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여년 : 오래된 신세계 - 상1 - 시간을 넘어온 손님
묘니 지음, 이기용 옮김 / 이연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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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여년>은 무협 판타지 소설이에요.

중국 화제의 드라마 <경여년>의 원작소설이라고 하네요.

우와, 어쩐지 '오래된 신세계' 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렸네요. 

타임머신, 타임슬립 등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판타지가 워낙 많다보니, 주인공처럼 시간여행자가 되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어요.

상상 자체는 재미있지만 딱히 주인공이 되고 싶은 마음은 안 들더라고요. 그 이유는 시공간만 달라졌을 뿐 '나'라는 존재는 똑같기 때문이에요.

그냥 평범한 '나'로 살 것 같으면 어떤 시공간이든 별 차이가 없을 것 같아서.

만약 갑자기 특별한 능력이 생겨난다면, 이건 좀 끌릴 것 같아요.

바로 <경여년>의 주인공 판시엔처럼 말이죠.


주인공 판시엔(范愼 , 범신)은 중증근무력증을 앓고 있는 환자예요. 이제 눈꺼풀조차 겨우 뜰 정도로 온몸이 야윈 상태예요. 

어느 날, 적막한 밤에 판시엔은 자기 목구멍 속 근육이 조금씩 힘을 잃어가고, 모든 근육에 붙어 있는 탄력이 차례로 사라져가는 걸 느꼈어요.

이렇게 죽는구나, 라는 순간에 눈이 번쩍 뜨이더니 시야가 넓어졌어요. 좋아진 시력으로 바라보니 가로 무늬 대나무 살 사이로 무시무시한 잠연들이 보였어요. 검은 옷을 입은 살수들이 뾰족한 무기를 들고 그의 앞으로 달려오고 있었어요. 뭐지, 이건 꿈인가 싶었는데 축축해진 얼굴을 손으로 닦아내니 손에 시뻘건 피가 묻어났어요. 

헉, 피라니 누가 흘린 피냐고?  더욱 놀라운 건 피를 닦아낸 자신의 손이었어요. 그 손은 유난히도 뽀얗고 부드러우며 심지어 앙증맞았어요. 누가 봐도 이건 갓난아기의 손!

세상에 이럴 수가!

현실에서 죽어가던 판시엔의 영혼이 다른 세계로 넘어온 거예요. 현실 세계의 모든 기억을 간직한 어른의 영혼이 어린 아이의 몸속으로 들어왔어요.

도대체 왜 죽어가던 그가 이곳에 새로 태어난 걸까요?


경국(慶國) 57년, 황제가 친히 이끄는 군대의 서만족 정벌이 아직 진행 중인 상태예요.

스난 백작은 군에 묶여 있고, 경국의 수도 징두(京都, 경도)는 임시로 태후의 지배 하에 놓여 있어요. 

눈이 먼 청년 무사가 대나무 광주리에 두 달 된 신생아를 메고 도망가고 있는데, 그 아기가 바로 판시엔이에요. 

절름발이 중년 남자가 흑기병을 동원하여 살수들을 모조리 처단하더니 청년 무사에게 아기가 무사한지를 물었어요. 그 아기의 정체는 스난 백작 판씨 대인의 사생아였던 것.

청년 무사에게 중년 남자는 딴저우(澹州, 담주)에 주인(스난 백작)의 유모가 살고 있으니 그곳에 머물라고 제안했어요.

그리하여 판시엔은 딴저우 저택에서 살게 됐어요. 

판시엔이 아주 어릴 때 우쥬(五竹, 오죽)라는 이름의 맹인 청년이 책 한권을 주었는데, 판시엔은 이미 이 세상 글자를 아는 상태로 다시 태어났기 때문에 한 살 때부터 이 책으로 수행을 시작했어요. 이 책은 전설로만 내려오는 진기 수행을 담은 귀한 비밀의 책으로, 판시엔은 자신의 진기가 이미 책에 묘사된 선과 동일하게 흐르고 있음을 알게 되었어요. 다만 자신이 수행하고 있는 것이 최고급의 심오한 내공 비법이라는 것은 모르고 있었어요. 이 수련의 가장 위험한 점은 처음 만들어진 진기가 단전에 들어갈 때, 수행자의 신체와 의식의 반응 속도 사이에 엄청난 간극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거예요. 그 막대한 차이로 인해 반신불구가 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예전 세계에서 중증근무력증 환자였던 판시엔은 아기의 몸이 불편하지 않았고,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한 살 이후부터는 자유롭게 거동하며 아무도 모르게 수행하며 진기를 쌓아가고 있었어요. 


