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여자들 그래비티 픽션 Gravity Fiction, GF 시리즈 5
박문영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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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상의 여자들>은 독특한 방식으로 여자들의 삶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남자들이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단순가출인 줄 알았는데 눈앞에서 얼룩이 퍼지듯 사라지는 남자들.


성연은 43세, 남편 형근은 45세로 둘 사이에 아이는 없습니다. 이웃과 친지들은 공격적인 말들을 내뱉습니다.

"너희는 둘만 있어서 그런지 안 늙었다. 그런데 대체 무슨 낙으로 살아?

노산이면 아이 폐가 안 좋다던데."  (26p)

형근은 혼자 서울에 있는 시가에 들렀고, 성연에게 전화를 합니다. 형근의 목소리 뒤로 시모의 목소리가 겹쳐 들려옵니다.
"쟤는 하필 전화해도 밥 먹을 때 한 대니. 이거 고등어 좀 더 먹어. 김만 집지 말고. 왜 이렇게 살이 빠졌어.

성연이가 김치만 먹였냐. 국 더 줘?  내일 아침에 일 나갈 때 싸줄까?" (49p)

성연은 서울에서 먼 이곳 '구주'의 집이 방공호처럼 느껴집니다.


이 소설에는 성연 이외에도 다양한 여자들이 등장합니다. 한국 남성과 결혼한 베트남 여성과 시모, 중국 여성과 시모, 성연의 오랜 친구 희수, 희수의 딸 선미, 골목길에서 성폭행범을 만난 소녀 등등.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과 관련된 남자들이 사라졌다는 것.

주목할 대상은 실종된 남자들이 아니라 남겨진 여자들이라는 것.


성연은 시집을 낸 시인이었으나 첫 시집이 마지막 시집이 될 줄 몰랐습니다. 어쩐 일인지 결혼 직후부터 시를 쓸 수 없었습니다.

"필요없는 문장을 지우다 보면 글자가 다 사라졌다. 모니터에는 깜박이는 커서만 남았다. 기록하지 않은 감정은 아세톤처럼 휘발했다.

아름답고 무결하고 훌륭한 것들은 세공이 끝난 채, 세상에 무수히 나와 있었다.

성연은 완성품 근처를 기웃거리는 일도 버거웠다."  (95p)


성연의 삶에서 시가 사라진 시기는 공교롭게도 남편 형근과 함께 결혼생활을 시작했을 때입니다.

<지상의 여자들>을 읽다보면, 사회가 암묵적으로 여자에게 강요하는 것들에 대해 불편하고 불쾌한 감정이 솟구칩니다. 결혼, 출산, 육아, 여자다움 등등.

그 감정의 끝에는 남자들이 있습니다. 특히 이곳 '구주'라는 가상의 소도시에서 사라진 남자들이란 왠지 필요없는 문장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구주의 모든 여자들이 남자들의 실종을 반기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세상에 몹쓸 놈들만 쏙쏙 뽑아서 사라지게 할 수 있다면, 바로 구주처럼 많은 것들이 변할테지만 너무나 블랙코미디 같아서 허탈한 웃음이 나옵니다.


희수는 남편을 그리워하는 성연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사실 성연의 남편 형근은 서울에 피신 중)

"우리가 남자 곁에서 할 수 있는 생각은 늘 단순하지 않았니?  도망치고 싶다. 성장하고 싶다.  이 자리는 틀렸다.

이 와중에도 남자만을 사랑하다니, 나는 네 시야가 너무 갑갑해."

"난 남자만을 사랑하는 게 아니야.  사랑하게 된 것을 사랑할 뿐이야."

"그건 사랑이 아니라 관성이지." (263p)


마지막으로 놀란 건 이 소설이 SF장르로 분류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건 SF(science fiction)가 아니라 현실적 고찰이니까. 단순히 페미니즘으로 규정하는 것도 편협한 시각입니다. 굳이 인간을 여자와 남자로 편 가르기를 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분노해야 할 건 인간 같지 않은 인간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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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괄량이 길들이기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지식출판원(HUINE) 셰익스피어 전집 3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도해자 옮김 /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지식출판원(HUINE)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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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셰익스피어의 작품들 중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현대적인 표현으로 번역하여 학문적 텍스트가 아닌 문학작품으로서 즐길 수 있습니다.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운문이 80퍼센트, 산문이 20퍼센트로 된 희극 작품이라서 그 느낌을 살리기 위해 원문에 충실하게 운문과 산문을 구분했다고 합니다.

