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생태의 비밀 - 고양이 생태학자가 7년간의 현장조사로 밝혀낸 고양이의 일생과 생존방식
야마네 아키히로 지음, 홍주영 옮김 / 끌레마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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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고양이 섬'을 아시나요?

저는 우연히 TV를 통해 본 적이 있어요.

일본 후쿠오카현 기타큐슈에서 북쪽으로 '고양이 섬'으로 불리는 아이노시마라는 조그마한 섬이 있어요.

작은 어촌이 있는 이 섬에는 200여 마리의 길고양이가 살고 있어요.


<고양이 생태의 비밀>은 '고양이 박사'로 불리는 일본의 대표적인 동물생태학자 야마네 아키히로의 책이에요.

그는 아이노시마에서 약 7년 동안 길고양이들을 관찰하면서 '고양이의 생존방식'을 연구했고, 이 책은 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러나 딱딱한 연구 논문은 아니에요. 오히려 애묘인의 관찰일지에 더 가까운 느낌이라서 흥미로워요.

이 책을 읽다보면 고양이 박사님이 왜 고양이에게 푹 빠졌는지 이해할 수 있어요.

고양이의 가장 큰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그 존재 자체가 내뿜는 '신비로움'이라고 해요.

재미있는 건 고양이의 신비를 밝히려고 할수록 더욱더 그 비밀 속으로 빠져든다는 거예요.

고양이의 출생부터 사랑과 청춘, 마지막 노후 생활까지, 일반적인 가축과는 너무나 달라서 특별한 것 같아요.

길고양이의 경우는 혈연관계인 암컷끼리 공동 보육하는 경우가 있대요. 어미 고양이가 아기 곁을 벗어나 먹이를 구하러 가면 다른 출산한 어미 고양이가 대신 젖을 주거나 체온을 유지해주고, 심지어 적의 공격으로부터 지켜주기도 한대요. 고양이 사회에서는 먹잇감이 넉넉하면 엄마랑 딸뿐 아니라 자매와 할머니까지 혈연관계인 암컷들이 종종 한곳에 모여 사는 모계사회를 이룬대요. 반면 먹이가 부족하다면 이런 모계사회는 형성되지 않아요. 고양이의 놀라운 점은 이렇듯 주위 상황에 매우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여러 가지 유형의 고양이 사회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아직까지 결론이 나지 않은 고양이의 기이한 행동 중 하나는 '고양이 집회'예요.

고양이 집회란 한밤중에 인적이 드문 공원이나 사찰 경내, 바닷가처럼 개방된 장소에 길고양이들이 모여서 특별히 뭔가를 하지도 않으면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행위를 가리켜요.  이 기묘한 현상을 영어로 "gathering"이라고 하는데, 길고양이 연구자도 아직 명확한 이유를 찾지 못했대요. 아무리 관찰해도 집회 중인 길고양이들이 너무나 조용히 움직임도 없이 모여 있다가 몇 시간이 지나면 한 마리씩 자리를 떠나버리니, 전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거죠. 인간이 감지할 수 없는 고양이들만의 텔레파시가 있는 게 아닐까요.

어떤 소설에서 기발한 상상력으로 고양이 집회를 그려낸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상상 말고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는 것 같아요.


길고양이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동물이라서, 친근하고 익숙하니까 잘 알고 있다고 착각했던 것 같아요.

아마 알고 있는 지식도 집고양이에 관한 것이 대부분일 거예요. 고양이라고 해서 다 똑같은 고양이가 아니라는 사실.

집고양이와 길고양이는 생존방식 자체가 달라요.

인간과 고양이가 만나 1만 년이 지나는 동안 고양이는 거의 변하지 않았어요. 크게 달라진 쪽은 인간이에요.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인간과 고양이의 관계는 롤로코스터처럼 변해 왔어요. 그만큼 인간의 변심이 컸던 거죠.

현재 수많은 애묘인들이 고양이 집사를 자처하며 돌보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끔찍한 살처분이 벌어지고 있어요.

