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 : 부의 대전환 - 돈의 미래를 결정하는 지각변동
존 D. 터너 & 윌리엄 퀸 지음, 최지수 옮김 / 브라이트(다산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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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 : 부의 대전환>은 두 명의 경제학자가 300년 경제사를 통해 버블과 경제를 이해하는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제안하는 책입니다.

실제로 작년부터 버블이 곧 오리라는 경고가 여기저기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제는 막연한 예측이나 짐작이 아니라 정확하게 현실을 분석하는 것이 필요한 때입니다.


경제가 위험을 내재한 채 덩치를 키우다가 한순간 터져버리는 현상을 두고 예전에는 버블이 아닌 불에 빗대었다고 합니다. 화재는 심각한 손실을 초래하지만 한편으로는 특정 생태계에 한해서는 유용하기도 하다는 점에서 버블도 마찬가지입니다. 저자는 경제를 움직이는 거대한 트라이앵글을 버블 트라이앵글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버블 발생의 3요소는 시장성, 돈 / 신용, 투기입니다. 이 세 가지에 적절한 기술적 또는 정치적 요소로 불꽃을 일으키면 완벽하게 버블이 형성됩니다. 저자는 버블 트라이앵글이 버블이 발생할 때의 원인과 심각성, 사회적 유용성을 알아볼 수 있게하는 좋은 프레임워크라고 보고 있습니다. 버블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들을 잘 설명해주기 때문에 버블을 예측하는 데 사용하기 좋다는 것입니다. 다만 프레임워크의 다양한 요소들을 수학공식처럼 단언할 수 없어서 예측 목적으로 이 프레임워트를 사용하려면 반드시 별도의 판단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겁니다.반대로 버블이 꺼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 한 가지 확실한 원인은 연료 부족입니다. 버블자산에 투자할 돈과 신용은 한정돼 있는데 금리 인상이나 중앙은행의 긴축으로 인해 신용의 양은 줄어들 수 있고, 투기꾼들이 빠르게 버블자산을 매각하게 되면서 버블이 터질 수 있습니다.

이 책은 버블로 인해 왜 평범한 사람들이 더 많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거대한 흐름에서 패자로 남지 않으려면 어떻게 버블에 대비해야 하는지 분명하게 알아야 합니다.


저자들은 버블이 커지는 동안 상황을 해결하기보다 가담하려 한 언론가?정치인?권력가들의 면면들을 들추며 독자들에게 경고한다. 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명목으로 버블을 조장하는 움직임을 주시하고 밝은 눈으로 시장을 판단하라는 날선 신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현재의 상황에서 개인 투자자뿐만 아니라 기업가, 언론, 정책 입안자는 어떤 질문을 던지고 행동해야 할 것인가- 버블을 만드는 거대 권력과 그 영향력에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 것인가- 이 책은 앞으로 상황을 예측하고 도래할지도 모를 위험을 경계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까지도 아낌없이 담았다.
300년 인류 역사를 관통하며 버블이 야기했던 역사적 사건들, 그리고 그 이면에 숨겨진 거대한 비밀과 야망, 놀라운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중대한 화두를 던진다. 우리는 금융과 경제의 지식과 면면만 살펴볼 게 아니라 그 이상의 사회, 기술, 심리, 정치과학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투자자 개인의 정신적 모델을 각자 형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과거의 경험을 돌아보아야 한다. 『버블: 부의 대전환』은 커다란 기대와 두려움이 공존하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가 경제의 운명을 가르는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돕고 미래를 계획할 수 있도록 이끄는 의미 있는 여정이 되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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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역사가 되다
최문정 지음 / 창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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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역사가 되다>는 색다른 로맨스 소설이에요.

일곱 편의 사랑 이야기는 거짓말 같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요.

저자는 역사 속 실존 인물들의 사랑을 주인공 시점에서 들려주고 있어요.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은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 시인으로 살아 있는 동안 영국과 미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시인이었대요. 엘리자베스와 로버트 브라우닝의 사랑이 조명받기 시작한 건 1933년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플러시 : 자서전》이 출간되면서부터라고 해요. 둘다 시인이었고, 편지를 통해 사랑을 키워갔다는 것도 낭만적이지만 나이 차이, 장애, 질병, 집안의 반대 등을 무릅쓰고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것이 아름다워요. 엘리자베스는 생애 마지막 순간을 남편 품에서 보냈대요. 로버트 브라우닝이 "편안해요?"라고 묻자 엘리자베스는 "아름다워요(Beautiful)."라고 대답했는데, 그것이 생전에 남긴 마지막 말이었대요.

