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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문장
권경자 지음 / 원앤원북스 / 2020년 7월
평점 :
영화를 봐도 수많은 장면 중에 유독 강렬하게 남는 명장면이 있듯이.
고전을 읽다보면 크게 와닿는 인생 문장이 있어요.
<인생 문장>은 고전 속 한 줄을 소개하고, 저자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에요.
책 표지에 "동양철학에서 배우는 하루 한 줄 인생 수업"이라고 적혀 있어요.
과연 그럴까, 라는 의구심이 든다면 한 장만 읽어보시길.
아마 책 속에서 자신만의 인생 문장을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솔직히 고전 한 줄보다 저자의 이야기에서 더 큰 공감을 했어요.
똑같은 문장을 읽더라도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체득하는 건 각자의 역량인 것 같아요.
저자는 딱딱하고 어려운 문장을 소화하기 쉽도록, 일상적인 경험과 예시를 통해 알려주고 있어요.
마음을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知心能畿人 지심능기인
SNS 속 사람들은 참으로 친절합니다. 작은 일에도 공감하고 감동하며 칭찬해주고 위로해주는 등 따뜻함이 넘치지요.
그런데 막상 현실로 돌아오면 그런 사람을 만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도대체 SNS 속에 둥지를 튼 사람들을 현실에서 보기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상 세계인 SNS는 내가 보고 싶고 너에게 보이고 싶은 것만 보는 곳입니다.
...
1994년이 배경인 영화 <벌새>에는 중학생인 은희가 나옵니다.
그녀는 학교와 가정에서 수시로 일어나는 폭력을 무심히 견디며 상처를 껴안은 채 성장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었지요.
부모님의 무관심, 오빠가 행사하는 폭력, 대학만을 강조하며 행하는 선생님의 언어폭력을 당연하게 여기는 은희.
하지만 한문학원에서 만난 영지 선생님은 달랐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선생님은 칠판에 '상식만천하 相識滿天下 지심능가인 知心能畿人' ♣ 이라는 문장을 적으면서 묻지요.
서로 얼굴을 아는 사람은 천하에 가득하지만, 마음을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항상 붙어 다니던 친구도, 자신을 따르던 후배도, 무심한 가족도 은희가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몰랐고 알려고 하지 않았지요.
그러면서도 안다고 여겼기에 은희의 상처는 깊어졌습니다.
계속 덧났지만 겉은 멀쩡해서 더 이상 버틸 수 없음을 아무도 몰랐지요.
결국 무너져버린 성수대교도 그랬습니다.
영지 선생님이 써놓은 이 문장은 우리, 그리고 우리 사회에 던진 질문이기도 하죠.
얼굴을 안다고, 따뜻한 글을 쓴다고, 댓글로 위로한다고 과연 마음까지 알 수 있을까요?
♣ 『명심보감』「교우」
(21-23p)
책에 나온 내용을 그대로 옮긴 이유는, 이 글을 읽으면서 제가 느낀 감정을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그래, 맞아."라는 공감 외에 달리 표현할 말을 찾지 못했거든요.
저 역시 영화 <벌새>를 보면서 은희의 시선에서 답답하고 외로운 현실을 느꼈어요. 그런데 영지 선생님이 칠판에 적은 문장은 까맣게 잊고 있었어요.
이 책에서 그 문장과 영화 이야기를 보면서 깨달았어요.
아하, 한 권의 책 혹은 한 문장이 누군가에게는 영지 선생님이 될 수 있겠구나.
가상 세계든 현실이든 책이든 마음을 나눌 수 있다면 사람들은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살게 하는 힘, 살아내는 힘.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마음을 나눌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공감의 힘인 것 같아요.
당장 내 곁에 마음 나눌 사람이 없다고 실망하지 말고, 책을 읽어보세요.
놀랍게도 책 속에는 내 마음과 똑같은, 이심전심 이야기들을 꽤 많이 만날 수 있거든요. 위로가 되고, 용기를 낼 수 있어요.
특히 고전은, 읽으면 읽을수록 깊게 우러나는 깨달음과 지혜가 담겨 있어요.
마지막으로 지금처럼 힘든 시기에 강력한 힘을 주는 인생 문장을 전하고 싶어요.
한계에 부닥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며 통하면 오래간다
窮即變 變即通 通即久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
♣ 『주역 』 「계사전 하」 (324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