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기억할 것이 있다 인권운동가 박래군의 한국현대사 인권기행 1
박래군 지음 / 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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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현대사에는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들이 있어요.

아프고 괴로운 기억을 다시 끄집어내는 이유는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처.벌.받.지.않.는.자.들.의.나.라.


<우리에겐 기억할 것이 있다>는 인권운동가 박래군 님의 인권 현장 답사기예요.

이 책의 목적은 역사적인 사건이나 현장을 인권의 시각으로 살펴보도록 안내하는 것이라고 해요.

저자는 역사를 해석하는 하나의 기준점으로 인권을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고 이야기해요.

미처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러나 일단 인권의 시각으로 바라보니 그 아픔이 배가 되었고, 읽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어요.

해방 이후에도 청산되지 않은 과거가 어떻게 우리를 괴롭히는지, 한국현대사는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어요.

저자는 그것을 국가폭력-국가범죄의 원형이라고 표현하고 있어요.

제주 4.3 과 한국전쟁 시기의 학살은 광주에서 재현되었고, 그 진실은 아직도 충분히 규명되지 않은 채로 책임자들의 처벌은 중단되었어요.

이 책에서는 그 역사의 현장인 제주 4.3 현장, 전쟁기념관, 소록도, 광주 5.18 현장, 남산 안기부 터와 남영동 대공분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마석 모란공원, 세월호 참사 현장으로 우리를 안내하고 있어요. 그 현장을 지키고 싸우는 이들이 없었다면... 그들이 아니었다면, 어쩌면 그들이 곧 나였을 수도.

사실 인권의 현장으로 '전쟁기념관'이 있어서 처음엔 의아했어요.

그러나 저자의 설명 덕분에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비로소 알게 됐어요.


전쟁을 기억하는 게 아니라 '전쟁을 기념한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 전쟁을 기억한다는 것은 전쟁의 상처에 대한 성찰과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다짐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반면에 전쟁을 기념한다는 말에는 승리한 전쟁, 전쟁의 영웅 등을 기린다는 뉘앙스가 담겨 있다.

세계인권선언은 2차대전에 대한 인류의 반성 속에 탄생했다. 

세계인권선언 전문에서는 "인권에 대한 무시와 경멸"이 불러온 전쟁이라는 비극을 "인류의 양심을 모독한 만행"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리고 전쟁이 없기를 염원하면서 인권의 가치를 실현할 것을 다짐한다. 

현대 인권의 개념은 바로 거기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세계인권선언의 이런 바람은 문서로만 남았고, 2차대전 이후에도 세계는 강대국들의 이익에 따라서 크고 작은 전쟁들이 끊이질 않았다.

한국전쟁은 유엔 창설 이후 현대의 전쟁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출발점이었다.  (52-53p)


무의식 중에 조국을 지키는 국군과 이를 도왔던 유엔군은 전쟁 영웅이고, 북한군은 죽어 마땅한 적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전쟁기념관은 이런 이분법적 사고를 부추기면서, 북한의 학살만 강조하고, 남한 지역에서 일어난 민간인 학살은 묵인하고 있어요. 더 끔찍한 건 전쟁을 게임처럼 구현해놓은 시뮬레이션 전시관에 K-2 소총 사격연습까지 할 수 있게 해놓았다는 거예요. 기념관 안에 어린이박물관에서는 어린이들에게 전쟁 영웅을 가르치면서, 한강 인도교 폭파장면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을 수 있게 해놓았어요. 최근에 밝혀진 자료에 의하면 이승만은 부산에서 피란 정부를 꾸리고 있을 당시, 남한을 포기하고 일본 망명정부 수립까지 고려했다고 하는데, 그런 역사적 사실 기록은 전쟁기념관에는 없다고 해요. 오로지 한강철교를 폭파해서 북한군의 남하를 6일간 막았다는 기록만 있고, 그 한강철교의 폭파로 시민들이 죽어가고, 피란길이 막혔다는 설명은 나와 있지 않아요.

저자가 대표로 있는 '열린 군대를 위한 시민연대'에서는 회원들과 함께 2019년 6월부터 전쟁기념관을 평화기념관으로 바꾸자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고 해요. 

