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체 - 개정판
이규진 지음 / 하다(HadA)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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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체>는 이규진 작가의 첫 책이라고 합니다.

특정한 시기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라서 팩트와 상상력이 뒤섞여 있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왕은 조선 제22대 정조일 것이고, 왕의 명령으로 완공된 건축물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수원화성일 것입니다.

그러나 정조를 제외한 주변 인물과 이야기는 우리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끌고 갑니다.

읽는내내 40부작 드라마를 보는 듯 했습니다.

왕은 사랑한다...

그는 사랑한다...

아프다...

슬프다...


도성 밖 대저택의 이야기.

이제는 폐가로 변한 그 곳에 밤마다 흰옷 입은 도령과 선녀 같은 여인이 나타나더라는 소문이 떠돌고 있으니...

진실을 아는 건 일흔을 넘긴 노인뿐.

그것은 아름다웠던 젊은 날의 기록이며 아프고도 슬픈 사랑이어라.


<파체>를 읽고나니 수원화성이 다르게 보였습니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이지만, 앞으로는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 <파체>와 함께 야소의 깊은 뜻을 떠올리게 될 것 같습니다.

비록 소설이지만 정조가 자신의 죽은 아비를 야소라고 느꼈다는 부분에서 놀랐습니다.

여기에서 야소란 천주교인들이 믿었던 '예수'를 뜻합니다.


"야소의 아버지는 야소를 제물로 삼아 세상을 구원하였다고 하지 않았느냐.

나는 내 할아버지가 ... 내 아버지를 ... 제물로 삼아 이 나라를 구하려 했다고 믿기로 하였다.

끊임없는 정쟁과 모략과 암투를 위해 할 수 없이 그 사랑하는 아드님이신 내 아버지를 ... 제물로 바쳤다고 생각하기로 하였다.

아버지는, 아아, 그러므로 내 아버지는 당신의 목숨을 바침으로써 이 땅에 화평을 가져오려 하신 것이 아니겠느냐."  (36-37p)


신기하게도 12월 성탄절을 앞두고 <파체>를 읽은 것은 우연이지만, 그 감동만은 필연적입니다.

정조임금과 수원화성 그리고 서학이라는 역사의 흐름 속에서 작가는 놀라운 '파체'의 의미를 새겨넣었습니다.

태윤과 정빈, 정빈과 유겸, 세자와 정연이라는 인물들이 보여준 사랑과 아픔을 고스란히 느꼈습니다.



"파체란 말을 아느냐."

"어려운 말은 모르옵니다."

"눈물을 거두란 뜻이다. 슬픔을 끝내고 기쁨을 얻으란 뜻이니

내 오늘 너로 인하여 그 말의 뜻을 알겠다."

유겸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게도 한 뜻이 떠올랐나이다."

"무슨 뜻이련고?"

"먼 데 나라말로 그것은 평화를 부르는 말*이라 하옵니다.

그 나라 백성들은 마음이 곤고할 때 하늘을 우러러 이렇게 소원을 빈다고 합니다.

도나 노비스 파쳄. 도나 노비스 파쳄."

"무슨 주문인가?"

"우리에게 평화를 주옵소서, 우리에게 평화를 주옵소서."

임금이 따라 했다. 어디서 그 평화가 주어지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화성을 지은 뜻이 바로 그것이 아니었던가.  (363-364p)


* PACE : 라틴어, 이탈리아어로 '평화'라는 뜻을 갖고 있다.

** 파체(破涕 : 깨뜨릴 파, 눈물 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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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여행 - 가족과 함께하는 첫 번째
장정호 지음, 김상화 그림 / 수경출판사(단행본)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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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여행>은 일반적인 여행책이 아니에요.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1위에 빛나는 영웅 이순신을 만나는 책이에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이순신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주는 좋은 가이드가 되어주고 있어요.


책의 구성은 두 가지로 나뉘어 있어요.

이순신의 발자취를 따라갈 수 있는 여행편과 이순신의 불패 신화를 분석한 전략편.

