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지구를 살려줘 - 지구인이 꼭 알아야 할 53가지 녹색 생활 매뉴얼
도미닉 머렌 지음, 이재영 옮김 / 이른아침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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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의 지구를 살려줘?
내 집, 내 땅도 아닌 내 지구라니, 뭔가 너무 거창한 거 아닌가 싶다. 이제껏 살면서 지구가 내 소유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사람 마음이 요상하게도 내 것이라고 정해져 있으면 아끼고 보살피지만 남의 것에는 무심한 법이다. 그러니 지구 환경에 대한 걱정은 남들 문제였지 내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아이들을 키우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지구는 내가 사라지고 없을 미래에도 존재할 것이고, 그 지구 위에 우리의 아이들이 살아갈 것이다. 이것은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중대한 문제다. 분명 이 책은 지구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실천하려는 이들에게 필요하다. 우리 모두가 어떻게 일상에서 지구를 살릴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한다. "지구인이 꼭 알아야 할 53가지 녹색 생활 매뉴얼"이라는 부제답게 이 책은 질문과 대답 형식으로 되어 있다.
우리 일상에서 식품, 쇼핑, 에너지, 운송과 여행, 직장, 가정, 폐기물 처리와 재활용, 라이프 스타일로 분류하여 각 분야마다 궁금할 만한 질문을 한다. 예를 들면 유기농 식품을 사야 할까요? 대답은 Yes 다. 그러나 바로 옆에 But 이란 대답이 이어진다.
유기농 식품을 사는 것이 녹색운동과 밀접한 부분이지만 무조건 유기농 식품이 최선은 아니라는 것이다.  심각한 환경 오염을 걱정하면서 유기농 식품을 구입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건강한 삶을 위해 필요한 선택이다. 하지만  유기농 식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신뢰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유기농이 비위생적이며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또한 환경을 생각하면 육류를 덜 먹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실제로 그 때문에 육류 소비를 줄이기는 매우 힘들다.  사실 육류 자체가 환경 위해요소가 아니라 육류를 생산하는 방식이 문제이기 때문에 그 부분을 개선하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먹거리 문제라서 식품 부문은 더욱 눈여겨 보게 된다.
이렇듯 지구를 살리려는 노력은 단순히 한 가지의 대답만으로는 부족하다. 녹색운동에 대해서 막연히 알고 있던 내용들이 구체적인 질문과 대답을 통해 알 수 있다. 그리고 단순히 아는 것뿐만이 아니라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53가지 방법을 53가지 주제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앞으로 어떻게 실천할까를 더욱 고민해야겠다.
나의 지구, 우리의 지구를 살리는 길은 지구 환경에 대한 관심과 실천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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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났어요 - 틱낫한 스님이 추천한 어린이 '화' 우리 아이 인성교육 1
게일 실버 지음, 문태준 옮김, 크리스틴 크뢰머 그림 / 불광출판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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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화가 났을 때 어떻게 하나요?

소리를 크게 지르거나 엉엉 울어요. 발을 구르거나 심하면 장난감을 던지기도 해요. 온 몸으로 화가 났음을 말해줘요.

그러면 어른들은 화가 났을 때 어떻게 하나요?

목소리가 커지고 흥분하여 말하죠. 울기도 해요. 심하면 누군가를 때리며 싸울 때도 있어요. 그만큼 화는 행동을 거칠고 난폭하게 만들어요.

어른이 된다는 건 육체뿐 아니라 정신적인 성숙을 의미해요. 그래서 아이일 때보다는 올바른 판단을 하고 행동하게 되는 거지요. 하지만 유독 화가 나면 아이나 어른이나 그 화를 주체 못할 때가 많아요. 어른들도 쉽게 다스리지 못하는 것이 화라서 가끔은 화 때문에 어리석은 행동을 할 때가 있어요. 그리고는 후회하죠. 어릴 때는 화가 난다고 함부로 말하거나 행동하다가는 어른들에게 야단 맞아요. 친구들끼리 놀다가 화가 나면 싸움이 되고요.  어른들은 왜 화가 났는지 보다는 화가 나서 한 말이나 행동을 놓고 나무라곤 해요. 화가 난 상태에서 어른들에게 야단까지 맞게 되면 정말 기분은 우울해지죠. 세상에 자기를 이해하고 사랑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아 속상해져요. 더 눈물이 나고 화는 슬픔 혹은 분노와 손을 잡죠. 도대체 화는 뭘까요?

