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민석의 세계사 대모험 4 - 이탈리아 편 : 로마에서 생긴 일 설민석의 세계사 대모험 4
설민석.잼 스토리 지음, 박성일 그림 / 단꿈아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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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민석의 세계사 대모험> 시리즈 4권이 나왔어요.

설쌤과 램프 원정대는 시공간을 넘나들며 세계사의 주요 사건이 벌어진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어요.

이번에 간 곳은 이탈리아인데, 아주 오랜 옛날 고대 로마 시대예요. 

카심과 도적들이 쫓아와서 램프를 뺏어 가려고 몸싸움을 하던 중 마법의 양탄자에서 데이지 공주가 떨어졌어요.

앗, 시간의 소용돌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설쌤과 알라딘은 지나가던 상인에게 붙잡혀 노예 신세가 되고 말았어요.

광산으로 팔려갈까봐 조마조마했는데, 다행히 원로원 의원의 집으로 가게 됐어요. 그런데 그 집주인의 아들이 어찌나 성격이 심술맞고 못됐는지 알라딘은 너무나 괴롭혔어요.

흐으윽,,,, 불쌍한 알라딘.


초기 로마 제국의 계급은 황제 아래로 로마 시민(원로원, 기사, 평민)과 속주민, 해방 노예, 노예로 나뉘었어요. 인구의 약 20~30% 정도가 노예인데, 주로 전쟁 포로나 큰 죄를 지은 사람, 빚을 갚지 못한 사람 등이 노예가 되었대요.  로마 시민은 노력과 운에 따라 계급 간의 이동이 가능했대요.

로마의 황제와 귀족은 팔라티노 언덕에 궁전과 집을 짓고 살았어요. 지금 팔라티노 언덕에 가면 로마의 첫 번째 황제인 아우구스투스의 궁전과 부유층의 저택 등 다양한 유적을 볼 수 있대요. 흥미진진한 이야기 중간에 로마에 관한 역사와 다양한 지식들을 알려주니까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주인 아들과 함께 공중목욕탕에 간 알라딘, 역시나 또 구박을 받다가 혼자 쉬고 있는 남자를 만나게 됐어요. 깊은 한숨을 쉬는 남자에게 다가간 알라딘은 그를 위해 기분 좋아지는 노래를 불러줬어요. 노랫소리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다들 신나서 어깨를 들썩들썩 춤을 췄어요. 그때 화가 난 주인 아들이 달려왔고, 그 남자를 보더니 "폐하!"라고 부르며 깜짝 놀랐어요. 그 남자의 정체는 바로 로마의 열 번째 황제 티투스였던 거예요. 알라딘의 멋진 노래 선물 덕분에 황제가 두 사람을 데려가게 됐어요. 황제는 알라딘에게 조만간 원형 경기장의 완공을 기념하기 위한 100일 축제에서 흥을 더해주라는 요청을 했어요. 

고대 로마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건축물, 콜로세움은 베스파시아누스 황제가 짓기 시작해서 그의 아들 티투스가 완공한 뒤 80년에 개막식을 열어 100일 동안 축제를 즐겼다고 해요. 이후 티투스의 동생 도미티아누스 황제가 지하 공간을 만들면서 완전한 모습을 갖추게 되었어요.

콜로세움은 라틴어로 '거대한'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콜로세움에서는 검투 경기, 모의 해전, 맹수와의 싸움, 동물 사냥 등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고 해요. 맹수와의 싸움과 동물 사냥은 콜로세움에서 인기가 많은 공연 중 하나였어요. 개막식 당일에는 5,000마리의 동물이 죽었다는 기록이 있으며, 이후에는 코끼리가 울타리를 부수고 관객석에 뛰어든 사건도 있었다고 해요. 콜로세움은 6세기까지 경기장으로 사용되었으나, 이후 외부의 약탈과 지진으로 인해 지금은 뼈대만 남았어요.

알라딘은 황제와 함께 콜로세움에 갔다가 노예 소년을 대신해서 야수와 싸워 이겼어요. 그런데 관객석에 있던 전 주인의 못된 아들이 알라딘을 검투사로 보내라고 소리쳤고, 황제는 어쩔 수 없이 허락했어요. 로마의 검투사는 대부분 전쟁 포로나 노예, 범죄자인데, 간혹 자유민도 돈을 벌기 위해 검투사가 되기도 한대요. 

