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영웅 배틀전
공간디앤피 지음, 장영철 그림 / 소담주니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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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영웅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 대결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상상으로만 가능한 한판 승부를 책으로 만나볼 수 있어요.

바로 <세계 최강 영웅 배틀전>이에요.

이 책에 등장하는 영웅들은 2008년 미국 역사 밀리터리 잡지인 「암체어」에서 선정한 '세계 명장 100순위'와 영국의 국영 방송인 BBC가 선정한 '인류 역사상 최고의 전략가 100위'에 공통으로 이름을 올린 사람 중에서 30명을 선정했다고 해요.

30명의 영웅은 시대별로 살펴보면 기원전 6세기부터 19세기까지 활약한 인물들이에요.

가상의 전투라는 점에서 각 영웅들이 활약했던 시대와는 상관없이 구성했어요. 다만 두 명씩 짝을 이룬 인물들은 먼저 태어난 사람을 앞에, 나중에 태어난 사람을 뒤에 두었대요. 각 인물마다 사용했던 전술이나 병력 등을 위주로 내용을 정리했어요.

그러니까 역사에 실존하는 영웅들을 가상의 전투 게임 속 캐릭터라고 생각하면 더욱 재미있어요.


책의 구성은 각 영웅별로 두 명씩 짝을 이뤄 세부 정보가 나와 있어요.

이름, 나라, 출생과 사망 시기, 활약 시기, 전략 전술, 주력 무기, 특이 사항, 그리고 대결에 있어서 중요한 총력 그래프가 나와 있어요.

총력 그래프는 영웅의 능력을 점수로 표시해 놓았어요. 이 부분은 역사적 사실과 역사학자들의 평가를 토대로 작가가 주관적으로 수치화했어요.

특히 약점은 약점을 제외한 나머지 항목에서 가장 낮은 점수와 합산해 100이 되도록 했어요.  병력수는 시대가 다르기 때문에 점수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어요.

우리나라의 영웅 이순신 장군의 총력 그래프를 보면 다음과 같아요.

리더십 90, 판단력 95, 지략 95, 방어력 60, 공격력 80, 병력 70, 약점 40.

그다음은 캐릭터를 비교하여 설명해주고, 마지막으로 가상의 전투에서 주력 전술과 필살 무기를 통해 승자가 가려지는 거예요.

이순신 장군과 대결하는 인물은 벨리사리우스 장군이에요. 두 영웅의 공통점은 왕의 미움을 받고도 강한 충성심으로 나라를 지켜낸 영웅이라는 점이에요.

나라와 왕을 위해 충성을 다한 두 영웅이 바다에서 맞붙는다면 어떤 대결이 펼쳐질까요?

단순히 배틀의 결과를 예측하는 재미도 있지만 각 영웅들의 일생을 찾아보는 역사 탐구의 즐거움도 주는 것 같아요.

세계 최강 영웅들의 가상 대결을 통해서 세계사까지 섭렵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 같아요.

폭넓은 세계사 지식이 생긴다면, 그때는 진짜 최강 영웅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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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구역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김승욱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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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구역>은 섬뜩한 좀비 영화 그 이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후의 밤'이 세상을 덮쳤을 때 역병에 감염된 사람들이 괴물로 변해가면서 지옥이 되었습니다.

다행히 생존자들은 안전한 맨해튼섬, 일명 '제1구역'으로 모여들었습니다.

요즘 사람들이 그를 부르는 이름은 마크 스피츠인데, 그는 개의치 않습니다.

그는 지금 수색대원으로 남은 좀비들을 처리하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비가 내린 지 나흘째 되는 금요일 오후, 침묵 속에서 마크 스피츠는 스스로 휴식에 들어갔습니다.

금요일, 토요일 그리고 일요일...

그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들을 쉽사리 해내는 신기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그는 적절한 얼굴 보호대도 없이 괴물과 맞서 싸우고 있습니다.

물품 지급 순위는 먼저 버펄로가 필요한 것을 지급받고, 그다음 순서는 군대, 그다음은 민간인, 그리고 마지막이 수색대입니다.

