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역 아리스토텔레스의 말 - 현대인들의 삶에 시금석이 될 진실을 탐하다
이채윤 엮음 / 읽고싶은책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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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역,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언집이라고 할 수 있어요.

아리스토텔레스가 남긴 글은 수백 권의 두루마리였는데, 현재 남아 있는 것은 30권의 2,000쪽 가량이라고 해요. 

이 책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 <정치학>, <수사학>,<형이상학>,<영혼에 관하여>,<시학> 등을 다 읽을 수 없는 현대인들을 위해서, 삶에 필요한 핵심 문장들만을 쏙쏙 골라 모아놓았어요. 어려운 철학 이론이 아니라 삶의 지혜가 담긴 문장들이에요. 그래서 단숨에 읽어가는 책이 아니라 천천히 호흡을 고르며 읽는 책이에요.

책의 구성은 열 개의 주제로 나뉘어져 있어요. 행복에 대하여, 영혼과 중용에 대하여, 친구에 대하여, 사랑과 쾌락과 아름다움에 대하여, 철학이란 무엇인가, 정치란 무엇인가, 인간 행동에 대하여. 각 주제에 속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언들을, 자신의 상황과 고민에 따라 선택하여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니코마코스 윤리학>은 역사상 최초의 인문 철학서이자 인류 최초의 자기계발서라고 부른대요. 24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인간 윤리의 기본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역시 위대한 철학자였음을 깨닫게 해주네요. 특히 우리에게는 인간 윤리의 기본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대를 살고 있어요. 4차 산업혁명 시대,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올 것을 두려워할 게 아니라 인간답지 않은 인간을 경계해야 되지 않을까요. 

철학은 현실적인 고민에 대한 답을 줄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 문제에 대한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이 책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언만을 담고 있지만 그 문장들을 하나씩 되새기는 과정 자체가 의미 있는 공부가 될 것 같아요. 


♣ 행복은 오락이 아니다

행복은 오락이 아니다. 사실 우리의 목적이 즐거움뿐이라면 이상할 것이다.

우리가 단지 우리 자신을 즐겁게 하기 위해 평생 노동을 하고 고난을 겪는다면 정말 이상할 것이다.

행복한 삶은 미덕에 부합하는 삶이어야 한다. 

그것은 노력이 수반되는 삶이고 재미로 소비되는 인생이 아니다.

  ■ 윤리학   (22p)


사람들에게 가장 원하는 것을 물으면 대부분 '행복'이라고 이야기해요.

그런데 이상한 건 사람마다 행복의 정의와 기준이 다르다는 거예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행복은 오락이 아닌데, 우리는 종종 오락을 행복으로 착각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모른다면,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요?


♣ 행복은, 활동은 생겨나는 것

행복은 일종의 활동인데 활동은 생겨나는 것이지, 어떤 소유물처럼 속하는 것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만일 행복이란 것이 우리의 활동 속에 깃들어 있고 선한 사람이 그 활동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면,

그런 사람을 친구로 둔 사람도 행복할 것이다. 이럴 때 우리는 선한 자기 자신의 행동을 자주 살펴보아야 한다.

이러한 조건을 채워주는 것이 친구인 선한 사람의 행위이기 때문이다.

  ■ 윤리학  (29p)


행복은 행위 속에 있다고 설명하고 있어요. 선한 사람의 행동, 즉 선행이 주는 즐거움이 행위자와 그 주변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거예요. 

여기서 친구의 조건이 나오네요. 선행을 하며,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는 사람.

살다 보면 수많은 지인들이 있지만 그 가운데 친구는 많지 않아요.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선한 사람의 행위를 해야 친구라고 할 수 있어요.


♣ 시는 역사보다 더 철학적

시인의 기능은 일어난 일이 아니라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묘사하는 것이다.

즉 가능성이 있거나 필요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예언하는 일이다.

그래서 시는 역사보다 더 철학적이며 더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왜냐하면 시적 진술은 겉으로 드러난 현상보다 본질을 진술하기 때문이다.

