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오아물 루 그림,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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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린왕자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어린 왕자』 책을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거예요. 

특히 올해는 생텍쥐페리 탄생 120주년 기념 『어린왕자』가 열림원에서 출간되었어요.

이번 『어린 왕자』가 특별한 점은 두 가지예요.

중국의 차세대 일러스트레이터 오아물 루(Oamul Lu)의 삽화를 만날 수 있다는 것.

김석희님의 한국어 번역과 함께 프랑스어 원문이 실려 있다는 것.


『어린왕자』의 매력은 매번 읽을 때마다 새롭다는 데에 있어요.

이번에 읽을 때 꽂힌 부분은 '바오밥나무'였어요. 어쩌면 우리 마음에는 자신도 모르게 뿌리내린 바오밥나무가 있는 게 아닐까요.

 "아이들아, 바오밥나무를 조심해!" (33p)


어린 왕자는 게으름뱅이가 혼자 사는 별에서 작은 떨기나무 세 그루를 뽑지 않고 그냥 두었다가 낭패를 보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비행기 조종사인 '나'는 어린왕자의 이야기 덕분에 바오밥나무의 위험성을 알게 되었고, 그 사실을 모르는 친구들에게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열심히 그림을 그렸어요.

그런데 어째서 이 책에는 바오밥나무 그림만큼 큰 그림이 하나도 없을까요.

그 대답은 아주 간단해요. 


"나는 큰 그림을 그려보려고 노력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던 겁니다. 바오밥나무를 그릴 적에는 그만큼 절박한 기분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이지요." (33p)

"어린 왕자야, 이렇게 해서 나는 너의 고달픈 인생을 차츰 알게 되었단다."  (35p)


이상해요. 어린 왕자에 대해 알아갈수록 뭔가 슬픔의 덩어리가 점점 커지는 것 같아요. 

모든 별이 다 그렇듯이 좋은 식물과 나쁜 식물이 있고,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있는 법인데, 언제부턴가 바오밥나무처럼 나쁜 것들이 더 커져버린 것 같아요.

별은 작은데 바오밥나무가 너무 많으면, 결국 별은 터져서 산산조각 나고 말텐데.

막연하게 어린 왕자를 꿈꾸는 시간에는 모든 게 아름다고 환상적으로 느껴지는데, 책을 펼치면 자꾸만 몰랐던 슬픔과 아픔이 튀어나오네요.


"아저씨도 어른들처럼 말하네!"  (41p)


마치 나한테 하는 말 같아서 부끄러웠어요. 시간이 흐를수록 어린 왕자의 마음과 멀어지는 것 같아요. 

어린 왕자는 말했어요. 얼굴이 붉은 신사가 사는 별이 있는데, 그 사람은 한 번도 꽃 향기를 맡아본 적이 없고 별을 쳐다본 적도 없고, 누구를 사랑해 본 적도 없대요. 덧셈하는 것 말고는 아무 일도 해본 적이 없는 그 사람은 하루 종일 "나는 심각한 일로 바빠! 나는 중요한 사람이야!"라고 말한대요. 늘 우쭐대고 잘난 척 한대요. 그건 사람이 아니고 버섯이라고, 어린 왕자는 얼굴이 하얘져서 "버섯!"이라고 외쳤어요. 


잊지 말아야 해요, 어린 왕자!

아름다운 노을 그리고 꽃과 어린 양을 사랑한 어린 왕자.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던 어린 왕자는 머나먼 여행을 떠났어요.

우리는 어린 왕자를 기억함으로써 어린 왕자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어요.

종종 삶에 끼여든 바오밥나무와 독버섯 때문에 힘들지라도 아직 늦지 않았어요. 사랑하는 어린 왕자는 늘 우리 마음 속에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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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원숭이의 한의학 강의
다모 미첼 지음, 스펜서 힐 그림, 조수웅 옮김 / BH(balance harmony)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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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원숭이의 한의학 강의>라는 책은 정말 특이해요.

책의 주제만 보면 어려운데, 내용을 살펴보면 쉬운 것 같아요.

그게 바로 이 책의 목적이라고 하네요.