알렉산드리나 빅토리아 하노버는 영국 빅토리아 여왕으로 64년을 집권하며 장수를 누렸대요. 빅토리아 여왕은 첫눈에 반했던 앨버트 대공과 결혼하여 아홉 명의 자녀를 낳았지만 육아에는 관심이 없었다고 해요. 남편 앨버트 대공이 모든 집안일과 육아를 손수 챙겼다고 해요. 앨버트는 마흔둘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빅토리아 여왕과 가족을 아끼며 사랑했대요. 빅토리아 여왕은 앨버트 대공이 죽은 뒤 그와 함께 하기 위해 큰 관을 만들라고 지시했고, 남편이 쓰던 방도 그대로 보존했다고 해요. 빅토리아 여왕과 앨버트 대공의 사랑, 만약 평범한 두 사람이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안타까움이 남네요.

애덜린 버지니아 울프는 20세기 영국 모더니즘 작가예요. 그녀는 레너드 울프와 결혼하면서 두 가지를 요구했어요. 보통 부부들이 하듯 성적인 관계를 할 수 없다는 것과 작가의 길을 가려는 자신을 위해 공무원 생활을 포기해 달라는 것. 놀랍게도 레너드는 그 조건에 동의했고 결혼 후에는 그녀가 원하는 방식대로 사랑했어요. 하지만 버지니아는 마지막 편지를 남겨놓고 강물에 몸을 던졌어요. 그녀의 사랑을 전부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것을 사랑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베시 월리스 워필드 스펜서 심프슨 윈저 공작 부인은 에드워드 8세가 왕위를 버리면서까지 결혼한 것으로 유명해졌대요. 당사자 외에 모두가 반대하는 결혼을 강행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거예요. 왕위를 버린 에드워드 8세도 대단하지만 심프슨 부인이라 불리며 평생 손가락질을 받아야 했던 월리스도 못지 않은 걸 보면 사랑의 힘이 대단한 거겠지요.

가네코 후미코는 독립운동가 박열의 아내예요. 한국 이름은 박문자였대요.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로 추서된 일본인 독립유공자라고 해요. 대한민국에서 첫 번째로 추서된 일본인 독립유공자는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의 재판 변호를 맡은 후세 다츠지 변호사라고 하네요. 그녀는 사랑을 위해 가족도 나라도 사상도 버렸어요. 오직 사랑 때문에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준다는 건... 감히 상상도 못할 위대한 사랑인 것 같아요.

막달레나 카르멘 프리다 칼로 이 칼데론은 멕시코의 초현실주의 화가예요. 프리다 칼로의 작품과 그녀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깊은 슬픔과 아픔이 느껴져요. 그녀에게는 사랑마저도 고통이었다는 게 너무나 안타까워요. 그래서 사랑은 함부로 정의내릴 수 없는 것 같아요.

오노 요코는 존 레논과의 사랑으로 유명하지요. 하지만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몰라요. 저 역시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몰랐어요. 유명인과의 사랑 때문에 가장 유명한 무명 예술가로 살아야 했던 그녀에 대해 알게 됐어요. 그녀의 천장화, 존 레논이 처음 보자마자 충격을 받았다는 그 작품이 정말 예술인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1989년 12월 8일, 레논이 저녁당하기 전날 애니 레이보비츠가 찍은 존 레논과 오노 요코의 사진은 사랑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어요. 존 레논은 그 사진을 찍으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이것이 내가 요코를 사랑하는 방식입니다. 사랑에 수치심이나 자존심 따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367p)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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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심리학으로 말하다 3
게리 W. 우드 지음, 한혜림 옮김 / 돌배나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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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나의 성별에 대해 매우 불만스러웠던 기억이 있어요.

지금 돌아보니, 그건 성 자체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성차별에 대한 분노였던 것 같아요.

아쉽게도 당시에는 문제의 본질을 몰랐어요.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고, 스스로 문제의식을 갖지 못했던 것 같아요.

어른이 되고 나서야 조금씩 알게 되었어요.

여성과 남성, 그리고 젠더.


『 젠더 : 심리학으로 말하다 』는 '심리학으로 말하다' 시리즈의 한 편으로 일상적인 이해, 대중심리학, 학술 저서 사이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저술된 비판적 입문서라고 해요.

