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스뉴스 - 뉴스는 이야기다
SBS 스브스뉴스팀 엮음 / 책읽는섬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뉴스는 '소통'입니다.

어떤 형태로든 다양한 방식으로 대중에게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뉴스입니다.

과거에 뉴스가 일방통행이었다면 현재는 달라졌습니다.

<스브스 뉴스>를 만든 이들은 SBS 스브스뉴스팀입니다.

2015년 2월에 SNS를 통해서 선보인 뉴스 미디어 분야라는 것.

이 책은 스브스 뉴스에서 많은 네티즌이​ 관심을 가졌던 콘텐츠를 엄선하여 엮은 책입니다.

책의 형태로 전달하고는 있지만 이 책을 펼치면 영상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간결한 메시지와 이미지가 마치 광고처럼 연출되어 있습니다.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셜록 홈즈 시리즈의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은 자신이 만든 캐릭터 홈즈를 매우 싫어했다는 것.

그가 원했던 건 역사소설을 쓰는 것이었는데 우연히 용돈벌이를 위해 대중 잡지에 기고한 셜록 홈즈 시리즈가 대중적 인기를 얻으면서 역사소설 집필을 못하게 된 것.

그래서 셜록 홈즈라는 인물을 소설에서 없애버렸는데 홈즈가 죽었다고 알려지자 대중들은 엄청난 반발과 항의를 했던 것.

팬들의 원성에도 재집필을 거부하던 그가 마침내 거액의 원고료를 받고 8년 만에 셜록 홈즈 시리즈를 다시 쓰기 시작한 것.

역사소설을 통해서 최고의 문학을 탄생시키고 싶었던 아서 코난 도일은 아이러니하게도 대중소설을 통해서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됩니다.

코난 도일은 1910년 한 잡지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최고의 문학이란 독서 이후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 작품을 뜻한다. '셜록 홈즈'를 읽은 사람은 물론 즐거운 시간을 보내겠지만, 아주 높은 차원에서 예전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될 가능성은 없다. 내 기준으로 보면 '셜록 홈즈'는 절대로 고귀한 문학이 될 수 없다."

어쩌면 코난 도일은 문학에 대한 너무 높은 기준 혹은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대중소설이 가진 가치를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습니다. 아니면 작가로서 독자의 자유의지를 간과한 것은 아닌지... 사람들이 즐거움을 쫓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만약 코난 도일이 원하는 역사소설이 대중에게는 철저히 외면당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상상을 하게 됩니다. 문학의 여러가지 가치 중에서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대중의 관심이 그 시대를 이끄는 하나의 흐름이라는 점에서 뉴스와 비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고의 뉴스란 무엇일까요.

뉴스는 대중이 몰랐던 것을 알게 해주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알려야 할까요?

스브스 뉴스는 "뉴스는 이야기다"라고 말합니다. 교양과 감동, 지식이 담긴 뉴스, 물론 좋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대중이 원하는 건 '진실'입니다. 뉴스를 선별하여 전달하는 건 언론인의 몫이겠지만 부디 대중이 알아야 할 권리를 존중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대중은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 능력이 있습니다.

세상과 제대로 소통할 수 있는 뉴스,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뉴스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슈퍼문 같은 책 표지가 멋집니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

와우, 평범한 제목조차도 뭔가 기대감을 고조시킵니다.

어쩌면,

"최고의 과학소설 작가 테드 창의 단편 소설 작품집!"이라는 책 소개 문구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도대체 어떤 소설을 쓴 작가이기에 '전 세대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과학 단편소설 작가 중의 한 명'이라는 명성을 얻은 걸까요?

우선 이 책 속에는 모두 여덟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정말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입니다.

바빌론의 탑, 이해, 영으로 나누면, 네 인생의 이야기, 일흔두 글자, 인류 과학의 진화, 지옥은 신의 부재, 외모 지상주의에 관한 소고:다큐멘터리.

그런데 왠지 단편으로 끝난 이야기들이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로 느껴져 아쉽습니다. 마치 영화 예고편만 보고 만 듯한 느낌?