평화의 관점, 인권의 관점으로 전쟁을 이해할 수 있도록 이 기념관을 바꾸자는 것인데, 백 퍼센트 동의해요. 

수많은 시민들이 찾는 그곳이야말로 올바른 정신을 담아내야 할 책임이 있으니까요.


나는 2017년 37주기 기념식에도 참석했었다. 그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5월의 죽음과 광주의 아픔을 자신의 것으로 삼으며 세상에 알리려 했던 많은 이들의 희생과 헌신도 함께 기리고 싶다"면서 1982년 광주교도소에서 광주학살 진상규명을 위해 40일간의 단식으로 옥사한 스물아홉 살 전남대생 박관현. 1987년 '광주학살 책임자 처벌'을 외치며 분신 사망한 스물다섯 살 노동자 표정두. 1988년 '광주학살 진상규명'을 외치며 명동성당 교육관 4층에서 투신 사망한 스물네 살 서울대생 조성만 그리고 1988년 '광주는 살아 있다' 외치며 숭실대 학생회관 옥상에서 분신 사망한 스물다섯 살 숭실대생 박래전을 언급했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내 동생 박래전의 이름이 불려졌다. (111-112p)


2020년 40주기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발포 명령자 규명과 계엄군이 자행한 민간인 학살, 헬기 사격의 진실과 은폐, 조작 의혹과 같은 국가폭력의 진상은 반드시 밝혀내야 할 것들"이라면서 언젠가 개헌이 이루어진다면 헌법 전문에 5·18 민주화운동을 새기길 희망한다고 말했어요. 

그동안 수없이 짓밟히면서도 끝끝내 일어나 싸웠던 이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가 있다는 것.

이 책은 역사의 현장에서 바로 그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해줬어요.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인권의 역사, 그 사람들.


문득 김수영 시인의 <풀>이 떠올랐어요. 풀은 바람에 누울지언정 꺾이지 않았어요. 다시 일어나 웃는 그 날을 위하여.


풀 

         -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1968. 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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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의 벽을 넘어 세상을 바꾼 101명의 여성
줄리아 애덤스 지음, 루이스 라이트 그림, 김혜림 옮김 / 니케주니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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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근래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에 관한 책을 보다가 놀라운 인물을 발견했어요.

에이다 러브레이스는 현재 '최초의 프로그래밍 언어'를 만든 사람이에요.

세상에 이토록 훌륭한 수학자가 있었다니!

그래서 궁금했어요. 역사 속 위대한 여성들을 찾아라!


<차별의 벽을 넘어 세상을 바꾼 101명의 여성>은 위대한 여성들에 관한 어린이책이에요.

요즘은 많이 달라졌지만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여성들은 편견과 고정관념으로 인한 차별에 시달렸어요.

이 책은 그 차별의 벽을 넘어 세상을 바꾼 위대한 여성들을 분야별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어요.

지도자와 운동가, 과학자와 발명가, 예술가와 작가, 운동선수와 모험가로서 앞장 선 여성들이 있었기에, 세상은 바뀔 수 있었어요.

그래서 지금의 세계는 과거보다 더 안전하고 공정하게 될 수 있었던 거예요.


첫 번째 장에는 지도자로 켈트 부족의 여왕 부디카,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 신라 제27대 왕 선덕여왕이 나와 있어요.

책에 나오는 인물들은 결점 없는 완벽한 사람들이 아니에요. 다만 그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여성도 남성만큼 뛰어난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는 점에서 그 공헌을 인정하는 거예요. 특히 지도자와 운동가들은 약자였던 여성과 흑인의 인권 문제, 환경문제 등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평생 노력했다는 점에서 존경스러워요.

두 번째 장에서 과학 분야는 훌륭한 여성 과학자와 발명가들 덕분에 인류의 삶이 발전했어요.

앞선 언급했던 에이다 러브레이스 (1815 ~ 1852)가 초기 형태의 컴퓨터 연구로 유명한 발명가 찰스 배비지를 처음 만났을 때 나이가 열여덟 살이었대요.

그는 에이다에게 차분기계라고 하는 계산 기계의 원형을 보여주었고, 막 설계를 시작한 복잡한 계산기에 대해서도 얘기해주었대요.