일본 환경성 홈페이지에 따르면 2012년 한 해에 일본에서 살처분된 고양이는 총 12만 3,420 마리라고 해요.

우리나라도 이에 못지 않은 상황이에요. 근래는 중성화사업을 하고 있지만 길고양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심각한 것 같아요.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은 인간이 고양이라는 생물을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볼 수 있어요.

도시에서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행동은 비극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그렇다고 단순히 먹이를 주는 사람의 존재를 문제 삼아서는 안 될 일이에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해요. 바로 고양이 생태학을 통해서.


이 책은 고양이 생태학, 고양이의 생존 방식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어요.

그래야 고양이와 인간이 사회 안에서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으니까요.

아이노시마의 길고양이들이 섬 사람들과 공존하며 자유롭게 잘 살고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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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사는 여자들
바네사 몽포르 지음, 서경홍 옮김 / 북레시피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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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항상 상처가 있는 사람을 좋아해요.

...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마흔이 넘도록 아무런 상처도 받지 않은 사람을 믿지 않아요."   (19p)


올리비아는 '나'를 처음 보자마자 이렇게 말했어요.

여기에서 '나'는 마흔 살의 여자, 이름은 마리나라고 해요.

한 번도 자신이 주인공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어서, '나'를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삼아야 나 자신에 대해 말할 수 있어요.

일 년 전 그 사람이 멀리 떠나버린 후 천천히 몰락하던 나는 올리비아를 알게 된 지 겨우 석 달 만에 완전히 달라졌어요.

올리비아는 꽃집에서 만난 그날부터 지난 3개월 동안 일어난 나의 모든 일을 글로 남겨놓아야 한다고 말했어요.

그러니까 이 글은 내 인생의 항해일지가 될 거예요. 오로지 나를 향한 항해~


<꽃을 사는 여자들>은 마드리드의 꽃집 '천사의 정원'으로 초대된 다섯 명의 여자들, 그리고 바다를 두려워하던 마리나란 여자가 일주일 동안 지중해를 항해한 이야기예요.

아마 그녀들도 몰랐을 거예요. 자신의 발길이 어떻게 '천사의 정원'을 향했는지.

이 책을 읽는 당신도 몰랐을 거예요. 이미 '천사의 정원'으로 초대되었다는 걸.

올리비아가 천사의 정원을 인수하기 전에 어떤 일을 했는지는 아무도 몰라요. 자르뎅 델 앙헬('천사의 정원'이란 뜻)은 주인이 여러 번 바뀌긴 했지만 적어도 200년 전부터 같은 이름으로 꽃집을 운영해오고 있었다고 해요. 동네 사람들은 올리비아가 항상 그 자리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혹시나 올리비아가 꽃집을 그만두면 또 다른 천사가 그녀의 뒤를 잇게 될 것이 분명하다고 입을 모았어요. 언제나 늘 그 자리에 있는 등대처럼,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올리비아는 마리나에게 테스트라면서 다음의 질문을 했어요.

"이 많은 꽃 가운데 당신은 어떤 꽃을 고르겠어요?"  (22p)

마리나는 머뭇거리며, 한 번도 나를 위해 꽃을 사본 적이 없다고 말했어요. 그렇다면 꽃 선물로 어떤 꽃이 좋으냐고 물었더니, 마리나는 꽃 선물을 받아본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거예요. 세상에나, 어떻게 그럴 수가...

어쨌든 올리비아는 마리나를 직원으로 고용했어요. 왜냐하면 마리나가 이 일을 하고 싶어 한다고 느꼈기 때문이에요.

"이봐요, 삶이란 절박한 기회와 같아요. 지금도 많이 늦었는데 내일이면 더 늦어요.

당신이 일을 원한다면 그걸 잘 알고 있어야 해요."    (24p)


올리비아와 함께했던 마법 같은 시간들이 마리나를 홀로 설 수 있게 해줬어요.

