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교양 - 지적이고 독립적인 삶을 위한 생각의 기술
천영준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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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 형을 외치며 노래하는 가수를 보다가 문득 어른으로서의 '나'는 제대로 살고 있나를 돌아보게 되었어요.

삶의 지침이 되는 철학, 그래서 철학 공부를 해야겠구나라는 마음이 든 것 같아요. 가장 좋은 스승은 역시 책이더라고요.

<어른의 교양>은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한 수업 같은 책이에요. 

모두 다섯 과목을 배울 수 있어요. 철학, 예술, 역사, 정치, 경제.

첫 번째 철학 수업에서 만나는 철학자는 소크라테스예요. '너 자신을 알라'는 말로 유명한 소크라테스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나요?

이 책은 이론적인 설명 대신에 실질적인 생각의 기술을 알려주고 있어요. 소크라테스는 개인의 경험이 지닌 한계를 명백히 인식했기 때문에 너의 경험에서 비롯된 판단은 편파적일 수 있다는 걸 지적했어요. 지성인이라면 생산적 의심을 할 줄 알아야 하며, 그러기 위한 연습으로 '대화'를 활용했어요. 소크라테스는 제자들에게 대화와 산파술을 통해 지혜와 진리를 발견하도록 유도했어요. 기존에 가치를 아무런 의심 없이 추종하지 말고, 끊임없이 의심할 줄 알아야 세상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거죠. 그동안 '의심'을 부정적인 의미로만 여겼는데, '의심'을 '질문'으로 바꿔보면 좋을 것 같아요. 의미 있는 의심, 질문할 줄 아는 사람이 다양하고 폭넓은 사고를 할 수 있으니까요.

에피쿠로스, 근래 제 관심이 꽂힌 철학자예요. 이 책에서는 명쾌한 한 문장으로 정리해주네요. 

"작은 것에 집중하라."  (40p)

그는 지금, 여기의 가치를 강조했어요. 삶에서 비본질적이고 쓸데없고 혼란스러운 것들로 생기는 복잡함을 피해야 한다는 거예요. 에피쿠로스는 젊은 사람들이 힘겹게 살아야 하는 이유를 삶을 운에 자주 맡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대요. 미래의 성공을 위해 현재를 희생할 게 아니라 작지만 본질적인 것들에 집중하는 삶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해요.

두 번째는 예술 수업은 유명한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어요. 

음악의 아버지로 불리는 바흐는 천재로 알려져 있는데, 알고 보면 꾸준한 노력과 열정이 빚어낸 천재라고 할 수 있어요. 우리는 창의성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것으로 착각하는데, 음악 천재 바흐도 평생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노력을 통해 창의성이 발휘되었다는 거예요. 누구나 열정과 노력으로 자신만의 꿈을 이뤄낼 수 있어요.

세 번째는 역사 수업으로 일상의 갈등을 해결하는 되새김의 기술을 배울 수 있어요. 사마천, 루터, 로베스피에르, 마르크스, 베버, 그리고 의외의 인물 히틀러를 통해 어떻게 남과 다르게 극복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네요. 

네 번째는 정치 수업이에요. 마키아벨리는 현실주의의 대가이자 위험한 현자로 소개되고 있어요. 그 이유는 여우 같은 판단력은 경쟁 사회에서 꼭 필요하지만 거기에 따뜻한 가슴과 인간적인 품행이 결합될 때에만 진정한 리더이기 때문이에요. 정치를 배우면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공자예요. 어지러운 국가를 제대로 운영하려면 거창한 구조 개혁이 아니라 말부터 먼저 바로 세워야 한다는 것이 공자의 생각이었어요. 여기서 좋은 말이라 함은 겉만 번드르르한 말이 아니라 진실된 행동이 포함된 바른 말을 뜻해요.

다섯 번째 경제 수업은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이 되지 않는 경쟁의 기술을 알려주고 있어요.

『국부론』을 쓴 스미스는 우리가 빵을 먹을 수 있는 것은 빵집 주인의 자비심이 아니라 이기심 때문이라는 말을 남겼어요. 스미스가 말한 이기심은 자기 이익을 뜻하며, 부자가 덕 있고 개념 있게 행동하여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이야기한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모든 사회가 기억해야 할 공정함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실천해야 해요.

