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토피아 - 식물과 함께 살고 있나요?
카미유 술레롤 지음, 박다슬 옮김 / 스타일조선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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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상이 온통 푸릇푸릇 초록으로 물드는 여름이네요.

예쁜 꽃과 울창한 나무들을 찾아 야외로 나들이 가기 딱 좋은 계절이지만... 올 여름은 슬기로운 집콕 생활이 필요한 시기네요.

멀리 갈 것 없이 우리 집을 초록 세상으로 만들면 어떨까요?

솔직히 화초를 잘 키우지 못해서 생명력 강한 화초를 추천받아 몇 개를 집 안으로 들였어요.

근래 반가운 소식이 하나 있어요. 손바닥 선인장이 노랗고 탐스러운 꽃을 피워서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처음인 것 같아요. 그동안 손바닥 선인장은 '너 거기 있구나'라는 정도로 무심하게 놔두던 녀석이었거든요. 근데 어느새 예쁜 꽃을 피워내며 '나 여기 있어요'라고 표현한 것 같아서 왠지 미안하고 기특하더라고요.

초보자들에게 식물 키우기는 그 자체가 도전인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 배울 수도 없고...라고 생각했는데, 바로 이런 책이 있었네요.


<플랜토피아>는 내 집을 초록 세상으로 만들 수 있는 30가지 홈프로젝트 안내서예요.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해서 알려주고 있어요.

첫 번째는 식물 키우는 방법이고, 두 번째는 직접 만들어 보는 식물 인테리어 DIY 방법이고, 세 번째는 화초 없이 완성하는 그린 라이프(초록색으로 집 꾸미기 방법), 마지막으로 네 번째는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그린 테라피(에센셜 오일, 허브티) 방법이 나와 있어요.

우선 초보자를 위한 기초 상식부터 알아야 즐겁게 식물 키우기를 할 수 있어요.

식물은 사람을 닮았어요. 물과 영양분, 빛 그리고 애정이 필요한 생명체라는 점. 한 가지만 염두에 두면 식물과 단짝이 될 수 있대요. 그건 바로 식물들도 저마다 성격이 다르다는 점이에요. 식물의 특성에 알맞게 돌봐줘야 무럭무럭 잘 자란다는 점. 저희 집은 유독 물 주기에 집착하는 사람이 있어서 늘 그 문제로 투닥거리고 있어요. 화분을 들였다 하면 지나치게 물을 많이 줘서 제대로 키우지 못하고 있어요. 늘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고, 적당한 관심과 애정이 식물 키우기의 핵심인 것 같아요.

혹시나 식물을 내버려 둔 채 집을 비우는 일이 없도록, 누군가 식물을 돌볼 수 있도록 챙겨야 한다는 것. 식물도 살아 있는 생명체라는 점을 항상 기억해야 될 것 같아요.


초보자들이 키우기 쉬운 식물들은 칼라테아 메달리온, 점무늬베고니아, 피토니아, 오름깃고사리, 몬스테라, 에스키난서스, 녹영 등이 있어요. 이름은 낯설지만 식물을 보면, '아하!'라고 알아볼 만한 친근한 식물들이에요. 대부분 화분 채로 구입하기 때문에 식물이 자라면 분갈이를 해줘야 해요. 책에 분갈이 시기를 판단하는 법과 분갈이 방법이 자세히 나와 있어요. 꺾꽂이는 식물을 손쉽게 번식시키는 방법인데 식물의 생장기에 해야 성공 가능성이 크니까 봄에 하면 좋대요. 꺾꽂이 방법은 깨끗한 칼이나 가위로 줄기를 비스듬히 잘라 물이 조금 담긴 병에 담궈 두면 돼요. 뿌리가 3cm 이상 자라면 흙에 옮겨 심으면 돼요.


선인장과 다육 식물 키우는 방법은 기초 상식만 지키면 된다고 해요.

물, 빛, 분갈이는 지켜야 할 세 가지이고, 물 고임, 과습, 춥고 어두운 곳은 피해야 할 세 가지예요.

