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탐험 꿈발전소 : 법원 미래탐험 꿈발전소 2
김승렬 글, 배광선 그림 / 국일아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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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사회에 법은 왜 필요할까?  법과 관련된 직업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 책은 어린이 꿈발전소 중 <법원>편이다. 법원에서 어떤 사람들이 일하는지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법에 관한 지식을 배울 수 있다.

우선 판사는 재판에서 법적인 결론을 내리는 역할을 한다. 검사는 범죄자의 죄를 조사하고 법원에서 그 죄를 묻는 역할을 한다. 변호사는 의뢰인을 변호해주고 죄를 지은 피고인의 사정을 설명해주는 역할을 한다. 노무사는 회사, 근로자 간에 생길 수 있는 법적인 문제들을 해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법'이라고 하면 어른들도 어렵게 여기는 분야인데 이 책은 미르와 보리를 통해서 기본적인 법률상식을 알기 쉽게 배울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우리 일상에서 법이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가족재판으로 보여주는가 하면, 공박사의 실험실에 취직한 삼촌과 얼킨 사건과 관련하여 법률용어를 배울 수 있다. 아이가 아주 어릴 때는 부모 말을 '법'으로 여겼는데 이제 좀 컸다고 나름의 인권주장을 펴기 시작한다. 사람으로서 누려야할 권리와 의무에 대해서 알아간다는 증거일 것이다. 가정에서뿐 아니라 학교나 학원 등에서 겪는 일들 중에는 잘잘못을 따져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법'이다. 물론 실제 '법'처럼 재판을 할 수는 없지만 '법'을 안다는 것은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갖는 것이다.  법은 질서를 유지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법이란 지키지 않으면 처벌을 받는 등 강제성을 가진다. 법 중에서 가장 힘 센 것이 헌법이고 그 밑으로 관습법, 명령, 규칙, 조례(구, 동에서 지역주민에게 적용하는 법)가 있다.

평소에 학습만화를 즐겨보는 데다가 좋아하는 로봇이 등장하는 이야기라서 그런지, 아이가 여러 번 볼 정도로 재미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이 책은 어린이 꿈발전소 시리즈답게 법조인이 되고 싶은 친구들이 아니더라도 법원과 법에 대해 배울 수 있어서 매우 유익하다. 책 중간에 '미리 맛보는 법학적성 시험' 이라는 간단한 테스트로 아이의 적성을 알아 볼 수도 있고, '나는 어떤 유형의 법조인일까?'라는 코너로 성격파악을 할 수 있어서 '법'에 대한 흥미를 유발한다. 우리나라도 2008년부터 국민참여재판이 시작되어서 일반인들도 형사재판에 만 20세이상이면 누구나 배심원이 될 수 있다. 미국의 배심원 제도와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나라 배심원의 판결은 법적으로 힘을 가지지 못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일반인도 재판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을 것이다. 법은 시대에 따라 변한다. 어쩌면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에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새로운 법이 만들어질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법을 올바르게 아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책 마지막에는 친구들과 토론해볼 수 있는 여러가지 주제들이 나와 있다. 법과 관련된 생각폭풍으로 즐거운 사회공부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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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
박수용 지음 / 김영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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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면 왜 가슴이 뭉클해지는 걸까?

인간의 삶은 점점더 자연과는 거리를 둔 채 인간만이 사는 세상으로 고립되어가는 것 같다.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으로 지구상의 수많은 동식물이 멸종의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런데 그 심각성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문제다. 자연은 인간에게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삶의 터전인 것을, 우리는 잊고 있다. 자연 다큐멘터리는 가장 순수한 생존의 본능과 자연의 신비롭고 위대한 힘을 일깨워준다.