분석기계라고 불렀던 이 기계는 구멍이 뚫린 카드를 사용해서 프로그래밍되는 것이었어요. 에이다는 이 기계에 매료되었고, 20세에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렸지만 수학 연구를 포기하지 않았대요. 1842년 이탈리아의 수학자 루이지 메나브레아가 에이다에게 분석기계에 관해 쓴 자신의 논문을 번역해달라고 부탁했어요. 에이다는 논문 번역뿐 아니라 자신의 주석과 설명을 상세히 첨부했어요. 찰스는 생전에 분석기계의 아주 적은 부분을 만들었지만 에이다는 분석기계가 문제를 풀 수 있게 만드는 명령어를 만들었어요.

100년 후, 1940년대에 영국의 컴퓨터 과학자 앨런 튜링은 최초의 현대적 컴퓨터를 개발하면서 에이다의 주석을 참고했대요. 매년 10월 둘째 화요일이면 전 세계 사람들이 에이다 러브레이스의 날을 기념한다고 하니, 그동안 나만 몰랐나봐요. 앞으로는 매일 컴퓨터를 사용할 때마다 에이다 러브레이스를 떠올릴 것 같아요.

마리 퀴리는 여성 최초로 소르본 대학의 교수가 되었고, 노벨상을 두 번 수상한 최초의 여성이었어요.

"살아가면서 두려워할 것은 하나도 없다.

이해해야 할 것이 있을 뿐이다."   (53p)


한 권의 책을 통해 101명의 훌륭한 여성을 만나보니, 저마다 영역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불굴의 의지와 끈기로 놀라운 성과를 이뤄냈어요. 

불리한 환경에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꿈을 이뤄낸 모습 자체가 감동이었어요. 우리 아이들에게는 좋은 멘토가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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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온 사람들 - 전쟁의 바다를 건너온 아이들의 아이들의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홍지흔 지음 / 책상통신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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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 찬 흥남부두에  

목을 놓아 불러 보았다 찾아를 보았다

금순아 어디로 가고 길을 잃고 헤매었더냐

피눈물을 흘리면서 일사 이후 나 홀로 왔다


일가친척 없는 몸이 지금은 무엇을 하나

이 내 몸은 국제시장 장사치기다

금순아 보고 싶구나 

고향 꿈도 그리워진다

영도다리 난간 위에 초생달만 외로이 떴다 ~~♪


가요무대에서 들었던 <굳세어라 금순아> 노래 가사를 제대로 이해하게 된 건 영화 <국제시장> 덕분이에요.

한국전쟁을 경험했던 어르신들의 이야기가 젊은 세대들에겐 크게 와 닿진 않을 거예요. 저 역시 노래 멜로디가 활기차서 미처 몰랐어요.

그러다가 영화 <국제시장>에서 흥남부두의 메러디스 빅토리호를 알게 됐어요.

6.25 전쟁 당시 연합군의 철수 소식을 들은 북쪽의 주민들 중 다수가 피난길에 오르면서, 흥남 부두에 몰려든 주민의 숫자가 10만에 달했다고 해요.

미국의 화물선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배에 실린 무기를 내리고 1만 4천여 명의 피란민을 태워 1박 2일 동안 동해를 항해해 12월 25일 거제도에 도착했어요.

거제도에 도착했을 때 단 한 명의 사망자도 없었고, 오히려 배 안에서 5명의 새 생명이 태어났다고 해요.


<건너온 사람들>은 바로 그때의 이야기를 담은 역사 만화예요.

전쟁의 바다를 건너온 아이들의 아이들의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교과서에 적혀 있는 역사보다 더 생생하게, 전쟁 현장을 경험했던 피란민 가족의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이 책의 저자는 실화에 충실할 것인가, 허구로 재미와 전달에 중점을 둘까 고민하다가 후자를 택했다고 해요.

책 속에 등장하는 엄마와 삼촌, 이모들은 가공의 인물이에요. 하지만 그 현장에 있었던 실존 인물이기도 해요. 우리가 기억한다면...


올해로 한국전쟁 70주년이 되었네요. 전쟁을 겪은 생존자들은 70년의 세월을 지나왔어요. 