천맥자(天脈者), 하늘에서 내린 사람. 천맥은 하늘의 핏줄을 뜻하며, 천맥자는 자신의 피 속에 하늘을 품은 자를 일컫는다고 해요.

전해 내려오는 말에 따르면 몇 백 년에 한 번씩 이런 사람이 태어난다고 해요. 하늘의 핏줄은 도저히 무찌를 수 없는 전투력뿐 아니라 예술이나 지혜에 있어 천부적 자질을 지녔어요. 천맥자들의 마지막은 매우 특별한데 그들의 끝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고 해요. 어느 날 왔다가 어느 날 홀연히 사라지는 존재라서 비밀 문서를 제외하면 그들의 흔적을 증명할 만한 것이 남지 않는대요. 이유는 알 수 없어도, 판시엔이 죽은 뒤 그의 영혼이 들어간 아이의 몸은 뭔가 특별했어요. 아마도 아이의 아버지 혹은 어머니가 신비롭고도 예측할 수 없는 천맥자였던 것 같아요. 


어른의 영혼이 아이의 몸속에 들어가 환생한 설정이 이 소설의 묘미인 것 같아요. 귀엽고 순진한 얼굴의 소년이 진기를 수련한 어마무시한 능력자라는 것이 흥미롭고 재미있어요. 징두의 권력자 스난 백작의 사생아라는 점이 논란과 갈등의 요소라서 그로 인한 위기를 대처하는 장면들이 관전 포인트예요. 어린 판시엔이 점점 성장해가며 그의 내공 또한 커져가는 모습이 놀라워요. 과연 판시엔은 자신이 이곳에 온 이유를 찾을 수 있을까요.

아직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어요. 시간을 넘어 온 손님, 밝혀진 손님의 비밀, 양손에 놓여진 권력, 어둠에 가려진 비밀, 천하를 바라본 전쟁, 진실을 감당할 용기까지 모두 6권으로 출간 예정이네요. 이 책을 읽고나니 드라마 <경여년>이 궁금하네요. 주인공 판시엔뿐 아니라 우쥬는 어떤 인물로 나올지, 부디 무협 판타지 히어로에 어울리는 인물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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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쓸모 있는 클래식 잡학사전 클래식 잡학사전 1
정은주 지음 / 42미디어콘텐츠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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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하면 강렬하게 떠오르는 장면이 있어요.

영화 <쇼생크탈출>에서 감옥에 갇힌 주인공이 우연히 LP판을 발견하여 교도소 오디오 전축에 트는 장면.

그때 LP판에서 나오는 음악이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 '편지 이중창'으로 불리는 '산들바람은 부드럽게' 였는데, 사실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교도소 전체에 노랫소리가 퍼지자, 죄수들 모두가 음악에 홀린 듯이 하던 일을 멈추고 귀기울여 들었고, 주인공은 온몸으로 황홀하게 음악을 느꼈어요.

음악과 하나가 되는 순간, 아주 찰나의 순간이지만 주인공이 자유로워 보였어요. 

그리고 그 장면을 보는 저 역시 음악이 뿜어내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어요. 그건 아마도 음악의 힘?


<알아두면 쓸모 있는 클래식 잡학사전>은 딱 저한테 알맞은 책인 것 같아요. 클래식 정통사전이었다면 살짝 부담스러웠을 거예요.

저자는 느긋한 오후에 차 한 잔을 즐기듯이 우리에게 클래식 음악 한 잔을 건네고 있어요. 풍요롭고 아름다운 삶을 위하여~

이 책은 클래식 음악에 관한 지식보다는 서양 음악사를 빛낸 음악가들의 숨겨진 이야기와 알아두면 쓸모 있는 클래식 정보와 영화 같은 음악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1830년대 프랑스 파리 사교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화제의 스캔들을 아시나요?

가정이 있는 한 여자와 핵인싸 총각이 불같은 사랑에 빠진 이야기인데요.

