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고 싶은 삶의 모든 답은 한 마리 개 안에 있다 - 젊은 철학도와 떠돌이 개 보바가 함께 한 14년
디르크 그로서 지음, 추미란 옮김 / 불광출판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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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고 싶은 삶의 모든 답은 한 마리 개 안에 있다>라는 책의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아요.

개는 훌륭하다!

저자는 보바가 최고의 스승이었다고 이야기하네요. 그는 한 마리 개를 통해 진정한 불교의 길을 걸을 수 있었어요.

이 책은 한 마리 개 보바를 통해서 삶의 모든 답을 풀어내고 있어요. 물론 이 책이 개에 관한 이야기인지, 불교 가르침에 대한 내용인지는 각자가 판단할 몫이에요.

먼저 읽어본 제 의견을 묻는다면 그냥 입 다물고 읽어보시길 추천해요. 혹시 불교 명상에 관심이 있다면 책 부록에 나온 내용이 도움이 될 것 같네요.


보바를 처음 만난 건 친구의 집이었다고 해요. 우연이 인연이 될 줄, 그때는 몰랐을 거예요.

보바는 흔하디흔한 개였을뿐 아니라 입에서 썩은 생선 냄새를 풍기고, 털은 뒤엉켰으며, 양들이 싸놓은 배설물 위를 즐겁게 뒹굴었어요. 겨우 한 살 반이지만 이미 동물 보호소를 두 번이나 거쳤고 서로 다른 보호자를 네 명이나 겪은 상태였어요. 파양 된 이유는 보바가 너무 고집이 세고 제멋대로라 다루기 힘들었다는 거예요. 마지막으로 온 곳이 저자의 친구 집이었던 거예요. 친구는 이미 키우던 개가 두 마리라서, 저자를 보자 이렇게 물었대요.


"너, 개 키워볼래?" 

나는 나도 모르게 이렇게 대답했다.

"그래볼까?"   (17p)


너무 간단하죠? 뭔가 엄청난 사연이 숨어 있을 줄 알았는데, 아주 단순하게 일사천리로 보바는 저자의 개가 되었어요.

문제는 보바가 아니었어요. 당시 함께 살던 여자 친구에게 상의 한 마디 없이 개를 데려왔다는 것, 그것도 생선과 똥 냄새를 풍기는 개였으니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할 수 있겠지요? 여자 친구와의 논쟁 끝에 남자들이 가장 공포를 느낀다는 그 말을 듣고야 만 거예요.

"나든, 저 개든 둘 중 하나를 선택해!"  (20p)

파국에 이르는 듯했는데... 다행히 보바가 직접 나서서 살벌한 분위기를 단숨에 풀어버렸어요. 보바는 여자 친구 앞에 앉더니 몇 분이고 개 특유의 귀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고, 잠시 뒤 여자친구는 항복하고 말았어요.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귀여운 표정으로 심장을 강타하더니 조심스럽게 여자 친구의 무릎에 앞다리를 올리며 애교 작전을 펼친 거예요.

그리하여 14년 동안 매일 보바 덕분에 웃고, 매일 더 사랑하게 되었다고 해요.


어떻게 보바는 스승이 되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책 속에 나와 있어요. 아주 상세하게, 그래서 뜨억 놀랄 수도 있지만, 결국에는 공감하며 미소짓게 될 거예요.

부처의 눈으로 세상을 보려면 오랜 수련의 기간이 필요하듯이, 보바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진짜 현실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해주는 참스승이었어요.


나는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며 왜 여기에 있는가?

보바와 다른 모든 대선사에게 이런 질문의 답은 하나뿐이다.

"나도 모른다. 하지만 최소한 너는 지금 여기에 있다!

그러니까 조용히 돼지 고기나 먹어!"  (35p)


자유롭게 뛰어놀며 삶을 즐길 줄 아는 보바.

우리는 스스로 가둬놓고 불행만 생각하는 바보.

이 책을 읽으면서 보바의 존재 자체가 경이롭게 느껴졌어요. 흔하디흔한 개, 그 평범한 개가 사람들에게 전하는 가르침은 특별하지 않아서 더 특별한 것 같아요.

제 수준에서 선(禪)을 설명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선 따위 갖다버리고 공놀이나 하라는 보바의 가르침을 대신 전하고 싶어요.

마음 따뜻해지는 이야기, 보바 덕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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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탐험 - 너머의 세계를 탐하다
앤드루 레이더 지음, 민청기 옮김 / 소소의책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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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릿한 탐험의 세계로~ 이토록 방대한 역사 속 탐험 이야기는 처음인 것 같아요.