이 책은 단순히 지식만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우리에게 커다란 숙제를 안겨 주네요. 그건 우리 자신이 어른으로서 각자 어떻게 생각의 기술을 활용하고 더 나은 모습으로 변화할 것이냐에 대한 질문일 거예요. 진짜 공부는 자신의 생각을 바르게 세우는 일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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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 엄마랑 너는 가봤니? 딸이랑 나는 가봤다!
김미순.성예현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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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여행이라고요?

우와, 그것만도 부러운데, 엄마와 함께 하는 여행이라니!!!

제 버킷리스트라서, 읽는 내내 더 집중했던 것 같아요. 언젠가 떠날 그 날을 준비하는 마음이랄까.

이 책의 저자들은 36년 차이, 띠동갑 모녀예요. 

환갑을 코앞에 둔 엄마는 33년째 특수학교 교사로 일하면서 방송통신대학교 영문학과를 다니고, 늦둥이 막내딸은 재수 생활로 스무 살을 보내다가 2020년 1월에 배낭여행을

함께 떠났대요. 절묘한 타이밍! 작년 한 해를 보내면서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1월에 여행가지 않은 걸 몹시 후회했을 거예요. 언제쯤 자유롭게 세계 여행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으니, 책으로 먼저 떠나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아요.

모녀의 이집트 배낭여행은 일년 전부터 계획했던 거라고 하네요. 처음 배낭여행을 해보는 엄마를 배려해서 세미 배낭여행으로 기간은 12박 14일로 정했대요.

철저한 여행 계획과 준비, 그리고 실전 여행까지, 이 책속에 그 모든 과정들이 담겨 있어요.

이집트라고 하면 고대 이집트 문명이 떠오르듯이, 이집트 여행을 갔다면 꼭 가야 할 곳은 바로 이집트 박물관일 거예요.

사진만 봐도 웅장해요. 이집트 박물관 1층에는 람세스 2세를 시작으로 고왕국, 중왕국, 신왕국, 그레코로만 시대별로 전시되어 있고, 2층에는 기원전 3000년경부터 3세기에 이르기까지의 각종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대요. 특히 투탕카멘왕의 무덤에서 출토된 부부의 조각상, 죽음의 신 아누비스의 조각상이 정말 신비롭게 느껴져요. 저도 몇 년전에 한국에서 전시된 '이집트 보물전'을 관람한 적이 있는데, 그때 이집트 여행에 대한 꿈을 꿨던 것 같아요.

책 중간에 QR코드가 있어서 여행 정보인 줄 알았더니, 신호등 하나 없는 4차선 도로를 건너기 위해 경찰관의 도움을 받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은 거더라고요. 당시에는 난감했을 상황일 텐데, 영상으로 보니 이집트의 도로를 보여주는 생생한 기록이 되었네요.

웅장하고 아름다운 아부심벨 대신전, 사진만 보고도 반했어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부심벨 선셋을 보기 위해서는 배를 타야 한다고 해요. 나일강의 사암 절벽을 깎아 만들었다는 아부심벨 대신전은 석양에 물드는 시각에 배에서 바라보면 놀라운 장관이라고 하네요. 헉, 출렁출렁 물결치는 강물과 석양이 만나는 수평선 끝자락에 신전이 보여요. QR코드로 10초가량 살짝 감상할 수 있게 해주다니, 완전 감사하네요. 각 여행 코스마다 딸의 몽당 일기를 보는 재미가 있어요. 여행 팁까지 꼼꼼하게 알려줘서 좋아요.

무엇보다도 가장 인상적인 건 엄마의 한 마디였어요.

"딸, 난 니랑 여행하는 기 제일 좋다."  (126p)

괜히 제가 이 말에 뭉클하더라고요. 우리 엄마를 떠올렸더니 그런가봐요. 아직까지 엄마와 단둘이 떠나는 여행은 해본 적이 없어서, 이 책을 읽고 좋은 자극을 받았어요.

"앗 쌀람 알라이쿰."

이집트어로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이래요. 우리 엄마와 이 말을 하게 될 그 날을 위해서, 기억해둬야겠어요. 진심으로 부럽고 멋진 이집트 여행기였어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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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발랄 유물 여행 - 유물로 보는 역사 한 장면 주제로 보는 어린이 한국사 시리즈 3
김경복 지음, 김숙경 그림 / 니케주니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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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떠나는 역사 여행이에요. 요즘 시기에 딱인 것 같아요.

