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마케팅 수업 - 초보 마케터의 핵심 업무 노트
박주훈 지음 / 북바이북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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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마케팅 수업>은 마케팅 초심자를 위한 가이드북이에요.

일단 가뿐하게 한 손으로 들 정도로 작은 책이라는 게 마음에 들어요. 처음부터 빽빽한 설명이 가득찬 개론서였다면 펼쳐 볼 엄두도 못냈을 것 같아요.

이 책은 저자의 경험담과 노하우를 녹여낸 실용서라고 할 수 있어요. 마케팅 실무자이자 컨설턴트로 활동해온 저자는 마케터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마케팅을 전공한 적은 없었다고 해요. 웹 마케팅이라는 분야가 막 시작되던 시기에 마케팅 실무를 맡게 되면서 기술은 익혀가는데 뭔가 핵심에서 벗어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해요. 그래서 매년 『마케팅 원론』을 다시 읽으며 마케팅의 본래 의미를 찾아보려고 했고, 마케터의 관점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고 하네요.

본래의 의미를 찾는 것. 이 부분이 굉장히 중요한 핵심인 것 같아요. 

저자는 마케팅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일을 시작하기 전에 생각해봐야 할 것들을 알려주고 있어요. 마케팅을 하면서 마케팅이 무엇인지를 생각한다는 건 기본적인 일이지만 놓치기 쉬운 부분이에요. 마케팅 교과서에서는 마케팅이란 기업이 고객을 위해 가치를 창출하고 고객과의 강한 유대 관계를 구축함으로써 그 대가로 고객들에게 그에 상응하는 가치를 얻는 과정이라고 정의되어 있어요. 마케팅에서 유독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고객이에요. 마케팅은 고객에 관한 일이에요. 

저자는 마케팅 담당자로서 첫발을 내디딘다는 것은 교과서적인 정의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마케팅 철학을 갖추는 시작점에 서는 일과 같다고 설명하고 있어요. 따라서 마케팅이 무엇인지 스스로 정의해보고, 마케팅 업무라는 일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자세가 뛰어난 마케터로 성장하는 밑거름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모든 일이 그렇듯이 일하고 생각하는 방식은 중요해요. 실무에서 일하는 방식은 모두가 기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고 지나가기 쉬운데, 저자가 겪었던 시행착오가 바로 그 기본을 몰랐기 때문이에요. 그만큼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본래의 의미를 찾고, 자신만의 생각을 갖는 일이 기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 책은 마케팅의 의미와 관점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실무 마케터에게 필요한 능력이 무엇인지, 성과를 만드는 업무 방식과 기획 방식을 알려주고 있어요.

실무 마케터로서 어떻게 해야 효율적인 업무를 할 수 있는지 고민이 된다거나 기획과 실무를 어떻게 연결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운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 같아요. 프로 마케터의 업무 기술과 마케팅 기획을 10단계로 핵심만 골라서 요약 정리되어 있어서 마케팅 업무를 빠르게 익힐 수 있는 지침서인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마케터의 경쟁력을 높이는 공부법은 앞서 강조했던 일하고 생각하는 방식을 향상시키기 위한 특급비법인 것 같아요. 

이 책은 초보 마케터를 위한 핵심 업무 노트이자 초심을 깨닫게 해주는 인생 팁이 담겨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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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유리코는 혼자가 되었다
기도 소타 지음, 부윤아 옮김 / 해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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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공포물이 주는 현실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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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유리코는 혼자가 되었다
기도 소타 지음, 부윤아 옮김 / 해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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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여고 괴담>을 기억하는 세대라면 학교마다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나 괴담을 들어본 적이 있을 거예요.

대부분 비슷한 내용의 괴담이라서 무섭기보단 재미를 위한 소재로 여겼던 것 같아요.

<그리고, 유리코는 혼자가 되었다>는 학교 공포물이에요.

유리가하라 고등학교에는 은밀히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 있어요. 바로 '유리코 님의 전설'이에요.

결론부터 말하면, 유리가하라 고등학교에는 절대 권력을 가진 유리코 님이 단 한 명 존재하며, 그를 거역하면 반드시 불행이 찾아온다는 거예요.

학생들 중에 이름이 유리코인 여학생만이 유리코 님 후보가 될 수 있고, 이름이 유리코인 학생이 여러 명인 경우는 자리 쟁탈전이 벌어져서 마지막에 살아남은 한 사람이 유리코 님이 되는 거예요. 실제로 싸우는 건 아니고, 유리코라는 이름을 가진 후보자들이 이상하게 다치거나 사건이 발생해서 전학가거나 퇴학당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퇴출당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학교에는 한 명의 유리코만 남게 돼요.

