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도시 Z
데이비드 그랜 지음, 박지영 옮김 / 홍익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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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에 시험이 끝나면, 학교 강당에서 영화를 보여줬습니다.

그때 봤던 영화가 <레이더스>였습니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는 워낙 환상적이라 말이 필요없는 영화였습니다. 당시 감성이 폭발하는 십 대 였던 탓인지 그 시절에 이 영화가 준 감동은 지금 그 어떤 영화와도 비길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영화 주인공 중에서 가장 사랑하는 인디아나 존스.

바로 인디아나 존스의 모델이 된 인물이, 지금부터 이 책에 등장하는 '퍼시 해리슨 포셋 대령'입니다.

이밖에도 코난 도일이 쓴 <잃어버린 세계>의 주인공 존 록스턴 경, <포셋 대령을 찾아라>라는 시나리오로 1941년에 만들어진 빙 크로스비 주연의 영화 <잔지바르로 가는 길>, 1956년 벨기에의 찰스 헨리 데위스메가 쓴 <포셋 부자의 미스터리>라는 소설, 유명한 아동만화 <틴틴의 모험>시리즈 중에서 틴틴을 밀림의 독사로부터 구출해주는 실종된 탐험가가 모두 포셋을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어쩐지 포셋 대령을 몰랐을 때, 여러 탐험소설을 보면서 인디아나 존스을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주인공은 포셋 대령이었군요.

<잃어버린 도시 Z>은 탐사 추적 전문기자인 이 책의 저자 데이비드 그랜이 80년 전 실종된 포셋 대령의 흔적을 추적하는 이야기입니다.

소설로 분류되어 있는 건 아마도 포셋 대령이 남긴 편지와 기록을 바탕으로 당시 상황을 재연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우선 '잃어버린 도시 Z'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포르투갈의 반데이란테입니다. 그는 황금을 찾기 위해 아마존 밀림을 탐험하던 중 거대한 고대 도시의 유적을 발견했고, 자신이 목격한 것을 기록한 '반데이란테의 보고서'를 남깁니다. 이 문서에는 포르투갈 왕이 그의 모험에 크게 감동받아 큰 상을 내렸다는 것으로 끝을 맺습니다.

아마존의 치명적인 매력에 푹 빠져있던 포셋은 세계의 유명 도서관과 교회의 문서 보관실을 뒤지다가 브라질 국립 도서관에서 이 문서를 발견하게 됩니다. 이를 계기로 포셋은 그 고대 도시를 '엘도라도' 또는 '잃어버린 도시 Z'라 부르며, 고대문명을 찾아 탐험을 떠나게 됩니다. 포셋은 이 탐험에 동행할 사람으로 두 명만 골랐습니다. 포셋의 스물한 살짜리 큰아들 잭과 잭의 친구 롤리 리멜.  그러나 1925년 1월, 실종됩니다.

이후 포셋 대령의 발자취를 찾아 떠났던 여러 탐험대들도 사라지고 맙니다. 아무도 포셋 대령뿐 아니라 잃어버린 도시 Z를 찾지 못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아마존 밀림에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무엇이 그들을 아마존 탐험으로 이끄는 걸까요?

여전히 미스터리를 품고 있는 아마존은 새로운 탐험가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걱정스러운 건 최근 40년 동안 아마존 일대 원시림 중 약 70만 제곱킬로미터에 해당하는 숲이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브라질에서 행해지는 무차별적인 삼림 벌채로 자연 파괴가 심각하다고 합니다. 탐험가들에겐 꿈과 환상의 아마존 밀림이 지금처럼 파괴되어 간다면, 잃어버린 도시 Z가 아니라 잃어버린 아마존이 되는 건 아닌지...

포셋 대령을 최고의 탐험가라고 칭송하는 건 그가 이뤄낸 업적 때문이겠지만, 그것보다 다른 탐험가들과는 달리 아마존을 파괴하지 않고 존중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밀림 속 어딘가에 고도의 문명 사회가 존재했다는 믿음을 굽히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신비롭고 무시무시한 아마존 세계가 궁금하다면 한 번 읽어보시길. 단, 영화 <레이더스>와 같은 감동을 기대하지 말 것.

곧 영화 <잃어버린 도시 Z>가 개봉된다고 하니, 이건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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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기발한 우연학 입문
빈스 에버트 지음, 장윤경 옮김 / 지식너머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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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의 시대를 과학적으로 분석합니다.

바로 <세상에서 가장 기발한 우연한 입문>으로 말이죠.

저자 빈스 에버트는 물리학을 전공한 작가로서, 학문과 유머를 결합한 학술공연전문가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우리의 인생에서 우연이라는 요소가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이 세상에서 작용할까요?

우연이란, 어떤 한 가지 사건 혹은 여러가지 일이 묶여서 발생할 때 그 안에서 아무런 인과관계를 찾을 수 없는 경우를 말합니다. (13p)

그래서 우리 일상에서 우연은 흔한 일입니다. 영화 속 이야기 같지만 예기치 않은 어떤 일 혹은 우연한 선택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건 우연이 누구에게나 언제든지 발생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는 모두 네 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우연을 살펴봅니다.

