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 경쟁 시대
임용택 지음 / 해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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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과학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보다...

<디테일 경쟁시대>는 KAIST 기계공학과 임용택 교수님의 책입니다.

저자는 오하이오주립대, 한국과학기술원(Korea Advanced Institute of Science & Technology , 이하 KAIST), 한국기계연구원(이하 기계연) 등에서 33년간 일하면서, 개인적인 경험 사례를 통해 과학기술 발전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과학기술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책은 한국 과학기술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길, 즉 발전 전략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과학기술의 발전은 디테일에서 시작된다"라는 것입니다.

마치 작은 물방울들이 모여 거대한 강줄기를 만들어내듯이 획기적인 변화 역시 작고 사소한 일에서 시작됩니다.


"성공은 시스템에서 결정되지만, 실패는 디테일에서 나온다"라고 

메리어트인터내셔널의 빌 매리어트(John Willard Marrintt Jr.) 회장은 말했다.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사회에서 디테일이야말로 경쟁력이라는 주장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120p)


우선 대한민국 과학기술 발전의 근간은 교육에 있기 때문에 고등교육 재정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21세기 인재 양성을 위한 연구중심대학이 필요하고 집중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세계 주요 연구중심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습니다.

대학 순위가 모든 것을 대변하는 건 아니지만 《타임스》가 독자적으로 발표하는 대학 순위에서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들이 100위권 안에 들지 못한 것은 다소 놀랍습니다. 물론 매 시기마다 평가 시스템의 지표가 달라져서 변동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의 상황은 자원이 한정된 만큼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하게 됩니다.

또한 연구기관은 연구와 행정을 분리한 운영 체계로 개선함으로써 업무 효율을 높이고 있다고 합니다. 좀더 효율적인 운영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 간의 소통이 잘 이루어질 수 있는 분위기가 중요합니다. 개방식 토의 문화와 같은 연구 환경의 작은 변화들이 실제 획기적인 연구 업적으로 이어졌다고 하니 새삼 실용적이고 유연한 시스템의 가치를 확인하게 됩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우수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연구 환경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연구비 지원뿐 아니라 연구자 스스로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과학기술계에 대한 정부의 신뢰와 국민의 지지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교육과 연구 시스템을 선진화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한 과학기술 개발에 매진하여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과학기술 강국이 되는 것이 곧 국민의 행복을 위한 길이라는 것입니다. 

지속적인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정밀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적 전략과 효율적인 연구 운영 방안에 대한 연구자와 정책 당국 간의 연결고리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또한 지구 환경 문제에 대한 과학적인 해결 방안을 찾고 과학기술 개발 전략에 대한 사고의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과학기술의 개발 전략을 추격형에서 선도형으로 바꾸자는 것입니다. 실패를 거듭하더라도 새로운 것에 도전하여 우리에게 필요한 기술을 우리 손으로 개발해내는 것이 궁극적인 발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지속 성장이 가능한 과학기술 발전 전략을 제언하는 목적 이외에도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한 부분이 더 큰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계를 바라보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책을 통해 과학기술 발전이 우리 삶의 질을 높여줄 거라는 기대를 품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발전이야말로 지속적인 경제성장의 원동력이며, 그 디테일 안에는 국민의 관심과 지지도 포함된 것이라 짐작해 봅니다.

<디테일 경쟁시대>를 통해 디테일이라는 핵심 가치를 다시금 새기는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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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이 이렇게 쓸모 있을 줄이야 - 세계 0.1%가 실천하는 하루 3분 습관
가토 후미코 지음, 정세영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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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은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훌륭한 도구라고 합니다.

동의하시나요?

신기합니다. 배가 고프다고 의식하는 순간 뱃속에서 꾸르륵 거리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겁니다. 본능적으로 내 몸은 생각 혹은 마음에 반응해줍니다.

근래 마음이 허기졌습니다. 내 마음을 나몰라라 했구나라는 자각과 동시에 그에 알맞은 뭔가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등장한 것이 바로 이 책입니다.


저자 가토 후미코는 미국 NLP(Neuro - Linguistic Programming : 신경언어학 프로그래밍) 협회 공인 강사이자 멘탈 트레이너입니다.

