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놀이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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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의 역사는 恨과 함께 흘러간다. 피비린내나는 전쟁 없는 역사란 없겠지만 그 전쟁이 먼 이웃 나라의 침략도 아니요, 바로 얼굴 맞대고 살던 한 민족끼리의 대립이라면....... 이러한 우리의 근현대사의 모습은 겪어보지 못한 세대에게는 한 편의 소설만큼이나 먼 얘기처럼 들리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오히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역사적 아픔, 갈등이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로 와 닿는 느낌이었다.

주인공 황복만과 배점수는 동일한 인물이다. 만약 갑작스런 전화 한 통만 없었다면 그냥 묻고 외면했을 과거가 드러난다. 현재 별 걱정없이 풍요로운 삶을 누리던 황복만에게 감추고 싶은 과거의 비밀은 무엇일까? 같은 시기에 황복만의 장남 형민도 전화를 받게 되고 아버지의 비밀을 알게 된다. 우리는 어디까지 용서하고 이해할 수 있을까? 누군가에게는 숨기고 감추면 그만일 과거가 누구에게는 평생의 恨이 되고마는 과거라면 무엇이 최선의 해결일까?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고 했다. 처음에는 전화를 건 당사자의 의도가 복수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부모가 겪은 고통의 세월을 생각한다면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단순한 아픔으로 치부하기엔 그 진실이 너무 충격적이라 자식된 도리로써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부모의 과거가 자식에게는 어떤 의미가 되겠느냐는 문제는 우리의 역사의식과도 연결되는 것 같다. 부모의 과거를 모른다고 해서 현재 우리의 삶에 커다란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부모의 삶을 모르고서 과연 자신의 본질을 제대로 안다고 할 수 있을까?  부모와 자신의 삶은 별개인 듯 보이지만 살다보면 유기적으로 연결된 듯 느껴질 때가 많다. 역사란 결국 이러한 개인의 삶이 모여 거대한 흐름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 민족이 지닌 역사적 恨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민족상잔의 비극을 이야기한들 현대 젊은이들이 느끼는 감정은 지극히 방관적인 수준이다. 그러나 그 비극이 바로 자신의 부모님이 겪은 삶이라면 진지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물론 이 소설을 읽으면서 온전히 공감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비극의 전말을 보면서 인간적인 슬픔을 느꼈다.

황복만이라는 인물은 얼핏보면 현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거에 그는 배점수였고 그가 저지른 악행은 이미 많은 이들의 삶을 짓밟았다. 그가 아무리 이름을 바꾸고 성실하게 살았다고 해도 지울 수 있는 과거는 아니다. 누가 그를 용서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우리 역사 속 비극은 청산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가해자들이 진심으로 용서를 구해도 힘든 일인데 거짓으로 선량한 척 꾸미고 자신의 잘못을 덮어버리니 원한만이 쌓여가는 것 같다. 중요한 건 쌓인 한을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아닐까 싶다. 역사는 현명한 이들에 의해서 제대로 설 수 있다.

배점수의 양심을 자극하여 과거를 돌아보게 한 사람은 마지막까지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가 한 행동은 일반적인 복수와는 차원이 다르다. 자신이 당한만큼 되갚는 식의 복수였다면 분명 황복만의 장남 형민도 가만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선택한 방법은 감춰져 있던 진실을 드러내는 일, 딱 거기까지였다. 어떻게 보상하라던가, 반성하라는 식의 조건을 달았다면 그토록 두려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 걱정없이 노후를 풍요롭게 즐기던 황복만에게 과거의 진실은 청천벽력처럼 느껴졌겠지만 세상에 원인없는 결과는 없다. 그가 두려움과 고통을 느낀다는 사실이 다행스럽게 느껴진다. 처음에는 돈으로 해결하려는 비열한 면모를 보이지만 그렇게 해결될 일이 아니란 걸 알면서 진실을 있는 그대로 대면한다. 그의 과거는 장남인 형민에게 전해지고 평생의 업보처럼 짊어져야 한다. 버려진 아들 칠성이가 온전한 정신으로 살 수 없는 것처럼 과거는 숨기고 덮는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불놀이>는 우리의 역사적 비극을 생생한 삶의 이야기로 끌어내어 아픔과 고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것은 남의 얘기가 아닌 바로 우리 민족의 이야기이며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역사란 걸 상기시킨다.

