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수채화 그리는 법 : 로리타 패션 편
우니 지음, 김진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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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수채화 그리는 법>은 일본 특유의 로리타 의상을 입은 캐릭터를 수채화 기법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에요.

처음엔 표지에 그려진 예쁜 캐릭터를 순정만화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공주풍의 샤랄라 의상이 로리타 패션이라고 하네요. 

책에서는 로리타 패션을 일본에서 발전한 회화 일러스트 표현 양식으로 소개하고 있어요. 판타지 세계에 등장할 것 같은 소녀의 모습을 수채화 기법으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어요.

투명 수채화의 기본은 물감의 농담을 잘 표현해내는 거예요. 일단 책에는 붓에 묻힌 물의 양을 살짝, 적당히, 듬뿍이라는 3단계로 나누어 보여주고 있어요. 팔레트 위에서 옅은 색깔을 만들고, 붓에 물감을 찍어 칠해보면서 옅기를 조절할 수 있어요. 종이 위에서 옅은 색깔을 만들려면 물감을 찍은 붓끝에 물을 묻혀 가볍게 훑듯이 움직이면 돼요. 칠한 부분이 마르기 전에 그러데이션 효과를 내볼 수 있어요. 각 단계마다 사진과 함께 설명이 나와 있어서 쉽게 따라 할 수 있어요.

물론 붓으로 물감과 물의 양을 조절하는 건 꾸준한 연습이 필요한 작업이에요. 기본기법은 평칠이지만 겹칠은 마르고 난 다음이나 물기를 닦아내는 과정을 거쳐야 해요. 서둘러 그랴야 할 때는 드라이어로 말리기도 한대요. 문득 어릴 때 수채화를 그리다가 너무 물을 많이 묻혀서 종이가 우글대며 망친 기억이 떠오르네요. 그만큼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것이 투명 수채화 기법인 것 같아요.

붓질 연습은 같은 폭의 스트라이프나 간단한 도형 등의 색칠 작업을 하면서 실력을 늘릴 수 있어요. 샤프로 가로와 세로 선을 그려서 한 줄씩 평칠하는 연습을 할 수 있어요. 초콜릿 블록은 평칠을 한 다음에 겹칠로 진하게 표현하는 연습을 하기에 적절하네요.

책에 나온 캐릭터를 직접 그려보려면 복사용지에 러프화를 그리고, 수채화지에 트레이싱해서 그린 선화를 사용하면 돼요. 수채화지에 선화를 옮겨 그리는 방법은 따로 잘 설명되어 있어요. 밑그림이 자신 없는 사람은 선화로 수채화 기법만 연습할 수 있어요.

세밀한 표현을 위해서는 면상필, 가는붓이 필수네요. 그 외의 보조도구로 흰색 젤 잉크 볼펜은 가느다란 선이나 점을 그릴 때 사용해요. 눈의 하이라이트에는 포스카 흰색을 사용해서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완성할 수 있어요.

귀여운 캐릭터와 의상 그리기를 위한 일러스트 기법이 다양한 캐릭터 예시와 함께 나와 있어서 좋아요. 각자 자신의 취향대로 원하는 캐릭터를 골라 그려볼 수 있네요.

마지막에 실제 작가가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이 나온 부분은 신기했어요. 연필로 그려진 밑그림이 점차 색이 입혀지면서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완성되어가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어요. 전문가의 제작 과정이라서 신기한 색상의 물감들이 많이 사용되는 것 같아요. 페인트 그레이에 프러시안 블루와 미네랄 바이올렛을 섞으니 푸른 기가 도는 어두운 그레이가 완성되는데, 색상이 오묘한 것 같아요. 쿠레타케의 스타리 컬러즈 안채 물감 6색 세트는 금색계의 메탈릭 컬러인 청금색, 적금색, 황금색, 분홍빛 금색, 옅은 금색, 백금색이 한 세트인데, 의상 장식 등을 신비롭게 연출할 수 있는 색이에요. 다양한 기법과 독특한 물감으로 일러스트의 분위기가 달라지는 과정을 보니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수채화라고 하면 풍경화만 생각했는데, 수채화로 예쁘고 깜찍한 캐릭터를 그릴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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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억 살 신비한 별별 우주 탐험 - 교과서 속 과학을 쉽게 알려주는
이화 그림, 정완상 글 / 성림주니어북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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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어렵다?