이번에 알라딘이 상대할 검투사는 저승사자라고 불리는 아킬레우스였어요. 으악!  괴력의 아킬레우스에게 다른 검투사들이 전부 쓰러지고 알라딘 혼자 남았어요. 열심히 싸우지만 점점 수세에 몰리는 알라딘, 그때 철가면을 쓴 검투사가 나타나 알라딘을 구하고 아킬레우스를 쓰러뜨렸어요. 바로 철가면의 정체는?


이 책의 마지막 내용은 술술 풀리는 세계사 퀴즈예요. 

설쌤과 알라딘의 모험 이야기뿐 아니라 중간에 설명된 내용을 잘 읽었다면 쉽게 풀 수 있는 퀴즈예요. 누가누가 잘 풀까요?

책에 나오는 퀴즈도 풀고, 부록으로 들어 있는 낱말 카드로 게임을 해도 재미있어요.


◆ 퀴즈 > 고대 로마의 콜로세움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가진 사람만이 간식을 먹을 수 있다고 해요!

다음 중 간식을 먹지 못하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① 황제 : "콜로세움은 로마에서 가장 큰 원형 경기장이야."

② 데이지 : "콜로세움의 관중석은 계급에 따라 앉는 층이 달라."

③ 알라딘 : "콜로세움은 문이 하나밖에 없어서 한번 들어가면 나오는데 한참 걸려!"

④ 설쌤 : "콜로세움은 베스파시아누스 황제가 짓기 시작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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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키우는 고양이 - 유튜버 haha ha와 공생하는 고양이, 길막이의 자서전
하하하(haha ha) 원작, 길막이와 삼색이 감수 / 다독임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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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갑자기 바뀌었을 리는 없고, 어떻게 된 걸까요?

주변에 고양이집사들이 부쩍 많아진 것 같아요. 그야말로 고양이를 키우는 게 아니라 모시며 사는 사람들.

<인간을 키우는 고양이>는 유튜버 HAHA HA 가 전해주는 길막이와 친구들의 이야기예요.

사람이나 동물이나 모든 만남은 우연이 아닌 것 같아요. 

양어장에 사는 고양이 '길막이'는 길거리 묘생 3년차에 우연히 들어간 양어장에서 한 인간을 만났어요.

이 책의 묘미는 고양이 관점에서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점이에요.

양어장에 몰래 들어왔으나 주인보다 더 당당하게 제 몫을 주장하는 고양이 '길막이'의 뻔뻔함과 당돌함이라니.

사실 더 놀라운 건 양어장 인간의 태도예요. 

"야! 이거 먹고 가!"  

'응? 경계를 하며 여차하면 몸을 날려 도망갈 준비를 하고 있는 나를 인간이 부르는 게 아닌가.

인간은 무표정한 얼굴로 바닥에 접시를 내려놓고 있었다. 

그리고 그 접시 위에는 김이 모락모락 퍼져 올라오는 고기고기 물고기구이가 올려져 있었다.'  (28p)


의심많은 길냥이에게 "길막아~"라고 부르며 친한 척 하는 인간에게 처음부터 마음을 준 건 아니에요.

본래 도도한 태도를 유지했는데 자꾸 귀찮게 불러대고, 또 먹을 것을 주니까... 

물론 먹을 것 때문에 넘어간 건 아니라네요. 맛있게 먹고 기분이 좋아져서 겸사겸사 대답을 해주다보니 '길막이'가 된 거죠.

그러다가 맛있는 냄새가 나는 손이 '길막이'의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고, 음... 딱히 싫지 않아서 놔뒀더니 익숙해졌어요.

양어장에 사는 고양이는 길막이 외에 길냥이 출신 삼색이 그리고 길막이 딸들과 삼색이 딸들이 있어요.

원래 양어장에는 고양이들이 등장하기 전부터 '천하'와 '태평'이라는 강아지들이 살고 있었어요. 

