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 크리스토퍼 히친스의 유작 1
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마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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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너는 다르다.

내 생각과 네 생각은 다르다.

다르다는 걸 인정할 때 논쟁은 의미가 있다.

세상은 다름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다툼과 전쟁이 일어난다.

논쟁을 할 것인가, 전쟁을 할 것인가.

크리스토퍼 히친스는 뛰어난 비평가이자 탁월한 논쟁가였다고 한다.

그의 저서 중에 읽어 본 책은 <신은 위대하지 않다>가 유일하다. 제목부터 도전적이지만 순수한 독자라면 그의 책이 주는 지적 자극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2011년 12월 15일 크리스토퍼 히친스는 세상을 떠났지만 2013년 현재 내 손에는 그의 마지막 저서 <논쟁>이 들려있다.

<슬레이트>라는 미국 웹진이나 <배너티 페어> 등 여러 간행물에 실렸던 글들과 의사로부터 1년이라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후에 쓴 글이 이 책에 실려 있다. <논쟁>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듯이 그의 글은 여러가지 의견이나 주장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겠지만 저자만의 시각을 통해 세상을 보는 즐거움을 준다는 점에 더 치중해야 할 것 같다. 그는 자신의 소소한 일상의 에피소드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글의 소재로 만드는 재주가 있는 것 같다. 출간된 저서도 많지만 방송활동도 많이 했던 것을 보면 언변 또한 뛰어난 사람이었던가보다. 논쟁을 좋아한다기보다는 세상에 대해 할 이야기가 많은 것이 아닐까.

책 표지에 눈을 부릅뜬 남자의 얼굴이 보일 것이다. 딱 봐도 만만치 않은 눈빛이 상대를 제압할 것 같은 기운을 내뿜는다. 검은 바탕으로 분위기를 잡는 것이 영 마음에 안 든다. 왜냐하면 이 책은 심각하다 못해 진저리쳐지는 그런 책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쉽고 만만한 책은 더더욱 아니다. 번역자의 말을 빌리자면, 한 문장 속에 책 서너 권이 들어있고 어려운 단어만 골라써서 번역하는 데 몇 배는 힘들었다고 한다. 히친스의 무서울 만큼 신랄한 어투란 무엇일까? 배배 꼬인 문장은 깔끔하게 정리했다는 번역 덕분인지 읽기에 거북한 점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현학적인 문장은 별로다.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정확히 집어내는 예리한 문장을 선호한다. 히친스의 문장을 평가할 수준은 아니기에 단순히 그의 글을 통해 느낀 점만 말하자면 반짝이는 지성의 발견이랄까.

자신의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으려면 그만한 지식의 그릇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아는 만큼 이야기하고 글로 쓸 수 있는 지식인의 모습이 무엇인지 <논쟁>을 통해 확인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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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5-14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악마와 천사는 이것을 모르고 있었다 - 샤이니 제이의 철학소설책, 세계 초판 출간 특별판 샤이니 제이의 다르지만 똑같은 책
샤이니 제이 지음 / 갤럭시파이오니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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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책도 있어?"라고 의문을 제기할, 수많은 독자를 위해서 저자 샤이니 제이는 친절하게 알려준다. 이건 책일 수도 책이 아닐 수도 있다고. 판단의 기준은 독자의 몫으로.

마음에 안 든다면 읽지 않으면 그만이다.

우선 책으로 인정하고, 이 책을 살펴보자면 굉장히 특이하다.

『샤이니 제이의 다르지만 똑같은 책』 세계 초판 출간 특별판 50종 동시 출간!

웃음이 난다. 만약 내가 책을 출간하게 된다면 그 책 역시 세계 초판일 것이다. 어쩐지 샤이니 제이가 친근하게 느껴진다. 샤이니 제이는 나와 닮아 있다. 내가 샤이니 제이일 수도 있다.

누구나 샤이니 제이일 수 있다. 대한민국에 거주하고 아직 살아있는 누군가라면.

처음 책을 펼치면 책날개에 적힌 저자소개를 먼저 보게 된다. 적어도 이 책을 쓴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아야겠다는 의무감때문에. 하지만 샤이니 제이는 부끄러운 듯 자신을 숨긴다. 자신이 샤이니 제이라는 사실은 알지만 자신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고백을 하면서. 이건 고도의 전략인지도 모른다. 부끄럽다는 건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거나 남들에게 드러내는 자체를 거부할 때 느끼는 감정이다.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을 때 부끄러울 확률이 크다. 샤이니 제이는 자신이 부끄럽다고 말한 적이 없다. 그건 샤이니 제이를 바라보는 나의 시각이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샤이니 제이를 친근하게 느낀 것도 '나'고, 부끄러워 자신을 숨긴다고 생각한 것도 '나'다. 샤이니 제이는 자신의 존재를 그림자처럼 보여줌으로써 이 책을 읽는 누구나 샤이니 제이가 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안녕?"

처음 건네는 말.

"넌 누구니?"

"......."