주인공의 가족들은 흥남 부두에서 그 기적의 배를 타고 건너온 사람들이에요. 전쟁도 모르고 관심도 없었던 주인공 '나'는 엄마와 이모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때의 아픔과 슬픔을 느끼고 있어요. 당시 배를 탔던 사람들 중에는 빅토리호 선장과 선원들의 엄청난 노고를 한참 지난 뒤에 알게 되었다고 해요.

참혹한 전쟁의 바다를 건너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기억해야만 해요. 다시는 이 땅에 그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여전히 이 땅은 분단의 아픔이 남아 있으므로, 지금 우리에게 새로운 기적이 필요한 것 같아요.


피란 나올 때 네 살이었던

막내 이모에게 

내가 물었어.

'전쟁을 생각하면

뭐가 제일 먼저 떠올라요?'

막내 이모가 대답했어.

'사람들이 내 몸에 밧줄을 묶어서

어두운 배 밑으로 내려 주던 

기억이 나.'   (170-171p) 


가수 강산에의 <라구요>를 들으면서, <건너온 사람들>을 보았어요. 가보지 못한 흥남 부두, 언젠가 가볼 그 날을 꿈꿔보네요.


♬ ~~ 눈보라 휘날리는 바람찬 흥남 부두 가보지는 못했지만

그 노래만은 너무 잘 아는 건 내 어머니 레파토리

그 중에 십팔 번이기 때문에 십팔 번이기 때문에

남은 인생 남았으면 얼마나 남았겠니 하시고

눈물로 지새우시던 내 어머니 이렇게 얘기했죠 

죽기 전에 꼭 한 번만이라도 가봤으면 좋겠구나 라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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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의 선택 - 생사의 순간,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법
사브리나 코헨-해턴 지음, 김희정 옮김 / 북하우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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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 라고, 장 폴 사르트르는 말했어요.

누구나 매일 매 순간 선택을 하며 살고 있어요.

중요한 건 무엇을 선택하느냐.


<소방관의 선택>은 모두에게 적용되는,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방법에 관한 책이에요.

실제로 저자 사브리나 코헨-해턴은 영국 웨스트서식스 소방 구조대의 소방대장으로 일하고 있어요.

누구보다 긴급한 상황에서 일하는 소방관이기에 의사 결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고 해요. 소방관들이 자신을 지키면서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할 확률을 높이는 방법을 찾고자 심리학 공부를 병행했고, 행동 신경과학 분야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에는 소방구조대 동료들과 함께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했다고 해요.

이 책에는 수많은 실제 사건들이 실려 있어요.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영화 <분노의 역류>에 나오는 소방관의 모습 이외에 현실 속 소방관에 관해서는 잘 몰랐어요.

위험한 일이라는 건 알았지만 그건 표면적인 것일뿐, 소방관들을 괴롭히는 건 생사를 좌우하는 의사 결정과 그로 인한 죄책감이었어요. 너무나 이상한 상황인 것이, 소방관들은 인명을 구조하면서도 매번 구조하지 못한 생명에 대해 죄책감을 느낀다는 거예요. 그들의 근무 환경은 너무나 극단적이라서 웬만한 강철 정신과 체력의 소유자가 아니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요. 여기서 놀라운 사실은 저자 사브리나가 키 155센티미터에 몸무게 49킬로그램의 작은 몸집이며, 아이를 둔 엄마라는 점이에요. 마치 마동석의 체격을 가진 슈퍼맨 같은 소방관을 떠올렸는데, 완전 상상 밖의 모습이죠. 특별한 사람이라야 소방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소방관이 된 그 자체가 특별한 게 아닐까 싶어요. 소명이라고 해야 하나. 암튼 이 책이 본래 가진 의도와는 무관하게 소방관들이 겪는 상황들을 알고 나니, 더더욱 감사와 존경의 마음이 생겼어요.


저자는 카디프 대학교와 함께 연구팀을 만들어, 영국 전역에 걸쳐 실제 재난 현장에서 사건 총지휘관들이 실행한 결정 사례들, 즉 인명을 좌우하는 결정 사례들을 연구했어요. 그 연구 결과를 토대로 지휘관들이 더 효과적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기법을 개발했고, 이 기법은 현재 영국 전역은 물론 국제적으로도 표준 지침으로 사용되고 있어요. 바로 결정 제어 프로세스 기법이에요.