길막이가 온 이후에 천하와 태평이의 자식들 '주황'이와 '보라'까지 태어나서, 여기가 양어장인지 동물농장인지 모르겠어요.

어찌됐든 양어장의 인간은 길냥이들이 이제껏 봐 왔던 사납고 폭력적인 인간들과는 달랐어요. 

정해진 밥 시간이 있는 것마냥 제때 먹을 것을 챙기고 알뜰살뜰 냥이님들을 모실 줄 안다고나 할까.

점점 평온하고 배부른 양어장 생활에 익숙해져가는 길막이, 그러나 라이벌 삼색이 때문에 종종 신경전을 벌이곤 해요.


유튜버 HAHA HA 가 바로 양어장의 그 인간.

고양이를 키워본 적 없는 그가 우연히 양식장 물고기 사료를 훔쳐 먹는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하여 쫓아냈다고 해요.

그런데 이 고양이가 도망가는 척 다시 돌아와 어장에 있는 물고기를 괴롭히고, 물고기 사료를 훔쳐 먹으니 얼마나 약이 올라겠어요.

대부분의 반응은 끝까지 고양이를 내쫓는 방법을 찾았을 것 같은데, 이 인간은 고양이에게 따로 사료를 챙겨주기 시작했다네요.

오호, 평화주의자!

그러자 고양이가 마음을 열고 애교를 부리더니, 동네 고양이들에게 소문이 났는지 양어장을 찾는 고양이가 늘어나면서, 고양이 밥을 주는 일이 하루 일과가 된 거예요.

또한 고양이들과의 일상을 담은 유튜브 동영상이 입소문을 타면서 몇 십 만의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유튜버가 되었어요.

우와, 도도한 길냥이의 마음을 열더니 이제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활짝 열었네요.

고양이 입장에서는 인간에게 정을 주지 않으려고 했는데, 인간의 지극정성에 감동하여 마음을 허락했다고 봐야겠죠.

인간과 동물 사이, 아니 그 어떤 관계든지 매일 만나고 먹을 것을 나눈다면 그 자체가 정(情)인 것 같아요. 

삭막한 세상에 진짜 정이 뭔지를 알려주는 따뜻한 일상 에세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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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너를 생각해 아르테 미스터리 2
후지마루 지음, 김수지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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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같은 이야기예요.

왜냐하면 마녀가 등장하거든요.

환상의 세계가 아닌 현실 세계에 등장한 마녀는 겉보기엔 평범한 여대생의 모습을 하고 있어요.

음, 엄청 예쁜 외모를 지녔으니 그냥 평범한 건 아닐 수도 있겠네요.

뾰로롱~ 마법 지팡이를 휘두르며 갑자기 등장한 게 아니라 쭉 인간으로 살아왔어요.

자신이 마녀라는 걸 알게 된 건 열 살 무렵이에요. 시골 할머니댁에서 지내다가 할머니가 말씀해주셨어요.

할머니는 지금 생각해도 정말 특이해서 괴짜란 건 느꼈지만 정체가 마녀였다니, 당연히 손녀딸인 시즈쿠도 마녀라는 사실.

시즈쿠는 할머니와 함께 있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어렸던 나는 할머니를 마녀로서 진심으로 동경했어요.


"마녀라는 건 말이지, 어느 시대든 사람들에게 행복을 배달해주는 존재야. 시즈쿠도 분명 그렇게 될 게다."

"어떻게 알아?"
"마녀라는 게 그런 거거든. 어떤 영화에서도 이것저것 배달했잖니. 

물론 나는 손녀 생일에 그렇게 맛없어 보이는 파이를 굽지는 않을 테니까 안심하렴."

"하하하......"

"어쨌든 시즈쿠는 훌륭한 마녀가 될 거야. 다른 사람의 아픔을 알게 되는 만큼 많은 행복을 배달할 수 있단다.

할미한테는 보여. 시즈쿠가 많은 사람에게 행복을 주는 모습이."  (45p)


할머니는 틀림없이 행복을 주는 마녀였고, 그때는 지금과 달리 시즈쿠도 훌륭한 마녀가 되고 싶었어요.

만약 그 날 그 일만 없었다면...