일반적으로 흙이 바짝 말랐을 때 물을 주면 되는데, 물을 줄 땐 화분을 흠뻑 적실 정도로 듬뿍 줄 것. 물은 적게 마셔도 해는 충분히 봐야 하는 식물이니까 해가 잘 드는 창턱이나 베란다에 둘 것. 다른 화초처럼 2~3년에 한 번씩 분갈이를 할 것. 반대로 물 고임은 선인장과 다육식물에게 치명적이니 반드시 배수 구멍이 있어 물 빠짐이 좋은 화분을 사용할 것. 물을 굶겼다면 쉽게 만회할 수 있지만 물을 지나치게 줬다면 종종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된다는 것. 저희 집처럼 물 주기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선인장 키우기가 정말 힘들어요. 물 주기 좋아하는 사람은 화초 말고 콩나물 키우기 추천이요. 선인장은 부엌이나 욕실처럼 너무 습한 장소는 좋지 않아요. 또한 어둡고 추운 곳을 견디지 못하니까 볕이 잘 드는 곳에 둘 것.


식물 인테리어에 관한 내용은 거의 감탄사를 내뱉으면서 봤어요. 

테라리움이란 프랑스에 테라리움 공방 겸 가게인 그린 팩토리를 운영하는 노암 레비의 작품이라고 해요. 테라리움은 작은 공간 안에 자급자족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주는 작업이에요. 투명한 유리병 안에 파릇파릇 식물이 자란다는 게 신기하고 아름다워요. 굉장히 멋진 테라리움, 직접 시도하기에 부담스럽다면 식물 표본으로 다양한 인테리어 소품을 만드는 방법도 나와 있어요. 물론 약간의 솜씨가 필요한 작업이지만 간단한 구조물로 꾸미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오호, 마크라메~ 한 번 배워보고 싶었던 아이템인데, 책 속에 기본 매듭 만드는 방법과 플랜트 행어 만드는 방법까지 나와 있어서 정말 좋네요.


도저히 화초를 키울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그린 라이프 방법은 초록색으로 집을 꾸미는 거예요. 컬러리스트가 제안하는 색상 매치법을 참고하여 집안 곳곳을 초록색으로 꾸밀 수 있어요. 천연 염색이나 식물 세밀화, 식물 자수 액자 등 초록색 느낌을 풍기는 소품들을 활용할 수도 있어요. 

마지막으로 그린 테라피는 식물에서 추출한 에센셜 오일 사용법과 허브티 정보가 나와 있어요. 둘다 제가 좋아해서 늘 애용하고 있어요. 예민한 피부에 좋은 에센셜 오일과 몸에 좋은 허브티로 건강을 챙길 수 있어요.

플랜토피아라는 제목처럼 우리 삶을 싱그러운 식물들과 함께, 아름답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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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씨,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요? - 생각의 동반자, 소크라테스와 함께하는 철학 수업
허유선 지음 / 믹스커피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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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라고 하면 누가 떠오르나요?


철학을 전공하지 않아도, "너 자신을 알라"라고 말했던 철학자가 누군지는 다들 알 거예요.

사실 어릴 때는 철학을 왜 배우는지 잘 몰랐어요. 그런데 살아보니 알겠더라고요.

학문으로서의 철학이 아니라 삶의 철학은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니까.


<소크라테스 씨,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요?>는 철학 초심자를 위한 안내서라고 할 수 있어요.

저자는 철학이 무엇인지, 소크라테스는 누구인지, 스크라테스 철학이 어떻게 우리 삶에 적용되는지... 일일이 설명해주지 않아요.

대신에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으로 철학 수업을 받을 수 있게 해줘요. 물론 우리가 직접 받는 게 아니라 철학도 트라이가 등장해 고대 그리스 아테네로 시간 여행을 떠나게 돼요.

먼저 철학도 트라이는 '시공을 뛰어넘는 철학 수업 신청서'을 작성하는데, 그 신청서를 살짝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아요.


신청 사유를 두 가지 이상 적어야 해요. 신청인은 자발적으로 해당 과정과 선생님을 선택할 수 있어요. 오리엔테이션 기간 내에 선생님을 2회 변경할 수 있어요. 해당 과정을 전부 이수하지 않아도, 원한다면 언제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어요. 

이것이 바로 시공을 뛰어넘는 철학 수업의 매력인 것 같아요. 철학도 트라이는 휘리릭~ 고대 그리스 아테네로 시간 여행을 떠나고, 곧바로 오리엔테이션에서 소크라테스 선생님을 만나게 돼요. 여기서 소크라테스 선생님의 예리한 질문이 나와요.


소크라테스  :  "트라이님은 '문제'라는 것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39p)


자, 어떤가요? 소크라테스식 대화는 이런 식으로 진행이 되고 있어요. 대부분 스승에게 물음을 던져 답을 얻고자 하지만 스승은 다시 그 질문을 던지면서 스스로 생각하게 이끌어주고 있어요. 역시나 처음부터 철학의 핵심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어요. 문제를 무엇으로 인식하고 있는지, 각자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급급해서 정작 문제의 본질을 놓치고 있어요. 만약 나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면 막막해서 아무 말도 못했을 것 같아요. 그러면 긴 침묵 끝에 수업이 끝났을지도 모르겠네요.

