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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유리코는 혼자가 되었다
기도 소타 지음, 부윤아 옮김 / 해냄 / 2021년 2월
평점 :
영화 <여고 괴담>을 기억하는 세대라면 학교마다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나 괴담을 들어본 적이 있을 거예요.
대부분 비슷한 내용의 괴담이라서 무섭기보단 재미를 위한 소재로 여겼던 것 같아요.
<그리고, 유리코는 혼자가 되었다>는 학교 공포물이에요.
유리가하라 고등학교에는 은밀히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 있어요. 바로 '유리코 님의 전설'이에요.
결론부터 말하면, 유리가하라 고등학교에는 절대 권력을 가진 유리코 님이 단 한 명 존재하며, 그를 거역하면 반드시 불행이 찾아온다는 거예요.
학생들 중에 이름이 유리코인 여학생만이 유리코 님 후보가 될 수 있고, 이름이 유리코인 학생이 여러 명인 경우는 자리 쟁탈전이 벌어져서 마지막에 살아남은 한 사람이 유리코 님이 되는 거예요. 실제로 싸우는 건 아니고, 유리코라는 이름을 가진 후보자들이 이상하게 다치거나 사건이 발생해서 전학가거나 퇴학당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퇴출당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학교에는 한 명의 유리코만 남게 돼요.
주인공 야사카 유리코는 효고 현에서 톱클래스 사립 학교인 이 유리가하라 고등학교에 고생고생해서 갓 입학한 1학년생이에요. 그런데 정말 하찮은 이유로 집단 괴롭힘을 당하고 있어요. 낯가림이 심한 유리코가 반 친구들 대신에 쉬는 시간마다 옆 반에 있는 오랜 절친인 미즈키를 만난 것이 화근이 되었어요. 그 행동을 못마땅하게 여긴 반 여학생들이 슬슬 유리코를 괴롭히기 시작했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어느새 5월이었고, 학급에서 외톨이가 되었어요.
그런 유리코가 불쌍했는지, 방과 후 테니스를 치던 선배가 조용히 유리코 님에 대한 전설을 이야기해준 거예요. 이름이 유리코인 여학생이니까 저절로 유리코 님 후보가 되었는데, 아무것도 모른 채 당하면 가여울 것 같다면서요.
지금까지 유리코 님 자리에 있는 여학생은 3학년 쓰쓰미 유리코인데, 이번 1학년들 중에 유리코라는 이름을 가진 여학생이 네 명이나 입학했으니 곧 쟁탈전이 일어날 거라고 했어요. 단 한 가지 필승 전략은 머리를 양 갈래로 땋고 교복 블라우스 안에 붉은 셔츠를 입는 거예요. 머리를 땋는 건 괜찮지만 붉은색 셔츠는 교칙 위반인데도, 3학년 쓰쓰미 선배는 어떻게든 붉은색 셔츠를 계속 입고 있다고 했어요.
유리코는 힘들게 입학한 학교에서 반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지만 전학가거나 학교를 그만둘 생각은 없어요. 그건 친구 미즈키와 함께 학교를 다니고 싶기 때문이에요.
겁을 잔뜩 먹은 유리코는 친구 미즈키에게 유리코 님의 전설을 털어놓고 도움을 청했어요. 미즈키는 그런 전설은 미신이라며 자신이 해결해주겠다고 했어요.
하지만 그 후 유리코의 저주로 자살할 학생이 생기고, 유리코의 이름을 가진 학생이 차례로 살해되는데...
과연 유리코는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설마 했는데, 연이어 발생한 죽음들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일본 학교의 정서가 뭔가 우리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부분들이 꺼림칙하게 느껴졌어요. 눈앞의 불행한 사건을 감추거나 보이지 않는 척 하는 태도가 너무나 이상했어요. 처음엔 유리코 님의 전설이 우리나라의 학교 괴담처럼 떠도는 이야기라고 여겼는데, 점점 갈수록 심각한 범죄 사건으로 변질되었어요. 살아남은 유일한 유리코 님이 되기 위해서 라이벌을 제거해야 한다는 점이나 유리코 님의 능력이 타인을 불행하게 만든다는 점이 가장 끔찍한 공포였어요. 더군다나 그 전설을 맹신하는 이들의 모습은 기괴했어요.
사실 집단 괴롭힘, 학교 폭력, 왕따 문제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에요. 근래 뉴스에서 학폭 미투가 이어지는 현상을 보면서 그 심각성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어요. 유리코 님의 전설과 저주로 인한 사건들이 가리키는 그것. 자꾸만 제목을 되뇌이게 되는, 그래서 또 한 번 소름이 돋았어요.
결국 그것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건 공포를 넘어 현실 세계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나는 문제였어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