<인간의 탐험>은 탐험이 어떻게 인류를 발전시켜왔는지를 보여주는 책이에요.

인류는 언제부터 탐험을 시작했을까요.

우선 태초에 인류는 모두 동아프리카의 그레이트 리프트 밸리에서 수백만 년 동안 진화했던 소규모 영장류 집단의 후손이었다고 해요.

인류 계통도에서 현생 인류가 갈라져 나온 시기는 명확하지 않아요. 과학자들은 대부분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 밖으로 두 차례에 걸쳐 이주했다고 주장해요. 첫 번째 이주는 12만 년 전이었는데, 가장 멀리 간 이들은 중동까지 갔을 것으로 추정하고, 두 번째 이주는 첫 번째 이주에서 5만 년이 지난 후였다고 해요. 현생 인류는 오스트레일리아와 아메리카 대륙에 도달한 최초의 인류였고, 먼저 이주한 다른 종의 인류와 마주쳤을 거예요. 유럽과 중동에는 이미 그곳에 수십만 년간 살아온 네안데르탈인이 호모 사피엔스와 관계를 유지하며 살았을 거예요. 아주 먼 옛날의 인류야말로 가장 진취적인 탐험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인류는 탐험을 통해 새로운 땅을 발견하고, 개척하며 무역으로 발전해왔어요.

서구의 기록에는 바스코 다 가마의 탐험과 함께 인도양이 처음 등장하지만 실제로는 그가 발견하기 전부터 수천 년 동안 노련한 뱃사람들이 살고 있었어요. 저자는 진정한 세계의 중심은 인도양이었다고 설명하고 있어요. 유럽에서 대항해 시대가 시작된 것도 유럽이 완전히 변방이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인도인은 바스코 다가마와 콜롬버스의 항해를 할 필요가 없었는데, 그건 유럽인이 그토록 가려고 애썼던 곳에 이미 살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당시 아시아는 유럽보다 훨씬 더 부유했어요. 인도양 주변의 인도인이나 아랍인, 아프리카인은 문명 초기부터 배를 타고 인도양을 항해했어요. 인도양의 해양사는 해양 무역로를 지배하려 든 유럽인에 의해 상당 부분 은폐되었지만 대부분은 재구성해볼 수 있어요. 인도양 동쪽에 있는 인도의 뱃사람들은 고대부터 항해 기술을 완성해왔고, 일찍이 천문항법을 도입하여 상세한 해도를 발전시킨 선구자였어요. 또한 인도의 여행자들은 주기적으로 이집트를 방문해 글을 남겼고, 무역뿐 아니라 사상의 교류도 활발해졌어요. 아랍 상인들은 헤력을 점차 확장하여 1500년대 초에 유럽인이 오기 전까지 인도양 무역을 사실상 독점했어요.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무함마드도 상인이어서 아라비아 전역을 돌아다녔어요. 그 결과 무역은 이슬람교도를 대표하는 특성이 되었고, 많이 이동하는 전통으로부터 새로운 의무가 탄생했어요. 이슬람교도라면 일생에 한 번은 성지인 메카를 순례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매년 수백만의 이슬람교도가 집을 떠나 긴 여정을 시작한다고 하니, 탐험가로서의 인류 DNA가 그들의 전통을 통해 이어지는 게 아닌가 싶네요. 

유명한 탐험가들의 대항해는 세계사에 널리 알려진 내용이라서 익숙하지만 일반인에 관한 이야기는 신선했어요. 

다윈은 군함 비글 호를 타고 1831년부터 1836년까지 세계 일주를 하며 생명의 다양성을 관찰한 결과 '진화론'을 제안했고, 이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고 말하는 과학자가 있어요. 바로 과학자이자 탐험가인 알렉산더 폰 훔볼트였어요. 그는 당시 나폴레옹 다음으로 유명한 사람이었고, 39개의 미국 마을과 지리적 명소에 그의 이름이 붙을 정도였다고 해요. 훔볼트의 다섯 권짜리 역작 『코스모스』는 많은 사람들이 읽은 최초의 과학책이 되었고 1980년 칼 세이건이 쓴 동명의 저서와 텔레비전 시리즈의 토대가 되었어요. 