저자인 다모 미첼은 영국에서 한의학 학위를 취득했고, 국제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연(蓮) 내공(內功) 학교의 책임자라고 해요.

이 책은 한의학의 경전이라고 일컬어지는 《황제내경소문 (黃帝內經素問)》을 그래픽노블로 풀어낸 만화 교과서라고 볼 수 있어요.

평소 그래픽 노블을 즐겨 보는 편인데, 한의학을 주제로 한 내용은 처음 본 것 같아요. 

신기한 건 어려운 한의학 용어들이 만화 그림으로 표현되니까 아이들 그림책처럼 쉽게 느껴졌다는 거예요.

원래 한의학 용어들은 한자로 표기되어 한자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겐 큰 걸림돌인데, 이 책에서는 귀여운 캐릭터들이 등장한 에피소드 덕분에 한자에 부담이 많이 줄어든 것 같아요. 삼백 개의 경혈 위치와 이름, 해부학적 기준점과 여러 가지 장부(臟腑) 증후군을 달달 외울 필요 없이 이 책을 쭉 읽는 것만으로 전반적인 이해를 할 수 있어요.

황금 원숭이와 마스터 보(Bo)의 이야기를 통해 어려운 한의학 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주고 있어요


자, 이야기가 시작되었네요.

전설적인 황금 원숭이가 태어났을 때 그의 천부적인 지혜는 모든 스승들을 감동시켰다고 해요.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아는 영특함과 타고난 리더십으로 정글의 황제가 되었대요. 원숭이들과 서로 털을 손질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황금 원숭이는 문득 질병의 본질 그 이상을 이해하고 싶은 열망이 생겼대요. 그리하여 현자 마스터 보(Bo)를 만나 고대 한의학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대요.


황금 원숭이 : 현자시여, 과거에 정글의 동물들은 100살이 넘어도 어떤 쇠약한 증상이나 질병의 증후가 없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왜 현시대의 동물들은 그렇게 오래 살지 못합니까?


마스터 보 : 그건 고대와 사정이 달려졌기 때문이지. 그때의 동물들은 도(道)를 행했다네.

고대의 동물들은 음양(陰陽)의 법칙을 충실히 지켰고 건강한 음식을 먹었으며, 우주와 조화를 이뤘고 내적인 수련을 했지. 

그들은 적당한 시간에 일어나 정해진 시간에 잤으며, 무리하게 몸을 쓰지 않았고 자기조절의 중요성을 이해했다네.

하지만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무책임하고 우주의자연적 주기로부터 멀리 있지.

또 그들은 자극적인 매체와 술 그리고 감각적인 즐거움에 자신을 학대하며 몸과 장부기관의 건강을 신경 쓰지 않고 있지.

바로 며칠 전에 한 젊은이를 몇달 만에 다시 만났는데 이상하게도 어쩌고 저쩌고 횡설수설하더군.


황금 원숭이 : 네, 요즘의 젊은이들이 과거 황금기의 젊은이들과 다르다고 생각하시는군요. 

그렇지만 스승님, 지금 더 중요한 것은 한의학의 원칙입니다. 그 원리를 말씀해주세요.    


미스터 보 : 한의학은 근본적으로 환자의 몸과 마음의 조화를 다루는 학문이네. 뿐만 아니라 환자가 넓은 세계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고, 어떻게 기(氣)를 다루며, 어떻게 외부 세계의 기와 동기화되어 있는지 연구하는 학문이기도 하지.

... 알다시피 고대의 한의사들은 현대 의사들과 같은 방식으로 질병의 본질을 보지 않았네요. 익히 알고 있는 이 질병들은 보다 근본적인 부조화의 징후일 거라네.

... 몸에는 장부기관(臟腑器官)이 있지. 많은 질병들이 이 장부에서 기인하니 우리의 수업도 이 장기에서부터 시작할 것이라네.

          (14-17p)


몸의 장기들은 두 가지 주요 그룹, 장(臟)과 부(腑)로 나뉜다고 해요.