푸른 난초의 카산드라, 모과꽃의 빅토리아, 백합꽃의 갈라, 오렌지색 금잔화의 오로라 그리고 제비꽃의 마리나.

다섯 여자들은 비로소 자신을 위해 꽃을 사는 여자들이 되었어요. 스스로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게 된 거죠.


마지막까지 올리비아는 멋진 말로 작별인사를 했어요.

"마리나, 이걸 항상 기억해요. 모든 꽃은 꺾을 수 는 있어도,

오는 봄을 막을 수는 없다는 걸."   (465p)

파블로 네루다가 쓴 유명한 시구라고 해요.

정말이지,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올리비아와 천사의 정원... 꽃을 사는 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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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멋진 영어 한 줄의 타이밍 2 : Oscar Wilde - 꼬박꼬박 하루 하나씩 클래식 영어 읽기 열두 달 멋진 영어 시리즈 2
이충호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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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달 멋진 영어 시리즈> 두 번째 책이 나왔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오스카 와일드입니다. 오스카 와일드의 말과 글을 매일 영어 한 문장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아일랜드 더블린 출생의 시인, 소설가, 극작가, 평론가였던 오스카 와일드.

어린 시절에 감명깊게 읽었던 <행복한 왕자>처럼 그는 아름다운 작품들을 세상에 남기고 떠났습니다.

천재적인 작가였으나 동성연애를 했다는 이유로 2년간 수감생활을 했고, 출소 후 프랑스로 추방되어 쓸쓸한 여생을 보내다가 46세로 불우한 생을 마감했습니다.


이 책은 오스카 와일드가 남긴 말과 글 중에서 멋진 영어 문장을 통해 영어의 맛을 느끼게 해줍니다.

4월 셋째 주, 월요일의 문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 You are what you read."

당신이 읽는 것이 곧 당신 자신이다.

To tell people what to read is, as a rule, either useless or harmful ;

for the appreciation of literature is a question of temperament not of teaching.

사람들에게 무엇을 읽어야 할지를 말하는 것은 대체로 아무런 소용이 없거나 유해한 일이다.

문학을 감상하는 것은 기질의 문제이지 교육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문장 아래에는 주요 단어의 뜻과 문장분석이 되어 있습니다.

만약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 전체를 원서로 읽으려고 했다면 굉장한 부담이 됐겠지만, 하루 한 문장이라서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하루 한 장, 영어 한 문장이 가진 의미는 특별한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강렬하고 멋진 오스카 와일드의 문장이라서 자꾸만 문장을 되새기게 됩니다.

영어 한 문장이라서 영어 공부라는 부담감이 전혀 없습니다. 단순히 독해에 그치지 않고 문장의 의미를 음미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인생의 명언과도 같은 문장들이 영어 읽기의 즐거움을 더해 줍니다.

또한 각 달이 끝날 때마다 오스카 와일드에 관한 이야기 코너가 있어서 흥미롭습니다.

그의 유일한 장편소설인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1890년 잡지에 먼저 발표되었는데, 지나치게 문란하고 위험하다는 평론가들의 혹평 때문에 많은 표현을 누그러뜨려서 이듬해 단행본으로 출간했다고 합니다. 그는 책의 서문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도덕적인 책도, 부도덕적인 책도 없다. 잘 쓴 책, 잘 쓰지 못한 책이 있을 뿐이다."   (216p)

역시 천재 작가다운 발언입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인생의 깊이가 느껴지는 오스카 와일드의 문장들을 만나고 나니, 진심으로 그의 작품을 읽어봐야겠다고 느꼈습니다.

지금, 멋진 영어 한 줄의 타이밍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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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문 닫고 떠난 한 달 살기 - 열여섯 명과 여덟 도시 그리고 여덟 가지 버킷리스트
여행에미치다 지음 / 그루벌미디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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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미치다'의 정체가 무엇인가요?

말 그대로 이름이 된 대한민국 대표 여행 커뮤니티이자 콘텐츠 제작소라고 합니다.