전 이 책을 발견했을 때 무척 반가웠어요. 틱낫한 스님이 직접 쓰신 책은 아니지만  틱낫한 스님의 <화>라는 책이 어린이용으로 변신한 느낌이었어요. 어린이 그림책답게 <화>를 빨간 도깨비처럼 표현했어요. 한 편의 짧은 동화 속에 <화>가 무엇이며 어떻게 화를 다스려야 하는지를 잘 보여줘요. 처음에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읽어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오히려 어른들에게 더 필요한 책인 것 같아요.  틱낫한 스님의 <화>라는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감동을 그 동안 잊고 지냈는데 이 책을 통해서 다시금 깨달았어요. 알고는 있지만 잊기 쉬운 것이 삶의 지혜인 것 같아요.

 

<화가 났어요>의 주인공은 얀이라는 소년이에요. 거실에서 블록으로 탑 쌓기를 하고 있어요. 부엌에서 식사 준비를 하던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세요. "저녁을 먹고 나서 더 놀아라."  하지만 얀은 더 놀고 싶어요. 그런데 할아버지는 블록 놀이를 그만하고 밥을 먹자고 계속 말씀하시는 거예요. 화가 난 얀은 아무 말도 못한 채 있다가 눈물이 나서 큰 소리로 울기 시작해요. 할아버지는 두 팔을 벌려 얀을 껴안아 주려고 하지만 얀은 할아버지를 밀쳐내요.  그 바람에 높이 쌓았던 탑을 손으로 쳐서 무너뜨리게 되네요. 엉망이 된 블럭을 보고 더욱 화가 난 얀은 소리쳐요. "저리 가 버려요!  할아버지가 싫어요!"

만약 아이가 이런 말을 했다면 부모들은 화가 났을 거예요.  그래서 아이를 더욱 야단쳤을 거예요. 울고불고 소리치는 아이와 화간 난 부모의 모습을 떠올리니 정말 앞이 깜깜하네요. 그런데 할아버지는 정말 지혜로운 분이에요. 이렇게 말씀하세요.

"네 방으로 가서 너의 화와 함께 앉아 있도록 해라. 할아버지는 네가 차분해져서 얘기를 나눌 수 있을 때 가도록 하마."

얀은 방으로 달려가 펑펑 울어요. 어떻게 화가 나는데 화와 함께 앉아 있을 수 있겠어요? 이 때 새빨간 털복숭이 녀석이 나타나요.

바로 <화>예요. <화>는 얀에게 말을 걸면서 자꾸만 나쁜 행동과 말을 하자고 유혹해요. 얀은 밖으로 나가자는 <화>의 말을 듣는 대신 함께 방 안에서 춤을 추기도 하고 방바닥을 쾅쾅 치기도 했어요. 그러다가 지쳐서 가만히 있게 되었어요. 둘은 나란히 앉아서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가 천천히 숨을 내쉬었어요. 둘은 친구가 되었어요.

진정이 된 얀은 할아버지와 이야기해요.

"할아버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세요?"

"알 것 같구나. 네가 너의 화를 잘 보살펴서 너의 화가 멀리 가버렸구나."

 

어른들도  마음 한 구석에는 아직 자라지 못한 철부지 아이가 숨어있어요. 마치 <화>로 표현되는 빨간 도깨비처럼요.  잘 다스리지 못하면 그 <화>라는 녀석이 말썽을 부리죠. 말 잘 듣는 착한 아이로 만들려면 다독거리고 달래줄 필요가 있어요. 마치 정말 아이를 대하는 것과 흡사해요.  아이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큰 소리로 야단치면 반항하지만 혼자 반성할 시간을 주면서 존중해주면 스스로 잘못을 깨닫잖아요.