주인공 야사카 유리코는 효고 현에서 톱클래스 사립 학교인 이 유리가하라 고등학교에 고생고생해서 갓 입학한 1학년생이에요. 그런데 정말 하찮은 이유로  집단 괴롭힘을 당하고 있어요. 낯가림이 심한 유리코가 반 친구들 대신에 쉬는 시간마다 옆 반에 있는 오랜 절친인 미즈키를 만난 것이 화근이 되었어요. 그 행동을 못마땅하게 여긴 반 여학생들이 슬슬 유리코를 괴롭히기 시작했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어느새 5월이었고, 학급에서 외톨이가 되었어요. 

그런 유리코가 불쌍했는지, 방과 후 테니스를 치던 선배가 조용히 유리코 님에 대한 전설을 이야기해준 거예요. 이름이 유리코인 여학생이니까 저절로 유리코 님 후보가 되었는데, 아무것도 모른 채 당하면 가여울 것 같다면서요.

지금까지 유리코 님 자리에 있는 여학생은 3학년 쓰쓰미 유리코인데, 이번 1학년들 중에 유리코라는 이름을 가진 여학생이 네 명이나 입학했으니 곧 쟁탈전이 일어날 거라고 했어요. 단 한 가지 필승 전략은 머리를 양 갈래로 땋고 교복 블라우스 안에 붉은 셔츠를 입는 거예요. 머리를 땋는 건 괜찮지만 붉은색 셔츠는 교칙 위반인데도, 3학년 쓰쓰미 선배는 어떻게든 붉은색 셔츠를 계속 입고 있다고 했어요. 

유리코는 힘들게 입학한 학교에서 반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지만 전학가거나 학교를 그만둘 생각은 없어요. 그건 친구 미즈키와 함께 학교를 다니고 싶기 때문이에요.

겁을 잔뜩 먹은 유리코는 친구 미즈키에게 유리코 님의 전설을 털어놓고 도움을 청했어요. 미즈키는 그런 전설은 미신이라며 자신이 해결해주겠다고 했어요.

하지만 그 후 유리코의 저주로 자살할 학생이 생기고, 유리코의 이름을 가진 학생이 차례로 살해되는데...

과연 유리코는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설마 했는데, 연이어 발생한 죽음들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일본 학교의 정서가 뭔가 우리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부분들이 꺼림칙하게 느껴졌어요. 눈앞의 불행한 사건을 감추거나 보이지 않는 척 하는 태도가 너무나 이상했어요. 처음엔 유리코 님의 전설이 우리나라의 학교 괴담처럼 떠도는 이야기라고 여겼는데, 점점 갈수록 심각한 범죄 사건으로 변질되었어요. 살아남은 유일한 유리코 님이 되기 위해서 라이벌을 제거해야 한다는 점이나 유리코 님의 능력이 타인을 불행하게 만든다는 점이 가장 끔찍한 공포였어요. 더군다나 그 전설을 맹신하는 이들의 모습은 기괴했어요. 

사실 집단 괴롭힘, 학교 폭력, 왕따 문제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에요. 근래 뉴스에서 학폭 미투가 이어지는 현상을 보면서 그 심각성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어요. 유리코 님의 전설과 저주로 인한 사건들이 가리키는 그것. 자꾸만 제목을 되뇌이게 되는, 그래서 또 한 번 소름이 돋았어요.

결국 그것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건 공포를 넘어 현실 세계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나는 문제였어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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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란 무엇인가 - 삶을 바꾸는 문학의 힘, 명작을 통해 답을 얻다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구와바라 다케오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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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란 무엇인가>는 일본의 프랑스 문학·문화 연구자이자 논평가인 구와바라 다케오의 책입니다.

우선 이 책은 일본에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이와나미신서 시리즈 중 손꼽히는 베스트셀러라고 합니다.

1950년에 제1쇄가 발행되어 2016년 기준으로 제87쇄까지 발행되었다고 합니다. 

여기서 궁금해집니다. 오랜 세월 동안 이 책이 여전히 읽히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너무 뻔한 답변이겠지만 이 책을 읽고나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저자는 처음부터 질문합니다. 문학은 과연 인생에 필요한 존재일까.

그러나 이 질문 자체가 자신에게 무의미하다고 말합니다. 그건 이틀 전부터 톨스토이의 『안네 카레리나』를 읽고 있기 때문에, 이미 네 번째 읽고 있는데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겠냐는 겁니다. 아마 저마다 인생의 고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된 이후에도 계속 펼쳐보게 되는 책.

저자가 인정하는 뛰어난 문학 작품 네 편은 다음과 같습니다.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1875~1877)

스탕달 , 『적과 흑』 (1830)

막심 고리키, 『어머니』 (1907)

빅토르 위고 , 『레 미제라블』 (1862)

만약 최근에 이들 작품을 읽은 사람이라면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이미 읽은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왜냐하면 뛰어난 문학 작품을 제대로 읽는 것만으로도 문학 연구 못지 않은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더 좋은 방법은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나와 있습니다. 바로 독서회를 여는 것인데, 저자가 앞서 언급했던 『안네 카레리나』를 여러 사람이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방법입니다. 저도 오프라인에서 독서모임을 가진 적이 있는데, 똑같은 책을 읽고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를 떠올려보니 문학의 힘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어떤 식으로 읽으면 안 된다는 방식은 없습니다. 전혀요. 