글쎄요, 정말 어렵기만 할까요. 어떤 분야의 과학 지식을 모를 수는 있지만 그냥 과학 자체가 어렵다고 말하는 건 관심이 없다는 게 아닐까요.

무엇이든 알고 나면 더 재미있어지는 경우가 있잖아요. 과학이 그런 것 같아요.

얼마 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설명하는 어린이 그림책을 읽다가, 우와, 과학 개념을 이렇게 그림으로 재미있게 알려줄 수 있구나 싶어서 신기했어요.

<138억 살 신비한 별별 우주 탐험 교과서>는 초등학생들을 위한 과학책이에요.

이 책은 로봇 삼총사와 떠나는 우주여행 이야기예요. 미래에서 온 천체물리학 박사인 이우주 박사님이 시공간 이동장치인 '타이모어를 완성했어요. 로봇 삼총사 코스캔, 코스큐브, 코스피어와 안티모스도 만들었는데, 그 중 안티모스는 로봇 삼대 원칙 프로그램 설치 오류로 방해 로봇이 되었어요.

이우주 박사님은 코스캔, 코스피어, 코스큐브 로봇 삼총사에게 우주여행을 지시했어요. 여행을 하는 동안 다양한 과제가 주어지는데, 각각의 과제를 완수하면 코스캔의 입에서 구슬이 하나씩 나오고, 그 구슬에 적힌 알파벳들이 가리키는 과학자의 이름을 알아내는 것이 최종 과제예요.

이야기가 각본처럼 대사로 구성되어 있고 중간에 재미있는 그림들이 나와 있어서 읽기가 수월한 것 같아요. 초등 교과서에 나오는 과학 원리를 알기 쉽게 설명해주네요. 

책의 내용은 크게 우주여행, 태양계 탐사, 우주 진화로 나뉘어 있고 각 장마다 QR코드가 있어서 관련된 강의를 들을 수 있어요.

귀여운 로봇 삼총사를 보니 영화 <승리호>의 로봇 업동이가 떠오르네요. 가족 모두가 재미있게 봤던 영화라서 우주 여행 이야기가 더욱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책에 소개된 태양돛이나 우주 엘리베이터 등 다양한 우주비행 방식들이 아직 이론적으로만 가능하지만 SF영화가 보여준 장면들처럼 상상의 나래를 펼쳐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태양계 탐사는 수성, 금성, 달, 화성, 소행성대,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까지 차례로 이야기를 들려주니까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네요. 안티모스의 방해작전이 얄밉지만 묘하게 더 집중되는 효과가 있네요. 화성에서 스키를 타는 로봇 삼총사를 보니, 로봇으로 변신해서 우주여행을 하고 싶어지네요.

우주의 진화에서는 빅뱅, 블랙홀, 별의 생성과 죽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나오는 시간 여행, 암흑 에너지와 평행 우주에 대한 내용을 배울 수 있어요. QR코드로 듣는 과학 강의는 이론적인 설명이라서 약간 어려울 수는 있지만 책 내용을 재미있게 읽은 친구들이라면 앞으로도 쭉 관심을 가지고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부록으로 <과학왕 낱말 퀴즈북>이 있어서 책으로 배운 과학 지식들을 재미있는 놀이로 즐길 수 있어요. 아참, 이 책은 어린이 과학책 최초로 주제가가 있어요. 노래 제목은 "138억 년 우주의 비밀을 벗겨라~ ♪"예요. 노래를 따라 부르다보면 책 내용이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가사예요. 진짜 우주여행을 떠나고 싶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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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스 -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 도시의 역사로 보는 인류문명사
벤 윌슨 지음, 박수철 옮김, 박진빈 감수 / 매일경제신문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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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스>는 도시를 주제로 한 인류문명사를 다룬 책이에요.

