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F.스콧 피츠제럴드라는 작가가 누구길래 미국문학사에서 기억되는 것일까?

최근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는 단편소설을 읽고서 작가를 처음 알게 됐다. 뭔가 기발하고 독특한 인상이 강렬하게 남는 작품이었다. 그래서 그의 다른 작품들이 궁금했다. 이 책은 스콧 피츠제럴드의 단편소설 모음집이다.

모든 작품에 공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왜 그가 미국문학사에 대표적인 작가인지는 알 것 같다.

그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책 마지막에 실린 <작가 연보>를 읽어볼 필요가 있다. 1853년에 태어나서 1940년에 사망할 때까지의 삶이 바로 소설 그 자체였던 것 같다. 작가로서 성공하고 사랑했던 여인 젤다와 결혼했지만 점점 그의 삶은 추락하기 시작한다. 아내 젤다는 정신병이 발병하고 그는 빚에 쪼들리면서 비참한 인생을 살게 된다.

작가 피츠제럴드는 1차 대전 종전 직후부터 미국 증시 사상 최대의 호황기로 이어져 1929년 주식 대폭락 직전까지의 꿈같이 화려하고 풍요롭던 시기를 "재즈 시대"라 명명했다. 그는 화려했던 재즈 시대가 끝나고 공황이 닥치면서 무절제와 쾌락의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이 책 속에 실린 열 한 편의 소설을 보면 다소 황당한 설정에 기가 막힌다. 작가의 탁월한 상상력과 특유의 비꼬는 듯한 표현이 거북할 때도 있지만 그것이 바로 작가 본인이 살았던 시대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듯 하다. 그것이 작가 피츠제럴드를 미국문학사에서 기억해야 될 이유일 것이다.

1.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인생이 바로 갈 때는 몰랐던 사실들이 거꾸로 가니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결국 어떤 인생이든 소중한 삶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2. 젤리빈 - 내세울 것 없는 한량을 일컫는 1910~1920년대 미국 속어라고 한다. 주인공 짐 파월과 그가 사랑했던 낸시 러마는 젊은이들의 방황과 무절제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3. 낙타 엉덩이 - 파티를 즐기며 흥청망청 살고 싶은 젊은이들이 등장한다. 한심해 보이는 낙타 엉덩이가 오히려 더 현명하구나.  4. 도자기와 분홍 - 사랑의 실체는 무엇인지, 참 어이없다.

5. 리츠칼튼 호텔만 한 다이아몬드 - "빵이 없으면 과자를 먹으면 되지."라고 말했던 마리 앙투아네트가 떠오른다.

6. 메이데이 - 1919년 5월 1일 한밤중에 예일대 동창 파티가 벌어지는데 다른 한 편에서는 술취한 군인들이 난동을 부린다.

  그리고 불쌍한 고든 스터렛과 주얼 허드슨. 문득 비행기나 선박에서 구조 조난신호를 보내는 "메이데이"가 떠오른다.

7. 치프사이드의 타르퀴니우스 - 작가의 진실은?

8. 오, 적갈색 머리카락 마녀! - 세월은 흐르고 마음도 변하는 법.

9. 행복의 잔해 - 사라진 희망을 찾는 일.

10. Mr. 이키 - 겉도는 느낌.

11. 산골 소녀 제미나 - 독자 마음에 꼭 들거라고 자신하는 이야기 그러나 그건 작가만의 생각일뿐.

미국의 대표작가인 피츠제럴드가 글을 쓴 이유가 순수한 문학적 열정이 아닌 돈과 명성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실망했지만 어찌보면 가장 인간적이고 솔직한 이유라는 점에서는 공감했다. '스콧 피츠제럴드다운 작품이란 바로 이런 거구나.' 라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과씨의 맛
조경수 외 지음 / 상상공방(동양문고)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인상깊은 구절 
 
크게 보면 망각이란, 평소라면 잔혹한 방식으로 보존되었을 것을 품위있게 간직하는 방법이 아닐까?
--------------------------------------------------------------------------
 
사과꽃 향기나 사과 맛이라면 상상하기가 쉬웠을 것이다.

그러나 사과씨의 맛은 먹어 본 적 없으니 짐작하기가 힘들다.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삶의 알맹이에 대해서 이 책은 이야기한다.