장(臟) 기관은 간(肝), 심(心), 비(脾), 폐(肺), 신(腎)이고, 부(腑) 기관은 담(膽), 방광(膀胱), 소장(小腸), 위(胃), 대장(大腸)이고, 삼초(三焦)라는 것도 이 범주에 포함되기도 한대요. 이것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장육부예요.

이러한 장부의 연관성과 질병의 본성을 처음 접하게 되면 매우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어렵다고 그냥 넘어가면 한의학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어요. 왜냐하면 장부 이론은 한의학적 사고의 근골을 이루기 때문이에요. 한의학에서는 인체의 여러 장기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건강의 비결로 본다고 해요.


이 책에서는 각 장기가 부조화 상태에 있을 때 나타나는 증상, 증후군별로 나누어 설명해주고 있어요.

그냥 말로 하는 설명이었다면 몇 장 넘기지 못했을 텐데, 귀여운 동물 캐릭터들이 등장한 이야기를 만화로 보여주니 꽤 재미있어요.

재미있는 그림을 통해 우리 몸에 증후군이 나타나기 쉬운 계절로 나누어 각 증상과 증후들이 나와 있어서 읽는 내내 스스로 몸의 건강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네요. 


"혹시 심각한 상황에서 부적절하게 웃어본 적이 있나요?

당신은 가끔씩 불안하고 혼란스러운가요?
혹시 혀에 이상이 있나요?  예를 들어 입안의 궤양, 심계항지, 불면증, 가슴의 열, 붉은 얼굴...

당신은 심화항성(心火亢盛)입니다.

치료를 받으려면 황금 원숭이 의사를 찾으세요!"   (81p)


전통 한의학 공부를 시작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한의학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많은 도움이 될 책인 것 같아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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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휴먼 SUPER HUMAN - 방탄커피 창시자가 전하는 노화를 되돌리고 장수할 최강의 계획
데이브 아스프리 지음, 김보은 옮김 / 베리북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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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휴먼(Super Human)>은 몸과 마음을 관리하는 최고의 전략서라고 할 수 있어요.

저자는 우리 조상이 바이오해커였다고 이야기하네요. 원시시대에서 역사시대의 시작까지는 건너뛰고 그 이후를 살펴보면 인류는 끊임없이 불멸의 방법을 탐색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있다고 말이죠. 불로장생의 비밀은 '바이오해킹'이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있어요.

바이오해킹이란 자신의 몸을 통제하기 위해 몸속과 주변 환경을 바꾸는 일이라고, 저자가 정의한 용어인데 2018년 메리엄 웹스터 사전에 '바이오해킹'이 새로운 영어 단어로 실렸다고 해요. 그만큼 바이오해킹 운동이 대중화되었다는 증거일 거예요.


이 책에서는 노화를 되돌리고 장수할 수 있는 최고의 계획들이 나와 있어요.

사실 건강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이미 알고 있는 내용도 다수 포함되어 있어요. 중요한 건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라고 볼 수 있어요.

저자가 알려주는 더 급진적인 노화 예방 기술을 제대로 알고 실천한다면 슈퍼 휴먼이 될 수 있다는 것.


슈퍼 휴먼은 누구인가. 바로 저자가 롤모델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는 어릴 때부터 과체중이었고, 열네 살에는 만성 무릎 관절염으로 항상 아팠으며, 이십 대에는 당뇨병에다가 노화와 관련된 수십 개의 증상으로 고통받았다고 해요. 서른이 되기 전에 심장마비나 뇌졸증으로 절명할 가능성이 높다고 의사가 경고할 정도였다니 그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겠죠. 그러니 오래 살거나 건강해지리라는 생각조차 못했대요. 그랬던 그가 노화 예방 분야의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면서 훌륭한 노화 예방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자기 몸의 통제권을 되찾게 되었대요.

최악의 건강 상태였던 저자가 질병과 증상을 없애고, 노화를 되돌리기 시작했다는 건, 누구라도 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해요.

더 오래 살기 위해 자신을 바꾸는 일은 선택 사항이 아니라 필수 사항이라는 것.


현재 우리에게는 모든 환경 요소를 바꿀 수 있는 기술이 있어요. 