또한 서막에 등장했던 슬라이가 결말에는 등장하지 않아서 미완성 작이라는 평가를 받는데, 이 책에서는 1594년에 출간된 작가 미상의 극 『어느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결말을 함께 실려 있습니다.


제목에서 말괄량이라는 표현이 어린 소녀의 발랄하고 귀여운 느낌을 주지만, 정작 제목에서 주목해야 할 단어는 말괄량이가 아니라 '길들이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 남성들이 가진 여성관을 엿볼 수 있습니다. 여성을 동등한 인간으로 대우하는 게 아니라 길들여야 하는 소유물로 여깁니다.

서막에는 뜬금없이 술주정뱅이 슬라이가 등장합니다. 영주는 술에 취해 술집 바닥에 널브러져 자는 슬라이를 보고 장난을 칠 계획을 세웁니다. 슬라이가 잠든 사이에 씻기고 좋은 옷을 입히고 손가락에는 반지를 끼워 놓고 머리맡에는 엄청난 진수성찬을 차려 놓고 멋진 옷을 입은 하인이 대기하게 합니다. 슬라이가 깨어났을 때 자신의 신분을 착각하게 만드는 겁니다. 슬라이가 마치 그동안 미쳤었던 것처럼 모두가 짜고 연극을 하는 것입니다.

과연 슬라이는 그들의 연극에 속아넘어갈까요?

영주의 시동 바솔로뮤는 안주인 역할을 맡아 슬라이에게 십오 년 넘게 잠을 잤다고 말합니다. 이때 하인이 등장하여 영주님의 건강 회복 소식을 듣고 배우들이 유쾌한 희극 한 편을 준비했다고 말합니다.


드디어 1막 1장이 시작됩니다. 술주정뱅이 슬라이가 가짜 영주가 되어 '페트루치오의 카테리나 길들이기'라는 연극을 구경하는 극중극 구조입니다.

남성들은 밥티스타의 두 딸, 카테리나와 비앙카를 비교합니다. 그들은 모두 조신하고 아름다운 비앙카에게 청혼하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밥티스타가 큰딸 카테리나의 신랑감을 구하기 전에는 막내를 시집보낼 수 없다고 하니, 카테리나를 악마처럼 못된 언니라고 욕합니다.

페트루치오는 밥티스타를 찾아가 당당히 자신이 큰딸과 결혼하겠노라 말합니다. 그러자 밥티스타는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딸의 사랑을 얻는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루첸티오, 그레미오, 호르테니오, 페트루치오까지 여기에 등장하는 남성들은 한심하기 그지 없습니다. 결혼의 목적이 아내의 돈이라니, 더군다나 아내를 길들여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페트루치오의 무례하고 난폭한 모습은 기가 막힙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누구도 말릴 수 없을 것 같았던 카테리나가 순순히 페트루치오의 아내 노릇을 한다는 것입니다. 재미있는 건 이 연극을 보고 있던 슬라이가 처음 발견되었던 술집에 거지차림으로 돌아온 결말입니다. 슬라이는 영주의 장난을 간밤에 꿨던 꿈이라 여기면서, "내가 막돼먹은 여자 길들이는 법을 알지."라고 말합니다.

과연 누가 누구를 길들였던 것일까요. 16세기 작품 속에서 숨겨진 행간을 읽는 것도 또다른 재미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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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정부 - 철학과 과학으로 풀어 쓴 미래정부 이야기
김광웅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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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정부>는 오늘의 정부를 분석하고 내일의 정부를 그려낸 책입니다.

저자는 정부가 무엇인지 제대로 아는 것이 좋은 정부를 만들 수 있는 힘이라고 말합니다.

이 책은 마치 '좋은 정부란 무엇인가'에 대한 강의를 듣는 것 같았습니다.

정부는 신神이다?

국민은 정부에 기대고, 어려울 때 정부에 대놓고 살려달라고 외칩니다.

오늘날 정부가 신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건 관료주의때문입니다.

정부가 신이라면 관료주의는 종교라는 것.

숫자로 자료를 처리하는 관료주의적 방식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사고에서 더욱 멀어지게 하는 요인입니다.

정부의 힘인 법과 제도, 그로 인한 결정력과 집행력이 관료주의로 무장되어 있으니 정부 개혁은 늘 제자리걸음입니다.