독일 작가 카타리나 하게나의 소설 데뷔작, <사과씨의 맛>은 단순한 로맨스 소설이 아니다.

얼핏 새콤달콤한 사과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로맨스를 기대했던 독자라면 실망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생을 어느 정도 살아 본 독자라면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조금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인생을 하나의 사과에 비유한다면,

각자 주어진 먹음직스러운 사과는 우리의 젊음이 아닐까? 한창 향기롭고 잘 익은 사과를 조금씩 베어물수록 싱그러움은 사라지지만 그 맛과 향기는 내 안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사과의 중심에는 씨과 존재한다. 결코 변하지 않는 진실, 기억 속에서 잠시 접어둘 수는 있지만 지울 수 없는 진실 말이다.

주인공 이리스 베르거는 외할머니 베르타 린셴의 장례식 때문에 보츠하펜으로 오게 된다.

어머니 크리스타와 아버지 디트리히, 주인공 이리스, 둘째 이모 잉가 그리고 막내 이모 하리에트가 오랜만에 모인 자리에서 외할머니의 유언장이 공개된다. 대단할 것 없는 유가증권이나 돈은 이모들에게 상속되고 낡고 허름한 외할머니의 집은 이리스에게 상속된다. 베르타 할머니에게는 유일한 손녀니까 언젠가는 상속될 집이었다. 만약 하리에트 이모의 딸인 이종사촌언니 로스마리가 살았더라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리스는 상속문제로 며칠 휴가를 낸 뒤 외할머니 집에 머물게 된다.

그녀는 프라이부르크 대학 도서관 사서로 일하고 있다. 자신의 직업에서 좋아하는 일은 잊힌 책들을 찾아내기다. 3대에 걸쳐 살아온 외할머니 집은, 어쩌면 그녀가 그토록 좋아하던 잊힌 책이 아니었을까?

첫 장에는 델바터 집안의 가계도가 있다. (세심하고 친절한 편집자에게 감사한다. 이 가계도가 없었더라면 이야기에 몰입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어쩌면 낯선 외국이름만 보면 헷갈리는 나 같은 독자에게만 해당되는 도움이겠지만 말이다. 일단 이야기에 앞서 가계도를 파악하면 자연스럽게 옛 추억 속으로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외할머니 베르타와 열여섯 살에 세상을 떠난 이모할머니 안나의 이야기

베르타의 세 딸들 크리스타, 잉가, 하리에트의 이야기

크리스타의 딸 이리스와 하리에트의 딸 로스마리 그리고 친구 마리의 이야기.

3대에 걸친 그녀들의 삶 속에서 사과씨의 맛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삶 속에서 사랑은 빼놓을 수 없는 주제다. 사과 맛이 사랑이라면, 사과씨는 세월 속에 잊힌 추억이며 진실이 아닐까?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밝혀진 진실은 의외였다. 아마도 그 때문에 그녀들은 사과씨처럼 땅 속에 묻어놓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자, 사과씨의 맛을 알고 싶다면 읽어보시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의 발에 입 맞추고 싶습니다 - 세기의 발레리나 강수진 라이프 스토리
장광열 지음 / 동아일보사 / 2004년 10월
평점 :
품절


부모는 아이의 마음을 따라가는 해바리기 같다. 아이가 좋아하면 덩달아 좋으니 말이다.

우리 딸 아이가 발레를 배우더니 흠뻑 빠진 상태다. 관심과 열정이 넘쳐 집에서도 발레복을 입고 깡총댄다. 처음에는 그냥 웃었는데 어설프지만 나름의 진지한 모습을 보니 기특하다. 앞으로의 꿈이 언제 바뀔지는 모르지만 현재로서는 발레리나가 꿈이란다. 그래서 괜히 발레에 관심이 간다.

우연히 TV를 통해 발레리나 강수진을 만났다. 오랜만에 보는 모습인데 여전히 아름답고 당당했다.

그녀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마음에 책이 있나 찾아 보았더니 바로 이 책이 있었다.

비록 그녀가 직접 쓴 글은 아니지만 그녀가 누구인지를 알기에는 충분하다.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던 그녀의 울퉁불퉁한 발이 왜 아름다운지, 왜 발에 입맞추고 싶은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손에 하는 입맞춤은 존경의 의미라고 했던가?