수색대는 총알만 빼고 모든 물품에서 지급 순서가 최하위입니다. 반면 해병대는 가볍고 절대 뚫리지 않는 철선, 훌륭한 통풍구, 목 보호대가 갖춰진 최고급 얼굴 보호대를 갖고 있습니다. 마크 스피츠의 수색대는 오메가 팀으로 케이틀린이 팀장이고, 게리와 마크가 팀원입니다.

생존자들은 모두 최고위층들이 사는 버펄로 행 표를 얻고 싶어 합니다.

버팔로는 미래를 주조하는 곳으로 떠받들어지고 있습니다.

재앙이 벌어지기 전에 '인간의 불행에 대한 허카이머 해법'을 알려주는 책으로 거액을 번 심리치료사 닐 허카이머 박사는 전문용어 PASD를 들고 나왔습니다.  '종말 후 스트레스 장애(Post-Apocalyptic Stress Disorder)'의 머리글자를 딴 이름입니다. 닐 허카이머 박사는 이 병명을 만들어낸 직후 버팔로행 헬기에 올랐습니다. 그는 생존자의 75퍼센트가 그 병을 앓고 있고, 나머지 25퍼센트는 그 전에 이미 앓고 있던 정신병이 대재앙으로 더 악화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즉 세상 사람들 100퍼센트가 미쳐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의 연구를 바탕으로 버펄로는 <PASD를 견디며 사는 법>이라는 팸플릿을 만들어 각 캠프에 보냈습니다.

마크 스피츠를 포함한 모든 생존자는 PASD를 앓고 있습니다. 마크 스피츠가 볼 때 이 자료들은 병을 진단하기 위한 기준이라기보다는 삶 그자체를 요약해놓은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최후의 밤' 이전의 모습은 완전히 사라져버린 삶.



"그가 애틀랜틱시티에서 돌아와 부모님의 침실 문을 열었다가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섬뜩한 짓을 하고 있는 광경을 보았을 때

그가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당연히 그때의 일이었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몸 위에 웅크리고 앉아서 아버지의 창자 한 조각을 홀린 듯이 열정적으로 갉아 먹고 있었다.

... 그것이 그가 겪은 최후의 밤의 시작이었다. 모두 저마다 그런 기억을 갖고 잇었다."   (105p)


사람들은 생존자들을 미국불사조라고 하다가 줄여서 '불사조'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이 말이 정착지에서 인기를 끌었습니다. 정착지들은 새롭게 포장되어 캠프 14는 '새로운

전망'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로어노크는 '콸콸 흐르는 개울'이 되었습니다. 마크 스파츠가 처음으로 경험한 민간 캠프의 이름은 '행복한 땅'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일반적인 해골, 좀비들을 '그것'이라고 지칭하는 반면 붙박이 망령은 '그' 또는 '그녀'라고 지칭합니다.

어떤 사람은 골칫덩이 해골이 되고, 어떤 사람은 붙박이 망령이 되는지 버팔로도 그 이유를 몰라서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찾고 있습니다. 붙박이 망령이 되는 사람은 1퍼센트입니다. 버팔로는 역병이 인간의 몸을 변형시켜 병을 퍼뜨리는 완벽한 수단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합니다.


마크 스파츠가 물었다. "묵시록이 무슨 의미예요, 아빠?" 그러자 아버지는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고 입을 열었다.

"미래 세상이 지금보다 훨씬 더 나빠질 거라는 뜻이야."   (174p)


마크 스피츠의 시선으로 본 세상은 단순히 좀비 영화로 묘사하기에는 부족합니다. 극한 공포 뒤에 오는 슬픔과 허무... 지옥의 묵시록.

역병에 감염된 괴물들을 좀비라는 단어 대신 유령 내지 망령이라고 표현한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한때는 인간이었던 존재들이 인간성을 상실한 순간 육체는 있으나 영혼은 없는 껍데기 같은 망령이 되고 맙니다.


게리가 물었다. "사람들이 왜 늘 마크 스피츠라고 불러?"  (197p)


구조대에서 마크 스피츠는 저격수를 맡았고 그날 그들이 맡은 곳은 I-95번 도로의 엉망이 된 구간이었습니다. 강은 다리에서 6미터 아래에 있었습니다.

본능을 따랐다면, 마크 스피츠는 지금쯤 다리에서 떨어져 물속에 있어야 했지만 그는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그가 수영을 할 줄 모른다고 동료들에게 말하자 그들은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끝내주는군. 이제부터 네 이름은 마크 스피츠야.