과거의 그는 쉽게 상처받는 성격 때문에 힘들어 하다가 심리학을 만났고,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 점이 끌렸습니다. 완벽한 전문가의 조언도 좋지만 그 전문가 역시 우리와 다를 바 없는 고통을 겪었다는, 단 한 줄의 내용이 모든 걸 설명해줍니다.

저자는 심리학 기법 중 명상이 가장 효과적인 기법임을 깨닫고 현재는 자신과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일상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명상법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매우 친절한 명상 안내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아무리 명상의 효과를 설명한다 해도 직접 해보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 즉 방법을 알고 실행해봐야 그 진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 나오는 다양한 명상법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합니다.


◆ 바쁜 현대인을 위한 1분 명상법

우선 자세는 신경 쓰지 말고 눈을 감은 채 자신의 호흡에 의식을 집중하세요.

숨을 들이마셨을 때 그 숨이 몸의 어느 부위로 들어가는지, 가슴인지 배인지, 양은 얼마나 되는지에 의식을 집중하면서

편안한 속도로 세 번 호흡하세요.

이때 자기가 어떤 식으로 호흡하는지에만 의식을 집중하세요.

세 번 호흡이 끝나면 그대로 계속 호흡을 관찰하세요.

1분에서 3분간 시간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자신의 호흡에 계속 집중하세요.

호흡을 관찰하면 '지금 여기'에 의식을 집중할 수 있어요.   (48-50p)


1분 명상을 해보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자신이 얼마나 호흡에 대해 무심했는지, 동시에 호흡에 집중하는 것만으로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저자는 이 명상이 어린 시절에 아버지가 알려준 '잠드는 비법'이었다는 걸 명상을 배운 후에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항상 베개에 머리만 대면 쿨쿨 잠드는 아버지에게 그 비법을 물었더니, "세 번만 길게 호흡하면 잠들 수 있단다."하고 가르쳐주셨답니다.

혹시나 불면증이 있다면 그건 단순히 잠이 안 오는 것이 아니라 잠들지 못하는 상황을 스스로 만든 것일 수 있습니다. 

호흡에 의식을 집중하면 머릿속 생각을 한 차례 비워낼 수 있고, 그러면 머릿속이 고요해지면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입니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명상의 효과가 궁금하다면 지금 바로 1분 명상을 해보세요.

1분 명상에 익숙해지면 명상하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 나갈 수 있고, 좀더 깊이 있는 명상법을 배워갈 수 있습니다.

최상의 컨디션을 회복하는 힐링 명상법은 통증을 가라앉혀 주고, 스트레스와 잡념을 없애는 감정 리셋이 가능합니다.

더 나아가 꿈을 이뤄 주는 이미지 명상을 통해 자기만의 사명이나 인생의 진정한 의미와 목적을 깨달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이것은 뇌과학 연구에서 밝혀낸 의도적인 사고 전환을 떠올리게 합니다. 상상을 통해 마음 속 실재들을 현실로 만들거나 과거의 경험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여 바꾸는 방식들.

한 마디로 멘탈 트레이닝!


현대 경영학과 경영관리 기법의 창시자라고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비영리단체의 경영》에서 자신과 자신이 속한 조직에 득이 되는 질문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다음의 질문을 던지면서 명상을 해보세요. 이것이 세계 0.1% 가 실천하는 질문 명상이라고 합니다.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어떤 분야에서 공헌하고 싶은가?

나의 강점은 무엇인가?

사람들은 나의 어떤 점을 필요로 하는가?

사람들이 나에게 가장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사람들에게 무엇을 제공하고 어떻게 만족시키고 싶은가?


질문 명상은 그 방법 자체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질문과 대답이라는 과정을 통해 얻는 깨달음이 특별한 것 같습니다. 

명상이라고 말하지 않았을 뿐, 우리는 이미 명상을 해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자의 1분 명상처럼, 자기 내면과의 대화가 곧 명상인 것입니다.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해봤을 세 가지 질문.

"나는 누구인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 인생의 목적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각자 인생의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명상이 이렇게 쓸모 있을 줄이야>라는 책을 통해서 명상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무엇보다도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하루 3분 명상법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부록으로 <음성으로 듣는 명상>을 동영상(QR코드)으로 만날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일본어를 못해도 저자의 편안한 목소리 덕분에 명상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꽃 명상(Flower Medication)"으로 마음의 꽃밭이 활짝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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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 정여울의 심리테라피
정여울 지음 / 김영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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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끌까끌 적당히 거친 느낌을 주는 책 표지가 마음에 듭니다.