 

" 배점수 씨, 저 시퍼렇게 타오르는 불꽃을 보시오. 그리고 저 속에서 맥을 못 쓰고 녹아내리는 쇠를 보시오. 바로 저것이오. 양반이니 지주니 하는 것들은 저 쇠붙이고 우리는 저 쇠붙이를 맘대로 녹여 버릴 수 있는 불꽃이오." (28p)

 - 불꽃은 강하게 모든 것을 녹여버린다. 그러나 정작 인간으로서의 본질까지 녹여버려서는 안 된다는 걸 배점수는 몰랐던 것이다. 부당한 현실에 맞서는 것은 정의롭지만 복수는 또다른 불의와 죄악의 시작이었다.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건 그 근본을 잊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외로움이란 것의 진짜 얼굴을 비로소 정확하게 보는 것 같았다. 모든 것과 함께 있으면서 모든 것으로부터 고립된 상태, 모든 것은 평상의 질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데 혼자만 흩어지고 부서지는 무질서의 혼돈을 겪으면서 한사코 정상인 체 꾸며야 하는 고통. 그는 오로지 혼자라는 사실을 여태껏 이처럼 절박하게 느껴본 적이 없었다. (94p)

- 왜 그가 배점수에게 전화로만 소통했는지 알 것 같다. 그가 거짓된 황복만으로 살면서 잊었던 '배점수'를 기억하는 순간, 그는 인간이 된 것이다.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양심이 무엇인지, 자신이 감당해야 할 몫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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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살면서 꼭 필요한 생활법률
홍진원.강이든 지음, 김영진 그림 / 삼양미디어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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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법률지식의 필요성을 느낄 때가 바로 인생의 고비가 아닌가 싶다. 그만큼 순탄하고 평온한 일상에서 법은 관심 밖의 대상이다. 그런데 어디 삶이 그리 녹록하던가. 현재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하여 무심할 것이 아니라 미리 알아두면 신통방통 요긴한 것이 법률지식이다.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살면서 꼭 필요한 생활법률>은 그런 면에서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사실 법이란 것이 한 번 읽어본다고 머리에 쏙 들어오는 것이 아닌지라 집에 두고 필요할 때 찾아보면 요긴할 것 같다. 내용은 금전, 부동산, 직장, 가족, 인터넷, 교통사고, 일상생활 속 사건으로 나누어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법률용어를 간략하게 설명하고 실제 사례를 통해 다시금 알려주기 때문에 이해하기 쉬운 편이다. 

특히 부동산 거래와 관련된 내용은 눈여겨봐야 한다. 부동산 계약을 할 때 단독으로 하는 경우보다는 대부분 부동산 중개인을 통해 하기 때문에 안심하고 맡긴다. 그런데 정작 계약이 잘못되면 그 책임은 부동산 중개인이 아니라 계약한 본인의 책임이므로 가장 중요한 계약서를 꼼꼼하게 잘 확인해야 한다. 계약서를 쓰기 전에 등기부 등본을 확인하는 것은 기본이지만 간혹 등기부 위조가 있을 수 있으니 꼭 직접 떼어서 확인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상식 하나를 알려준다. 부동산 거래 시 계약 후 24시간 이내에 계약을 해제하면 계약금을 돌려받는 걸로 알고 있는데 원칙적으로는 시간의 경과와 상관없이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순간 계약이 성립되므로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계약서를 쓰기 전에 몇 번이라도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꼼꼼함이 필요하다. 그 밖에도 <주택 임대차보호법>,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제대로 알고 있어서 손해보는 일이 없다.

요즘은 자동차 보험만 있으면 교통사고가 나도 대부분 처리가 되지만 무조건 보험만 믿었다가는 큰 코 다친다. 교통사고는 워낙 주변에서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잘 알아둬야 한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서는 운전자가 사소한 실수로 형사처벌을 받는 일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교통사고가 났더라도 자동차 보험을 종합보험으로 가입하고 있으면 보험으로 보상 처리를 하고 별도의 처벌을 받지 않는다."라고 하고 있다. 하지만 사망 사고와 중상해 사고, 뺑소니, 음주 측정거부 그리고 11대 중과실 사고 등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으로 구제해 줄 수 없다. 즉 자동차 보험으로 구제받지 못하고 형사적 처벌을 받는다는 뜻이다. 처벌을 피하는 유일한 방법은 미리미리 절대 안전운전으로 조심하는 것뿐이다. 다른 건 몰라도 교통사고는 법률지식을 많이 안다고해도 피할 수 없다. 안전운전이 최선이다.

