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삶, 알음다운 사람
민광훈 지음 / 지식과감성#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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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는 나답게 살고 있는가?"

꽃을 좋아하는 사람은 어딜가나 꽃을 먼저 보게 됩니다.

강아지를 좋아하는 사람은 어디에서든 강아지를 먼저 보게 됩니다.

이렇듯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 관심 있는 대상이 있으면 어디에서나 그와 관련된 것들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가 봅니다.

<아름다운 삶 알음다운 사람>은 민광훈님의 철학에세이입니다.

평범하게 첫 직장을 쭉 20년 가까이 다니던 사람이 갑자기 일을 그만두게 됐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일을 하지못할 뭔가 중대한 문제가 생겼구나라고 짐작할 겁니다.

저자는 회사를 그만 둔 이유에 대하여 '앎'이 너무 고파서라고 말합니다.

아내와 자식을 둔 중년의 가장이 '삶'과 '앎'이라는 철학적 문제를 풀기 위해 일을 그만뒀다는 건 대단한 용기와 결단력이 필요했을 겁니다.

나이 사십이 넘어서 남들보다 심하게 인생의 사추기를 겪다보니 결국은 방황 끝에 답으로 찾은 것이 동서양의 고전과 철학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직장을 그만두고 한 일이, 자신의 마음을 끄는 책들을 한 권 한 권 읽어가면서 사색하고 글 쓰는 일이었습니다.

그는 독서의 종착점이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고 주변에까지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앎이 궁극에는 실천으로 이어져 삶에서 열매 맺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각각의 글마다 쓴 날짜가 적혀 있습니다.

겨울, 봄, 여름, 가을로 나뉘어 묶여져 있는 것은 실제로 그 계절에 쓴 글이기도 하고, 우리의 인생을 계절에 빗대어 돌아보게 하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저자는 자신의 '삶'에서 '앎'을 찾기 위해 2년 가까운 시간을 보내면서 긴 방황을 갈무리했다고 말합니다.

바로 이 책이 민광훈님의 '앎'을 담아냈다고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스스로 선택한 철학의 시간들이 남들 보기에는 불안하고 걱정스러워 보였는지는 몰라도 본인에게는 매우 값진 시간이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쁘게 매일매일을 살면서도 정작 자신의 삶에서 아무런 꿈이나 설렘이 없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걱정해야 될 사람이 아닌가 싶습니다.

단순히 돈을 버는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한심한 것이 아니라

아무런 생각없이 사는 것이 한심한 것이겠지요.

맨 처음에 "오늘 나는 나답게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적은 것은 이 책이 제게 던진 질문이기도 합니다.

이 책에는 민광훈님이 얻은 답이 적혀 있습니다.

'앎'과 '삶'이 된 사람, 알음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고, 그것이 곧 아름다운 삶을 사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사는 게 뭘까? 어떻게 살아야 제대로 사는 걸까?

사람들은 자신보다 더 똑똑하고 많이 알 것 같은 사람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집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을 위한 삶의 정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진짜 '앎'이고 제대로 된 '삶'인 것입니다.

누군가의 사색이 나에게 답을 주진 않지만 적어도 그 답을 찾을 수 있는 힘을 주는 것 같습니다.

근래 나다운 삶을 위한 도전을 시작했는데, 이 책이 내게 온 것이 그저 우연은 아닌 것 같아 기쁘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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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정치다
송영애 지음 / 채륜서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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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정치다."

얼핏 연관성 없는 두 단어가 나란히 있습니다.

이 책은 음식 스토리텔링 분야를 연구해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연구교수로 일하고 있는 송영애님이 들려주는 음식과 정치 이야기입니다.

저 같은 평범한 사람에게 정치란 시끄러운 별천지 같습니다. 정당 간에 벌어지는 싸움이 도대체 누굴 위한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

정치를 한다는 이들은 저마다 국민을 위한다고 떠듭니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목이 터져라 외쳐댑니다. 정치인들이 말하는 대로 모두 실천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엄청난 발전을 했을 겁니다. 만약 실천하지 못할 공약을 떠든 정치인들에게 매우 혹독한 처벌이 가해진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조용한 정치판이 되지 않았을까요?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는 건 시끄럽게 떠드는 공약 때문이 아니라, 잘 먹고 잘 살 수 있게 해주는 정책 때문입니다.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왜 '음식이 정치다'라는 말이 낯설게 느껴졌는지 말입니다.

원래 '음식이 정치고, 정치가 음식'이어야 올바른 세상인데, 지금까지 우리에게 정치는 국민들을 외면한 정치인들끼리의 잔치였습니다. 국민이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발 벗고 나서야 할 정치인들이 제 뱃속만 채우려고 하니, 국민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뱃속은 허기집니다.