한반도의 기상을 호랑이에 비유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전래동화에 빠지지않는 주인공도 호랑이다. 88올림픽의 마스코트는 호랑이를 귀엽게 꾸민 호돌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에는 야생호랑이가 한 마리도 없다. 일제시대 남획으로 멸종된 호랑이. 그 때문에 우리가 볼 수 있는 건 동물원에 갇혀 있는 호랑이뿐이다. 시베리아호랑이는 한반도에 살던 한국호랑이와 같은 종이다. 그런데 동물원에서 봤던 호랑이는 시베리아호랑이가 아닌 열대지방에 서식하는 벵골호랑이였던 것 같다. 대한민국에 토종호랑이가 한 마리도 살지 않는다는 것이 놀라운가? 아닐 것이다. 호랑이의 멸종이 대관절 우리와 무슨 상관인가, 라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그렇다. 우리는 야생의 한국호랑이가 한반도에 살지 않는다는 사실조차 신경쓰지 않을 정도로 무심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숙연함을 느꼈다. 저자는 시베리아호랑이를 촬영하기 위해 20년간 우수리와 만주, 북한 국경을 오가며 영하 30도, 한 평 남짓한 비트에 잠복하며 홀로 외로움과 추위를 견뎌냈다. 제작비가 없어서 촬영을 중단한 적도 있고 같이 일하던 스태프가 고생을 못견뎌 그만둔 적도 많았다. 당장 돈이 되지도 않는 자연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느라 20년 가까이 일하느라 집안이 거덜났다는 그에게 왜 그런 고생을 사서 하는냐고 묻고 싶을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는다면 대체 무엇을 하겠습니까?"

시베리아호랑이를 영상에 담고자 하는 그의 열망과 꿈이 있었기에 우리는 잊었던, 잃어버렸던 호랑이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책의 가치를 따진다는 것은 우습지만 특별히 이 한 권의 책만큼은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그 이상의 가치를 지녔다고 생각한다. 그는 처음 만난 야생의 암호랑이 블러디 메리와 새끼들(설백, 월백, 천지백이라고 이름 붙여줌)인 설백, 월백이 자라서 새끼를 낳고 키울 때까지 장장 호랑이 3대의 삶과 죽음을 지켜보았다. 야생호랑이를 관찰한다는 건 생명을 건 모험이다. 더군다나 비좁은 비트 안에서 언제 올지도 모르는 호랑이를 기다리며 제대로 씻지도, 먹지도 못하며 잠복하고 있는다는 건 거의 감옥살이 수준이다. 오로지 호랑이를 카메라 렌즈에 담고자 하는 굳은 목표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을, 그는 해낸 것이다. 이 책은 시베리아호랑이와 우수리 원주민, 그리고 이들을 곁에서 지켜본 한 남자의 이야기다. 감동적인 논픽션이다.

다큐멘터리스트 박수용 PD, 그야말로 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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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의 전인적 공부법 - 조선 오백년 집권의 비밀
도현신 지음 / 미다스북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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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의 왕들은 어떤 교육을 받았을까?

이 책은 조선 왕실의 교육을 살펴봄으로써 조선왕조 오백년의 찬란한 역사의 근간은 바로 교육임을 깨닫게 해준다.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조선의 역사가 많이 왜곡된 것이 사실이다. 국력이 약하여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긴 설움이 큰 탓인지 조선시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는 것 같다. 유교를 숭상하는 문치국가였던 조선을 긍정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면 오백년 간 유지될 수 있었던 힘을 지知 덕德 체體 로 설명되는 왕가의 전인적 공부법에서 찾아보자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조선의 왕자들은 출생과 동시에 교육이 시작된다. 왕자를 양육하는 관청인 보양청이 따로 있어서 먹이고 기르는 일뿐 아니라 2~3세부터 공부를 가르쳤다고 하니 오늘날 조기교육의 시초가 아닌가 싶다. 왕자는 왕실에 필요한 예법부터 천자문, 소학과 같은 학문을 일찍부터 배운다. 세자로 책봉이 되면 서연(왕이 되기 위한 교육)에 참석하고 일종의 시험인 회강을 정기적으로 치룬다. 회강이란 스승과 마주앉아 배운 내용을 암송하는 형식으로 치룬다. 왕자들은 보통 밤 11시에 잠들어서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매일 공부를 해야만 했다고 하니 놀랍기만 하다. 물론 양녕대군처럼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고 말썽만 부리다가 쫓겨난 경우도 있다. 그런데 양녕대군은 공부 자체를 게을리해서 쫓겨났다기 보다는 성품이나 행실이 워낙 불량했던 것 같다. 아무리 훌륭한 스승이 있어도 배우고자 하는 열의가 없으면 양녕대군과 같이 그릇된 길로 빠지는가보다.

