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랬듯이 길을 찾아낼 것이다 - 폭력의 시대를 넘는 페미니즘의 응답
권김현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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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스페셜 597회 ~ 599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 3부작을 봤어요.

그때 영화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가 나왔어요.

실제 재판을 모티브로 한 이 영화는, 성폭행을 시도하던 남성이 여성의 방어로 혀가 절단되었고, 피해 여성은 '과잉방어'로 구속됐어요.

영화 속 법정에 선 여성은 "법이 보호할 가치가 있는 정조만을 보호한다면 법은 보호할 가치가 있는 혀만을 보호하라."라고 항변했어요.

저 역시 이 영화를 보면서 울분을 느꼈던 기억이 나요. 그러나 이후에도 대한민국은 바뀌지 않았어요.

아직도 피해 여성에게 정조를 언급하는 판사가 있다니, 개탄스러울 지경이에요.


미투 운동 이후 무엇이 바뀌었나요.

사회가 변하려면 우리 자신이 먼저 변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오랫동안 계속되어온 침묵을 깼다는 건 정말 놀라운 변화였어요.

다만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늘 그랬듯이 길을 찾아낼 것이다>라는 책은 폭력의 시대를 넘는 페미니즘의 응답이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지금- 여기,

새로운 상식이 된 페미니즘은 어디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이 책 속에 담겨 있어요.

저자는 이 책을 읽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구시대의 마지막 목격자'가 되어주길 바라고 있어요.


사회에 만연된 성차별, 성폭력 현상의 이면을 살피고 분석한 글들을 통해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됐어요.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대규모 성접대 사건의 주인공들은 검찰이었다는 것.

뇌물수수 혐의 부패비리 검사들은 모두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는 것.

특권층, 즉 검사들의 범죄적 행동들이 용인되어 왔다는 것.

미투 운동 2년 후인 지금, 대중적 관심과 지지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새로운 분기점이 필요하다는 것.



...불법촬영 및 비동의 유포 범죄자 중 56.5%가 300~700만 원 정도의 벌금형을 받았고,

30.3%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으며, 징역형 763건 중 선고유예가 463건으로 나타났다.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 <2020 성범죄백서>, 법무부,2020,161쪽]

법원의 낮은 형량과 범죄자에 대한 온정주의는 형사처벌을 통한 범죄억제기능을 마비시켰다.

텔레그램 성착취 문제에 공분한 이들은 이 문제를 다음과 같은 해시태그로 표현했다.

'N번방은 판결을 먹고 자랐다.' 더없이 정확한 진단이었다.  (71p)


포르노 중독의 특징으로 자주 언급되는 것이 폭력에 대한 통각이 둔감해지고 

자신과 다른 존재인 타자에 대한 이해가 극단적으로 줄어드는 현상이다.

... 그들은 어느 순간부터 여성을 살아 있는 인간으로 대하는 데 실패했다.

그리고 특정인과의 관계를 내세움으로서 자신들의 위치를 확인했다.

... 이들에게 쾌락을 제공해주는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바로 관전자들의 환호가 아니었을까?

이 연대기를 쓰면서 한 가지만은 분명해졌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 그다음이 '있다'면,

우리에게 인간성이라는 것이 남아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77-7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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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만난 도시의 미래 -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재생 이야기
김정후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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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스의 도시, 런던.

당신에게 런던은 어떤 도시인가요?


<런던에서 만난 도시의 미래>는 도시 재생의 출발지로서 런던을 보여주는 책이에요.

굉장히 낯설면서도 색다른 관점이라 흥미로웠어요.

똑같은 런던이지만 무엇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공간을 경험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저자는 건축가이자 도시사회학자로서, 최근에는 한국과 영국을 오가며 서울시를 포함해 지방자치단체의 도시·건축·디자인 정책과 프로젝트를 자문하고,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해요. 이 책은 런던 도시 재생의 사례 10곳을 소개하고 있어요.

사우스 뱅크, 테이트 모던, 밀레니엄 브리지, 런던 시청, 샤드 템스, 파터노스터 광장, 올드 스피탈필즈 마켓, 브런즈윅 센터, 런던 브리지역, 킹스 크로스.

런던 도시 재생 사례에 주목하는 이유는 성공한 사례여서가 아니라 시행착오를 극복하는 과정 자체가 교훈적인 사례라고 봤기 때문이에요.

런던을 통해 우리 도시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기 때문이에요.


우선 도시 재생이란 무엇일까요.

도시의 쇠퇴는 필연적이므로, 이를 정확히 이해하고, 바른 해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요.

그런 의미에서 도시재생은 '소외된 공간에 온기를 불어넣는 작업'(31p)이라고 표현하고 있어요.