맨 마지막 장에는 알아두면 당당해지는 법률상식이 나와있다. 아는 것 같지만 막상 보면 헷갈리는 내용이라 꽤 도움이 된다. 고소와 고발, 민사 책임과 형사 책임, 친고죄와 반의사불벌죄, 무고죄, 초상권, 육아휴직, 도박죄, 스토킹까지 실생활에서 법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아는 것이 힘'이다. 작가의 말처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설픈 위로가 아니라 구체적인 해결책인 법률지식이다. 이 책 한 권이면 웬만한 분제는 실속있게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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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Zone
차동엽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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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라는 말을 들으면 괜히 화가 난다. 왜? 정말 나 스스로도 바보같다고 느낄 때가 있으니까. 그걸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더 화를 낸다.

그런데 정작 바보는 바보라는 말을 들어도 웃는다. 왜? 진짜 바보는 자신이 바보인 줄 알고도 행복하니까.

세상에 수많은 바보들에게, 아니 자신이 바보인 줄 모르는 바보들에게 당당히 말한다.

이제까지 우리는 바보가 되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쓰며 살았다. 그런데 우리가 원하는 행복과 성공의 열쇠는 바로 바보 안에 있다.

이 책은 <무지개 원리>의 저자 차동엽 신부님의 신작이라 관심이 갔다. 과연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로 우리를 일깨워주실까 라는 기대감이 컸다. 역시나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잘 살려고, 바보처럼 살다가 후회하지 않으려고 바둥거리는 사람에게 '바보처럼 살라'고 하다니!

좋은 게 있으면 죄다 남들 주고, 힘든 게 있으면 나서서 거들고, 제 것 하나 챙길 줄 모르는 바보가 뭐 그리 좋다고 바보예찬론을 펼치는 건지 조금은 의아했다. 그런데 세상에는 위대한 바보들이 꽤 많은 것 같다. 바로 이 책은 우리가 몰랐던 바보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세상을 구하는 바보들 앞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평생 무료 진료를 하며 가난한 이들의 생명을 지켜주었던 장기려 박사님의 한 마디 말 속에 <바보 Zone>의 핵심이 담겨있다.

"아 이 사람아, 바보 소리 들으면 성공한 거야! 바보 소리 듣기가 얼마나 어려운 줄 알아?" (61p)

진정한 바보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같다. 남들보다 더 많은 것을 가져야만 행복한 줄 아는 우리들과는 삶의 방식이 전혀 다르다. 만약 세상에 바보가 없었다면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누군가를 위해 희생한다거나 양보할 줄 모르는 세상은 지옥일테니까. 세상이 조금 나아진 것은 위대한 바보들 덕분이고 살기 힘들어진 것은 바보이길 거부하는 겁쟁이들 탓이다. 나 역시 겁쟁이 중 한 명이다. 진정한 바보가 되는 길은 자신을 비워내는 일이기에 두렵고 자신이 없다. 과연 내가 그들처럼 살 수 있을까? 분명 위대한 바보들에게 감탄하고 존경을 보내지만 나 스스로 바보의 길을 가는 건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제대로 바보처럼 살아보지 못해서 진정한 행복이 뭔지를 모르고 살아와서 머뭇거리게 되는 것 같다. 살면서 늘 '나는 누구인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생각했는데 바보 Zone 속에서 그 답을 찾은 것 같다.

이제 바보란 말은 더이상 부정적인 의미의 바보가 아니다. 앞으로는 바보라서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 당당하게 바보로 살기 위해서 용기를 가지고 노력할 것이다. 바보의 위대한 깨달음을 오래 기억하고자 <바보 철학 12훈>을 적어본다.  반드시 기억하고 실천해야 할 내용이다. 긍정적인 생각은 세상을 한 순간에 바꿔놓는 기적을 만드는 것 같다.

 

1. 상식을 의심하라 - '몰상식하다'는 손가락질을 긍정적으로 뒤집으면 이 말이 된다.

2. 망상을 품으라 - '헛꿈꾼다', '또라이 같다'는 손가락질을 긍정적으로 뒤집으면 이 말이 된다.

3. 바로 실행하라 - '무데뽀다', '물불 안 가린다'는 손가락질을 긍정적으로 뒤집으면 이 말이 된다.

4. 작은 일을 크게 여기라 - '쪼다', '쫀쫀하다'는 손가락질을 긍정적으로 뒤집으면 이 말이 된다.

