요. 어찌보면 이미 어디선가 들었거나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일 수 있지만 스스로 깨닫고 행동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네요. 인생을 바꾸는 시기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지요. 수능 만점자들도 공통적으로 말하는 건 멘탈 관리와 루틴, 즉 습관의 힘이네요. 열일곱에게 필요한 마인드셋이 담긴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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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사람 - 평범을 비범으로 바꾼 건축가의 기록법
백희성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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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했어요.

어떤 사람일까라는.

《쓰는 사람》은 백희성 님의 기록에 관한 책이네요.

처음엔 제목만 보고 전업작가인 줄 알았더니, 세계적인 건축가 장 누벨 사무소 출신의 건축가이자 베스트셀러 소설가, 틈날 때마다 그림을 그리는 아마추어 화가라고 하네요. 한 가지 일을 잘 하기도 어려운데 다양한 분야의 활동을 두루 잘 해낸다니 부러울 따름이네요. 저자는 이런 직업적 결과들을 가능하게 만든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이 책을 썼다고 하네요.

평범했던 자신의 삶을 특별하게 만든 것은 20년 넘게 이어 오고 있는 기록의 힘이라는 거예요. 이 책은 저자의 기록에 관한 기록이자, 기록이 '결과'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그야말로 기록을 통해 변모해가는 삶의 여정이라고 볼 수 있어요. 저자는 기록이 생각을 만들고, 생각을 바꾸며, 인생을 바꾼다고 이야기하네요. 그동안 나름 기록을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저자 덕분에 대단한 착각이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네요. 저자는 기록할 때는 먼저 자신의 생각을 적고, 질문을 던지고, 다른 사람처럼 묻고, 결정해 보고, 잊었다가, 나중에 그 기록을 다시 읽는 단계를 거친다고 해요. 단순 필기와 나만의 기록을 가르는 기준은 내 생각이 있느냐, 없느냐였네요. 창의적 아이디어는 생각의 시작이 중요한데, 모두가 맞다고 생각하는 생각의 논리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 보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아이디어의 시작이라는 거예요. 근데 우리는 뭔가 새로운 것을 생각하기도 전에, 누가 한 말을 인용하고, 복사하고 있으니, 생각이라는 걸 제대로 하질 못하고 있었네요. 한국에서 교육을 받을 당시에 저자는 질문이 많은 학생이었는데 교수님들은 질문에 모두 답해 주지 않고, 이렇게 말씀하셨대요. "언제나 스스로 찾아보고 물어라. 스스로 답을 찾아야지, 누군가의 입으로 해결된 답은 너의 답이 아닐 수도 있다." (126p) 이러한 가르침 덕분에 프랑스 교육에 잘 적응할 수 있었다고 하네요. 저자의 2003년 2월 1일의 기록을 보면, "인생을 재밌게 사는 방법 = 실패를 뺏기지 말고, 조언을 구하지 마라! 해보지 않은 사람이 말하는 것이 바로 '실패와 조언'이다. 남에게 피해주지 않는 범위에서 멋대로 살아라!" (194p) 라고 적혀 있는데, 이는 아버지가 해주신 조언이라고 하네요. 꾸준히 기록해 오면서 스스로 터득해온 저자의 기록법을 보면서, 무엇을 적을까, 어떻게 쓸까에 대한 기준을 배웠네요. 단순히 기록하는 기술만이 아니라 질문하고 사유하며 자신의 생각을 확장해가는 방식을 알게 되었어요. 쓰는 행위는 내면의 세계를 키워나가는 길이었네요.