개인의 삶, 일과 성공, 학문, 미래.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조차 우연이 작용합니다. 우리의 뇌는 예측하기 힘든 우연을 싫어하지만 인류는 우연하게 발전되어 왔다는 사실.

138억 년 전, 모든 것은 대폭발에 의해 시작되었습니다. 우주가 생긴 그 날, 누가 혹은 무엇이 우주를 폭발시키고 생성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이 모든 것이 우연인 거죠.

더군다나 진화의 과정은 놀라운 시행착오라서 생물들 사이의 연결 관계를 완벽하게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진화는 계획적인 과정이 아니라 넓은 가능성의 바다에서 우연에 의해 생겨난 것입니다. 진화생물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자연 선택이라고 부릅니다. 작고 미미한 변화 단계를 수없이 거치면서 선택된 우수한 기능들이 쌓이면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됩니다. 그런 면에서 지금 이순간 숨쉬고 있는 우리는 기적의 산물이 아닐까요.

예측할 수 없는 이 세상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창의력과 상상력을 동원하여 가능한 한 풍부한 미래를 구상하는 것입니다. 미래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

불확실성과 복합성이 뒤섞여 있는 세상이 불안할 수도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이 책은 우연으로 가득한 이 세상을 우리가 어떤 태도로 대처해야 할지를 생각하게 해줍니다. 가장 공감되는 조언은 스티브 잡스가 말했던 "다양한 점을 이어보라!"는 것입니다. 우리 인생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을 점으로 연결하면 처음에는 서로 잘 어울리지 않아 연결이 어렵지만 계혹 이어가다 보면 언젠가 새로운 선과 면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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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타와 오토와 러셀과 제임스
엠마 후퍼 지음, 노진선 옮김 / 나무옆의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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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었다는 건

살아가야 할 날보다

살아온 날들이 더 많다는 것.

흔히 인생을 길에 비유합니다.

당신은 어디쯤 걷고 있나요?

<에타와 오토와 러셀과 제임스>는 잔잔한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에타와 오토와 러셀과 제임스.

먼저 에타를 소개할게요. 디어데일 농장에 살고 있어요. 여든두 살 에타는 어느날 남편에게 바다를 보러 간다는 편지를 남기고 떠나요.

오토는 에타의 남편이에요. 군인이자 농부죠. 그는 에타를 쫓아가는 대신 집에서 기다려요. 에타가 남긴 레시피 카드를 보면서 요리도 하고, 동물 조각상을 만들면서.

러셀은 옆집에 사는 이웃이자 오래된 친구예요. 에타의 옛 연인이기도 하고요. 그는 에타가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 나서요.

제임스는 에타의 여정을 함께 하는 코요테 친구예요.

사실 에타는 치매로 점점 기억을 잃어가고 있어요. 그래서 남은 기억을 붙잡으며 바다를 보려고 길을 떠난 거예요.

왜 바다가 보고 싶으냐고요?

궁금하다면 에타와 함께 걸어가면 돼요. 차도 없이 동쪽으로 무작정 걸어가는 여든두 살의 할머니.

위험한 순간도 있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요. 자기 자신조차 기억 못할까봐 쪽지에 이름을 적어놨어요.

<디어데일 농장에 사는 에타 글로리아 키닉. 올해 8월로 83세>

여든두 살의 에타는 머나먼 바다를 향해 걸어가고, 과거의 에타, 러셀, 오토는 그들의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가 펼쳐져요.

현재와 과거의 시간이 교차되면서 세 인물의 삶이 그려져요. 누구나 나이가 들죠. 에타처럼 치매를 앓을 수도 있고요. 얼핏 상상할 수는 있지만 진짜로 체감하기는 어려워요. 아직 겪어보지 못한 일이니까. 그래서 늙음과 죽음은 피하고 싶은 주제인 것 같아요. 

러셀은 전쟁에서 돌아온 오토에게 물어요. 죽음을 자주 생각해?

오토가 대답해요. 죽음보다 삶을 더 생각하지. 그러려고 최선을 다해.

처음에는 에타를 이해하지 못했어요. 아마 전부 이해할 수 없을 거예요. 그렇지만 뭔가 알 것 같아요. 

숨을 쉬어야 한다는 것만 기억하세요.

에타는 오토에게 말했죠. 숨 쉬는 걸 기억하라고. 숨을 쉴 수 있는 한 우리는 뭔가 좋은 일을 하는 거라고. ...  때로는 그저 숨 쉬는 것만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할 일이라고.

언젠가는 공감할 나이가 오겠죠. 이 소설은 에타와 오토와 러셀과 제임스가 우리들에게 보내는 편지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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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드 포 라이프
에멜리에 셰프 지음, 서지희 옮김 / 북펌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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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본 영화 <악녀>가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유럽 난민들이 겪는 인권유린에 대해서도.

<마크드 포 라이프>는 "남편이 죽었어요......"라며 112에 신고하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전화한 사람은 죽은 남자의 아내 셰르스틴 율렌이고, 그의 남편 한스 율렌은 거실에서 총을 맞은 채 숨져 있습니다.