5. 큰일을 작게 여기라 - '무식한 놈이 용감하다', '단순무식하다'는 손가락질을 긍정적으로 뒤집으면 이 말이 된다.

6. 미쳐라 - '미쳤다','못 말린다'는 손가락질을 긍정적으로 뒤집으면 이 말이 된다.

7. 남의 시선에 매이지 마라 - '눈치가 둔치다', '어리바리하다'는 손가락질을 긍정적으로 뒤집으면 이 말이 된다.

8. 황소걸음으로 가라 - '느려터졌다', '답답하다', '속 터진다'는 손가락질을 긍정적으로 뒤집으면 이 말이 된다.

9. 충직하다 -'미련 곰퉁이'라는 손가락질을 긍정적으로 뒤집으면 이 말이 된다.

10. 투명하라 - '철부지 같다', '철없다'. '천진하다'는 손가락질을 긍정적으로 뒤집으면 이 말이 된다.

11. 아낌없이 나누라 -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준다', '제 앞가림 못한다', '어수룩하다'는 손가락질을 긍정적으로 뒤집으면 이 말이 된다.

12. 늘 웃으라 - '헬렐레', '칠푼이', '팔푼이', '푼수 같다'는 손가락질을 긍정적으로 뒤집으면 이 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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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1 세계문학의 숲 1
알프레트 되블린 지음, 안인희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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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난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우연히 성경 속 '욥'이 등장했다. 하느님이 보시기에 흠 없고 올곧은 인물인 욥은 사탄의 부추김 때문에 시련을 겪게 된다. 신앙인들 중에는 많은 이들이 고통이나 불행을 겪을 때 '욥'을 떠올리며 이겨낸다고 말한다. 솔직히 성경을 제대로 읽어보지 못한 터라 궁금한 마음에 읽어 보았다. '욥'의 불행은 명백히 사탄이 하느님의 종을 괴롭히려는 사악한 술수였다. 다만 당사자인 '욥'만 모를 뿐이다. 사탄은 하느님께 욥에게 준 모든 행복을 앗아가면 틀림없이 신을 저주할 거라고 말한다. 그는 끝까지 하느님을 경외하려고 애쓰지만 점점 심해지는 시련 앞에 절망한다. 그리고 왜 악인들은 오래 살며 더 행복한지를 되묻는다. 하느님의 축복을 받으며 행복할 때는 몰랐던 의심과 불경한 마음이 커져간다. 불행 앞에 인간은 가장 근본적인 존재 이유를 생각하게 된다. 종교를 가진 분이라서 '욥'의 비유를 든 것이지만 우리 삶의 불행을 떠올리면 아무도 그 주인공이 되어야 할 이유는 눈곱만큼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불행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걸 안다. '욥'처럼 마지막에는 참회하여 운명을 되돌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세상 일이 모두 해피엔딩은 아닌 것을.

시공사에서 새로 출간된 세계문학전집 중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을 읽게 됐다. 오랜만에 읽는 세계문학이라 기대가 컸다. 아무래도 책을 소개하는 거창한 문구들을 보면 당연한 기대감일 것이다. 2002년 노벨연구소가 선정한 54개국 작가가 뽑은 최고의 세계문학 100선 중 한 권이며, 대도시를 현대의 바빌론으로 묘사한 표현주의 시대의 대서사시로써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에 비견되는 독일어로 현대를 묘사한 가장 중요한 작품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첫 장을 펼치면서 조금 당혹스러웠다. 독일문학이 낯선 탓일까? 아니면 알프레트 되블린이라는 작가의 표현방식이 색다른 탓일까? 정말 기존에 읽던 작품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에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마치 독립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평범한 관객으로서 미처 다 이해하기 힘든 전개였다. 세밀한 묘사에 이은 등장인물들의 대화, 그리고 아담과 이브과 등장하는 성경 이야기 한토막, 가장 중요한 주인공 프란츠 비버코프의 존재감은 실로 미약하다. 전혀 호감을 주지 못하는 인물이라 처음에는 못마땅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감옥에서 나와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에서 신문을 팔며 생활하는 프란츠와 그가 만나게 되는 주변 인물들까지, 정말 그 중에서 인간적인 매력을 가진 이가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 놀랍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렇게 투덜대면서 계속 읽고 있다는 점이다. 도대체 프란츠의 불행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프란츠는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자신을 내던지며 타오르는 불꽃 속에 자신을 집어넣는다. 모든 고통이 사라지길 바라면서, 자비로운 죽음을 기다리는 것이다. 과연 고통 속에서 그의 마지막 바람은 이루어질까?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은 프란츠의 불행, 그가 겪는 고통과는 무관하게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야속하다해도 어쩔 수 없다. 그는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의 주인공이다. 비운의 주인공, 프란츠 카를 비버코프의 마지막은 예상했던 대로다. 극적인 반전은 없었다. 삶은 계속된다. 그것이 프란츠가 우리에게 보여준 인생이며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이다. 힘겹게 읽은 만큼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욕은 그만두고 마음에 태양을 지녀요."  (38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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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역 니체의 말 초역 시리즈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시라토리 하루히코 엮음, 박재현 옮김 / 삼호미디어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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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말에 귀기울이는 시간이 언제였던가 싶다. 매일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지만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이며 듣는 순간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상대방의 말을 들으면서도 동시에 내 나름의 생각과 판단을 하느라 분주했다. 그래서 상대방의 말과 내 말이 같아도 오해가 생기는 것 같다. 말이란 씨앗과 같다.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 밭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서 전혀 달라지니 말이다. 요즘들어 부쩍 강퍅해진 마음을 순화하고 싶어 <니체의 말>이란 제목을 보고 읽게 되었다.

