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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소년에 대하여
천종호 지음 / 우리학교 / 2021년 3월
평점 :
근래 뉴스 기사를 통해 끔찍한 소년 범죄가 알려지면서 소년법 폐지까지 제기된 적이 있습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소년법 폐지가 대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법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것들, 외면해서 알지 못했던 것들이 있습니다. 뉴스가 알려주는 건 범죄가 일어난 결과일 뿐입니다.
정말 알아야 하는 건 소년 범죄 이면의 현실입니다.
<내가 만난 소년에 대하여>는 천종호 판사의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2010년 2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소년부 판사로서 약 12,000명의 소년을 만났다고 합니다.
19세 미만 소년이 비행을 저지르면, 성품과 행동 교정을 위해 소년보호처분재판(이하 소년재판)이 열리고, 소년재판이 열리는 법정을 소년보호법정(이하 소년법정)이라고 한답니다. 소년법정이 열리는 날에는 아이들이 포승줄에 묶이고 수갑을 찬 채 대기실 한편에 마련된 철창 안으로 들어간답니다.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가 아니고서야 소년법정을 떠올리는 일이 있을까요. 아마도 없을 겁니다. 저 역시 뉴스에 보도된 소년 범죄에만 관심을 가졌지, 그 아이들의 존재 자체를 생각해본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책속에서 나온 아이들의 사연을 읽으면서 뜨끔했습니다. 색안경을 끼고 봤구나,라는 자각과 함께 부끄러웠습니다.
'비행소년은 우리 사회의 투명인간'이라는 표현이 너무도 적확해서 서늘하게 느껴졌습니다. 분명히 존재하는데 그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는 아이들, 이 아이들이 존재감을 드러낼 때는 사건이 일어났을 때뿐이라는 비극적인 사실. 충격적인 사건이 터지고나면 비행소년에 대해 차갑고 뾰족한 시선을 보내며 비난하기에 급급합니다. 이 아이들이 사고를 치기 전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지 생각하는 이들은 많지 않습니다. 무관심과 편견 속에 방치된 아이들은 생존을 위해 범죄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아이들에게만 손가락질하며 탓했던 것입니다.
"소년범의 죄는 누구의 죄인가요?"
많은 경우, 소년의 비행은 소년의 것이 아니라 사회의 것입니다.
소년재판을 담당하면서 누구도 겪어서는 안 되는 방임과 학대의 그늘 아래 놓인 아이들을 수없이 만났습니다.
비행이라는 거푸집을 벗기고 나면 삶의 부조리와 폭력 앞에 아무런 보호막 없이 내던져진 아이들의 유약함이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이 아이들의 문제가 무엇에서 생겨났는지,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 그 배경과 맥락을
누군가는 헤아려야 합니다. (9p)
사연 가운데 법정판결로 부모에게 돌려보냈더니, 부모가 도리어 집에 데려갈 수 없으니 소년원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는 내용을 보고 화가 났습니다. 자식을 돌보기는커녕 내팽기치는 부모라니, 기가 막혀 말문이 막힙니다. 보듬고 품어줄 부모와 집이 없다면 그 아이는 어디로 가야 할까요.
저자가 만난 소년들 중에는 따뜻한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바르게 잘 살고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단순히 법적 처벌만으로 소년범죄를 다루는 건 부모에게 버려진 아이들을, 사회가 또 한 번 버리는 것입니다. 가난과 무관심에 상처받고 좌절했던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진심어린 손길입니다.
우리가 몰랐던, 홀로 울고 있는 소년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했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할 일은 어른으로서, 부모의 마음으로 이 아이들을 바라보고 손 내밀며 안아주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잘못된 마음부터 바꾸는 일이 시작일 것 같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