"살면서 가치관을 바꾸는 일이 얼마나 될까? 물론 말로만 바꾸는 게 아니라 진짜 사고와 신념이 바뀌는 순간 말이다. 가치관을 바꾸는 존재는 책일 수도, 사람일 수도, 또 다른 무언가일 수도 있다. 이런 존재와 꾸준히 접촉할 수 있다면 끊임없이 성장하고 변화할 수 있다. 그러니 내게 이토록 강력한 변화와 성장을 불러일으킨 존재가 무엇인지 찾아야 했다. 그래서 기록 노트를 꺼내 들었다. 생각보다 방대한 양이었다. 기간을 압축해서 찾아도 여든 권이 넘는 기록 노트에서 그 순간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5일 이상 걸려 모든 기록들을 읽고 나니 확실히 알게 됐다. 내 가치관을 흔들 정도로 자극을 주는 존재가 누구인지." (3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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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꽃인데 나만 그걸 몰랐네 나태주의 인생 시집 2
나태주 지음, 김예원 엮음 / 니들북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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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무뚝뚝한 사람일수록 다정한 말에 취약한 것 같아요.

저도 한때는 낯간지러운 말은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시를 읽으면서 달라진 것 같아요.

소리내어 말하는 것이 어색하다면 그냥 눈으로만 읽어도 돼요. 특히 나태주 시인의 시들은 봄 햇살 같아서 좋아요. 기분이 울적하고 힘들 때는 이 시집으로 마음 충전을 할 수 있어요. 나태주 시인의 인생 시집 시리즈 3부작 가운데 두 번째 시집인 《나도 꽃인데 나만 그걸 몰랐네》는 청춘을 위한 시 모음집이라고 하네요. 청춘이라고 하면 나이를 먼저 헤아릴 수도 있는데, 열정적으로 뜨겁게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청춘이 아닐까 싶네요.

이 시집은 참 예뻐요. 안에 담겨 있는 시의 언어도 예쁘고, 명화 속 장면들도 아름다워요.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와 클로드 모네의 그림들은 따뜻하고 화사한 색채가 마음에 들어요. 대부분 일상의 행복을 표현하고 있어서 바라보고 있으면 금세 기분이 좋아지네요. 시와 명화의 만남이라서 오랜만에 시집을 펼쳐보는 독자들에게도 편안한 휴식과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나태주 시인은, "시가 직접적으로 위로와 축복과 기도를 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마음을 내려놓고 편안히 시를 읽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 마음속으로부터 위로와 축복과 기도가 조금씩 눈을 뜰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날마다 지치고 힘든 우리 청춘들 곁에 이 시집이 잠시라도 찾아가 그들의 동행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진정 그러할 때 나는 시를 쓰는 한 사람으로서 가장 큰 보람과 기쁨을 느낄 것입니다." (97p)라고 이야기하네요. 맞아요. 시를 읽는다고 해서 뭔가 대단한 일이 벌어지진 않으니까요. 다만 마음을 열면 시가 자연스럽게 마음으로 들어오네요. 그러니 마음 준비만 되어 있다면 시는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줄 수 있어요.

시집의 제목이 된 문장은 <꽃을 피우자>의 마지막 연에서 가져온 것이네요.

"봄이 오니 / 화를 냈던 일 / 부끄러워진다 / 슬퍼했던 일 / 미안해진다 / 꽃이 피니 / 미워했던 일 / 뉘우쳐진다 / 짜증냈던 일 / 속상해진다 / 나도 분명 꽃인데 / 나만 그걸 / 몰랐던 거다 / 봄이다 이제 / 너도 꽃을 피워라." (20-21p)

추운 겨울에는 몸과 마음이 잔뜩 움츠러들 때가 많은 것 같아요. 화내고 짜증내고, 금세 후회하고... 감정이야 날씨처럼 변덕스러워도 안 좋은 감정을 몸짓이나 말로 표현할 때는 '잠시 멈춤'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은 불필요한 말을 꿀꺽 삼키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물론 쉽지는 않지만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조금은 바뀔 거라는 기대를 품고 있어요. '해봤자 소용없어.'라는 식이 부정적인 말은 되도록 안 하려고 해요. 뭐든 안 하는 것보다는 일단 해보는 것이 좋다는 걸 알았거든요. 행동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으니까요.

