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렉션 셀렉션 시리즈 1
키에라 카스 지음, 신선해 옮김 / 문학수첩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하이틴 로맨스 SF 소설"

300년 후의 미래라는 시대적 배경과 함께, 소녀 취향을 저격한 소설인 것 같습니다. 그동안 즐겨 봤던 SF 적인 요소와 신데렐라 느낌이 잘 혼합되어서 재미있습니다.

책 표지에 주인공 '아메리카 싱어'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 소설은 눈앞에 장면이 그려지는 스토리라서 만화로 제작되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미 워너브라더스에서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대중적인 흥미를 자극하는 스토리인 것 같습니다.

계급사회가 존재하는 일레아 왕국에서 왕자비를 뽑기 위한 '셀렉션'이라는 대회가 열립니다. 바로 이부분이 신데렐라에 등장하는 왕자님이 자신의 왕자비를 고르기 위해 개최한 파티를 연상케 합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왕족을 칭하는 '원'부터, '투', '스리', '포', '파이브', '식스', '세븐', '에이트'까지 숫자로 일컫는 계급이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주인공 '아메리카 싱어'는 '파이브' 계급으로 예술가 집안의 둘째딸입니다. 케나 언니는 결혼해 집을 떠났고 코타 오빠도 독립했기 때문에 이제는 아메리카가 집안의 맏이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여동생 메이는 아빠와 그림을 그려서 판매하고 아메리카와 엄마는 공연을 하여 돈을 버는데 수입이 그리 많지 않아서 살림이 어렵습니다. 막내 제러드는 겨우 일곱 살이라 아직 제 몫을 할 수 없으니 일감이 없는 시기에는 쪼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 와중에 성년을 맞이한 맥슨 슈리브 왕자님의 신부이자 일레아의 왕자비를 선발하는 '셀렉션' 참가 신청을 알리는 편지가 왔으니 엄마는 뛸 듯이 기뻐합니다. (16세에서 20세 사이의 미혼 여성이 있는 가정에 편지가 전달됩니다.) 각 주에서 대표로 선발되기만 해도 그 가정에 후한 포상이 주어지고, 일레아 왕자비가 된다면 집안 전체가 신분상승을 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아메리카는 참가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그건 사랑하는 남자 친구 애스펀 때문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애스펀 때문에 '셀렉션'에 참가하게 됩니다. 애스펀은 '식스'로 하인 계급인데 아메리카에게 자신 때문에 좋은 기회를 놓치길 바라지 않는다면서 자신을 사랑한다면 셀렉션에 참가하라고 말합니다.

초반에 탈락할 줄 알았던 아메리카가 캐롤라이나 주 대표로 선발되면서 성으로 떠나게 됩니다. 성에 모인 각 주의 대표 서른다섯 명의 소녀들은 마치 오디션처럼 순차적으로 탈락되고 최종적으로 세 명의 후보가 남아 왕자의 선택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이 책은 셀렉션 시리즈 중 첫번째 <셀렉션>이고, 다음으로 <엘리트>, <원>으로 이어집니다.

이름이 '아메리카 싱어'라니, 독특하고 재미있습니다. 우리나라였다면 성은 '가수'요, 이름은 '한국'이었을 듯.

어찌됐든 이 소설의 가장 큰 재미는 아메리카와 맥슨 왕자 그리고 옛남친 애스펀의 삼각관계일 것 같습니다. 아직 어린 소녀의 마음은 누구에게 향할까요? 진정한 사랑을 찾기에는 어린 나이지만 십대들에게 이런 말을 한다면 콧방귀를 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의 저자 키에라 카스 본인이 열아홉 소녀라는 점. 그래서 소녀들에게는 두근두근 로맨스를, 어른들에게는 풋풋한 로맨스를 느끼게 해주는 소설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복수 도시락 - 엽기발랄 싱글맘과 까칠한 여고생의 맛있고 다정한 3년간의 밀당
ttkk(카오리) 지음, 이은정 옮김 / 우리학교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엄마가 복수의 칼을 갈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울 것 같은 엄마와 딸 사이에 무슨 일이냐구요?

<오늘도 복수 도시락>은 사춘기 여고생을 둔 엄마가 엽기발랄한 도시락으로 딸에게 복수하는 이야기입니다.