사실 정부 관료의 고질병은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국민 모두가 체감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정부 관료 중 가장 나쁜 사람이 퇴임 후 산하 기관에 자리를 틀고 앉아 비리를 일삼는 자들이며, 대표적 기관이 교육부라고 말합니다.

이 나라에서 부끄럽기 그지없는 곳이 대학답지 않은 대학입니다. 교육부의 평가에 따라 장학금을 비롯한 재정 보조가 좌우되니 대학 운영에 사활을 걸고, 이를 빌미로 사악한 학교 법인은 교육부 퇴역들을 총장, 부총장, 사무국장 같은 높은 자리에 앉혀 비리를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교육부, 학교 법인, 대학, 이 세 군데가 이른바 골든 트라이앵글(범죄 집단)이라는 지식 집단의 전형적 구조가 되었습니다. 관료의 몸에 밴 관료주의가 조직 어디에든 파고들며 순기능과 역기능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습니다.

법과 제도에 대한 인식은 분야마다 다르지만 정부나 지식인의 인식이 옳은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습니다. 내가 만들었다고 내 것, 내 소유라는 인식이 문제입니다. 마치 국회의원이 선거구를 내 것으로 인식하는 것과 같습니다. 정부의 법과 제도는 국민의 것입니다.

그래서 국민이 법과 제도의 본질이 무엇이며, 어떻게 행사해야 정의가 구현되는지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법과 정의를 살리려면 정치적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국정농단 사건을 겪으면서 법이 거대 권력 속에서 얼마나 무용지물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통제, 규제, 감독, 지시 등 권력을 움켜쥔 관료를 그대로 놔둬서는 안 됩니다. 권력에는 고삐가 채워져야 합니다. 공직에는 엄격한 윤리가 적용되어야 합니다. 법을 만드는 사람(국회의원), 법을 해석하는 사람(판사), 법을 집행하는 사람(행정부 공무원)은 이들의 생각과 행위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과 명예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정부 기구를 인체에 비유해보면 청와대는 뇌, 기획재정부는 심장, 환경부는 폐, 감사원과 국가정보원은 간, 법무부는 신장, 국세청은 위와 같습니다. 이들 장기가 하나라도 병들어 있으면 안 됩니다. 관료주의는 질병을 유발하는 유해균과 같습니다.

건강한 정부, 좋은 정부는 국정 철학이 분명하되 한쪽에 치우침이 없어야 합니다. 정부 운영은 도덕적이고 투명해야 합니다. 공권력이 정당하게 행사되어야 합니다. 법과 제도는 옳고 정의롭고 분명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핵심은 국민이 얼마나 만족하고 행복을 느끼느냐입니다. 또한 내일을 준비하고 있어야 합니다.

책에서 제시하는 미래의 정부는 플랫폼 정부와 공유정부로 가고 있습니다. 미래정부는 인공지능이 중추역할을 하는 작은 조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변화 속에서 정부와 관료의 원형은 그대로라 하더라도 국민과 소통이 더 잘되는 정부, 믿을만한 정부로 가는 길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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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드라마 스토리북 기억, 하리 - 신비아파트 외전 웹드라마 스토리북 기억, 하리 1
서화교 지음, 이경신 그림 / 서울문화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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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하리>는 신비아파트 시리즈의 외전 실사 드라마, 웹드라마의 스토리북이에요.

워낙 애니메이션으로 인기를 누리는 신비아파트라서, 아이들을 위한 신비아파트 책은 많이 봤지만 웹드라마 스토리북은 처음이에요.

알고보니 작년에 웹드라마로 방영되었더라고요.

이 책은 그 웹드라마를 다시 책으로 엮은 거예요. 암튼 책 덕분에 웹드라마를 찾아봤어요.

아무래도 만화에서 풍기는 샬랄라한 분위기의 주인공과는 약간 달라서 살짝 실망했어요. 만화와 싱크로율 100% 인 현실외모는 찾기 힘든 것 같아요.

그래도 신비아파트 팬이라면 웹드라마 버전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거예요. 드라마만의 소름끼치는 영상이 공포감을 극대화하는 ㅋㅋㅋ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는 초등 어린이들을 위한 버전이라면 웹드라마는 청소년층을 타깃으로 한 것 같아요.


웹드라마 스토리북인 <기억, 하리>는 일러스트가 만화인데다가 내용도 기존 신비아파트 스토리라서 연령 구분 없이 누구나 볼 수 있어요.

주인공 하리가 고등학생이 되어 학교 기숙사에서 단짝 가은이와 한 방을 써요. 언제나 유쾌발랄한 하리는 같은반 현우, 가은이와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어요.