그 중 <네 인생의 이야기> Story of Your Life ​가 바로 2016년 11월 개봉 예정인 드니 빌뵈브 감독의 <컨택트> Arrival 원작이라고 합니다.

여기에서 제목만 주목해보세요.

Story of Your Life ​라는 영어제목이 '네 인생의 이야기' 혹은 '당신 인생 이야기'로 번역됩니다.

그리고 영화로 제작될 때는 Arrival ​로 바뀌고 우리나라에서 상영될 때는 '컨택트'로 번역됩니다.

내용은 똑같지만 어떤 제목을 붙이느냐에 따라서 느낌이 달라집니다.

작가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와 감독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같을까요? 또한 책을 읽는 독자와 영화를 보는 관객은 동일한 메시지를 얻을 수 있을까요?

아마도 조금씩 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완전히 똑같은, 동일한 의미를 전달하기는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그런 점에서 작가 테드 창이 선택한 제목은 탁월합니다. 소설은 작가에 의해서 탄생했지만 그 소설을 읽는 사람에 따라서 각기 다른 소설로 받아들여지므로 '당신 인생 이야기'가 됩니다. 이 소설을 읽는 당신과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당신들의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앗, 아직 내용을 설명하지 않았는데도 모든 걸 설명한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요?

신기한 건 제가 여덟 편의 단편 중에서 가장 인상에 남았던 작품이 <네 인생의 이야기>라는 겁니다.

아이를 가진 엄마라면 공감할 이야기!!!

언어학자이자 딸을 가진 엄마인 루이스는 자신의 딸에게, 딸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와 동시에 지구에 들이닥친 외계인의 이야기도 함께 들려줍니다.

놀랍게도 외계인이 나타난 시기에 딸은 열두 살이라는 것. 이 점이 놀라운 이유는,

제가 요즘 딸에게 하던 말이 떠올라서 약간 소름 돋았네요. "너 누구니? 어느 별에서 왔니? 외계인같다..."

우리말로 이야기하는데 외계어처럼 전혀 소통이 되지 않을 때의 당혹감과 낯선 느낌이 마치 외계인을 마주한 느낌이어서.

소설에서 묘사된 외계인의 모습은 일곱 개의 가지가 방사상으로 뻗어 있어서 그리스어에서 7을 뜻하는 hepta와 발을 뜻하는 pod를 합쳐 '헵타포드'라고 부릅니다. 절묘하게도 외계인의 충격적 비주얼이 부모가 사춘기 자녀를 대할 때의 심정과 흡사하지 않을까 싶네요. 근래 사춘기 외계인 출현으로 충격을 받고 속수무책이었는데 이 소설을 읽고나니 안심이 됩니다. "외계인과 소통하기!!! 예, 그 아이가 제 딸입니다."

부모로서 아이가 잉태된 순간, 태어나고 성장하는 순간들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신비롭고 놀라운 일인지, 그건 우주만큼 멋진 일입니다.

누군가에게는 SF 과학소설이지만 제게는 인생 다큐멘터리였습니다.

다음은 <네 인생의 이야기>의 첫 대목입니다. 당신에게는 어떤 소설인가요?

네 아버지가 지금 내게 어떤 질문을 하려고 해. 이것은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고, 나는 온 정신을 집중해서 모든 것을 빠짐없이 기억에 새겨두려고 하고 있지. 그이와 나는 밖에서 디너쇼를 보고 방금 돌아온 참이란다. 자정을 넘은 시각, 우리는 보름달을 보기 위해 파티오에 나와 있어. 춤을 추고 싶다고 네 아버지에게 말하자 그이는 쾌히 응했고, 그래서 지금 우리는 서로를 껴안고 춤을 추고 있어. 달빛 아래에서, 십대들처럼, 삼십대의 남녀가 앞뒤로 천천히 몸을 흔들면서. 밤의 한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아. 이윽고 네 아빠는 이렇게 말해. "아이를 가지고 싶어?"