<꽃의 사람>이라는 시를 보면, 생각을 바꾸어 새롭게 세상을 바라보라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저 사람이 내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 내가 저 사람의 것이라고 바꾸어 한번 생각해보자 / 그래서 저 사람이 내 마음속에 들어와 사는 게 아니라 / 내가 저 사람 마음속에 들어가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보자 / 대번에 세상이 달라질 것이고 / 대번에 생각과 행동이 바뀔 것이다 / 저 사람이 내 마음에 들도록 살기를 소망하기보다는 / 내가 저 사람 마음에 들도록 살게 될 것이다 / 억울한 일이 있어도 덜 억울한 마음이 들 것이고 / 서럽거나 외로운 마음이 있어도 / 덜 서럽고 외로울 것이다 / 그야말로 신세계의 열림이다 / 내가 꽃의 주인이 아니라 반대로 꽃이 나의 주인이라고 / 바꾸어 생각해보자 / 나는 분꽃의 사람이고 봉숭아꽃의 아우이고 채송화꽃의 이웃이라 / 생각해보자 /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 / 정말로 세상은 유리알처럼 말긋말긋 깨끗해질 것이고 / 마음 또한 그러할 것이다 / 그야말로 다시 한 번 신세계의 열림 그것이다." (118-119p)

우리는 꽃처럼 활짝 피어날 수 있고, 꽃의 사람이 되어 아름다운 세상을 신나게 살아갈 수 있어요. 시와 그림 그리고 꽃 덕분에 내 마음에도 봄이 오고 있네요. 오늘은 좋은 날, 감사한 날, 참으로 행복한 날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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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
요아힘 마이어호프 지음, 박종대 옮김 / 사계절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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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어린 시절에 죽음을 경험하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에요.

동화책을 읽듯이 누군가의 죽음을 전해 듣는 경우는 많았지만 실제로 죽음을 본 적은 없었어요. 어른이 된 뒤에야 마주했고, 매우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졌어요. 눈앞에서 목격하고도 믿을 수 없었거든요. 근데 이 소설의 주인공은 정신병원 원장인 아버지를 둔 덕분에 병원이라는 공간을 이질적인 장소가 아니라 따뜻하고 안락한 삶의 터전으로 받아들였고, 그 안에서 삶과 죽음을 자연스럽게 인식하며,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경계 없이 사람들을 대하고 있어요.

《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는 요아힘 마이어호프의 자전적 장편소설이라고 하네요.

주인공 '나'는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빼빼 마른 아이라서, 요즘이었다면 말썽꾸러기라고 야단을 많이 맞았을 거예요. 뭐, 여기에서도 조용한 날은 없지만 아무리 심각한 문제가 생겨도 삶을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요. 얼핏 다르다고 느껴졌던 것들이 어느새 익숙해진 것인지,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간 듯한 느낌이 들었네요.


작은형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고 약간 심드렁한 목소리로 어머니에게 훈계조로 말했다.

"교육학에서 이런 상황을 뭐라고 하는지 아세요, 엄마? '원칙 없는 갈팡질팡 교육'이라고 그래요!

엄마 아빠가 쟤를 완전히 엉망으로 만들고 있는 거라고요. 쟤가 또 쳐다보네!"

"제발 그만해! 좀 내버려둬. 곧 자러 갈 거야!" 어머니가 나무랐다. (304p)


나는 아버지의 손에 뽀뽀를 했다.

아버지는 가끔 손등에서 엄지와 검지 사이의 피부를 잡아 올려 살짝 비틀곤 했다. "이것 봐." 이럴 때 아버지의 표정은 항상 진지했다.