그런데 제 관심을 끈 인물은 훔볼트가 아니라 그의 오스트리아 친구인 아이다 파이퍼 Ida Pfeiffer 예요. 직접 세계를 여행한 최초의 여성으로 추정되며, 직업적으로 여행기를 쓴 최초의 여성이라고 해요. 파이퍼는 1842년 마흔다섯의 나이로 세상을 탐험하러 나섰고, 매번 여행할 때마다 책을 써서 돈을 벌었고, 그 돈으로 또 다른 여행을 떠났어요. 역사상 처음으로 일반인이 스스로 세상을 탐험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놀라운 인물인 것 같아요.


마지막 탐험 이야기는 우주여행이에요. 머나먼 과거 인류의 탐험 못지 않은 획기적인 역사가 쓰여질 거라고 전망하고 있어요.

공상과학소설에서 상상했던 일들이 현실 가능한 상황이 되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에요. 물론 아직 갈 길은 멀지만 끊임없는 탐험가들 덕분에 우주로의 여행은 열려 있어요. 중요한 건 우리가 탐험가들의 후예라는 거예요. 이 책을 통해 탐험의 역사를 배웠고, 탐험가의 정신을 일깨우게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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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설헌 - 제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최문희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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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천재 시인 허난설헌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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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설헌 - 제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최문희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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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내렸어요. 따스했던 봄볕이 어디로 갔는지 숨어 버렸네요.

유난히 서글픔에 젖어드는 봄비, 낙화한 목련이 어쩜 이리도 그미를 닮았을까요.

<난설헌>은 조선 중기의 천재 여류 시인 허난설헌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이에요.


푸른 바닷물이 구슬 바다에 스며들고

푸른 난새는 채색 난새에게 기대었구나

부용꽃 스물일곱 송이 붉게 떨어지니

달빛 서리 위에서 차갑기만 해라   (350p)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어요. 시대가 외면했던 불우한 천재의 삶.

조선 시대에 여자로 태어나, 어쩔 수 없는 혼인으로, 감옥에 갇힌 듯 살아야 했던 그녀는 허초희, 난설헌이라는 이름 석 자마저 지워야 했어요.

이름이 사라진 여인, 그래서 이 소설에서는 초희가 혼인한 뒤에는 '그미'라고 지칭하고 있어요. 

우리가 <난설헌>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오직 하나예요. 허난설헌을 기억하기 위해서.

역사를 배우면서 훌륭한 위인들은 많지만 그 가운데 여성을 찾기는 쉽지 않아요. 분명 존재했을 뛰어난 인물들이 여자라는 이유 때문에 제대로 기록되지 않았다는 건 너무도 불행한 일이에요. 기록되지 않으면 기억할 수 없으니까요. 허난설헌은 짧은 생을 살다 갔지만 아름답고 빼어난 작품들을 남겼어요. 원래 허난설헌의 작품은 상당히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임종 때 그녀의 유언대로 모두 소각됐다고 전해져요. 동생 허균이 친정에 보관되어 있던 허난설헌의 작품들을 명나라 시인에게 주었고, 그녀가 별세한 후 18년 뒤에 최초로 중국에서 간행되어 그 인기가 대단했다고 하네요. 조선은 위대한 천재 시인을 외면했으나 중국과 일본에서는 그 뛰어난 작품들에 매료되어 명성이 자자했다고 하니 기쁘면서도 슬프네요. 그미는 세상을 떠났지만 난설헌시집은 시대의 명작으로 남았네요. 

안타까운 건 시인 난설헌이 아닌 인간 난설헌의 삶이에요. 이 소설은 오직 한 인간으로서, 허초희가 어떻게 잔혹한 운명을 헤쳐나갔는지를 보여주고 있어요.

어리석고 못난 남편 김성립에 대한 내용은 언급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화가 나네요. 애초에 잘못된 만남인 것을, 만약 막을 수 있었더라면... 부질없는 상상이건만 속앓이를 하며 바라볼 수밖에 없었어요. 누구라도 초희의 마음을 알아주고, 영감을 나눌 수 있는 대상이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김성립의 아내가 된 이후 붓 하나 드는 것조차 눈총을 받아야 했으니, 두 손 두 발이 다 묶여버린 신세였던 거죠. 당시에 느꼈을 고통과 번민을 전부 작품으로 쏟아낼 수 있었다면 그토록 일찍 생을 놓아버리진 않았을 텐데, 그 부분이 가장 속상하고 슬펐어요. 자신의 마음 둘 곳 없는 세상이란...


그미의 얼굴을 보며 균이 말했다.

"누님, 너무 많이 생각하면 세상의 모든 이치가 곤두박질친답니다. 주어진 대로 받아들이고, 시키는 대로 따르는 것이 지혜로운 생이 아닐까 싶어요.