실제로 역사탐방을 하듯이 이순신 관련 유적지를 따라 여행을 한다면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서울에는 이순신 동상이 세워져 있는 광화문 광장, 이순신이 태어나 자란 곳 충무로, 이순신의 첫 번째 근무지 훈련원공원, 이순신이 16일간 근무한 곳 사복시 터.

충청도에는 이순신 표준 영정이 있는 아산 현충사, 이충무공 묘소, 이순신이 근무했던 충청 본영 해미읍성.

전라도는 여수 진남관, 명량해전 유적지, 목포 고하도, 유달산 노적봉.

경상도는 통영 충렬사, 착량묘, 삼도수군 통제영, 한산도, 남해 관음포 이충무공 전몰 유허지.


"이순신을 존경한다면 배우는 자세를 갖자!"


바로 이 책은 이순신의 업적뿐 아니라 인간적인 면모까지 자세히 소개함으로써 지금 시대에 필요한 정신을 되새길 수 있도록 이끌어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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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스의 빨간 수첩
소피아 룬드베리 지음, 이순영 옮김 / 문예출판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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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서는 아이가 죽는 것보다 노인이 죽는 것을 더 슬퍼한다고 합니다.

노인이 죽으면 그가 가진 경험과 지혜가 사라지는 것이니까.

반대로 유럽에서는 아이가 죽으면 노인이 죽는 것보다 더 슬퍼하는데, 그 이유는 노인은 이미 살만큼 살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누군가의 죽음을 놓고 슬픔의 무게를 저울질한다는 게 말도 안 된다 싶으면서도....

어쩐지 요즘 사회가 노인의 죽음에 대해 애도하는 마음이 줄어든 것 같기는 합니다.


<도리스의 빨간 수첩>은 아흔여섯 살의 도리스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도리스는 스톡홀름의 한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그녀 곁에는 요양사와 미국에 살고 있는 손녀 제니뿐입니다.

점점 거동이 불편하고, 통증이 심해지면서 도리스는 자신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합니다.

그래서 자신을 기억해줄 유일한 사람인 제니에게 자신의 삶도 함께 기억해주길 바라며 일종의 유언 같은 글을 남깁니다. 직접 쓴 수첩과 편지들...


"네게 내 기억들을 줄게. 그 기억들은 내가 가진 것들 중 가장 아름다운 것이란다."  (15p)


아마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러서야 그 뜻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도리스의 빨간 수첩이란, 1928년 도리스의 열 살 생일날에 아버지가 선물로 주신 반짝거리는 붉은색 가죽 표지의 수첩입니다.

아버지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습니다.

"거기에 네 친구들을 모두 적어두렴. 네가 살아가면서 만나는 모든 사람을 말이야.

앞으로 네가 가게 될 흥미진진한 모든 장소에서 만날 사람들.

그러면 넌 그들을 절대 잊지 않는 거지." (16p)

수첩의 첫 페이지에는 벌써 아버지의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에리크 알름.


다정했던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열세 살의 도리스는 집을 떠나야 했습니다. 세라핀 부인의 가장 나이 어린 가정부.

엄마는 슬픔을 속으로 삼키면서 웃음 띤 얼굴로 도리스를 꼭 안아주었습니다. 그리고 도리스 귀에 대고 속삭였습니다.

"네가 살아가는 동안 네 하루하루를 밝힐 만큼의 태양이 내리쬐기를, 그 태양에 감사할 만큼의 비가 내리길 바란단다.

그리고 네 영혼이 강해질 만큼의 기쁨이 있기를, 살면서 만나는 작은 행복의 순간들에 감사할 수 있을 만큼의 고통이 있기를 바란다.

때때로 작별인사를 할 수 있을 만큼의 만남이 있기를 바란다."  (53-54p)

그날 엄마가 해준 말이 도리스 삶의 등대가 되어주었습니다. 삶의 고난이 닥쳐올 때마다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되었습니다.


도리스는 이제 손녀 제니에게 자신의 삶, 그 모든 기억을 남겨줍니다.

부디 가장 아름다운 것들만 기억하기를.

