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거품을 위하여 - 네덜란드와 함께 한 730일
이승예 지음 / 행복우물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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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자유로움.

여행이 주는 선물인 것 같아요. 세상은 넓고 가보고 싶은 곳은 정말 많아요. 

그중 네덜란드는 벨기에와 함께 동화를 떠올리게 만드는 나라였는데, 이 책 덕분에 새로운 매력을 발견했어요.

<내 인생의 거품을 위하여>는 저자의 인생 중 2년간 겪었던 네덜란드에 관한 책이에요.

'네덜란드와 함께 한 730일'이라는 부제 때문에 유학생인가 했더니, 승무원이었네요.

KLM (네덜란드 항공) 승무원이라서 한 달에 세 번, 한 번 올 때마다 2박 3일을 암스테르담에 머문다고 해요. 일반인들에게는 까마득하게 먼 나라 네덜란드를 제 집처럼 오가는 생활을 한다고 하니 부러울 따름이에요. 하지만 여행자로서 비행기를 타는 게 아니라 11시간의 긴 비행 동안 일을 한다고 생각하니 쉽지 않은 일이네요. 저자도 처음에는 피곤해서 호텔 방에만 머물며 잠만 잤다고 해요. 그러다 문득 2박 3일을 휴가로 보낼 생각을 했고, 암스테르담을 거니는 산책자가 되었대요.

"아하, 인생의 거품!"

저자의 사연을 알고나니 제목의 의미가 더욱 멋지게 느껴졌어요.

그동안 다양한 여행기를 읽어봤지만 네덜란드는 처음이라서, 몰랐던 네덜란드의 매력들을 발견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촌스럽지만 네덜란드하면 튤립과 풍차를 떠올리는 사람이라서, 진짜 풍차 사진이 신기했어요. 사진으로는 그 크기를 가늠하기 어려운데, 저자가 실제로 본 풍차는 엄청 커서 한참을 올려다봤대요. 여기서 알게 된 새로운 사실은 풍차가 주택 용도로 쓰였다는 거예요. 풍차 안에는 중앙의 기둥을 중심으로 빙 둘러가며 거실과 주방, 침실 등이 있고, 위로 올라갈수록 좁아지지만 3층까지 주거공간으로 쓰였대요. 풍차를 사용하던 시절에는 이렇게 풍차 안에 사람이 살면서 풍차를 작동시키고 관리했다고 하네요.

헤이그에 위치한 이준 열사 기념관은 전혀 상상도 못했던 곳이에요. 역사 교과서에 적혀 있던 세 명의 헤이그 특사가 항일독립운동을 펼쳤던 그곳에 역사 기념관과 조형물이 있다는 자체가 놀랍고도 뭉클한 것 같아요. 

또 하나, 역사 교과서에 등장하는 네덜란드인이 있어요. 하멜 표류기의 그 하멜. 하멜 박물관에는 <하멜 표류기> 내용을 재현해놓은 미니어처가 하이라이트라고 하네요. 네덜란드를 알아갈수록 보물찾기를 하는 기분이에요. 새롭고 흥미로운 것들이 정말 많은 것 같아요.

네덜란드에서 통하는 마법의 단어가 있대요. 그건 에프텔링 Efteling이라는 단어인데, 네덜란드 상사에게 잘 보이고 싶거나 할 얘기가 없을 떼, "나 에프텔링 갈 거야!"하면 효과 만점이래요. 에프텔링은 네덜란드의 일러스트레이터 안톤 피크가 디자인한 테마파크라고 해요. 동화에 등장하는 마법의 숲을 경험할 수 있대요.

평범한 거리의 풍경도 아름다운 건축물 덕분에 명화의 한 장면 같고, 푸른 하늘과 나무, 꽃들마저도 동화 속 모습 같아요. 

가장 인상적인 건 네덜란드를 거닐며 삶의 여유와 즐거움을 누릴 줄 아는 저자의 태도인 것 같아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건 인생을 좀 아는, 제대로 삶을 즐기는 사람이라는 뜻이니까요. 거품 빠진 맥주는 맛이 없듯이, 적절한 거품의 조합처럼 인생을 즐기며 살자고요. 저자 덕분에 네덜란드도 즐기며, 인생의 거품도 배웠네요.


'Enjoy the little things!'   (112p)


비행을 할 때면 평소에는 멀게만 느껴지는 죽음이 바로 발밑에 와있는 것 같다.

그럴 때면 오래전 파리의 페르 라셰즈 묘지 가이드와의 만남이 생각난다.