<유쾌발랄 유물 여행>은 열다섯 점의 유물로 보는 한국사 이야기 책이에요.

이 책에 나오는 유물들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이고 귀중한 보물들이에요.

반구대 암각화, 농경문 청동기, 금동 연가 7년명 여래 입상, 서봉총 금관, 무구 정광 대다라니경, 무령왕릉과 지석, 백제 금동 대향로, 단양 신라 적성비, 충주 고려비, 경천사 10층 석탑, 청자 상감 운학문 매병, 북한산 진흥왕 순수비, 훈민정음 해례본, 천상열차분야지도, 대한제국 고종 황제 어새.

정말 신기한 것 같아요. 우리나라 유물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많은 것들을 알려주니까 역사에 대한 지식뿐 아니라 유물에 대한 애정까지 생긴 것 같아요.

특히 어린이들을 위한 한국사 시리즈라서 눈높이 설명과 이야기 방식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역사적인 배경 지식까지 잘 알려주니까 재미있고 유익하네요. 아무리 귀중한 보물도 그걸 알아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는 걸 새삼 느꼈어요. 금동 연가 7년명 여래 입상은 국보 제119호 불상인데, 덕수궁 미술관에 전시되었다가 도난당했다고 해요. 범인은 문화재 관리국 국장에게 전화를 걸었고, 이에 국장이 범인을 잘 타일러서 도난당한 지 12시간 만에 되찾을 수 있었대요. 그 뒤에 수사는 계속되었지만 범인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대요. 사실 불상은 높이가 16.2센티미터로 무척 작아서, 주머니에 쏙 들어갈 정도로 작은 크기예요. 처음 불상을 발견한 사람은 경상남도 의령 마을 주민 강씨였대요. 마을 앞 돌밭에서 자갈을 추리다가 돌무더기 밑에 커다란 판석이 있었고, 그 판석을 열어보니 가로세로 약 40센티미터 되는 작은 석실 안에 금빛 불상이 들어 있었대요. 강씨가 불상을 발견했다는 소식이 마을에 퍼졌고, 경찰이 와서 불상을 조사하겠다면 가져갔대요. 그런데 한 경찰이 불상을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그만 떨어뜨리는 바람에 불상 광배에 금이 가고 말았대요. 광배란 부처님 뒤에 있는 넓은 판인데, 한자로 빛 광(光), 등 배(背), 즉 등에서 빛이 난다는 뜻이래요. 결국 불상은 경남도청을 거쳐 당시 문화재 업무를 담당하던 문교부로 전해졌대요. 불상이 발견된 지 100일도 되지 않아 국보로 지정되었는데, 이렇게 단기간에 최고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었던 건 불상의 광배 뒤에 비밀이 숨어 있기 때문이에요. 광배의 뒷면에는 연가 7년으로 시작하는 마흔일곱 자의 한자가 새겨져 있어요. 이 글자를 풀어보면, 연가 7년 기미년에 고려국 낙랑의 동사라는 절에서 불법을 널리 전하기 위해 스님들이 1,000개의 불상을 만들기 시작하여, 이 불상이 그중 스물아홉 번째로 만들어졌다는 뜻이래요. 여기서 고려국은 태조 왕건이 세운 고려가 아니라 주몽이 세운 고구려를 말하고, 낙랑은 평양 지역을 뜻한대요. '금동 연가 7년명 여래 입상'은 정확한 제작 장소와 제작 연대를 알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불상이라고 하네요. 연꽃 대좌를 딛고 당당하게 서 있는 부처님의 오른손은 위로, 왼손은 아래로 손바닥이 보이게 펴져 있고, 긴 얼굴에 두 눈은 지그시 내려 감고, 작은 입에는 엷은 미소를 머금고 있어요. 고구려 불교가 찬란한 꽃을 피웠던 시기의 보물이며, 불교는 어려운 시기마다 극복할 수 있는 정신의 뿌리라는 점에서 더욱 뜻깊은 것 같아요.  

역사적인 가치는 몰라보고 그저 금으로 만들어졌나,라는 궁금증으로 유물을 훼손한 사람을 혼내고 싶지만, 그건 어쩌면 우리 모두가 역사를 왜 공부해야 하는지를 깨닫는 뼈아픈 교훈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아요.

이 불상뿐 아니라 우리나라 유물들은 도난당하는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다시는 그런 불상사가 없도록 문화재를 더욱 소중히 여겨야 할 것 같아요. 