사건 현장에 출동한 헨리크 레빈 형사와 마리아 볼란데르 형사(그녀는 '미아'라고 불리는 걸 좋아함, 소설에선 쭉 '미아'라고 나옴).

담당 검사는 야나 베르셀리우스.

현재 벌어진 사건과는 별개로 어떤 곳에 갇혀 있는 소녀의 이야기가 병렬 구조로 진행됩니다.

목 뒤에 유리조각으로 새겨진 글자, 케르(Ker).

컨테이너를 통해 들어오는 난민들 중 아이들을 데려다가 살인 병기로 훈련시킨 것.

아직 이 소설을 읽지 않은 이들에겐 미안하지만 케르가 바로 야나였다는 걸 밝힙니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이 소설은 초반부에서 이미 동일 인물이라는 걸 넌지시 알려줍니다. 야나의 목에 있는 흉터, 그걸 가리기 위해 늘 긴 머리를 풀고 다닌다는.

현재 엘리트 검사인 야나의 아버지는 전 검찰총장 칼 베르셀리우스로, 누가봐도 금수저 출신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형사 미아는 야나를 싫어합니다. 잘나도 너무 잘난 여자인데다가 평상시에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이 차갑고 거만한 태도 때문에. 그런데 실상 야나는 과거의 기억을 잃어버렸고, 그저 매일 악몽을 꾸면서 자신의 상처를 감추기 위해서 사람들과 거리를 두며 살아왔던 것입니다.

이 소설은 읽는 내내 야나에게 몰입하게 됩니다. 마치 영화 <악녀>의 킬러 숙희처럼.

누가 그녀를 악녀로 만들었는가. 분명한 건 그녀가 원했던 삶은 아니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살기 위해서, 어린 소녀가 치열하게 버틴 결과일 뿐.

그래서 슬프고 안타깝습니다.

아름다운 세상을 살아가야 할 아이들이 나쁜 어른들로 인해서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는 게.

한 사람의 불행처럼 보이지만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지 못한다면 모두의 불행이 될 수 있다는 걸.

나쁜 놈들을 이 세상에서 싹 몰아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저도 모르게 나쁜 마음이 치밀어 오르네요.

저자 에멜리에 셰프는 이 소설이 모두 허구라고 말합니다. 그 말을 믿고 싶지만 세상은 우리가 상상 못할 정도의 나쁜 놈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소름끼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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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심리학자로 살아 보니 - 대한민국 상처 치유 심리 에세이
이나미 지음 / 유노북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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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이제서야 곪았던 상처들을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권력자들의 횡포.

다수의 약자들이 아무리 소리질러도 꿈쩍하지 않던 사회.

그러니 한국에서 심리학자로 살고 있는 분은 얼마나 해야 할 일이 많았을까요.

이 책은 심리학자 이나미가 바라본 한국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특정환자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 그들이 살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

작년 10월부터 지금까지, 대한민국 국민들이 이토록 정치에 관심을 갖고 주도적으로 변화를 이끈 적이 있었나요.

답답한 현실에 가슴을 치면서도 그 현실을 바꿀 힘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혼자는 할 수 없어도 함께 하면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사회는 불안합니다. 청년실업, 노인의 고독사, 불행한 가족, 여성혐오 범죄, 권력자의 횡포와 만행,  복지사각지대로 밀려난 저소득계층....

앞으로 바뀌어야 할 차별과 불의가 너무나 많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야 합니다. 때로는 내 안의 '어두운 부분'을 보라고 책에서는 말합니다. 심리학자 카를 융은 17세기 영국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를 좋아했는데, 블레이크의 그림 중 <옛적부터 항상 계신 이>라는 그림이 있습니다. 이 그림 중앙에 웅크린 사람이 하느님이고, 하느님이 어둠의 무게에 눌려 있는 듯한 모습입니다. 세상을 창조하기 전에 하느님도 눌려 있었다는, 즉 창조 직전의 상태를 형상화한 것입니다. 결국 창조적인 행동을 하려면 반드시 고립감, 외로움을 느껴야 한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사실 이 책에서 대한민국의 여러가지 어두운 면들과 상처가 나오지만 가장 인상적인 건 저자의 개인적인 고백입니다. 심리학자이기 전에 한 사람으로서의 시어머니의 죽음을 겪어낸 이야기를 보며 많이 공감했습니다. 치과의사가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갖췄다고 해도 자신의 아픈 치아를 치료할 수 없듯이, 심리학자 역시 상처받은 마음을 다 치료할 수는 없구나. 우리가 원하는 심리학자는 냉철하게 분석하여 진단해주는 사람이 아닙니다, 똑같은 인간으로서 공감하고 함께 아파해주는 사람이지.

그래서 칼 융이 말하는 '그림자'보다도 저자가 경험했던 아픔이 더 크게 와닿았습니다.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건 우리들의 몫입니다. 상처받은 사람들, 이 사회의 불행을 몰아낼 수 있는 건 '외면 대신 직면, 침묵 대신 행동'이라는 저자의 말에 동의합니다.

대한민국의 품격이 대통령이 아닌 국민으로부터 나올 수 있도록.

지금 시기에 우리를 돌아볼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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