네 아버지와 나는 결혼한 지 이 년쯤 된 부부이고, 지금은 앨리스 애비뉴에 살고 있어.

... 오늘밤의 이야기, 너를 잉태했던 이 밤의 이야기를 너에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단다. 하지만 그런 얘기는 네가 너의 아이를 가질 준비가 되었을 때나 할 수 있는 얘기이고, 우리는 결국 그런 기회를 갖지 못하겠지.

그보다 더 이른 시기에 네게 얘기해보아도 아무 소용이 없을 거야.

네 인생의 거의 모든 기간에 걸쳐서, 너는 자리에 가만히 앉아 이렇게 로맨틱한 - 너라면 감성적이라는 표현을 쓰겠지 -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싶어하지는 않을 테니까. 나는 네가 열두 살 때 내놓게 될 너의 탄생 시나리오를 기억해.

"엄마가 나를 낳은 이유는 단 하나, 월급 안 줘도 되는 하녀를 들이기 위해서야." 벽장에서 진공청소기를 끌어내면서 너는 쓰디쓴 어조로 이렇게 말하겠지.

...

나는 이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지 알고 있단다. 자주 그 생각을 해보곤 해. 불과 몇 년 전, 이 이야기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에 관해서도 자주 생각에 잠기곤 하지. 지구 궤도상에 우주선들이 느닷없이 출현하고, 목초지에 인공물들이 나타났던 그때 말이야. 정부는 그 일에 관해 함구하다시피 했어. 싸구려 신문에선 온갖 가능성을 떠들어댔지만.

그러던 중에 전화가 울렸고, 난 회의에 참석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던 거야. (151p - 153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이비 포켓만 아니면 돼 아이비 포켓 시리즈
케일럽 크리스프 지음, 이원열 옮김 / 나무옆의자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비 포켓.

기억하시라~~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의 주인공이 등장했습니다.

겨우 열두 살 소녀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막강한 캐릭터라서 깜짝 놀랐습니다.

책 표지만 봐도 뭔가 남다른 기운이 느껴지지 않나요?

팀 버튼 감독의 <유령 신부>가 떠오를 정도로 뭔가 으시시한 분위기를 감지했다면 빙고!!!

아이비 포켓은 카벙클 백작 부인의 하녀로, 함께 파리에 왔다가 디너파티에서 백작 부인의 뇌염을 낫게 해줄 치료방법이라며 얼굴을 과일 펀치에 담가버려요. 그 뒤로 어떻게 됐냐구요. 카벙클 백작 부인은 미친듯이 비명을 지르며 뛰쳐 나갔고 아이비가 호텔 스위트룸으로 돌아와보니 문은 잠겨 있었죠. 복도에서 편안히 잠을 잔 아이비가 아침에 깨어나보니 빈 방에는 헌 카펫으로 만든 자신의 여행용 가방과 함께 쪽지가 놓여 있었어요.

"친애하는 포켓 양.

보시다시피, 나는 떠났어요. 나를 따라오지 말아요. 다시 한 번 말하는데, 나를 따라오지 말아요!

나는 배를 타고 남미로 가요. 다시는 당신을 보지 않을 게 확실할 정도로 먼 곳이라는 것 외에 다른 이유는 없어요. 호텔 숙박비는 다 냈어요.

내가 겪은 고통과 고생을 고려해서, 당신의 급료로는 1파운드를 남겨뒀어요.

당신의 행실을 생각하면 후한 금액이죠. 이제 당신은 혼자예요.

속이 다 시원하네.

카벙클 백작 부인."

두둥~~ 열두 살 고아 하녀 아이비 포켓. 파리 호텔에서 버려지다......

분명 심각한 상황인데 아이비는 당당하게 호텔을 나섰어요. 왜냐하면 아이비는 위기 대처 능력이 뛰어난 오성장군의 본능을 타고 났으니까요. 그걸 어떻게 아느냐구요.

