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가, 나의 악마
조예 스테이지 지음, 이수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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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아닐 거야...

책을 읽다가 몇 번이나 덮어버렸어요. 무서워서.

솔직히 인정하긴 싫지만 제가 느낀 감정은 공포였어요.

한때는 공포영화 마니아였던 과거가 무색할 정도로 지금은 겁쟁이가 된 것 같아요.

영화 <오멘>이 가장 먼저 떠올랐어요. '레몬' 하면 침이 고이듯이, '오멘'은 떠올리는 순간 머리카락이 쭈뼛 서고 소름이 돋아요.


『나의 아가, 나의 악마 Baby Teeth』는 조예 스테이지의 소설 데뷔작이라고 해요.

2018년 미국에서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다수의 매체에서 '올해 최고의 공포소설'로 주목받은 작품이래요.

영화 <조커> 제작진의 눈에 띄어 영화화가 확정됐다고 하니, <오멘>에 뒤를 잇는 극강의 공포영화가 탄생할 것 같아요.

다 읽고 나니, 책 제목도 그냥 <해나 HANNA>로도 충분했을 듯.


짐작했겠지만, 주인공은 일곱 살 소녀 해나예요. 

아빠 알렉스 앞에서는 한없이 착하고 사랑스러운 해나, 그러나 엄마 수제트와 단둘이 있을 때는 완전히 돌변해버려요. 

해나는 무슨 이유 때문인지 말을 하지 않아요. 병원에서 여러 차례 정밀검사를 해본 결과 신체적인 문제는 전혀 없어서 부모는 아이 스스로 말하길 기다리고 있어요.

우리는 살짝 해나의 속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어요. 침묵의 이유.

해나는 굉장히 똑똑한 아이라서 어른들이 하는 말들을 전부 알아들어요. 스웨덴 출신인 아빠가 평소에 말하는 스웨덴어와 엄마의 어설픈 프랑스어도 알아듣지만 말하지 않을 뿐이에요. 해나의 눈에는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죽은 벌레처럼 떨어져 나오니까, 그 말들을 하고 싶지 않은 거예요. 그리고 밖으로 내뱉지 않는 말들은 해나 혼자만 순수하게 간직할 때 힘을 얻는 것 같아서예요. 솔직히 또 다른 이유도 있어요. 그건 해나의 침묵이 엄마를 미치게 만들기 때문이에요. 불쌍한 엄마는 모든 게 너무 빤히 드러나요. 엄마는 너무나 오랫동안 해나가 말하길 간절하게 바라며 애원하곤 했어요. 반면 아빠는 애걸하거나 속상해한 적이 없어요. 오직 아빠만이 나비처럼 말들을 날려보낼 수 있고, 해나를 안아줄 때마다 초신성이라도 목격한 사람처럼 눈을 반짝 빛내곤 해요. 그래서 해나는 아빠에게만 미소를 지어 보였고, 잠들기 전에 아빠가 동화책을 읽어줄 때 기분이 좋아져요. 


처음에는 아빠를 지나칠 정도로 사랑하는 아이의 집착과 질투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러나 이 소설은 해나와 수제트, 두 사람의 시선에서 상황을 들려주기 때문에 각자의 속마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요.

헉, 보지 말 걸... 수제트는 초보 엄마로서 느끼는 무력감과 죄책감이 있어요. 크론병 때문에 트라우마를 겪었던 터라 유리 멘탈의 소유자예요. 사랑스러운 딸 해나가 점점 자신을 증오하듯 바라본다는 걸 알고 있어요. 가끔 그런 해나가 밉고 화가 나지만 꾹꾹 억누르고 있어요. 남편 알렉스는 모든 게 완벽하길 바라니까.

해나는, 겨우 일곱 살인데 지능은 천재에 가까운 것 같아요. 어른들의 심리를 너무나 잘 꿰뚫어보고 있어요. 가장 소름돋는 건 해나가 진심으로 엄마 수제트를 증오한다는 거예요. 몇 번이나 책 읽기를 멈췄던 것도 해나 때문이에요. 순진한 어린아이의 몸을 한 악마. 

자신이 낳은 딸이 이토록 끔찍한 존재라면 그걸 감당할 수 있을까요. 

과연 해나와 수제트 그리고 알렉스는 어떻게 될까요. 

마지막 장을 읽으면서 진짜 공포가 밀려왔어요.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대체, 빌어먹을, 왜! 해나, 내 말을 왜 이렇게 안 듣는 거야?"

