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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환이 온다
더글라스 러시코프 지음, 이지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2월
평점 :
지금 인류는 어디쯤 와 있는가.
<대전환이 온다>는 세계적인 미디어 이론가이자 디지털 경제 전문가 더글러스 러시코프의 책입니다.
저자는 인류가 벼랑 끝에 서 있는데도 이를 해결하려는 집단적 의지나 협력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왜 그럴까요.
이 모든 건 우연이 아닙니다. 저절로 위기가 닥친 게 아니라 우리의 기술과 시장, 주요 문화적 제도 속에 그럴 만한 요소들이 있었다고 지적합니다.
반인간적 어젠다.
최신 디지털 기술은 우리를 서로 이어주는 게 아니라 우리가 이어지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소통 기술을 손에 쥐고 살다 보니 소통하고 있다고 착각할 뿐이지, 고립된 상태입니다. 기술은 인간성을 다른 것으로 대체하고 평가절하하며, 여러 방식으로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심을 훼손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이나 SNS 세상에서 익명의 악플들이 누군가의 목숨을 위협하기도 합니다. 디지털 네트워크가 사회 유대를 촉진하는 것으로 출발했지만 점차 파괴하는 것으로 옮겨 간 여러 미디어가 가장 최신 버전입니다. 우리가 점점 더 의존하고 있는 여러 기술이 인간을 열등한 소모성 존재로 만들어버리고, 사회를 확장하는 것에서 파괴하는 것으로 전화되는 속도가 유례없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한 세대 내에서 이 전환이 일어나는 것을 실시간으로 경험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번이 우리에게는 기회라고 말합니다. 더 이상 이런 전환 과정에 순응하지 않고 거기에 반대하는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 즉 인간의 어젠다를 다함께 추진해야 할 때라는 것입니다. 그동안 각자 개별 플레이어라고 생각해 왔지만 사실 우리는 한 팀이라는 것을 자각해야 합니다.
"이제는 우리가 인류를 위해 일어설 때다. 어떻게 보더라도 우리는 완벽하지 않지만,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우리는 '인간'이라는 팀, '팀 휴먼 Team Human'이다.
생각이 같은 사람들을 찾아 나서자." (313p)
이 책에서는 소셜 미디어를 비롯한 디지털 미디어 환경이 어떻게 변질되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디어 바이러스 속에 있는 사상, 즉 밈은 어떻게 확산되고 복제되는 것일까요. 밈의 문화적 전염 과정을 이해하려면 밈을 둘러싼 껍질과 밈이 복제를 시도하는 터전인 이데올로기를 밈 자체만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밈은 우리의 공포와 불안, 분노를 자극하고 이용합니다. 밈은 서로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인간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밈 자체가 아니라 어떤 밈이 나타났을 때 해당 문화가 효과적인 면역 반응을 보일 수 있느냐의 여부입니다.
콘텐츠에 관계없이 밈 전쟁은 협력과 합의, 공감을 좌절시킵니다. 적개심을 불러일으키는 밈이 득실거리는 소셜 미디어에서 인간은 고립되고, 더욱 더 자기 위치만을 지키려고 생존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휘둘리게 됩니다. 인공지능을 동원한 밈 전쟁에서 텔레비전 광고주들은 소비자를 실험실의 쥐처럼 여길 수 있으며, 소셜 미디어는 이런 기법을 무기화하고 있습니다. 밈을 전송하는 기술은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어서 새로운 전송 형태(밈의 껍질)을 미리 알아채기는 어렵습니다.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는 전경(사람)과 배경(사람이 발명한 물건)의 역할이 뒤집어지기 쉬운데, 밈 전쟁이 전경(사람)을 배경처럼 다룹니다. 이제 밈이 소프트웨어이고, 사람이 기계인 셈입니다. 기술은 인간이 사용하던 도구에서 인간이 그 속에서 기능하는 환경으로 바뀐 것입니다.
빅데이터 알고리즘은 놀랍도록 정확하게 우리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많은 활동은 흔히 80/20 법칙이라고 알려진 파레토 법칙을 따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80퍼센트의 사람들은 수동적인 행동을 하지만 나머지 20퍼센트는 적극적이거나 창의적인 행동을 하는데,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은 그 20퍼센트에 속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알고리즘을 이용해 그 20퍼센트 사람들을 말살하고 있습니다. 우리들 사이에 예측불가능하고 괴상한 사람들이 줄어든다는 건 인간이라는 종이 가진 다양성, 회복 탄력성과 지속 가능성을 줄어들게 만듭니다. 우리가 개발한 컴퓨터 알고리즘은 인간을 더 예측 가능하고 기계 같이 만들기 위해 부단히 발전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서는 인간관계가 지표과 편견, 권력을 중심으로 돌아가며, 사람들은 '좋아요'나 팔로워 수에 연연하면서 사회 생태학적 울림이나 단결은 사라지고 있습니다. 사회 유대를 위해 한 팀으로 뭉치기 위해 힘들게 진화했던 여러 메커니즘이 디지털 환경에서는 소용이 없습니다. 우리는 미디어를 탓하는 대신 상대방을 탓하고, 이런 상황을 사회의 문제로 돌리면서, 플랫폼이 아닌 사람을 불신합니다. 디지털 환경에서 팀 휴먼은 붕괴되지만 팀 알고리즘은 더 강해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24시간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는 상태, 즉 디지털 미디어에 중독됐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미디어 환경은 개인뿐만이 아니라 집단으로서의 우리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하나의 경제, 사회, 심지어 지구 전체의 차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세상은 이미 미디어가 통째로 지배하고 있다는 생각에 포기하기는 이릅니다. 그 전에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영향력은 서로 주고받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결국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어떻게 영향을 받고 있는지를 인식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알면 비로소 보이는 인류의 위기 앞에서 저자가 제시한 해결책은 팀 휴먼입니다. 우리를 온전한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사회 관계를 회복하고, 우리를 떨어뜨려 놓는 모든 관습과 제도와 기술, 사고방식에 반대하며, 우리를 분리하려는 작전에 맞서야 합니다. 인종차별주의자들의 증오 연설, 억압적인 제로섬 경제, 독재자와 신자유주의 강경파들의 전쟁 도발을 거부하고 비판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우리 내면에 깊이 박혀 있는 부당한 수치심을 없애야 합니다. 사회적 낙인은 수치심을 이용해 복종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인간적인 팀이라면 공동의 바람과 욕구, 장점, 약점에 기초를 두고 있어야 하며, 망신을 줄 게 아니라 개방성을 적극 포용해야 합니다. 팀 휴먼으로서 유기적 일관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집단 면역체계를 구축해 놓아야 합니다. 팀 휴먼은 결국 인류 협동조합의 탄생으로 실현해낼 수 있습니다.
여전히 '왜'라는 질문이 남아 있다면 이 책속에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스스로 납득할 만한 이유를 찾아야 생각이 바뀌고, 행동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