<니체의 말>은 일본 작가 시라토리 하루히코라는 사람이 철학자 니체의 수많은 글 중에 232편을 골라 엮은 명언집이다. 솔직히 지금 이 시점이 아니었다면 명언집에 관심을 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뭔가 남들에게 말하기 곤란한, 그렇다고 혼자 끙끙 앓기에는 괴로운 문제를 안고 있을 때- 바로 나의 상황-야말로 명언이 큰 위로가 되는 것 같다.

첫 장 첫 구절은 이렇다.

"첫걸음은 자신에 대한 존경심에서"

어떤 괴로움, 고통 속에 처해 있다해도 자신에 대한 존경심만 잃지 않는다면 그릇된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에 대한 존경심, 인간으로서의 자존심만 지킨다면 우리 삶은 희망적이다. 결국 모든 문제의 해결은 자신 안에서 찾을 수 밖에 없다. '나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다보면 여러가지 복잡하게 얽혀있던 문제들이 본래의 모습을 드러낸다. 흔히 자기계발서에서 '자신을 먼저 사랑하라.'라는 말과 일맥상통할 수 있는데 왠지 사랑보다 존경이란 말이 훨씬 마음을 움직인다. 세상으로부터 존경받는 존재가 되고 싶다면 혹은 위대한 꿈을 이루고 싶다면, 아니면 그저 소박하지만 나다운 삶을 살고자 한다면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자신을 존경하는 일이다.

이 책은 명언을 <자신에 대하여>, <기쁨에 대하여>, <삶에 대하여>, <마음에 대하여>, <친구에 대하여>, <세상에 대하여>, <인간에 대하여>, <사랑에 대하여>, <지성에 대하여>, <아름다움에 대하여>로 나누고 있다. 좋은 말도 적절한 시기에 만나야 그 힘을 발휘하는 법이다. 몸에 좋은 음식도 그냥 삼키면 체한다. 열심히 내 안에서 내 것으로 만들려는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가끔 힘들어 하는 이들에게 가장 빠르고 큰 위로는 침묵일 때가 있다. 반대로 누군가의 위로를 받고 싶지만 온전히 이해받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이 들 때는 책이 위로가 된다.

마침 여기에 알맞은 명언이 있다.

183. 읽어야 할 책

우리가 읽어야 할 책이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읽기 전과 읽은 후 세상이 완전히 달리 보이는 책.

우리들을 이 세상의 저 편으로 데려다 주는 책.

읽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마음이 맑게 정화되는 듯 느껴지는 책.

새로운 지혜와 용기를 선사하는 책.

사랑과 미에 대한 새로운 인식, 새로운 관점을 안겨주는 책. -즐거운 지식 

세상을 살면서 힘들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삶이 무엇인지 모르는 철부지의 마음이다.  철이 든다는 건 삶의 무게에 조금은 익숙해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머리로 이해하던 명언들이 어느새 지금은 가슴으로 와닿는 나이가 된 것 같다. 니체의 말이 나의 마음 밭에서 깊게 뿌리내렸으면 좋겠다. 좋은 열매를 맺는 그 날까지 소중한 나의 인생을 아름답게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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