<유쾌발랄 유물 여행> 덕분에 우리나라 유물에 대해 알게 되고, 역사 공부까지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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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토 에디터스 컬렉션 10
장 폴 사르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문예출판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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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꽤 오래 전에 읽었던 걸로 기억해요.

기억한다는 건 사르트르의 <구토>를 읽었다는 사실이지, 그 내용은 아니에요.

이번 문예출판사에서 출간된 <구토>는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와 정식 계약한 국내 완역본이자 새로운 번역본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첫 문장에 더욱 집중했던 것 같아요.


날짜를 적지 않은 페이지


가장 좋은 방법은 그날그날 일어난 일들을 써놓는 것이다. 실상을 명확히 보기 위해서다.

뉘앙스와 작은 사실들을, 그것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일지라도, 놓치지 말 것.

무엇보다도 그것들을 분류할 것. 

이 탁자가, 거리가, 사람들이, 내 담뱃갑 이 어떻게 보이는지 말해야 한다.

왜냐하면 변한 것은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이 변화의 범위와 성격을 정확히 규정해야 한다. 

   (13p)


<구토>는 앙투안 로캉탱의 노트를 발견한 편집자가 그의 일기를 그대로 발행했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편집자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앙투안 로캉탱이 1932년 1월 초 무렵에 썼던 일기이며, 그가 롤르봉 후작에 대한 역사적 연구를 마치기 위해 부빌이라는 도시에 머물고 있다는 친절한 설명을 해주고 있어요. 본격적인 이야기는 '날짜를 적지 않은 페이지'부터 시작되고 있어요.

일기라는 점, 그것도 전혀 본 적 없는 낯선 남자의 일기를 들여다 본다는 것이 묘하네요.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어요. 그는 왜 주위에 일어난 일들에 대해 이토록 정성껏, 그리고 세밀하게 적고 있는 걸까요.

그 이유는 뭔가 꺼림칙하게 느껴지는데 그 정체를 모르기 때문이에요. 그게 뭘까요. 일부러 비밀을 만들 생각은 없다면서 진실을 말하지 않고 있다가 사소한 사건을 어렵사리 털어놓네요. 그건 그가 종이를 줍지 못했다는 거예요. 뭐지, 특별한 종이였나, 아니면 종이를 주워야 할 임무가 있었나?  전부 틀렸어요. 그냥 그는 평소에 종이 줍는 것을 아주 좋아해요. 우연히 물웅덩이 옆에 떨어진 종이 한 장을 발견해서 한 걸음에 다가갔고, 그 종이를 만질 생각에 기분이 좋았으나... 그러지를 못했다는 것. 그때문에 혼란스러운 거예요.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없게 된 걸까요.

갑자기 접촉하는 것이 두려워진 이유가 궁금했고, 드디어 알아냈어요. 언젠가 바닷가에서 돌멩이를 들고 있었을 때의 느낌이었다는 걸요. 그건 일종의 달착지근한 욕지기였다고, 굉장히 불쾌한 느낌이었다는 게 떠오른 거예요. 그 느낌은 분명히 돌멩이로부터 왔고, 돌멩이에서 손으로 전해졌다고 해요. 손안에 느껴지는 일종의 구토증이었다고, 그는 설명하고 있어요. 


살면서 '구토'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거나 생각해본 적이 있나요?

구토는 목구멍을 통해 치밀어 오르는, 급기야 쏟아내야만 진정되는 불쾌한 느낌이라서, 되도록 피하고 싶어요. 일부러 떠올려서 자신을 괴롭게 만들 이유가 전혀 없어요

앙투안 로캉탱, 이 남자는 왜 구토라는 불쾌감을 자신의 삶속에 포함시켰을까요. 

그는 롤르봉 후작에 관한 몇 줄의 글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이후로 그의 매력에 빠졌고, 이 역사적 인물을 연구하기 위해 파리나 마리세유가 아닌 여기 부빌에 정착했어요. 부빌 시립도서관에 롤르봉 후작의 파리 체류에 관련된 자료 대부분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는 도서관에 가서 후작의 서신들, 일기의 일부분, 각종 서류 등 대단히 중요한 자료들을 검토하고 있어요. 아직 다 못봤는데 슬슬 지루해 하고 있어요.