이 책의 주제는 '젠더'예요. 젠더란 무엇이며, 젠더와 성은 어떻게 다를까요.

우선 성과 젠더는 서로 밀접한 관계이지만 동의어는 아니에요. 두 단어를 혼용하거나 구분하지 않고 사용하는 것은 우리의 사고에 영향을 끼치고 두 단어의 근본 차이를 모호하게 만들 수 있어요. 그래서 명확하게 용어를 정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네요.

'성 sex'은 대체로 출생 시 성기의 외관에 근거해 정해져요. 대개는 남자 또는 여자라는 양자택일의 이분법적 분류에 따라 설명이 결정되어 출생증명서에 기록돼요. 이를 기반으로 평생 우리에 대한 일련의 기대들이 생겨나는데, 그것을 '젠더'라고 해요. 젠더는 생물학적 성을 사회문화적, 심리학적으로 해석한 것이에요. 남자와 여자가 생물학적 구별이라면, '남성적'과 '여성적'은 젠더에 따른 구별을 뜻해요. 저자는 '성'은 명사(우리가 무엇인지), 젠더는 동사(우리가 무엇을 하는지)로 생각하는 것이 도움이 될 거라고 설명해주고 있어요.


이 책을 통해 얻은 깨달음이 있어요.

고.정.관.념.

젠더를 이해하는 과정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일과 동일하다고 볼 수 있어요. 사회적인 관념들이 우리의 정신에 영향을 끼친다고는 느꼈지만 지배하고 있는 줄은 몰랐어요.

가장 많이 퍼져있는 고정관념은 이분법적 사고인 것 같아요. 이것이냐 저것이냐 선택하는 것.

하나의 젠더 아니면 그 반대의 젠더라는 생각으로는 '젠더 정체성'을 설명할 수 없어요. 2014년 소셜 네트워크 대기업인 페이스북은 LGBT 옹호 단체와 협의를 거친 후 젠더 담론을 확대하며 미국 사용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젠더 항목을 50개로 늘렸다고 해요. 새로운 선택 항목에는 여성, 남성을 비롯하여 여성, 남성, 사람 앞에 붙일 수 있는 '트랜스', '트랜스젠더', '트랜스섹슈얼' 등 다양한 접두어들이 포함되었고, 트렌스가 아닌 경우에는 '시스젠더' 또는 '시스'라는 단어, '젠더플루이드', '젠더논컨포밍', '젠더배리언트', '젠더뉴트럴', '젠더퀴어'와 같이 '젠더'를 포함하는 용어들, '인터섹스'와 투스피릿'뿐 아니라 '논바이어리', '폴리젠더', 그리고 '에이젠더'도 있어요. 2015년 페이스북은 자사 시스템을 영어 사용자들이 자유롭게 작성할 수 있도록 확대해 젠더를 표현하는 범위에 제한이 없어졌어요.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이 최초로 적용된 지 3년이 지난 후에도 사용자가 관심 있는 사람을 체크하는 칸에는 두 가지 항목, 즉 여자 또는 남자 밖에 표시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여기서 아무리 젠더에 대한 설명해도 기본적인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무의미한 일이 될 거예요.

그건 바로 이분법적 태도를 버리는 거예요. 우리가 젠더를 제대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거예요. 따라서 젠더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젠더라는 폭넓은 스펙트럼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어요. 젠더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아마도'가 너무 많다는 것, 이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게 될 거예요. 이 책 덕분에 새로운 젠더 심리학을 향한 관심이 더욱 커진 것 같아요. 


"계속해서 질문하고, 계속해서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고, 

계속해서 귀를 기울여라. 

태어난 것을 축하한다."

  (19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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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미드나이트
릴리 브룩스돌턴 지음, 이수영 옮김 / 시공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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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어요.

일흔여덟 살의 과학자 어거스틴은 북극 기지, 바르보 천문대에 혼자 남겨졌어요. 아니, 혼자 남기로 결정했어요.

갑자기 천문대 기지 철수가 시작되었고, 공군 부대의 철수팀이 과학자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임무를 맡았어요. 바깥세상에서 뭔가 파국이 일어나고 있다는 짐작만 할뿐 아무도 자세히 알려주지 않았어요. 모든 연구원들이 서둘러 짐을 꾸려 떠나는 와중에 어거스틴은 완강하게 거부했어요. 자신이 떠나지 않겠다고요. 소위는 마지막까지 설득했어요. 이곳에 다시 올 비행기는 없다고, 지금 같이 가지 않으면 이 기지에 혼자 고립될 거라고 말이에요. 