이 책에서는 정치 속 음식 이야기, 음식과 관련된 정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정치인들의 단식투쟁부터 선거 유세에 등장하는 서민음식, 역대 대통령들이 즐겨 먹은 음식들, 한식 세계화 사업을 펼친 영부인, 정경유착으로 드러난 사카린 밀수사건, 북한 김정은의 기호식품 에멘탈 치즈, 정주영의 1000마리 소떼 방북, 고종과 명성왕후가 즐겼던 가배차, 정치인들의 비빔밥 정치, 자장면과 짜장면의 이념적 가치 등등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음식 이야기는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주제인 것 같습니다. 먹방 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것처럼 음식 이야기 속에 정치를 곁들이니 정치가 싫었던 것이 아니라 잘못된 정치가 싫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제대로 된 정치를 원한다면 우리 스스로 정치에 대한 올바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는 것도 느꼈습니다.

이제 정치는 머나먼 별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먹고 사는 일, 바로 우리 삶과 직결된 일입니다. 정치는 정치인의 전유물이 아니라 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우리 모두의 일이라는 걸 기억해야겠습니다. 음식은 매일 먹어야 하는 일상의 것이지만 정치적 측면에서 보자면 결코 가벼이 다뤄질 주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음식과 정치'를 흥미로움과 진중함이 조화롭게 균형잡힌 한상차림으로 담아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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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예쁜 손글씨 - 모던 감성 캘리그라피 라이팅북
김경주 글, 캘리그라피 김진경 / 소라주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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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그라피.

Calligraphy.

손으로 그린 그림문자.

글을 쓸 줄만 알았지, 그릴 줄은 몰랐습니다.

하나의 그림이 수많은 글을 대신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글이 그림처럼 그려질 때, 글은 눈이 아닌 마음으로 읽혀집니다.

요즘 주변에서 예쁜 손글씨, 캘리그라피를 자주 보게 됩니다. 다양한 장소, 여러가지 물건들에서 발견되는 캘리그라피를 보면 나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막상 펜을 들면 어김없이 익숙한 나의 글씨를 만나게 됩니다. 나의 손글씨체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건 그냥 글씨일뿐 그림같은 느낌이 없습니다.

더군다나 요즘 글씨를 쓸 때면 기분 탓인지 매번 글씨체가 바뀌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반듯하고 예뻤던 것 같은데 지금은 못난이가 된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시절에 공책에 꼭꼭 눌러가며 글씨를 쓰던 '정성'이 없어서일까요. 아니면 손글씨를 자주 안쓰다보니 글씨도 녹이 난 걸까요.

근래 좋은 문장들을 매일 필사하면서 좀더 멋지게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깁니다. 물론 문장이 지닌 뜻은 마음 속에 잘 새기면서 말입니다

<당신의 예쁜 손글씨>는 '마음을 쓰다듬는 시인의 문장 그리고 아트 캘리그라피'라는 부제를 달고 있습니다.

이 책은 김경주 시인의 좋은 문장들을 캘리그라피 작가 김진경님이 쓴 작품집입니다.

왼쪽은 캘리그라피 작품이고 오른쪽은 작품을 따라 쓸 수 있도록 옅게 처리되어 있습니다. 오른쪽 위를 보면 어떤 필기구로 썼는지 나와 있습니다.

캘리그라피를 위한 필기구로는 나무젓가락, 이쑤시개, 루벤즈 워터브러시, 펜텔 붓펜, 쿠레타케 붓펜, 색연필, 지그캘리그라피펜, 플래티넘 만년필, 프레피 만년필, 타치카와 만년필, 스테들러 트리플러스 파인라이너, 스테들러 마스그래픽3000듀오, 톰보 플레이 칼라, 모나미 플러스펜, 펜촉이 있습니다. 쭉 열거한 펜들 중에는 처음 들어본 펜들이 더 많지만 당장 손글씨를 쓰고 싶다면 그 중 아무것이든 상관 없다고 말합니다. 캘리그라피 감각을 익히기 위해서 반드시 캘리그라피 전용펜이 필요하지는 않다고 합니다.

역시 캘리그라피는 느낌, 자신의 느낌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문장을 보고 어떤 느낌이 드는지.

이 책에 실린 문장들은 김경주 시인의 책 <고래와 수증기>,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내가 가장 아름다울 때 내 곁엔 사랑하는 이가 없었다>, <레인보우 동경>, <시차의 눈을 달랜다>, <패스포트>에서 발췌했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 나의 마음에 들어온 문장이 있습니다.

 

"사람은 울면서 비로소 자기가 기르는 짐승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087p)

사람마다 상황에 따라 울음의 의미는 다를 것입니다. 하지만 그 어떤 의미를 가지든 주인공은 울고 있는 그 사람일 것입니다.