막장 드라마의 단골 소재인 불륜의 사랑에 빠진 주인공은 바로 프란츠 리스트와 마리 다구 백작 부인입니다.

당시 그들의 밀회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고 전해집니다.

... 그들은 파리를 떠나 '사랑의 불시착'을 감행했습니다. 무려 10년간 스위스와 이탈리아 곳곳을 여행하며 살았어요.

세 명의 자녀도 낳았고요. 작곡가이자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로 활약한 프란츠 리스트는 이 기간의 추억을 바탕으로 대단한 작품을 지었습니다.

바로 피아노 모음곡집인 <순례의 해>인데요. 3부로 구성된 이 피아노 모음곡은 총 26곡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74-75p)


실제로 각각의 이야기마다 QR코드를 찍으면 네이버 오디오클립에서 음악 감상을 할 수 있어요. <하루 5분 오페라 수다>에서 맑고 고운 저자의 목소리로 클래식 음악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들을 수 있어서, 좀더 쉽고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어요. 내 삶 속에 클래식 음악이 살며시 스며드는 느낌이랄까. 암튼 좋아서 여러 번 들었네요. 그런데 설명 없이 음악만 나오는 클립도 있으니까, 이 책을 읽으면서 동시에 음악 감상을 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슈바이처와 아인슈타인은 몇 가지 공통분모가 있다고 해요. 우선 두 분이 이름이 알베르트(Albert)로 똑같아요.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 활동했고, 가장 유명한 노벨상 수상자라는 점. 그리고 흥미로운 공통분모는 바로 클래식 음악이에요. 실제로 슈바이처는 오르간, 아인슈타인은 바이올린에 있어서 전문 음악가로 불릴 만큼 권위자였다고 하네요. 세계 최초로 뉴욕필을 지휘했던 여성 지휘자 안토니아 브리코가 슈바이처를 만나기 위해 아프리카로 떠난 것도, 그가 바흐 음악의 권위자였기 때문이래요. 그가 음악가로 칭송받는 결정적인 이유는 바흐에 대한 해석 때문인데, 악보에 표시된 템포보다 조금 느리게 연주하는 것이 그의 바흐 해석법 중 하나였다네요. 아인슈타인도 전 세계 곳곳을 다니며 강연과 연구를 하면서 반드시 챙겨 갔던 것이 바로 바이올린이었대요. 그는 자신이 음악 안에서 꿈꾸며 사는 사람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어요.

어찌보면 어린 시절부터 클래식 음악과 함께 했던 환경이 두 위인을 탄생시킨 요인이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 꼭 훌륭한 업적을 이루는 위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음악 안에서 행복할 수 있다는 점이 음악이 가진 위대한 힘인 것 같아요. 


평소에 클래식 음악을 자주 듣는 편은 아닌데, 이 책 덕분에 서양 음악사를 대표하는 훌륭한 명곡들을 들으면서 즐거웠어요. 듣다보니 좋아서, 저절로 또 듣게 되더라고요. 가장 편안한 시간에 조용히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올 때, 오직 음악으로만 꽉 찬 공간이 주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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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낙 형사 카낙 시리즈 1
모 말로 지음, 이수진 옮김 / 도도(도서출판)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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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인 것 같아요. 그린란드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라니.

더군다나 그린란드, 녹색의 땅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얼음의 나라에서 들려줄 이야기가 살인 사건이라니.

<카낙 QAANAQ>을 읽으면서 새삼 그린란드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주인공 카낙 아드리엔슨 형사는 코펜하겐경찰청 소속이에요. 그린란드는 덴마크 속령이며, 수도는 누크예요. 카낙은 그린란드 북서부에 위치한 도시 이름이기도 해요.

아드리엔슨 가문에 입양된 카낙은 지금 사십이 년만에 선조의 땅을 다시 밟게 되었어요. 누크에서 발생한 끔찍한 살인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누크 폴리티가든 수사팀에 파견된 거예요. 도착하자마자 그린란드 경찰서장 리케 에넬뿐 아니라 모두에게 미운털 박힌 존재가 된 카낙. 대놓고 카낙이 알아들을 수 없는 농담을 하며 웃는 상황이 달가울 리 없지만 개의치 않아요. 2009년 그린란드 자치법이 확대되면서 덴마크에 의존하고 있는 사법기관과 경찰의 행정 언어는 덴마크어가 여전히 통용됐지만 정식으론 칼라히수트, 즉 그린란드어가 국가 공용어가 되었대요. 평생 이국적인 외모 때문에 타인들의 시선을 받아야 했던 그가 그린란드에서 이방인 취급을 당하는 상황이 너무나 아이러니해요.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에 대해 배타적인 짐승이다."   (31p)


세 명의 피해자는 중국인 용접공, 캐나다인 작업반장, 아이슬란드인 요리사예요.