거의 아바타 같은 상황이에요. 나는 앙투안 로캉탱의 일기를 읽고 있고, 앙투안 로캉탱은 롤르봉 후작의 일기를 읽고 있으니...

지루하다가 토할 것 같다가 아주 조그만 행복감을 느끼는 그는 너무나 변덕스러워요. 그에게 있어서 구토는 자기 안에 있는 게 아니라 주위의 모든 것들이에요. 카페에 들어선 순간 구토를 느꼈고 구토는 카페와 하나를 이루더니 그 안에 자신이 있다고 이야기하네요. 구토가 원래 이토록 심오한 의미였나 싶어요. 처음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그의 감정들이 지루한 일상을 통해 서서히 드러나고 있어요. 


화요일

아무것도 없다. 존재했다. 

  (242p)


존재한다는 건 무엇일까요.

그는 불쑥 치밀어오르는 구토를 통해 존재한다는 걸 인식하고 있어요. 구토가 사라지고 찰나의 행복감도 느끼곤 해요. 그리고 권태로운 시간들이 흘러가고 있어요.

사랑이란 감정에 무심한 줄 알았더니, 그가 손에 든 책은 《외제니 그랑데》였어요. 그리고 호텔 여사장으로부터 건네받은 안니의 편지가 있어요. 안니는 6년 전 헤어진 연인이에요. 그는 이별의 고통조차 느끼지 못햇고, 그저 텅빈 느낌이 시간이 흐를수록 커지다가 텅 비고 평온한 마음이 되었다고 말하고 있어요. 과연 그럴까요.

구토, 원래 구토는 자기 안에서 일어나는 혹은 느끼는 것인데 그는 바깥에서 일어난다고 표현하고 있어요. 그는 아무것도 없고, 아무도 없는 삶속에 존재하면서 점점 '나'라는 의식이 희미해지고 있어요. 구토는 흐릿해지는 '나'를 깨우는 자각의 일종인 것 같아요. 또한 그는 글을 쓰면서 이 모든 변화를 남기고 있어요. 

구토를 통해 그는 존재의 의미를 말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내 눈에는 현재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현재 속에 갇혀 있는 존재 그리고 고독이 보이네요. 

나를 존재하게 하는 것들은 무엇일까요. 

그동안 예기치 않은 위기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고립 혹은 고독의 감정을 경험했어요. <구토>를 읽으면서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였던 것들이 점점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앙투안 로캉탱을 통해 사르트르는 말하고 있어요. "두려워하면 안 된다." (169p)


<구토>의 마지막 문장을 여러 번 소리내어 읽었어요. 


어둠이 내린다.

프랭타니아 호텔 2층의 창문 두 개에 불이 들어왔다.

신역 공사장은 축축한 냄새를 짙게 풍긴다.

내일 부빌에 비가 내리리라.

   (41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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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버전스 2030 - 미래의 부와 기회
피터 디아만디스.스티븐 코틀러 지음, 박영준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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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만 해도 21세기는 까마득한 미래처럼 느껴졌습니다.

2021년 현재, SF영화에서 그려낸 미래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습니다.

《컨버전스 2030》은 첨단 기술들이 융합했을 때 우리 삶에 벌어질 거대한 변화에 대해 다룬 책입니다.

컨버전스(Convergence)라는 단어는 한 점으로 집중되는 것, 여러 기술이나 성능이 하나로 융합되거나 합쳐지는 것을 뜻합니다.

이 책의 저자는 미래학자 피터 디아만디스와 과학 전문 작가 스티븐 코틀러입니다. 두 사람은 이미 앞서 '기하급수적 사고방식에 관한 3부작' 시리즈《어번던스》와 《볼드》를 함께 출간했다고 합니다. 이번 책은 시리즈 마지막이자 세 번째 책입니다.