처음엔 이해할 수 없었어요. 어거스틴이 왜 고립을 선택했는지. 고령의 나이에 아무도 없는 북극 기지에 홀로 머문다는 건 너무 위험한 일이니까요.

어거스틴은 돌아갈 곳도, 재회할 사람도 없었기 때문에 굳이 바깥세상으로 가야할 이유가 없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 그럴 수 있죠? 

그로부터 하루, 이틀 정도가 지났을 때 어거스틴은 아이리스를 발견했어요. 텅 빈 숙소 침실 중 한곳에 숨은 듯 웅크리고 있던 아이는 여덟 살쯤 된 여자애였어요.

당연히 누군가 다시 데리러 올 줄 알았는데,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어요. 다음 날 어거스틴은 최북단 상시 주둔 부대인 얼러트 기지에 무전을 보냈는데 아무 답이 없었어요. 모든 주파수를 찾아 보았지만 아무도 말이 없었어요. 응급 통신 위성도 아무 신호 없는 백색 소음만 윙윙거렸어요. 심지어 군용 항공 채널에서도 아무 소리가 나오지 않았어요. 마치 이 세상에 남아 있는 무선 송신자가 아무도 없는 것처럼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어요. 

도대체 이 작은 소녀는 누구의 아이일까요. 무엇보다도 바깥세상은 왜 아무도 답하는 사람이 없는 걸까요.


목성 탐사를 위해 떠났던 에테르 호의 대원 여섯 명은 지금 큰 혼란에 빠져 있어요. 목성 탐사가 시작되기 직전부터 지구 관제소와 통신이 두절되었지만 일주일에 걸친 목성 조사 작업을 하며 담담히 기다렸어요. 처음에는 걱정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아무 응답이 없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목성에 대한 흥분이 가라앉으며 지구로 돌아갈 기대감이 부플자, 대원들 사이엔 짙은 불안의 그늘이 드리워지기 시작했어요. 통신을 담당하는 설리는 장비를 철저히 점검했지만 수신기는 고장 난 곳이 없었어요. 온 사방 우주의 웅얼거림들은 다 들리는데, 아무 말도 없는 것은 지구뿐이에요. 하루하루 날이 갈수록 대원들은 지구와의 단절을 힘들어하고 있어요.


우주에서 고립된 에테르 호의 대원들과 북극 기지에 남겨진 어거스틴 그리고 아이리스.

살면서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철저한 고독을 상상하며, 그들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요. 하지만 절박한 순간 혹은 최후의 순간에 무엇을 할 거냐고 묻는다면 그건 반드시 찾아야 할 답인 것 같아요. 인간은 누구나 마지막 순간을 겪게 될 테니까요. 처음에는 막연했던 두 개의 시공간이 어거스틴, 아이리스, 설리, 하퍼, 탈, 데비, 테베스, 이바노프를 통해서 하나의 의미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단절과 접속 그리고 열림.


"나도 알아. 하지만 당신은 과학자잖아. 상황은 잘 알고 있겠지. 

우리는 우주의 원리를 알아내려 공부하고 있는데, 결국에 우리가 정말 아는 것은 

모든 것에는 끝이 있다는 것뿐이네. 시간과 죽음만 빼고 말이야.

그 사실을 떠올리기가 쉽지는 않지.

... 하지만 잊기는 더 힘들어."     (106p)


*** 넷플릭스 영화 <미드나이트 스카이> (2020, 조지 클루니 주연·감독)의 원작소설이라고 하네요.

영화는 아직 못 봤지만 책을 읽고나니 더욱 기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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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삼킨 소년
트렌트 돌턴 지음, 이영아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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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마지막은 죽은 솔새. 소년, 우주를 삼키다. 케이틀린 스파이스.

이 말들이 답이다.

의문들에 대한 답.

   (32p)


조용히 스며드는 이야기가 있어요. 바로 <우주를 삼킨 소년>이 그랬어요.

주인공 엘리 벨은 열두 살 소년이에요. 엄마와 한 살 위 형 그리고 새아빠와 함께 살고 있어요.