세계 최초의 도시 우루크의 탄생으로 시작하여 아테네, 로마, 바그다드, 암스테르담, 런던, 파리, 뉴욕 등 인류사의 각 시대를 대변하는 도시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이들 도시 중에는 우루크, 하라파, 뤠벡, 믈라카, 테노치티틀란 등 그리 익숙하지 않은 도시들이 있어요. 역사 속으로 사라진 도시들을 새롭게 만나볼 수 있어요.

이 책은 인류가 6,000년 넘는 세월동안 격동하는 도시의 소용돌이에서 살아왔으며, 도시야말로 전쟁과 재난에 맞설 줄 아는 끈질긴 창조물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요.

저자는 영국의 촉망받는 역사학자 벤 윌슨이라고 해요. 그는 서문에서 기후 비상사태와 세계적 유행병 시대를 맞은 지금이 바로 인류 문명과 함께한 도시들의 역사를 살펴봐야 할 적기라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도시의 역사가 곧 인류의 역사이며, 역사는 우리의 시야를 열어 나아갈 길을 만들어줄 거라는 점에 공감했어요.


도시의 두 얼굴.

'대도시적 metropolitan'이라는 단어에는 매력과 기회라는 의미가 담겨 있으며 동시에 지탄의 대상으로서 통용되었다고 해요. 큰 도시에 대한 혐오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대도시가 인간에게 미치는 악영향을 오랫동안 염려해왔던 결과라고 볼 수 있어요. 대도시는 특권의 장소이면서 오염의 온상과도 같은 취급을 받았고, 역사에서 계속 도시와 비도시간의 대립으로 이어졌어요. 이 책은 인류문명사의 흥망성쇠를 통해 도시들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번성했으며, 몰락과 쇠퇴의 길을 걸었는지를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어요. 


세계 최초의 도시 우루크는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기원전 4천년 전, 메소포타미아 남부에는 급격한 기후변화가 찾아왔고, 습지대 고유의 생활방식이 사라졌어요. 습지대의 농부들이 우루크로 몰려들었고 대규모 인구집단은 대형 관개시설을 구축함으로써 농업혁명을 이뤘고, 이것이 도시혁명의 산물이었다고 하네요. 우루크에서 시작된 메소포타미아의 도시 문명을 살펴보면 건물의 복원력보다 이념의 확고함에 더 의존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도시가 다른 정착지들과 구분되는 점은 도시의 물리적 특성보다는 도시가 촉진하는 인간 활동이라고 볼 수 있어요. 또한 우루크는 기술 혁신으로 급속도로 발전했고 세계 곳곳으로 기술뿐만이 아니라 문화까지 퍼져 나가는 대도시의 원조 역할을 해냈어요.


그리스의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출신지를 묻는 질문에 자신을 '코스모폴리테스 kosmopolites'라고 소개했다고 해요. 코스모폴리테스는 '세계 시민'이라는 뜻인데, 당시 외국인을 극렬히 혐오한 도시국가의 시대인 기원전 4세기에 나온 말이라는 점에서 굉장히 급진적인 발언이었다고 볼 수 있어요. 그리스인들은 페니키아인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지만 페니키아인들 덕분에 소중한 선물을 얻었어요. 그건 바로 알파벳 문자예요. 

최초의 알파벳이기도 한 페니키아 알파벳은 상인들에게 꼭 맞는 간략하고 효율적인 문자였고, 이후 그리스 문자와 라틴 문자를 위시한 거의 모든 알파벳 문자의 기초가 되었어요. 그리스인들이 페니키아 알파벳을 토대로 독자적인 문자를 고안했다는 것은 도시화와 관련해 의미심장한 사건이라고 해요.