이 책의 핵심은 기하급수 기술의 융합이 시작되었고, 우리의 생각보다 그 변화의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이 점점 빨라지고 있으며, 앞으로 다가올 10년은 놀랍고도 급격한 변화로 채워질 거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지금일까요? 그 대답은 바로 컨버전스(Convergence) 덕분입니다. 수많은 기술들이 융합한 결과로 나타난 것입니다. 기술의 기하급수적 발전이라는 개념으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구글의 엔지니어링 이사이자 피터 디아만디스와 싱귤래리티 대학교를 공동 설립한 레이 커즈와일이 1990년에 발표한 이론에 따르면, 특정 기술이 디지털화되는 순간, 무어의 법칙을 등에 업고 기하급수적으로 발전이 가속화된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서 새로운 컴퓨터를 이용해 더욱 빠른 컴퓨터를 새롭게 설계함으로써 가속화의 추세를 더욱 급격히 가속화하는 긍정적 순환 고리를 창조해내는 것입니다. 커즈와일은 이런 현상을 '수확 가속의 법칙'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의 법칙에 따라 가속적인 발전이 진행 중인 기술들은 양자 컴퓨터, 인공지능, 로봇공학, 나노기술, 생명공학, 재료과학, 네트워크, 센서, 3D 프린팅, 증강현실, 가상현실, 블록체인 등 혁신적인 영역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많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공지능과 로봇공학의 융합으로 미국에서는 향후 수십 년에 걸쳐 인간 노동력의 상당 부분이 위협받게 될 거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 현상의 이면에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다음 10년 동안에는 수십 개의 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종류의 기회가 생겨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것이 미래의 부와 기회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여덟 개의 핵심 산업 분야에 초점을 맞춰 융합기술들이 어떻게 우리의 삶을 바꾸고 있는지 이야기합니다.

인공지능, 센서, 네트워크의 융합으로 쇼핑의 세계가 달라지게 될 거라고 합니다. 쇼핑이라는 행위가 인공지능의 업무로 바뀐다면 쇼핑몰은 사라질 것이고, 소매 산업은 완전히 재편될 것입니다. 광고의 세계도 똑같은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미래에 인공지능이 우리의 구매 활동을 대부분 대신하게 되면 더 이상 광고는 필요 없게 됩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진행 중인 변화는 '누가, 무엇을, 어디서'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즉 '누가' 콘텐츠를 만들고, '어떤'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소비자가 '어디서' 그 콘텐츠를 경험하는지에 대한 시대적 상황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비서는 우리의 감성적 욕구를 충족해줄 콘텐츠를 맞춤형으로 제작할 것이고, 사용자가 원하는 모든 장소을 스크린으로 만드는 기술이 생겨날 것입니다. 

2030년의 학교는 어떤 모습일까요. 미래학자 닐 스티븐슨은 증강현실을 바탕으로 자신이 꿈꾸는 교육 지침서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증강현실과 인공지능이 합쳐지면 현실 세계가 교실로 바뀌게 됩니다. 가령 증강현실 안경을 쓰고 맨해튼 거리를 걷는다면 100년 전 거리를 완벽한 홀로그램 이미지로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인간의 신경생리학적 데이터를 포착하는 센서들을 활용한다면 학생들의 심리 상태까지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교육 환경이 펼쳐질 것입니다.

의학 분야는 두 가지 주요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첫째는 질병관리에서 건강관리로의 이동이고, 둘째는 관리 주체의 변화입니다. 인간이 건강한 상태로 더욱 오래 살 수 있다면 혁신의 속도는 훨씬 빨라질 것입니다. 과연 죽음을 거스르는 신인류가 탄생할지는 미지수지만, 연구 중인 '회춘 단백질'이 정확히 규명된다면 '만약'의 문제가 '언제쯤'의 문제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금융, 보험, 부동산은 미국의 10대 산업에 속할 정도로 사회적 비중이 크지만 융합기술로 인해 전면적인 재창조 국면에 돌입하게 될 것입니다. 

인류의 식량은 어떻게 될까요. 미래의 식품은 더욱 스마트해진 농업을 통해 효율성이 증가하는 방향으로 생산될 것입니다. 오늘날 인류는 사상 최악의 대량 멸종 시대에 살고 있는데, 그 주된 요인이 인간의 식량 생산으로 인한 서식지 상실 때문이라고 합니다. 생명공학이 첨단 농업기술과 융합하면 가축을 키우는 과정을 생략하고 줄기세포에서 스테이크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배양육이라는 개념입니다. 지구상에 새롭게 등장하는 질병의 70퍼센트가 가축으로부터 발생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배양육은 인류를 감염성 질환의 대유행으로부터 구원해줄 기술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기후 변화와 동식물의 멸종이라는 위기, 기술발전에 따르는 실업, 인공지능의 위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중요한 건 인류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해나갈 것인지, 해결책을 찾는 것입니다. 이제는 거대한 변화에 우리 모두가 준비하고 행동해야 할 때입니다. 미래는 이미 눈앞에 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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