엘리에게는 절친이 한 명 있어요. 아서 슬림 할리데이, 악명 높은 전설의 탈옥수로 70대 노인인데 엘리에겐 베이비시터예요.

세상에 어떤 부모가 탈옥수를 베이비시터로 쓰냐고요? 글쎄요, 그건 엘리의 세상을 몰라서 하는 소리예요.

엘리의 새아빠 라일은 벙비사로 일하면서 부업으로 마약 거래를 하고 있어요. 엄마 프랜시스도 함께 돕고 있어요. 두 사람이 영화를 보러 간다는 건 그 일을 한다는 뜻이에요. 다 알지만 모르는 척, 엘리는 슬림 할아버지와 시간을 보내면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어요. 할아버지는 인생의 사소하고 세부적인 것들을 기억하는 좋은 방법을 알려주었어요. 그게 할아버지가 블랙 피터, 지하 독방에서 살아남은 비결이었대요. 보고 로드 교도소, 거기에서 할아버지의 머리와 가슴 안에서 팽창하며 무한하게 열리는 우주가 있었대요. 감옥에서 겪었던 환상이 점점 엘리의 것처럼 되어가는 것 같아요. 할아버지 말로는 어른의 마음을 갖고 있으면 원하는 곳은 어디든 갈 수 있대요. 슬림 할아버지는 엘리에게 아이의 몸에 어른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어요. 그래서 겨우 열두 살이지만 할아버지가 해주는 어떤 어려운 이야기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이에요. 맞는 말이에요. 하지만 그 이야기가 현실이 된다면 어떨까요. 끔찍하게 나쁜 현실, 범죄의 현장이라면 열두 살 소년이 감당할 수 있을까요. 그건 아니죠.

오스트레일리아의 거대 마약조직과 엘리 가족이 엮이게 된다면...


엘리의 엄마 프랜시스 말로는, 엄마가 아빠에게서 도망쳤을 즈음부터 형이 말을 안 하기 시작했다고 했어요. 그때 형은 여섯 살이었고, 열세 살이 된 지금까지 한 마디도 말한 적이 없어요. 대신 손가락으로 허공에 글을 쓸 때가 있어요. 엘리는 그 단어를 읽을 수 있어요. 다만 그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어요.

너의 마지막은 죽은 솔새 /  소년, 우주를 삼키다 / 케이틀린 스파이스 

이 단어들이 의문들에 대한 답이에요.

아마 이 소설을 읽는다면 똑같은 의문을 품게 될 거예요. 답은 나와 있는데 무엇을 위한 답이지?

형은 이미 다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수수께끼 같은 소년 어거스트 벨. 

그 수수께끼를 풀 사람은 엘리 벨이에요. 

엘리는 슬림 할아버지에게 좋은 사람이냐고 물었어요. 또한 자신은 좋은 사람이냐고도 물었어요. 엘리는 나쁜 사람들한테 화가 나 있지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해요. 그건 어쩌면 슬림 할아버지의 탈옥과도 같은 일이 아닐까 싶어요.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죄로 24년 동안 옥살이를 했지만 할아버지는 절대 포기하지 않았어요. 세간에서는 전설의 탈옥수, 보고 로드의 후디니라고 떠들지만 그건 마술이 아니에요. 할아버지가 말하길 깔끔한 탈출을 위해서는 네 가지 요인이 딱 맞아떨어져야 한다고 했어요. 타이밍, 계획, 운, 믿음.

과연 엘리는 좋은 어른이 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이미 그 답을 알고 있어요. 결국 그 질문은 우리 자신를 향하고 있네요. 답이 보이나요?



"난 좋은 사람이야." 슬림 할아버지가 말한다.

"하지만 나쁜 사람이기도 하지. 누구나 다 그래, 꼬마야. 우리 안에는 좋은 면도 나쁜 면도 다 조금씩 있거든.

항상 좋은 사람이 되는 건 어려워. 그런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안 그렇지." 

...

"할아버지......"

"그래, 꼬마야."

"나는 좋은 사람일까요?"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꼬마야, 네 말이 맞다."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요?" 내가 묻는다. "어른이 됐을 때도 난 좋은 사람일까요?"

슬림 할아버지는 어깨를 으쓱한다. "음, 넌 좋은 아이야. 하지만 좋은 아이가 꼭 좋은 어른이 되란 법은 없지."

"시험을 해봐야겠어요."    

    (223-22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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