소녀는 팔을 늘어뜨리고 서서 자신의 엄마를 찬찬히 보았다. 그러더니 눈이 뒤집어지며 흰자만 남았다. 눈동자가 있던 곳에 죽음과도 같은 허무만이 남았다.

"왜냐하면 나는 해나가 아니니까." 소녀가 속삭였다. 

     (58-5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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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뇌 - 모방 욕망에 숨겨진 관계 심리학
장 미셸 우구를리앙 지음, 임명주 옮김 / 나무의마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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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뇌>는 프랑스 신경정신의학자이자 심리학자 장 미셸 우구를리앙의 책이에요.

이 책은 신경과학과 발달심리학 분야에서 이루어진 최근의 발견을 기존 이론에 통합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안하고 있어요.

방금 세상에 나온 신생아는 오로지 모방을 통해서만 타인과 관계를 구축하고, 운동(첫 번째 뇌)과 감정(두 번째 뇌) 또한 모두 모방을 통해 배운다고 해요.

그 모방 욕망을 움직이는 것이 바로 세 번째 뇌라는 거예요.

정신이라는 기계의 작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지의 뇌(첫 번째 뇌)와 감정의 뇌(두 번째 뇌)의 관계를 연구하는 것은 물론이고, 모방의 뇌(세 번째 뇌)를 알아야 아이가 사회성을 배우고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자아 간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을 이해할 수 있어요. 한 마디로 세 번째 뇌는 사람을 만드는 뇌라고 할 수 있어요.

여기에서 모방 욕망과 희생 메커니즘은 르네 지라르의 주요 가설을 따르고 있어요. 르네 지라르는 저자에게 모방 욕망을 가장 잘 이해하는 방법은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읽는 것이라고 늘 이야기했다고 하네요. 셰익스피어의 초기 작품인 『베로나의 두 신사』를 예로 들어보면, 친한 친구 사이인 발렌타인과 프로티어스는 취향이 같아서 욕망마저도 일치할 때가 많은데, 문제는 발렌타인이 사랑하는 여인 실비아를 친구 프로티어스에게 소개하면서 시작돼요. 발렌타인과 취향이 같은 프로티어스도 실비아를 사랑하게 되면서 친구의 우정은 욕망 때문에 변질되고 말아요.  두 사람은 경쟁자가 되어 프로티어스가 실비아의 아버지에게 친구 발렌타인을 모략해 그를 밀라노에서 추방시켜 버려요. 모방 욕망의 메커니즘은 또다른 작품 속에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어요. 어쩌면 대중들은 이미 위대한 문학 작품 속에서 모방 욕망이 주는 강렬한 자극에 빠져들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지금은 드라마와 영화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것 같아요. 


세 번째 뇌는 거울신경이라는 위대한 발견을 통해 그 존재가 확인되었어요.

리촐라티와 갈레제는 PET 스캐너와 기능성 자기공명촬영장치 fMRI 로 특정 행동을 하면 특정 신경이 활성화된다는 걸 증명해냈어요.

타인의 신경과 공명하고 타인의 신경 활동에 대해 생각하는 신경을 '거울신경'이라고 명명했어요. 타인의 뇌와 반응하는 뇌는 '이해하는 뇌'이며, 이런 종류의 이해는 거울신경의 활성화에도 나타난다고 해요. 타인의 감정 반응을 이해하는 인간의 고유한 능력이 거울 특성을 지닌 영역 전체와 연결되어 있어서, 행동과 마찬가지로 감정 역시 즉각적으로 공유되는 거예요. 관찰자가 타인의 행동을 관찰할 경우, 타인이 행동할 때 활성화된 동일한 신경 메커니즘이 관찰자에게도 자동적으로 활성화되는 거예요.


저자는 임상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대화하면서 신경증 환자나 정신병 환자뿐 아니라 정상인에게도 두 가지 주장이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욕망에 대한 소유권이 타인의 욕망보다 시간적으로 앞선다는 선행성을 주장해요. 자신의 욕망은 타인의 암시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고, 암시는 의도적이든 아니든간에 모델에서 나온 것임을 모르고 있는 거죠. 그래서 저자는 심리학을 과학의 영역으로 편입시킨 새로운 초심리학의 탄생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모든 인류에게는 두 개의 상수 N과 N’가 있다는 것. N은 자신이 자기 욕망의 소유자라고 주장하는 것이고, N’는 자신의 욕망에 영감을 주고 그 욕망을 탄생시킨 타인의 욕망보다 자신의 욕망이 시간적으로 선행한다고 주장하는 것이에요. 이제 N과 N’에서 정상적인 심리 현상이 어떻게 나타나고 해석되는지, 그리고 N과 N’에서 자아와 욕망이 두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어떤 신경증과 정신병 전략을 펴는지 연구하는 것이 과제로 남아 있어요. 저자는 이것을 심리학과 정신병리학이 가야 할 새로운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어요.