도리스의 빨간 수첩이 삶의 등대가 되어 주기를.


제니는 원래 도리스의 여동생 앙네스의 손녀입니다. 앙네스의 딸 엘리스가 낳은 제니.

어째서 도리스가 제니를 키우게 되었을까요. 제니에게 차마 말하지 못했던 비밀은, 도리스가 직접 적어내려간 글을 통해 밝혀집니다.

결국 도리스의 빨간 수첩, 가장 마지막 페이지는 도리스 알름.

그 아래 제니는 그 단어를 씁니다. 사망.

도리스는 생의 마지막 순간을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했습니다. 제니와 제니의 딸 타이라 그리고 또 한 사람.

참으로 아름다운 작별인사를 하고 떠난 도리스.

지혜로운 노인의 죽음은 남겨진 사람들에게 슬프지만 미소 지을 수 있는 힘을 줍니다. 그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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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나다
모리 에토 지음, 김난주 옮김 / 무소의뿔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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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나다>는 작가 모리 에토의 여섯 편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진 책입니다.

작가 모리 에토의 소설을 처음 읽어봅니다.

어찌보면 일상에서 그냥 스쳐지나갔을 이야기들이 작가의 섬세한 감성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여섯 편의 이야기 중 <마마>가 특히 인상적입니다.

주인공 나는 남편으로부터 늘 '마마' 얘기 듣는 걸 좋아했습니다.

몇 번이나 졸라 거듭해 들을 정도로, 남편의 마마는 시어머니가 아니라 친정 엄마 같은 온도를 지니며 내 과거에 녹아들었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엄마는 자신을 엄마 말고 마마라고 부르라고 했습니다.

그 이유는 엄마가 토베 얀손의 원작, 무민 시리즈의 광팬이라서, 아주 어렸을 때부터 무민 마마를 동경해왔기 때문이랍니다.

그 뒤로 엄마는 집 안에서도 고풍스러운 검은 가방을 절대 손에서 놓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건 무민 마마의 필수 아이템이었으니까.

그런데 모두 거짓이었다는 걸 알게 됩니다.

남편이 들려준 과거, 마마에 관한 이야기들이 다 가짜였던 겁니다.

아내인 나는 심한 배신감에 이성을 잃고 맙니다.

어째서였는지 알 수 없지만, 그 순간에 '그 목소리'만 귓속에 어렴풋이 울립니다.


"아는지 모르겠네. 슬픔은 딱 잘라서 두 가지 유형이 있거든.

한 가지는 무겁게 마음에 들러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유형.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모든 걸 몰아내서 마음을 텅 비게 하는 유형.

무거운 슬픔은 거기에 금방 익숙해질 수도 있어.

사람이 그렇게 생겨먹었잖아.

시간을 들이며 그 무게를 견뎌낼 수 있게.

골치 아픈 건 텅 비는 쪽이야.

그 슬픔은 정말 인간을 갉아먹어.

덧나면 좋지 않은 일도 생기고. 아주 좋지 않은 일이."   (81-82p)


남편의 마마 이야기에서 배신감, 슬픔으로 이어지는 주인공의 감정선이 묘한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마마에 대한 동경, 그건 오랜 외로움에 대한 보답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아내인 나는 마마에게 빠져들 수밖에 없었고, 그 깊이만큼 충격을 받았던 것입니다.

텅 비어 버리는 슬픔, 정말 골치 아픈 슬픔에 휩싸이게 된 나.

마지막이 궁금했습니다.

결말을 보면서 매우 흡족했습니다.


"그래도 마마는 마마였지."  (108p)


우리는 모리 에토의 <마마>를 읽으며 저마다의 마마를 만나게 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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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니바퀴 심장의 모험 1 - 영원한 심장의 비밀을 찾아서
피터 번즐 지음, 장선하 옮김 / 블루스타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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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니바퀴 심장의 모험>은 1896년 런던을 판타지 세계로 재탄생시킨 작품이에요.

재미있는 건 미래의 인공지능 로봇과 같은 기계 인간들이 톱니바퀴로 작동한다는 거예요.