마크 스피츠는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 올림픽 사상 최초로 7관왕이 된 미국의 수영선수라고 합니다. 사실 그는 물을 두려워하지 않을 뿐더러 수영을 잘 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흑인들은 헤엄칠 줄 모른다'는 편견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조롱한 것입니다.

세상은 바뀌었지만 한편으로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편견과 혐오의 대상이 역병 환자인 '그들'로 변경되었을 뿐이니다. 세상에는 계속 죽어 있어야 마땅한 것들이 많지만, 그것들은 살아서 돌아다니고 있다고, 마크 스피츠는 생각합니다.

어쩌면 반전은 스스로 편견을 깨닫는 순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종말의 시대에서 제1구역처럼...


마크는 속으로 혼잣말을 했다. 희망은 우리를 마약중독으로 이끄는 초기 약물과 같아. 아예 손을 대지마.   (26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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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만 3형제 방랑기 사계절 그림책
신동근 지음 / 사계절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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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 얘기 어디에서 들어봤더라~~~

아하, <재주 있는 삼형제>!!!

기본 줄거리는 같지만 이름이 달라지니 새로운 이야기가 된 것 같아요.

바로 <잘만 3형제 방랑기>로구나.

잘만쏘니, 잘만뛰니, 잘만보니는 각자 세상 구경을 나왔다가 만나서 의형제를 맺고 서로 힘을 합쳐 최부자의 내기에서 이기는 이야기예요.

이야기를 요약하면 재미가 없어요. 직접 그림책을 펼쳐봐야 그 재미를 알 수 있어요.

우선 이름을 맛깔나게 지어서 자꾸 불러보게 되네요. 잘만쏘니야, 잘만뛰니야, 잘만보니야~~~


허구한 날 활만 쏘는 애가 있었어.

기가 막히게 잘 쏴서 이름도 잘만쏘니야.

잘만쏘니는 멀리 날아간 화살 줍는 게 일이야.


한 다리를 매고 겅중겅중.

"난 잘만 뛰니야.

할 줄 아는 거라곤 뜀박질뿐이지.

하도 빨라서 한쪽 다리를 묶고 다녀."


"난 천 리도 보는 잘만보니야.

이를 어째! 저어기 열두 고개 너머 산꼭대기에

새끼 새 세 마리가 뱀한테 잡아먹히겠어.

지금 막 날름날름거려. 어.어!"


세상에 하고 많은 재주 중에 참으로 희한한 재주를 가졌어요.

그래서 셋이 만나기 전에는 그 재주를 써먹을 기회가 없었어요.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았거든요.

허구한 날 활만 쏘고 있으니, 오히려 동네 사람들은 쑥덕쑥덕, 부모님은 화병이 났대요.

잘만 3형제를 보면서 문득 덕후 같다고 느꼈어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몰입해서 남다른 경지에 오른 능력자라고 생각해요.

동네 사람들이 볼 때는 쓸모 없는 재주였는데, 넓은 세상에 나와 보니 잘만 3형제의 재주가 신통방통 쓸모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혼자가 아니라 셋이 힘을 합쳤기 때문에 더욱 그 재주가 빛이 났던 것 같아요.

최부자의 딸 발이여섯 아씨는 특별게스트 같아요.

왠지 <잘만 3형제 방랑기> 후속편으로 발이여섯 아씨가 합류하여 어벤져스처럼 신나는 모험을 보여주면 좋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이 그림책의 매력은 잘만 3형제의 개성을 잘 표현해낸 그림인 것 같아요.

그림만 봐도 단번에 내용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재치있게 잘 그려서 재미를 더해준 것 같아요.

잘만쏘니, 잘만뛰니, 잘만보니라는 캐릭터가 각각 돋보여서 좋았어요.

작명이 완전 마음에 들어서, 앞으로 새로운 재주를 발견하면 "잘만~"으로 불러야겠어요.

센스가 돋보이는 멋진 그림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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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오늘도 화가 나 앵그리 리틀 걸스 1
릴라 리 지음, 노은정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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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 집에는 앵그리 리틀 걸이 살고 있어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졸립다고 화내고, 밥 먹으면서 밥맛이 없다며 화내고... 모든 게 다 화나는 것들 투성인가봐요.