우리 마음 속의 <화>를 잘 다스리는 방법은 우리 자신이 현명한 부모처럼 행동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정말 좋은 책이에요.

많은 분들이 읽고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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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물고기 무지개 물고기
마르쿠스 피스터 지음, 공경희 옮김 / 시공주니어 / 199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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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동화책이라고 해서 구입하지는 않는데
초등 필독서로 지정되어 구입하게 됐네요.  
과연 유명한 책은 뭐가 다를까? 라는 의구심을 조금 가졌었네요.
그런데 아이에게 읽어주면서 
저절로  "아~" 하는 감탄사가 나오더군요.
그냥 이야기만으로도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게 해주네요.
반짝반짝 빛나는 멋진 비늘을 가진 무지개 물고기는
완벽한 물고기지만
거만하고 심술궂은 성격때문에 외톨이가 되지요.
그래서 문어 할머니를 찾아갔더니
반짝이 비늘을 다른 물고기들에게 한 개씩 나눠줘야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씀하시죠.
무지개 물고기는  큰 맘을 먹고
한 개씩 나눠주다가 
결국에는 
반짝이 비늘이 딱 하나만 남게 돼요.
그런데 이상한 일이죠?
자신의 반짝이 비늘을 하나씩 나누어 주면 줄수록 기쁨이
커지는 거예요.
이제 바다는 무지개 물고기의 반짝이 비늘을 나눠 가진
물고기들로 온통 반짝거리게 되네요.

최근에 학교 도서관 프로그램 중에 마침 이 책을 읽어주는 시간이 있었어요.
아이들과 함께 큰 화면으로 책을 보면서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무지개 물고기의 의미가 더욱 마음에 와 닿더군요.

아이들을 키우면서 
부모 입장에서는 하나라도 더 반짝이 비늘을 붙여주려고
애쓰게 되지요. 더 많이 가질수록 행복하다고 믿으니까요.
반짝이 비늘은 우리들이 가진 재능, 경제적 능력과 같은 성공의 이미지라고 
생각해요.  그것을 혼자서만 누린다고 해서 진정한 성공일까요?
무지개 물고기는 누가봐도 멋지지만
외롭고 행복하지 않았어요. 
대신 누군가에게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눠주면 줄수록 행복해져요.
나눔은 보이지 않는 우리 마음을 반짝반짝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비결인 거죠.

요즘은 
기부 문화가 많이 보편화된 것 같아요.  캠페인성 기부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나눔을 실천하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저는 <무지개 물고기>를 보면서 새롭게 행복과 나눔을 생각하게 됐어요.
우선 나 자신이 무지개 물고기처럼 아름답고 멋진 존재라는 걸 알아야겠죠.
그리고 행복은 반짝이 비늘을 더 많이 가진 물고기가 아니라 더 많이 나눠준 
물고기의 몫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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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도시 사라진 아이들 - 1995년 뉴베리 아너 선정도서
낸시 파머 지음, 김경숙 옮김 / 살림Friends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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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위한 SF 모험담을 읽다보니 어느새 어린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다.

작품을 보면 작가의 경험과 상상력이 잘 결합하여 흥미진진한 세계를 창조해낸 듯 하다. 세계적인 아동문학 작가로 알려진 낸시 파머의 <사라진 도시 사라진 아이들>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대단히 영감을 주는 작품이다.

저자는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일하면서 아프리카 문화에 심취했던 것 같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물과 장소가 실제로 존재하며 특히 주인공 세 남매 중 쿠다는 자신의 아들 대니얼과 닮아 있다. 실제로 레스트헤이븐에서 대니얼이 반 나절 동안 실종되었던 일은 이야기 속 모험 같다.