그 사람 마음 속에 기르는 짐승이 점점 길들여져간다는 것, 짐승의 주인이 된다는 건 왠지 삶의 무게가 느껴집니다.

이 문장을 캘리그라피로 보면 어떤 설명도 필요없어집니다. 그냥 느낌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낙서가 지저분하게 느껴진다면

당신은 한번도 낙서를 안해본 사람.

인생이 낙서처럼 정리가 안되고 곤란한 상태라면

당신은 정말 멋진 인생의 골목을 아는 사람." (209p)

세상에 한 번도 낙서를 안해본 사람이 있을까요. 어떤 목적없이 끄적대는 낙서가 좋습니다. 처음에는 우연히 시작한 낙서가 나중에는 온통 내 마음들도 가득채워집니다.

김경주 시인이 낙서같은 인생을, '정말 멋진 인생의 골목'이라고 표현한 부분이 참으로 멋집니다. 그 어떤 골목을 헤매어도 괜찮습니다. 결국 나는 내 길을 찾을테니까.

<당신의 예쁜 손글씨>라는 책.

아름다운 문장과 글씨에 그만, 퐁당 빠져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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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당 사진관
오지혜 지음 / 마카롱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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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는 왠지 꺼려집니다. 암울한 시대인지라......

그런데 <천연당 사진관>은 화사한 책 표지에 끌려 읽고 말았습니다.

조선 최초의 여자 사진사 이야기.

주인공 안나는 어린 시절 일본인들에게 부모님을 잃고 오빠와 함께 악착같이 살아갑니다. 안나는 걸걸한 목소리에 남장까지 하고 기생집을 드나들며 장돌뱅이마냥 물건을 팔아 돈을 벌고 있습니다. 오빠에게 맞아가며 일본어도 배우고, 영어도 대충 할 줄 알아서 책방을 찾는 외국인을 위해 책 번역 일까지 합니다.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들고 사내처럼 거칠게 살아가는 안나에게 특별한 인연이 찾아듭니다.

어느날 우연히 일본인 가게에서 물건을 훔치는 안나를, 재원이 보게 됩니다. 그때 모른 척하지만 다시 책방에서 만났을 때는 '못믿을 사람'이라며 무시를 칩니다.

재원은 영국인 베델이 발행하는 <대한매일신보>에서 일하는 기자입니다. 안나는 자신을 인간취급하지 않는 재원에게 기죽지않고 들이대며 일거리를 구합니다.

안나의 오빠는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이름을 텐신이라고 바꾸고 일본인 사진사 밑에서 일을 합니다.

평길이라는 이름으로 왕자 신분을 숨긴채 다니는 의친왕 이강은 책방에 드나드는 안나를 눈여겨봅니다. 비록 소설이지만 사람의 인연이란 참으로 묘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전까지 서로 모르던 사람들이 한순간 알게 되고, 마음을 나누게 된다는 것이 신기하고 놀랍습니다. 한 번 맺은 인연은 쉽게 끊을 수 없다는 것도.

소설 곳곳에서 일본에 의해 무참히 짓밟히는 조선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가슴 속에 울분이 솟구칩니다. 하지만 안나를 보면 힘들고 괴로운 상황에서도 웃음이 납니다. 어찌 그리도 맑을 수 있을까. 먹고 살기 위해 잔꾀를 쓰고 허풍을 쳐가며 아둥바둥대는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귀엽기까지 합니다. 누굴 해치는 나쁜 짓이 아니라 생계를 위한 귀여운 속임수라고 해야 될까.

이 소설의 원제목은 <1907년>이었다고 합니다.

1907년 4월 신민회가 창립되고, 5월에는 이완용 내각이 이토 히로부미의 건의를 받아 성립됩니다.

그리고 6월 우리 역사상 기억해야 할 헤이그 특사 사건이 있습니다. 이 사건으로 7월 고종황제가 강제 퇴위를 당하고 일본에 의해 대한제국 군대 해산령이 내려집니다.

서화가 해강 김규진 선생이 천연당 사진관을 개관한 것은 1907년 8월의 일입니다. 당시 조선에는 일본인 사진사뿐이었는데 한국인 최초로 사진관을 연 것입니다. 그곳에 사진교육생을 모집하고 여성사진사를 두어 여성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됩니다.

지나간 역사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 역사 속에서 잠시 상상의 나래를 펴볼 수는 있습니다. 만약 이런 인물이 있었다면, 이런 일들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저는 이 책을 읽고 드라마를 보듯이 꿈을 꿨습니다. 천연당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안나, 그녀를 바라보는 재원과 이강.

그리고 한국 근현대사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이완용을 비롯한 친일파들을 역사의 심판대에 올리지 못한 것이 너무도 부끄러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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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타 - 만들어진 낙원
레이철 콘 지음, 황소연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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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기술의 발전이 어떤 미래를 만들까요?