상쾌한 새 소리 대신에 앵그리 리틀 걸이 화내고 투덜대는 소리로 하루가 시작돼요. 한때는 귀여운 소녀였는데...아~ 옛날이여~~

<난 오늘도 화가 나>라는 책을 보고, 깔깔 웃음이 났어요. 세상은 넓고 앵그리 리틀 걸도 많네요.


저자 릴리 리는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국인 2세 배우 출신 만화가라고 해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킴이 등장하는 <앵그리 리틀 아시안 걸>을 처음에 그렸다가, 훗날 킴을 비롯한 여러 캐릭터가 등장하는 바로 이 책 <앵그리 리틀 걸스>를 그렸대요.

자, 등장인물을 소개할게요.

주인공 킴은 '앵그리 리틀 걸'이라는 별명이 딱 어울리는 한국계 소녀예요. 툭 하면 화를 내요. 꼭 누구처럼 ㅋㅋㅋ

데보라는 불만 공주예요. 예쁘고, 부잣집 딸이고, 뭘 입어도 귀엽고, 헤어스타일도 멋져요. 그야말로 부족한 게 하나 없는데 맨날 불만이에요.

마리아는 라틴계 자유 영혼 소녀예요. 생각이 비정상이라고 보면 돼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꼭 뒤집어 봐야 직성이 풀린다나 뭐라나. 한 마디로 못 말리는 괴짜예요.

완다는 참신하고 엉뚱한 친구예요. 세상에 눈도 깜짝 않고 돌직구를 던지는 친구랄까. 근데 솔직히 너무 얄미워서 막 패 주고 싶은 스타일이에요.

자일라는 우울 소녀예요. 도무지 세상의 밝은 면은 볼 줄 모르는 아이에요.

이 여사는 킴의 엄마예요. 이분이야말로 오리지널 앵그리 걸, 즉 심통 맞은 갱년기 아줌마예요. 근데 이 여사는 자기 딸이 왜 툭 하면 버럭하는지 도통 몰라요.

브루스는 데보라의 남동생이에요. 그냥 답답하고 맹해요.

패트는 해맑은 소년이에요. 너무 해맑아 탈이라면 탈!  여자애들이랑 스스럼없이 잘 놀아요.

해님은 그냥 하늘에 둥실 떠 있다가 가끔 마리아가 말을 거는 대상이에요.

츄이는 닭이에요. 수다스러운 수탉~

고양이 퍼시 군과 강아지 팻시 양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에요. 말하자면 반려동물계의 로미오와 줄리엣!

일단 그림체가 완전 귀여워요. 동글동글 깜찍한 외모의 소녀들이 참으로 각양각색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요.

아마도 이 책을 읽다보면 자신과 닮은 소녀를 발견할 거예요. 그 소녀를 통해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는 것 같아요.

물론 다 그런 건 아닐 거예요. 솔직히 저는 이 여사를 보면서 '혹시 나?'라고 느꼈거든요. 주절주절 잔소리할 때 ㅋㅋㅋ

킴이 화를 내는 이유는 뭘까요?


"웃어, 그럼 세상은 너를 비웃을 거야.

울어, 그럼 너 혼자 울걸!"    


"나는 불만이야, 고로 나는 존재해."


가만히 하루를 돌아보면 킴 못지 않게 화를 냈던 것 같아요. 왜 화가 났는지 그 이유는 생각나지 않고, 그냥 화냈던 것만 기억나네요.

화내는 건 나쁜 걸까요?  아니라고 생각해요. 킴의 말처럼 가끔은 화내는 나를 통해 존재감을 느끼거든요.

그러니까 앞으로는 질문을 바꿔보면 어떨까요?

왜 화를 내냐고 묻는 대신 어떻게 화를 풀어볼까 라고요. 킴도 무작정 화만 내는 게 아니라 자기 방식으로 화를 풀어가고 있어요.

다섯 명의 소녀와 두 명의 소년 그리고 이 여사까지... 세상은 이렇게 서로 다른 사람들이 어울려서 살아가는 곳이에요.