그런데 같은반에 귀신이 붙었다는 소문이 있는 주민이라는 남학생이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받는 걸 보고 하리가 나서게 돼요. 바로 조별 토론을 주민이와 같이 하기로 한 거예요. 그동안 아이들이 주민을 피했던 이유가 주민이랑 친하게 지내던 애들이 다 귀신을 보면서 쟤랑 친해지면 귀신도 따라온다는 소문이 퍼진 거예요.

혼자였던 주민이는 하리, 가은이, 현우와 같은 조가 되면서 금세 친해졌어요. 하지만 정말로 알 수 없는 이상한 일들이 자꾸 벌어지고 있어요.

특히 하리 앞에 남자애가 나타나 "역시.... 기억하지 못하는구나."라며 말한 뒤 휘리릭 사라졌어요.

그 뒤 하리네 반에 전학생이 왔고, 그는 바로 지난 번에 봤던 남자애 최강림이었어요. 하리는 전혀 기억에 없는데, 강림이는 매우 친근하게 다가와  "난 널 지키러 온 거니까"라고 말하는 거예요. 완전 오글오글 멘트지만 신비아파트의 강림이니까. 이래서 만화 주인공을 실사 드라마로 만들면 감당하기 힘든 대사들이 넘쳐나는 것 같아요.

책에 나오는 그대로 웹드라마에 나오거든요. 중요한 건 책으로 봐도 재미있다는 사실이에요.

오싹오싹 소름돋는 공포물 마니아를 위한 <기억, 하리>를 책으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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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3 - 진실의 문
안나 토드 지음, 강효준 옮김 / 콤마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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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토드의 첫소설 <애프터> 1권과 2권을 읽지 않은 독자라면 지금 이 글은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도 다음 줄까지 읽겠다면 <애프터> 3권에 대한 감상을 두 개의 문장으로 요약해주고 싶습니다.


"마치 롤로코스터 같다." (333p)

"사랑해요, 엄마."  (335p)


이 소설은 지독한 사랑을 보여줍니다.

현실에서 착한 여자와 나쁜 남자의 로맨스는 늘 끝이 좋지 않습니다.

연예계 가십에 종종 등장하는 세기의 로맨스가 파국으로 끝나버린 이야기는 너무나 많습니다.

풋풋한 새내기 대학생 테사는 누가봐도 모범생 스타일인데, 천하의 날라리 같은 하딘을 만나면서 인생이 온통 뒤죽박죽이 되어버렸습니다.

세상에 못말리는 게 사랑인가 싶기도 합니다. 본능적으로 이끌리는 사랑을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니까.

3권에서는 테사와 하딘의 시점이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에 두 사람의 상황을 좀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드디어 진실의 문이 열리면서 하딘의 숨겨진 과거가 드러나고, 테사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문득 두 사람의 나이가 떠오르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테사는 열아홉 살로 하딘을 만나기 3개월 전까지는 엄마의 보호를 받는 소녀였습니다.

온몸엔 타투에다 입술엔 피어싱까지 딱 봐도 불량스러운 하딘 역시 갓 스물을 넘긴 대학생입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여전히 어리게만 보이는 아들 딸이라는 것.


뜨겁다 못해 데일 것 같은 테사와 하딘의 로맨스가 불안하게 흘러가는 이유가 왠지 그들의 가정 환경과 무관하지 않아서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원래 인간의 본성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주의라서 나쁜놈 하딘이 개과천선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봤는데, 하딘의 나이가 생각보다 너무 어린 게 떠올라서 약간의 희망을 봤습니다. 본성이 사악한 게 아니라 상처 입은 영혼이었다고 생각하니 아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하딘의 친엄마를 보면서 '역시 엄마의 사랑은 대단하구나'라는 걸 느꼈습니다. 하딘이 엄마에게 그날 이후 처음으로 "사랑해요, 엄마."라고 하는 장면에서는 괜히 울컥했습니다. 테사를 사랑하면서 조금씩 인간이 되어가는 하딘이 결국은 엄마의 사랑도 깨닫게 되어 감동이었습니다. 도대체 사랑이 뭐길래, 절대 바뀔 것 같지 않은 인간도 변화시키는 것인지 놀랍습니다.

과연 현실에서 이토록 지독한 사랑이 존재할까요.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4권으로 이어집니다.

영화 <애프터>가 곧 개봉된다고 하니, 굉장히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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