마치 내 마음 같아서...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는 정여울 작가님의 심리처방전입니다.

저자는 서른 즈음에 융 심리학에 관심을 갖게 됐고, 비로소 자신의 내면과 소통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마음아, 잘 있니?"  (116p)


우리는 저마다 자신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야 한다는 걸 종종 잊곤 합니다.

자기와의 관계 맺기가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에고와 눈에 보이지 않는 셀프와의 대화가 필요합니다.

스스로 마음의 안부를 묻는 시간이 있어야 합니다.

에고가 '너 정말 괜찮니?'라고 물었을 때 괜찮지 않다는 걸 인정하고, 

'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슬픔을 이겨낼 거야'라고 속삭이는 셀프의 깊은 위로가 있을 때 자기 공감은 시작됩니다.

우리는 상처를 입었을 때 이것이 에고의 차원인지 셀프의 차원인지 돌아봐야 합니다. 에고의 아픔은 부분적인 상처라서 치료 가능하지만 셀프 차원의 상처라면  더 깊은 마음챙김의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혹여 셀프에 상처를 입었는데도 제대로 돌보지 않고 '난 괜찮아!'라고 주장하며 자신까지 속인다면, 스스로의 상처에 둔감해짐으로써 자기 공감에 이르지 못하는 것입니다.


다들 비슷한 이유로 심리학에 관심을 갖거나 공부하는 것 같습니다.

상황이 더 심각해지기 전에, 아직 자신을 돌볼 수 있을 때에 나를 지켜내기 위한 노력입니다.

'나는 나를 치유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자기 치유의 첫걸음이라고 합니다.

어떤 괴로움도 진정한 나 자신이 아님을 깨닫을 때, 우리는 그 고통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습니다. 

괴로움이 우리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괴로움을 향한 집착이 우리를 파괴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세상 무엇도 나를 작아지게 하도록 내버려두면 안 됩니다. 온 힘을 다해 저항하고 싸워야 합니다.

진짜로 나를 지키는 힘은, 살아 있으므로 사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만이 기꺼이 싸울 수 있고, 내 삶의 진짜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바로 그 이야기를, 이 책은 들려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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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파이어
카밀라 샴지 지음, 양미래 옮김 / 북레시피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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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 나와는 무관한 단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나서 지금까지 별탈 없이 살다보니 차별 당하지 않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 여겼습니다.

그래서 제대로 몰랐습니다. 당하는 사람의 심정... 여전히 짐작할 수조차 없는 고통이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게 됐습니다.

인종차별이야말로 인간이 해서는 안 될 악행이라는 것.

재작년인가 충격적인 뉴스를 접했습니다. 학교폭력으로 인한 사건사고들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유독 이 사건을 기억하는 건 피해 중학생이 다문화가정의 아이였기 때문입니다. 한국인이지만 외모가 다르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다가 결국 가해 학생들이 집단폭행 후 옥상에서 떨어뜨려 생을 마감했습니다.

겨우 열세 살의 아이들이 이토록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차별과 따돌림은 어떻게 시작된 것인지, 어디부터 잘못된 것일까요.

세상에 나와 무관한 사회 문제는 없습니다. 단지 모르거나 외면했던 것일뿐.


<홈 파이어>는 파키스탄 출신 영국 소설가 카밀라 샴지의 소설입니다.

저자는 '홈 파이어'라는 제목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합니다.

"Home Fire"는 "keep the home fire burning", 즉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다"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고,

"home on fire", 즉 "집이 불에 타다"라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으며,

특히 후자의 뜻에서 '집'은 문자 그대로 집일 수도, 가족일 수도, 국가일 수도 있습니다.  (354p)

이 소설은 다섯 명의 화자를 통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뭐 하나 물어봐도 될까요?" 에이먼이 물었다.

"그 터번 말이에요. 패션용으로 쓴 건가요? 아니면 무슬림이라서?"

"있죠, 매사추세츠에서 제 터번에 대해 물어본 사람이 지금까지 딱 두 명 있었는데요. 

그 사람들은 이게 패션용인지, 아니면 제가 암 투병 중인 건지 궁금해하더군요."

에이먼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암이냐, 이슬람이냐. 둘 중에 뭐가 더 고통스러울까요?"