모방이 어떻게 정신에 작용하는지, 즉 세 번째 뇌의 시각에서 질병 분류 체계를 살펴보면 인간의 정신 세계를 이해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심각한 정신병리 증상과 다양한 행동장애들은 욕망이 욕구와 본능 사이에서 벌어지는 장애라고 볼 수 있어요. 저자는 욕망의 병은 거의 세 번째 뇌에 생긴 문제에서 기인한다고 보고 있어요. 오늘날의 약물중독은 욕망의 결핍(성장의 부재)에서 출발하며, 결핍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욕망이 어떤 것인지 알게 해주는 대체품으로, 자아를 창조하고자 하는 절망적 시도라고 해요. 욕망은 자아를 만드는 것인데, 욕망이 없으면 자아도 없는 거예요. 그러니 약물중독자들처럼 부재하거나 사라져가는 자아의 특징을 찾아 진단하고 치료하기란 어려운 일인 거죠. 

욕망은 움직이는 에너지이며, 욕망의 궁극적 목표인 대상을 선택하는 일은 모델과 부모의 금지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해요. 부모의 금지는 욕망의 근육을 발달시키고, 그 근육은 저항에 부딪히면서 강해지는데, 부모가 방임하여 아무것도 금지하지 않는다면 자녀들은 욕망의 결핍으로 튼튼한 자아를 만들 수 없어요.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 끈질기게 싸운 욕망이 의지로 단단하게 변모해간다고 해요. 의지는 모방 욕망과는 달라요.

현대 사회는 욕망의 병과 관계의 병이라는 새로운 현상이 퍼져가고 있어요. 이러한 현상은 세 번째 뇌를 통해 모방 욕망의 메커니즘으로 풀어갈 수 있어요. 욕망은 모방적 성격이 있기 때문에 자아를 형성하는 욕망은 실제로는 타인의 욕망이 반사된 복제품일 뿐이에요. 사람들의 행동에서 드러나는 무자비한 모방 욕망 메커니즘에서 벗어나려면 모방 현실을 인정하고 직시하며 겸허하게 수용해야 한다는 것. 더 이상 모방 메커니즘과 경쟁의 노리개가 되어선 안 된다는 것. 

결국 욕망은 자아의 욕망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자아가 욕망의 자아가 되는 새로운 초심리학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세 번째 뇌를 통해 새로운 길이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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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이야기 : 최초의 의심 기묘한 이야기
그웬다 본드 지음, 권도희 옮김 / 나무옆의자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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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를 책으로 만나다니!

영상으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소설로 읽는 <기묘한 이야기 : 최초의 의심>은 오리지널 시리즈보다 앞선 과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초능력 소녀 일레븐의 엄마인 테리 아이브스가 주인공으로 등장해요. 

테리는 친구 스테이시를 대신해서 심리 실험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어요. 스테이시는 몸을 부르르 떨면서 이상한 경험이었다며 절대 가지 않을 거라고 했어요. 한 연구원이 자신을 어두운 방으로 데려가더니 바퀴 달린 침상에 눕혔대요. 맥박을 재고 심장박동 소리를 듣더니 팔뚝에 주사를 놓고 혀 밑에 알약을 넣었대요. 잠시 후 그가 이상한 질문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때 기억이 나지 않는대요. 정신이 몽롱하고 몸에서 감각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 지독한 환각 상태는 평생 처음 경험했다고요.

이 정도면 무서워서 못 갈 것 같은데, 테리는 15달러를 벌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서 간 거예요. 15달러면 지금 아파트의 한 달 집세라서 돈의 유혹을 저버릴 수 없었던 거죠.

수상한 연구소에서 은밀한 실험이 벌어지고 있어요.

브레너 박사는 약물과 환각 작용을 기초한 정신 실험이라고 설명했지만 뭔가 갈수록 미심쩍은 건 에이트라고 불리는 초능력을 가진 아이의 존재예요. 테리는 실험에 같이 참여하는 사람들과 연구소의 비밀을 밝혀내려고 하지만 브레너 박사는 무서운 계략을 꾸미고 있었어요. 