이제부터 이 책은 인간으로서 던지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것이다. 나, 너, 우리, 인간, 사랑, 관계, 만남, 깨달음, 그리고 안녕.

샤이니 제이는 왜 다르지만 똑같은 책을 출간하려고 했을까. 마치 누군가의 일기장, 혹은 노트 한 켠에 적어놓은 낙서같은 글들. 누군가 썼기 때문에 훌륭한 글이 아니라 그 글 자체가 강력함 힘을 지녔다면 훌륭한 글이 될 것이다. 책은 나 자신을 포함한 누군가를 향해 전하는 언어의 표현이다. 샤이니 제이의 언어가 강력한가? 그건 모르겠다. 하지만 뭔가 자극을 준다. 기존의 철학책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 책을 보는 사람이 갸우뚱거리며 생각하게 만든다. 그의 글이 전혀 특별하지 않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했거나 어디서 읽었거나 자신의 노트에 끄적여봤을 법한 글들.

"악마와 천사는 이것을 모르고 있었다."라는 제목은 샤이니 제이가 쓴 50권의 책이 다르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다른 책을 보지 않았으니 50권의 책이 똑같다고 말할 증거는 없지만 한 권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다른 책도 어떠할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겨우 제목과 몇 단어만 다르고 똑같은 책을 왜?

나는 모르고 있었다. 샤이니 제이가 나열한 단어들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다르지만 똑같은, 그러나 여전히 모른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시간이었다. 이것이 철학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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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살림 - 큰스님 27인이 전하는 마음을 살리는 지혜
김석종 지음 / 위즈덤경향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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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살림살이를 챙기는, 마음을 살리는 말씀을 찾아서~

<마음살림>은 큰스님 스물일곱 분의 말씀을 옮겨놓은 책이다. 이전에 경향신문에 연재되었던 '염화실 향기'라는 칼럼을 새롭게 엮은 것이란다. 30년 가까이 기자 생활을 하면서 불교 쪽으로 큰스님들을 취재할 수 있었던 저자가 부러울 따름이다. 훌륭한 인물을 취재한다는 일 자체가 매우 값진 일인데 그 내용이 마음을 살리는 말씀이니 이보다 더한 축복이 있을까 싶다.

원래의 글이 연재 형식이라 다소 짧은 인터뷰라는 점이 아쉽다. 그래도 각 스님마다 들려주시는 말씀은 나태해진 정신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죽비를 내려치는 듯 하다. 세상이 아무리 힘들다해도 살아야 할, 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을...... 나는 누구이고, 지금 어디로 가는가?

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어디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잠시 멈춰 서야한다. 아둥바둥 바쁘게 살다보면 가는 것만 알지, 멈출 줄을 모르게 된다. 큰스님들처럼 세속을 벗어나 자연 속에서 수행한다면 좋겠지만 그럴 마음의 여유를 찾기도 힘들다. 어떻게 해야 할까를 모르는 것이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고 지치게 하는 것 같다. 누군가 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이 책을 읽게 만든 것 같다.

<마음살림>을 읽으면서 흙탕물처럼 혼탁해진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나만 외롭고 나만 힘들다는 생각이 스스로를 옭아매는 것은 아닌지. 무엇 때문에 나자신이 힘든 것이 아니라 힘들다고 생각해서 더 힘든 건지도. '세상에 난 아무 걱정 없소.'라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이미 부처다. 걱정, 근심, 번뇌, 고민 등 이 모든 것들이 결국 살아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근래 마음이 많이 위축되어 있었던 것 같다.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려면 내 마음이 넉넉해야 하는데 마음살림이 어려웠던 것이다. 마음살림을 넉넉히 만들고, 마음을 살리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 또한 성급하게 답을 구해서는 안 되는 것 같다. 큰스님의 말씀이 아무리 좋아도 내 마음 깊은 곳까지 와닿으려면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잠시 멈춰서 말씀 한 마디, 한 마디를 되새기며 위축되었던 마음을 살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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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와 열정
제임스 마커스 바크 지음, 김선영 옮김 / 민음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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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두 가지 사실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첫번째, 열여섯 살에 학교를 그만두고 순전히 독학으로 스무 살에 애플컴퓨터사의 최연소 매니저가 되었는 것.

두번째, 위 주인공이『갈매기의 꿈』을 쓴 작가 리처드 바크의 둘째 아들이라는 것.

<공부와 열정>은 인생에서 배움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확실한 책이다.

반면 학교의 존재 이유를 흔드는 위험한 책이기도 하다. 저자 제임스 마커스 바크는 학교에서 내주는 숙제를 거부하고, 시험을 거부하다가 학교를 그만 둔 학생이다. 하지만 그는 결코 문제학생이 아니다. 단순히 공부가 싫어서 숙제를 안 했다거나 시험을 안 본 것이 아니라 거부한 것이다. 진정한 공부를 위해서는 학교생활이 방해가 된다고 느꼈기 때문에 과감히 학교를 나간 것이지, 쫓겨난 것이 아니다. 그가 생각하는 공부와 학교가 맞지 않았을 뿐이지, 그는 인생에서 공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아는 현명한 학생이었다.