한마디로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에요.


책 표지 사진은 세인트 폴 대성당을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공간인 밀레니엄 브리지예요.

곧게 뻗은 다리 모습이 마치 새로운 세계로 들어간 입구 같은 신비로운 느낌을 주고 있어요.

최고 수준의 디테일을 적용한 밀레니엄 브리지는 다리이지만 거리의 연장이라고 느낄 정도로 기존 거리와 완벽하게 결합되어 있어요. 보행자는 아무런 경계를 느끼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거리에서 다리로 이동할 수 있어요. 덕분에 피터스 힐 아래쪽에 자리한 강변 산책로가 활성화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해요. 또한 다리가 연결된 기존의 강변 계단에는 휴식공간이 마련되어 있어요. 피터스 힐과 밀레니엄 브리지로 연결된 강북의 시티 지역과 강남의 서더크 지역의 변화는 관광객뿐 아니라 런던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끼쳤어요. 피터스 힐은 이제 런던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왕래하는 거리가 되었을뿐 아니라 편안한 휴식공간이자 설치 조각을 위한 훌륭한 야외 전시공간으로 변모했어요.

밀레니엄 브리지는 21세기 런던의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을 이끄는 대표 사례라고 볼 수 있어요.

신기하고 놀라운 변화인 것 같아요. 

런던은 도시 재생을 거치면서 진화하고 있어요. 따라서 런던의 재생 과정을 들여다보는 일은 우리 도시의 재생을 위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어요. 그러나 일반인 관점에서는 런던이라는 도시의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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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살게 하는 치유 글쓰기의 힘
김인숙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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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살게 하는 치유 글쓰기의 힘>은 김인숙 님의 에세이예요.

이 책은 글쓰기가 어떻게 삶의 힘이 되는지, 저자 본인의 이야기를 통해 알려주고 있어요.

저자는 22살이 되는 생일날에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다고 해요.

그 순간 충격에 아무 말도 못하고 눈물만 흘러내렸대요.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요.

수술대 위에 누워서 기다리는 아주 짧은 시간에 살아온 22년의 시간이 한 편의 영화 필름처럼 스쳐 지나가면서,

'왜 나만 아파야 하는 거야? 난 왜 행복하면 안 되는 거야?'라며 원망의 마음이 컸다고 해요.

한참 후에 알게 됐대요. 자꾸 '왜'라는 말을 하면 할수록 더 아프다는 걸, 상처는 나만 받는 게 아니라는 걸. 고통을 그대로 인정하면 된다는 걸.


안드레아스 크누프의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나에게》(걷는나무, 2017)에는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Smile mask syndrome)​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고 해요.

고통을 마주하고 싶지 않아서, 안 좋은 감정들을 모조리 숨겨두고 겉으로 웃는,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뜻한다고 하네요.

저자는 이 책을 읽으면서 매우 공감했다고 해요. 나를 중심에 두지 않고 타인에게 맞춰 사느라 정작 나를 바라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거예요. 완벽하지 않은 나, 실수투성이인 나를 인정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에요. 하지만 누구나 완벽할 수는 없어요. 그래서 완벽하지 않은 나에게 다가가 이야기를 건네는 시간, 즉 글을 쓰는 시간이 필요한 거예요.


저자는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치유의 기적을 체험했다고 해요.

과거에는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던 사람이었고, 사소한 일에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낼 때가 많았다고 해요.

남편과 두 아들, 두 딸까지 여섯 식구가 저자의 눈치를 볼 정도로 한 번 화가 나기 시작하면 멈추기 어려울 정도였대요.

그런데 나를 들여다보면서 내 안의 진짜 나를 찾다보니, 모든 문제는 내 안에 있었음을 인지하기 시작했대요. 글쓰기를 통해 나를 인정해주고 가치 있는 존재라는 마음을 느끼게 해주었다고. 누군가에게 상처받은 나에서 그냥 나로 살아갈 수 있게 해주었다고.

이것이 바로 '나로 살게 하는 치유 글쓰기의 힘'이었다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어요. 이 책은 치유 글쓰기의 기적으로 완성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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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개가 보기엔 말이야 - 심리치료사의 반려견 야콥이 전하는 행복 이야기
톰 디스브록.야콥 지음, 마정현 옮김 / 황소걸음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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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개를 빗대 욕하는 경우가 있어요.

개 같은...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면 개 야콥을 통해 개멋짐을 알게 될 거예요.

인간보다 개가 훨씬 더 인생을 즐길 줄 안다는 사실에 놀랄지도 모르겠네요.


저자 톰 디스브록은 심리학자, 심리치료사, 신경학과 긍정심리학을 기반으로 여러 책을 쓴 인기 작가라고 해요.