실제로 미국 기밀 문서에 따르면 미소 냉전시대에 미군 첩보기관에서 초능력자 팀에게 군사 훈련을 시켰다고 해요. 구소련 역시 질세라 초자연적인 현상을 연구를 바탕으로 작전에 사용했다고 해요. 양쪽 모두 초자연적 현상 혹은 영적 에너지를 연구 기반으로 첩보 작전 등에 활용한 내막은 동일한 것 같아요. 정신력을 통해 물리적인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영적 에너지를 전쟁이라는 파괴적인 영역에서 활용하려 했다는 자체가 끔찍한 것 같아요. 그것이 상상 속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에서 일어났던 사실이라는 점이 가장 극한 공포감을 주는 것 같아요. 인간의 정신세계를 추악한 무리들이 난도질해 놓은 것 같아서, 전쟁터로 만들어 버린 것 같아요.

1969년 여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과 베트남전 반대 시위로 들썩이던 그 시기에 인디애나주 호킨스 국립연구소에서 기묘한 이야기는 시작돼요.

<기묘한 이야기>의 팬이라면 숨겨진 과거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될 거예요. 오리지널 시리즈의 주요 캐릭터와 중심 사건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기묘한 세계의 확장 버전을 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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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 - 인터뷰와 일러스트로 고전 쉽게 읽기 고전을 인터뷰하다 1
최유리 지음, 나인완 그림 / 브레인스토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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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은 고전『국화와 칼』을 쉽게 풀어낸 책이에요.

워낙 유명한 책이지만 실제 완독하지 못했던 터라 '고전 쉽게 읽기'가 무척 반가웠어요.

이 책은 만화 스토리처럼 유리센과 나작가가 등장하여 1948년 뉴욕으로 루스 베네딕트를 만나러 가는 장면으로 시작해요.

뾰로롱~ 시간여행!

우선 등장인물 소개를 해야겠네요. 루스 베네딕트는 미국의 문화 인류학자예요. 인간의 사상과 행동의 의미에 대해서 심리학을 바탕으로 분석하는 연구를 했대요.

유리센은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한국어-일본어 강사예요. 일본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한국인에게 일본어를 가르치다 보니 양국의 문화와 정서의 차이에 관심이 많아졌다고 해요. 

나작가는 일본과 역사에 관심이 많은 그림 작가예요. 귀여운 미식가 마구로센세가 나작가의 손에서 탄생되었죠. 귀엽고 친근한 그림체가 특징이에요.


이 책이 나오게 된 배경은 다음과 같아요.

유리센은 일본 유학을 준비하면서 『국화와 칼』을 선물 받아 읽게 되었는데 어려워서 포기했다가 유학 생활 중에 다시 일본어로 읽게 되었대요. 그때도 끝까지 못 읽었고, 몇 년 뒤 한국에 돌아와서 첫 번째 완독을 했대요. 도대체 왜 이 책을 어려워하는 걸까요. 저자가 생각한 이유는 미국인의 관점에서 2차 세계대전 중에 쓰인 글이라서 지금 우리가 읽기에 공감되지 않는 부분이 많은 거라고 설명하고 있어요. 또한 일본어를 모르는 사람이 읽기에는 다소 친절하지 않다는 거예요. 언어는 문화 배경과 사고 구조를 알아가는 일부이자 출발점이라서 일본어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거죠.

그래서 유리센이 친절한 해설가 역할을 자처한 거예요. 나작가는 그 해설을 만화로 재미있게 완성해낸 거고요. 몇 장 넘기다가 포기하게 되는 『국화와 칼』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만화책으로 변신해서 정말 좋은 것 같아요.


『국화와 칼』은 1946년 출간된 책으로 일본인의 사고 원리와 문화적 배경을 분석하고 연구한 결과물이라고 해요. 놀랍게도 이 책은 일본에 가보지 않고 일본을 경험한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쓰여졌대요. 원래의 목적도 학술적인 연구가 아니라 미국 정부의 의뢰를 받아 군사·외교적 목적으로 썼던 거래요. 당시 미국과 일본은 전쟁 중이었으니 적을 알기 위한 정보집이었다고 봐야겠네요. 문화인류학자가 인터뷰를 통해 분석한 일본인의 특징은 모순된 양면성이에요. 책 제목처럼 국화와 칼을 동시에 숭배하는 모습을 핵심이라고 판단했던 거예요. 국화가 아름다움과 평화를 상징한다면, 칼은 잔인함과 권력을 상징하는데 일본인은 이 모두를 중요시하고 있으니 극단적인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거죠. 일본인은 태어나면서 빚을 갖고 태어났다고 생각하고 살면서 끊임없이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를 온이라고 해요.  태어나면서 갖고 태어난 빚은 의무이고, 살면서 지는 빚은 의리라고 여긴대요.  일본인은 선택의 기로에서 선과 악의 기준보다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 방법을 선택한대요.