이들은 모두 후두 윗부분이 잘려나갔고, 그 다음은 복부가 파헤쳐져 다량의 출혈이 발생했어요. 에넬 서장은 범인의 살해 방식이 북극곰의 공격 패턴과 매우 흡사하다고 말했지만 범인이 북극곰이라면 숙소의 잠금장치는 어떻게 풀었을까요. 그밖에 의문점들이 범인이 북극곰일 거라는 리케의 가설을 무너뜨리지만 더 이상한 건 아무도 리케 서장에게 반박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뭐지, 이 수상한 분위기는...


카낙의 코펜하겐 동료들은 대부분 체계적이지만 많은 노동을 필요로 하는 수사 방식을 고집했어요. 물질적인 증거를 하나둘씩 수집하다 보면, 새로운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부류. 반면 그들보다 나이가 더 많은 소수의 동료들은 오로지 자신의 직감만을 믿었어요. 카낙은 자신이 두 성향의 중간쯤에 속한다고 생각했어요. 수사 초반에 직감이 샘솟으면, 그것이 자유롭게 머릿속을 떠돌게 내버려두다가 적당한 때가 되면 냉혹한 취조를 통해 사실과 자료, 숫자의 칼날로 첫인상을 과감히 베어내는 거예요. 카낙의 내면에는 두 성향의 형사가 공존하고 있고, 둘 중 어느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역시나 카낙의 수사력은 탁월했어요.

끝까지 읽고나서야 밝혀진 사건의 전말.

처음부터 확실한 건 모든 게 아이러니, 라는 느낌이었는데,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되니 소름끼쳤어요. 아이러니 그 자체라서.

카낙의 직감처럼 결국 모든 사건의 퍼즐이 완성되었지만 일부는 어둠 속에 남겨줘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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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속마음, 심리학자들의 명언 700 - 한권으로 인간 심리세계를 통찰하는 심리학 여행서
김태현 지음 / 리텍콘텐츠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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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명언 한마디에 힘을 얻은 적이 있다면, 이 책은 당신의 자양강장제가 되어줄 거예요.

저자는 30년 1만 권의 독서에서 인간심리에 통찰력을 키워줄 심리학자들의 명언 700문장을 찾아냈다고 해요.

우리가 몸에 좋은 한약 재료를 푹푹 고아서 꽉 짜낸 진액을 먹듯이.

이 한 권의 책 속에는 수많은 심리학자들의 인간 탐구가 명언 700문장으로 요약되었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언뜻 생각하면 명언 700문장이니, 술술 읽을 것 같지만 직접 읽어보면 다르다는 걸 알게 될 거예요.

한 문장을 한 번 읽는 게 아니라 여러 번 곱씹게 되더라고요. 곰곰이 생각해야 그 의미가 와 닿는 것 같아요.


책의 구성은 다섯 파트로 나뉘어 있어요.

첫 번째 파트는 마음속에 숨겨둔 무의식과 잠재력, 두 번째 파트는 인간 행동 심리학에 대한 모든 것, 세 번째 파트는 개인과 집단에 관한 사회심리학, 네 번째 파트는 심리치유와 마음챙김의 비법, 다섯 번째 파트는 관계와 대화법에 대한 심리학 비밀이에요. 각 파트마다 저자가 설명해주고, 그 다음에 심리학자들의 명언이 소개되어 있어요.

심리학책을 즐겨 읽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 소개된 심리학자들의 이름이 익숙할 거예요. 지그문트 프로이트, 칼 구스타프 융, 말콤 글래드웰, 에리히 프롬, 알프레드 아들러, 에이브러햄 매슬로우, 스탠리 밀그램, 필립 짐바르도, 밀턴 에릭슨, 빅터 프랭클, 존 가트맨,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로버트 치알디니...

