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과 어휘왕 가로세로 낱말퍼즐 : 초급 (스프링) 초등교과 어휘왕 가로세로 낱말퍼즐
베이직콘텐츠연구소 지음 / 키즈프렌즈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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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의 집콕 생활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생겼어요.

바로 이 책, <초등교과 어휘왕 가로세로 낱말퍼즐> 초급편이 나왔어요.

이 책은 초등학교 전 과목 교과서와 일상생활에서 꼭 알아야 할 낱말들을 골라 퍼즐로 엮었다고 해요.

대부분 어휘력 향상을 위한 문제집을 따로 풀고 있을 텐데, 문제집과 놀이북은 완전히 다른 느낌인 것 같아요.

평소에 문제집은 정해진 시간에 풀어야 할 숙제 개념이라서 자발적인 학습이 쉽지 않아요. 

그런데 이 책은 놀이북이라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네요.

순서대로 풀지 않아도 되고, 풀다가 딴짓을 해도 괜찮아요. 그냥 자유롭게 즐길 수 있으니까 더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

온라인 수업이 끝나고 살짝 심심해진 오후에 함께 풀면 딱 좋은 것 같아요.

일단 초급편이라서 초등 저학년에게 적절한 수준이지만 교과 학습에 기본이 되는 어휘니까 필수 코스로 풀면 될 것 같아요.


▶ 세로열쇠

찌거나 구우면 달달하고 구수한 맛이 나는 덩이뿌리식물.

(영) sweet potato

(예) ㅇㅇㅇ 먹은 듯 답답하다.


답이 뭘까요?

가로와 세로칸을 차근차근 채워가는 즐거움이 있어요. 모르는 단어라고 해도 앞뒤 단어와 예시문을 통해 낱말을 유추할 수 있어요.

너무 쉽거나 혹은 너무 어려우면 의욕이 떨어지게 마련인데, 낱말 퍼즐은 다양한 어휘들로 구성된 게임이라서 난이도를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재미있게 잘 하는 것 같아요.

스프링북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쫙쫙 펼쳐가며 풀어가기 편리하네요.


초등 어휘력이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잖아요. 어떻게 실력을 향상시키느냐가 관건일 거예요.

<초등교과 어휘왕 가로세로 낱말퍼즐> 초급편으로 시작하니 아이가 재미있게 놀면서 다양한 어휘를 익힐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낱말 퍼즐 아래에는 속담이 나와 있어서 구석구석 찾아보는 재미도 있어요. 가로열쇠와 세로열쇠는 문제인 동시에 뜻풀이라서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되네요.

비슷한 말, 반대말, 관련어, 속담 등 폭넓게 어휘력을 확장해가는 알찬 구성이 마음에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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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혜씨와 함께 쓰는 백일의 꿈 - 눈물 많은 경혜씨가 건네는 잔잔한 위로와 용기
임경혜 지음 / 땡스앤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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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혜씨와 함께 쓰는 백일의 꿈>은 경혜씨의 그림 일기로 구성된 100일 다이어리예요.

예쁜 분홍색 표지가 인상적이에요. 편안하고 따스한 느낌이 들어요.

이 책은 '당신의 꿈을 응원하는 100일 프로젝트'로 기획된 만년형 다이어리 북이라고 해요.

책을 펼치면 왼쪽 페이지에는 저자인 임경혜 씨가 2019년 5월 19일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쓴 그림일기가 있고, 오른쪽에는 'pray for dream 001'이라는 제목 아래 하얀 여백이 있어요. 그 빈 노트에 자신의 꿈을 100일 동안 적을 수 있어요.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꿈을 적는 일, 쉬운 것 같지만 쉽지 않은 일이에요. 하지만 누군가 함께 한다면 힘을 낼 수 있겠죠. 그래서 책 제목이 '경혜씨와 함께 쓰는 백일의 꿈'이 된 거예요.


우선 경혜씨를 소개할게요. 

