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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답게 나답게
안셀름 그륀.안드레아 라슨 지음, 안미라 옮김 / 챕터하우스 / 2021년 3월
평점 :
<너답게 나답게>는 두 사람의 대화집이에요.
삼촌과 조카, 수도사와 일반인 그리고 안셀름 그린과 안드레아 라슨.
책 표지의 여성이 안드레아 라슨이고, 곁에 있는 분이 우리 시대 최고의 영성 작가인 안셀름 그륀이에요.
안드레아 라슨은 세 아이를 키우며 미국에서 살고 있는 작가이며, 안셀름 그륀의 여동생 린다 야로쉬의 딸이라고 해요. 그녀는 삼촌의 이름을 수도사명인 안셀름 대신 과거의 빌리(빌헬름의 애칭)으로 부르고 있어요.
이 책은 안드레아 라슨이 질문하고 안셀름 그륀이 답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어요. 마치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처럼 두 사람이 나누는 이야기를 통해 영적인 지혜를 만날 수 있어요. 지혜를 만난다고 표현한 이유는 그 대화 안에서 원하는 답을 찾는 일은 각자의 몫이기 때문이에요. 안드레아는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일상 속 고요한 순간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데, 빌리 삼촌은 수도원에서 고요한 묵상의 삶을 보내고 있으니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러나 본질적인 삶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 모두는 다르지 않다고 이야기하네요. 안드레아는 "나는 지금 무엇을 바라고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말문을 열고 있어요. 그건 자기 스스로에 대한 질문인 동시에 삼촌과의 대화를 통해 얻고 싶은 지혜를 의미하고 있어요. 또한 일반인은 모르는 수도사로서의 삶, 그와 관련된 궁금증들을 솔직하게 묻고 있어요. 인간 대 인간,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를 주고받는 과정이 신선하게 느껴졌어요. 어느 모로 보나 안드레아 라슨이 안셀름 그륀에게 배우는 입장이라고 짐작했기 때문에 대화 내용이 철학 수업이나 강의처럼 전개될 줄 알았는데, 예상 밖이었어요. 편안하고 솔직하게 주고받는 대화 덕분에 대화 자체를 즐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대부분 질문이 나오면 그에 대한 답을 확인하게 되는데, 두 사람의 대화는 자유롭게 진행되었고, 그 이야기 속에서 더 깊이 있는 생각으로 이끌어주는 면이 좋았어요. 무엇보다도 대화의 즐거움이 무엇인가를 느끼게 된 것 같아요. 서로 경청하며 이해하고 공감하는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대화라는 것을 배운 것 같아요. 일방적인 가르침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깨닫게 되는 삶의 지혜들이 참으로 값지게 느껴졌어요.
라슨 - 솔직히 성직자로서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주제에 대한 조언을 들을 때면 종종 놀랍기도 하답니다. 예를 들면 남녀 관계, 성, 성공에 대한 야망, 여성에 국한되는 문제나 가정생활에 관련한 조언의 말인데요. 수도사나 사제들에게는 애초부터 관계가 없거나 스스로 거부한 영역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이기 때문이니까요. 혹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성직자가 다루지 말아야 할 영역이라는 것이 존재하나요? 아니면 성직자는 어떤 종류의 문제라도 다루어도 상관없는 건가요?
모든 문제는 깊이 파고들면 공통된 본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종류의 경험이라도 그 경험을 토대로 다른 문제여도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보시나요?
그륀 - 아주 주용한 이야기다. 나는 누구에게도 제삼자의 입장에서 조언을 해줄 수는 없단다. 게다가 현실은 우리가 기대하는 이상과는 완전히 다르기도 하고, 이상적인 것만 생각하는 사람은 금방 실망하고 말 것이다. ... 나는 수도사가 어떤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개인적으로 조언서들도 물론 좋아하지 않고. 나는 그저 사람들이 나에게 들려주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들어줄 뿐이다. 긜고 그들의 상황에 나를 대입해보려고 노력하지. 그런 다음 그 사람에게 무엇이 도움이 될지 생각해본다. 나는 조언을 구하는 사람들이 자기 영혼의 지혜를 발견하도록 도울 뿐, 그들이 따라야 할 해결책이나 조언을 제시할 생각은 없다. 단지 그들이 들려준 이야기가 내 안에서 어떤 반응을 일으켰는지 알려줄 뿐.
...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때 반드시 보이지 않아야 할 태도가 있다. 바로 내가 정답을 알려줄 수 있다고 믿는 태도다. 사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 대화라는 것은 대화에 참여하는 당사자들이 소통할 때만 성공할 수 있는 거다. ...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그들에게서 많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는 모두 비슷한 문제로 맞서 싸우는 거다. 그리고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감 부족, 예민함, 두려움, 질투심, 부러움, 실망감 등을 경험하게 된다. 누구나 경험하게 되는 기본적이 문제들이다. 단지 서로 다른 상황에서 이러한 문제에 직면할 뿐. 나는 사제로서 보통 사람들이 겪는 상황들을 경험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털어놓는 이야기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그들의 심정이 어떤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서로 느끼는 감정에 대해 대화를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다.
(28-33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