다행히 우리에겐 철학도 트라이가 있다는 것.

철학자 트라이는 매우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여 소크라테스 이외에 여러 철학자들을 만나 다양한 대화를 나누고 있어요. 그 대화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각자 자신과의 대화를 시도할 수 있어요. 처음에 작성한 신청서 내용처럼 우리는 언제든 수업을 멈추고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어요. 중요한 건 무지를 인정하는 태도예요. 그래야 배울 수 있고, 개선할 수 있어요. 나의 문제를 검토하는 철학적 사유의 프로세스가 한 눈에 볼 수 있게 정리되어 있어요. 오호, 논증적 사고라는 도구를 이용하니 뭔가 똑똑해지는 기분인 걸.

철학 수업은 대화법 이외에도 추가적인 설명이 나와 있어요. 또한 각각의 수업마다 핵심내용이 정리되어 있어서 배운 내용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어요.

우리는 소크라테스처럼 살 수 있을까요?

고민할 필요 없어요. 소크라테스의 삶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삶을 살면 돼요. 소크라테스 철학은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는 것이니까, 스스로 생각하면서 생각하는 대로 살면 되는 거예요. 이제부터 나 자신과의 대화를 멈추지 않고 나아갈 것.


소크라테스에게 "너 자신(영혼)을 알라."라는 말은 우리가 자기 자신을 잘 모르고 있다는 단순한 경고가 아니었다.

이 말은 우리 자신이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지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고 있는지를 살피고,

그렇게 살아갈 수 있도록 스스로를 돌보라는 요청이었다.

... 소크라테스는 부단히 '인간에게 가치 있는 삶이 무엇인가?'를 문제 삼았다.

20세기 프랑스의 철학자 미셀 푸고는 이러한 자기 돌봄의 관심과 태도야말로 철학의 정수인 '삶의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244-245p)


"세계를 움직이고 싶다면, 나부터 움직이자."

    - 소크라테스   (28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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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 식객이 뽑은 진짜 맛집 200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1
허영만.TV조선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제작팀 지음 / 가디언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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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이 책으로 나왔어요.

2020년 5월 14일, 식객의 여행 1주년 기념으로 출간된 이 책에는 전국의 진짜 맛집 200곳의 정보가 담겨 있어요.

1회 강진 편부터 45회 강릉 편까지 소개된 식당들 중에서 식객 허영만 님이 뽑은 곳들만 소개한 맛집 정보집이라고 할 수 있어요.

책의 내용을 보면 지역별로 나누어, 맛집의 위치, 전화번호, 운영시간, 주요 메뉴와 특이 사항들이 간략하게 정리되어 있어요.

아무래도 서울이 가장 많이 소개되어 있어요. 충무로, 서대문, 망원/ 합정, 용산, 여의도, 종로, 을지로, 남산, 성북, 동묘/ 동대문, 서촌, 신사동, 광진, 이태원까지 메뉴도 정말 다양해요. 그 중에서 서대문구 충정로에 위치한 철길 떡볶이집은 의외의 맛집인 것 같아요. 기본적인 백반 메뉴가 아니라 분식인데, 이곳은 2대째 47년을 이어온 노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요. 왠지 떡볶이집은 학창 시절의 추억이 떠오르는 장소라서, 가본 적 없는 그곳마저도 정겹게 느껴지네요.

얼마 전, 남산 근처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매우 맛이 없어서 얼마나 속상하던지...

만약 이 책이 있었다면 당연히 맛집을 찾아 갔을텐데, 아쉬운 마음에 남산의 맛집을 찾아봤더니 제가 좋아하는 콩국수 메뉴가 있더라고요.

원래 주요메뉴는 손칼국수와 보쌈인데, 계절 메뉴로 여름에는 콩국수가 나온다네요. 우와, 뾰얀 우유빛 콩국물~ 얼음 동동 시원하게 후르륵 마시고 싶네요.


평소에는 "오늘 뭐 먹지?"라는 말이 대수롭지 않았는데,

이 책을 보고나니, "뭘 먹지?"라는 말과 함께 전국 맛집들이 촤르르, 펼쳐지면서 기대감이 생겼어요.

무엇보다도 전국에 숨어 있는 노포를 알게 된 것이 큰 수확인 것 같아요.