알고 있나요? 몸속 호르몬부터 섭취하는 음식, 노출되는 빛, 주변 온도, 세포의 진동까지 모두 바꿀 수 있어요.

우선 노화를 일으키는 질병의 생물학적 요인을 살펴보고, 질병을 막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어요. 노화의 메커니즘을 알면 이를 예방하는 전략을 세울 수가 있어요.

음식은 노화를 막는 보약이라고 해요. 장수와 노화 예방을 위한 첫 번째 전략은 음식이라고 볼 수 있어요.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다음의 사항들을 실천하면 돼요. 산업적으로 재배하고 만든 곡물, 식품, 동물성 제품을 먹지 않아야 해요. 곡물은 모두 제외하고 유기농 채소와 과일, 목초를 먹고 자란 동물의 고기를 먹는 것이 좋아요. 튀긴 음식은 절대로 먹지 말라고 하네요. 조직의 회복을 돕는 단백질을 충분히 먹어야 해요. 목초를 먹고 자란 동물, 달걀, 자연산 생선,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는 식물의 단백질을 먹어요. 단백질은 튀기거나 그슬리게 굽거나 검게 태우거나 바비큐를 하지 않아야 해요. 지방 섭취량은 상관없지만 먹는 지방의 비율은 제대로 지켜야 해요. 매주 몸속에 케톤이 존재하는 상황을 만들어서 신진대사가 유연해지도록 길들여야 해요. 단식을 하거나 일주일 중 며칠 동안은 탄수화물을 제한하거나 곧바로 케톤으로 전환되는 에너지 지방을 식단이나 커피에 넣어 주기적인 키토제닉 식이요법을 실천하면 돼요.


신과 같은 치유력으로 줄기세포 치료법을 소개하고 있어요. 최근에 저자는 전신 줄기세포 충전치료를 받았고 정말로 몸이 더 나아졌다고 이야기하네요. 사실 줄기세포 분야는 연구가 진행 중인 상태라서 모두에게 권장할 사항은 아닌 것 같아요. 그보다는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바로 할 수 있는 케겔 운동을 추천해요.

지금 이 순간에도 노화 예방 기술은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어요. <슈퍼 휴먼>이 알려주는 정보는 최신 의료기술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선택은 각자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건 내 몸을 잘 관리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미래 투자라는 것. 

좋은 음식을 먹고 잠을 잘 자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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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8-02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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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혼자라는 즐거움 - 나의 자발적 비대면 집콕 생활
정재혁 지음 / 파람북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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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이 되니, 한해를 돌아보게 됩니다.

다들 힘들었던 시간들... 여전히 끝나지 않은 고통.

그와중에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때로는 혼자라는 즐거움>은 '나의 자발적 비대면 집콕 생활'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멈춤'의 의미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10여 년 동안 직장인으로 살던 그가 갑작스레 병원 신세를 졌고, 이후 홀로 생활한 지 5년째가 되어간다고 합니다.

책과 영화, 온라인 세상이 있는 집콕 생활.

만약 작년이었다면 그의 일상을 바라보는 마음이 달랐을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공감하는 부분이 더 많았던 것 같아요.

저자의 페이스북 친구는 일본에서 책방을 운영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페스트>가 잘 팔렸다고 하네요. 신기한 것 같아요. 똑같은 상황에 처해 있는데 일본과 우리는 반응이 전혀 다른 것 같아요. 참고로 저자는 <페스트>를 사지 않았다네요. 저자가 봄에 읽은 책은 <바보의 벽>인데, 실수로 다른 저자의 책을 샀다는 사실을 수년이 지난 그때 알게 되었대요. 원래 구입하려던 책은 요로 타케시의 <바보의 벽>으로, 어찌할 수 없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미련스러운 바보가 되어버리는, 애처로운 인간사를 풀어낸 인문서라고 해요. 그런데 실제로 산 책은 츠츠이 야스타카의 <바보의 벽>으로 인간의 바보 같은 심리를 꾸짖는 일종의 훈계조 책이었다네요. 음, 절묘하게 책 제목과 맞아떨어지는 상황이라서 웃음이 나네요. 누구나 가끔 그런 실수를 할 때가 있잖아요. 어찌됐든 집콕 생활이 길어진 덕분에 책 읽는 시간이 늘어난 건 긍정적 측면으로 봐야 되겠죠.