그리고 또 한 사람이 사라지지만 않았다면...

할머니댁에서 함께 놀던 소년이 있었어요. 시즈쿠보다 한 살 많은 소타, 그 얘는 마녀의 비밀을 알고 있었어요.

소타는 시즈쿠에게 약속했어요. 마녀의 기사가 되겠노라고.


10년의 세월이 흘렀고, 대학생이 된 시즈쿠 앞에 청년이 된 소타가 나타났어요.

마치 어제 헤어졌다가 오늘 만난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시즈쿠의 삶 속으로 들어왔어요.

놀랍게도 소타는 과거의 기억을 잃은 채 살아왔고, 딱 한 가지 기억나는 건 '마녀에게 힘이 될 것', 그것뿐이었대요.

그래서 시즈쿠를 찾아와 마녀의 사명, 마녀로서 해야 할 일을 함께 하자는 거예요.

과연 이 시대의 마지막 마녀 시즈쿠는 훌륭한 마녀가 될 수 있을까요.


나는 호조 시즈쿠.

열아홉 살이고 도쿄에 있는 사립 대학교 문학부 2학년에 재학 중이다.

... 외동딸이고 지금은 대학교 근처에서 혼자 살고 있다.

... 자기소개를 하자면 싫어하는 것만으로 지면을 한 바닥 채워버리는,

세상에 불평불만을 많이도 가지고 있는 사라이 바로 여기 있는 나, 호조 시즈쿠다.

하지만 나는 그런 내가 싫지 않다. 오히려 자신을 굽히지 않는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왜냐하면 나는 *사토리 세대니까.

이 세상에서 가장 합리적인 세대니까.   

이렇듯 어디에나 있는 지극히 평범한 나지만 마지막으로 하나만 덧붙이겠다.

강조할 정도는 아니지만 일단 이것도 소개해둔다.

나는 마녀다.

*헤이세이 시대의 마지막 마녀다.  (7-9p)


* 사토리 세대 : 오랜 불황 속에서 자라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그에 적응하는 세대로, 1980년대 후반 이후 태어난 젊은 층을 가리킨다.

* 헤이세이 시대 : 일본의 연호로, 1989년 1월 8일부터 2019년 4월 30일까지 기간을 칭한다.


『가끔 너를 생각해』의 원제 《さとり世代の魔法使い 》 는  "사토리 세대의 마법사"예요.

마녀 이야기라서 흥미로운 건 사실이지만 그저 가볍게 즐기고 마는 내용은 아닌 것 같아요. 

주인공 호조 시즈쿠가 사토리 세대의 마지막 마녀라는 점이 이 소설의 핵심이었어요. 마녀의 사명, 즉 마법은 환상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특별한 일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실에서 느끼는 행복이었어요. 누구나 마음이 행복을 느낄 때, 마법이 일어나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모두 마법사인 거예요. 자신만 몰랐을 뿐, 바로 호조 시즈쿠처럼. 스스로 마녀라는 정체성을 찾는 순간 모든 비밀이 풀렸어요.

마녀라는 존재, 마녀의 사명, 훌륭한 마녀가 되는 길... 전부 환상 동화 같지만 주인공 시즈쿠를 통해서 한 젊은이의 성장 드라마를 본 것 같아요.

우리나라도 오랜 불황으로 인해 N포세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젊은층의 빈곤이 심각한 상황이에요. 먹고사는 걱정 때문에 열정과 꿈은 포기해야만 하는 현실이 너무나 암울하게 느껴져요. 하지만 희망까지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한 번 믿어보면 어떨까요, 진정한 마법의 힘을. 


"마음은 때때로 마법을 능가하지. 마음이야말로 진정한 마법이야."  (16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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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햇볕에 마음을 말린다 - 딸에게 보내는 시
나태주 지음 / 홍성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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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햇볕에 마음을 말린다>는 나태주 시인이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보내는 시집이에요.

시인의 딸아이는 어느덧 어른이 되고 자신도 어버이가 된 지 오래라고 해요. 

비록 나이 들어 어른이 된 딸아이지만 여전히 딸아이는 딸아이.