"사후 세계를 믿으세요?" 내가 묻자 그는 말했다.

"음. 죽음 전에 제대로 된 삶이 있었는지로 질문을 바꿔도 될까요?

제대로 된 삶을 살고 있는지 생각해 보는 게 우선일 것 같네요."  (6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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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매혹적인 고전이라면 -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고전 읽기의 즐거움 서가명강 시리즈 15
홍진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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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매혹적인 고전이라면>은 서가명강 시리즈 열다섯 번째 책이에요.

이 책은 서울대학교 교양 강의 <독일명작의 이해>가 담겨 있어요. 저자는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로서 독일의 고전 명작들을 소개하는 마음으로 강의를 준비했다고 해요. 독일의 명작을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읽고 즐길 수 있을까요?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바로 이 책에는 독일의 대표적인 작가 네 명과 그들이 쓴 다섯 편의 작품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읽어야 하는지, 즐거운 감상법이 나와 있어요.

그동안 고전이 지루하고 재미없었다면 그건 작품의 이해를 돕는 과정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무작정 고전을 읽기보다는 이 책과 같은 문학 수업이 많은 도움이 될 거예요.

저자는 그것을 숨은 이야기를 찾아내는 것, 즉 우리가 '해석'이라 부르는 세심한 독서와 성찰이라고 표현하고 있어요. 훌륭한 평가를 받는 문학작품들, 특히 고전이라 일컬어지는 작품들은 줄거리 이면에 무언가 다른 것들을 숨기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숨은 재미가 곧 고전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 책에는 여러 독일문학 작품들 중 다섯 편의 소설과 네 명의 독일 작가를 만날 수 있어요.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1919)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젊은 베르터의 고통』(1774)

후고 폰 호프만스탈의 『672번째 밤의 동화』(1905)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1915)

프란츠 카프카의 『시골의사』(1918)


이 가운데 낯설고 새로운 소설이 있어요.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20세기 초반에 활동한 후고 폰 호프만스탈의 『672번째 밤의 동화』은 처음 들어본 작품이에요. 제목부터 특이한 이 소설은 아직도 풀지 못한 수수께끼 같은, 세기말 아름다운 삶의 멜랑콜리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빈 모더니즘 문학의 전성기를 이끈 호프만스탈을 이해하려면 그가 쓴 편지의 문장들을 통해 유미주의의 핵심을 파악할 수 있어요.

"... 그것들을 먹기 위해서는 쥐어뜯고, 삶고, 껍질을 벗기고, 썰고, 또 씹어야 하지요.

그러고 나면 더 이상 아름다운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먹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 바로 '삶' 말입니다. (...) (1893.9.9)"   (188-189p)

『672번째 밤의 동화』의 주인공인 젊은 상인의 아들이 유미주의적 삶의 양식, 즉 탐미적 인간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요. 우선 그의 인간관계는 여성과의 관계에서 잘 드러나며, 젊은 하녀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면서 유미주의적 미적 인식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어요. 아름다움을 왜곡하는 매개체는 거울이에요. 거울을 통해 젊은 하녀를 주관적 미적 인식의 대상으로 만들고, 근본적으로는 이질적인 하녀의 존재를 보다 견디기 쉬운 것으로 만들고 있어요.이 소설에서 어린 하녀의 에피소드는 유미주의적 삶과 자연적 삶 사이에 존재하는 긴장과 잠재적 갈등을 드러내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요. 주인공에게 있어서 유미주의적 삶은 결코 완전하게 실현할 수 없는 불완전함을 의미해요. 이는 유미주의적 삶의 필연적 딜레마라고 해요. 치명적인 사건들 속의 수수께끼를 하나하나 풀어보는 재미가 있다고 하니 더욱 궁금해지네요. 이 작품은 내 멋대로 해석하며 즐길 수 있어서 재미있다고 하니 꼭 읽어보고 싶어요. 

각 작품마다 시대적 배경과 문학사적 해설이 나와 있어서 작품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흥미를 높여주네요. 

헤세, 괴테, 카프카의 작품은 이미 읽어본 명작이라서, 고전 수업을 통해 다시금 공감과 깨달음을 얻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어려운 깊이 있는 명작들, 고전 읽기의 즐거움을 배우는 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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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것은 가고 새것은 아직 오지 않은 - 신자유주의 헤게모니의 위기 그리고 새로운 전망
낸시 프레이저 지음, 김성준 옮김 / 책세상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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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것은 가고 새것은 아직 오지 않은>은 페미니스트 정치철학자 낸시 프레이저의 책입니다.