저자가 엄마의 일상을 알게 된 건 퇴원을 하고 집에서 요양 생활을 하던 2년째부터였다고 해요. 병실에서 보내는 그 시간들을 곁에서 지켜주신 엄마는 종종 이런 말씀을 하셨다고 해요. "엄마도 글을 쓰고 싶었는데... 예전엔 가계부 한 쪽에 일기를 썼어. 이사하면서 다 버려버렸지." (164p) 

당시에는 지나쳤던 그 말을, 다시 본가에서 함께 살면서 떠올랐대요. 엄마와 함께 있지만 엄마가 그립다면서. 그건 아마도 엄마의 마음을 아주 조금 이해하게 된 아들의 마음일 거예요. 코로나 덕분에 가족들이 집에서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더욱 가까워진 기분이 들어요.

힘든 때일수록 가장 생각나는 건 역시 가족인가봐요. 그리고 혼자만의 시간이 좀더 성숙해지는 시간이라는 것도 배우게 된 것 같아요.


"세상이 돌연 멈춰섰던 5년 전 어느 봄 이후, 많은 것이 멀어지고 사라졌다.

나는 명함 속 직함은 물론 여러 사회적 관계들마저 빼앗겨버렸고, 그 자리에 자라나는 새로운 계절을 바라봤다.

세상엔 시작을 예고하며 찾아오는 봄도 있지만, 나를 다시 바라보기 위해 다가오는 계절로서의 봄도, 어쩌면 있다.

...

세상이 모두 같이 멈췄던 그날 이후, '코로나'라는 이름의 계절은 나의 지난 5년여를 되돌아보게 했다.

매일이 매일 같아 모르고 지내던 날들에 차이를 느끼게 해주었다.

... 그리고 그건 내게 상실을 받아들이고, 멈춤을 이해하는 일, 가장 나다운 나를 바라보는 시간이었다."   

      (6-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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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카르두 헤이스가 죽은 해
주제 사라마구 지음, 김승욱 옮김 / 해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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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헤이스, 어디든 살 곳이 필요하지, 어디가 아닌 곳은 하나도 없고,

삶은 삶이 아닌 다른 것이 될 수 없으니까, 이제야 난 이것을 알아차리고 있네, 

무엇보다도 사악한 것은 사람이 눈에 보이는 지평선에 결코 도달할 수 없다는 것,

우리가 타고 있지 않은 배, 그것이 우리 여행의 배가 되었으면 하네.  

... 잘 가게, 페르난두.  잘 가게, 히카르두.   (229p)



 <히카르두 헤이스가 죽은 해>는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이에요.

1984년 출간된 작품이에요. 일천구백팔십사년.

소설의 시간은 1935년 11월 29일부터 시작되고 있어요. 주인공 히카르두 헤이스가 리스본에 도착한 시각.

그는 하일랜드 브리게이드호를 타고 리스본 항구에 도착했고, 강과 가까운 호텔을 찾다보니 브라간사 호텔 201호에 묵게 되었어요.


이 소설은 특이한 시점으로 이야기를 들려줘요. 

주인공 히카르두 헤이스를 중심으로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을 지켜보는 눈.

우리는 그 눈을 빌려 그들의 삶을 엿보고 있어요. 그들의 생각과 마음까지도.


히카르두 헤이스는 누구인가.

궁금증을 풀려면 문장과 문장 사이, 사람들간의 대화에서 단서를 찾아야 해요.

1887년생인 그는 현재, 마흔여덟 살 미혼 남성으로 직업은 의사예요. 포르투갈 사람이지만 브라질로 이민갔다가 십육 년만에 조국으로 다시 돌아온 거예요.

왜 돌아왔냐고요. 그건 차차 풀어가야 할 이야기예요.

그를 알기 위한 첫 번째 단서는 '페르난두 페소아'예요. 히카르두가 도착한 며칠 뒤, 신문에서 다음의 기사를 읽게 돼요.