시인에겐 이제 딸아이만 딸이 아니에요. 세상 모든 예쁜 아이들이 다 사랑하는 딸이요, 아들이지요.

그래서 시인은 세상에 모든 딸들에게 106편의 시로, 따스한 위로와 힘찬 응원을 보내고 있어요.



전화 건 이유


날이 갰다

베란다 열고 

빨래 말려


마음도 열고 

마음도 말려

우울도 말리고


눅진한 느낌

멀리 날려 보내

바람에게나 줘.  


처음 시집 제목을 보고 빙그레 미소가 지어졌어요.

너의 햇볕, 그래 이거였어! 너의 의미는 슬픔과 괴로움으로 흠뻑 젖어버린 나의 마음을 쨍쨍하게 말려주는 햇볕이지...

다들 '너'의 존재는 다르겠지만 '너의 의미'는 같을 거라고 생각해요. 세상에서 나를 사랑해주고, 따스하게 감싸주는 존재.

저도 나이들어 부모가 되고보니, 딸의 마음보다는 그 딸을 향한 부모의 마음으로 시를 읽게 되네요.

어쩔 수 없이 부모는 자식바라기.

그러니 부모님은 저를 보며 걱정하시고, 저는 제 자식을 바라보며 걱정하느라 세월이 흘러가는 것 같아요.

부모님의 사랑은 늘 따스한 햇볕이었어요. 변하지 않는 햇볕, 나만을 위한 햇볕.

날씨는 변덕스럽고, 사랑은 변한다지만 부모님의 사랑은 언제나 맑음이었어요. 

그래서 이 힘든 세상을 꿋꿋하게 버틸 힘이 생겼던 것 같아요. 세상이 나를 괴롭혀도 나한테는 든든한 햇볕이 있으니까.

오늘도 축축하고 눅진해진 마음, 엄마의 전화 한 통으로 쨍쨍하게 말렸어요.



너에게 안녕


어떻게 지내니? 물어도

힘이 없는 목소리

언제 올 거야? 다시 물어도

글쎄요 심드렁한 말투


힘내라 힘내

우리 공주님

다시 한번 봄이 왔다가

봄이 물러갔지 않았니?


머지않아 여름

덥고 짜증도 나겠지만

힘 있게 씩씩하게 살아야지

그래야 다시 만나지


여름에도 만나지 못한다면

가을에라도 만나야지

오늘도 안녕 부디 안녕

흐린 하늘 보고 인사를 한다.


오늘도 엄마가 먼저 전화를 하셨어요. 감기몸살로 기운이 쭉 빠진 상태라서 이런저런 핑계들...

며칠 전 엄마도 아프셨다는데, 오늘은 좀 나아지셨다고 제 생각나서 전화하셨나봐요.

엄마, 고마워요. 덕분에 힘이 났어요.

전화할 때 그 마음 전하면 될 것을, 뭐가 그리 어렵다고 그 말을 못했네요.

<너에게 안녕>이라는 시를 읽으며 엄마 생각이 났어요. 사랑해요, 엄마!



아들에게


너의 행복이 나의 행복은 아니지만

너의 불행은 분명 나의 불행이란다

부디 잘 살아야지

부디 많이 사랑하고

부디 많이 부드러워져야지

내려놓을 것이 있으면 내려놓고

참을 수 없는 것도 때로는 참아야지

기다릴 만큼 기다려야지

세상을 늘 새롭게 바라보고

작은 일도 감사와 감동으로 받아들여라

굳이 사랑한다는 말은 하지 않으마

많이 너를 생각하고 걱정한단다

이것만은 알아다오.

   

어쩌다 부모는 되었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모라서, 매 순간 고민하게 돼요.

어떻게 해야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내 목소리로 전할 수는 없지만 <아들에게>라는 시를 읽으면서 꼭 내 마음 같다고 느꼈어요.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부모의 진심을 전할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마음을 마음에게, 너를 향한 햇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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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홍콩
마가파이 지음, 허유영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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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다소 충격적인 장면이 있으니 심신이 미약한 분들은 읽지 마세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홍콩>은 1930년대 홍콩의 뒷골목 이야기예요.