요즘처럼 모든 것이 빠르게 바뀌는 세상에서, 단골집 개념도 거의 사라졌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여전히 어딘가에 숨은 맛집, 오래도록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노포가 존재한다는 게 좋았어요. 사람 입맛이라는 게 어릴 때 결정되는 것이라서, 제 입맛의 대부분은 어머니의 손맛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 같아요. 

낯선 식당에서 어머니의 손맛, 정성이 담긴 밥상을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에요. 그래도 오랜 전통을 가진 노포 맛집이라면 그 세월만큼의 정성과 노력이 담긴 밥상이라고 생각해요. 


이 책에서는 식객 허영만 님의 맛깔스러운 이야기는 생략되었지만 앞으로도 백반 기행은 계속된다고 하니, 다음에는 그 이야기도 들려줬으면 좋겠어요.

다들 주말에는 맛집을 찾아 자유롭게 떠날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모두가 건강하게 맛있는 한 끼, 꼬박꼬박 잘 챙겨 먹으면서 힘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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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만 사는 여자 - 숙취로 시작해 만취로 끝나는 극동아시아 싫존주의자의 술땀눈물
성영주 지음 / 허들링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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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꼭 해야 하는 일 이외에 순수하게 열정을 쏟는 일이 있나요?

여기, 숙취로 시작해 만취로 끝나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오늘만 사는 여자>라고 하네요.

저자 왈, 이 책은 비범하게 술 먹고 평범하게 일하는 여자의 이야기라고요.

세상에서 하지 말아야 할 자랑이 술 잘 마신다는 건데, 저자는 일주일 음주 횟수10회 (주7회에 낮술 3회 더하기)라니 입이 떡 벌어질 만한 주량이네요.

얼마나 애주가인지, 10년 전부터 매일 새벽 운동을 시작한 이유가 다 술을 마시기 위해서라네요.

밤늦게까지 술을 마셔도 다음날 지각은커녕 칼 같이 출근하는 아침형 인간인 된 것도 다 먹고 살기 위해서라고...


"직장생활이란 그런 것 같다. 남의 일이라 쉽게 평가할 수 있는 자리.

짧은 기간에 이직이 많으면 적응에 문제가 있다고, 이직 없이 쭉 한 곳에 오래 있으면 능력이 없다고 떠들며

각자의 기준에서 하자를 찾아낸다. 그러나 1년 못 채워 이직이든 3년 후 퇴사든 혹은 10년, 20년 근속이든

숫자로 설명되는 당연함이나 마땅함은 없을 것 같다.

여기저기 널을 뛰든 한곳에서 주구장창이든, 전자보다 후자가 딱히 나을 것도 또 딱히 부끄러울 것도 없다.

그저 각자의 숫자가, 그 안에 각자의 필요와 충분이 있을 뿐." 

     - <나는 나만의 숫자가 있다> 중에서 (82-83p)


대한민국 직장인들 중에서 마음 편히 일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네요.

직장 내 괴롭힘까지 등장하는 세상이니, 이만저만 살기 위해 일하느라 스트레스 받고, 못 견뎌 쓰러지고... 

그러니 더 이상 죽어라 일하지는 말자고요. 저자는 거기에 추가로, 죽어라 술은 먹을 수 있다나 뭐라나~

술로 스트레스 푸는 건 몸에 해롭지만, 저자의 경우처럼 완전 좋아서 마시는 술은 인생의 즐거움이니 건강 문제는 알아서 관리하는 걸로.

누구든지 신나게 술 푸는 사람에게 태클 걸지 말기. 단 남한테 피해주기 없기.


동인문학상 수상작 《안녕 주정뱅이》를 쓴 권여선 작가를 인터뷰 했을 때 무릎을 쳤던 대목이 있다.

"나를 그나마 인간답게 만든 것이 술, 그리고 글쓰기예요. 

그 두 개가 없었으면 나는 아마 아주 재수 없는, 지만 잘난 줄 아는 인간이었을 거야." 

감히 공감한다.

...

극소수 중에서도 극적으로 적은 내 팬을 만났던 날, 나는 아주 기분 좋게 취했다.

무엇 하나 마음에 들지 않았던 그 즈음의 나는, 

술 먹고 취하고 깼다가 또 취하고 스스로 엉망진창이라 여기던 당시의 나는,

그 팬의 칭찬 하나로 문득 꽤 괜찮게 살고 있다고 느꼈다.

일순간 내가 했던 모든 헛된 일이, 헛되고 헛되다 자조했던

그 모든 일이 한 개도 헛되지 않고 반짝거렸다.