2014년 3월을 시작으로 각종 SNS 채널에 최적화된 여행콘텐츠를 제작하는 여행플랫폼이라고 합니다.

바로 그들이, '여행에미치다'의 크루 16명이 8개국에서 '한 달 살기' 프로젝트를 했습니다.

2018년 6월부터 7월까지 2명씩 짝을 지어 뉴질랜드, 아르헨티나, 스페인, 일본, 미국, 프랑스, 인도네시아, 독일에서 29박 30일 살아 보기.


오, 굉장하네!

이 책은 세계 어느 곳이든 떠날 수 있고, 한 달은 거뜬히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기록입니다.

보통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여행의 기간은 길어야 보름?

그런데 한 달이라니, 일단 놀랄 수밖에...

과연 그들은 어떻게 한 달을 살았을까요?


제가 가장 가보고 싶은 프랑스 아를.

"반 고흐의 발자국을 따라서"라는 테마 여행.

밤의 카페 테라스 방문하기, 론 강에서 와인 마시기, 랑글루아 다리 거닐기, 원형 경기장 방문하기, 발랑솔 라벤더와 해바라기 밭 ...

우선 여행자 졸리님과 씨나님에게 아를의 첫 인상은 빛바랜 건물과 낡은 것 투성이라서 딱 100년 전이라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낡은 마을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를에서 산 지 일주일이 되자 밍밍한 멸치국수 같았던 느낌이 꾸미지 않은 아름다움으로 다가왔다고 합니다.

무엇보다도 발랑솔 라벤더는 정말이지, 사진으로 봐도 환상적이라서 감탄이 절로 나오는 풍경입니다.

노을이 지고, 하늘에 어둠이 깔리면 몇 분마다 떨어지는 별똥별과 풀벌레 소리, 잔잔한 노래를 들으며 좋아하는 사람들과 마시는 맥주와 와인의 조합은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물론 이들이 보낸 한 달은 슈퍼마켓에서 식재료를 산다거나, 어느 카페가 가격이 저렴한지 알아보거나 새로운 식당에 도전하는 등 소소한 일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짧은 일정의 여행이었다면 고려하지 않았을 것들을 한 달이라서 현지인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는 것이 색다른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 달 살기'의 여행 정보는 일정표와 여행지 소개, 여행비용과 떠나기 전에 알아두면 좋을 고급 정보들을 담고 있습니다.

직접 경험해봐야 알 수 있는 것들, 그 세밀한 여행 정보들을 아낌없이 알려줍니다.


여행의 묘미가 무엇인지를 솔직담백한 후기로 알려주는 사람들.

여행에미치다처럼 회사 문 닫고 한 달 살기 하러 떠날 수 있다면 ... 참으로 부럽고 멋진 여행을 책으로 만났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일이, 어쩌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뭔가에 미치기만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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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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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피는 계절이면 늘 떠오르는 추억이 있나요?

부디 아름다운 추억이기를.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예쁜 시 한 구절 혹은 노래 가사 같은 책 제목이죠?

그런데 제목에 숨겨진 진실을 알고 나면 깜짝 놀랄 거예요.


2003년 발표된 우타노 쇼고의 작품이 지금까지도 사랑받을 수 있는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건 마치 벚나무 같은 매력이 아닐까 싶어요.


주인공 나루세 마사토라는 현재 여동생 아야노와 함께 살고 있어요. 아야노는 도쿄의 미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마루노우치에 있는 회사에 다녔는데 지금은 무직 상태예요. 이른 아침부터 영화관에 가거나 소문난 제과점을 찾아다니며 춤과 가라오케, 수영, 낮잠, 콘서트, 미팅 등으로 하루를 보내는 그야말로 늘어진 팔자예요.

나루세는 경비원으로 일하면서 열심히 헬스클럽을 다니고 있어요. 멋진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서, 그래야 여자들과 즐길 수 있으니까.


어느날 나루세는 고교 후배 기요시로부터 다급한 전화를 받았어요. 살인사건이 벌어졌다면서 도와달라는...