홍콩 느와르 영화를 떠올리면 될 것 같네요. 실제로 영화화 될 예정이라고 하니 또 한 번 놀랄 준비를 해야겠네요.

화자인 '나'는 원래 외할아버지에게 들은 '뻐드렁놈'의 이야기를 쓸 계획이었어요. 열대여섯 살 때 외할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가 얼마나 강렬했으면, 쉰한 살의 '나'는 그 이야기를 소설로 쓰게 된 거예요. 안타깝게도 외할아버지가 오래 전에 돌아가셔서, 홍콩대학 도서관에서 옛날 신문을 찾아보고 완차이에서 오래 살았던 칠팔십 대 노인들을 찾아가 그때 이야기를 물어보며 자료를 모았어요. 

이런 젠장!

오, 여기서 잠깐 끊어야 할 것 같네요.

화자인 '나'의 느닷없는 욕설에 놀랐다면, 그건 순전히 지금부터 들려줄 이야기가 얼마나 위험 수위를 넘나드는지 짐작하게 하는 예고편이에요.

뻐드렁놈의 이야기는 남두목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실질적으로 남두목의 파란만장 인생 이야기라고 보면 될 것 같네요.

남두목의 성은 '록'이고 이름은 '남초이'예요. 본명은 '박초이'인데 홍콩 홍문의 손흥사 두목이 된 후 '북'자 대신 '남'자를 넣어 남초이로 이름을 바꾼 거예요.

남쪽에 있는 홍콩의 '남천왕'이 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데, 이것도 인력거꾼 시절에 동료가 붙여 준 별명을 훗날 써먹게 된 거예요.

홍문은 '삼합회'라고도 불려요. 손흥사라는 명칭은 다이리가 직접 지은 것으로, '손'은 쑨원을 의미하고, '흥'은 '흥성하다'라는 뜻으로 쑨원의 흥성을 기원하는 의미였어요. 쑨원은 혁명 이전에 미국에서 홍문에 발을 들여놓았고, 장제스도 청방 두목 황진룽에게 그의 휘하로 들어가겠다는 글을 써서 보낸 적이 있으므로 다이리는 청방과 홍문이 하나라고 생각했어요. 홍문이라는 커다란 세력 아래 여러 명칭을 가진 수많은 파벌이 난립하고 있었어요. 1899년 영국인들이 싼가이 지역을 강압적으로 수용하자 중국인 수천 명이 무력으로 저항했는데, 그 중 대부분이 삼합회 형제들이었어요. 이 저항 전쟁은 오백 명의 희생자만 남긴 채 단 엿새 만에 끝났어요. 정치적으로 노련한 영국귀신들은 이 전쟁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고 주동자를 체포하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저항 운동을 주도했던 싼가이의 향신들을 정부 관리로 발탁함으로써 자기 편으로 흡수했어요. 

손흥사가 만들어진 건 홍문회의로부터 30년이 흐른 뒤였고, 드디어 록박초이가 '용두 龍頭', 즉 두목이 되었어요.

앞서 구구절절 삼합회 역사를 읊었지만 속사정은 단순했어요. 록박초이의 인생 모토는 '좆대로 되라고 해!'였거든요. 한 마디로 우연히 광저우에서 두목의 신임을 얻어 홍콩을 맡게 된 거예요. 삼합회 두목이라고 하면 거구의 체격에 무서운 외모일 것 같지만 록박초이, 아니 록남초이는 165센티미터가 안 되는 키에 외까풀 눈와 우뚝한 콧대를 가진 평범한 남자예요.

록박초이 인생에서 결정적 순간을 꼽자면, 1936년 11월 24일이예요. 그가 아내 아귄에게 몽둥이로 맞고 고향을 떠나 군대에 가게 된 날이거든요. 도망쳤던 거예요. 

그리하여 홍콩에서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 록박초이는, 또 한 번의 결정적 순간을 맞이하게 돼요.

영국 경찰인 모리스와의 만남 그리고 그 깊은 밤 이후에 록박초이는 달라졌어요. 세상에 절대 드러나면 안 될 비밀이 두 사람 사이에 생겼어요.


처음에는 몰랐어요. 오래 전, 기껏해야 백 년도 안 된 과거에 살았던 한 남자의 이야기니까.