오히려 그게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요? 인간이 어떤 대상을 보거나 읽을 때는 축적된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합니다.

때문에, 흥미도 발동하는 것이므로 허심탄회한 심정으로 어떤 대상을 본다면 그야말로 등사기에 불과할 것입니다.

... '허심'이라는 단어가 무비판적으로 자연주의에 도입되었기 때문에 일본에서 좋은 문학이 태어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따라서 독자도 스스로 헛되게 하지 않는 독서를 해야 합니다. 물론 과거의 경험에만 머물러 있으면 새로운 경험이 생겨나지 않을 것입니다.

소설로 치자면 읽어도 경험이 되지 않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있는 그대로 사건의 경과에 따라 읽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뿐입니다."  (206-207p)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문학에 관한 이론 수업처럼 느껴집니다. 문학은 인생에 왜 필요한지, 뛰어난 문학이란 어떤 것인지, 대중문학은 어떻게 탄생하고 발전해왔는지, 무엇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등등 문학 연구자로서의 관점에서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안네 카레리나』독서회를 통해서 깔끔하게 정리를 해주고 있습니다. 저자가 설명해준 문학 이론이 어떻게 실전에서 적용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읽어봐야 할 교과서 같은 책인 것 같습니다. 부록으로 나와 있는 세계 근대소설 50선 리스트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명작들입니다. 살면서 꼭 한 번쯤은 읽어봐야 할 인생 고전이라서 저한테는 도전 리스트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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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맛 - 짜장면부터 믹스커피까지 한국사를 바꾼 아홉 가지 음식
정명섭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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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쳐나는 먹방 프로그램과 맛집 정보들을 보면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어요.

우리는 언제부터 음식에 이토록 열정적이었을까요. 우리의 음식에는 어떤 역사가 숨어 있을까요.

<한국인의 맛>은 한국 근대사에 등장한 아홉 가지 음식을 통해 우리의 입맛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책이에요.

타임머신을 타고 쑤웅~ 과거 시간여행을 떠나볼까요.

소설은 아니지만 소설 같은 이야기라서 흥미로웠어요. 주인공은 경성에 살고 있는 류경호 기자예요. 그의 일상 속에 어떤 음식들이 등장하는지 찾아보세요.

정장을 차려 입고 원서동(현재 서울 종로구 법정동) 하숙집을 나서는 류경호 기자는 골목길에서 흘러나오는 커피 냄새를 맡으며 전차 정류장으로 가고 있어요. 전차를 타니 광고판에 기모노와 한복을 차려 입은 아이들이 단팥빵을 먹는 모습 위로 메이지 제과라는 글귀가 보이네요. 목적지인 선은전역에서 내려, 거대한 아지노모도 광고탑이 세워진 광장을 가로질러 미츠코시 경성 출장소(훗날 미츠코시 백화점)로 향하고 있어요. 그곳 일층에 있는 만년필 판매점에서 수리를 맡긴 만년필을 찾으러 간 거예요.

머릿속에는 경성우체국 근처에 화교가 운영하는 청요릿집에 가서 짜장면이 떠올라 먹고 싶지만 꾹 참고 있어요. 오늘은 '별세계'의 악명 높은 부주간 손상섭이 주간하는 기획회의가 있는 날이거든요. 백화점을 나오는데 치마저고리 차림의 여학생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려요. 뭘 먹을 거냐, 돈까스냐 라이스카레냐, 그럼 팥빙수도 먹자는둥 이러쿵저러쿵. 그들을 지나 밖으로 나온 류경호는 마침 신문을 파는 아이와 마주쳐 신문을 산 뒤, 인력거를 타네요. 

별세계 잡지사로 GO!

인력거에 올라탄 류경호는 신문을 펼치고, 경제면에는 '일당'이라고 불리는 대일본제당회사에서 설탕의 공급가격을 올릴 수 있다는 내용이 실려 있네요. 가정 생활면에는 일본 요리학교로 유학을 갔다 온 신식 요리 연구가인 황윤경이 다음 달에 YMCA 2층 강당에서 강습회를 열며, 김밥을 비롯한 각종 요리를 직접 만들고 소개한다는 내용이 실려 있어요. 신문을 다 읽을 즈음 인력거는 잡지사 앞에 도착하네요.