서연에서의 교육은 지식 습득을 목표로 하면서도 단순히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와 문답이라는 방법으로 체계적인 교육을 했다. 대화와 문답은 토론식 교육으로, 지식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에 대해 답을 하면서 진리를 깨우쳐 가는 방식이다. 요즘 우리가 추구하는 교육방식이 이미 조선시대 왕실에서 행해지고 있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왕이 되기 위한 서연을 끝냈다고 해서 공부도 끝나는 것이 아니다. 왕이 되면 경연을 한다. 경연은 신하가 임금에게 유교 경전과 역사책의 내용을 풀이해 들려주는 형식인데, 이 또한 주입식이 아닌 상호 토론의 방식을 통한다. 경연 중간이나 마친 후에 정국 문제를 신하들과 논의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왕이 경연에서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지나간 역사를 거울삼아 현실의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이란 점에서 참으로 휼륭하다. 그런데 오늘날 입시에서 역사과목이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바뀌었다는 것은 너무도 안타깝고 답답한 일이다. 우리의 역사를 올바르게 알지 못하고서야 어떻게 나라를 바로 세울 수 있겠는가.

"경서를 글귀로만 풀이하는 것은 학문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 반드시 마음의 공부를 해야만 유익할 것이다." - 세종

"제왕의 학문은  격물, 치지, 성의, 정심보다 더한 것이 없으니, 한갓 배우기에만 부지런하고 마음 다스리는 법을 알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 중종

이렇듯 조선의 임금들은 학문이란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마음을 바르게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예절이다. 예절 가운데 가장 우선하는 것이 부모에 대한 예절이며, 이 때문에 가정 교육이 중요한 것이다. 부모를 섬길 줄 알아야 백성을 섬길 줄 아는, 덕을 실천하는 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부분은 오늘날의 학부모들이 주목해야 될 대목이다. 아무리 공부를 잘하고 똑똑해도 마음을 바르게 다스릴 줄 모른다면 헛공부를 시킨 것이다. 마음을 바르게 다스릴 줄 아는 것이 바로 인성교육이다.

책 속에서 조광조는 왕가의 전인적 공부법의 핵심을 이야기한다.  "학문을 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이라고 한다. 공부는 자랑하기 위한 것이 아니며, 남보다 앞서기를 바라서도 안 된다. 또한 배운 지식을 망령되이 사용하여 사람들을 미혹해서도 안 되는 일이며, 이로 인해 타인에게 폐가 되어서도 안 된다. 결국 학문을 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른 마음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공부를 잘 할 것인지보단 왜 공부를 해야하는지를 아는 것이 우선이며, 일단 공부를 하면 바른 마음을 지니는 태도가 중요하다. 이 책을 통해 조선왕실의 훌륭한 교육법도 배우고 역사공부도 한 것 같아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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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 오는 길 - 화가 남궁문의 산티아고 가는 길 - 가을 화가 남궁문의 산티아고 가는 길 계절별 시리즈 4
남궁문 지음 / 하우넥스트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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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다. 문득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

화가 남궁문의 산티아고 가는 길?  궁금했다.

이 책은 여행자의 기록이기 때문에 시시콜콜한 설명보다는 감상 위주의 글과 사진으로 되어 있다.