이미 읽었던 책도 있지만 생소한 심리학자들의 책들을 보니 찾아서 읽고 싶네요. 명언만 읽어도 좋지만 여유가 된다면 해당 명언을 이야기한 심리학자의 책을 읽어보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요즘 책 한 권 읽을 시간도 없이 바쁘다는 사람들에겐 이 책으로 명언이 주는 강력한 에너지를 느껴보길 추천해요. 무엇보다도 각 명언마다 영어로도 적혀 있어서 영어 공부까지 일석이조라는 점. 우리말로 읽는 것과 영어로 읽는 것이 뭔가 느낌이 다른 것 같아요. 물론 문장 속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저한테는 한 번 읽고 덮는 책이 아니라, 수시로 곁에 두고 펼쳐보는 책이 될 것 같아요. 가끔은 주변 지인들에게 명언을 쏴 주는 것도 괜찮고요. 주절주절 위로하는 것보다는 명언 한마디로 충분할 때가 있거든요. 


무거운 마음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천재 의사 밀턴 에릭슨(Milton H. Erickson, 1901~1980)의 명언이 도움이 될 거예요.

프로이트가 무의식에서 근본적인 문제를 찾으려 했다면, 밀턴 에릭슨은 문제를 찾는 것에서 나아가 무의식으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주목했다고 해요.

에릭슨은 의료 최면과 가족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미국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학자였는데, 그와 그의 제자들은 최면요법으로 많은 사람들의 심리적 고통을 해결해 주었대요.

우리의 마음을 괴롭히는 게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면 대부분 과거의 사실들인 경우가 많아요. 그걸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 그러니 과거를 다루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나간 대로 내버려두는 것이라고. 에릭슨의 치유 방법은 무의식을 일깨우는 힘이었다고 하네요. 과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사람을 빠져나오게 하는 것, 후회라는 꿈에서 깨어나게 만드는 것이 에릭슨의 치료법이었대요. 결국 우리가 스스로를 알고, 안다는 걸 수시로 깨달아야만 지금 이순간을 온전히 즐기면 살 수 있는 것 같아요.



485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우리가 모르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아는 것이 사실이 아닐 때야말로 골치 아픈 일이다.

What bothers us is not what we don't know.  The real trouble happens when what we have known is not true. 


486  알지만 아는 줄 모르는 것은 더 큰 문제다.

Knowing but not knowing that is the bigger problem.


490  내게 번민을 안겨주는 것은 일어난 일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일에 대한 우리의 견해다.

It is not event itself, but our view of it that makes me suffer.


493  삶을 즐겨라. 온전히 즐겨라. 삶에 유머를 더할수록 우리는 더 잘 살게 된다.

Enjoy your life.  Enjoy it as a whole. The more humor we add to life, the better we live.


499  네가 독특한 존재임을 항상 기억하라. 그리고 네가 해야 할 일은 너의 있는 그대로를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뿐이다.

Always remember that you are unique.  And all you have to do is to show people who you are.  


   (211-21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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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의 변신
피에레트 플뢰티오 지음, 이상해 옮김 / 레모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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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다. 

그 시기에 나는 문득 어릴 적에 읽었던 동화들을 다시 꺼내 읽고 싶었다.

그 동화들은 아주 일찍 우리의 의식을 파고들어 현실 세계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현실을 구성한다.

... 동화들은 분명히 내 정신이 기꺼이 환대할 수 있는 유일한 '문학'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환대에 못지않은 거부도 있었다. 

모든 것이 돌처럼 굳어 있던 내 안에서 뭔가가 움직였던 것도, 글을 쓰고자 하는 욕망이 되살아났던 것도

아마 이러한 이중적 움직임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러자 거의 곧바로 이 동화들을 다시 써보고 싶은, 고쳐보고 싶은 욕망이 일었다."


작가의 말을 그대로 옮겨 적은 이유는,

놀랍게도 <여왕의 변신>을 읽는 내내, 내 안에서도 똑같은 이중적 움직임이 일어났기 때문이에요.

어릴 때 읽었던 동화를 어른이 되어 다시 읽으면서 약간의 배신감을 느꼈던 터라 작가의 말에 이백퍼센트 공감했어요.