이 책의 저자 ttkk(카오리)는 이혼 후 혼자 두 딸을 키우는 싱글맘입니다. 첫째딸이 고등학교 졸업 후 독립을 하면서 둘째딸과 둘이 살게 됩니다. 다정한 첫째딸과는 달리 무뚝뚝하고 까칠하기까지한 둘째딸에게 복수하기 위해 기상천외한 도시락을 만들게 됩니다. 그녀는 2012년부터 시작한 자신의 블로그 'ttkk의 복수와 괴롭힘만을 위한 도시락 블로그'에 사진과 글을 올리면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게 되어 2014년에는 일본 블로그 랭킹 1위까지 하게 되었답니다.

바로 그 블로그 내용이 한 권의 책으로 나오게 된 겁니다.

이 책은 보는 즐거움이 엄청납니다. 일기처럼 날짜별로 다양한 도시락 사진과 엄마의 소감이 나옵니다. 세상에 이런 도시락을 만들다니!

마치 매일의 도시락이 예술가의 손을 거쳐 완성된 작품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만든 사람 입장에서는 정말 아까워서 못 먹을테지만, 딸아이의 마음은 어떨까요?

무더운 여름날의 도시락에는 섬뜩한 손가락 모양의 소시지와 김으로 장식된 귀신 얼굴이 담겨 있습니다. 공포영화 <링>에 등장하는 귀신, 사다코를 모티브로 만들었다고 하네요. 도시락 뚜껑을 열었을 때, 딸의 표정이 어땠을지 짐작이 갑니다. 엄마의 엽기적인 발상에 웃음이 팡 터집니다.

도시락 때문에 친구들 놀림을 받았다고 투덜대고, 국어시간에는 '가족들이 그만해줬으면 하는 일'에 대해서 발표했는데 그 내용이 엄마의 캐릭터 도시락이었다고 말하는 딸을 보면서 좋아하는 엄마가 귀엽게 느껴집니다.

처음에는 딸아이도 몇 번 하다가 그만 둘 줄 알았겠지만 엄마는 끈기있게 3년 내내 '복수 도시락'을 싸줍니다. 엄마 역시 처음에는 단순히 복수하겠다고 시작한 캐릭터 도시락인데 평범한 도시락보다 몇 배로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니 여간 힘든 게 아니었을 겁니다. 그런데도 끝까지 도시락 전쟁을 한 것은 딸과의 전쟁이 점점 즐거운 일상으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잔소리 대신에 도시락을 통해 엄마의 마음을 전달한 것입니다. 도시락 뚜껑을 열때마다 찡그리고 괴로워했던 딸이 드디어 졸업을 하면서 도시락 전쟁은 끝이 납니다. 블로그가 인기를 누릴 때도 무덤덤하던 딸이 엄마에게 쓴 편지가 있습니다. 그동안 밥 먹을 때 "맛있어?"라고 묻는 엄마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지만 사실은 엄마가 해준 요리는 늘 맛있고 좋았다고 고백합니다. 여전히 캐릭터 도시락은 싫지만 엄마가 새벽 1시 넘어까지 일하고도 새벽 5시에 도시락을 만들던 모습에 감동했다고 말합니다. "엄마는 엄청나게 무섭고, 이상한 행동을 해서 사람을 웃기고, 가끔 귀찮기도 하지만 진심으로 존경하고 있습니다. 엄마처럼 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3년 동안 캐릭터 도시락,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지금까지 제게 해준 모든 것에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무뚝뚝하고 까칠한 딸이 표현은 서툴지만 엄마의 진심은 알고 있었다는 것이 참으로 기분 좋습니다.

엄마의 깜찍한 복수 덕분에 웃을 수 있었습니다. 사춘기 자녀를 둔 엄마들이라면 자신만의 복수를 계획해보시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캐롤 에디션 D(desire) 9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김미정 옮김 / 그책 / 201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신문을 집어 날짜를 확인했다. 2월 15일.

캐롤과 함께 뉴욕을 떠나온 지 스무 날 하고도 아흐레가 지났다.

이걸 고작 며칠이라고 할 수가 있을까? (380p)

소설책을 읽다가 문득 날짜가 책을 읽는 시점과 같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뭔가 4D 영화를 보는 기분이 듭니다.

2월의 찬바람을 맞으며 잠시 테레즈가 되어보는 겁니다.

갓 스무 살을 넘긴 테레즈가 느꼈던 그 감정을 상상해봅니다.

이미 영화로 제작되어 책표지에 캐롤과 테레즈의 모습이 보입니다.

토드 헤인즈 감독이 연출하고 케이트 블란쳇(캐롤 에어드 역)과 루니 마라(테레즈 역)가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 <캐롤>이 궁금해집니다.