'결정 제어 프로세스 Decision Control Process' 기법은 어떤 결정을 내렸을 때 (그것이 분석적이든 직관적이든) 그 결정을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지휘관들에게 스스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질문을 빠르게 던져보게 하는 것이에요.


● 목표 - 이 결정으로 내가 달성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 예측 - 이 결정으로 어떤 결과를 얻을 것이라 예측하는가?

● 위험 vs. 이득 - 이득이 위험을 얼마나 능가하는가?

               (193p)


연구 결과, 결정 제어 프로세스를 적용한 지휘관들은 그렇지 않은 지휘관들에 비해 최고 수준의 상황 인식을 달성했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실은 그 프로세스를 적용해도 의사 결정의 속도가 느려지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또한 지휘관 훈련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이 실제 상황에서 관찰되는 것과 유사한 의사 결정 과정을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따라서 훈련 시뮬레이션이 소방 구조 대원들이 경험을 쌓도록 돕는 일반적인 전략으로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내렸어요.

결국 의사 결정, 상황 인식력, 의사소통, 리더십 등은 타고난 능력이 아니라 학습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기술이에요. 모든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든 적용할 수 있다는 뜻이에요.


특별히 이 책에서 주목할 내용이 또 하나 있어요. 그건 20년 동안 소방 구조대 활동을 해온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성차별 문제를 들 수 있어요. 

저자는 열여덟 살 나이에 소방 구조대에 들어갔고, 당시 소방서 역사상 첫 여성 대원이었어요. 그때 엄청난 성차별을 겪었다고 해요. 직장 내 괴롭힘, 성희롱, 부당한 대우 등.

소방관들이 하는 일 중 많은 부분이 팀워크에 달려 있는데, 여자라서, 너무 못생겨서, 너무 잘생겨서, 너무 잘해서, 너무 못해서 등등의 이유 때문에 그룹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전체가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어요. 그룹에서 이유 없이 부정적인 평판을 얻고 환영받지 못했던 경험이 저자에겐 더 나은 지휘관이 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해요. 자신의 팀에서 누군가가 무시당하거나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 또한 지휘관이라고 해서 독단적인 결정을 내려선 안 된다는 것. 

옳은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훈련과 많은 노력이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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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조노믹스 - 미래 비즈니스의 패러다임을 뒤바꾼 아마존 혁신 경영의 비밀
브라이언 두메인 지음, 안세민 옮김, 김용준 감수 / 21세기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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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의 성공신화, 그 비결이 궁금하다면?

<베조노믹스>는 제프 베조스에 관한 책이에요.

아마존을 지금처럼 거대하고 강력한 기업으로 키워낸 장본인, 제프 베조스는 어떤 리더인가.

이 책의 저자는 2년 동안 취재를 통해 베조스와 아마존 경영에 관한 핵심을 발견했고, 인공지능 기반의 새로운 기업 모델을 '베조노믹스 Bezonomics'라고 이름붙였어요.

이것이야말로 기존 기업의 경영방식을 뒤흔들 만한 혁신일 거라고 주장하고 있어요.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베조노믹스가 세계 경제를 주도할 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어요.


아마존은 세계 17개 국가에서 프라임 회원들에게 수백만 종류의 제품을 이틀 혹은 더 짧은 시간 안에 무료로 배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세계적으로 약 2억 명의 온라인 쇼핑객들이 베조스의 운영체계에 평생회원으로 가입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요. 현재 아마존은 유럽, 인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일본에 진출했어요. 다만 중국에서만 거대한 디지털 기업 알리바바와 텐센트에게 고전하고 있어요. 

아마존의 인공지능 플라이휠을 통해 클라우드 컴퓨팅에서 미디어와 가전 기기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산업으로 진입해가고 있어요. 아마존은 2006년에 최초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했던 몇 안 되는 기업 중 하나였고, 현재 세계 최대의 클라우드 기업으로 성장했어요. 

베조스는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 플라이휠을 가동하면, 수많은 경쟁 기업들이 사라질 것이며, 아주 잘 버텨낸다고 해도 시장 점유율의 상당 부분을 잃게 될 거라고 했어요.


과연 베조노믹스의 핵심은 뭘까요.