우리가 몰랐던 일본인과 일본 문화의 특성에 대해 많은 걸 알게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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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더브레 저택의 유령
루스 웨어 지음, 이미정 옮김 / 하빌리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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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더브레 저택의 유령>은 독특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사건의 용의자는 이미 교도소에 수감된 상태인데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어요.

그 주인공은 스물일곱 살의 로완이라는 여성이에요. 그녀는 교도소 안에서 렉스햄 변호사에게 편지를 쓰고 있어요.


2017년 9월 3일

렉스햄 변호사님께

변호사님, 제가 누군지 모르시겠죠. 그래도 제발, 제발, 저를 

좀 도와주세요. 

   (9p)


로완은 왜 편지를 선택했을까요. 

이미 선임된 게이츠 변호사는 로완의 이야기를 귀담아듣지 않기 때문이에요. 듣긴 듣는데 믿지 않는 거죠.

자초지종을 설명하려는 그녀의 말을 자르며 질문을 던지니까 이야기가 뒤죽박죽돼 버리는 거예요.

교도소 수감자들은 하나같이 결백을 주장하기 때문에 그중 한 명이 무죄라고 떠드는 말을 진짜로 받아들여줄 리 없는 거죠.

그래서 로완은 최후의 구원자로 렉스헴 변호사를 선택했고, 자신의 모든 이야기를 편지에 적기로 했던 거예요. 적어도 해야 할 말이 끊기진 않을 테니까.

로완은 엘린코트 사건에 연루된 아이 돌보미였고, 자신은 아이를 죽이지 않았다며 절절하게 무죄를 주장하고 있어요. 그동안 이해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 여자아이를 죽이지 않았다는 거예요. 진범은 따로 있다고. 그러니 제발 자신을 만나러 와 달라고.


로완은 렉스햄 변호사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우리를 헤더브레 저택으로 초대하고 있어요.

스코틀랜드 하이랜드에 지어진 으리으리한 헤더브레 저택.

왠지 고풍스러운 저택에서 촛불을 켜야 할 것 같지만 헤더브레 저택은 첨단 기술로 꾸며진 현대적인 분위기예요.

막 대저택은 아니지만 돈 냄새가 풍기는 인테리어, 모든 게 완벽한 공간이었어요.

산드라 사모님은 친절했어요. 로완이 돌보게 될 아이들은 모두 셋, 매디는 여덟 살이고, 엘리는 다섯 살, 페트라는 18개월 아기예요. 

열네 살의 리안논은 지금 기숙사에 있어요. 사모님은 남편과 함께 회사를 운영하느라 바빠서 당장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하는 거예요.

막상 와 보니 로완은 거액의 연봉뿐 아니라 모든 게 다 탐났어요. 아름다운 집, 멋진 방, 대리석 타일이 깔린 화려한 샤워실, 석회 자국 하나 없이 반짝이는 거울, 크롬 도금된 배수관 부속품까지 전부 다, 이 일자리를 갖고 싶었어요.

헤더브레 저택은 몇 십 년 동안 방치돼 있었는데 엘린코트 부부가 건축가여서 멋지게 개조했던 거예요.

그런데 매디가 로완에게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울먹이며 말했어요.


"여기 오지 마세요."

"여긴 안전하지 않아요."

"안전하지 않다고? 그게 무슨 말이야?"

"다들 안 좋아할 걸요."

"누가?"

"유령들이요."

"유령들이 싫어할 거예요."

   (104-105p)


로완은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매디의 말을 흘려 듣지 말라고, 자신에게 정신 차리라고 소리쳤을 거예요. 

과연 로완은 자신의 무죄를 증명할 수 있을까요. 

반면 렉스햄 변호사라면 그녀의 주장을 믿을 수 있을까요.

로완은 결정적인 실수를 했어요. 모든 진실을 이야기해야 하는데 비밀을 남겨둔 것.

겉으로 드러난 비극은 일부분일 뿐이에요. 그 이면에는 깊숙하게 감춰진 진실이 있어요. 비밀은 마치 유령 같아요. 

오직 로완의 편지로 풀어내는 <헤더브레 저택의 유령>, 그 결말이 놀랍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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