1978년 2월 10일, 지금도 살고 있는 제주시 한경면 산양리에서 태어났대요. 태어날 때부터 허약해서 돌이 지나도록 일어서지 못하고, 엄마라는 말도 다섯 살이 지나서야 겨우 했다고 해요. 2005년 12월, 고등부 졸업을 앞두고 엄마를 따라 서귀포에 있는 어느 회사에 갔대요. 처음 보는 선생님과 면담을 했고, 그날 이후 경혜씨의 불행이 시작되었대요.

아침이면 회색 승합차를 타고 출근해서 싫어하는 일들을 해야 했대요. 다른 사람들과 같이 빵이나 쿠키 만드는 건 하기 싫은데, 아무도 없이 혼자서 가만히 있는 것이 좋은데...

그래서 출근하면 작업실에서 큰소리로 울었대요. 머리를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바닥을 쿵쿵 치면서 울다가 욕도 하고 옆에 있는 동생들도 때렸대요. 제빵실 물건을 집어던져서 와장창 깨버린 적도 있대요. 그럴 때마다 왜 이런 행동을 하면 안 되는지 선생님이 말씀해 주셨지만 작업장에 오면 또 눈물이 났대요.

동료들과 어울려 지내면서 밀가루 반죽을 밀대로 미는 작업과 쿠키 찍는 것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직원이 되어 월급도 받았대요. 

경혜씨가 제일 사랑하는 푸들 강아지 분홍이는 2017년 부산 남포동 국제시장에서 샀대요. 분홍이는 정말 착한 하얀색 푸들 강아지 인형이래요.

작년 5월, 울지 않겠다고 약속하고도 눈물을 참지 못하는 경혜씨에게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대요.

"경혜씨 오늘 하루에 좋았거나 속상한 일, 그리고 기분 나빴던 일을 한번 써보면 어때요?" 

그래서 일기 쓰기가 시작되었고, 경혜씨는 매일 저녁 8시에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함께 혼자서 하루를 생각하며 그림일기를 쓴대요.

이 모든 이야기는 경혜씨가 일하는 '평화의 마을' 이귀경 원장님이 대신 들려주셨어요. 


몸은 어른이지만 마음은 여전히 떼쟁이 아이 같은 경혜씨.

경혜씨의 일기를 보고 있노라면 울다가 웃는 경혜씨의 모습이 그려져요. 날마다 등장하는 동물들이 있어요. 평화의 마을에 살고 있는 골든 리트리버 호동이, 얼마 전 갑자기 무지개다리를 건넜다고 하네요. 어쩐지 어느 날부터인가 블랙 스탠다드 푸들인 익산이와 강아지 인형 분홍이만 등장하네요. 평화의 마을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이야기가 가끔 나오지만 그림에는 호동이, 익산이, 분홍이가 주인공이에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경혜씨에게 소중한 건 무엇인지, 아주 조금은 알 것 같아요. 

경혜씨에게 일기를 쓰는 일은 울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 순수한 마음이 그림일기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매일 노력해도 종종 울 수밖에 없는 경혜씨, 우리 역시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꿈이라고 해서, 거창하고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걸 경혜씨를 통해 배운 것 같아요. 별일 없는 소소한 일상, 울지 않아서 기분 좋은 오늘, 그 모든 시간들이 참 소중하다는 걸 느끼게 해주네요. 무엇을 적든, 100일동안 정성껏 채워가는 꿈의 일기장으로 힘이 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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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바이블 - 작가라면 알아야 할 이야기 창작 완벽 가이드
대니얼 조슈아 루빈 지음, 이한이 옮김 / 블랙피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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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 형 말고 레스 형~

작가라면 알아야 할 전통적인 글쓰기 원칙들을 제시한 사람, 바로 아리스토텔레스!


<스토리텔링 바이블>은 아리스텔레스의 글쓰기 원칙들을 주재료로 하여 대니얼 조슈아 루빈의 레시피로 탄생한 이야기 창작 완벽 가이드북이에요.