그저 방탕하고 난잡한 뒷골목 인생이라 속단했어요. 근친상간과 성폭행 그리고 폭력과 섹스로 얽힌 사건들이 굉장히 충격적인 건 사실이에요. 그러나 정말 중요한 건 그러한 단편적인 사건들이 아니라 한 개인의 삶을 관통하는 시대적 비극이라고 생각해요. 왜 이 소설의 구성이 용 龍 - 두 頭 - 봉 鳳 - 미 尾 인지, 그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네요. 모두 지나간 과거일 뿐이라고 넘기기엔 록남초이의 삶은 목에 걸린 가시 같아요. 어쩌면 홍콩 사람에게는 가슴에 박힌 못, 지울 수 없는 치욕일지도 몰라요. 

제국주의 열강의 침략은 잔악한 폭력이자 범죄 행위였어요. 약자들은 끊임없이 짓밟히기 때문에, 살기 위해 발버둥칠 수밖에 없어요. 혼란한 시대에 약자로 산다는 건 불행에서 벗어날 수 없는 굴레에 갇힌 거예요. 누구를 탓하겠어요. 운명의 수레바퀴는 굴러갈 뿐. 

작년부터 시작된 홍콩 시위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어요. 홍콩은 그동안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을 안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어요. 이 역시 거스를 수 없는 역사적 운명인 것 같아요. 부디 제자리를 찾아갔으면 좋겠어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



"... 이 무렵 록박초이는 한 가지 이치를 발견했다. 

자기 생각을 그럴 듯하게 꾸며내는 것이 진위 여부보다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진실은 그럴 듯해 보이지만 거짓도 그럴 듯해 보일 수 있다.

세상일은 진실인가 거짓인가가 아니라 

그럴 듯한가 그럴 듯하지 않은가의 문제였다."   (137p)


"양귀신은 똥구멍 귀신이야! 너도 똥구멍 귀신이 되겠구나!

나쁠 건 없어. 화끈하잖아! 그게 바로 용두봉미 龍頭鳳尾 지!"  


용두봉미란 마작에서 패를 나누는 방식이다.

장가(마작에서 선을 잡은 사람)가 패를 쌓아놓고 주사위를 던지기 전에

어떤 방법으로 패를 나눌지 정하는데

이때 패를 나누는 순서에 따라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용두봉미는 마작패를 쌓을 때 앞은 높고 뒤는 낮은 형태로 쌓는다.

왼쪽은 용의 머리처럼 우뚝하고 오른쪽으로 갈수록 봉황의 꼬리처럼 아래로 내려가는 형태가 된다.

주사위를 던진 뒤 제일 왼쪽에 있는 패 두 개를 첫 사람에게 주고, 

다음에 오른쪽 패 두 개를 두 번째 사람에게 준다.

그리고 또 왼쪽 패를 세 번째 사람에게, 오른쪽 패를 네 번째 사람에게.

이런 방법으로 패를 모두 나눠 가진 뒤 게임을 시작한다.   (102p)


"... 일본귀신도 귀신이고 영국 양귀신도 귀신이다. 

중국인이 홍콩에서 살기로 한 건 양귀신의 지배를 받겠다는 뜻이다.

심지어 양귀신이 다른 중국인을 지배하는 것을 돕기도 했다.

홍콩에 산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매국노인 셈이었고, 

남은 건 일본과 영국 중 누구의 매국노가 되느냐 하는 것뿐이었다.

그건 아마 누가 더 많은 이득과 명분을 제공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212-213p)


"... 사람들이 일본귀신의 침략에 항의하고 있지만 영국인에게는 어떤가?

영국인도 전쟁으로 이 도시를 빼앗지 않았던가? 

지난 왕조의 일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홍콩을 중국에 돌려주지 않았고, 

중국인도 영국인들에게 홍콩을 돌려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이곳의 중국인들은 지배당하면서도 행복하게 살았다.

편하게 살 수 있다면 귀신도 사람이 될 수 있고, 

편하게 살 수 없으면 사람도 귀신이 된다.

중요한 건 편하게 살 수 있느냐 없느냐였다."   (22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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