그래서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법을 배워야 해요.  <앵그리 리틀 걸스>를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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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열기
가르도시 피테르 지음, 이재형 옮김 / 무소의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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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같이 새벽만 되면 열이 38.2도까지 올라요."

"지금은 전 세계에서 매주 신약이 출시돼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어떻게 알겠어요."

미클로스의 마음속에서 무엇인가가 부서졌다. 그 일이 너무나 갑작스럽게 일어났기 때문에 그로서는 돌아볼 시간조차 미처 없었다.

모든 걸 뒤집어엎는 지진 같았다. 자신을 방어할 수 없다는 게 부끄러워서 그는 주저앉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그리고 울음을 터뜨렸다.

마르타가 조심스럽게 얼굴을 돌렸다.

"당신은 끔찍한 시련을 견뎌내고 살아남았어요. 그래요, 살아남았어요, 미클로스.

아무것도 포기하지 말아요. 이제 이 순간만 극복하면 목적지가 나타날 테니까요."  (141p)


<새벽의 열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입니다.

헝가리의 유명 감독 가르도시 피테르의 부모님 이야기라고 합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는 벽장 맨 밑바닥에 보관된 편지다발을 50년만에 꺼냈고, 갇혀 있던 두 사람의 놀라운 과거가 드러나게 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의 기적 같은 사랑으로 태어난 아들이 그 이야기를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헝가리의 홀로코스트 생존자 미클로스가 스웨덴의 재활센터에서 치료를 받다가 폐결핵으로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게 됩니다.

스물다섯 살 미클로스는 이제 겨우 살아났는데, 의사로부터 다시 죽음의 선고를 받았으니 그 충격이란...

새벽만 되면 열이 나는 증상은 마치 촛불처럼 그에게 남아 있는 생명의 열기였는지도 모릅니다.

미클로스는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살아있음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 결혼을 결심합니다.

누구랑 결혼할 것인가... 그는 먼저 스웨덴 난민 등록 사무소에 부탁하여 자신처럼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117명에 달하는 헝가리 여성들의 이름과 주소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그 여성들에게 차례대로 편지를 썼습니다. 시한부 선고를 받고 나서 이틀인가 사흘 뒤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받는 사람의 이름만 다를 뿐, 편지 내용은 다 똑같았는데도 그는 묵지로 편지를 복사하지 않고 일일이 정성껏 썼습니다. 드디어 117개의 봉투에 우표를 붙였습니다.

117통의 편지를 받은 여성들 중 답장을 보낸 사람은 열여덟 명이었고, 그 중 한 명이 릴리였습니다. 열여덟 살인 릴리는 신장에 통증을 느껴 의식을 잃는 바람에 재활센터로 실려왔고, 그곳에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습니다. 친구가 된 주디트가 편지를 보낸 젊은 남성에게 최소한의 동정심으로 답장을 하라고 설득하는 바람에 편지를 썼던 것입니다.


"친애하는 미클로스!

어쩌면 저는 당신이 생각하는 여성을 닮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어요. 왜냐하면 전 데브레센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한 살 때부터 부다페스트에서 컸거든요.

그렇긴 하지만 전 당신을 자주 생각했답니다. 당신이 쓴 편지의 직설적인 어조가 마음에 들어요. 그래서 앞으로도 당신과 계속해서 편지를 주고받기로 결심했답니다.

... 저에 관해서 딱 한마디만 하겠어요. 전 잘 다려진 바지나 정성들여 빗질한 머리에는 혹하지 않아요.

저를 매혹시키는 건 오직 그 사람의 인간성뿐이거든요."   (28-29p)


사실 릴리도 병명을 알 수 없는 병에 걸려서 침대에 꼼짝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두려움에서 벗어나려고 살고 싶은 마음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답장을 썼습니다.

그 마음이 편지에 담겨 있었던 건지 미클로스 역시 릴리의 답장이 마음에 들었고, 그녀와 편지를 주고받게 되었습니다. 오직 릴리에게만.

6개월 동안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서로에게 사랑을 느낀 두 사람은 결혼을 결심합니다. 사랑의 힘은 기적처럼 미클로스의 몸을 치유합니다. 이제 새벽마다 몸열기를 잴 필요가 없습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보여준 미클로스와 릴리의 사랑은 홀로코스트를 이겨낸 희망의 증거이기에 더욱 위대하고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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