  - <누가 내 팬, 아니 내 편이래> 중에서 (122p)


오늘만 사는 여자를 응원해요. 

더 많은 여자들이 자기 목소리로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기를 바라니까요.

다함께 건배를 들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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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준비해온 대답 - 김영하의 시칠리아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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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작가님의 신작 『여행의 이유』는 아직 읽지 못했어요.

그보다 먼저 『오래 준비해온 대답』을 읽고 싶었거든요.

제목이 주는 힘이 컸어요.

마치 그 오래 준비해온 대답을 기다렸던 것처럼, 이 책을 꼭 읽어야겠구나 생각했어요.

역시나 읽자마자, '그래, 이거야.'라고 느꼈어요.


10년 전... EBS 여행 프로그램 프로듀서가 나를 찾아와 어디로 여행하고 싶으냐고 묻고

나는 마치 '오래 준비해온 대답'처럼 시칠리아라고 대답하는 장면.

생각해보면 내 많은 여행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 프롤로그, <언젠가 시칠리아에서 길을 잃을 당신에게> 2020년 4월 김영하


이 책은 10년 전 출간된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의 개정판이지만, 그때와는 다른점이 있어요.

저자는 다시금 10년 전 원고를 고치고 다듬다가, '오래 준비해온 대답'이라는 문구에 눈길이 머물렀다고 해요.

자신이 쓴 글을 통해 잊고 있던 시칠리아 여행이 떠올랐고, 그 여행이 마치 예정된 운명의 실현처럼 느껴졌다는 것.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아요. 우리는 종종 과거를 통해 자신의 운명을 확인할 때가 있어요. 당시에는 미처 몰랐던 운명의 조각들이 합쳐져서 선명한 그림이 완성되고, 그것이 바로 현재의 나를 만들었구나,라고 깨닫는 거죠.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을 '과거의 내가 보내온 편지'라고 표현했어요. 

저한테 가장 와닿는 문구는...


'어느새' 나는 이런 인간이 되어 있었다.  (30p)


나이가 들면서 종종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어느새... 이런 나를 발견하는 일. 

오늘도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삶을 산다고, 나는 늘 나였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많은 게 바뀌었다는 걸 알아채지 못했던 거예요.

여행이란, '나는 이런 인간이구나'라는 걸 느끼게 해주는 인생 수업 같아요.

그곳이 어디인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느냐가 훨씬 더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마지막으로 이 여행이 어땠는지를 결정하는 건 '사람'인 것 같아요.


시칠리아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여행 정보 대신에 여행자의 마음을 보여주고 있어요.

물론 이 책 덕분에 시칠리아가 이탈리아 지도에서 장화 코 앞쪽으로 연결된 섬이란 걸 알게 됐어요. 이탈리아 본토에서 시칠리아로 들어가려면 우선 기차가 있어야 하고 그 기차를 실어나를 페리가 있어야 하고 다시 그것을 내려 육지의 선로로 연결해줄 노동자들이 있어야 하는데, 저자가 여행할 당시에는 바로 그 구간에서 파업이 발생해 엄청 고생을 했대요. 시칠리아로 가는 여정은 힘들었지만 맛있는 음식과 거칠고 순박한 사람들, 오래된 유적과 어지러운 거리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저자에게 시칠리아는 현재의 삶을 있는 그대로 즐기는 법을 가르쳐주었다고 해요.

개정판에는 원래의 판본에서 누락되었던, 시칠리아에서 직접 요리해먹었던 현지음식 요리법이 추가되었어요. 먹는 즐거움, 인생에서 절대로 빼놓을 순 없죠.


노토 사람들은 먹는 문제에 대해 대단히 진지하다, 라고 『론리플래닛』시칠리아편의 저자는 적고 있다.

그것은 사실이다. 나는 시칠리아의 최고의 음식들을 노토에서 먹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

노트를 떠난 지 한참이 지난 지금에서야 나는 묻는다.

왜 노토 사람들은 그토록 먹는 문제에 진지해진 것일까. 

혹시 그것은 그들이 삼백 년 전의 대지진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후손이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사하라의 열풍이 불어오는 뜨거운 광장에서 달콤한 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을 먹는 즐거움을 왜 훗날로 미뤄야 한단 말인가?

죽음이 내일 방문을 노크할지도 모르는 일이 아닌가.

죽음을 기억하라는 메멘토 모리 Memento Mori 와 현재를 즐기라는 카르페 디엠 Carpe Diem 은 어쩌면 같은 말일지도 모른다.

       (244-24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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