읽다보니 저자는 산티아고를 벌써 네번째 걸었고 그 흔적을 모아 이 책을 만든 것이다. 그래서 다른 여행기와 달리 번거로운 설명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사람 중에 나처럼 산티아고를 잘 모르는 경우는 읽는 내내 궁금한 것들이 생길 것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이란 무엇인가?  스페인에 위치해 있고 예수의 제자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도시를 향해 걸어가는 800킬로미터의 영적인 길,  그 길의 이름이 카미노 데 산티아고란다.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하나였던 야고보의 스페인식 이름이 산티아고이며 스페인 북서쪽의 도시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la)로 가는 길을 뜻한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오랫동안 걸었던 길이 '카미노데프란세스(프랑스 사람들의 길)'라는 코스인데 프랑스에서 시작해 피레네 산맥을 넘어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까지 이어진다. 모든 갈림길마다 노란 화살표와 조개껍질로 방향이 표시되어 있다. 마을마다 '알베르게'라 불리는 순례자 전용 숙소가 있어서 잠자리와 취사를 해결할 수 있어서 저렴하게 여행을 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책을 읽은 뒤에 찾아본 내용이다.

산티아고에 관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이 책을 읽는 것보다는 대강의 내용을 알고 보는 것이 더 좋을 듯 싶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산티아고를 향해 걸어간다. 요즘은 일정 구간의 길을 걸은 사람에게는 인증서를 주는 모양이다. 좀 상업적인 느낌이 다분한데 오히려 인증서를 받으려고 걷는 젊은이들도 있는 것 같다. 그 길을 걸었다는 것은 자신이 알고 길이 아는데 뭣하러 다른 사람의 확인이 필요한지는 모르겠지만 워낙 유명해진 길이라 그런가보다. 그런데 저자는 거꾸로 가는 길을 선택한다. 산티아고에서 출발하여 프랑스로 오는 길을 걷기로 한 것이다. 남들과는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니 사람들을 마주치는 경우가 많고 어쩔 수 없이 인사를 계속하게 된다.

부엔 까미노(Buen Camino) !!!

스페인어로 당신의 앞날에 좋은 일만 있기를, 좋은 여행이 되길! 이라는 인사말이다.

그의 여행은 스쳐가는 인연들과 인사하는 일이 중요한 과제처럼 느껴진다. 어떤 이들은 반갑게 인사하고, 어떤 이들은 노골적으로 무시하며 지나친다. 한 두번의 여행도 아닌데 그들의 반응에 민감하게 구는 저자를 보면서 처음에는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만약 나라면 어땠을까,라고 감정이입을 해보니 십분 이해가 간다. 아무리 모르는 남이지만 산티아고 길을 걷는다면 일종의 동질감을 느낄만도 한데 대놓고 무시하거나 인종차별이라고 느낄만큼 외면한다면 속이 상할 것 같다. 정말 '내 인사 돌려줘!'라고 말할만큼 화가 날 것도 같다. 그렇게 다른 사람의 인사를 무시하는 여행자라면 도대체 왜 산티아고 길을 걷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아무래도 유명세를 타면서 무슨 관광코스처럼 변질된 탓은 아닌지...... 우리나라에도 몇년 전부터 산티아고 길이 소개되어 많은 이들이 찾는 것 같다. 저자가 그 길을 걸으면서 작정하고 한국인들을 만나면 메일주소를 받은 것이 200개라고 하니 정말 많기도 하다. 외국인들이 신기한 듯이 한국인들은 이 길을 왜 이렇게 많이 걷느냐고 묻을 때, 저자는 그냥 웃고 말았단다. 아마 맘 속으로는 '너희랑 같은 이유지.'라고 하지 않았을까.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해외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많아져서 그만큼 해외에서 한국인을 만나는 일도 많아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떠나 먼 타지에서 한국인을 만난다는 건 무척이나 반갑고 즐거운 일인 듯하다.(아직까지 관광이 아닌 배낭여행은 해본 적이 없어서 그 심정을 다 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반면 한국인이라고 반갑게 인사해도 냉랭하게 외면하는 한국인들은 너무 심한 것 같다. 바로 그 때 깨닫는 것이 국적이나 나이, 성별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의 성품 탓이라고.