애국적인 열정을 담은 시이자 가장 아름다운 시 중 하나인 『메시아』의 놀라운 시인 페르난두 페소아가 

토요일 밤늦은 시각에 상 루이스 병원의 기독교 침상에서 뜻밖의 죽음을 맞아 어제 땅에 묻혔다는 이야기.

시를 쓸 때 그는 페르난두 페소아일 뿐만 아니라 알바루 드 캄푸스이기도 하고, 알베르투 카에이루이기도 하고, 히카르두 헤이스이기도 했다. (45p)

실제로 페소아는 자신의 실명 외에도 대략 75개의 다른 이름으로 많은 글을 썼는데, 그는 이를 '필명筆名'이 아닌 '이명異名'이라 불렀다고 해요. 그 이유는 각 개인의 진정성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이래요. 호텔에서 먹고 자고 산책하는 것 외에 히카르두가 유일하게 하는 일이 바로 시를 쓰는 거예요. 비록 한 문장이지만.


"페르난두 안토니우 노게이라 페소아, 마흔일곱 살의 독신 남자, 마흔일곱이라는 나이에 주목하라, 리스본에서 태어나 영국의 한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하고 문단에서 작가 겸 시인으로 확실히 자리를 잡은 그의 장례식이 엄수되었다, 관에는 들꽃이 뿌려졌는데, 꽃들이 금방 시든 것을 보면 그것이 꽃에게는 불운이었을 것이다. 히카르두 헤이스는 자신을 프라제르스로 데려다줄 전차를 기다리며 무덤가에서 울려 퍼진 장례 추도사를 읽는다. 그가 신문을 읽고 있는 이곳은 예전에 어떤 남자가 교수형을 당한 곳 근처인데, 거의 이백이십삼 년 전 동 주앙 오세의 재위 중에 일어난 일임을 누구나 알고 있다. 『메시지』에는 이 왕의 이름이 언급되어 있지 않다."  (46p)


히카르두 헤이스는 페르난두 페소아가 묻힌 묘지를 찾아갔고, 호텔로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어요. 

페르난두의 재능을 지녔지만 너무 일찍 죽어서 시인이 되지 못한 사람, 히카르두의 능력을 지녔지만 의사나 시인이 되지 못한 사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뭔가 쌓여 있던 감정이 터져나온 것 같아요.

그로부터 며칠 뒤, 눈앞에 페르난두 페소아가 나타났어요. 유령이냐고요? 

글쎄요, 중요한 건 두 사람이 만나자마자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봤다는 거예요. 오랫동안 떨어져 있다가 다시 만나 기뻐하는 모습이었다는 거죠. 페르난두 페소아는 약 여덟 달 동안 마음대로 여기저기 돌아다닐 수 있는데 히카르두 헤이스가 만나러 직접 찾아온 거예요. 왜 여덞 달인가, 그건 어머니 배 속에서 보내는 기간과 죽은 다음의 시간을 맞추는 균형의 문제라고 하네요. 페르난두 페소아가 히카르두 헤이스에게 물었어요. 어떻게 포르투갈에 오게 된 거냐고. 그러자 헤이스는 안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그 안에 접힌 종이를 빼내어 내밀었어요. 그 종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어요.


페르난두 페소아가 죽었다 마침표 나는 글래스고로 떠났다 마침표 알바루 드 캄푸스. (116p)


이 전보를 받고 돌아오기로 결심했던 거래요. 죽은 페르난두 페소아는 그가 원하는 시간에 불쑥 나타났고, 히카르두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사라졌어요.

멀쩡히 살아있는 마흔여덟 살의 의사가 이미 죽은 마흔일곱 살의 시인을 만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그것은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서, 히카르두의 삶을 통해서 서서히 드러나고 있어요. 히카르두 헤이스가 죽은 해.


"지금의 나와 과거의 나는 서로 다른 꿈인 것 같다.

세월은 짧고, 인생 또한 너무나 잠깐이다.

우리가 가진 것이 기억뿐이라면 그편이 낫다."  (388p)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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