"당신의 발에 입맞추고 싶습니다."

이 책을 읽고나면 누구나 그런 마음이 들지 않을까 싶다.

겨우 고등학교 1학년 나이에 부모님을 떠나 먼 타국으로 유학을 간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어렵고 힘든 유학 시절을 거쳐 정식 발레단원이 되고 독일에서 최고의 발레리나가 되기까지 그녀의 삶은 오로지 발레뿐이다. 저자가 별 생각없이 발레를 하지 않았으면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 정신이 번쩍 들 대답을 했다고 한다. 자신은 지금까지 발레 이외에는 생각해 본 적이 없고 지금 발레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말이다. 그녀는 마치 발레를 위해 세상에 온 것처럼 살고 있다. 

"강철 나비"  그녀의 별명이다. 온몸이 부서져라 끊임없이 연습하는 그녀에게 알맞은 별명인 것 같다.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발레 연습을 하는 그녀의 삶이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우리는 늘 반복된 일상에 대해 투덜거리며 뭔가 새로운 것을 찾으려 한다. 그런데 그녀는 지치지도 않고 발레만을 하면서 매일이 새롭다고 말한다.

그녀가 우리와 다른 점은 천재적인 재능이 아니다. 분명 동양인 최초로 수석발레리나가 된 것은 기적같은 일이다. 그러나 그 기적을 현실로 만든 건 천재적인 재능이 아니라 지치지 않는 열정일 것이다.

우리 인생에서도 그녀가 발레에 대해 쏟는 열정과 노력만큼 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을 것이다. 말도 통하지 않고 제대로 발레할 실력마저 부족했지만 그녀는 해냈다.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자랑스럽고 존경스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뒤적뒤적 끼적끼적 : 김탁환의 독서열전 - 내 영혼을 뜨겁게 한 100권의 책에 관한 기록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당신은 누구십니까?"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뭐라고 말할 수 있을지, 조금은 망설여진다.

그러나 작가 김탁환님은 <내 영혼을 뜨겁게 한 100권의 책>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자신을 보여준다.

그 역시 평범한 독자였을 적에는 작가의 집필실이 궁금했다고 한다. 나도 궁금하다. 도대체 작가는 일상에서 무엇을 하며 지낼까?

그는 말한다. 

"뒤적뒤적 끼적끼적!

작가란 무언가를 뒤적이고 무언가를 끼적이는 자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꽤 겸손하면서도 솔직하게 와 닿는 말이다. 뒤적이고 끼적이는 일 자체는 흔하지만 작가에게는 열정적인 작업이기에 훌륭한 작품이 탄생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위대한 작가는 동시에 열정적인 독서가이기도 하다. 과연 어떤 책을 소개하였을까?

흔히 작가의 작업실이라 하면 책이 빼곡히 꽂힌 서재가 떠오른다. 김탁환님의 서재를 본 적이 없으니 모르겠지만 그 중에서 100권을 선택하는 일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작가 나름의 책 분류를 보면 다음과 같다.

1. 예술이여 인생이여, 너희 얼굴 참 곱구나

2. 지금은 잠시, '잃어버린 것들'을 만지작거릴 시간

3. 그리하여 비일상적인 일상들

4. 보이지 않는 것까지도 볼 수 있는 그대의 이름, 시인

5. 누가 나를 그곳으로 데려가리오

6. 농도 진한 한국인의 피

7. 사실 혹은 상상, 그 혼미한 경계선에서

8. 삶의 지침을 가르쳐 주는 사람, 사람들

9. 읽어야 할 책이 많기에, 써야 할 글이 넘치기에, 삶은 결코 지루하지 않다

10. 과거와 미래가 담긴 '과학'이라는 이름의 도서관

자, 이 중에서 끌리는 제목이 있다면 그 부분을 펼쳐 봐도 좋다. 사실 처음부터 차근차근 한 번에 읽은 것을 후회하고 있다. 100권의 책은 마치 100명의 사람을 만나는 일과 같다. 이미 알고 지내던 누군가라면 더욱 반가웠겠지만 수많은 낯선 사람들을 연달아 만나니 어색한 순간이 있다. 처음이지만 친근한 경우도 있다. 어찌됐든 누군가의 영혼을 뜨겁게 했던 책이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닌 것이다.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 소개된 100권의 책은 김탁환님에게 감동을 준 친구들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권장도서 100권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작가 김탁환님에 대해 알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절친한 친구일수록 닮는 법이니까. 영혼을 뜨겁게 할 만한 글이란 그 글을 읽는 이의 마음도 똑같다는 의미다.