여행의 목적은 낯선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인연 만들기가 아닐까. 아니면 이별 연습?  여행은 내가 소유한 것, 익숙한 것, 친밀한 것들과의 이별을 뜻한다. 가진 것을 버려야 새로운 것을 얻을 수 있다. 여행자는 계속 새로운 길을 향해 걸어야 하기 때문에 만나는 이들이 아무리 좋아도 혹은 싫어도 헤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인생을 여행에 비유하는 것 같다. 잠시 스쳐가는 순간에도 따스한 정을 느낄 수도 있고, 마음의 상처를 입을 수도 있는 것이 여행이다. 살다보면 힘들 때도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살 수 있는 것은 반갑게 미소짓는 사람들, 따스하게 안아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솔직하고 섬세한 감성을 지닌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가을의 산티아고를 걸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만약 산티아고 길을 걸을 기회가 생긴다면 저자의 조언대로 아라곤 코스를 걸어보고 싶다. 그리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부엔 까미노!"하고 웃으며 인사해야지. 무시하는 사람이 있어도 상처받지 말아야지. 대신 소리내어 크게 웃어줄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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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파보기 전에는 절대 몰랐던 것들 - 인생의 크고 작은 상처에 대처하는 법
안드레아스 잘허 지음, 장혜경 옮김 / 살림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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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에 겪은 마음의 상처는 어른이 되어서도 아물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몸에 생긴 상처는 흉터를 남길지언정 더 이상 아프지는 않다. 그러나 유독 마음의 상처는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아프다.

당신에게는 어떤 상처가 남아 있는가?  그 상처가 현재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어떻게 상처를 다룰 것인가?  더 이상 나와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방법은 무엇일까?

'내가 아파보기 전에는 절대 몰랐던 것들'은 우리가 지닌 마음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어루만져준다. 많은 부분 공감하며 읽은 책이다. 내가 지닌 마음의 상처는 어른이 되어서는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깊숙히 감추고 살았던 것 같다. 그런데 내 아이를 키우다보니 불현듯 어린 시절의 나와 마주하게 된다. 내가 아이를 대하는 태도에는 과거의 경험들이 많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은연중에 나의 상처가 아이들에게 대물림되는 것이다. 부모가 된다는 건 정신적으로 성숙해져가는 숙제란 생각이 든다. 숙제를 게을리 하면 좋은 부모가 될 수 없다. 아이들을 통해서 나를 돌아보고 부모와 자녀 간에 서로 상처를 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가장 큰 상처를 주게 마련이니까.

이 책에서 주목해서 봐야 할 부분은 상처에 좌절하지 말고 극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는 점이다. 누구나 마음의 상처를 받을 수 있다. 중요한 건 상처가 아니라 그 상처를 어떻게 다루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 상처를 안 받으려고 움츠릴 것이 아니라 상처를 주는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할지 안다면 상처 때문에 행복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내가 아파봐야 아픈 사람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 자신의 상처를 어루만질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해진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 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 특히 나의 아이들에게 상처주는 일은 없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부모로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 자신의 상처가 가족들에게 부정적으로 표출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해야겠다. 요즘은 우울증을 앓거나 삶 자체에 회의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 그건 마음의 상처를 견디지 못해서가 아닐까. 주위를 둘러보면 작은 관심이나 사랑이 큰 힘이 될 때가 있다. 세상은 더불어 살아야 한다. 자신의 상처에만 집중하다보면 아픔은 더 견디기 힘들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의 아픔을 위로하는 일, 더 사랑하는 일이 우리의 상처를 아물게 하는 것이 아닐까. 열심히 사랑하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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