그리스 사회의 핵심은 폴리스였고, 정치철학은 합리적 도시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출발했어요. 그리스인들은 폴리스를 만들어내는 행위를 시노에시즘 synoecism (여러 가정을 하나로 통합하는 과정이라는 뜻)이라고 불렀어요. 그리스인들이 말하는 아테네는 도시로서의 아테네가 아니라 시민 공동체로서의 아테네였어요. 그리스인의 정체성은 도시생활을 둘러싼 강한 흥미, 권위에 속박된 삶에 대한 혐오감 그리고 개인적 독립을 중시하는 경향이 깊이 스며들어 있었고, 아테네의 민주주의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어요.


테노치티클란은 중앙아메리카의 위대한 대도시였어요. 완벽한 도시로 설계된 테노치티클란은 황금 독수리가 선인장에 앉은 채 방울뱀을 잡아먹도록 함으로써 인간들에게 자신의 선택을 암시했다고 하는 우이칠로포츠틀리라는 신이 선택한 곳이었다는 전설이 있어요. 이 내용은 오늘날 멕시코 국기에 담겨 있다고 하네요. 그러나 이 놀랍고 세련된 도시는 유럽인들이 나타나면서 파괴되었어요. 야만적인 침략으로 폐허가 되었다는 사실이 인류의 비극인 것 같아요. 이후 유럽 제국들의 대도시들이 새로운 형태의 세계적 도시로 군림하게 되었어요. 인류는 가장 완벽한 발전과 가장 미개한 것을 동시에 이뤄내는 모순된 종족인 것 같아요. 문명의 기적을 일으키고, 한편에서는 문명화된 인간이 야만인으로 되돌아가고 있으니 말이에요. 이것은 도시의 역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어요. 산업혁명으로 마천루들이 드러나면서 도시에는 빈민가도 등장했어요. 19세기 중반의 산업도시들보다 사망률이 높은 곳은 없었다고 해요. 또한 도시는 계급 기반의 주거 구역들로 엄격하게 차단되는 현상이 심해지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어요. 노동계급 거주 구역에서는 공간이 부족하고 밀집도가 높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서로 어우러져야 했고, 단합하는 과정에서 시민문화가 발달했어요. 시민 공동체는 소규모의 사회조직이 아니라 강력한 시민 관계망이 되었고, 급진적 정치 활동의 자양분이 되기도 했어요. 


저자는 시대별로 대표적인 도시를 통해 인류의 발자취를 보여주고 있어요. 이 책의 주제는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도시 생활의 압력에 대처하고 극복하기 위한 방법들을 발견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여기서 논의하는 21세기의 대도시는 특정 도시가 아니라 도시들이 다른 도시들 속으로 녹아드는 방대한 상호연결형 지역을 가리키고 있어요. 21세기의 문제는 인류의 도시 종족화가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아니라 도시 종족화의 정도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라고 해요. 도시의 밀집성이 혜택에서 위협으로 변모했지만 그로 인해 밀집성이 가진 환경적 지속가능성의 요소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우리는 도시 종족이라는 것, 우루크 시대부터 지금까지 도시 생태계는 지속적인 진화를 거쳐 왔어요. 기후 변화로 인해 탄생한 우루크처럼 우리는 환경에 적응하고 변화해야 할 때라는 건 명백한 현실이에요. 현재 위기를 해결하려면 다시 도시로 자연을 불러들여야 하며, 도시 혁명은 거대한 기술이 주도하는 게 아니라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통해서 이뤄질 수 있다고 해요. 역사에서 드러났듯이 도시들은 새롭게 탈바꿈할 준비를 하고 있어요. 바로 우리들의 생각과 행동을 통해서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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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자나무
아야세 마루 지음, 최고은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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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괴물은 괴물이야. 여자는 크고 아름답고, 사나워서 마음을 빼앗기지.