이런 말에 상대방이 허를 찔린 기분을 느끼게 되는 순간들은 여전히 존재했다.

에이먼은 재빨리 두 손을 모으며 사과했다.

"아, 이런. 미안해요. 큰 실수를 저질러버렸네요. 

저는 그냥, 요즘 같은 세상에 무슬림으로 살아가는 건 힘들 수밖에 없을 거라는 의미로 한 말이었어요."

"무슬림으로 살아가지 않는 편이 더 힘들 것 같은데요."  이스마가 말했다.  (37p)


이스마 파샤는 스물여덟의 영국 여성이며, 파키스탄 출신 부모님 덕분에 무슬림으로 살고 있습니다.

우연히 카페에서 만난 남자 에이먼은 서로 초면이지만 이스마는 그가 누구인지, 아니 그가 누구의 아들인지 알고 있습니다.

에이먼의 아버지는 파키스탄 출신으로 영국 내무장관이 된 카라마트 론입니다. 카라마트는 아일랜드계 미국인 여성과 결혼했고, 영국 정치인으로 성공하기 위해 무슬림의 정체성을 벗어던진 인물입니다. 카라마트는 이슬람 사원의 관습보다 교회의 관습을 치켜세우면서 완벽히 계몽된 자의 태도를 내보였기 때문에 영국 무슬림들이 그에게 등을 돌린 반면 일반 대중들의 관심은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언론에서는 여전히 그를 가리켜 "무슬림 출신"이라며 공격하고 있습니다.

에이먼은 어릴 때 친가를 방문할 때마다 이질감을 느꼈고, 아버지 역시 아들에게 무슬림을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에이먼의 정체성은 영국인이지, 파키스탄인이 아닙니다. 그런 그가 카페에서 처음 본 이스마에게 끌린 건 우연이 아닐 겁니다. 호기심? 묘한 친밀감?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란, 늘 우연을 가장해 찾아오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스마의 아버지 아딜 파샤는 처음부터 가족에게는 부재한 존재였습니다. 이스마가 기억하는 건 여덟 살 무렵,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였는데 그때 쌍둥이 남매 아니카와 파베이즈가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다시 전쟁터로 떠난 아버지는 영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가족들은 MI5 와 특별국 요원들이 찾아와서 아버지에 대해 물었을 때 뭔가 잘못됐다는 걸 알았고, 들리는 소문으로 아버지의 죽음을 확인했습니다. 아버지가 지하디스트, 즉 이슬람 테러리스트였고 바그람에 수감되었다는 얘길 들었으나 공식적인 사망 소식을 전해듣지는 못했습니다. 할머니는 아버지 때문에 가족들이 괴로운 상황에 처할까봐 가슴 졸이며 살다가 돌아가셨고, 뒤이어 엄마까지 돌아가시면서 이스마와 두 동생들은 고아가 되었습니다.

MI5 (Military Intelligence Section 5) : 1909년에 조직된 영국의 국내정보 담당 보안부로 1931년에 보안부(SS , Security Service)라는 정식 명칭을 부여받았음. 영국의 핵심 국가보안기관 중 하나임.

이스마는 쌍둥이 동생 아니카와 파베이즈가 열두 살 때부터 엄마 노릇을 하며 살아왔습니다. 열아홉 살이 된 아니카는 대학에 진학했지만 공부에 뜻이 없는 파베이즈는 청과물 가게에서 일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파베이즈는 실종 상태입니다.

곧 밝혀질 진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세상은 더 이상 진실을 궁금해 하지 않습니다.

<홈 파이어>는 감춰진 진실에 대해 이스마, 에이먼, 파베이즈, 아니카, 카라마트의 목소리를 통해 들려주고 있습니다.


"폭력을 가하는 이들이 존중하는 유일한 대상은 더 극심한 폭력일 뿐이란다."  (225p)

세상에 폭력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폭력으로 세상을 바꾸려는 이들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비폭력을 외치는 평화주의자가 되고 싶지만 자꾸만 분노가 끓어오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으로 구원되기를 간절히 바라게 됩니다. 아름답고도 평화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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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 웨이 다운
제이슨 레이놀즈 지음, 황석희 옮김 / 밝은세상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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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독백으로 시작되는 이야기.

뭔가 서툴고 불안한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나도 모르게 숨죽이며 소년의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아마 누구라도 이 책을 펼친다면 소년의 이야기를 외면하기는 힘들 겁니다.