기요시는 현재 도립 아오야마 고교에 다니고 있고, 나루세와는 헬스클럽에서 처음 만나서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요즘 연상녀 아이코에게 푹 빠진 상태예요.

바로 그 아이코의 할아버지 구다카 류이치로가 뺑소니 사고를 당했는데, 그 내막에는 보험금을 노린 살인이라는 거예요.

유력한 용의자는 집안사람이 아니라 호라이 클럽이라는 것.

호라이 클럽은 '건강'이나 '장수' 같은 문구를 내세운 제품들을 노인들에게 강매하여 저금이나 연금을 갈취하는 사기집단인데, 더욱 충격적인 건 그들의 사기 수법이에요. 물건만 파는 게 아니라 노인들의 명의로 대출을 받고, 보험을 들어서 마지막에는 보험금까지 탈탈 털어가는 거예요.

사망 당시에 류이치로는 이미 직장에서 퇴직한 노인인데, 유령회사의 직원으로 꾸미고 회사를 수령인으로 해서 직원 명의로 보험을 들고, 직원이 사망하면 보험금을 수령할 계획이었던 거예요. 그러니까 류이치로는 단순히 뺑소니 사고를 당한 게 아니라 계획적인 살해를 당했다는 뜻이죠.

이런 복잡한 사기 사건이라면 경찰에게 맡기면 될 일.

그러나 유족들은 할아버지의 명예나 집안을 생각해서 조용히 넘어가되, 할아버지를 살해한 범인은 어떻게든 꼭 잡고 싶기 때문에 탐정이 필요했던 거예요.

사실 나루세가 과거 첫 직장이 탐정사무소라서 잠깐 탐정 일을 했다고 기요시에게 말했던 것이 이렇게 돌아돌아 탐정 일을 부탁받게 된 거예요.


비슷한 시기에 나루세는 전철 선로에 떨어져 자살하려던 여자를 구해줬어요. 여자의 이름은 아사미야 사쿠라, 나이는 나루세보다 어려 보이고 신장은 150센티미터 미만에 체중은 40킬로그램쯤, 굵은 파마에 갈색으로 물들인 머리나 꽃무늬 원피스는 얼핏 화려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외모는 눈이 작고 얼굴 윤곽이 흐릿한 전형적인 일본 여성의 얼굴이에요. 왼쪽 눈 밑의 검은 사마귀 이외에는 특징이 없는 평범한 얼굴이에요. 이 시점에서는 그녀에게 별다른 흥미가 없었기 때문에 두 번 다시 만날 일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인생은 정말 알 수 없어요.


나루세는 호라이 클럽을 뒷조사하다가 위험에 처하게 돼요. 그 와중에 사쿠라와의 만남은 묘한 끌림과 동시에 거부감 때문에 더 다가서지는 못해요.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이상했던 건 나루세의 악몽이었어요. 구름 사이로 둥근 달이 드러나고 한 사내가 무덤을 파고 있어요. 사내가 들어올린 커다란 돌은 해골... 비명을 지르는 사내, 하얀 달이 사내의 얼굴을 비추고 있어요. 도대체 왜 이런 꿈을 꾸는 건지, 꿈이 아니라 과거의 기억인 건지...

모든 궁금증은 구름이 걷힌 달처럼 결국에는 밝혀져요. 대반전의 결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벚꽃 피는 계절이 아닌 벚꽃 지는 계절을 떠올릴 거예요. 아니, 벚나무를 기억하겠죠.


"최근에 벚나무를 본 적 있어?"

내가 불쑥 물었다.

"아뇨."

그녀의 목소리가 내 몸에 진동으로 전해져 살아 있음을 실감한다.

"그런 거야, 꽃이 떨어진 벚나무는 세상 사람들에게 외면을 당하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건 기껏해야 나뭇잎이 푸른 5월까지야.

하지만 그 뒤에도 벚나무는 살아 있어.

지금도 짙은 초록색 나뭇잎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지.

그리고 이제 얼마 후엔 단풍이 들어."    (45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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