   ■ 시학  (233p)


철학이 어렵다면 시를 읽으면 어떨까요.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미 시의 본질을 꿰뚫고 있었네요. '시는 우주적'이라고도 표현했는데, 저 역시 시를 잊고 지내던 시기는 암흑기였던 것 같아요. 

근래에 다시 시를 읽으면서 새로운 기쁨을 누리고 있어요. 철학과 시는 맞닿아 있는 것 같아요. 똑같은 문장이지만 저마다 다르게 해석할 수 있으니까요.

부디 각자의 삶에서 지혜롭게 스며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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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 개
하세 세이슈 지음, 손예리 옮김 / 창심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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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즐겨보는 방송 프로그램이 있어요. 

반려견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내용인데, 볼수록 빠져들게 되더라고요.

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은데, 안타깝게도 사랑하는 방법을 제대로 몰라서 눈물짓는 경우가 생기는 것 같아요.

중요한 건 개에 대한 진심이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거예요. 


<소년과 개>는 마음이 뭉클해지는 이야기예요.

일본 동북부 대지진 이후 6개월이 지난 어느 날, 주차장 구석에 개 한 마리가 주인을 기다리는 듯 머물러 있어요. 

이 개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가즈마사예요. 개에게 목줄은 없고 가죽 목걸이에 '다몬(多聞)'이라고 적혀 있어요.

다몬. 많을 다, 들을 문.

앞으로 이 개를 만나게 될 사람들은 개의 이름을 알든 모르든 상관없이 개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거예요. 개는 말로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눈빛으로 모든 걸 다 이해하는 듯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거예요. 지진과 쓰나미가 모든 것을 휩쓸고 간 그곳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삶은 이어지고 있어요.

저자 하세 세이슈는 이 소설로 '나오키 상'을 수상했어요. 작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휩쓸던 시기에 <소년과 개>를 문예지에 게재했다가 책으로 출간했다고 해요. 이유는 다르지만 모두가 똑같이 힘든 상황을 겪는 와중에 <소년과 개>라는 책이 세상에 나왔다는 건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것 같아요.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해도 우리에게는 작은 희망이 있어요. 그건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게 만드는 힘, 즉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주인을 잃어버린 떠돌이 개 한 마리가 이토록 커다란 사랑을 품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가즈마사, 미겔, 다이키, 사에, 미와, 야이치, 우치무라, 히사코, 히카루 - 저마다 나름의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에요. 우리는 타인의 아픔을 이해한다고 말하면서 제멋대로 해석하고 판단할 때가 더 많은 것 같아요. 어쩌다가 '말'은 소통을 위한 도구가 아닌 오해와 다툼의 도구가 된 걸까요. 어떻게 마음을 표현하고, 서로의 마음을 나눠야 하는지 모르는 것 같아요. 그런데 개는 달라요. 아무 말 못해도, 살랑살랑 흔드는 꼬리와 핥아주는 것으로 사랑을 표현해줘요. 무엇보다도 늘 곁에 있어주는 특별한 존재예요.

힘들 때는 그저 묵묵히 함께 있어줘서 든든한 위로가 되곤 해요. 다몬은 어떻게 그걸 알았을까요. 돌이켜보면 사람들이 다몬을 발견한 게 아니라 다몬이 외롭고 힘든 그들을 선택해준 것 같아요. 신기한 건 다몬이 건네는 위로와 사랑이 제게도 전해졌다는 거예요. 그건 놀라운 감동이었어요.

진심으로 개는 훌륭했어요. 개는 훌륭하다는 걸, 다몬은 우리에게 기적이 무엇인지를 보여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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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로 바로 이해하는 가장 쉬운 경영학 - 대학 4년간 배우는 내용을 한권에 담았다! 일러스트로 바로 이해하는 가장 쉬운 시리즈
조사연 옮김, 히라노 아쓰시 칼 감수 / 더퀘스천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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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에 대해 관심은 있으나 선뜻 배울 생각을 못한 건 관련 서적이 어렵게 느껴져서예요.

그런데 여기, 알기 쉽게 설명된 경영학 입문서가 나왔어요.

<일러스트로 바로 이해하는 가장 쉬운 경영학>은 경영학 기초를 알려주는 책이에요.

