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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법철학 - 상식에 대항하는 사고 수업
스미요시 마사미 지음, 책/사/소 옮김 / 들녘 / 2020년 12월
평점 :
<위험한 법철학>은 철학적인 시점에서 법률과 상식을 비판적으로 다룬 책이에요.
저자는 이 책에서 상식을 뒤흔드는 질문을 제기하여 사람들이 법률에 대한 회의심을 갖게 하는 데서 시작한다고 이야기해요.
그런 다음 법철학의 전통적인 논점들을 말하고 이어 현대적인 문제들을 다루면서 최종적으로는 자유마저 의심하도록 전개하고 있어요.
꽤 구체적인 사안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상식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울 거예요. 그것이 이 책의 목적이에요. 상식 위에 전개되는 법철학은 인간사회의 음지 부분을 찾아낸다면서, 상식이라는 연못의 물을 전부 퍼내버리라고, 즉 상식에 대항하라는 것이에요. 사람들은 그동안 상식이라는 연못 속에 욕망과 악의를 던져 넣었기 때문에 그 안은 탁해지고 악취를 풍기게 되었다고요. 연못은 퍼내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고이듯이, 상식도 어느 순간 다시 고이게 되므로 이때 법철학은 끊임없이 그 물을 퍼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거예요.
늘 이래서 되는지 묻는 것이 법철학자의 본성이라고요.
이 책은 총 11장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각 장마다 상식을 흔드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
법을 맹신하지 말라고, 법률에 내용적 올바름을 기대하지 말라는 각성의 견해를 전하고 있어요. 다소 강경한 표현일 수 있는데, 법의 기원은 폭력이라고 이야기해요. 헌법을 포함해 법률을 제정하고 유지하는 것이 폭력이라는 거예요. 법의 증식에는 부정적 측면이 있는데, 서양에서는 1970년대 후반부터 정부가 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 입법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해졌고, 그 결과 제정법이 증식하고 소송 대상이 확대되었어요. 이러한 현상을 법화라 하여 문제시되었어요. 법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는 사람들에게 법률이 결과적으로 사적 자치를 파괴해버린 사건 사례를 보여주고 있어요. 법률은 사회에 질서를 가져다주는 룰이지만 한편으로 법률에 과도하게 의거하는 것은 인간의 힘을 쇠퇴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법률과 인간 사회의 이상적인 관계를 모색하는 바로 그 지점에서 위험한 법철학의 사고 수업이 시작되고 있어요.
사람들은 왜 법률을 따르고 있을까요. 법률의 내용을 따져가며 따르른 사람은 거의 없을 거예요. 그건 왜인지 생각하지 않고 습관적으로 따르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어요. 법률에 따르는 도덕적 의무는 그 근거가 되는 의무감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법을 존중하는 것과 악법에 무비판적으로 따르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예요.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다."라고 말했다고 해서 그것이 악법에 따라야 한다는 의미가 될 수는 없어요. 법실증주의자들은 정의에 합당한 법체계일지라도 결코 따라야 할 일반적인 도덕적 책무는 없다고 말하면서 더 나아가 사악한 법체계를 존중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잘못이라고 말하고 있어요. 법률과 도덕을 엄밀히 구별하는 것은 법률에 따를지 말지에 대해 개인의 선택을 도덕 문제로 보고 개인의 사려와 판단에 맡기는 것을 의미해요. 법실증주의는 법률을 깬 눈으로 보고 상대화하고 있어요.
차별을 정당화하거나 사람의 생명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등 너무나 불합리한 법률이 시행되고 있는데, 입법자에 대한 논의와 설득을 통해 개선될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리라고 말할 수 없는 경우도 있어요. 법률이 정의에 어긋나니 이를 따라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종종 시민 사회에서 나올 때가 있어요. 책 속 사례에는 살인적인 호우 속에서도 등교하는 대학생의 이야기가 나와요. 새벽부터 방재 속보 알람이 울리고 기상정보는 호우 정보를 발하며 이른 아침부터 철도 일부 구간이 운전 정지되는 상황에서, 대학에서 휴강 연락이 없었으니 위험을 무릅쓰고 출석을 위한 등교를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큰비가 오니 외출은 위험하다고 판단하여 쉬는 것이 마땅한데, 출석 체크를 위해 등교한다? 오로지 대학으로부터 지시 유무에 따라 행동한다면, 그 대학생은 초등학생도 아닌데 스스로 판단하지 못한 채 지시 대기자 역할을 한 거예요. 명령을 내린 권력자와 법률에 충실하기만 한 사람들은 자신의 권리를 포기한 거예요. 잠자는 권리는 보호받지 못한다고 했어요. 이제는 깨어나야 할 때예요.
만일 1억 명 전체 히어로화 법이 시행된다면 어떨까요. 도덕을 법으로 강제당하고 싶나요. 궁지에 몰린 사람을 용기 있게 구조하는 행위는 아름답지만 모든 인간이 히어로로 살아야 할 의무는 없어요. 구조하지 않는 자유도 인정하고, 구조하는 자유를 선택한 사람들의 구조 행위로 인한 손실을 보전하거나 경감하는 법률도 정비해야 돼요. 이런 법 제도가 확실하게 정해져 있어야 구조 활동을 했던 사람들의 선의가 배신당하는 일을 막을 수 있어요.
저자는 세상의 법률이란 하찮은 인간은 그대로 놔두고 그들이 해를 끼치지 않도록 어떻게 유도할 것인가의 기술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입바른 논의가 아니라 하찮은 인간이라도 도 납득할 수 있는 사회 만들기에 필요한 사고가 '악마의 법철학'이라고 설명하고 있어요.
장기 매매에서부터 자유를 둘러싼 물음까지 이야기 범위가 커질수록 머릿속이 복잡해져요. 현대 사회에서 정부와 관청을 없애버리자는 아나코 캐피털리즘(무정부 자본주의)의 주장은 위험한 법철학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근거가 되고 있어요. 폭력을 독점하고 있는 국가야말로 시장과 소유권, 자본주의를 보호하고 있어요. 국가의 폭력 논리는 시장의 논리로 뒤집히지 않아요. 아무리 민영화가 추진된다고 해도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법권리의 보장 주체로서 국가는 남을 수 밖에 없어요.
불평등을 근절하기 위해 완전 평등 사회가 실현된다면 어떨까요. 이런 경우는 평등을 위한 역차별이 발생해요. 정부가 우수한 자에게 핸디캡을 씌워 그 능력을 평준화시킨다면 우수한 능력을 가진 자들이 경쟁하는 일은 없어지겠지만, 이런 사회에서 살고 싶을까요. 범죄와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평화 상태를 유지하며 사람들은 어떤 일에도 전혀 의문을 품지 않고 분노도 느끼지 않는다면 어떨까요. 인간에게는 위화감을 품고, 의심하고, 반항하는 능력이 있는데, 그것을 상기시켜주는 것이 법철학이에요.
<위험한 법철학>은 우리를 지배하는 권력, 우리를 속박하고 있는 상식이나 습관 그리고 법률의 부조리함을 깨닫게 해주는 수업이에요. 음지의 세계를 직시해야 싸울 수 있으니까요. 철저히 의심하고, 비판하라, 그리고 존재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