고전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SF 판타지 이야기라니, 묘하게 시공간이 얽혀서 더욱 흥미롭게 느껴져요.

그러나 주인공 릴리와 로버트의 나이가 열세 살이라는 것만 보고 큰 착각을 했지 뭐예요.

신나는 어린이들의 모험 이야기일 거라는 착각.


흥미로운 이야기인 건 확실하지만 마냥 신나고 즐겁지는 않았어요. 거의 공포 스릴러에 가까운 것 같아요.

처음부터 주인공 릴리에게 닥친 시련, 이건 정말 해도해도 너무했어요.

릴리의 아빠가 갑작스런 사고와 함께 실종됐어요. 수상한 가정부는 릴리를 기숙학교에서 집으로 데려왔는데, 잘 돌봐주기는커녕 괴롭히기 시작해요. 급기야 자신이 집주인 행세를 하면서, 아빠 방의 물건들을 몽땅 치우고  집 안에 있는 기계 인간들을 멋대로 팔아버려요. 그리고 릴리에게 아빠의 영구운동기계가 어디 있냐고 추궁하면서 집안 곳곳을 뒤지는 거예요. 에휴, 못된 가정부에게 꼼짝없이 당하는 릴리가 너무 불쌍해서 어찌나 마음이 아프던지...

엄마는 릴리가 여섯 살 때 교통사고로 돌아가셨고, 당시 릴리도 큰 부상을 입어서 많이 아팠다고 해요. 그 뒤로 릴리는 아빠와 둘이 살았는데, 근래 가정부의 추천으로 멀리 시골에 있는 기숙학교에서 지냈던 거예요. 그런데 아빠마저 실종된 상황에서 가정부는 아예 아빠의 죽음을 기정사실인 것처럼 굴고 있어요.

도대체 왜 릴리에게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요, 아빠는 어디로 사라지신 걸까요.


아빠는 기계 여우인 멀킨과 함께 드래곤플라이 비행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중이었어요. 그런데 은색 비행선이 쫓아오더니 작살을 쏘아대며 공격했고, 위기의 순간에 아빠는 멀킨에게 가죽 주머니 안에 편지를 넣어 탈출시키고 혼자 비행선에 남았다가 사라지셨어요. 멀킨에게 준 편지는 아빠가 릴리에게 차마 말하지 못했던 비밀, 과거에 관한 모든 진실을 적은 거였어요.


은색 눈알에 험상궂은 남자와 비쩍 마른 몸에 해골 손잡이가 달린 지팡이를 든 남자.

딱 봐도 악당 포스를 풀풀 풍기는 두 남자가 기계 여우인 멀킨을 뒤쫓아 와요. 도망가는 멀킨을 도와준 건 바로 시계공의 아들 로버트였어요.

심하게 다친 멀킨을 대신해서 로버트가 릴리의 집으로 찾아갔고, 다시 두 악당에게 쫓기는 신세가 돼요. 그 과정에서 악당들은 로버트의 집에 불을 지르고, 로버트의 아빠마저 목숨을 잃게 돼요. 에휴, 여기서 또 한숨이 나오네요. 언제까지 악당들에게 당해야만 하는 건지 속상하네요.


릴리와 로버트, 두 아이들은 이 끔찍한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까요?


'싸워야 해, 릴리. 목숨 걸고 싸워야 해. 엄마가 원하는 건 그거란다!'  (308p)  릴리는 결정적인 순간에 엄마의 말을 떠올리며 이겨냈어요.

"두려움을 쉽게 극복하는 사람은 없단다, 로버트. 중요한 싸움에서 이기려면 큰 용기가 필요해." (327p) 로버트는 위기마다 아빠의 말을 떠올리며 용기를 냈어요.


1권 마지막에서는 영원히 멈추지 않는 영구운동기계, 즉 톱니바퀴 심장의 비밀이 드디어 밝혀져요.

릴리와 로버트의 진짜 모험은 이제부터 시작이에요. 다음 2권에서는 두 주인공의 멋진 활약을 기대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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