각 챕터가 스토리텔링과 일러스트로 구성되어 있어서 용어와 개념이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네요.

우선 경영학은 왜 배워야 할까요.

책에 등장하는 경미 씨처럼 카페를 창업하거나 회사를 경영하는 경우라면 모를까, 대기업에 취업하려는 취준생이라면 경영학을 공부할 필요가 있을까요.

교수의 답변은 다음과 같아요.

"경영학을 배우면 회사에 어떤 부서가 있고 다른 부서는 어떤 목표 아래 무슨 일을 하는지 알게 돼요.

부분을 알고 경영자 시점으로 전체를 바라보면 소속 부서에서 자신이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깨닫게 되죠.

그러면 업무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고 보람도 생깁니다. 

일반 사원이 경영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15p)

저 역시 경영학을 공부하고 싶은 이유가 바로 '경영자 시점' 때문이에요.

성공한 사람들의 특징을 보면 자기 스스로 CEO의 마인드를 가지고,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해요. 어찌보면 우리는 자신의 인생을 책임져야 할 CEO라고 할 수 있으니, 경영학을 배우는 건 당연하다고 볼 수 있어요. 경영학은 기업을 비롯해 조직이 가진 사람, 물건, 돈, 정보 등의 경영자원을 활용해 어떻게 하면 세상에 효과적인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지를 연구하는 학문이에요. 이 책에서는 경영학이 무엇인지부터 시작해서 경영학의 중심 주체인 기업에 대해 알려주고, 경영 활동에 필요한 경영전략, 마케팅, 비즈니스 모델, 생산관리, 조직에 관한 핵심 지식만을 골라 설명해주고 있어요.

경영전략에서 사업 범위를 정할 때는 세 가지 관점을 생각해야 한다고 해요. 누구에게 제공할 것인가(고객축), 어떻게 제공할까(제품, 기술축), 무엇을 제공할 것인가(기능축)를 염두에 두면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어요. 성공한 기업은 강점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뛰어난 강점, 즉 핵심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해요. 핵심역량의 조건은 적용 가능성, 내구성, 대체 가능성, 희소성, 모방 가능성이며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핵심역량을 찾아야 위기에 대처할 수 있어요. 기업을 작은 조직, 더 작게는 '나' 자신으로 생각하면 경영전략이 성공전략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아요. 경영전략에 기초하여 돈을 벌기 위한 계획이 비즈니스 모델이에요.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제공할 것인가, 무엇을 제공할 것인가, 어떤 경영자원을 활용할 것인가,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 어떻게 수익을 올릴 것인가,라는 다섯 가지 요소를 조합하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어요.

기본적인 경영학의 개념을 한 권의 책으로 배울 수 있어서 좋았어요. 덕분에 기업과 조직이라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세상을 보는 유용한 도구가 생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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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금수저의 슬기로운 일상탐닉
안나미 지음 / 의미와재미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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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금수저의 슬기로운 일상탐닉>은 조선시대 선비들의 일상을 여덟 가지 주제로 보여주는 책이에요.

그 여덟 가지 주제는 음식, 산, 반려동물, 꽃, 과거시험, 집, 계모임, 한류스타예요.

예나 지금이나 음식은 빼놓을 수 없는 단골 주제인 것 같아요. 조선 시대 문익 조익은 호남 관찰사 민후의 부탁으로 <용졸당기>를 썼는데, 거기에 '순채국과 농어회로 입맛을 맞추고'라는 문구가 나온대요. 조선 선비들에게 순채국과 농어회는 어떤 의미이길래 여러 문헌에 자주 등장하는 걸까요. 순채국과 농어회는 '순갱노회'라고 부르는데 줄여서 '순로'라고도 한대요. 마치 하나의 세트처럼 언급된 것은 진나라 장한의 이야기에서 유래되었대요. 장한이 재상으로 있을 때 나라의 정치가 어지러워 벼슬에서 물러날 기회만 엿보다가 정세를 살펴보니 곧 난리가 날 것 같아 고향으로 돌아갈 날을 생각하고 있었대요. 마침 가을이 되어 농어회와 순채를 핑계 삼아 고향으로 갔고, 그 덕부에 장한은 목숨을 건졌다고 하네요. 조선 중기 4대 문장가의 한 사람인 장유는 벼슬살이가 힘겨울 때나, 고향을 그리워할 때에 순채국과 농어회를 자주 인용했다고 하네요. 그러니 순채국과 농어회는 음식 자체의 의미만으로 한정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선비들은 음식에 대한 미적 기호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기 때문에 맛있는 음식을 품평하거나 찾아다니는 것에 대한 기록은 흔하지 않다고 하네요. 식욕을 절제하는 선비의 정신을 보니 오늘날 먹방 프로그램과 맛집 투어로 넘쳐나는 식욕들이 지나친 탐욕처럼 느껴지네요. 