하지만 변이하면 다른 생물이 돼."


하지만 사랑하기 때문이잖아. (146p)


<치자나무>는 아야세 마루의 단편집이에요.

사랑과 관계에 관한 일곱 가지 은유.

그 은유가 얼마나 독특하고 기괴하던지, 잠시 당황했어요. 그러나 곧 이해할 수 있었어요.

사랑이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니까, 아야세 마루의 소설처럼 저런 모습일 수도 있겠구나. 사랑에 미쳐버리면 사람은 달라지니까. 더군다나 그 사랑을 끝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그때는 자신도 몰랐던 본성이 드러날지도 몰라요.

<치자나무>는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아내와 내연녀가 등장해요. 사랑 때문에 추하고, 비열해지는 건 모두 그 몸속에 나쁜 생물이 숨어들어갔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해요. 만약 몸속에 숨어든 그 추하고, 약하고, 비열한 생물을 끄집어내어 없앨 수만 있다면 사랑은 달라질까요. 글쎄요, 너무 비겁한 변명이 아닐까요. 

치자나무는 치자꽃 향기로 사람들을 매료시키며, 사시사철 푸른 잎으로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나무예요. 치자꽃의 꽃말은 한없는 즐거움과 그리움, 순결, 행복이라고 해요.

바로 그 치자나무 가지를 꺾어서 그 안에 넣었다는 그것, 치자꽃 무덤이라니 기막힌 결말이에요.

<꽃벌레>는 사랑이라고 믿었던 운명의 꽃이 한낱 기생충이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그러나 속았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건 거짓된 상태였어도 사랑했다는 거예요. 진정한, 거짓된, 진정한, 거짓된... 사랑했고,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는 건 진실이라고 생각해요. 어쩌면 우리에겐 거짓된 세상보다 사랑 없는 세상이 더 견디기 힘든 게 아닐까 싶어요.

<사랑의 스커트>는 짝사랑에 관한 이야기예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슬픈 법이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짝사랑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심정이란 너무도 괴로울 거예요. 더욱 안타까운 건 그 사랑을 멈출 수 없다는 거예요. 닿을 수 없는 것을 좋아하는 그 사람의 선택은, 좋아하는 것에 닿지 않고도 연결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거예요. 

<짐승들>은 여자와 남자의 세계를 극단적인 세계를 통해 보여주고 있어요. 낮과 밤, 괴물로 변하는 여자들과 그 괴물을 잡아죽이는 남자들. 

남자는 낮의 세계에 속해 있고, 여자는 밤의 세계에 속해 있지만 번식기가 되면 짝짓기를 하듯 여자와 남자가 만나 결혼하고 함께 살지만 낮과 밤이 나뉜 삶을 살고 있어요. 그러니까 여자와 남자는 딱 반쪽 세상만 살 수 있는 거예요. 이런 세상에서 사랑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요. 괴로워, 괴로워가 사랑해, 사랑해로 겹쳐지는 참으로 알쏭달쏭한 난제인 것 같아요.

<얇은 천>은 우울한 주부가 이민자 소년에게 빠져들어 위험한 인형 놀이를 하는 이야기예요.

남을 이용해 쾌감을 얻는 인형 놀이라니, 너무 잔인한 것 같아요. 인간이 다른 누군가의 인형 노릇을 한다는 건.

진짜 비극은 더 이상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서 비롯되는 것 같아요. 사람이 사랑하지 않고, 그저 좋아하는 것만 즐기는 삶이란 공허하고 부질없게 느껴지네요. 어딘가 마비된 것 같아요.

<가지와 여주>는 혼자 살게 된 오십대 여성의 이야기예요. 30년을 함께 살았던 남편이 한밤중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로 동승했던 외도 상대와 함께 숨진 게 석 달 전이에요.