"이렇게 그대로 있어. 피부가 원래대로 돌아가려면 한참이 걸려. 네 손 줘봐." 아버지가 내게 똑같은 실험을 하자 내 피부는 즉각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310p)


아들 삼형제가 복작대며 지내는 모습이 시끌벅적 유쾌하지만 늘 맑은 날만 있는 건 아니었네요. 어머니의 갑작스런 발작 증세라든가, 가깝게 지내던 이들의 죽음은 전혀 평범한 일상은 아니니까요. 아버지는 환자들에겐 좋은 의사였는지는 몰라도 아내한테는... 부부의 세계는 두 사람만의 영역이라서 아무도 모를 것 같지만 자녀들은 다 알게 되는 것 같아요.


"마를레네 기억나? 우리 집에서 얼마간 지냈던 애!"

"당연히 기억하죠. 엄청나게 느린 애였죠.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어제 자살했어."

"정말요?"

"응." 아버지는 슬픈 눈으로 나를 건너보았다. "수영하러 가자."

우리는 나란히 샤워장으로 갔다. 우리 둘의 키는 이제 비슷했다. 내가 물었다. "왜요?"

"모르겠어. 가끔 있는 일이지. 이번이 네 번째 시도였어. 이유는 그 아이 자신도 몰라. 그냥 죽고 싶다고만 했어.

우리랑 있을 때도 그랬지." 아버지가 자신의 환자 이야기를 이렇게 솔직하게 들려준 적은 없었다.

"삶에 대한 애착이 전혀 없다는 건 끔찍한 일이지, 안 그래?" 아버지가 말을 이어갔다.

"부모가 이유도 아니었어. 다정한 사람들이었거든. 나는 육 년 동안 마를레네를 치료했어. 우린 말이 잘 통했지.

난 그 아이를 정말 좋아했어. 아주 멋진 소녀였거든." 아버지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마지막까지도 어쩌면 우리가 해닐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344-345p)


우리가 어쩔 수 없는 병이나 사고로 떠나는 것도 슬프지만 자살은, 남겨진 사람들을 더 고통스럽게 한다는 점에서 잔인한 죽음이네요. 사랑하는 사람을 죽음으로 잃고 나면 우리는 그 사람을 사랑한 만큼의 고통을 겪게 되는 것 같아요. 그로 인한 슬픔은 줄어들지 않는 것 같아요. 괜찮아지는 일은 없지만 견디며 살아가는 거죠. 주인공의 어린 시절부터 성장하는 과정을 보면서 웃다가 그만 먹먹해졌네요. 소원해진 어머니와 아버지가 떨어져 지내다가 주인공이 집에 돌아왔을 때, 한 침대에서 같이 자고 있는 부모님을 발견했는데, 아버지가 어머니를 한 팔로 감쌌고, 어머니는 아버지 가슴에 머리를 묻고 있었던 거예요. 두 분이 이렇게 가깝게 붙어 있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고, 주인공은 문득 '이게 네 부모야. 잠든 부모. 너한테는 항상 아버지와 어머니만 있었지, 부모는 없었어.' (464p)라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대요. 눈을 뜬 어머니가 전혀 놀라지 않고 가만히 자신을 바라보길래 어머니의 손에 입을 맞추었고, 이어 아버지의 손에도 입을 맞추었더니 눈을 뜨며, "내 아들 요세구나, 잘 왔다. 고마워."라고 말했다고, 우리가 얼마나 그러고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내 인생에서 부모님과 함께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464p)라고 하네요. 어머니는 끝까지 투병 중이던 아버지의 마지막을 지켜줬고, 막내 아들은 죽은 아버지 옆에 바짝 붙어 누워있었다고, 여전히 아버지의 몸이 따뜻해서 살짝 잠이 들었는데 그건 아버지의 체온이 아니라 밑에 깔려 있던 전기 매트리스의 온기였다고 해요. 전원을 끄고 나니 아버지는 빠르게 식어갔고, 그제야 죽음이 무정하고 냉혹한 것임을 실감했다고 하네요. 삶과 죽음을 가르는 온기, 살아간다는 건 따뜻한 온기를 나누는 일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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