선비의 삶에서 꽃은 좀 의외의 주제라서 더 흥미로운 것 같아요. 조선시대 선비들이 사랑한 꽃은 무엇일까요.

1474년 강희안은 꽃 키우는 방법을 다룬 조선 최초의 전문 화훼서 『양화소록』에서 매우 인상적인 문구를 남겼네요. 선비가 꽃을 키우는 이유에 대한 서술로, 꽃이란 마음 속에 품은 뜻을 키우고 덕성을 함양하기 위한 것일 뿐이니, 운치와 절조 없는 것은 감상할 필요조차 없기에 아무 꽃이나 키울 수 없으며, 이는 비루한 사람과 한 방에 있는 것처럼 피해야 할 일라고 적었대요. 강희안은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같은 작은 것이라도 이치를 탐구하여 근원으로 들어가면 지식이 미치므로, 결국 꽃을 키우고 감상하는 이유는 성리학의 원리를 탐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했대요. 꽃을 그 자체의 아름다움으로 사랑하면 될 것을, 선비들은 참으로 복잡한 사색을 하였네요. 

조선시대 선비가 가장 사랑한 꽃 1위는 매화라고 해요. 2위는 아마도 국화일 거라고요. 추위에 굴하지 않고 피어나는 매화와 찬 서리를 맞으며 피어나는 도도한 오상고절 국화는 선비 정신의 아이콘이었던 거죠.

선비가 머무는 곳으로 책에 소개된 계일정은 경기도 용인 모현동에 가면 연안 이씨의 종가 옆에 있다고 해요. 옮겨 놓은 것으로 사실 연못을 새로 파고 정자를 다시 지은 것이라는데 옛 정취를 물씬 풍기는 아름다운 공간인 것 같아요. 사람은 자고로 아름다운 공간에서 살아가는 것이 최고의 즐거움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한옥은 멋스러움의 결정체인 것 같아요. 언젠가 가능하다면 한옥 스타일로 집을 건축해보는 것이 꿈이에요.

조선시대 선비의 삶을 구석구석 되짚어보니 나름의 풍류가 무엇인지를 알게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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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불가 라틴아메리카
장재준 지음 / 의미와재미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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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불가 라틴아메리카>를 읽기 전까지는 몰라도 너무 몰랐던 것 같아요.

그동안 제게 라틴아메리카는 미지의 세계이기 전에 관심 밖의 세계였다는 걸 깨닫는 계기였어요.

저자는 '자연으로부터 축복 받은 라틴아메리카는 왜 역사로부터 저주를 받았을까?'라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하네요.

우선 미국과 국경이 맞닿아 있는 멕시코 이야기부터 꺼내보면 미-멕 국경지대의 사막 지역이 거대한 공동묘지로 바뀌고 있다고 해요. 

티후아나와 샌디에고 사이에 설치된 국경 장벽에 관들이 매달려 있는데, 미국으로 넘어가려다 목숨을 잃은 사망자 수와 해당 년도가 관 뚜껑에 비문처럼 적혀 있다고 하네요. 트럼프의 보호주의 때문에 국경에 거대한 장벽이 더욱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어요. 미국과 접하고 있는 멕시크 북부 경계지대는 이미 거대한 전염병 번식장으로 둔갑했고, 절대 다수의 경계인들은 취약한 환경에 내몰렸어요. 국경의 덫에 걸려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로 전락한 이들 경계인들은 그야말로 국가의 바깥에 버려진 상태예요. 대략 80~90%가 마약중독자인 데다가, 당장 먹고 살 길이 막막해서 구걸, 단순 일용직, 소매치기, 강도, 마약 밀매 등 각종 범죄의 유혹에 노출되어 있다고 하니 지옥이 따로 없는 것 같아요.