장례식을 마치고 같이 있던 두 딸은 각자 가정으로 돌아갔고, 집에 홀로 남겨진 그녀는 불현듯 시청으로 가서 혼인 관계를 끝내는 소속을 밟았어요. 채소를 싫어하는 남편과 딸들 때문에 어느샌가 같은 채소를 사서 같은 요리를 하는 습관이 들었는데, 지금은 뭐든 좋아하는 재료를 사서 마음대로 요리하면 돼요. 울퉁불퉁 못생긴 여주를 맛있게 요리할 줄 아는 그녀, 어쩌면 앞으로의 삶도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요. 물론 이래나 저래나 사람은 바뀌지 않겠지만.

<산의 동창회>는 종족보존을 위해 알을 낳는 여자들의 이야기예요. 세 번의 산란을 끝낸 여자는 대부분 기운이 다해서 숨이 끊어진다고 해요. 주인공 니우라는 아직 한 번도 알을 낳지 않았어요. 이번 동창회에 가기로 한 건 동창 중 절반 가까이 되는 여자친구들이 벌써 세 번째 임신을 맞이해 알을 품고 있기 때문이에요. 곧 그 친구들과 작별할 마지막 기회라는 거죠. 니우라는 산란 이후 죽는 삶 대신 그들을 지켜보고 기록하는 삶을 선택했어요. 이른바 죽음의 책들. 

처음엔 기괴하게만 느껴졌는데 읽다보니 작가의 상상력이야말로 사랑과 관계를 가장 선명하고 강렬하게 보여주는 색다른 방식이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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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 시학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35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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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글쓰기와 관련된 책을 읽다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알게 되었어요.

제대로 한 번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찜해뒀는데 드디어 현대지성 클래식 시리즈로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인 『시학』을 읽게 되었어요.

굉장히 두꺼운 책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얇아서 놀랐어요. 

이 책은 원전 번역뿐만이 아니라 본문 각주가 충실하게 달려 있어서 내용의 이해를 돕고 있어요. 

『시학』은 원래 두 권으로 구성되어 있었다고 해요. 1권은 비극과 서사시를, 2권은 희극을 다루었는데, 지금은 1권만 전해진다고 하네요. 현재 『시학』은 26장으로 구분되어 있고, 이 책은 그 내용을 담고 있어요. 하지만 원래부터 장 구분이 있던 게 아니라 르네상스 시대에 그리스어 판본을 편집하면서 26장으로 정리된 것이라고 해요.


시는 무엇인가?

여기에서 "시"로 번역한 그리스어를 직역하면 '만들어낸 것', 즉 창작물이며 시를 지칭하는 말이라고 해요. 

책 제목도 그리스어를 직역하면 '창작물에 관하여'이기 때문에『시학』으로 표현했다고 하네요. 당시의 "시"라는 용어는 서정시나 서사시 등 시뿐만이 아니라 비극이나 희극도 포함하는 광범위한 의미의 창작물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어요. 

아리스토텔레스는 시(창작물)에 대하여, 모방을 통한 결과물이라고 설명하고 있어요. 예술은 모두 리듬과 언어와 선율이라는 수단을 개별적으로 사용하거나 서로 조합해 모방하며, 누군가 의술이나 자연철학에 관해 글을 썼다고 해도 운문으로 썼다면 그 사람을 시인이라고 부르는 것이 관행이라는 거예요. 서사시와 비극, 희극과 디티람보스(고대 그리스 술의 신 디오니소스를 찬양하는 합창으로 신화에 나오는 내용을 노래와 춤으로 표현했음), 송가(그리스의 신들을 찬미하는 노래)는 모두 똑같이 모방 수단을 사용하고 있지만, 단지 모방 수단상의 차이가 있을 뿐이에요.

"모방"으로 번역한 그리스어는 '미메시스'예요. 미메시스가 '모방'과 '표현' 중 어느 쪽을 가리키는지를 놓고 많은 논쟁이 있었지만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미메시스는 모방에 더 가까워 보이며, "모방극"(그리스어로는 미모스)은 일상생활의 이런저런 일이나 신과 영웅들의 에피소드를 촌극 형태로 표현한 조잡한 광대극을 뜻해요.

