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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뭇 강펀치 ㅣ 안전가옥 쇼-트 7
설재인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2월
평점 :
《사뭇 강펀치》는 설재인 작가의 단편집이에요.
처음 만나는 작가의 단편소설이라 별다른 기대 없이 읽었어요.
와우, 단편이 장편처럼 느껴지다니 놀라워요.
분명 짧은 이야기인데 영화 한 편을 본 것처럼 기승전결 짜임새 있는 전개에 푹 빠져버렸어요.
모두 세 편의 단편이 실려 있어요. 이야기 자체도 독특한 데다가 추리 소설 못지 않은 유기적인 극적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이에요.
그야말로 독자들에게 강펀치를 날리네요.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는 강펀치의 위력을 맛볼 수 있어요.
첫 번째는 <사뭇 강펀치>로 복싱을 하는 열여섯 살 현진의 이야기예요.
도대체 현진은 뭣 때문에 화가 났을까요. 그걸 모른 채 바라볼 때는 현진을 불량 학생인가 오해를 했어요.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닌 걸, 큰 실수를 한 거죠.
아무도 몰랐던 현진이의 속내를 알고 나니, 왜 화가 났는지 알겠어요. 읽다가 나도 모르게 욱 치밀어 올랐어요. 비열하고 무책임한 어른들을 향해, 불공평한 세상을 향해.
현진에게 손을 내민 건 짝꿍 윤서였어요. 오직 윤서만 현진의 변화를 눈치챘고 걱정해줬어요. 윤서가 가진 재능이 있다면 그건 참아선 안 되는 걸 참을 수 없어 하는 거예요.
부끄럽게도 대부분의 어른들은 참아선 안 되는 것도 융통성이라는 핑계를 대며 참으며 살잖아요. 불의를 보면 유독 인내하는 버릇이 있어요. 특히 남의 일은 강 건너 불 구경하는 것이 상책이고, 자신의 일은 모로 가도 서울로 가면 된다는 식이에요. 나쁜 것들끼리 뭉치면 더욱 악독해져서 약자들에게 군림하려고 들어요. 세상이 나쁜 게 아니라 나쁜 것들 때문에 세상이 나빠진 건데, 문제는 뻔히 나쁜 걸 보고도 눈을 감거나 외면하는 어른들이에요. 진짜 어른이라면 아이들에게 모범이 되고, 책임감을 가져야 해요. 그런데 나쁜 짓을 하며 어른인 척 속이는 가짜들이 판을 치고 있으니... 할 수 있는 건 욕설뿐... 인 줄 알았더니... 사뭇 강펀치를 날리네요. 덕분에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두 번째는 <그녀가 말하기를>이에요.
주인공 김주리가 겪은 일들은 시사고발 프로그램에 나옴직한 사연이에요. 누가 그녀의 말을 믿어줄까요.
그녀는 말하는 내내 의심하고 있어요. 살면서 한 번도 제대로 믿을 만한 사람을 만나지 못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말하고 있는 건 대단한 용기라고 생각해요. 무엇보다도 놀라운 건 약자인 그녀가 자신보다 더 약자를 위해 나섰다는 점이에요.
어린 시절부터 스무 살 무렵까지 그녀가 살았던 세상은 감옥이에요. 그 감옥에서 갇혀만 있었던 게 아니라 익명의 타인들에게 눈요깃거리가 되었다는 게 가장 충격적이었어요. 설마 친아버지가 그랬다고? 네, 믿기지 않아요. 아버지라는 작자는 입에 담기도 싫은 인간 말종이에요. 딸의 인생을 함부로 짓밟은 인간에게 아버지라는 수식은 가당치 않아요. 선의의 얼굴로 다가온 박선우와 안경은 더 악질이에요. 그녀를 무지와 억압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준 건 다름 아닌 책이에요. 또한 그녀를 분노하게 한 것도 책이에요.
이제는 울지 말자고, 뻔뻔하게 살자고 그녀가 말하네요. 맞아요. 그녀의 얘기가 다 맞았어요. 나쁜 것들이 더 큰 소리치는 세상에서 가만히 있으면 안 돼요. 그들의 잘못에 대해 같이 화내고 고발해야 해요. 울어야 할 건 저들이에요.
세 번째 <앙금>은 반전이 있는 스릴러물이에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진실이 드러나면서 머리털이 쭈뼛서는 이야기예요. 미리 경고할게요. 그녀를 믿지 마세요.
어떤 그녀를 믿지 말아야 할지, 아마도 모를 테니 이런 경고가 무의미하겠지요. 가장 위험한 사람은 자기 자신마저도 속이는 사람인 것 같아요. 완벽하게 자신도 속인 사람을 그 누가 의심할 수 있겠어요. 앙금이 쌓여서 벌어진 복수극인데 이 정도로 잔혹할 줄은 몰랐네요.
사람들은 자기 주변에 보이는 것만 진짜 세상이라고 믿고 살죠.
자기가 생각하는 비현실이 어딘가에서는 극사실일 수 있다는 것을 절대 인정하지 못해요. (76p)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