'굉장히 앞서가는, 독립적이고 창의적인 사람이구나.'라는 것이 그에 대한 소감이다.

그가 말하는 버커니어 학습법은 11가지 독학 비결이다. 자유롭고 다재다능한 영혼들을 위한 진정한 공부법이기에 모든 사람에게 적용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건 학교라는 기존 교육체계에 대한 반란인데, 학교가 없어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차라리 학교가 없어지면 교육의 질은 좀더 나아지지 않을까? 모든 학생이 공부에 관한 열정을 지녔다면 학교가 사라진다고 해서 문제되진 않을 것 같지만.

이 책은 즐거운 공부, 열정과 꿈을 향한 공부를 이야기한다.

편협하게 학교 교육을 비판한다거나 독학이 최고라는 식으로 과대포장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지금 대입을 위해 밤을 새며 공부하는 대한민국 학생들에게 이 공부법이 통할까? 아니라고 본다. 이건 부모가 시켜서 한 것이 아니라 제임스 마커스 바크 스스로 선택한 것이다. 그는 새아버지와의 불화로 일찌감치 부모로부터 독립할 수 있었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알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열정"이다.

뛰어난 학벌이 없어도 얼마든지 자기 분야의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장본인이다. 박사 학위가 없어도 전문가 앞에서 당당하게 강연할 수 있을 정도의 지식을 갖췄다는 건 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어쩌면 현재에 안주하면서 더 배우려는 노력없이 전문가를 자처하는 이들에게 이보다 더한 자극이 없을 것 같다. 그는 끊임없이 공부할 만큼 자신의 일에 열정을 지녔고 그에 대한 보답으로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성공을 거둔 것이다.

멋지다. 자신을 안다는 것, 인생을 즐겁게 공부하며 산다는 것.

역시 작가 리처드 바크의 아들답다. 이 책은 아버지의 권유로 쓴 것이란다.

그를 통해 배움의 소중함과 즐거움을 찾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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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너와 나 예술가와 나
밀라 보탕 글.그림, 이상미 옮김 / 한림출판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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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꿈도 매일 성장하는 것 같다. 새로운 일을 알게 되었거나 스스로 즐거운 일을 찾게 되면 어느새 어제의 꿈은 잊혀지고 오늘의 꿈이 등장한다.

어느날부터인가 둘째아이가 틈만 나면 그림을 그린다. 종이만 보면 그리길래, 따로 스케치북을 주었더니 그냥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 종이를 오려서 책을 만든다. 말이 좋아 책이지, 그냥 여러장의 종이를 묶어서 그림도 그리고 이야기도 만들어 적는 것이 자기만의 놀이작품이 된 것이다. 그러더니 이제 자신의 꿈은 '화가'란다. 평상시에 즐겨 그리는 그림으로 봐서는 예술가, 화가의 소질보다는 만화가에 더 가깝지만 말이다. 아이의 꿈이란 언제든 변할 수 있고, 아이의 재능도 어떻게 발전될지 모르는 일이기에 기쁜 마음으로 응원할 뿐이다.

<예술가와 나 시리즈> 중 『터너와 나』는'화가'가 꿈인 우리 둘째를 위한 책이다.

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는 영국의 위대한 풍경 화가란다. 1775년 런던에서 태어난 터너는 어려서부터 그림에 뛰어난 소질을 보였던 모양이다. 터너의 그림은 영국의 풍경을 수채화뿐 아니라 유화로 그리면서 다양한 기법을 시도하여 근대 회화의 한 획을 그은 명화로 인정받고 있다.

이 책은 터너의 그림뿐 아니라 그가 스승처럼 여겼던 유럽 거장들의 풍경화를 함께 보여주면서 표현기법이나 감상 포인트를 설명해준다. 그림을 그냥 봤다면 지나치고 말았을 세밀한 부분까지 설명해주기 때문에 터너가 표현하고자 했던 생생한 움직임까지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는 완벽하리만치 멋지게 묘사해낸 풍경화보다는 선명한 사진이 더 익숙할 수 있다. 하지만 터너가 살았을 당시에는 사진이 없었기 때문에 화가의 능력이 무척 중요했던 것이다. 그림이 주는 감동을 책 한 권으로 느끼기에는 다소 부족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미술에 대한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는 시간이란 점에서 유익한 것 같다. 알면 알수록 더 많은 것이 보인다고, 훌륭한 그림을 많이 보고 설명을 들으니 회화가 주는 감동까지 덤으로 얻은 느낌이다. 책 뒷부분에 직접 그려보는 빈칸이 있는데 우리 둘째는 역시나 책을 읽자마자 그림을 그린다. 언제 또 바뀔지 모르는 꿈이지만 매일 자신의 꿈을 키워가는 아이를 위해 멋진 선물이 된 것 같아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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