비극은 행위를 모방하는 것이며, 행위는 행위자가 행하는 것이므로, 행위자는 자신의 성격과 사상에 따라 특정한 성질을 지닐 수 밖에 없어요. 따라서 플롯은 행위의 모방이라고 설명하고 있어요. 비극의 특성을 결정하는 여섯 가지 구성요소는 플롯, 성격, 대사, 사상, 시각적 요소, 노래가 있어요.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행위나 사건을 구성하는 플롯이에요.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롯"을 단순히 '뮈토스'(이야기)라고 말하거나 '이야기나 사건들의 구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어요. 플롯은 여러 사건을 엮어 짜서 구성하는 것이고, 플롯의 결과물을 이야기(story)나 줄거리(storyline)라고 할 수 있지만 차이점은 있어요. 플롯이 사건의 구성이나 짜임새를 강조한다면, 이야기나 줄거리는 여러 사건이 이어져 있는 것을 가리킨다고 해요. 훌륭한 플롯은 결말이 단일해야 해요. 그것은 결말이 이중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에요. 단일한 결말이란 주인공의 운명만 행복에서 불행으로 바뀌도록 설정하는 결말이고, 이중적 결말이란 등장인물 중 한 명의 운명은 행복에서 불행으로 바뀌고, 그와 대비되는 다른 한 명은 불행에서 행복으로 바뀌도록 설정하는 결말이에요. 시학 이론에 따르면, 가장 훌륭하다는 평을 듣는 플롯은 『오디세이아』처럼 이중적 플롯을 전개해 나가다가 고귀한 등장인물과 악한 등장인물이 서로 정반대의 결말을 맞는 플롯이라고 해요. 그렇게 보이는 이유는 관객이 원하는 대로 시인이 작품을 쓰기 때문이에요.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이 모든 점에서 서사시보다 우월하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어요. 또한 시가 역사보다 더 철학적이라고 단언하고 있어요.


"역사가와 시인의 진정한 차이는,

역사가는 이미 일어난 일을 말하고 

시인은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말한다는 데 있다." (35p)


왜 그럴까요. 이 부분은 옮긴이의 해제를 통해 궁금증을 풀 수 있어요.

아리스토텔레스는 도덕적인 미덕에서 감정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여겼어요. 비극은 감정 중에서도 특히 공포와 연민을 불러일으키고 그것을 정화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데, 이때 유명한 "카타르시스" (정화)라는 용어가 등장해요.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에서 카타르시스는 적절한 분량의 감정, 즉 이성과 미덕에 부합하는 감정을 지니게 한다는 의미라고 해요. 사람이 모든 감정을 미덕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적절하게 경험한다면, 거기에는 즐거움만 있고 고통은 수반되지 않는다는 거예요. 어떤 비극을 보면서 공포와 연민이라는 감정을 경험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오직 즐거움만 느꼈다면 그 비극이야말로 제대로 된 비극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가 강조하는 비극의 고유한 목표는 공포와 연민을 불러일으켜 즐거움을 주는 것이에요. 비극은 그 목표를 달성함으로써 사람들을 도덕적으로 미덕과 행복으로 인도해야 한다는 거예요.

결국 시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관점은 미학적이라기보다 철학적이고 윤리적이며, 당시 그리스인의 삶에 깊이 뿌리내린 비극과 서사시를 하나의 철학으로 끌어올렸다고 설명하고 있어요. 감정을 폄하한 플라톤보다는 감정을 중요하게 여겼던 아리스토텔레스에게 한 표를 보내요.

현대의 비극은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주며, 동시에 철학이 추구하는 진리와 선의 실체를 발견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아요. 

『시학』의 진가를 온전히 이해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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