여기에 아드레날린 한 스푼을 추가했대요. 책표지 그림처럼 심장을 콕 찌르는, 강렬한 감정을 일으키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면 이 책 한 권으로 충분하다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어요. 어떻게 확신하냐고요? 저자는 예일대학교 드라마 전문 대학원을 우등으로 졸업하고 극작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고 해요. 25년 이상 작가로 살면서 정말로 끝내는 작품들을 썼고, 큰 실수도 저질렀는데 그 과정에서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지 배웠대요. 그 값진 노하우를 이 책속에 글쓰기의 27가지 원칙들로 정리했으니 독자들은 그 원칙들을 자기 것으로 만들면 돼요. 

앞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전통적인 글쓰기 원칙들을 저자가 언급했듯이 기본 원칙은 변하지 않아요. 저자는 이 책의 방법론을 무술에서 영감을 받았다면서 두 가지를 강조하고 있어요. 하나는 고단자들도 기초 동작 연습을 꾸준히 한다는 것과 또 하나는 똑같은 기술을 배운 두 사람이 똑같은 방식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글쓰기에 관한 방법을 배우는 일은 무술의 기초 동작 연습이라고 볼 수 있어요. 실전에서는 다양한 기술을 독자적인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어요. 실전 글쓰기는 결국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일이에요.


이 책은 스토리텔링에 관한 모든 것을 크게 세 가지, 즉 플롯의 기본 원칙, 등장인물의 기본 원칙, 배경·대화·주제의 기본원칙으로 나누어 정리되어 있어요.

구체적으로는 27가지 원칙인데, 각 원칙마다 다음과 같은 구성으로 설명되어 있어서 퍼즐 조각을 맞춰가듯 하나씩 이해하며 배울 수 있어요.

각 장에서는 한 가지 원칙을 제시하면 '훑어보기'로 기초 개념을 설명하고, '원칙'에서 해당 원칙의 메커니즘을 분해하고, '대가의 활용법'에서 시대를 초월한 위대한 이야기꾼들이 어떻게 해당 원칙을 활용했는지 살펴보고, '도전'에서 원칙을 실행할 방법이 나와 있어요. 그러고 나면 '연습문제' 하나를 풀어보는 거예요. '보충수업'에서 해당 원칙을 멋지게 실행한 이야기 하나를 더 제시하고 질문 몇 가지를 더하여 스스로 자신의 방법론을 생각하게 만들어요.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는 플롯(plot) 짜는 능력은 강력한 이야기 구조를 만들어내는 이야기의 구성 능력을 뜻해요.

플롯의 기본 원칙 중 첫 번째는 "망치를 내리쳐라!"예요.

인물을 설정하고 이야기 속에 끌어넣으려면, 주인공을 소개한 뒤 망치처럼 그들의 존재를 때려박을 사건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

첫 줄을 쓸 때, 특히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면 '망치'를 내리치는 사건(순간)으로 문주제가 해결된다고 해요. 이야기의 시발점이 될 대사건의 여덟 가지 기본 요소가 있어요. 놀랍고 충격적일 것, 주인공의 감정을 고조시키면서 태도를 변화시키고, 운의 변화를 시사할 것, 주인공에 대한 연민이나 공감대를 쌓을 것, 긴급성이 있을 것, 어떤 종류의 이야기인지 장르와 분위기를 분명하게 정할 것, '욕망의 대상'을 설정할 것, 관객의 마음에 극적 질문을 던질 것, 가능성 있는 결말들을 반영할 것.

'망치 내리치기'란 이야기의 선로를 까는 것으로, 이 여덟 가지 요소 하나하나가 그 선로를 튼튼하게 해주는 역할을 해요.

설명은 어렵지만, 기본 원칙에 충실한 이야기를 읽어보면 단번에 이해할 수 있어요. 도입부를 읽자마자 '와, 이 이야기 재미있겠네'라는 생각이 든다면 성공이에요.