류경호 기자는 별세계 기획회의 시간에 특집호 주제로 음식을 하자고 제안하네요. 좀전에 본 아지노모도부터 짜장면과 돈까스, 설탕과 카레라이스, 단팥빵과 김밥, 팥빙수와 커피까지, 이 음식들은 원래 우리가 먹던 것들이 아니라 새로 들어왔다는 특징이 있어요. 이 음식들이 어떻게 들어왔는지, 우리의 입맛으로 자리잡게 된 과정들을 알아보는 거예요. 

아홉 가지 음식들이 등장했던 시대에 살고 있는 류경호 기자라는 인물을 통해 각 음식을 소개하는 방식이 기발한 것 같아요. 단순히 음식 이야기만이 아니라 음식에 담긴 역사와 시대상을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있어서 흥미진진한 역사 공부가 되네요. 

사람의 입맛은 어릴 때부터 익숙하게 먹어온 음식들을 통해 기억되고 그 기억이 전통과 문화가 되기 때문에 낯선 음식을 받아들이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해요. 그런 측면에서 근대 음식들은 우리의 입맛을 개조했다고 볼 수 있어요. 첫 번째로 소개된 아지노모도는 글루탐산나트륨을 분말 형태로 만든 화학조미료예요. 이케다 기쿠나에 박사가 독일로 유학갔을 때 독일의 화학자 리트하우젠이 알아낸 글루탐산의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해요. 바로 감칠맛. 채소와 물고기를 주로 먹는 일본인들에게 값싼 조미료를 통해 고기 맛을 익숙해지도록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대요. 아지노모도라는 이름도 처음에는 지세이(미정 味精)로 지었다가 아지모토(미원 味元)로 바꿨고 마지막에 아지노모도로 다시 바꿔서 제품화된 거래요. 우리의 입맛을 오랫동안 지배해온 감칠맛의 정체는 아지노모도였던 거예요. 조선은 광복과 함께 일본이라는 지배 권력을 몰아냈지만 아지노모도는 밀수품으로 남아, 미원과 미풍 그리고 다시다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우리의 입맛을 길들이고 있었다니 놀랍네요.

아지노모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극강의 맛이 있어요. 바로 달콤한 맛이에요. 인간이 혀로 느낄 수 있는 다섯 가지 맛 중에서 가장 중독성이 강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러한 단맛을 낼 수 있는 음식 재료는 많지 않아요. 단맛을 내는 설탕은 사탕수수에서 얻을 수 있는데 열대 작물이라 한반도에서 재배할 수 없었고, 조선시대 후기에 주로 중국을 통해 소량만 들어왔다고 해요. 조선에 설탕이 본격적으로 들어온 시기는 19세기 후반 개항 이후부터이며, 단맛을 추구하는 것이 서구화를 향한 발걸음이라는 인식 때문에 1920~1930년대는 설탕의 전성시대였다고 해요. 더 많은 설탕을 써야만 건강해진다는 말도 안 되는 논리 때문에 거의 모든 요리에 설탕이 들어갔고, 전통요리의 맥이 끊겼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음식의 변화가 심했대요. 하지만 일본이 독점 공급하는 설탕은 너무 비싸고 부족해서 분쟁이 일어나기도 했다네요. 점점 설탕의 부족 현상이 이어지자 설탕의 달콤함을 대체할 수 있는 사카린이 각광을 받았다고 해요. 한국전쟁이 끝나던 해에 설립된 제일제당에서 본격적인 정제당 생산이 시작되었고, 이상하게도 쌀 소비를 줄이고 서구화의 상징인 설탕의 사용량을 늘리자는 식생활 개선운동이 펼쳐지면서 모든 요리에 설탕이 들어가기 시작했대요. 떡볶이의 고추장 양념에 설탕이 들어가고, 거의 모든 양념장에 설탕이 들어가면서 우리 입맛은 점차 단맛에 익숙해졌고, 설탕은 더 이상 사치품이 아닌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조미료 가운데 하나가 되었어요.


식민지로 상징되는 우리의 근대에는 수탈과 침략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어서, 한국사에서 들춰보고 싶지 않은 부분이었어요. 그런데 이 책에 소개된 아홉 가지 음식을 알고나니 근대를 거쳐 오늘날까지 이어온 우리의 입맛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흡수해 우리의 것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우리의 대표적인 음식이 되었어요. 우리가 무엇을 먹고 있는지, 그 음식의 역사를 들여다봄으로써 한국인의 맛뿐만이 아니라 한국사의 맛까지 느낄 수 있었어요. 한 가지 확실한 교훈은 그때나 지금이나 가짜 정보에 속지 말라는 거예요. 그 당시에는 화학조미료와 설탕을 많이 넣은 음식이 건강에 좋다거나 커피를 아이에게 먹여야 튼튼하게 키울 수 있다는 허위 광고와 기사들에 속았지만 지금이라고 다를까요. 자신도 모르게 중독된 맛, 이제는 건강을 위해 바꿔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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