내 영혼은 어떤 책을 읽을 때 뜨거워졌는가?

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만 끌리는 작가가 있다. 아니 에르노!

"현실을 추적하는 대신 현실을 생산하고자 하는 옛날 이야기는 꾸며 내지 말 것. 추억 속의 이미지를 거론하여 번역하는 데 만족하지 말고, 이 이미지를 다양한 접근 방식을 통해 스스로 속살을 드러내는 자료로 취급할 것, 한마디로 나 자신의 인류학자가 될 것."

부끄러움에 대한 아니 에르노의 철학적 성찰이 내게도 필요하다. 예전부터 나에게, 글을 쓰는 일은 부끄러움에 대한 고백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글쓰기가 쉽지 않았다. 작가가 아니더라도 일상의 글쓰기는 우리의 생각과 마음을 자유롭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세상에 책이 없었다면 혹은 글을 쓸 수 없었다면 상상하기도 싫다.

누군가는 뒤적이며 감동을 받고, 누군가는 끼적이며 감동을 준다. 뒤적뒤적 끼적끼적!  행복한 순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부처님과 내기한 선비 샘깊은 오늘고전 8
김이은 지음, 정정엽 그림, 김시습 원작 / 알마 / 200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시습은 어떤 인물일까요?

차라리 셰익스피어에 대해 물었다면 더 할 말이 많았을지도 모릅니다. 그건 셰익스피어에 대한 지식이 월등해서가 아니라 반대로 김시습이란 인물에 대해 무지함을 뜻합니다. 바로 우리 고전문학에 대한 무지와 무심함을 드러내는 순간입니다.

그래도 학창 시절, 시험 문제로 등장했던 건 기억합니다.

한국 최초의 한문 소설 제목과 저자는?  <금오신화> ,  김시습.

안타깝게도 우리 고전문학은 시험을 위한 단편적인 지식들로 기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고전문학을 읽어봐야겠다는 야무진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흔한 경우는 아닐 겁니다.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우리 고전문학에 대한 관심이 생기더군요.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얼쑤"

맞습니다. 우리의 옛문화를 제대로 알고 사랑해야 우리의 정신 또한 올바로 설 수 있을 겁니다. 너무 거창했나요?

어렵다고 멀게 느꼈던 고전문학이 곱고 친근한 모습으로 나타나니 반가운 마음에 사설이 길었습니다.

[샘깊은오늘고전] 시리즈 중 한 권인 이 책은 바로 <김시습 단편소설 모음>입니다.

<금오신화>에 실린 다섯 편의 소설 가운데 두 편을 오늘의 우리말로 곱게 다듬어서 어린이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이생규장전]이란 원작은 [이생이 담 안을 엿보다]란 제목으로, [만복사저포기]는 [부처님과 내기한 선비]로 변신했습니다. 제목이 알기 쉽게 바뀌고, 내용 또한 할머니가 들려주시는 옛날 이야기처럼 편안하니 고전을 읽는 즐거움이 생깁니다.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로 읽을 수도 있지만 김시습의 삶을 살펴보면 이야기마다 심오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당시 수양대군(세조)이 조카 단종의 왕위를 빼앗고 왕이 되자 김시습은 스님이 되어 세상을 떠도는 방랑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환상적인 사랑 이야기가 김시습 자신에게는 타협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도전이 아니었을까요?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며 지키려는 사랑은 선비로서의 절개라고 느껴집니다.

두 편의 이야기 모두 시가 많이 등장합니다. 사랑에 빠진 두 남녀가 자신의 마음을 시로 전하는 장면을 떠올리니 참으로 아름답기 그지 없습니다. 저에게 우리 고전문학이 아름다운 이유를 묻는다면 은근한 멋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말하겠습니다. 이야기 속에 감정과 생각이 한 편의 시로 녹아들어 깊이를 더해줍니다.

작고 어여쁜 모습으로 새롭게 태어난 우리 고전문학을 만나니 기쁘고 자랑스럽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