"시작이 좋으면 절반은 해낸 것이다."

   -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자  


<스토리텔링 바이블>에는 저자가 엄선한 120편의 레퍼런스가 들어 있어서 재미있는 문학 수업을 듣는 것 같아요.

잘 나가는 작품의 법칙을 꼼꼼하게 분석하여 플롯, 등장인물, 배경, 대화, 주제라는 스토리텔링의 모든 과정을 알려주고 실전 글쓰기까지 연습할 수 있어요. 

자신만의 개성을 살린 이야기를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으로 시작할 수 있어요. 언택트 시대에 적합한 글쓰기 강의, 바로 <스토리텔링 바이블> 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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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대혼돈
슬라보예 지젝 지음, 강우성 옮김 /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경희대학교출판부)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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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라고?

됐거든! 


"진실과 행복은 함께 가지 않는다. 

진실은 아프고, 불안을 가져오며, 우리 일상생활의 매끈한 흐름을 파괴한다.

현실은 방향타 없는 공간처럼 구조화되어 있다는 가르침이 바로 여기에 자리하고 있다.

우리가 직면해야 할 궁극적 선택은 둘 중 하나다.

행복하게 조종받길 원하는가, 아니면 진정한 창조성의 위험, 이 위험이 불러일으키는 

지속적 불안에 자신을 과감히 드러낼 것인가?" (187p)


이 책을 펼쳤다는 건 후자를 선택했다는 의미일 겁니다.

제목이 마치 선전포고 같습니다.

천.하.대.혼.돈.

<천하대혼돈>은 슬라보예 지젝이 여러 언론 매체에 기고한 짧은 글들을 묶은 책이라고 합니다.

현대철학에서 가장 논쟁적인 인물이자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사상가로 꼽힌다는 슬로베니아의 철학자, 바로 슬라보예 지젝이 쓴 글들이 한국에서 처음 출간되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전 세계의 위기는 명백한 사실이 되었습니다. 다만 이 위기는 코로나 백신이나 치료제로 해결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지젝은 우리 인류가 처한 위험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전 지구적 혼란 앞에 국가 간 경쟁이라는 논리가 얼마나 터무니없는 일인지, 그러니 이성적 반성 능력을 끌어올려 반역을 꾀하길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젝은 세계정세, 민주적 사회주의, 포퓰리즘, 인종차별, 문화권력, 디지털 정치, 문화와 권력, 기후 위기 등 전 지구적 사안이 가진 본질을 파헤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생존이 걸린 위험한 항해를 막 나섰다고,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새로운 합의를 향한 요구가 있을 것이고, 우리 사회의 정치적 삶은 새로운 하나가 될 필요가 있는데 그 새로운 하나가 무엇이 될지는 단정지을 수 없습니다.

지젝은 마오쩌둥을 인용하여, "천하가 대혼란이지만 기운은 상서롭다 (천하대란, 형세대호)"라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결과가 생겨날지 예측할 수 없으나 정신을 바짝 차려서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 책을 통해 깨달아야 할 것은 무지와 착각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대혼란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진짜 우리를 괴롭혔던 부자유, 모욕, 사회 부패, 품위 있는 삶의 전망 부재 등이 새로운 형태로 지속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합니다. 자유를 해치려는 위협 가운데 가장 위험한 것은 대놓고 압박하는 게 아니라 부자유 자체가 자유로 통할 때 생겨납니다. 

새로 얻은 자유는 실질적으로 본인이 원하는 형태로 자신의 불행을 선택할 자유라는 것.  일단 자유롭다는 이유로 대다수가 가난한 상태로 그대로 머물면서 가난의 책임을 스스로에게 돌리게 된다는 것. 이런 곤경에 처하게 된 건 우리 목표 자체에 결함이 있다는 뜻이며, 애초에 민주주의적 자유라는 고귀한 원칙 자체에 내재된 실패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합니다. 이 점을 이해하는 일이 대혼돈을 벗어나기 위한 첫걸음입니다.