과거에 꿈꾸던 것을 40대 중반에 거의 다 이룬 그는 삶이 만족스럽지 않아서, (와, 이럴 때 우리는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표현하죠.)

50번째 생일즈음 크리스마스를 전후한 3주 동안의 인도 여행을 떠났어요. (습하고 추운 겨울에 따뜻한 나라로 여행갈 수 있다니, 부럽구만.)

남인도의 지상낙원 바르칼라에서 그는, 태어난지 넉 달 정도밖에 안 돼 보이는 작은 개 한 마리를 만났어요. (오호, 신기한 인연이네.)

그리고 사랑에 빠졌죠. (휴가 내내 함께 보냈다면 말 다했지.)

독일로 돌아온 그는 작은 친구를 잊지 못했고, 이곳으로 데려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죽을 때까지 후회할 거라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엄청나게 복잡하고 수많은 행정절차를 거쳐 독일로 데려올 수 있었어요. 

몹시 힘든 시간이었는데, 어느새 중년의 위기는 싹 잊어버렸어요. (고난과 역경이 사랑을 더욱 굳건하게 한다더니.)

남인도 바닷가의 떠돌이 개는 어느날 갑자기 함부르크라는 도시로 날아와 야콥이라고 불리게 됐어요.


이 책은 심리치료사 톰과 반려견 야콥의 대화를 담고 있어요.

앗, 개가 말을 한다고? (설마, 세상에 이런 일이, 뭐 이런 내용으로 생각하는 건 아니죠?)

글쎄, 개가 보기엔 말이야!

음, 반려견 야콥의 생각을 인간의 언어로 옮겨 적었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 책은 톰과 야콥의 대화록이에요.

개의 시점에서 바라보니, 인간은 참 이상한 동물인 것 같아요.

행복하고 싶다면서 왜 엉뚱하게 반대로 행동하는 걸까요.

우리는 왜 자신의 행복에 걸림돌이 되는 걸까요.

잘못된 점들을 지적하고 탓하자는 게 아니라, 스스로 어떤 걸림돌이 있는지를 제대로 아는 것부터가 시작인 것 같아요.

그리고 야콥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면 알게 될 거예요. 개처럼 생각하고, 사는 것도 괜찮겠다는 걸.

우리는 늘 삶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고 투덜대지만, 결국은 단순해져야 행복이 들어올 틈이 생기더라고요.

톰의 인생에 야콥이 찾아왔듯이.



● 야콥 : 난 날마다 중요한 건 내가 할 수 있는 한 다 하는데.

◎ 톰 : 맞아, 개들은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거라면 결코 미루는 법이 없지.

● 야콥 : 너희는 미루는 게 일이고. 맞지?

◎ 톰 : 그래...

● 야콥 : 파울라처럼 시간이 얼마나 안 남았는데도 미루기만 하잖아.

◎ 톰 : <만일 내가 다시 한 번 살 수 있다면>이라는 시가 있어. 시인은 죽음을 눈앞에 두고 무엇을 할지 하나하나 이야기하지.

● 야콥 : 어떤 건데?

◎ 톰 : 긴장을 풀고, 완벽해지려고 노력하지 않기. 

더 미친 듯이 살고, 강에서 수영하고, 석양을 더 많이 바라보고, 여름 내내 맨발로 걷기를 많이 할 거라고 적었어.

● 야콥 : 어려운 일이 아니잖아?

◎ 톰 : 아니지.

● 야콥 : 정말 이상하다니까...

    (60-61p)


● 야콥 : 넌 내가 게으르고, 우유부단하고, 이기적이라고 생각해?

◎ 톰 : 진심을 알고 싶어?

● 야콥 : 어.

◎ 톰 : 너는 개잖아. 그래서 넌 무엇보다 먼저 재미가 있는지, 맛있는 음식을 먹는지 생각해.

어떻게 해서라도 잠잘 기회를 놓치지 않고. 겸손과는 거리가 있지.

● 야콥 : 그래서 날 이상하게 보는 거야?

◎ 톰 : 말도 안 돼! 난 네 모습 그대로가 좋아. 덕분에 내가 잘 지내고.

● 야콥 : 모든 인간이 조금이라도 개처럼 되면 어떨까?  더 게으르고, 덜 우유부단하고, 더 이기적이고, 보상에 대해 더 생각하고.

◎ 톰 : 글쎄... 오직 자기 행복을 생각하는 데 익숙한 사람도 있어. 하지만 내가 아는 대다수 사람에겐 '개처럼 생각하기'가 분명 커다란 효과가 있을 거 같아.

   (120-12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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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7 (리커버 에디션, 양장)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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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버 에디션, 정말 멋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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