그러나 막상 <여왕의 변신>을 읽으면서 뭔가 후련함보다는 당혹스러움을 느꼈어요. 문화적인 차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관점의 차이라고 봐야 할까요.

정확하게 어떤 감정인지는 설명하기 어렵지만, 읽는 내내 나만의 방식대로 '동화 다시 쓰기'를 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어요. 물론 작가가 되겠다는 건 아니고, 뭔가 창작욕에 불을 지폈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머릿속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는, 한마디로 잠시 엉뚱한 상상 속에 빠졌들었네요.


<여왕의 변신>은 저자 페에레트 플뢰티오가 1985년 샤를 페로의 동화를 페미니즘적인 관점에서 다시 쓴 책이라고 해요.

아이들을 위한 동화가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잔혹하고 적나라한 욕망의 이야기라고 볼 수 있어요. 

모두 일곱 편의 이야기가 들어 있어요. <식인귀의 아내>, <신데렐로>, <도대체 사랑은 언제 하나>, <빨간 바지, 푸른 수염, 그리고 주석>, <일곱 여자 거인>, <잠자는 숲속의 왕비>, <여왕의 궁궐>인데, 원작의 등장인물과 배경만 같을 뿐이지 이야기 전개는 완전히 새로운 소설이라고 봐야 할 것 같아요. 

「백설공주」는 페로가 쓴 것이 아니지만 거울 앞에 선 불쌍한 계모가 저자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바람에 이 책 속에 들어갔다고 하네요. 오호, 이 부분도 신기한 것 같아요. 저 역시 저자의 이야기 중에서 「백설공주」를 다시 쓴 <일곱 여자 거인>이 가장 인상적이었거든요. 일곱 개의 거울은 매우 사악한 마법이 깃들어 있어서 새 왕비를 불행에 빠뜨렸어요. 자세한 줄거리를 소개하는 건 읽는 재미를 반감시킬 우려가 있으니 그냥 제 느낌만 이야기할게요. 일단 새 왕비는 못된 여자가 아니에요. 오히려 사악한 거울들과 어리석은 왕 때문에 버려지는 비련의 주인공이지요. 여기서 주목할 건 그 거울들의 정체인 것 같아요. 마술거울이라고만 설명되어 있는데, 왠지 SNS처럼 느껴졌어요. SNS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소통한다는 건 좋은 일이지만 오히려 SNS 때문에 불행해지는 측면도 있는 것 같아요. 멋진 일상을 뽐내는 타인들을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 우울감을 느끼는 거죠. 자신도 모르게 타인과 비교하면서, 자신을 잃어가는 게 아닌가라는. 다행히 저자는 굉장한 일곱 여자 거인을 등장시켜서 단숨에 반전을 보여줬어요. 

<빨간 바지, 푸른 수염, 그리고 주석>은 우리가 다 알고 있는 푸른 수염 이야기에 그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는 '빨간 바지'라고 불리는 여자 주인공이 등장해요. 재미있는 건 푸른 수염이 지하 벽장에 가둬둔 일곱 명의 여자들이 풀려나면서 나누는 대화였어요. 


"저런, 가엾은 사람!" 가장 약한 목소리가 말했다.

"가엾은 사람 좋아하시네." 가장 확고한 다른 목소리가 말했다.

"저런 악당을 가엾게 여기다니 자넨 정말 착하기도 하네. 그가 우리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그새 잊었는가."

...

"저 사람한테는 뭐라고 말하고요?"

"사실대로 말해야지. 아주 오랫동안 지하 벽장에 갇혀 있다보니 우리 자신에 대해 잘 알게 되었다고,

여자들이 행복하기 위해 남자 따위는 전혀 필요 없다고."  (173p)


일곱 명의 여자들 중에서 한 명을 제외하고는 지하 벽장에서 꼭 붙어 지내는 동안 애틋한 마음이 생겼고, 서로를 사랑하게 됐던 거예요. 그러면 한 명의 여자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주인공 빨간 바지는 어떻게 됐냐고요? 이 질문의 답은 각자 상상에 맡길게요. 워낙 작가의 상상력이 뛰어나서 몇 번 놀라긴 했지만 덕분에 자극이 된 것 같아요. 뭘 상상하든, 더 상상할 게 있다는 걸 알려줬거든요. 

<여왕의 변신>은 '동화의 변신'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이야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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