이 책은 100쪽이 안 되는 분량으로 짧고 강렬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 미국은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입니다. 그 위기를 정치적 위기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책의 제목은 안토니오 그람시가 쓴 《옥중수고》의 다음 구절을 빌린 것이라고 합니다.

"낡은 것은 가고 새것은 아직 오지 않았다. 이러한 공백 상태에서는 아주 다양한 병적인 증상이 출현한다." (39p)


프레이저의 주장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헤게모니', '헤게모니 블록', '분배'와 '인정'이라는 네 가지 키워드부터 알아야 합니다.

저자는 안토니오 그람시의 표현을 빌려 개념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헤게모니란 지배 계급이 자신의 세계관을 사회 전체의 상식으로 상정함으로써 자신의 지배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이게끔 만드는 과정을 가리립니다. 헤게모니 블록은 조직 차원에서 헤게모니의 대응물이며, 지배 계급이 모은 이질적인 사회 세력들의 연합입니다. 지배 계급은 이 연합을 통해 자신의 리더십을 확고히 하며, 피지배계급이 이 질서에 도전할 때는 더 설득력 있는 새로운 상식인 대항 헤게모니를 구축합니다. 여기에 추가해야 할 두 가지 측면이 바로 '분배'와 '인정'입니다. 분배 측면은 사회의 경제구조를 다루고, 인정 측면은 사회의 지위 질서에 초점을 맞춥니다. 분배와 인정은 헤게모니 구축의 토대가 될 본질적인 규범 요소들을 구성합니다.

저자는 현재 처한 위기의 정치적 측면은 헤게모니의 위기라고 이야기합니다. 도널드 트럼프는 이러한 헤게모니 위기의 전형을 보여주는 인물이며, 그가 등장할 수 있었던 조건들을 밝히는 것이 트럼프주의가 몰아낸 이전의 세계관이 무엇인지를 알아내고, 그 세계관이 무너져간 과정을 살피는 것을 의미합니다. 트럼프의 등장 이전에 미국 사회를 지배하던 헤게모니는 진보적 인정 정치와 친금융자본적 신자유주의 분배 정치를 결합한 '진보적 신자유주의'였습니다. 문제는 지난 수십 년간 진보적 신자유주의의 헤게모니 아레서 미국 사회의 부의 불평등이 점점 심화되고 노동계급과 중산계급의 삶의 수준이 계속 하락했다는 사실입니다. 유권자들 사이에서 기존 정치가 자신의 삶을 더 낫게 이끌어주리라는 기대가 완전히 붕괴한 상황에서 트럼프가 등장했고, 예상치 못한 승리를 거뒀습니다. 저자는 트럼프의 승리가 그저 하나의 돌발 사건이 아니라 '헤게모니의 붕괴'라는 보다 큰 위기의 일부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대통령 트럼프의 정책은 반동적 포퓰리즘이 아니라 초반동 신자유주의였다고 분석합니다. 트럼프의 초반동적 신자유주의는 새로운 헤게모니 블록을 구성할 수 없습니다. 포퓰리즘이라는 숨은 선택지가 세상에 알려진 이상, 트럼프를 지지하는 노동계급 분파가 잘못된 인정 정치만으로 오랜 기간 만족하며 머물지는 의심스럽습니다. 트럼프가 없다고 해서 반동적 포퓰리즘이 동맹의 기반이 될 수 없습니다. 현재 상황에서는 진보적 포퓰리스트와 지난 선거에서 트럼프에게 투표한 노동계급의 계층 간 동맹이 지금 당장 이루어지기 힘든데, 그 이유는 트럼프에 의해 폭발해버린 심화된 분열과 증오 때문입니다. 

프레이저가 주장하는 객관적인 해결책은 진보적 포퓰리즘입니다. 그러나 진보적 포퓰리즘도 안정적인 최종 도잘 지점이 아닐 수 있다고 말합니다. 확실한 건 지금 진보적 포퓰리즘이라는 선택지를 추구하지 않으면 현재의 헤게모니 공백 사태가 연장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는 그 어느 때보다 증폭된 병적 증상, 즉 분노에서 비롯된 희생양 만들기로 표출되는 혐오와 연대 의식이 사라진 폭력 분출 등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신자유주의 경제는 물론이고, 그 경제를 뒷받침해온 인정 정치와도 분명하게 결별해야 새로운 대항 헤게모니 블록을 구축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현재 바이든 정부가 과연 프레이저가 기대하는 진보적 포퓰리즘이라는 새로운 헤게모니를 구축할 것인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위기의 미국 정치를 낙관적으로 전망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이 책에서는 프레이저의 분석뿐만이 아니라 바스카 순카라의 대담이 실려 있어서 정치 사상의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마지막 해제를 읽고나서야 진보적 신자유주의라는 개념이 어느 정도 정리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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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바르 언덕의 과부들
수자타 매시 지음, 한지원 옮김 / 딜라일라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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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진진한 붐베이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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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바르 언덕의 과부들
수자타 매시 지음, 한지원 옮김 / 딜라일라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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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것들은 직접 마주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어요. 미지의 세계가 주는 매력인 것 같아요.

