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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단호한 행복 - 삶의 주도권을 지키는 간결한 철학 연습
마시모 피글리우치 지음, 방진이 옮김 / 다른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가장 단호한 행복>은 뉴욕시립대학교 철학과 교수 마시모 피글리우치의 책이에요.
저자는 가장 확실한 행복을 위해 가장 실용적인 철학자 에픽테토스를 소개하고 있어요.
에.픽.테.토.스.
이것은 진짜 이름이 아니라고해요. 에픽테토스는 그리스어로 '구매된 것'을 뜻한대요. 그는 노예였거든요.
저자가 에픽테토스에게 빠져든 결정적인 구절은 다음과 같아요.
"나는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당장 죽으라면,
지금 바로 죽겠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죽으라면
지금은 점심을 먹겠습니다. 점심시간이 되었으니까요.
죽음에 대해서는 일단 점심을 먹은 다음에
생각해보겠습니다."
(11p)
이 짧은 글 속에 에픽테토스의 철학을 엿볼 수 있어요. 삶과 죽음을 대하는 태도에 유머와 현실 감각이 동시에 있기란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현재 우리에게 전해지는 에픽테토스의 가르침은 그의 제자인 아리아노스가 기록한 《담화록》네 권과 이를 요약한 《엥케이리디온》이라고 불리는 지침서 한 권이라고 해요. 저자는《엥케이리디온》을 현대인의 삶에 맞게 수정하고 더 나아가 스토아주의 철학 전체를 보완하는 시도를 했다고 해요. 새로운 스토아주의라고 할 수 있어요.
만약 현대판《엥케이리디온》을 읽고 싶다면, 1995년 샤론 르벨이 펴낸 《새벽 3시 : 생각이 많아진 너에게 필요한 영혼의 처방전》을 추천해요. 이 책은 원전의 내용을 그대로 현대 언어로 고쳐 쓴 것이에요.
반면 <가장 단호한 행복>은 응용판이라고 볼 수 있어요. 저자 마시모 피글리우치는 과감하게 개념을 수정하고 보완했어요.
모든 철학은 시대에 맞게 변화하며, 당연히 변화해야 한다고 여기기 때문이에요.
그 부분을 비교하며 읽는 것이 꽤 흥미로워요. 철학은 절대 진리가 아니라 사고하는 힘을 키워주는 도구인 것 같아요.
제게 강렬한 충격을 준 부분은 에픽테토스의 《엥케이리디온》의 첫 구절이에요.
어떤 것은 우리 뜻대로 할 수 있고, 어떤 것은 우리 뜻대로 할 수 없습니다.
생각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의견, 동기, 욕구, 반감 등 우리 자신이 하는 것들입니다.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은 몸, 재산, 평판, 직장 등 우리 자신이 하지 않는 것들입니다.
(32p)
앗, 이것은 그 유명한 <평온을 비는 기도>와 동일한 내용이에요.
20세기 초 미국의 신학자 라인홀드 니부어가 쓴 기도문으로, '주여,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평온한 마음과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와 그 둘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라고 알려져 있어요. 바로 통제의 이분법에 대한 스토아 철학이 훌륭한 기도문으로 변신한 거예요.
그리고 <가장 단호한 행복>을 통해서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있어요. 스토아학파의 금욕주의 관점은 지금 시대와 맞지 않기 때문에, 저자는 세속적인 것을 경멸할 필요는 없다고 이야기해요. 더 자세한 내용은 책에 잘 정리되어 있어요.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삶의 주도권을 지키는 합리적 태도예요. 선택은 하되 갈망하지 않는, 평정심을 유지하는 거예요.
우리가 불행한 주된 원인은 건강, 부, 명성 등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을 간절히 바라기 때문이에요. 온전히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 통제 가능한 것들에 집중한다면 평온하게 살아갈 수 있어요. 삶을 내 뜻대로 통제하는 일, 그것이 불확실한 오늘을 살아내는 지혜라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