물처럼 거스르지 않고 흘러가면, 바다에 이른다지 않아요."

"바다에 이르면, 그곳이 영생불멸하는 근원이라 함인가, 나는 모르겠네."  (254p)


<난설헌>을 읽고나니 삼월에 내리는 봄비가 예사롭지 않았어요. 봄비 내리는 날, 아직 못 다 핀 꽃잎 떨어지며 흐르는 눈물처럼 흘러흘러 바다에 이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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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다면 - 여행자 오소희 산문집
오소희 지음 / 북라이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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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 오소희 작가님의 산문집이에요.

어린 아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 이전에 작가님의 책을 읽으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대부분 아이를 키우면서 포기하는 것들 중 하나가 여행인데, 진정한 여행자에게는 떠나지 못할 이유란 없다는 걸 그때 알았지 뭐예요.

코로나 사태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다들 꼼짝없이 집에 갇혔다며 울상인데, 저자는 희희낙락 색다른 여행을 즐기고 있었네요.


"집은 한 개인이 평생에 걸쳐 가장 장대한 여행을 하는 곳이다." (6p)


<떠나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다면>은 집에서 누릴 수 있는 소중한 순간들의 모음집이라고 할 수 있어요.

세상 곳곳을 여행하던 저자가 20년만에 서울 부암동에 집을 짓고 정착하더니, '집'에 관한 여행기를 들려주고 있네요. 집 안 곳곳에서 뭔가 특별한 것을 발견해내는 과정이 여행 못지 않은 즐거움으로 다가오네요. 바로 일상의 재발견!

물론 여행자의 일상은 집이라는 공간에 머물러 있지만, 그의 이야기는 현재의 집과 과거 여행지가 정교하게 맞물려서 굴러가고 있어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점점 빠져들게 되는 이야기 보따리마냥... 가본 적 없는 우붓이 친근하게 느껴질 정도로 우붓의 추억이 많이 등장하네요. 저자가 우붓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일탈이 굉장히 쉽기 때문이래요. 달리 바꿔 말하면 모든 게 정돈된 일상과는 거리가 멀다는 뜻일 거예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을 피하는 성격이라면 당연히 위험한 장소로 여길 만한 곳이지만 여행자에게 일탈이란 여행과 동의어가 아닐까 싶네요. 그러니 저자가 우붓을 좋아하는 건 본능이었네요. 맨처음 우붓에서 진짜 우붓인으로 사는 외국인은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대요. 나중에서야 오토바이 대여가 얼마나 쉬운지 알게 된 후로는 우비를 입고 오토바이를 타는 외국인이야말로 진짜 우붓인으로 사는 외국인이라고 생각했다네요. 와르르륵 두두두둑 똑같이 우비를 입은 바이커들이 스쳐 지나가고 우연히 낯선 남자의 도움으로 우비를 벗고 젖은 거리에 시간을 맡겼던 풍경들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일 것만 같아요. 부암동 새 집에서 맞는 첫 여름, 비가 내리는 그 순간에 우붓의 일탈이 떠올랐나봐요. 현실은 비 때문에 벽에 곰팡이가 피고 누수가 생겨서 곰팡이를 닦아내고 누수 공사를 해야 하는, 일탈이었다니... 그러니까 저자에게 어쩌다 그 하루가 일탈이 되었고, 우붓 같은 시간이었던 거죠.


"일탈하지 않는 '어른'은 조용히 병든다."  (162p)


부암살롱에서 글쓰기 모임을 할 때 저자는 참가자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한대요.

"어떤 책도 더 읽을 필요가 없어요.

우리가 초심을 간직할 수만 있다면."  (188p)

저마다 살면서 경험했던 초심을 기억해보면, 어떤 의미인지 짐작할 수 있을 거예요. 애초에 아무것도 없었던 그때의 그 마음이면, 아주 작은 것이라도 소중하고 감사하게 여길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낯선 곳으로 떠나는 여행은 그 초심을 깨닫게 해주는 것 같아요. 어쩌면 여행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우리가 초심을 간직할 수만 있다면 그 어떤 여행도 떠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네요. 떠나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다면 말이에요.

여행의 의미는 장소에 있는 게 아니었네요. 느림을 매일의 당연한 일부로 여기며 여유롭게 순간을 향유하는 우붓의 순간향유능력자들처럼 우리도 자신의 집에서 얼마든지 느림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어요. 이미 알고 있는 것, 누리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제대로 몰랐을 뿐이에요. 부암동에 사는 그 누군가 덕분에 깨달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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