미래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여기는 아프리카 짐바브웨, 2194년 9월 마치카  장군의 저택이다. 텐다이, 리타, 쿠다 세 아이들은 '사운드 오브 뮤직'에 등장하는 아이들처럼 군기가 잡혀 있다. 열세 살 소년 텐다이는 장군인 아버지와는 달리 사색적이고 감성이 풍부한 소년이다. 열한 살 리타는 활발하고 자기 주장이 강한 소녀다. 네 살 쿠다는 가장 아버지를 닮은 꼬마 용사다.  모든 것이 깔끔하고 완벽해 보이는 저택 안에 살고 있는 세 아이들은 진짜 모험을 꿈꾼다. 항상 가상 세계에서 스카우트 단원인 것이 싫증난 아이들은 아버지를 속이고 몰래 가출을 감행한다.

어린 시절에는 진짜 모험에 대한 환상이 있다. 초등학생 때에 스카우트 단원이라 며칠 야영 캠프를 간 적이 있다. 처음에는 흥분되고 즐겁다가 조금씩 집 생각이 나고 엄마가 보고 싶어졌다. 그 때 깨달았다. "집 떠나면 고생이다. 세상에서 우리 집이 최고다."

하지만 고생을 할지언정 캠프를 포기한 적은 없었다. 그만큼 힘들지만 재미있는 경험이었으니까.

텐다이, 리타, 쿠다는 완벽한 환경 속에서 모든 것을 누리면서도 뭔가 부족함을 느꼈고 그래서 모험을 떠나기로 한 것이다. 온실 속의 화초마냥 지냈던 철부지 아이들이 집을 나서는 순간 예기치 못한 사건들이 벌어진다.

<사라진 도시 사라진 아이들>이 보여주는 미래 세계는 세 가지 형태의 세계가 공존한다.

첫 번째로 텐다이, 리타, 쿠다가 살고 있는 저택처럼 로봇과 기계로 구성된 도시 형태다. 아마도 우리가 상상하는 미래 세계와 가장 흡사할 것이다.  점점 편리함이 극대화되어 인간다움이 사라진 세상같다. 마치 편안한 삶을 위해 자유를 빼앗긴 느낌이다. 우연이나 예기치 못한 사건은 있을 수 없는 삶이란 답답할 것 같다. 그러니 호기심 넘치는 세 아이들이 가출한 것도 이해할 만하다. 부모 입장에서는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중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언젠가 어른이 되어 부모 품을 떠나야 한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세 아이들의 모험은 무모하고 위험한 일이었지만 결론적으로는 성숙해지는 값진 경험이었다.

두 번째는 도시를 벗어난 오염 지역인 '죽은 자의 땅'이라 불리는 곳이다. 그 곳의 우두머리는 암코끼리라 불리는 여자인데 마치 여왕처럼 군림하며 사람들을 노예처럼 부린다. 무법천지이며 도시 문명이 파괴된 형태로 공존한다.

세 번째는 고대  짐바브웨의 형태를 띤 레스트헤이븐이란 곳이다.  무당 혹은 영매가 중심이 된 부족 사회다. 미래 세계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원시적인 곳이다.

마치카 장군은 사라진 아이들을 찾기 위해 탐정을 고용한다. 세 명의 탐정은 밝은 귀, 멀리 보는 눈, 긴 팔이다. 이 부분에서 웃음이 났다. 우리 전래동화에 등장하는 신기한 도깨비가 떠오른다. 유전자 조작이나 변종으로 태어난 새로운 인종인 것 같다. 이들의 활약은 그리 돋보이지 않는다. 항상 결정적인 실수로 아이들을 놓치고 만다. 그래도 끝까지 아이들이 납치된 곳을 찾아나선다.

세 탐정은 무척 상징적이다. 세상을 잘 살기 위해 필요한 세 가지 조건 같기도 하고,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가 갖춰야 할 조건 같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셋이 함께라야 그 능력이 발휘된다는 점이다.

마치카 장군은 아이들이 사라지고 나서야 자신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깨닫는다. 부모는 자식의 울타리가 되어야 하지만 그 울타리가 지나쳐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세상과 격리되어 안전한 삶을 살게 해주는 것이 최선은 아니다. 조금 아프고 힘들더라도 아이들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세상이 변해도 부모 마음은 다 똑같은 모양이다.  부모 기준에 따른 사랑이 아니라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사랑으로 키워야겠다. 