바로 이것이 아이비 포켓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자신감이에요. 엄청나게 놀라운 본능들을 타고났다고 믿는 거죠. 아무도 못 말려요. 말리느니 카벙클 백작 부인처럼 도망가는 편을 택하죠.

이 때 절묘하게도 벨보이가 다가와 트리니티 공작 부인이 만나보고 싶어한다고 알려줘요. 트리니티 공작 부인이라면 카벙클 백작 부인의 오래된 친구이며, 60년 전부터 외국에 살고 있지만 영국에서 가장 돈이 많은 여자라는 것, 또 뭔지 모르지만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다는 걸 들은 기억이 났어요. 직접 만나보니 트리니티 공작 부인은 병들고 뚱뚱한 늙은 숙녀였어요. 그녀는 아이비에게 굉장한 제안을 해요. 곧 열두 살 생일을 맞는 머틸다 버터필드에게 선물로 클록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전해주라는 것인데, 반드시 생일 파티에서 손님들이 전부 보는 앞에서 전해줘야 된다는 거에요. 절대로 그 전에 주면 안 되고, 당연히 목걸이를 해봐서도 안 된다는 거에요. 머틸다의 할머니인 엘리자베스 부인이 트리니티 공작 부인의 오랜 친구인데 젊은 시절 한 신사 때문에 사이가 벌어졌고, 이 목걸이는 화해를 위한 선물이라는 거에요. 심부름 비용은 500파운드.

먼저 50파운드를 주고 나머지는 변호사 허레이쇼 뱅크스를 통해 생일파티 다음 날 받을 수 있다는 거죠. 아이비 포켓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는 심부름이라 선뜻 약속을 하게 돼요.

음, 여기서 주목!!!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아이비 포켓은 다섯 살 때 '해링턴의 원치 않는 아이 보호소'에 버려졌고 지금은 하녀로 일하는 열두 살 소녀일 뿐이에요. 하지만 아이비는 허풍쟁이, 거짓말쟁이마냥 자신은 사랑이 넘쳐나는 가족과 함께 자라났으며 눈에 띄게 예쁘다고 말해요. 물론 엄청난 본능들을 타고난 존재라는 건 기정 사실로 확신하고 있구요. 진짜 믿고 있기 때문에 남들은 아무리 고아 출신 하녀라고 무시해도 늘 당당한 거에요. 자신을 무시하는 사람들에게는 마녀같이 고약하게 굴지만 마음을 열고 다가오는 사람들에게는 진심을 보여주는 따뜻한 소녀에요. 아이비 포켓은 이름만큼이나 상큼한 매력을 가졌어요. 실제로 주머니에 클록 다이아몬드를 넣어 다닌다는 게 재미있어요. 어떻게 혼자서 그 모든 걸 해낼 수 있는지 감탄이 절로 나와요. 무엇보다도 편견과 모순 덩어리 인간들에게 따끔한 독설과 응징을 해준 아이비 포켓 덕분에 답답한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에요. 팝콘처럼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아이비 포켓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과연 해리포터 시리즈와 맞먹는 어마어마한 이야기가 펼쳐질까요? 글쎄요. 비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테후테후장에 어서 오세요
이누이 루카 지음, 김은모 옮김 / 콤마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테후테후장에 어서 오세요.

'테후테후'는 '나비'라는 뜻을 가진 일본 고어라고 해요. 이 소설에서는 연립 주택의 명칭으로 사용됐어요.

일본 NHK 인기 드라마 [나비장에 어서 오세요]의 원작 소설이라고 하네요.

역시나 단숨에 읽게 되는 소설이네요. 흥미롭고 감동적인 이야기.

만약 우리나라에서도 드라마로 제작된다면 어떤 느낌일까, 머릿속으로 상상을 하게 되네요.

낡고 오래된 2층 연립주택, 1호실부터 6호실까지 모두 여섯 명의 세입자와 여섯 명의 유령이 함께 살게 되는 이야기에요.

와우~ 세상에 유령과 동거라니, 기절초풍 걸음아 나살려라 도망갈 일이죠.