라틴아메리카에는 일제 시대에 이주했던 한인들의 역사가 흐르고 있어요.

민족 수난사를 작품으로 그려낸 주요섭은 1930년, 동아일보에 「구름을 잡으려고」라는 미국 이민 1세대의 탈 멕시코 정착기를 연재했다고 하네요. 이 소설에는 팔리지 않고도 팔려온 종처럼 살아가던 멕시코 애니깽들의 삶을 보여주고 있어요. 1905년에 제물포항을 출발해서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20여 개의 에네껜 농장으로 팔려나갔던 한인 1,033명과 그 2세들이 쿠바 애니깽의 조상들이라고 해요. 쿠바 한인들의 역사를 전혀 몰랐다가 최근 다큐영화 <헤로니모>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어요.

쿠바는 쿠바 혁명, 체 게바라로 기억되는 나라였는데, 쿠바 혁명 이후에 실질적으로 가장 크게 변한 것은 음악의 생산 시스템, 소비 방식, 유통 구조, 교육 체계였다고 해요. 다채로운 음악 장르가 혁명 이후 쿠바 사회의 실질적인 사운드 트랙 구실을 했어요. 라틴아메리카를 강타했던 K 팝, K 드라마, K 뷰티 돌풍의 진원지 중 한 곳이 쿠바였대요. 자본주의 음반 산업은 낙후되었지만 음악이 빈곤하지는 않았던 건 음악에 관한 한 쿠바는 대체불가능한 호모 뮤지쿠스의 땅이기 때문이에요. 쿠바인들에게는 니체의 말대로 '춤추지 않고 보낸 하루는 삶 없이 보낸 하루에 불과하다' (107p)라고 하니 정말 놀라운 것 같아요.

프리다 칼로의 작품을 처음 봤을 때 깜짝 놀랐어요. 너무나도 적나라한 고통이 생생하게 표현된 자화상이라 섬뜩한 느낌이 강했던 것 같아요. 나중에 프리다 칼로의 인생을 알고 나서 작품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여기에 소개된 멕시코 혁명의 여성 참전용사 아멜리아 로블레스 대령을 보면 멕시코의 여성사를 짐작할 수 있어요. 아멜리아는 여성 혁명군으로 남장한 채 싸웠고 아멜리아가 아니라 아멜리오로 마침표를 찍었다고 해요.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모욕과 혐오와 차별의 삶을 살았고, 무훈을 공인받지 못했으며 등록되지 못하는 트랜스젠더 소수자의 수모를 겪었다고 해요. 여성 혁명군 중 아델리타도 근래에 무훈을 공적으로 재평가 받았어요. 멕시코 혁명이 발발한 지 100년도 넘게 지났지만 아델리타스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가난, 차별, 배체, 억압, 폭력이 끊이지 않기에 아델리타스의 인정투쟁은 대를 이어 현재진행형이라고 하네요.

마야와 아스테카 문명권은 물론이고 코스타리카와 니카라과를 비롯한 메소아메리카 일대에서는 카카오 원두가 화폐로 통용되었다고 해요. 카카오 콩을 눈알처럼 귀하게 여기던 마야시대로부터 수천 년이 흘렀지만 지금도 초콜릿은 사치품이에요. 적어도 카카오 해안의 초콜릿색 노동자들에게는 집단 희생과 피의 상징물이라는 사실. 특히 아동노예 문제는 아프리카와 초콜릿 산업의 검은 커넥션을 지탱하는 초콜릿의 가장 어두운 이면이라고 해요. 그러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공정무역 제품을 구매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알아야 보이는 세상, 이 책을 통해 라틴아메리카를 배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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