<사라진 도시 사라진 아이들>을 읽으며,  현명하고 용감한 세 아이들의 모험을 통해 소중한 삶의 가치들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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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타티타
김서령 지음 / 현대문학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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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도 나는 오빠와 함께 피아노 학원을 향했다.

가는 길에 뭘 하느라 늦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피아노 학원 선생님의 화난 얼굴이 우리를 맞이했고 늦었다는 이유만으로 손바닥을 맞았다. 집에 와서 엉엉 울면서 다시는 피아노 학원에 안 가겠노라고 선언했다. 바로 그 날 이후로 내게 있어서 피아노뿐 아니라 음악은 절교한 친구와 같았다.  정말 꼴도 보기 싫었다.

피아노가 싫었던 것은 아닌데 피아노와 친해지기에는 그 선생님의 히스테리가 너무 심했던 것 같다. 검정 뿔테에 뽀글뽀글 파마 머리를 했던 노처녀 선생님은 늘상 먼지털이를 들고 피아노 치는 내 손가락들을 탁탁 치곤 했다.  인생은 왜 기억하고 싶은 것들은 금세 잊혀지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들은 이리도 또렷하게 떠오르는 걸까?  

바로 그 날, 먼지털이로 내 손바닥을 사정없이 때린 선생님의 얼굴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몹쓸 기억력 덕분에 씁쓸해진다.

'티타티타'가 <젓가락 행진곡>의 애칭인 줄,  이 책을 보고서야 알게 됐다. 티타티타 귀여운 피아노 소리가 내게는 그저 쿵쾅쿵쾅 괴로움의 손짓처럼 먼지털이의 악몽 같다. 사실 뭔지도 모르는 책 제목이 호기심을 자극하여 읽게 됐다.

 

"지금 두들겨야 할 건반이 어떠한 소리를 낼지 전혀 짐작하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 마음이 간지러워지는 일이었다."    12p

 

소연과 미유.

여섯 살 꼬마 시절부터 동네 피아노 학원을 함께 다닌 친구.

어른이 되어서도 동거하며 취미 삼아 피아노를 함께 연주하는 둘도 없는 친구.

그런데 늘 함께 나누는 것이 습관이 된 것은 아닐까?

그녀들의 남자친구 지환과 윤수.

 

어린 소녀들이 어떤 건반을 두들겨야 할지 몰라 당황했던 그 날처럼 인생은 변함없이 그들의 마음을 간지럽게 했다. 

간지러움.....

참을 수 없는, 그러나 참을 수 밖에 없는 그 것.

특별히 놀랍거나 새로운 이야기는 없었다. 그런데도 자꾸만 다음 장을 넘기게 되는 이유는 뭘까?

티타티타 젓가락을 두들기듯이 반복해서 연주되는 젓가락 행진곡처럼 인생은 흘러간다.

 

언젠가 우리는 땅속 지하철에서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밖에 뭐가 보여?"

"온통 검은 세상."

"정말?"

"아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검은 세상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말끄러미 무언가를 찾고 있는 우리 모습만 도리어 비치는 것이 아니었던가. 아무것도 없는 땅속에서 땅 밖의 세상을 감지하지 못한 채로 한동안 가두어지는 것. 땅 밖의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우리가 존재하지 않는 동안 어떠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어서 몸이 꾸물꾸물해지는 불안함. 너희들이 알고 있는 것쯤 우리도 다 알아, 라고 말할 수 없는 유일한 주눅.   285p

 

살면서 절대로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은 간지러움,

그들의 삶을 보면서 내 안의 케케묵은 기억들이 스멀스멀 기어나온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세월의 흐름을 확인하면서 '지금의 나'와 '과거의 나'를 견주어 본다. 나 역시 몰랐다. 이런 '나'로 살아가게 될 줄은.

티타티타 우리는 오늘도 함께 연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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