그런데 왜 세입자들은 도망가지 않고 살게 된 걸까요.

그건 테후테후장이 보증금도 없고 월세 13,000엔(한화 15만 원)이기 때문이에요. 보너스로 처음 입주한 한 달은 월세를 안 내거든요.

사실 이 정도 금액으로 살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될 거에요. 다들 금전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라서 처음엔 울며 겨자먹기로 참아내며 살게 된 거에요.

아아, 서러운지고... 돈 없는 것도 서러운데 유령과 매일 마주하며 사는 기분은 어찌할고.

우리가 상상하는 유령은 피범벅이나 끔찍한 모습인 경우가 대부분일 거에요. 만약 테후테후장의 유령들이 이런 몰골이었다면 아무리 보증금이 없고 월세가 저렴해도 도망갔을 거에요. 그러나 테후테후장의 유령은 다르다는 것!!! 굉장히 착하고 어떤 때는 유령이 아니라 수호천사 내지 요정 같은 느낌이랄까. 단 한 명만 빼고.

자, 그러면 테후테후장의 유령들을 소개할게요.

1호실에 사는 유령은 '시라사키 사야카'라고 해요. 연한 노란색 티셔츠를 입었고 예쁘장한 외모의 여대생으로 보여요. 붙임성도 좋고 애교도 많은 것 같아요.

2호실에 사는 유령은 '엔도 도미지'. 술을 좋아하는 아저씨 유령이에요. 유령인데도 술을 마실 수 있어요.

3호실에 사는 유령은 '이시구로 사치코'. 서른아홉의 무명 여배우였던 유령이에요. 살아 생전에 인기를 못 누린 건 차치하고라도 운이 지지리도 없었다는 게 안타까워요.

4호실에 사는 유령은 '미나토야 가오루'. 생김새만 보면 여자로 착각할 정도로 예쁜 미소년 유령이에요. 요즘은 보기 드문 진보랏빛 교복을 입고 있어요.

5호실에 사는 유령은 '마키 유타로'. 오토바이 사고로 서른 살에 생을 마감한 유령이에요. 안타깝게도 모든 사람이 유령을 볼 수 있는 건 아니에요. 특히 유령이 만나고 싶은 사람이 유령을 볼 수 없으니 여기선 잠시 투명인간처럼 묘사할 수밖에 없네요.

6호실에 사는 유령은 '야마자키 쇼타'. 열한 살 때 죽은 아이에요. 가장 어린 유령인데 공포영화 버금가는 장면을 연출하네요.

그리고 한 명 더 소개할 사람이 있어요. 바로 테후테후장의 집주인 아저씨인데 이름은 몰라요. 그냥 집주인으로 부르다보니 아무도 집주인의 이름을 물어본 적이 없어요. 첫인상부터 호감가는 외모에 감미로운 목소리가 특징이에요. 조용히 세입자들을 챙겨주고 테후테후장의 곳곳을 깨끗하게 관리하는 분이에요. 가끔 2층 공동 거실에서 세입자들과 당구를 치기도 해요.

각 호실에 살게 된 세입자들의 소개는 생략할게요. 너무 자세하게 설명하다보면 이 소설을 읽으면서 얻을 수 있는 재미와 감동을 뺏는 게 될 것 같아요.

테후테후장에 모인 사람들은 저마다의 사연과 아픈 상처를 가지고 있어요. 세상에 단 한 사람만이라도 그 아픈 상처를 어루만져줄 수 있다면...

그건 살아서나 죽어서나 똑같은 마음일 것 같아요.

테후테후장은 힘들고 지친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네요.

우리에겐 불행을 피할 수 있는 능력은 없지만 견뎌낼 수 있는 힘은 있다는 것...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무도 되고 싶지 않다
마르탱 파주 지음, 김주경 옮김 / 열림원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나는 내 삶이 놀랍고, 아름다우며 기묘하기를 바란다.

