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당신이 어떻게 내게로 왔을까 1
김탁환 저자 / 해냄 / 2021년 3월
평점 :
옛날 옛적에 혹부리영감이 도깨비를 속일 수 있었던 건 뛰어난 노래 솜씨가 혹에서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려줬기 때문이고,
천일야화의 세헤라자드 역시 천일 하고도 하루 동안 이야기를 들려준 덕분에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지요.
내게도 그런 이야기가 찾아왔네요. 어느새 빠져들게 된 이야기.
이야기로 풀어보려 했다. 직관이나 격언이나 수식은 가짜다.
비유이면서 사실인 세계가 소설의 육체이므로, 오래 낯선 곳에 가 머물렀다.
거기서 만난 이야기들이 당신을 만들었고, 당신의 이야기에 나도 물들었다.
습지의 나무 위로 떠오른 봄 별 밤.
- <작가의 말> 중에서, 2021년 3월 김탁환 쓰다 (6-7p)
유다정, 어릴 때부터 장난감보다 가방을 좋아했던 아이.
왜 가방을 원하느냐는 물음에 어린 여자애는 답했어요. 숨겼다가 꺼내기 좋고 꺼냈다가 숨기기 좋은 게 가방이니까.
뭘 숨길 거냐고 물으니, 마음이라고 이야기했어요. 마음을 숨기기도 하고 꺼내기도 할 거라고.
초등학교에 갓 입학해서는 가방 때문에 곤란한 일을 겪었는데, 담임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각자 자신의 책가방에 대해 발표하도록 했을 때 다정이 혼자만 책가방이 없다고 말했던 거예요. 다정이는 자신의 가방은 책가방이 아니라 꿈가방이라고 말했고, 친구들은 모두 웃음을 터뜨렸어요. 실제로 그 가방에는 책을 넣지 않은 빈 가방이었고, 누가 왜 책이 없냐고 물을 때면 꿈가방이라서 그렇다고 말했어요. 이것저것 물건을 넣는 용도로만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얘기일 거예요. 단순히 어린 시절의 추억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유다정에게 가방은 진짜 마음이었어요. 마음을 담는 곳, 그 마음 안에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들어 있지요.
<당신이 어떻게 내게로 왔을까>는 유다정의 꿈가방처럼 많은 이야기들을 품고 있어요. 이야기 자체가 주인공인 이야기, 그래서 그 이야기의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어요.
누군가에게는 사랑 이야기일 수도 있고, 다른 이에겐 비즈니스와 같은 현실적인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네요. 어쩌면 꿈 같은 이야기.
'꿈'은 여러가지 의미가 있잖아요. 눈을 감고 잠들면 꿀 수 있는 꿈도 있고, 미래를 그려보며 목표를 세우는 꿈도 있을 거예요. 눈 뜨면 산산이 사라지는 꿈이냐, 눈 뜨고 치열하게 살게 하는 꿈이냐는 각자의 선택인 것 같아요.
이 소설에는 유다정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해요. 저마다 자신이 선택한 대로 살아가고 있어요. 어떤 삶이 더 나은지는 알 수 없어요. 왜냐하면 우리는 각자 한 번의 삶을 살기 때문에, 돌이킬 수 없어요. 그러나 우리는 혼자가 아니에요. 누군가를 만나고 서로 인연을 엮어가며 살아가지요. 그들의 삶, 꿈, 욕망 그리고 사랑이 단단한 이야기로 빚어져 내게로 온 것 같아요. 아하, 당신이었군요. 다 읽고 나서야 당신이 제대로 보이네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