왜 그런지 따질 겨를도 없이 소년의 감정 속으로 빨려들어갈테니...

다 읽고 나서야 제목의 의미를 생각했습니다.

롱 웨이 다운 Long way down

그리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시각을 확인했습니다.

오전 09:08:02  

소년의 이야기를 듣느라 얼마만큼 시간이 흘렀는지 전혀 의식하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소년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 중 가장 어렵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겨우 열다섯 살.

이건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일입니다.

소년이 태어난 순간부터 이미 정해진 룰이니까.

그러니 소년은 그 룰을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습니다.

절대 벗어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소년은 엘리베이터 안에 갇혀(?) 있습니다.

째각째각 초침 소리가 들릴 것만 같은, 숨막히는 시간이 흘러갑니다.


소년의 이름은 윌.

정확하게는 윌리엄 홀로먼이지만 형 숀이 놀릴 때 이외에는 그 이름을 쓰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제 숀이 장난치며 놀리는 일은 없을 겁니다.

왜냐하면 숀은 그 날, 바로 그저께 총에 맞았고, 죽었으니까.

총성이 들렸고, 뒤이어 비명 소리가 들렸으며 수많은 사이렌이 울려댔습니다.

소년의 동네에서 총성은 모든 사람의 귀와 눈을 멀게 합니다. 특히 누군가 죽었을 때는, 그럴 때는 투명인간이 되는 것이 최선이라는 걸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경찰들이 사람들에게 물어봤자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할 겁니다.

8층으로 돌아온 소년은 방문을 걸어 잠그고 베개를 머리에 얹고 눌렀습니다. 엄마가 흐느끼는 소릴 눌러보려고.

울 것 같은 기분이지만 우는 건 안 됩니다. 룰에 어긋나니까. 지켜야 하는 룰이니까.


룰 No 1 : 우는 것

하지 마라.

무슨 일이 있어도.

하지 마라.


룰 No 2 : 밀고하는 것

하지 마라.

무슨 일이 있어도.

하지 마라.


룰 No 3 : 복수하는 것

사랑하는 사람이 

살해당했다면

그들을 

죽인 사람을

찾아내어

죽여라.       (31-33p)


책 표지에 보이는 동그란 버튼 위에 숫자가 보이나요?

엘리베이터 안에 층수를 나타내는 저 버튼을, 소년이 손을 뻗어 누를 땐 시간이 멈춘 것 같았습니다.

하얀 불빛이 검은 화살표를 둘러싸며 점점 아래로 내려갑니다, 내려갑니다, 내려갑니다, 내려갑니다...

L 버튼은 로비(Lobby)인데, 소년은 어릴 때 형 숀과 함께 빈 엘리베이터에 타면 누군가 들어와 L 버튼을 눌러주길 기다렸습니다.

누가 그 버튼을 누르면 두 형제는 키득거렸습니다. 

우리에게 L은 "루저(Loser)"를 뜻했기 때문에 우리는 승자가 되어 로비까지 즐겁고 당당하게 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금목걸이를 한 남자가 엘리베이터에 타서 L 버튼이 눌렸는지 확인할 때 소년은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나와 숀의 세상에선 내가 이미 루저 역할을 택했다는 걸 그 사람도 알고 있을까?'  (75p)

소년은 세 번째 룰을 지키기 위해 지금 가고 있습니다.


오전 09:09:09  

나가고 싶다.


문이 천천히 열리고

담배 연기가 

엘리베이터 밖으로 빠져나가면서

내게서도 성난 파도처럼

빠져나갔다.


내가 숨을 돌릴 때

...


이젠 L 버튼에 

불이 꺼져있었다.   (304p)


어쩌면 처음부터 소년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부터 짐작했던 그것.

제발 아니기를 바라며 가슴 졸였는데.

정말 놀랐습니다. 어떻게 소년의 마음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는지.

이 소설은 이상하리만치 글밥이 많지 않습니다. 망설이며 고민하는 소년의 마음처럼.

페이지마다 빈 여백은 거친 벽면 같기도 하고 깜깜한 밤 같기도 합니다.

첫 페이지에 철창 엘리베이터 문이 보입니다.

자, 내려갈 준비가 되었나요?

나락으로 떨어지는 그 참혹한 순간들이 째각째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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