우선 베조스는 사람을 평가할 때 그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인지를 가장 먼저 본다고 해요. 물론 아마존의 경이로운 성공 요인이 지혜로운 인재들만으로 설명할 순 없을 거예요. 아마존의 사무실 밖에는 다음과 같이 적히 표지판이 걸려 있다고 해요.


"우리는 신을 믿는다. 신이 아닌 모든 사람들은 데이터를 가져와라"  (76p)


베조스는 냉정하고 확실한 사실에 근거해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아무리 불편하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진실에 직면하는 성향이라고 해요.

그 진실에 대한 베조스의 성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그 악명 높은 보고서, 즉 베조스의 유명한 '식스 페이저 six-pager' 예요.

아마존 직원들은 코드 한 줄을 작성하기 전에 여섯 쪽을 넘지 않는 보고서를 제출해야 해요. 

"항상 고객과 함께 출발하라"라는 베조스의 주문을 염두에 둔 이 보고서는 새로운 프로젝트가 장기적으로 미치는 영향과 이 프로젝트가 고객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고 해요. 회의에서 어떤 팀이 식스 페이저를 제출하면, 베조스는 모든 사람들에게 처음 20분 동안 이 보고서를 자세히 읽어보게 했어요. 그 다음은 보고서에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열띤 토론을 벌이는 거예요. 프라임 회원제, 알렉사의 개발, 아마존 클라우드 서비스와 같은 아마존의 혁신들은 모두 식스 페이저 단계의 맹렬한 공격에서 살아남은 것들이에요. 아마존에서는 모든 직원들에게 건전한 논쟁을 장려하고 있어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과도 스스럼 없이 소통할 수 있는 수평적인 조직이라고 해요.


지금까지 미국에서 아마존과 경쟁할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크고 똑똑하게 활동하고 있는 기업은 단 하나, 월마트뿐이라고 해요.

월마트는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 공격적인 소매 활동을 통해 아마존을 능가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치열한 경쟁을 하과 있어요. 아마존과 월마트는 하이브리드 소매업체로 변신하기 위한 전문성, 자본, 견실한 대차대조표를 가지고 있지만, 다른 소매업체들의 미래는 불투명해요.

따라서 미래의 소매업자들의 목표는 아마존이 하지 못하는 것, 아마존이 경쟁하기 어려운 전략을 추구해야 해요. 아마존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는 소매업체들은 온라인 경험과 디지털 방식으로 통합된 멋진 매장에서 배타적인 제품을 선택 제공하고, 소셜 미디어를 지배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적극 투자하며, 고객이 자사 제품을 구매하여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해요.

아마존은 사회적 양심에 대한 비판을 받아 왔어요. 소셜 미디어의 설득력과 사회적으로 각성한 밀레니얼 세대로 인해, 모든 기업의 기업 가치가 완전히 공개되고 있어요.

이윤 추구뿐 아니라 사회적 선행을 실천하려는 대표적인 기업인 와이파커는 아마존보다 우위에 있어요. 와이파커는 설립 초기부터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업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어요. 안경을 자체 제작하여, 대부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와이파커는 안경 한 개를 판매할 때마다 안경 한 개를 기부해왔어요. 아마존은 처방 안경을 판매하기 때문에, 고객이 렌즈을 얻기 위해 처방 안경을 가지고 안경점을 찾아가야 해요. 와이파커의 설립자인 닐 블루멘탈은 이렇게 말했어요.

"세상을 위해 좋은 일을 하면서 사업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을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제품 가격을 인상하지 않고서 말입니다."  (313p)

이러한 전략은 대단한 강점이지만 머지 않아 아마존은 저가 정책, 훌륭한 서비스, 강력한 인공지능 플라이휠을 활용할 것이므로, 베조노믹스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해요. 아마존의 공격이 위협적이라면 그들의 전략은 성공적이라는 증거일 거예요. 그것이 우리가 베조노믹스를 알아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최고의 혁신가라도 처음에는 항상 약간은 어리석어 보입니다. 

엄청난 수익을 얻으려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당신 자신에게 당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생각에 동의하는지를 물어보십시오.

동의하지 않는다면, 정원에 물을 주고 잡초를 무시하십시오." 

    - 제프 베조스     (34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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