당연히 우리는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전적으로 지지해야만 하지만 그 치명적 한계 역시 알아야 합니다.

좌파가 제시해야 할 새로운 공통의 영역, 그 새로운 하나는 바로 근대 유럽의 위대한 정치-경제적 성취, 즉 사회민주주의적 복지국가입니다. 이것은 과거로의 회귀가 아닙니다.

역설적이게도 오늘날의 새로운 상황에서 옛날식 사회민주주의 복지국가를 고집하는 것은 거의 혁명을 하자는 태도입니다. 샌더스와 코빈의 제안은 때로는 반세기 전 온건한 사회민주주의자의 주장보다도 훨씬 덜 급진적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사회주의적 급진주의자로 매도당합니다. 포퓰리즘적 우파가 국수주의적인 것은 맞지만 자신을 국제적 네트워크를 지닌 조직으로 만드는 일에서는 좌파보다 낫습니다. 따라서 새로운 좌파 기획은 오직 포퓰리스트의 국제주의와 맞먹을 정도로 스스로 전 지구적 운동으로 조직할 때만 살아날 것입니다. 지젝은 정말로 트럼프를 물리치고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에 수호할 가치가 있는 것을 구원하는 유일한 길은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주력부대에서 이탈한 분파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포퓰리즘에 맞서려면 자유주의적 기획 자체의 약점을 비판적으로 응시해야 하며, 포퓰리즘이 약점의 증상일 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궁극적으로 포퓰리즘은 통하지 않는다고 단정합니다. 우파적 변종은 속임수를 쓰며, 좌파적 변형은 훨씬 복잡하게 허위입니다. 오늘날 근본적 변화를 고집하는 이유는 전 지구적 위기 때문입니다. 급진적 변화만이 생태적 파국과 유전공학의 위협 및 우리 삶의 디지털 통제 같은 위험에 대처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전 지구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보편적 연대와 협력을 해야 합니다.

지젝의 <천하대혼란>은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행동을 촉구하는 외침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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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갱은 셋 세라 명랑한 갱 시리즈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선영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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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강도와 신문기자, 둘 중에 누가 더 나쁠까요.

너무 쉬운 질문인가요.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면 달라질 걸요.


<명랑한 갱은 셋 세라>는 이사카 고타로의 소설이에요.

다 읽고나서야 '명랑한 갱 시리즈' 중 세 번째 이야기라는 걸 알게 됐네요.

작가의 말을 참고하자면 전작 <명랑한 갱의 일상과 습격>으로부터 9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에 나온 후속작이라서 취향이나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해요.

4인조 은행 강도들의 이야기인 건 동일한데, 진짜 이야기는 따로 있거든요. 아직 명랑한 갱을 만나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이 책으로 시작해도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제목에서 '셋 세라'를 이름으로 착각했어요. 갱의 이름인 줄...

여기서 '셋'은 숫자 3을 의미한대요.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이라는 걸 대놓고 알려주는 작가의 센스였다네요.

어쩐지, 작가의 센스는 소설의 각 장에 나오는 말머리에도 드러나네요. 이 부분만 다시 읽어보니 너무 그럴듯한 명언이더라고요.


제1장 악당들은 오랜만에 은행을 털고, 작은 실수를 계기로 트러블에 휘말린다 늘 있는 일

'얌전히 못 있겠으면 하다못해 조심이라도 해라'

제 2장 악당들은 불똥을 피하려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탐색하지만, 피할수록 불똥이 들러붙는다

'잠자는 개는 가급적 자게 내버려 둬라'

제 3장 악당들은 사건의 구도를 알아차리지만, 상대보다 한발 늦는다

'1인치를 내주면 2야드를 빼앗긴다'

제 4장  악당들은 다른 악당으로부터 달아나려고 필사적으로 행동하지만, 일이 예정대로 되지 않는다

'계획은 사람이 세우지만 성패는 하늘에 달렸다'


우선 명랑한 갱의 주인공 네 명을 소개할게요. 