이 소설은 1952년 출간되었습니다. 첫눈에 빠져드는 사랑이 무엇인지를 보여줍니다. 다만 이 사랑의 주인공이 여성과 여성이라는 것. 아무리 자유로운 미국이라도 동성애는 사회적 금기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캐롤과 테레즈의 사랑은 불안하면서도 강렬한 것 같습니다.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금지된 사랑' 이야기인데 묘하게 주인공 테레즈에게 빠져듭니다. 테레즈에게는 남자 친구 리처드가 있습니다. 테레즈가 리처드에게 느끼는 감정은 일상적인 편안함인 것 같습니다. 두근거리거나 설렘은 없습니다. 적극적으로 애정을 표현하는 리처드의 마음을 차마 거절하지 못해서 유지되는 관계입니다. 그런데 우연히 캐롤과 시선이 맞닿는 순간, 테레즈는 심장이 멈췄다가 쿵쾅대기 시작합니다. 캐롤의 말 한마디, 몸짓에 집중하면서 그 짧은 시간에 엄청난 행복감을 느낍니다.

사랑에 빠진다는 건 뭘까요? 어떤 사람은 뇌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일 뿐이라고, 마약에 취하듯 잠시 사랑에 빠지는 거라고 말합니다.

테레즈의 반응을 보면 정말 첫눈에 반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캐롤의 속마음은 세세히 알 수 없지만 분명 테레즈의 눈빛을 읽었다는 건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캐롤에게는 이혼을 앞둔 남편과 어린 딸이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캐롤은 테레즈와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닙니다.

사랑을 단순히 감정으로만 본다면 대상을 제한할 이유가 없지만 행동이나 행위로 드러날 때는 다릅니다. 사랑에는 국경도 없다고 하지만 사회적 제약은 존재합니다.

테레즈는 캐롤과 떠난 여행에서 사랑의 기쁨과 함께 절망을 동시에 경험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고작 며칠뿐인 시간인데 사랑에 빠진 테레즈에게는 가슴에 하나하나 새겨진 순간들입니다. 열병을 앓듯이 사랑에 빠진 테레즈를 보면서 오로지 감정에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 스무 살처럼 운명적인 사랑 <캐롤>을 만난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황금부적
이재운 지음 / 나무옆의자 / 201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 토정비결>의 작가 이재운님의 신작이기에 더 기대가 컸던 것 같습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흥미롭습니다. 미래의 어느 날이 되겠네요.

한국과 일본을 잇는 한일해저터널이 개통되고 북한 쪽으로 국제고속도로 '아시안하이웨이'가 개통되어 중국 길림성과 러시아 연해주까지 연결되어 일본은 육로수송이 가능한 시대가 됩니다. 한일해저터널 개통 이후 천만 번째 차량이 입국할 것을 예상하여 축하 행사가 열립니다. 부산 쪽 출구인 해룡구에 일본으로 나가는 차량과 부산으로 들어오는 차량이 붐비는 가운데 천만 번째 차량이 확인되면 장관, 대사 등이 나가 운전자에게 꽃다발을 증정하고 기념품을 제공하는 행사로 한일 양국 방송국까지 대기 상태입니다.

바로 그 때 한일해저터널을 빠져나오던 관광버스 안에 운전기사와 승객 전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벌어집니다. 문제는 버스에 접근하던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이 쓰러지고, 출동한 구급대원들마저 잇따라 쓰러지기 시작합니다.

즉시 한일해저터널을 폐쇄하고 방역반이 출동하지만 점점 정체불명의 전염병이 확산됩니다. 부산 바이러스는 부산 중구에서 주변 지역으로 빠르게 확산되어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됩니다. 아예 접근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부산에서 운행 중이던 열차에도 사고가 발생하는데 여기에 생존자 10여 명이 나타납니다.

<황금부적>에는 두 명의 주요 인물이 등장합니다. 고북하와 윤희수. 두 사람은 대학시절 연인이었고 결혼까지 꿈꿨지만 양쪽 집안의 반대로 헤어져 각자의 가정을 꾸려 살고 있습니다. 고북하는 국민안전처에 근무하는 공무원이고, 윤희수는 뉴스 전문 라디오, 인터넷 신문 핫코리아 기자입니다. 혼자 딸 송이를 키우는 윤희수가 뜬금없이 고북하에게 어린이날의 나들이를 제안하고 그들 셋은 용인의 할미산성에 가게 됩니다. 그곳에서 갑자기 지진이 일어나고, 흰옷을 입은 한 무리의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들은 자신들을 '새 하늘 새 땅 새 사람을 준비하는 모임'이라고 소개합니다. 1901년부터 1909년까지 9년 동안 증산 강일순 천사께서 묵은 하늘을 뜯어고쳐 새 하늘을 열고, 묵은 땅을 갈아엎어 새 땅을 열었고 이제는 묵은 사람 대신 새 사람을 나게 하는 한 가지 공사가 남았는데 곧 이뤄질 거라고 말합니다. 즉 천지공사가 끝나면 신인류가 탄생한다는 겁니다.