<베타>는 복제인간 클론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근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프로기사 이세돌 9단의 대결이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인공지능 개발이 과연 인류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다양한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마도 사람들이 우려하는 건 인공지능의 진화로 인해 인류를 위협하는 터미네이터의 등장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도 슈퍼 컴퓨터, 인공지능은 프로그래밍이 가능하기 때문에 비극적인 미래는 없을 거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등장하는 클론은 좀 다릅니다.

생명 복제로 만들어진 클론은 기계가 아닙니다. 인간과 똑같은 육체를 지닌 생명체입니다.

최초의 인간은 신이 만들었다는 가정 하에 클론을 만들어낸 인간은 클론에게 신이 될 수 있을까요?

먼 미래에 전쟁으로 폐허가 된 지구상에 부유한 권력자들이 지상 낙원, 드메인을 만듭니다. 인공의 섬 드메인에는 연한 남보랏빛 아이오 바다, 무성한 초록빛 식물들과 높다란 나무들, 사방에서 피어난 색색의 화려한 꽃들로 꾸며져 있고 놀라운 환기 시스템 덕분에 최상급 산소가 공급되고 있습니다. 이 섬의 창립자들은 드메인 안에 생명 복제 분야의 세계 최고 권위자인 라리사 루사디 박사의 연구 단지를 조성합니다. 그곳에서 인간에게 봉사할 클론들을 만들어냅니다. 클론은 인간이 해야 할 모든 노동과 일상의 잡다한 업무를 대신하기 때문에 드메인 사람들은 매일 여가를 즐길 수 있습니다.

클론의 시조는 사망한 인간이며, 사망한 지 마흔여덟 시간 내에 복제되고 시조의 영혼은 따로 추출됩니다. 겉모습으로는 인간과 구별할 수 없기 때문에 클론에게는 모두 오른쪽 옆얼굴 관자놀이에서 광대뼈 쪽으로 연보랏빛 백합 문장을 새깁니다. 왼쪽 옆얼굴에는 클론마다 다른 종류의 꽃 문신이 새겨지는데 그건 각자 맡은 역할을 나타내는 표식입니다.

'엘리지아'는 루사디 박사가 최근에 만든 열여섯 살 소녀 클론이자 시험판인 '베타'입니다. 아직 개발단계인 10대 클론이지만 루사디 박사가 진정한 걸작이라고 말할 정도로 완벽한 외모를 지녔습니다. 꿀 빛깔의 고급스러운 금발과 광채나는 매끄러운 피부, 복숭아빛 안색, 맑은 연자줏빛 눈동자와 아몬드 모양의 눈, 길고 풍성한 갈색 속눈썹.

드메인의 매장에는 다양한 물건들과 함께 클론도 판매합니다. 드메인의 대표이사이자 퇴역군인이라서 총독으로 불리는 사람. 바로 그 총독의 아내인 브래턴 부인이 매장에 있던 엘리지아를 보자마자 마음에 들어하며 구매하게 됩니다. 브래턴 부인은 대학 진학을 위해 집을 떠난 딸 애스트리드를 대신하여 딸 역할을 할 클론을 찾은 것입니다.

총독의 집으로 가게 된 엘리지아는 브래턴 부인과 말동무를 해주고, 열여덟 살 아들 아이반과는 체력훈련을, 막내딸 리젤과는 놀아주면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클론은 몸 속에 있는 칩을 통해 필요한 정보와 기술을 제공받아 인간에게 봉사하는 역할을 합니다. 대부분의 클론은 성인이라서 어떤 일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이는데 엘리지아는 최초의 10대 클론이라서 정해진 업무가 없이 착한 딸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수영장에 뛰어든 순간 클론의 시조인 인간의 기억이 되살아나고, 클론이라면 느낄 수 없는 감정들을 느끼게 됩니다.

드메인에서는 기준에서 벗어난 일탈 행동을 하는 클론을 디펙트라고 부르며 폐기처분합니다. 그래서 엘리지아는 자신의 정체를 숨기게 됩니다.

평생 인간을 위해 봉사하다가 쓸모없어지면 폐기되는 클론을 보면서 과거 역사 속 노예제도가 생각났습니다. 똑같은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노예라고 규정하는 순간 물건처럼 취급되어집니다. 클론 역시 영혼이 제거되었다는 이유로 로봇처럼 인간의 노예로 창조된 것입니다.

엘리지아는 아이반의 친구 타힐을 만나면서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되고, 점차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베타>는 클론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가지고 환상적인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습니다. 생명복제로 인해 변화될 미래의 모습뿐 아니라 엘리지아를 통해 십대 소녀의 성장기를 보여줍니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지는데 <베타>가 한 권으로 완결된 소설이 아니라 시리즈라서 궁금증을 풀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완결된 이후에 읽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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