그런 마음에서 이 책을 썼다." - 작가의 말

<아무도 닮고 싶지 않다>라는 제목처럼 작가는 어떤 책과도 닮지 않은 그런 책을 쓰고 싶다고 말합니다.

역시나 이 책은 기묘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혀 상상 못한 이야기라서 놀랍다기보다는 현실을 교묘하게 뒤틀었다는 점에서 기발하게 느껴집니다.

잠에서 깨어보니 살해당한 피해자가 되어 있는 남자 라파엘의 이야기는 굉장히 억지스러운 설정처럼 보입니다. 경찰이 들이닥쳐서 대뜸 "당신은 살해된 피해자니까 소파와 거실 테이블 사이, 즉 범죄 현장에 누워 있어야 합니다."라고 말합니다. 경찰 말대로라면 라파엘은 죽은 시체인데 살아있는 듯 걸어다니고 말하는 라파엘을 보고도 전혀 놀라지 않습니다. 범죄 현장을 촬영하는 사진사는 한술 더 떠서 '대벌레' 이야기를 해줍니다. 대벌레는 자기 몸을 죽은 나뭇잎이나 나뭇가지로 착각하게 만드는데, 라파엘은 반대로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살아 있지 않다고 말이죠. 그리고 라파엘 손목에 이름과 출생일, 주민등록번호가 적힌 명찰을 매주면서 시체 안치소에서 확인하는 표식이라고 알려줍니다. 경찰과 사진사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시체가 된 라파엘에게 질문하기도 하고 설명도 해줍니다. 이 상황을 납득할 수 없는 사람은 오직 한 사람, 라파엘뿐입니다. 라파엘 자신만 살아 있다고 주장하고 나머지 모든 사람은 라파엘을 범죄 현장의 시체라고 말합니다. 라파엘은 처음에 자신이 살해당했다는 사실조차 믿지 못하지만 경찰과의 대화를 통해서 범인이 왜 자신을 살해했는지 단서를 찾게 됩니다. 경찰은 시체 안치소에서 온 사람들과 통화를 하면서 라파엘에게 범행 도구였던 칼을 건네 줍니다. 칼을 잡게 된 라파엘은 홀로 남겨지고 유리잔과 술병 등이 나뒹구는 거실이 완벽한 범죄 현장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소파와 탁자 사이 바닥에 앉아 있는 라파엘의 눈은 충혈되어 있고 피부는 어둡고 납처럼 챙백해집니다. 죽음을 선고 받은 남자가 진짜로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은 스스로 죽음을 인정할 때인지도 모릅니다.

"잘 찾아보면 누구나 살해당할 만한 이유를 가지고 있어요. 아, 그렇다고 당신이 다른 사람보다 더 악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살인자가 재판할 자격이 있는 건 아니니까요. 알다시피 아주 선한 사람들도 살해를 당합니다. 성인, 교황, 심지어 아이들도. 예를 들면 간디, 파트리스 루뭄바, 존 레논 같은 사람도 살해됐죠. 그러니 살해당한 건 윤리의 문제가 아니에요." (54p)

인간의 죽음이란 당사자에겐 이토록 황당하고 허망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도 자신이 왜 죽어야 하는지 모르다가 결국 죽고나서야 그 이유가 알게 되는 것이 죽음인지도 모르겠네요. 살아 있어도 죽은 것처럼 보이는 대벌레와는 정반대 입장이 된 라파엘의 이야기. 이 이야기의 제목은 <대벌레의 죽음>입니다. 우리는 지금 죽은 듯이 살아 있나요, 아니면 살아 있는 듯 죽은 건가요?

<아무도 되고 싶지 않다>, <멸종 위기에 처한 남자>, <평생 직장에 어울리는 후보>, <내 집 마련하기>, <벌레가 사라진 도시>, <세계는 살인을 꿈꾼다>

이 모든 이야기들은 상상력이 아닌 상징성으로 바라봐야 할 이야기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연극 무대의 부조리극을 본 것 같습니다. 왜곡되고 뒤틀린 세상 속 사람들의 이야기가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