나루세는 4인조 강도단의 리더로서 타인의 거짓말을 꿰뚫어 보는 능력을 가진 중년 아저씨예요.

교노는 내용도 맥락도 없는 이야기를 쉴 새 없이 떠드는 재주를 지녔고, 실전에서 요긴하게 써먹는 기술이에요. 

유키코는 시간을 소수점 단위로 파악할 수 있는 체내시계의 소유자예요.

구온은 천재 소매치기로 동물을 지나칠 정도로 좋아해서 틈만 나면 동물원에 가는 신비한 청년이에요.


첫 장면은 4인조 강도단이 은행을 털고 있어요. 교노가 쉴 새 없이 떠들며 사람들의 정신을 쏙 빼놓고 있는 사이에 나머지 셋은 열심히 돈 가방을 챙기고 있어요.

정말 말도 안 되는 얘기지만 교노가 떠드는 사이 아무도 다친 사람 없이 딱 4분만에 은행 돈을 털어 가는 거예요. 그런데 아얏,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졌어요. 플로어를 빠져나가려는 찰나에 한 경비원이 경찰봉을 집어 던졌고, 날라오는 회전봉에 구온의 왼쪽 손등이 정통으로 맞았어요. 

일이 꼬이는 건 작은 실수 때문이라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에요. 그날 이후 구온은 왼손에 붕대를 감고 다녀야 했어요. 은행 강도라는 확실한 증거를 티내면서.


진짜 이야기는 호텔 1층 라운지 카페에서 시작돼요. 나루세 일행은 호텔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유키코의 아들 신이치를 만나러 갔다가 히지리 기자와 얽히게 돼요.

으악, 악연이란 무섭고 끈질긴 것 같아요. 악덕 기자 히지리 때문에 나루세 일행은 위험에 빠지게 되고, 상상도 못했던 사건에 휘말리게 돼요.


"세상 트러블의 90퍼센트는 돈 때문이니까요."

나루세는 영국 정치가의 유명한 말을 떠올렸다. "거짓말에는 세종류가 있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

"아마." 구온이 말했다. "그 말도 거짓말일 거예요."   (66p)


히지리 기자가 얼마나 인간 쓰레기인지, 읽는 내내 화가 나더라고요. 재미있는 건 상대적으로 은행강도가 착해보이는 착시 효과가 생긴 거예요.

처음에 은행을 털었던 4명이 도리어 선량해보일 정도로 히지리 기자는 합법적인 악당이에요. 일말의 양심도 없는 나쁜 놈.


"아까 기생충이라고 했지?  그 말도 많이 들어. 하이에나란 말도.

단지 내 입장에서 보면 조금 다르거든. 나는 조금 약한 곤충을, 개미 떼 속에 떨어뜨리는 것뿐이야.

그러면 개미가 그 벌레를 먹어 치우지. 이 경우 그 벌레를 먹은 건 누구지? 하이에나인 내가 아니야.

모여들어서 물어뜯으며 즐기는 건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이야. 그렇지? 이 세상은 누구나 다른 누군가의 기생충이야."  (222p)


세상은 갈수록 온라인 가짜 뉴스가 기승을 부리는 것 같아요.

자극적인 내용일수록 일파만파 빠르게 퍼지는데, 그 진실 여부는 아무도 따지지 않아요. 나중에 가짜 뉴스라는 게 밝혀져도 대중에겐 이미 지나간 일.

<명랑한 갱은 셋 세라>은 모순된 현실을 악당들의 이야기를 통해 보여주고 있어요. 악당이 악당을 때려잡는 세상.

자칫 무겁고 우울할 수 있는 주제를 유쾌하게 풀어냈다는 점에서 엄지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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