이 책을 통해 인도라는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단편적이나마 알게 되어서 좋았어요. 

가장 흥미로운 점은 색다른 미스터리 장르를 만났다는 점이에요.

바로 시대적 배경과는 완전 결이 다른 주인공의 등장이랄까.

1921년 영국령 인도 붐베이에 거주하는 주인공 퍼빈 미스트리는 최초 여성 변호사예요. 퍼빈은 아버지 사히브와 함께 미스트리 하우스 법률 사무소에서 일하고 있어요.

이번에 퍼빈이 맡게 된 업무는 무슬림 부호의 상속 재산을 정리하는 일이에요. 죽은 남자에겐 세 아내와 네 자녀가 있고, 각각 유언대로 재산을 나누면 되는 일인데, 갑자기 편지가 온 거예요. 편지를 보낸 사람은 남편이 임명한 가족 관리인으로, 세 아내가 모든 재산을 재단에 기부하고 싶어한다고 알려온 거예요. 뭔가 딱 냄새가 나는 상황인 거죠.  더군다나 무슬림 관습에 따라 여자들은 남자들 눈에 띄지 않게 은둔 생활을 하고 있고, 세 아내는 지금 남편의 죽음을 넉 달 하고도 열흘 간 애도해야 할 의무가 있어요. 남자 변호사였다면 가족 관리인의 편지대로 재산을 정리했겠지만 퍼빈은 직접 부인들을 만났어요. 

인도의 종교가 다양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을 통해 배웠네요. 퍼빈은 파르시, 즉 인도에 거주하는 페르시아 계통의 조로아스터교도이고, 과부들은 여성 은둔 관습을 엄격하게 지키는 무슬림이에요. 퍼빈의 절친 앨리스는 상류 계층의 영국인이지만 구시대적 관습에 매여 있어요. 저마다 종교는 다르지만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어요. 여성이라는 것, 1920년대 인도에서 여성은 신분 여하를 막론하고 억압받는 대상이라는 것.

비교적 자유로운 환경에서 고등 교육을 받은 퍼빈은 특별한 경우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퍼빈 미스트리의 활약이 눈부신 것 같아요. 영국의 식민통치라는 암울한 시대에 억압받는 여성들이야말로 시대적 약자예요. 처음에는 위험에 처한 과부들을 돕는 일이라고만 여겼는데, 그건 퍼빈을 포함한 모든 여성들의 일이었어요.

이러한 배경 설명만 보면 굉장히 묵직한 이야기일 것 같지만 전혀 아니에요. 

이야기가 품고 있는 의미는 무거울 수 있지만 전개가 절묘해서 흥미롭게 빠져들었던 것 같아요.

1920년 현재의 퍼빈과 1916년 과거의 퍼빈의 이야기는, 당시 인도 여성들이 처한 상황들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줬어요. 퍼빈이 왜 그토록 그녀들을 도우려고 했는지, 그 심정을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어느새 봄베이 미스터리 속으로 깊숙하게 들어가 있더라고요. 

저자는 영국 태생으로 인도와 독일계 부모에게서 태어나 주로 미국에서 자랐다고 해요. 다국적인 경험들을 바탕으로 이미 여러 편의 미스터리 소설을 발표했고, 애거서 상 최우수 신인상을 수상한 추리소설 작가였어요. <말라바르 언덕의 과부들>의 주인공 퍼빈 미스트리는 실제로 인도 최초의 두 여성 변호사에게서 영감을 받았다고 해요.

어떤 분야든지 '최초 여성'이라는 수식어는 차별과 편견을 극복해낸 승자라는 면에서 더욱 환호하고 싶어요. 


"여성의 힘을 위해!" 앨리스가 건배를 청했다.

"여성의 힘을 위해." 퍼빈이 화답하며 쨍 소리 나게 앨리스와 술잔을 부딪쳤다.  (58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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