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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치 - 전민식 장편소설
전민식 지음 / 마시멜로 / 2019년 8월
평점 :
요즘들어 너무나 소름이 돋습니다.
아무리 지면으로 된 뉴스가 아니라지만 인터넷 뉴스기사를 읽다보면, 과연 그 글을 쓴 기자가 한글 교육을 제대로 받은 것인지 의심스럽습니다.
세상에나, 국뽕이란 신조어는 너무나 모욕적입니다. 국가와 히로뽕이 합쳐진 말인데, 그 히로뽕이라는 단어는 영어 상품명 필로폰을 일본어로 발음한 것입니다.
한 마디로 비정상적인 혹은 비뚤어진 애국심을 의미합니다. 사실 이러한 뜻에 적합한 국수주의, 자국우월주의, 극단적인 민족주의 등의 표현이 있는데, 왜 굳이 일본어 잔재로 버무린 합성어를 만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매우 불순한 의도가 느껴집니다.
<강치>는 독도를 지켜낸 영웅인 안용복에 관한 소설입니다.
근래 일본의 독도 망언이 심해지면서 안용복이라는 인물을 새롭게 조명하게 되었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그의 훌륭한 업적에 비해서 역사적인 기록이 많지 않아 널리 알려지지 못한 점입니다.
이 책의 저자 역시 그에 관한 기록이 미미하여 일본과 담판을 짓고 돌아온 뒤 국법을 어긴 죄로 벌을 받아 귀양을 간 이후를 알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이익의 《성호사설》중에 나오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안용복은 영웅호걸이다. 미천한 일개 군졸로서 만 번 죽음을 무릅쓰고 국가를 위하여 강적과 겨루어 간사한 마음을 꺾어버리고,
여러 대를 끌어온 분쟁을 그치게 했으며, 한 고을의 토지를 회복했으니,
부개자(傅介子)와 진탕(陳湯) [한나라의 흉노 정벌 당시 활약한 인물들]에 비하여 그 일이 더욱 어려운 것이니,
영특한 자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조정에서는 상을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전에는 형벌을 내리고 뒤에는 귀양을 보내어 꺾어버리기에 주저하지 않았으니,
참으로 애통한 일이다.
...
안용복과 같은 자는 국가의 위급한 때를 당하여 항오에서 발탁하여 장수급으로 등용하고 그 뜻을 행하게 했다면,
그 이룩한 바가 어찌 이에 그쳤겠는가? (369p)
17세기 일본과 울릉도, 독도 문제에 대한 담판을 지은 안용복 덕분에 고종 때까지 울릉도 인근에 대한 영유권 문제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대다수의 관료들은 그것을 공적으로 보았는데, 일부 모리배들이 안용복의 공무원 사칭과 도해금지령을 어긴 죄를 처벌해야 한다면서 귀양을 보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조국의 번영보다는 사익과 정쟁만 일삼는 정치인들이 나라를 망가뜨리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조선의 대학자인 이익이 그를 추모하며 애통한 심정을 기록에 남겼을까요.
안용복이 공무원 사칭을 한 것이 죄가 아니라 그와 같이 유능한 인물을 발탁하지 못한 것이 큰 죄인 것을.
무능한 조정의 간신배들이 안용복을 달가워 할 리가 없었으니, 안용복의 비극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비극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진심으로 조국을 사랑한다면 안용복과 같은 인물이 관료가 되어야 마땅합니다.
자신의 조국을 사랑하는 일이 어찌하여 불법이 되었는지,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똑똑히 확인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입니다.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하여, 더 나은 세상을 위하여.
"모르긴 몰라도 폐하의 서계가 쓰시마에서 처리가 되어버릴 겁니더.
그쪽 사람들은 울릉도와 독도에 영원히 미련을 버리지 않을 겁니더."
"그렇겠지요.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더더욱 울릉도나 독도에는 포기할 수 없는 게 있어서 그럴 겁니더."
"그게 뭡니까?"
"강치입니더."
"강치라......"
"나리께서는 일본 어부들이 강치를 잡는 걸 보지 못해서 잘 모를실 수도 있겠지만,
일본 어부들은 죽기 살기로 강치를 잡습니더. ... 일본 영토 내에서 밤의 불을 밝히는 기름의 대부분이 강치 기름일 겁니더.
고기, 가죽, 기름이 좋다는 이유로 씨가 마를 정도로 어린 강치들까지 포획하더군요.
... 한마리도 도망가지 못하게 대나무 죽창하고 쇠갈고리로 찍어대는데,
사방에 피들이 튀어서 어부들이 흡사 악귀들 같았습니더.
금세 검붉은 핏물이 먼 바다까지 물들일 정도였지요."
"그걸 막아야지요. 그래서 내가 안 부장과 함께 울릉도에 가고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 (222-223p)
강치는 바다사자의 일종으로 한때 독도와 울릉도가 '강치의 천국'이던 시절이 있었다고 합니다.
유구한 세월 동해의 섬들을 지켰던 강치는 독도의 주인이었고 역사였습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무분별한 남획으로 그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었고, 일본 어부들로 인해 멸종당했습니다.
마치 토착왜구들에게 공격당하는 민주시민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민주시민을 빨갱이로 몰아가며 난도질 해대는 비극이 아직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토착왜구들은 국민들의 자발적인 일본 불매운동을 국뽕이라 비하하고, 최근 개봉한 <봉오동 전투>를 폄하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멸종된 강치를 다시 살려낼 수는 없으나 잊혀졌던 역사의 영웅 안용복을 기억해낼 수는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안용복의 정신을 이어받아 토착왜구들로부터 조국을 구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