부산 바이러스와 강일순의 천지공사.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결국에는 새 하늘 새 땅 새 사람을 열기 위한 일이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정말 미스터리한 건 처음에 느꼈던 흥미로움이 점점 갈수록 사라졌다는 겁니다. 강일순이라는 인물이 실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길거리에서 "도를 믿으십니까?"라고 말을 걸어오던 사람을 만난 기분이 듭니다. 잘 알지못하는 영역이지만 앞으로도 굳이 알고싶지 않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새 하늘 새 땅 새 사람'이라는 말들이 제게는 전혀 새롭지 않게 느껴져서 그와 관련된 설명들이 와닿지 않았습니다. 고북하와 윤희수의 인연이 황금부적까지 연결되어 있다는 것도 예상할 수는 있지만 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강일순의 천지공사 개념에 대한 거부감이랄까. 특별히 반감은 없지만 수용하기는 힘든 것 같습니다. 한 편의 새로운 이야기로서 <황금부적>에 대해서는 나무랄 게 없지만 개인적인 취향면에서 그리 끌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이정하 지음 / 문이당 / 201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너의 모습

- 이정하

산이 가까워질수록

산을 모르겠다.

네가 가까워질수록

너를 모르겠다.

멀리 있어야 산의 모습이 또렷하고

떠나고 나서야 네 모습이 또렷하니

어쩌란 말이냐, 이미 지나쳐 온 길인데.

다시 돌아가기엔 너무 먼 길인데.

벗은 줄 알았더니

지금까지 끌고 온 줄이야.

산그늘이 깊듯

네가 남긴 그늘도 깊네.

비 오는 날처럼 마음이 촉촉해집니다.

시를 읽으면 늘 그랬습니다.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는 시인 이정하님의 시·산문집입니다.

시와 시로 못다한 이야기를 엮으며 시인은 '나는 다시 스무 살이 되고 싶다'고 말합니다.

우리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찬란한 때가 언제일까요.

스무 살.....

그건 숫자상의 나이가 아닌, 풋풋한 사랑의 상징처럼 다가옵니다. 혹은 이루지 못한, 이룰 수 없었던 사랑일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는 시를 쓰지 않아도 시인의 마음이 되어 사랑을 노래하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이별할 때도 시를 쓰지 않아도 그 마음은 이미 한 편의 시가 되어버립니다. 그래서 시인은 사랑 없이는 단 한 순간도 살 수 없는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랑은 세상을 온통 그대, 오직 그 사람으로 물들게 합니다. 하늘과 바람과 구름과 별을 노래하게 합니다. 마음 한 켠에 사랑이 자리잡는 순간 삶의 모든 것이 달라집니다. 사랑을 처음 느낀 그때를, 우리 인생의 스무 살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달콤했던 스무 살의 사랑이 쓰라린 상처를 남길 때, 우리 인생은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습니다.

'사랑은 깊어질수록 가혹한 형벌'이라고.....

'산다는 것은 이렇게 슬픔을 녹여 가는 것'이라고.....

'보내고 나서야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저 가슴 아픈 사랑을.'

이정하 시인은 후회하며, 부끄러워하며 다시 그때로 돌아가 새로 시작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소망이 아닙니다. 가슴에 간직한 그리움입니다. 돌이킬 수 없는 걸 알기 때문에 하염없이 그리워하는 것입니다. 뜨겁게 사랑했던 나를 잊지 않으려는 의지입니다. 사랑한 것을 후회하는 것이 아니라 더 뜨겁게 사랑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시인이 노래하는 사랑을 가볍다고 말합니다. 삶의 무게가 사랑보다 더 무겁다고.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진정한 사랑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사랑은 삶과 저울질 할 수 있는 별개의 것이 아닙니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그 속에 빠져 죽어도 좋을 만큼 간절합니다. 그것이 사랑입니다.

<낮은 곳으로>라는 시의 마지막 구절 -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을 자꾸만 읊조려봅니다. 시를 읽을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사랑에 젖어들고 시 속에 빠져들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살아있구나, 사랑이 있구나,라고 느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